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보니 역시 삼국지의 주인공은 유비다!
어렸을 적에는 당연히 주인공인 유비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삼국지를 2번, 3번을 읽다보니 실질적인 주인공은 '조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비보다 유능하고, 유능한 부하들을 많이 품었으며, 실질적으로 3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조조가 저에게 더 설득력있어 보였습니다. 다만 저자가 주인공을 유비로 설정했기 때문에 조조가 악역을 맡을 수 밖에 없던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승자이자 삼국지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조조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생각이 또 바뀌었습니다. 조조가 뛰어난 인물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유비가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삼국지는 한나라의 대장군 하진과 십상시의 다툼으로 두 세력이 모두 쓰러지고, 새로운 세력인 동탁이 등장하면서 전국시대의 시작을 고하며 시작됩니다. 문자 그대로 전국시대입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면 영웅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영웅들의 시대였던 것입니다. 조조, 원소, 여포, 유표, 손견, 원술, 동탁, 마등, 공손찬, 장노 등 수많은 영웅들 사이에서 아무런 밑천도 없던 유비는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우군이 적군이 되는 전국시대에 유비는 좀처럼 자신의 야망과 뜻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공손찬, 여포, 조조, 원소, 유표 등에게 몸을 의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때가 무르익고 힘을 기르게 된 후에 비로소 자신의 야망과 꿈을 보입니다. 즉, 수십년 동안 자신의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야망을 감추고 힘을 길렀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고작 돗자리 장수였던 유비에게, 아무런 힘도 없었던 유비에게 영웅들이 모였던 이유는 유비의 야망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자기 사람에게만 자신의 뜻을 보이고, 그외에는 철저히 숨겼던 유비. 진정한 삼국지의 영웅이 아니었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몸을 굽혀서 제 분수를 지키고 때를 기다려야지 결코 운명과 다툴 일이 아니니라."
-유비, 삼국지 1권 264쪽-
위의 말은 유비가 여포에게 서주성을 빼았긴 후 소패성으로 들어갔을 때 관우와 장비에게 한 말입니다. 얼마나 분노가 치밀어 올랐을까요?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얼마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굽혔던 유비. 인내심의 끝판왕이었던 그였기에 훗날 '한중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지금의 손해가 가장 큰 투자
반동탁연합을 결성한 후 낙양에 입성한 여러 제후들은 허탈하기만 합니다. 불바다가 된 낙양에서는 건질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조는 서둘러 동탁을 추격하자고 하지만 이미 모든 동기를 상실한 제후들은 쉽사리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다가올 제후들끼리의 세력 다툼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군사를 잃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조는 단독으로 동탁을 추격합니다.
결과는 조조의 대패였습니다. 1/10만 겨우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수혜자는 조조였습니다. 비록 가시적인 결과는 실패였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얻었습니다. 반동탁연합에서 마지막까지 동탁을 추격한 1인이라는 칭호라는 '명예'를 얻은 것입니다.
명예가 있었기에 지지 기반을 잃었음에도 그토록 원하던 브레인 집단(곽가, 순욱, 순유, 정욱, 만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지금의 손해가 미래를 위한 가장 큰 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순위의 중요성
조조와 장수와의 첫 전투에서 조조는 가후의 계략에 넘어가 크게 패합니다. 정신없이 도주하던 중 조조의 정예병인 청주병이 조조에게 와 우금이 모반했다고 보고합니다.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조조는 크게 놀라 우금에게로 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우금의 부하가 우금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우금은 조조에게 달려나가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영채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우금의 부하는 왜 조조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영채부터 세우냐고 물었습니다.
"적의 추병이 뒤에 있어 불시에 곧 들이닥칠 형편인데, 만약에 준비를 해두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적을 막겠느냐? 변명하는 것은 작은 일이요, 적을 물리치는 것은 큰일이다."
-우금, 삼국지 1권, 303쪽-
때마침 장수가 습격을 해왔고, 우금은 영채를 세웠기에 장수를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전투가 끝난 후 조조는 우금에게 그 상황을 물으니, 청주병이 민간인들을 괴롭혔기에 처벌한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우금에게 있어 남이 자신을 비방하건 말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즉, 우금에게 우선순위는 남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책무였던 것입니다.
십승십패지설
조조가 곽가에게 원소와의 한판 승부를 어떻게 보는지 물었습니다. 물론 원소의 세력은 조조보다 몇 배 이상 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가는 조조가 이길 수 밖에 없는 10가지 이유를 말합니다.
1. 도(道)에서의 승리
원소는 예절이 번다하지만, 조조는 체통을 자연한 대로 맡겨둡니다.
2. 의(義)에서의 승리
원소는 천하를 역행해서 움직이지만, 조조는 매사를 백성의 바람에 순행합니다.
3.치(治)에서의 승리
원소는 항상 너그럽게만 대하지만, 조조는 엄하게 다스립니다.
4. 도(度)에서의 승리
원소는 겉으로는 관대한 체하나 속으로는 남을 꺼려서 일을 친족에게만 맡기지만, 조조는 겉으로는 대범하고 안으로는 고견을 품기 때문에 사람을 쓸 때 재주만을 보고 씁니다.
5. 모(謨)에서의 승리
원소는 꾀가 많아도 그 결단력이 결핍하지만, 조조는 계책을 얻으면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6. 덕(德)에서의 승리
원소는 명성이 있는 사람만 거두려하지만, 조조는 지성을 보고 사람을 거둡니다.
7. 인(仁)에서의 승리
원소는 가까운 사람에게만 친절하지만, 조조는 두루두루 신경씁니다.
8. 명(明)에서의 승리
원소는 참소를 믿고 혹하는데, 조조는 참언을 조금도 듣지 않고 알아서 행합니다.
9. 문(文)에서의 승리
원소는 시비곡직이 뒤죽박죽인데, 조조는 법도가 엄명합니다.
10. 무(武)에서의 승리
원소는 허장성세를 좋아하지만 실상 병법을 모르지만, 조조는 적은 군사로 큰 군사를 무찌르면서 병법을 통달했습니다.
작가 나관중 출판 청년사 발매 1994.03.01
[출처] (37) 삼국지 1권 도원결의편 by 나관중 - 유비가 삼국지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 이유|
작성자 질주본능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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