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2월에, 태어난 지 열아홉 달밖에 되지 않은 헬렌은 열병으로 며칠 동안 심하게 앓았고, 누구도 헬렌이 살아남을 것이라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의 의사들은 헬렌의 병이 뇌척수막염이라 했지만, 성홍열을 앓았거나 풍진에 걸렸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 헬렌의 열병은 마침내 가라앉았지만 헬렌은 시력을 잃어 장님이 되고 청각까지 잃어 말도 할 수 없는 삼중고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헬렌은 1880년 6월 27일 앨러배마 북서쪽에 있는 작은 시골 터스컴비아에서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금발의 곱슬머리, 연한 파란색의 눈동자, 무슨 말이든 금방 알아듣는 영리함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습니다. 헬런의 어머니 케이트 켈러는 키가 크고 금발에 파란 누동자, 매끄러운 살결을 가진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동맹군 해병대의 준장을 지낸 찰스 애담스의 딸이었습니다. 남편인 켈러 대위는 남부의 명문가 출신으로 한때 변호사로 일을 했고, 남부동맹군의 대위로 복무했고, 앨러배마 북쪽 지역 사령관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군 복무 후 면화 농장를 경영했지만 수입이 좋지 않아서 주간지 신문을 발행하는 등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헬렌의 엄마는 자기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켈러 대위와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케이트와 결혼하기 전 사라 로서라는 여인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두었지만 사라는 서른여덟 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케이트가 시집왔을 때 스무 살이 넘은 큰아들 제임스와 십대의 작은 아들 윌리엄이 있었습니다. 헬렌의 부모는 헬렌을 치료하려고 먼 곳까지 여행하면서 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어떤 의사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헬렌은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나는 너무 어려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모든 것이 깜깜하고 조용했다. 나는 밤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게 되자 좌절한 헬렌은 마치 야생동물처럼 되어 갔습니다. 화를 잘 내고 소리를 지르며 걷어차고 물어뜯고 때렸습니다. 아무도 이 아이를 길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친척들은 헬렌을 괴물로 여겼고, 어뗜 이는 헬렌은 정신장애가 있으니 보호시설로 보내는 것이 좋다고 하였으나, 헬렌의 어머니는 이런 말을 듣지 않고 헬렌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가여운 딸을 끔찍이 사랑했습니다. 헬렌은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했고, 손으로 물체를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헬렌이 난폭하게 자라가고 있을 때에 헬렌의 엄마는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쓴 <미국의 비망록>에서 로라 브리지먼이라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로라는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났으나 두 살 때 성홍열을 앓고 난 뒤에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리고 후각과 미각마저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런 아이가 1831년 미국의 보스턴 남부에 처음 세워진 퍼킨스 시각장애학교의 초대 교장이었던 새뮤얼 그리들리 하우이 박사를 만나면서 달라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건에 점자를 붙여서 손으로 만지게 하여 배우고, 그 다음에는 청각장애인들의 수화 알파벳을 가르쳐 명사, 동사, 형용사를 배우게 했습니다. 헬렌의 나이 아홉 살이 되었을 때에 로라는 1889년 평생을 살아온 퍼킨스 학교에서 예순 살의 나이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헬렌의 엄마는 로라의 이야기를 읽고 희망을 가졌습니다. 헬런의 부모는 최선을 다해 안과 의사들을 찾아다니다가 워싱턴에 있는 한 안과 의사로부터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전화기를 발명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을 소개받았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벨은 청각장애와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세계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보청기를 끼어야만 알아들을 수가 있었고, 그의 아내도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듣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습니다. 1876년에 전화기를 발명한 것도 좋은 보청기를 만들어 보려는 과정에서 이루어 낸 것이었습니다. 헬렌의 엄마는 헬렌을 데리고 함께 벨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친절하고도 부드럽게 헬렌을 대했으며, 두 사람은 곧 친구가 되었고 그 우정은 오래오래 계속되었습니다. 벨은 헬렌의 부모에게 퍼킨스 학교의 교장인 마이클 애너그노스에게 편지를 써 보라고 권했습니다. 애너그노스는 하우이 박사의 사위로, 하우이 박사가 세상을 떠난 후 이 학교의 교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헬렌의 아버지는 헬렌을 가르칠 만한 선생님을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썼고, 애너그노스는 당시 스무 살이었던 앤 맨스필드 설리번(이후 애니로 씀)을 생각했습니다. 애니는 애너그노스의 제자 가운데 뛰어난 사람이었으며 나이가 든 로라 브리지먼과 함께 지내기도 했으므로 하우이 박사가 로라를 교육한 방법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애니는 장애인은 물론 정상적인 아이도 가르쳐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애니의 부모는 아일랜드에서 건너온 아주 가난한 노동자였습니다. 애니의 아버지 토마스 설리번은 농장에서 품을 팔아 생활했으며 알콜 중독자였습니다. 1866년 4월 14일에 엄마 앨리스는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마사추세츠 주의 피딩 힐스에서 애니를 낳았고 아래로 동생 넷을 더 낳았습니다. 애니의 바로 아랫동생 앨런은 다섯 살에 뇌수막염으로 죽었고, 셋째 조니도 태어난 지 곧 죽었습니다. 애니의 엄마는 결핵뿐만 아니라 엉덩이와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어야 걸을 수 있었습니다. 애니는 다섯 살에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는 전염성의 트라코마 결막염에 걸렸고 너무 가난하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년 후에 병원에 가니 애니의 눈은 최악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애니의 엄마는 결핵으로 애니가 여덟 살 때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년 동안 아버지와 함께 살았으나 아버지마저 두 아이를 버렸습니다. 그 뒤 성인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소식을 듣지 못했고, 아버지를 찾을 마음도 없었습니다. 열 살의 애니와 다섯 살의 지미는 부농의 친척에게 맡겨졌으나 그곳에서도 버림받아 1876년 2월 22일에 매사추세츠 툭스베리의 주립병원에 있는 빈민보호시설에 보내졌습니다. 이 빈민보호시설은 환경이 너무 나뻐서 그곳에 들어간 스물일곱의 고아 아이들은 애니를 빼고는 다 죽었습니다. 이 시설에 들어온지 석 달이 지났을 무렵 동생 지미도 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애니는 동생 지미의 차가운 시신을 만져보고 비명을 지르며 통곡했고, 애니도 죽고 싶은 마음을 크게 가졌습니다. 4년이 지났을 때 함께 살던 여인으로부터 애니도 맹인들의 특수학교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느 날 병원의 환경을 조사하기 위하여 조사관 프랭크 샌본이라는 사람이 온다는 것을 알고, 조사관이 찾아오자 애니는 무작정 뛰어들어 외쳤습니다. "샌본 선생님,샌본 선생님, 저를 학교에 보내 주세요." 애니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없었고, 아무 대답도 없이 그들은 떠났습니다. 애니는 절망하여 침대에 엎드려 울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짐을 싸라는 소식이 왔고, 보스턴에 있는 퍼킨스 매사추세츠 시각장애아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1880년 10월, 애니가 열네 살이고, 헬런 켈러가 태어난지 석달이 되었습니다. 퍼킨스 학교는 애니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애니는 읽을 줄도 몰랐고, 덧셈과 뺄셈도 할 줄 몰랐습니다. 아이들은 애니를 놀렸고 성격이 거친 애니는 그럴 때마다 화를 냈습니다. 퍼킨스 학교는 애니를 유치원에 보냈고, 애니는 그곳에서 여섯 살 어린이들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빠르게 발전하여 다른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가 있었으나 거친 성질은 잘 교쳐지지 않아 다른 학생들과 잘 다투고, 한번은 어떤 선생님과 다투어서 학교에서 쫓겨날 뻔했습니다. 새로 부임한 마이클 애너그노스 교장이 특히 애니를 따뜻하게 이해해 주고 지켜주었습니다. 선생님들이 공부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법도 가르쳐 주어서 애니는 자기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친절한 학생이 되었습니다. 애니는 6년 동안 퍼킨스 학교를 다닌 끝에 1886년 마침내 학급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하여 졸업식에선 학생 대표로 고별사를 하였습니다. 퍼킨스 학교에서 애니는 로라 브리지먼과 가까이 지내고 하우이 박사의 가장 유명한 제자인 이 사람과 한동안 별채에서 함께 지내기도 했습니다. 애니는 1년 동안 안과 수술을 두 번 받고 글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애니는 해군 대령의 미망인 소피아 홉킨스 부인과 나이 많고 교양 있는 아네트 로저스여성의 후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애니가 스무 살이 되었으나 어떻게 돈을 벌어서 살아가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해 여름 홉킨스 부인과 함께 케이프 코드 바다를 찾아가서 해변을 거닐면서 장래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1886년 8월 26일에 애니는 마이클 애너그노스 교장으로 부터 켈러 씨 집에서 시각-청각 장애의 딸의 가정 교사를 구하니 잘 생각해 보고 대답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애니는 보스턴으로 돌아와 로라를 가르친 하우이 박사의 기록을 읽으면서 몇 달을 보냈습니다. 애너그노스 교장은 주저하는 애니를 격려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니는 마침내 결심했습니다. 장애아를 가르치는 것이 자기가 할 수 있는 하나뿐인 일이라고 생각했고, 헬렌 켈러의 아버지는 한 달에 25달러를 주겠다고 했는데 그 정도면 더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1887년 3월 초에 애니는 헬렌이 사는 앨러배마의 터스컴비아로 떠났습니다. 홉킨스 부인과 애너그노스 교장이 기차 값을 빌려 주었고, 퍼킨스 학생들이 사준 인형을 들고 갔는데, 그 인형의 옷은 로라 브리지먼이 만들어 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헬렌의 일생을 완전히 바꾼 애니 설리번 선생을 헬렌 켈러가 만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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