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잘하는 법이라는 말에 상당히 거부감을 느꼈다. xx를 잘하는 법이라는 게 있는가? 예를 들어서 밥을 잘 먹는 법이라고 하자
그게 맞는 말인가?? 시장이 반찬이고 사흘 꿂으면, 뭐든 맛있다. 도루묵이라는 게 있잖은가? 암튼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를 잘하는 법이라는 게
따로 있지 않고, 독자의 입에 잘 맞는 글이면 그 글은 잘쓰여진 것이다. 근데 그 독자라는 게 각자의 생각과 관점이 다르다. 취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제격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제격이 뭔가 자기 입맛에 잘 맞는 것이 제격이다. 그러면 잘 읽게 된다. 그러면 잘 쓴 걸이라고 할 수 있는 데
그게 꼭 글 잘쓰는 법이라고 까지 말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읽어보는게 좋을 것 같다. - 이덕휴식
작가 유시민이 말하는 글 잘 쓰는 법
[책 뒤안길] 유시민의 글쓰기 이론 <공감필법>
"책을 읽을 때는 글쓴이가 텍스트에 담아 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독서가 풍부한 간접 체험이 될 수 있다. 간접 체험을 제대로 해야 책 읽기가 공부가 된다. 그리고 남이 쓴 글에 깊게 감정을 이입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가상의 독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 자기 생각과 감정 가운데 타인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골라낼 수 있고, 그것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쓰게 된다." - 본문 8쪽
유시민이 말하는 독서를 통한 공부법과 글쓰기 방법이다. 참 쉽게 말한다. 남의 감정을 내 감정으로 소화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건만, 이 말만은 진리다. 남의 글에 감정이입을 안 하면서 내 글로 남을 감동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 이게 항상 문제다. 글을 읽을 때 그 글로 들어가야 하는데 주변을 맴돌 때가 여간 많지 않다. 어떤 책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때도 있다. 물론 그럴 땐 중간에 책을 덮는 경우도 있다. <공감필법>은 나와 뜻(생각, 지식)이 다른 책을 읽더라도 글쓴이의 감정을 헤아리려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유시민은 스스로를 작가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알고 있다. 17대 국회의원과 44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의당 당원이기에 그를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는 은퇴를 선언했고 본인은 작가라는 이름을 몹시도 좋아하는 눈치다.
정치인이 아닌 작가로서의 유시민
유시민은 JTBC의 <썰戰>에서도 자신을 작가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하고 있다. 이름 하여 '유 작가' 다. 유 작가는 자신을 '지식 소매상'이라고 말한다.
그는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발표했다. <유시민의 논술 특강>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표현의 기술>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공저를 비롯하여 많은 저작물들이 있다.
실제로 유 작가는 <창작과비평>을 통해 중편소설 <달>로 등단한 작가다. 그는 지식을 통해 현실 정치에서의 변화를 열렬히 모색했던 정치인으로서 글쓰기를 새로운 삶의 모색으로 독자들과 만난다. 그는 독서가 글쓰기의 모체라면서 먼저 다른 이의 책 내용에 공감해야 다른 이를 감동시킬 수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창작과비평(창비)'이 50주년 특별기획으로 '공부의 시대'라는 강연을 개설했다. 이 때 강만길, 김영란, 유시민, 정혜신, 진중권 등 다섯 명의 지식인들이 강연자로 나서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대하여 강연을 했다. 강연 후 강의록을 보완하여 책으로 냈다. 이른 바 '공부의 시대' 시리즈물이다.
그 중 한 권이 유시민의 <공감필법>이다. 저자는 책에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말한다. 책은 유시민이 털어놓는 공부의 비법과 의미를 글쓰기로까지 연결시킨다. '감동' '감정이입' '감정' 등의 단어와 친해질 때 비로소 공부가 되고 글쓰기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몇 가지 테마를 설정하고 그에 가장 대표적이라고 꼽는(물론 저자 자신의 주장) 작가의 책들을 설명하며 자신의 이론을 첨언한다. 정체성, 감정, 공감, 태도, 격려, 어휘 등을 주 테마로 설정하고 각각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칼 쎄이컨의 <코스모스>, 신영복과 '떡 신자 이야기', 굴원의 <어부사>, <맹자>와 <유한계급론>, 건축자제론 등이 등장한다.
글을 잘 쓰려면 "공감하라"
저자에게 글쓰기란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행위"다. 그 어떤 것보다 저자에게 감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남의 감정을 살피고, 내 감정을 글로 드러내야 한다. 저자가 머리로 이해하는 독서보다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다. '어떤 책이든 글쓴이와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지 말고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텍스트에 담긴 그대로 이해'하는 '공감'이 필요하다.
독서는 가장 좋은 공부의 방편이고 더 나아가 글쓰기 또한 중요한 공부의 방법이기에 배우려는 자는 둘을 동시에 추구할 수밖에 없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휘를 늘려야 하고, 그 방법 중 추천하는 것은 하루 한 문장, 말하듯이 쓰는 습관을 추천한다.
[정체성]
유발 하라리가 '사람'을 굳이 '사피엔스'라고 말하는 건 여러 종의 생물 가운데 한 종으로의 '사람'을 말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체성이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사람의 정체성은 의미부여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우리가 탐하고 갈망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도 객관적으로 의미 있는 건 아닙니다. 돈, 지식, 권력, 명예, 다른 모든 것들도 내가 의미를 부여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스스로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의미 있는 사람의 방법을 찾아나간다는 것을 빼면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종과 다를 게 없어요." - 본문 30쪽
그러니까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공부와 글쓰기의 이유란 것이다. 그러기에 하루를 '사피엔스의 일원으로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챙기며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한다'고 토로한다.
[감정, 공감]
저자에게 공부는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감정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것이다. 칼 쎄이건의 <코스모스>는 과학 대중화에 영향을 미친 책이지만 저자의 어린 시절 감정을 곳곳에 심어두었기에 과학 문외한이라도 읽고 공감할 수 있다.
책은 '별은 무엇일까?'라는 어린 시절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누구나 갖는 질문이다. 그러기에 과학 서적이지만 누구나 관심을 갖고 읽고 공감하게 된다. 공부는 남의 감정을 읽는 것이고 글쓰기란 그런 감정을 남에게 글로 전달하는 것이다.
저자가 들고 있는 신영복의 '떡신자 이야기'는 참 공감 가는 이야기다. 떡을 받기 위해 사찰과 교회를 오가는 교도소 신자 이야기다. 인간관계의 변화가 곧 그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공감의 좋은 예이다. "어떤 지식과 정보를 주로 전달받으며 어떤 감정을 전하는 텍스트를 주로 읽느냐에 따라 세계와 타인과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 본문 60쪽
저자는 굴원의 <어부사> 중에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라"는 구절을 모토로 위인의 인생이 아니라 나다운 인생을 각오했다면서 "인생행로를 변경하려고 할 때 누군가의 글에서 용기를 얻는 것도 공부"라고 말한다.
저자는 "뜻을 얻었을 때는 백성과 함께 길을 가고, 그렇지 못하면 홀로 그 길을 간다"는 맹자의 가르침이 정치를 은퇴하고 다시 자신의 길(작가의 길)을 가게 했다며, 이런 격려가 글에 녹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스타 배블런의 <유한계급론> 또한 자신을 격려하는데 적격이었다는 소회를 밝힌다.
어휘
가치 있다고 여기는 정보, 옳다고 여기는 생각,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게 글인데 어휘가 부족하다면 글로 옮기기 힘들게 된다. 건축 자재가 부족하면 건축을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메모하는 습관과 '하루 한 문장'을 추천한다. 한 문장을 적은 메모가 쌓이면 꼭지가 되고 꼭지가 쌓이면 디렉터리를 만들어 보관하는 방법을 말한다.
유시민은 자신이 작가라는 이름을 좋아하듯, 글쓰기에 관한 생각이 쉽고 간편하다. 장황한 이론보다 현실성 있는 접근이 참 맘에 든다. 많은 이들이 그의 책을 사랑하는 건 많은 감동을 주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내려놓으며 이것 하나만이라도 실천해야지 싶은 게 있다. 메모 습관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 절실해진다. 금방 떠오른 명문장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적어 놓자. 그리고 열어보고 다른 문장과 연결하자. 그럼 어느 새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안기는 명문장가가 되지 않겠는가. 독자들도 한 번 따라 해보시라.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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