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대한 예찬
에라스무스(Erasmus)의 『우신예찬』(愚神禮讚)에서 우신은 세상사을 주관하는 것은 합리성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라고 주장한다. 우신에게는 지혜보다는 무지가, 이성보다는 감성이, 금욕보다는 욕구와 정념이 인간들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요소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는 갑자기 사랑의 광기라는 주제가 다루어 지고 있다. 광기는 인간이 이성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영감(靈感)이나 신들림 같은 것이다. 우신에게 광기는 어리석음의 극치이고, 사랑의 광기를 가진 인간이 가장 행복한 인간이다.
[고전본문]
플라톤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광기는 가장 행복한 상태라고 적었습니다. 사랑에 푹 빠진 사람은 더 이상 자신 안에 살지 않고 그가 사랑하는 대상 안에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상대방에게로 들어가면 갈수록 그는 더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영혼이 몸으로부터 나와 여행하기를 갈망하고 그 자신의 신체 기관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분명, 확실히 그 상태를 광기라고 부를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신이 나갔다’, ‘정신이 돌아오다’ 그리고 ‘제정신이냐?’와 같은 흔한 구절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게다가 사람이 더욱 완벽할 때 광기는 더 크고 더 즐겁습니다. 그렇다면 경건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러한 열정으로 갈망하는 높은 곳을 묵상하는 사람들에게 미래의 생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승리자이자 더욱 왕성한 영은 육체를 다스리고 흡수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영혼이 본래 자리에 머물기 때문에 훨씬 쉽게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럴 수 있는 것은 사는 동안 영혼이 이러한 변화를 준비하며 이미 육체를 정화하고 가볍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영혼은 무한한 각 영혼들 보다 훨씬 더 강력한 최고의 영인 성령(聖靈) 에 의해서 놀라운 지혜에 흡수될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 전 존재가 자기 자신 바깥에 있게 될 것이며, 그 이외에는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입니다.
『우신예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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