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법철학

법학방법론 서설

이덕휴-dhleepaul 2021. 6. 14. 21:22

법학방법론 서설(1)-맛보기

 

 

법학방법론 서설? 인터넷상으로 이토록 커다란 논제를 다루기에는 무진장한 인내와 수고, 그리고 독자제위들, 특히 법철학 동지들의 아낌없는 叱正이 뒤따라야 좋은 글로 얼굴을 내밀게 될 것입니다.

주지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학문이란 대상에 대한 방법론적 認識이라고 定義되어 왔다. 이에 따라 항상 학문에는 두 가지의 조건, 즉 對象과 方法이 학문에 대한 학문성을 결정하는 조건이 되었다. 학문은 대상에 대한 방법적 인식, 바로 그것이다. 법학의 대상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법, 더 나아가서 법규범과 법제도에 있다(배재식, 서울법학, 제25권1호 참조). 법학의 대상은 자연과학의 대상과는 다르지만, 인간의 정신의 산물인 법의 의미를 통찰하여야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학의 대상인 법규범과 법제도의 의미를 일정한 방법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의 해석은 공의로우신 하나님(神)이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인간이다. 인간이 제정한 법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문제가 떠오른다.

자연과학의 객관적 관찰의 방법이 보다 더 정치(精緻)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같은 정신형성물인 철학에 있어서는 그 대상을 그저 해명하고, 성찰하면서, 인간생활과 세계(역사)와의 관계를 해석하는 것으로 만족하였다(단 마르크스는, "지금까지의 철학은 해석하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실천적으로 봉사하여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했음). 바로 이 점에서 법학은 여타의 정신학과 그 類를 달리하면서, 실천적인 학문의 여왕이 되어야 한다. 마치 신학이 모든 학문의 여왕이라 하듯이...

 

법학 방법론이란, "법학의 학문성을 가늠하고 또 법 아래서의 인간의 생활을 형성해 가려는 말하자면, 법을 인식하려는 계획적인 정신적 활동"이라고 배교수님은 정의한다(배재식 위의 글, 19쪽). 법학(Rechtswissenschaft)은 법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서, 그 연구하는 목적과 방법은 법철학, 법해석학, 그리고 법사회학으로 크게 삼분할 수 있다. 그런데 법에 관한 학문은 우리 주변의 실생활에 있어서 발생하는 구체적 사안에 대하여 정당한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를 떠나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법생활의 실제에 있어서 분쟁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실정법의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법규범의 추상성과 사안의 구체성에서 오는 갈등관계를 원만하게 처리해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법을 살아있는 그리하여 실효성 있는 법으로 그 효용성을 사회적 실재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법사회학의 도움과 함께 그 법의 存在論的․目的論的․認識論的 그리고 哲學史的 정당성의 여부를 묻는, 法哲學(Rechtsphilosophie)적 방법론이 대두되어야 한다. 여기에 법규범에 관한 해석, 즉 법도그마틱에의 문제가 떠오른다. 따라서 법철학적 내지는 법이론적 인식의 일부분인 법도그마틱(法解釋學)이 도입된다.

우리말에서 법도그마틱(Rechtsdogmatik, juristiche Dogmatik)이라는 번역에 法解釋學, 法敎義, 法理學, 法理論學 정도로 되어 있는 것은 잘못된 번역이다. 법도그마론자는 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법의 인식은 어떠한 사정 아래서, 어떠한 범위에서,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존재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법 도그마틱이 무비판적으로 행하여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도그마틱이 비판적으로 행하여지는 경우에도, 법도그마틱은 항상 體系內在的으로 論證하는 것이다. 법도그마틱의 영역 안에서 이러한 태도는 정당하다. 이러한 태도가 거부당하는 경우란 도그마적이 아닌 사고양식을 非學問的이라고 거부하는 경우이다. 그러면 과연 도그마란 무엇인가? 도그마(dogma)란 의견, 교훈, 결정, 규례 등의 뜻이 있는데, 이는 다음 세 가지 의미로 파악될 수 있다. 첫째, 일반적인 정부, 의회, 황제, 왕의 결의나 명령 또는 임금의 명령. 둘째, 십계명의 율례. 셋째, 종교적 생활규범에 관하여 원시 기독교의 사도들과 장로들이 작성한 규례 등. 여기서 세 번째의 규례라는 말에는 도그마타(dogmata)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사도들이 장로들과 더불어 성령으로 결의한 규례들이 곧 도그마로서 교회의 생활규범이 된다. 敎義學에 해당되는 원래의 말은 'theologia dogmatica'(교의적 신학) 또는 'dogmata theologica'(신학적 교의들) 혹은 'theologia dogmata'(교의신학)이다. 교의학이란 원래 '신학'(theologia)으로만 표기되다가 17세기에 이르러 신학적 학문객체가 세분화되면서 'dogmata'(교리들)라는 명사를 첨가하여 신학의 다른 분야와 구별하게 되었다. 따라서 교의학은 신학이라는 이름으로는 그 뿌리가 깊고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dogmatica라는 이름으로는 근대 이후의 일이다. 법도그마틱이란 원래 율법에서의 개념이지 세속법학에서 생성된 개념이 아니다. 즉 신학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법철학과 법도그마틱은 그 형식객체로서의 차이가 나타난다. 스콜라 學問論(scholastische Wissenschaftlehre)에서 實質的 客體(Materialobjekt: objectum formale)는 어떤 학문이 취하는 구체적 대상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形式的 客體(Formalobjekt: objektum formale)는, 어떤 학문이 이러한 전체를 연구하는 특유한 관점이다. 전자는 전체로 파악된 과학의 구체적 대상을 의미하고, 후자는 특별한 관점에서 행해지는 전체에 대한 개별적 연구대상을 지칭한다. 따라서 때로는 硏究客體라고도 칭한다(배종대, "법이론이란 무엇인가?" 고대 법학논집, 제25집 참조).

예컨데 法學은 일체의 法에 관한 학문분야의 공통적인 실질객체이지만 그것은 공법, 사법, 사회법, 기초법학 등의 형식객체로 구분되어진다. 각 학문의 특징을 규정짓는 것은 형식적 객체에 있다. 이에 반하여 실질적 객체는 많은 학문에 공통되는 것이다. 최근에 명백히 관찰할 수 있는바와 같이 실질적 객체는 보다 많은 형식적 객체로 끊임없이 세분화되어 심화된 학문성의 발달은 가져올 수는 있지만, 限定된 專門 領域에의 視野를 좁히고 마는 위험성을 초래하여 그 결과, 상호 관련적․전체적․기초적인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철학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계속-

2000년 7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