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제1호' 유동규 자술서 "검사실에서, 검사가 준 용지에 썼다"
'증 제1호' 유동규 자술서 "검사실에서, 검사가 준 용지에 썼다"
고일석 에디터goandgo1@mindlenews.com
- [jd고일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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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입력 2023.03.10 07:40
- 입력 2023.03.10 07:40
- [jd수정 2023.03.10 09:56[김용 공판] 재판장 직접 나서 신빙성 집중 신문진술인, 진술날짜는 컴퓨터 서체로 미리 인쇄돼유동규, "자발적 기술" "검사요청에 따라" 횡설수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9. 연합뉴스검찰은 유동규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백을 하기 전까지는 이 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얘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자필 진술서가 순서 상으로 보나 비중으로 보나 이 사건의 ‘첫번째 증거’, 즉 ‘제1호 증거’다. 공판정에서는 ‘증 제1호’로 불린다.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유동규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 검찰의 오전 주신문을 마친 뒤 재판장(형사합의 23부 조병구 부장판사)은 유동규에 대한 직접 신문에 나섰다. 재판장은 “이런 사건에서 진술자의 신빙성이 가장 중요하고, 특히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경우 그 원인이 신빙성 판단에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며 유동규가 밝힌 ‘가짜 변호사’와 ‘검찰의 회유가능성’ 등에 대해 묻다가 검사에게 유동규의 자술서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거기에 재판장은 날짜와 ‘진술인’ 부분이 미리 인쇄되어 있는 것을 예리하게 발견해 지적했다.이는 ‘증 제1호’ 자필 진술서가 유동규의 자발적 의지보다 검찰의 회유에 의한 것이거나, 최소한 검찰과의 조율 아래에서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이 된다.변호인단이 8일 첫 공판에서 제시했던 ‘유동규 검찰 조사 외 검사와의 면담시간’과 연결시켜보면 ‘회유 혹은 조율의 정황’은 더욱 뚜럿해진다. 변호인단은 이날 ‘내용이 기록되지 않은 검사와의 면담’ 시간이 한 달 동안 총 12시간 15분에 이른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는 김용 전 부원장이 유동규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살펴보면서 파악한 사실이다.유동규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밝힌 9월 26일 이후 한 달 여 동안 '내용이 기록되지 않은' 면담이 총 12시간 15분 있었다. 그래픽 고일석.2022년 10월 6일부터 11월 3일까지 한 달 동안 있었던 ‘비밀 면담’ 중 10월 6일 총 12시간 15분 중 3분의 1에 달하는 4시간 30분의 면담이 있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0월 8일 유동규의 자필 진술서가 제출됐다. 10월 6일 장시간의 면담 동안 진술서의 내용을 조율하고 10월 8일에 최종적으로 진술서를 작성한 뒤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그런데 사실은 “조사받다가 제가 얘기하겠다고 종이를 달라고 했다”는 유동규의 답변은 이와 관련한 검찰의 설명과 전혀 다른, 정반대의 내용이었다.검사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증인신문 첫머리에서 확인하고 넘어간 것인데도, 유동규가 재판장의 예기치 않은 질문에 돌발적으로 엉뚱한 얘기를 한 것이다. “자발적 진술”이라는 점을 최대한 강조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나온 과잉 행동이었다.유동규는 이 사건의 시발점이 된 ‘심경 변화’에 대해 “‘윗분이 보냈다’는 변호사가 변호는 하지 않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캐내고 의중을 파악하기만 하려는 것 같아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재판장은 그보다 “구속 만료를 앞두고 구속 연장 여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여부를 집중해서 물었다.또한 재판장이 지적한 대로 당시 유동규는 추가 기소된 위례신도시 관련 부패방지법과는 별도로 뇌물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바로 남욱으로부터 받은 8억4700만원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이 유동규의 ‘자백’에 따라 ‘정치자금’으로 탈바꿈해 김용 전 부원장에 대한 기소에 이르러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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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분은 유동규의 진술을 최대한 압축해놓은 것으로서, 실제 답변은 총체적인 횡설수설과 오락가락의 연속이었다. 유동규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9월 26일은 위례신도시와 관련해 부패방지권익위법(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남욱·김만배와 함께 추가 기소가 이루어진 날로 세 명 모두 구속 기간 연장이 유력한 상태였고, “남욱·김만배도 함께 석방됐다”는 것은 결과일 뿐이었다.
- 유 전혀 없었습니다.
- 재 협박이나 회유 등의 상황은 없었다?
- 유 못 들었습니다.
- 재 이와 관련해서 새로 구속영장 받는다든지 그런 논의나 이야기 들은 건 없나요?
- 유 조사 다 끝나서 재판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재 공직자 이해충돌과 뇌물 사건 있지 않았나요?
- 유 거의 없었습니다.
- 재 이 당시에 본인이 재판받고 있던 대장동 본류 사건 이후 추가 조사를 받는 사건이 몇 건 더 있었나요?
- 유 저뿐만 아니라 남욱, 김만배도 구속 만료로 석방됐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재 하나만 묻겠습니다. 2022년 9월 26일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고 답변을 했고 그 원인이 ‘가짜 변호사’ 때문이었다는 취지인데, 이 당시가 대장동 본류 사건에서 구속기간 1년이 만료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구속이 연장될지 석방이 될지가 의사를 결정하는 데 영향이 있지 않았나요?
- 재판장 “구속연장 여부 영향 있지 않았나?”
- 남욱 변호사가 2022년 11월 21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유동규는 이보다 한 달 앞선 10월 20일, 김만배는 사흘 뒤인 11월 24일 석방됐다. 2022.11.21. 연합뉴스 자료사진
- ‘증 제1호’ 유동규의 자필 진술서는 유동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검사가 양식을 만들어 내준 용지에 쓴 진술이라는 점과,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도 아니고, 불과 한 시간 전에 검사가 확인한 내용과 정반대로 상충하는 답변을 한 것은 유동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대목이다.
- 이 문답은 검사의 증인 신문 중 거의 첫 부분에서 있었다. 검사의 설명은 “조사받다가 제가 얘기하겠다고 종이를 달라고 했다”는 유동규의 답변과는 달리, 진술서 작성 이전에 유동규가 면담을 요청해 먼저 그 내용을 말했고, 이틀 뒤 검사가 “면담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해달라”고 요청해 진술서를 썼다는 것이다.
- 유 네, 맞습니다.
- 검 면담 후 검사는 진술내용 검토 후 정식조사 여부 정하겠다고 했고, 10월 8일 검찰에 출석했을 때 검사가 먼저 면담 내용 서면 작성할 것을 요청해 ‘증 제1호’ 진술서를 작성해서 제출한 것 맞나요?
- 유 네.
- 검사(이하 ‘검’) 2022년 10월 5일 이해충돌법 7회 조사에 출석해 조사 시작하기 전 검사에게 진술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며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당시 김용에게 이재명 경선자금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진술한 사실이 있지요?
- 자술서 작성 경위, 검·유동규 정반대로 설명
- 검사가 피의자와 조사 이외의 면담을 할 경우 상세한 내용을 기록하지는 않더라도 면담 내용을 정리한 ‘면담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확인한 결과 이 기간 동안의 면담보고서는 단 한 건도 작성된 적이 없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비밀 면담’이었던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것을 유동규에 대한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로 제시했다.
- 기록 남기지 않은 ‘비밀면담’ 12시간 15분
- 진술자가 자유롭게 작성한 진술서라면 날짜까지 자필로 쓰는 것이 보통이다. “종이를 달라고 해서 썼다”는 유동규의 말만 들으면 검사실에서 백지를 받아 작성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사실은 검사실에서 유동규가 진술할 내용에 맞춰 줄을 긋고 날짜까지 미리 기입해놓은 ‘양식’을 만들어 주고, 유동규는 거기에 맞춰서 진술서를 쓴 것이다.
- 유 (잠시 침묵하다 횡설수설)
- 재 그런데 자필진술서인데 날짜는 인쇄가 돼 있네요?
- "진술서, 미리 만들어진 양식" 찝어낸 재판장
- 유동규의 자필 진술서의 모사 그래픽. 본문은 유동규의 자필로 되어 있는데 날짜와 진술인, 날인 부분은 워드 서체로 미리 인쇄되어 있다. 그래픽 고일석.
- 보통 자필 진술서는 구속 상태인 경우 구치소에서 직접 작성해 제출한다. 용지도 A4 용지에 자유롭게 적어서 낸다. 그런데 유동규의 진술서는 줄이 그어진 편지지의 양식을 띠고 있고 재판장은 이 진술서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다는 점을 짚어 구치소가 아닌 검사실에서 작성됐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것만으로 진술서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
- 유 네.
- 재 검사실에서 조사받다가 쓴 건가요?
- 유동규(이하 ‘유’) 조사받다가 제가 얘기하겠다고 종이를 달라고 했습니다.
- 재판장(이하 ‘재’) 최초 작성한 자필 진술서 좀 확인하겠습니다. 제시해주세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자필 진술서를 좀 보여주시죠. (자술서가 화면에 나타난 뒤) 이 종이는 어디서 구했나요?
- 재판장 “자술서 확인하겠다. 종이는 어디서?”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2022년 10월 8일 “김용이 이재명 대선자금 10억을 요구해 남욱에게 얘기해 총 8억 4700만원을 받아 김용에게 6억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필 진술서(자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 자필 진술서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시작이었다.
- 자술서 쓰기 이틀 전 검사와 ‘비밀면담’ 4시간 30분
- 자술서 실물 화면에 띄워 놓고 보니 준비된 양식
- 수정 2023.03.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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