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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지기칼럼

성서의 중심사상은 정의

by 이덕휴-dhleepaul 2018. 6. 30.


성서의 중심사상은 정의 - "정의의 실천으로 사랑을 풀이해야"


 정의를 실천하는 신앙 (분도 1980. 2000-2) 232 John Haughy, Gospel That Speaks Justice (New York, 1977)

교회가 본연의 사명을 다하려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리스도 신자들이 정치·사회적 변혁을 시도하는 행동의 신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들은 그리스도교 신앙과 사회정의의 관계를 밝히려고 시도한다. 그리하여 세계 문제에 투신하면서도 자기 신앙에 성실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통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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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신앙은 세계의 정의를 구현하는 일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심지어 지상의 비참한 사람들로 하여금 후세에 풍성한 보상을 받으리라는 기대를 갖고서 
자기네 참상을 참을성 있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함으로써 불의를 조장했다는 공격까지 받고 있다.

    

 "구약성서에서  인간 생활의 전반적인 관계를 규정짓는 데 세다카(정의, 의로움)라는 개념보다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개념이 또 없다"(폰 라드). 
    

 "전체로 본 성서는 단 하나의 주제, 즉 하느님의 의로우심이 계시되는 역사라고 단언할 수 있으며,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슈라이). 정의에 대한 신약성서의 가르침은 구약성서만큼 풍부하지도,

직설적이지도 못하다. 
 

그렇지만 정의는 신약성서의 중심사상이다(마태 6:33; 23:23). 
초대교회는 부활하신 예수를 '의로운 분'이라고 주장했다(행전 3:13 이하; 7:52). 
    

바울은 하느님의 정의, 믿음을 통해 세상에 주시는 정의를 몹시 강조한다. 


요한계시록은 정의를 성실한 이에게 내리시는 종말의 보상으로 생각하는 

사상 노선을 따르고 있고(묵시 19,11), 
    

야고보서와 요한1서는 사회의 고통받는 구성원들을 보살피는 일을 중요시한다.

    

 현대에 와서 신앙과 정의의 연관성에 관한 토론이 많다. 
사회정의를 지향하는 신학을 정립함에 있어 구약성서와 예수의 가르침이 자주 거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로운 사람은 그의 신실함(믿음)으로 살리라"(합 2:4)는 
구약성경을 인용하고(롬 1:17 참조),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에서 신앙과 정의의 관계에 대해 오랜 투쟁을 전개한 바울의 가르침이 
이 분야에 거의 인용되지 않음은 역설적 현상이라 하겠다. 


바울이 관심을 끌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종교개혁 시대 이래로, 
하느님의 정의에 관한 바울의 가르침은 죄인인 인간이 어떻게 의로우신 하느님께 받아들여지느냐는 
어려운 문제를 중심으로 고찰되었다. 
    

바울에 관한 개인주의적이고 실존적인 연구의 대부분이 

바울의 정의관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출발하고 있다. 


최근의 성서 주석에서는 바울의 사상을 바리새파의 의인관을 배경으로 논하지 않고, 
하느님의 의에 관한 구약성서와 묵시문학의 사상을 배경으로 논한다. 
바울이 주장한 예수께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인(義認)이 

지금까지는 개인적 의미로만 해석되어 왔는데 사실 그것은 사회적 차원을 지닌다. 
    

개인의 구원과 의인(義認)에 관한 바울의 주장은 세상의 구원과 정의를 배경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또 바울이 말하는 복음 선교는 단지 케리그마의 설교가 아니고 화해의 직무이자 정의의 봉사, 
공동체 내의 고통받는 지체들을 염려하는 관심에서 이루어진다. 
바울이 사용한 구원의 유비 개념들은 모두 하느님의 정의를 묘사하는 개념들이다.

    

성서는 인간 생활에서 무엇이 정의이며 불의인지 구체적으로 열거한다. 
성서를 번역하는 이들의 사명은 성서 기자들의 삶을 이루었던 정의관을 
이 시대에 생생하게 옮겨 놓는 것이다. 
    

성서 해석은 반드시 해석자의 사회적 배경에 좌우되게 마련이다. 
마틴 루터는 의로우신 하느님과 죄 많은 피조물의 관계라는 
중세 말기의 문제와 씨름한 끝에 정의의 하느님을 사랑의 하느님으로 풀이했다. 
    

우리 시대의 과업은 그 역이 되어야 하리라고,  즉 하느님의 사랑을 정의의 실천으로 풀이해야 한다고 본다. 
(존 호기 편, 성염 역, 『정의를 실천하는 신앙』, 분도출판사, 13-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