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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헤겔의 인정이론과 역사발전 관계론

by 이덕휴-dhleepaul 2020. 4. 3.

                  

  프랜시스 후쿠야마: 역사의 종말(II) – 헤겔의 인정이론과 역사발전 관계론

 

역사의 발전은 모순의 수정과정을 통해서 변증법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는 헤겔의 역사인식론은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보다 원론적인 형태를 제시해준다. 후쿠야마는 책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여 역사발전과 헤겔 인정이론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었는데 인간성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는 투쟁'의 욕구가 역사의 원동력으로 작용 .........

헤겔은 역사 발전의 근저를 이루는 메커니즘은 자연과학의 발전을 촉구한 무한히 팽창하고 있는 인간의 욕망 체계가 아니라, 오히려 완전히 경제와는 무관한 요인 인정받고자 하는 투쟁때문이라고 한다. 헤겔은 인간성이란 단지 한번에 형성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간의 경위 속에서 스스로를 창출해가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헤겔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자유로우면서 미결정적인 존재이며, 역사적인 경위 속에서 독자의 성질을 낳을 수 있는 그러한 존재였다. 우리는 4~5세기에 걸쳐 철저하게 경제화 되어지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모든 동기를 경제적인 이유로 환원하려는 사유에 익숙해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라는 견해가 경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또 다른 심리학적 역사발전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헤겔의 사상을 통해서 인지하게 된다고 후쿠야마는 주장한다.
헤겔의 인정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혼자만으로는 자신을 의식할 수 없다고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어한다.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필요한 존재가 되거나, 혹은 인정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한 개개의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하여 눈을 뜨지 못한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처음부터 사회적인 존재라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라든가 자기확인이라고 하는 개개인의 감각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자지향형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원초적 본능을 넘어서 도덕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에 인간의 존엄성이 ……….

 

경제적 이익에 인간행동의 동기를 부여하는 한, 인간은 동물적 본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스스로의 물리적, 동물적인 본질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인간이 정말로 인간답다고 하는 이유는 그러한 동물적인 성질을 극복하고 부정하는 능력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헤겔이 파악한 인간의 존엄성은 소위 이야기되는 인간의 본질적 성격(욕구)을 넘어서는 데에 있다. 인간 고유의 존엄성은 하등동물보다도 현명한 기계가 되기 위한 우수한 두뇌의 계산능력에서가 아니라, 바로 이 자유로운 도덕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데에 기인한다. 헤겔도 인간이 동물적인 측면이나, 한정되고 제약 받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인간은 또한 스스로의 자연본능에 정면으로 상반하는 형태로 행동을 함으로써 인간만의 특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코제에브가 지적하고 있듯이 다른 생명체와 달리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적 욕망은 자기보존을 추구하는 그 동물적인 욕구를 초월함으로써 기인된다는 것을 후쿠야마는 지적하고 있다.

 

헤겔에게 있어 자유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더 없이 인간적인 본질이었다.


자본주의적 원리에 따라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지향하고 있는 합리적인 목적이라는 것은 대부분 일종의 동물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부르주아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인간만이 자신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하나의 복잡한 기계나 스스로의 정념의 노예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감히 피비린내 나는 투쟁에 주저 없이 나서는 것이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이나 헤겔의 인정이론에서 근본적으로 바라다보고 있는 인간성은 어떤 면에서 이렇게 물리적 법칙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 존재로써 성숙되었을 때의 인간의 모습이다. 동물적인 욕망의 중력을 넘어서서 정신적으로 완성되어 갈 때 오히려 정신적인 현상은 물리의 운동학적으로 단순하게 환원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인정받기 위한 인간의 욕망과 드물기는 하지만 가장 강력한 자연의 본능조차 거스를 정도로 확실한 자발성 무시해 버리려는 심리학이나 정치학에 의존해 있다면, 인간의 행동에 관한 더 없이 중요한 특질을 잘못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헤겔에게 있어 자유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더 없이 인간적인 본질이었다. 자유라고 하는 것은 자연 속에서 혹은 자연에 순응하여 어떠한 제약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이 끝나는 곳에서 자유가 시작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이다. 인간적인 자유라고 하는 것은 인간 본래의 자연적이고 동물적인 존재를 뛰어넘어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가치의 자기를 창조 할 수 있어야 비로서 가능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자기창조의 과정을 상징할 수 있는 출발점이 본질적으로 헤겔이 주장하고 있는 인정이론에 근거해있다고 후쿠야마도 동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헤겔의 인정에 의한 인간의 존엄성은 특별한 전쟁관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전쟁과 같이 희생적인 위험성이 없어지면, 인간은 나약해지고 자신에게만 탐익하는 상태로 변모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는 이기적 쾌락주의의 수렁으로 빠져버리게 되어, 공동체는 이상을 잃고 급기야 해체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인정에의 욕망'에 의한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는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자신의 틀 밖으로 그러한 가치들을 끌어내면서 그들이 고립된 원자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이상을 서로 나누고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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