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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

짧은 영시 (52-1) 도로시 파커

by 이덕휴-dhleepaul 2022. 8. 3.

베테랑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의 "폴리 베르제르 바" (A Bar at the Folies-Bergère, 1882)​

도로시 파커

내가 젊고, 용기 있고, 강했을 때,

아,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깃발을 휘날리며,

세상을 바로잡으러 달려 나갔지.

"나오라, 개자식들, 싸우자!" 난 소리쳤어,

그리고 한 번밖에 못 죽는 것을 슬퍼했다.

하나 난 이제 늙었고, 선과 악은

미친 격자무늬처럼 얽혀 있다.

난 앉아서 말하네, "세상이 그런 거지.

세상 흐르는 대로 사는 사람이 현명하네.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으나 -

큰 차이가 없어, 젊은이여."

무기력함이 내 온몸을 마비시킨다,

그걸 철학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번역 / 필자)

도로시 파커의 이 시는 젊음과 늙음을 대비시키고 있다.

젊음의 혈기, 용기, 무모함과

늙음의 노회함, 지혜, 무기력함을

인생의 연륜을 쌓은 베테랑의 시점에서 대조해 보고 있다.

베테랑(vétéran)은 불어에서 온 말로 오랜 군 경력의 사람을 말한다. 일상적인 말로는 경험을 많이 쌓은 숙련가, 노련한 사람을 의미한다.

첫째 연에서, 시인이 젊었을 때는 정의감에 불타고 있다. 그때는 불의를 보고 참을 수가 없다.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right was right, and wrong was wrong)

정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세상을 바로잡으러' (to right the world) 어디든지 가고 있다.

목소리도 드높이 '개자식들, 한판 붙자' (You dogs, fight!) 라고 외치고 있다.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수십 번도 죽을 수 있는데, 한 번밖에 죽을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이제 늙었다. 세월을 살면서 보니, 자기가 생각했던 정의도 그렇게 똑바른 것 같지 않았고, 불의로 매도했던 것들도 어쩔 수 없는 딱한 사정들이 있는 사례도 있었다.

뒤돌아보니, 선과 악이 서로 얽혀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될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마치 세상이 미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인은 이제 나이 들어 젊은이(my son)에게 말하고 있다.

'세상이 그런 거지.

세상 흐르는 대로 사는 사람이 현명하네'

(The world is so,

And he is wise who lets it go)

살면서 이룬 것도 있고 실패한 것도 있지만, 나이 들어 되돌아보니,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한다.

셋째 연에서, 젊음의 혈기는 사라지고, 시인은 이제 온몸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슬픈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원숙함이고, 지혜이고, 심지어 철학이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고 시인은 한탄하고 있다.

위 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83)의 "폴리 베르제르 바" (A Bar at the Folies-Bergère, 1882)​​이다.

The veteran

By Dorothy Parker

When I was young and bold and strong,

Oh, right was right, and wrong was wrong!

My plume on high, my flag unfurled,

I rode away to right the world.

"Come out, you dogs, and fight!" said I,

And wept there was but once to die.

But I am old; and good and bad

Are woven in a crazy plaid.

I sit and say, "The world is so;

And he is wise who lets it go.

A battle lost, a battle won--

The difference is small, my son."

Inertia rides and riddles me;

The which is called 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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