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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

아트 슈피글먼의 <쥐>

by 이덕휴-dhleepaul 2022. 3. 14.

 

POWER blog

2010. 5. 22. 21:20

 

▲나카자와 케이지 <맨발의 겐>

 

[cover story] 자전만화, 역사를 이야기하다

 

⊙만화저널 comixpark 두 번째 커버스토리 '자전만화'. 블로그에서 공개하는 오리지널 text 그리고 기고문들의 모음.

 

자전만화(Autobiographical comics)는 주류 만화가 아닌 언더그라운드 만화에서 시작된 새로운 만화 운동의 하나다. '자서전'이라고 하면 흔히 말하는 '위인'들의 몫이라 생각했지만, 미국과 프랑스 등 서구의 언더그라운드 만화 작가들은 자신 혹은 가족의 경험을 만화로 옮겼다. 슈퍼히어로, 탐정, 판타지 등 장르만화만을 보았던 독자들은 자전만화가 보여준 논픽션의 힘에 사로잡혔다. 자전만화 작가들은 거짓없이 자신이나 가족의 경험을 만화로 옮겼고, 그 울림은 진실했다.

 

자전만화는 개인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며 대중과 비평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아트 슈피글먼의 <쥐>는 이후 많은 작가들의 지표가 되었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다루는 이야기도 주로 개인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전만화는 아트 슈피글먼 이후 서구사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에도 개인의 경험을 옮긴 만화를 찾아볼 수 있다.

 

1961년에 발표한 나가시마 신지(永島慎二)의 <만화가잔혹이야기(漫画家残酷物語)>는 많은 이들이 자전만화의 첫 번째 사례로 꼽는 작품이다.

 

이어 1968년 나카자와 케이지(中沢啓治)는 히로시마의 피폭경험을 담은 자전만화 <검은 비를 맞으며>로 데뷔한다. 그 이후 1973년 <소년점프>에 소년 시절 피폭경험을 만화로 옮긴 <맨발의 겐>을 발표한다. <맨발의 겐>은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1960년대 , <가로> 등의 성인취향의 작가주의 만화잡지는 일본만화의 폭을 확대시켰고, 그 결과 나가시마 신지나 나카자와 케이지 같은 작가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카자와 케이지 사진.

일본 <뉴스위크>( 2009년 6월 29일) 특집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중

'나카자와 케이지, 원폭의 비극과 희망을 그리다(原爆の悲劇と希望を描)'에서 인용함. (http://newsweekjapan.jp/stories/2009/06/04.php)

 

▲<쥐>의 작가 아트 슈피글먼. 자전만화의 새로운 신기원을 연 작가다.

 

어찌보면 <쥐> 이전에 <맨발의 겐>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맨발의 겐>이 보여준, '개인의 경험이 역사적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놀라운 성취는 아트 슈피글먼의 <쥐>로 이어졌다. 아트 슈피글먼의 <쥐>는 1972년 어머니의 자살을 그린 단편 <지옥별의 죄수(Prisoner on the Hell Planet)>에서 시작된다. 죄수복장을 한 청년(작가)의 "1968년, 내가 스물이었을 때 어머니가 자살하셨다.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만화는 학살에서 살아남은 어머니의 자살이 어떻게 작가(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나를 보여준다. 초현실주의 화풍으로 그려낸 작가의 고백은 이후 <쥐>로 이어졌다. 아트 슈피글먼은 1986년 <쥐> 1권 <나의 아버지 블리드의 역사(My Father Bleeds History)>를 출간했고, 1991년 <쥐> 2권 <여기서 나의 고난은 시작되다(And Here My Troubles Began)>를 펴냈다.

 

▲<쥐>는 바로 이 만화 <지옥별의 죄수>에서 시작되었다.

<지옥별의 죄수>는 <쥐> 1권에 삽입되어있다.

 

▲<지옥별의 죄수>에는 작가의 마음을 표현하는 다양한 실험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의 이론가 티에리 그로엔스틴(Thierry Groensteen)은 1996년 CNBDI에서 발행된 연간지 <아홉번째 예술(9e Art)>에서 1972년 발표된 저스틴 그린(Justin Green)의 <빙키 브라운(Binky Brown Meets the Holy Virgin Mary)>, 아트 슈피글먼(Art Supiegelman)이 어머니의 죽음을 그린 <지옥별의 죄수(Prisoner on the hell Planet)>, 로버트 크럼(Robert Crumb)의 <로버트 크럼의 고백(The Confessions of R. Crumb)> 등을 ‘자전적 만화’의 초기 형태로 꼽았다. (한상정, <나를 둘러싼 현실을 더듬어 풀다>, ≪SICAF2003 공식도록≫, p39에서 인용) 주목할 만한 작품은 장르의 선구자인 저스틴 그린의 <빙키 브라운>이다. 강박신경증(obsessive-compulsive disorder)을 앓던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옮긴 이 작품은 아트 슈피글먼, 로버트 크럼 등에 영향을 미치며 자전만화를 완성시켰다.

 

▲저스틴 그린(Justin Green)의 <빙키 브라운(Binky Brown Meets the Holy Virgin Mary)>

 

자전적 만화의 흐름은 90년대 프랑스의 젊은 작가들에게로 이어졌다. 1995년 발표되기 시작한 다비드 베(David B)의 <간질병의 승천(L' Ascension du Haut Mal)>은 간질병에 걸린 형과 함께 자란 자신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병에 대한 공포를 매우 환상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90년대 프랑스 젊은 작가의 대표작 중 한 편이다. 다비드 베 외에도 요안 스파나 루이스 트롱하임, 마트 콩튀르 등은 사소한 일에서 심각한 내면적 고통 등을 자전적 만화에 풀어놓았다. 프랑스판 자전적 만화의 걸작은 마르쟌 샤트라피(Marjane Satrapi)의 <페르세폴리스(Persepolis)>다. 이란의 카스피해 인근에서 태어나 테헤란에서 자란 마르쟌 샤트라피는 이란 혁명을 거치며 성장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시작으로 역사, 종교, 여성성이 내재된 개인의 성장을 흥미롭게 고백했다.

 

<맨발의 겐>, <쥐>, <페르세폴리스>까지. 자전만화들은 대개 역사의 경험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그러다 보니 자전만화라고 하면 '역사적인 강렬한 경험'을 만화로 옮겨야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그래야만 만화를 발표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시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왜 우리가 자전만화를 통해 자꾸 역사에 도달하는 가의 의문을 풀 수 있다.

 

"역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히스토리(history)는 고대 그리스어 히스토리아(historia)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다’, ‘보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역사를 뜻하는 한자어 사(史)는 기록하는 사람, 기록한 문서라는 뜻. 동서양의 단어 뜻을 합쳐보면, 역사가 무엇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역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아보고, 이를 기록한 것이다.

 

런데 많은 기록들이 힘을 가진 이들, 세상을 지배한 이들을 중심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역사는 ‘이긴 사람들의 기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이긴 사람들만의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세상은 누구의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평범한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다. 그래서 최근 역사는 이긴 사람들의 시각에서 벗어나 그 시대를 살았던 여러 사람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박인하, <만화로 보는 엄마와 엄마의 엄마 이야기>)

 

평범한 이들의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되는 것. 그리고 개인의 경험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것. 오늘 자전만화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2010년 미전향장기수 허영철의 수기를 만화로 묶은 <나는 공산주의자다>가 출간되었다. 최규석의 <대한민국 원주민>은 1977년 생 작가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고영일의 <푸른 끝에 서다>는 1990년대 군대에서 겪었던 '조직사건' 이야기다. 모두 자전만화다. 김은성의 <내 어머니 이야기>까지 묶어 보면 얼추 개인의 경험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

 

상투적이지만 굴곡많은 현대사를 지나온 대한민국. 그러기에 개인의 경험은 다시 모두의 경험으로 확산되고, 역사를 만든다. 요약되어 누군가에 의해 기록된 역사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증언이 진짜 역사다. 자전만화가 더 많이 나와야할 이유다. (박인하)

 

참고링크 소개

 

나가시마 신지 위키피디아(영어) http://en.wikipedia.org/wiki/Shinji_Nagashima

나가시마 신지 위키피디아(일어) http://ja.wikipedia.org/wiki/%E6%B0%B8%E5%B3%B6%E6%85%8E%E4%BA%8C

"2003년 방영된 에서... 평자들은 나가시마 신지의 대본소용 극화나 등에 자전적 만화를 그려 동시대 청소년 독자들에게 다자이 오사무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완전 의역)

 

나카자와 케이지 위키피디아(일어) http://ja.wikipedia.org/wiki/%E4%B8%AD%E6%B2%A2%E5%95%93%E6%B2%BB

나카자와 케이지 인터뷰와 <맨발의 겐> 비평 http://comixpark.pe.kr/120003484793

나카자와 케이지 <맨발의 겐>(고래가 그랬어 버전) http://comixpark.pe.kr/120015642068

전정식 <피부색깔 = 꿀색> http://comixpark.pe.kr/130044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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