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교두보가 생기고 불신의 정글이 걷히면 두 진영은 새로운 세력의 균형이 아니라 새로운 과업을 위해 손잡아야 합니다.
강대국은 정의롭고 약소국은 안전하며 평화로운 그런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제가 취임 후 100일 만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1000일 만에 이뤄질 수도 없으며, 현 행정부의 임기 중에 끝나지도 않을 것이며, 어쩌면 우리가 지구상에 살아 있는 동안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작합시다.(중략)
장구한 인류 역사 중 최악의 위기에서도 자유를 수호한 세대들은 몇몇 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환영하는 바입니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우리의 역할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세대가 하기를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기울이는 열정과 신념, 그리고 헌신은 우리의 조국을 밝힐 것이며 우리 조국의 불빛은 온 세상을 밝게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십시오.그리고 세계 시민 여러분. 미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 우리 모두 손잡고 세계 인류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간구합시다.(하략)”
1960년 민주당 후보로 혜성같이 나타난 정치 신인 존 F 케네디(사진)는 뉴 프런티어(New Frontier)라는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공화당의 강력한 후보인 당시 부통령 리처드 닉슨을 꺾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십시오.”(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라는 문구로 유명한 연설이다. 이 연설은 성서 등에서 다양한 문구를 인용, 세계 평화와 인류애에 대한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케네디는 “우리는 오늘 한 정당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를 축하하는 것입니다”라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연설을 시작한다.
그리고 “20세기에 태어난 신세대들은 전쟁에 강해지고, 힘겹고 가혹한 평화 속에서 선조들의 유산에 자긍심을 갖고 미국이 지금까지 헌신해 온 인권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말살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새로운 세대를 규정하고 있다.
뒤이어 그는 공산 세계와의 공정한 경쟁을 선언하면서 “(냉전의) 양 진영은 무기 개발에 과다한 부담을 지고 있으며 핵무기 확산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맙시다. 그렇다고 협상하는 것을 두려워 맙시다.”(Let us never negotiate out of fear. But let us never fear to negotiate)라는 명구를 남긴다.
연설 동안 20회 가량 ‘let’이라는 권유형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며 구어적 설득 효과를 배가하고 있다. 이런 수사적 기법과 함께 내용면에서도 명확한 실체를 갖고 있다.
케네디는 “양 진영은 과학으로부터 공포가 아니고 기적을 만들도록 노력합시다. 양 진영이 합심해 세계 도처에서 들려오는 ‘구속의 사슬을 끊고 억압당하는 자를 자유케 하라’는 이사야서의 계명에 주의를 기울입시다”라고 냉전의 해빙을 알리며 미국의 과학과 학문 발전을 예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부르는 나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소리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독재와 억압·빈곤·질병, 그리고 전쟁이라는 인류 공동의 적에 항거하라는 부름의 소리입니다”라며 미국 국민들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케네디는 “올바른 양심을 보루로 삼고, 역사가 우리 행동을 심판하도록 하고 사랑하는 조국을 이끌어 갑시다. 하느님의 축복과 도움을 구하되 하느님의 바람은 우리의 의무라는 것을 명심합시다”라며 끝맺고 있다. 한 번 꼭 들어 볼 만한 명연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