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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지기칼럼

대화?

by 이덕휴-dhleepaul 2021. 11. 15.

자기 말만 하지 마라

Never fail to know that if you are doing all the talking, you are boring somebody.

자기만 말하면 누군가를 지루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ㅡ헬렌 걸리 브라운 Helen Gurley Brownㅡ

영문 독해 시간에 썼던 교재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떠오른다.

interesting? or interested?

boring? or bored?

이야기의 시작은 누군가의 소개로 남녀가 처음 만난다.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남자가 잘 들어주니 여자는 신이 나서 계속 이야기를 한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꽤 긴 시간을 함께 보낸 후 헤어진다. 남녀 만남을 주선해 준 소개자가 양쪽의 의사를 묻는다.

"그래, 만난 남자 어때?"

"너~~~ 무 재밌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을 몰랐다니까!"

남자에게도 똑같이 묻는다.

"어때, 내 후배 말이야?"

"음... 그냥 그렇죠 뭐"

남자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interested(흥미 있어하는) 유형이다. 상대방에게 관심 있어하니 여자는 남자가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interesting(흥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의 관심 있어하는 태도는 그냥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배려의 태도였을 뿐이지 여자의 이야기가 재미있거나 여자가 재밌어서 관심을 보인 게 아니다. 사실은 여자의 일방적인 이야기(boring:지루하게 하는)로 남자는 bored(지루해진) 된 상황이고 여자는 혼자 떠들었으니 자신의 이야기에 도취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었고 그 시간 동안 함께 했던 남자가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혼자서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지루하게(bored) 만드는 지루한(boring)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자신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란 사실을 잘 못 느낀다는 게 문제다.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의 특징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다. 아니면 듣고 있다 하더라도 온통 머릿속엔 딴생각뿐이고 그 생각의 대부분은 그다음에 자신이 할 말에 대한 생각이다.

누군가 가뭄에 콩 나듯 전화를 해서는 '내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냐, 내가 죽어도 모르겠다, 그럴 수가 있냐, 내 번호를 삭제했냐, 내가 얼마나 아팠는데...'

아니 내가 어떻게 아냐고, 서로 연락을 못하고 산 건데, 지가 어떻게 산지 어떻게 아냐고!

암튼 본인 얘기만 속사포로 해대고는 바쁘담서 끊는다. 워낙 멘털이 약한 인간이니 그러려니 하다가도 부화가 치민다. 그런 인간들은 꼭 죽지 못해 산다고 할 때만 그 난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유튜브를 보니 멀쩡하게 유트버를 하고 있다.

에라이!

몇 번의 악순환이 이어지니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을 정리해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나는 그렇다.

또 연락이 오면 받자를 안 해준다. 들어주지도 않았더니 재미가 없는지 연락이 뜸하다. 미안하지만 아웃이다.

게다가 딱히 친하지도 않은 인간들이 그런 짓을 더러 한다. 아쉬울 땐 어찌나 또 친한 척을 하는지 하늘 아래 둘만 아는 사람 행세를 한다.

자기 말만 하면서 앓는 소리만 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자기 자랑만 하는 건 또 더 꼴불견이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길어야 한 시간 그야말로 황금 같은 시간이다. 안타깝게도 점심시간에 안 부딪혔으면 하는 유형이 있다. 그야말로 밥상머리에서 마주 하기 싫은 사람. 입만 열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끝이 나지도 않는다. 수저를 놓을 때까지 푼수 짓을 한다. 멋모르고 몇 번은 들어준다. 사람이 느끼는 건 다 비슷한 법, 어느 날 인가 보면 혼자 먹고 있다.

집값이 얼마가 올랐고, 그냥 끄적끄적 쓴 시집이 수상을 했고, 낚시를 갔는데 본인만 월척을 했다는 둥 떠들어대니... 주위에 누가 남아나나... 에휴ㅠ

그럼 올바른 대화는 ?

교장선생님 조회 말씀처럼 들어야 할 수밖에 없는 말이 아니라면 대화는 쌍방이 하는 것이다. 쌍방이 그 상황에 적절한 질문과 대답, 적절한 반응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형태가 올바른 대화법이다. 영혼 없는 질문과 대답, 반응은 입 밖으로 만 내놓을 뿐 대화가 아니다.

올바른 대화의 시작은 열린 대화이다.

열린 대화는 열린 질문과 열린 대답으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닫힌 대화는 '예, 아니오', 둘 중 하나만을 요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가령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온 아이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저녁은 먹었니?'

'응''응'이라고 대답한 아이는 대화가 끝났으니 방으로 들어간다. 대화가 끝났다.

닫힌 대화를 열린 대화로 확장시켜본다.

'저녁 먹었어?'

'응'

'뭐 먹었어?'

'떡볶이'

'누구랑? 어디서, 맛은 괜찮았고?

저녁을 먹었는지 먹었으면 무엇을 먹었는지, 맛있게 먹었는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고 상대방은 물어본 내용에 대해 진심으로 답을 할 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올바른 대화는 연극배우가 대사를 주고받듯이 내가 한 말에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즐거워하는지 지루해 딴청을 피는지, 혹여 하품을 하고 있는 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내 말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자기만 말하면 누군가를 지루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