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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

『프랑켄슈타인』

by 이덕휴-dhleepaul 2022. 7. 12.

​얼마전에 신예작가 김초엽(https://blog.daum.net/dhleepaul/2177?category=417271)이 쓴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소개의 글을 보았는데

그 시조 정도되는 듯한 글이 오늘 내 눈에 띄었다. 여기 옮긴다.

 

『프랑켄슈타인』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by 메리 셸리

​"인류 전체가 내게 죄를 지었는데 유일한 범죄자의 굴레는 왜 나만 써야 하는 겁니까?"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 풍부함 감정 묘사. 과학적 사고방식 위에 더해진 광대한 상상력. 이 모든 것이 독자를 흡입한다. 사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읽기 전부터 대강 스토리는 알고 있었으나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공지능, 유전공학, 인간복제 등 최근 불거지는 이슈까지 담아내면서도 진정한 인간다움을 고민하게 하는 독특한 고전. 본격 SF 장르의 물꼬를 튼 소설이다. 세계최초의 SF소설을 쓴 사람의 정체가 메리 셸리라는 19살 천재 소녀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기원후 2세기 로마시대 작가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가 최초의 SF 소설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그 사이에 무려 17세기라는 긴 공백이 있기 때문에(그토록 오랫동안 인류의 정신은 자유를 잃은 채 어둠 속을 헤매야했던 것이다) 현대 SF 소설의 선두자리에 프랑켄슈타인을 놓는 것이 마땅하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창조한 자연철학자의 이름이고 작가가 어린 소녀라는 사실에 놀랐다.

지금까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인 줄 알았다

1816년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우연히 유령 이야기를 소재로 하나씩 써보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셸리는 친구들과 스위스 및 샤모니 빙하로 여행한 경험을 소설의 배경과 글감으로 활용했다. 그래서 소설 안에 묘사되는 섬뜩할 정도로 압도적인 자연경관은 스릴러 같은 소설 속 끔찍한 사건들과 맞물려 긴장과 스릴을 더한다.

윌턴이라는 영국인 모험가의 회상과 편지로 시작되는 이야기 형식은 개인의 실제 경험담인마냥 생생함과 흥분을 더 한다. 19세기에 생명의 창조공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았을까 싶었는데 작가는 자연스럽게 독자의 손을 이끌어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북극으로 떠나던 월턴이 누나에게 항해 도중 만났던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놀라운 사연을 편지의 형식을 빌어 전달하고 있다. 촉망받던 천재 자연철학자(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은 과학 연구에 심취한 끝에 생명 창조에 욕심을 품었다.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신의 영역에도 손을 댈 수가 있다는 욕심에 눈이 먼 프랑켄슈타인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여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새롭게 탄생한 생명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불완전하고 추악했으며 몹시 흉측한 괴물이었다. 그는 그가 창조한 피조물을 혐오스럽고 구역질난다고 생각했다.

꿈에 나타날까 무서운 괴물의 모습이다

새로운 생명을 얻은 괴물이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를 찾듯 미소를 지으며 프랑켄슈타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의 눈엔 흉측한 괴물이 그를 잡아 갈가리 찢기 위해 붙잡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창조물을 내팽개친 채 달아나버렸다. 괴물은 이름조차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괴물”로 불린다.

창조자가 통제하지 못하는 괴물이 아니라 무책임한 창조자 그의 자식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채 적대적인 세상 속에서 철저히 망가지고 타락하도록 방치했던 것이다.

내가 저지른 끔찍한 짓을 하나씩 돌이켜 보면, 한때 숭고하고 초월적인 미와 장대한 선의 비전으로 생각이 꽉 차 있던 존재였다는게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말은 사실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지요. 하지만 신과 인간의 원수조차 외로움을 나눌 벗과 동료가 있소. 그러나 나는 철저히 혼자요!

 
 

신과 인간의 원수조차 외로움을 나눌 벗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다! 괴물의 비통한 울부짖음이 메아리친다. 작가는 실낙원에서도 영감을 얻은 것 같다. 소설 속에서도 언어를 배워가던 괴물이 우연히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실락원을 주워 인간의 미덕과 악에 대해 깨우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만 해도 괴물의 마음은 순수함과 선량함으로 가득했다.

문제는 인간과 같은 지성과 흉측한 그의 외모였다. 인간의 이성과 지성을 지녔으나 끔찍한 괴물같은 겉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게 돌을 던지고 격렬한 증오심을 보였다. 괴물의 선한 내면 따위 손톱만큼도 관심없다. 그들은 썩어가는 시체와 같은 끔찍한 겉모습처럼 괴물의 내면도 그와 같을 거라 생각한다. 쫓겨나고 공격받고 미움 받으면서, 괴물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고독 속에 방황했다. 그의 부모는 창조주로서 책임을 기피한 채 달아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나 인간의 증오를 먹고 살아가던 괴물은 처음의 선량함과 미덕이 사라진 채 증오와 악의 화신이 되어버렸다.

그는 자신을 창조하여 끔찍한 고통만 안겨준 프랑켄슈타인을 증오했다. 복수를 하기 위해 괴물은 창조자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며 짝을 만들어 달라 부탁한다. 둘이서 세상을 등지고 끝나는 날까지 함께 숨어 살겠노라고. 괴물의 부탁대로 짝을 만들어주던 프랑켄슈타인이 처음으로 창조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새로운 종족, 통제할 수 없는 종족의 탄생과 그로 야기될 인류의 비극을 떠올린 것이다. 창조주에게마저 자신의 존재를 거부당하자 증오심에 눈이 먼 괴물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의 가족, 친구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하나씩 죽어갔다. 둘 사이에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연인마저 잃은 프랑켄슈타인은 오직 괴물을 죽이겠다는 복수심에 불타 살아갔으나 그건 괴물도 마찬가지였다.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친 프랑켄슈타인이 윌턴의 배 위에서 죽자 괴물이 미친 듯 울부짖었던 것이다. 그는 후회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윌턴에게 말한다.

내 심장은 사랑과 연민을 위해 만들어졌다고요. 불행에 짓눌려 죄악과 증오를 품게 되었을 때도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문 같은 아픔 없이는 그 지독한 폭력을 견뎌낼 수 없었던 말입니다.. ..머지않아 나는 죽겠지요. 그리고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더는 느끼지 못할 겁니다. 타오르는 아픔도 곧 끝나겠죠. ..내 영혼은 평화로이 잠들 것이고 행여 영혼이 생각한다 해도 분명 이런 식은 아닐 겁니다. 이제 안녕히.

그리고 괴물이 차가운 북극 바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괴물이 증오 대신 사랑을 받았더라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메리 셸리는 풍부한 상상력에 더하여 갈바니즘(galvanism :생체전기로 생명활동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려 한 이탈리아 해부학자이자 생리학자 갈바니의 이론)이라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과학이론을 이용하여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가능성과 이에 따르는 윤리와 책임이라는 철학적 담론을 “생명창조”라는 독창적인 이야기에 엮어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밀턴의 실낙원과 프로메테우스의 인간 창조설에도 영감을 얻어 다양한 해석과 창조의 원천이 될만한 고전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SF소설이자 공포소설, 스릴러의 분위기도 묘하게 어우러진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철학적 담론과 과학이 이루어낼 수 있는 가능성(그 결과가 밝지만은 않은), 윤리의식이 없는 과학자에 대한 경고(이는 오늘 날의 유전공학, 인공지능, 생명공학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순수했던 존재가 끊임없이 소외당하고 배척받은 채 비극적인 괴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어둠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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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나이먹도록 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으로 알았고 

괴물의 탄생배경이 생명과학의 시조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무단으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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