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팔레스티나, 블레셋, 펠리시테 가운데 일본어식 표기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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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티나' 가운데 어느 것이 표준 표기인지 궁금해졌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사회과 부도에서 '팔레스티나'라고 표기된 것을 본 것 같은 기억도 있고 이원복의 학습만화 《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는 분명히 '팔레스티나'라는 표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표기 자체로만 봐서는 영어식 발음을 어정쩡하게 흉내낸 '팔레스타인'보다는 '팔레스티나'가 표준 표기여야 될 것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계속 '팔레스타인'이라고 쓰고 있다. 표준 표기가 아니라면 누군가 지적했을텐데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을 보면 '팔레스타인'을 관용 표기로 인정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과연 찾아보니 둘 다 표준 표기였다.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보니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티나' 모두 등재되어 있지만 주로 '팔레스타인'을 선호하고 있다. 세부 표제어로 '팔레스타인 문제', '팔레스타인 민족 평의회', '팔레스타인 전쟁',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 '팔레스타인 해방 인민 전선'이 실려 있고 팔레스티나(Palestina)는 '"팔레스타인"의 라틴 어 이름'으로 정의되어 있다.
로마 제국의 지중해 동부 영토를 나타낸 지도
'팔레스티나'는 로마 제국 때 지어진 이름이다. 원래는 고대 유대 왕국의 이름을 따서 라틴어식으로 유다이아(Iudaea/Judea) 주라고 했던 것을 132년에서 135년 사이 일어난 유대인들의 반란을 진압한 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팔레스티나'로 고친 것이다.
이 라틴어 이름을 Palaestina (Palæstina)라고 표기한 곳도 있고 위의 지도와 같이 Palestina라고 표기한 곳도 있다. 라틴어 이름에서 ae (æ)는 e로 단순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Palestina라는 표기를 원 표기로 삼고 '팔레스티나'라고 한 것이다.
현대 유럽 언어에서 이 지방을 부르는 이름은 모두 이 라틴어 이름과 그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어 이름 '팔라이스티네(Παλαιστίνη, 현대식으로 '팔레스티니')'에서 온 것이다. 독일어에서는 팔레스티나(Palästina)라고 하고 프랑스어에서는 팔레스틴(Palestine)이라 한다. 영어에서 쓰는 이름은 프랑스어를 거쳐 온 것이다.
영어의 발음ㆍ철자 혼합형 한글 표기
영어의 Palestine은 [ˈpæləstaɪn] 혹은 [ˈpælɪstaɪn]으로 발음된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팰러스타인' 또는 '팰리스타인'으로 적어야 한다. 그러니 적어도 Palestine을 영어 이름으로 보고 표기한 것이라면 '팔레스타인'은 표준 표기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이 영어식 발음에 이끌린 표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장모음 i'가 [aɪ] 즉 '아이'로 발음되는 것은 영어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발음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외래어 표기법이 생기기 이전은 물론 지금도 사람들은 완전히 발음에만 의지하여 표기하기보다는 철자를 보고 표기하는 것과 혼합하는 일이 많다.
'팔레스타인'이란 표기는 영어의 발음에 상관없이 Palestine의 a는 '아', e는 '에'로 옮기고, -tine은 발음에 따라 '타인'으로 옮긴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단모음 a, e, i, o, u는 발음과 상관없이 '아, 에, 이, 오, 우'로 적는 것은 영어를 표기할 때 흔히 볼 수 있다. Manhattan의 표준 표기는 [mænˈhætn]이라는 발음에 따라 '맨해튼'인데 흔히 '맨하탄'이라고 부른다. 다만 Man-은 '맨'에서 적은 것에서 보듯 어떤 모음은 발음에 따라 적는데, 일정한 규칙은 찾기 어렵다. Los Angeles는 발음에 따라 적는다면 '로스앤절리스', '로스앤질리스', '로스앤절러스', '로스앤질러스' 가운데 하나가 되겠지만 '로스앤젤레스'라는 표기가 워낙 뿌리깊다보니 표준 표기로 인정된 경우이다.
어쨌든 영어 이름을 한글로 옮길 때 발음과 철자를 혼합하여 적는 방식은 외래어 표기법에는 어긋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맨해튼,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영어권 이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언어권 이름에도 무분별하게 이런 영어식 발음ㆍ철자 혼합형 한글 표기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팔레스타인'도 그 결과물이고 비잔티움을 중심으로 한 동로마 제국의 문화를 이르는 '비잔틴'이란 말도 영어의 Byzantine에 이끌린 표기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현지인들은 무엇이라고 부를까?
영어판 위키피디어를 보면 팔레스타인을 히브리어로는 '팔레스티나(פלשתינה Palestina)'라고 하고 아랍어로는 '필라스틴, 팔라스틴, 필리스틴(فلسطين Filasṭīn, Falasṭīn, Filisṭīn)'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아랍어는 보통 글로 쓸 때도 모음을 표시하지 않으며 방언마다 모음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단 '필라스틴'이 대표적인 발음 같다.
아람어 표기는 ܦܠܣܛܝܢ인데 역시 ī를 제외하고는 모음이 표기되지 않아 정확한 아람어 발음은 알 수 없지만 히브리어나 아랍어 발음과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다. 아람어는 로마 제국 당시 팔레스타인은 물론 그 일대에서 널리 쓰였던 언어이지만 현재 아람어 사용자는 많이 남아있지 않고 아시리아인들을 비롯하여 서남아시아 곳곳에 흩어진 몇몇 소수 집단만이 쓰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는 아람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은 없고 히브리어나 아랍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마리아인들이 종교예식 언어로 겨우 보존하고 있다. 사마리아인이라고 하면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흔히 알고 있어 옛날 얘기로 여기기 쉽지만 지금도 사마리아인들은 주류 유대인과는 다른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며 소수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이름은 사실 고유 이름이 아니라 라틴어 Palaestina/Palestina 내지는 영어의 Palestine에서 따온 말이다. 영국이 이 지방을 통치하면서 옛 라틴어 이름에서 따온 Palestine을 부활시켰기 때문에 지금도 쓰이게 된 것이다.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티나의 어원은 '블레셋'
그럼 하드리아누스가 지었다는 Palaestina/Palestina는 어디서 나온 이름일까? 바로 팔레스타인 지방에 거주했던 종족 가운데 하나인 블레셋인들에서 나왔다. 기원전 5세기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블레셋인들의 땅이라 하여 '팔라이스티네(Παλαιστίνη)'라는 곳을 언급했는데, 이것이 라틴어로 바뀌면서 Palaestina가 되었다.
블레셋 사람들은 지금의 가자 지구를 포함하는 팔레스타인의 남부 해안 지방에 언젠가부터 이주해와서 살았으며 고대 히브리인들과 종종 적대 관계에 있었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로마 시대 유대인들의 조상이다. 그러니 하드리아누스는 주 이름을 로마에 반란을 일으킨 괘씸한 유대인의 땅이 아니라 유대인의 옛 적수들인 블레셋인의 땅이란 뜻으로 고친 셈이다.
'블레셋'은 한국어 개역판 성경(이하 한국어 성경)에서 쓰는 표기인데 이것이 그대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다른 곳에서는 '필리시테', '필리스티아', '펠리시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기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어 성경에서 쓰는 고유명사 표기 방식은 k, p, t 등을 예사소리 'ㄱ, ㅂ, ㄷ'으로 옮기는 등 현행 외래어 표기법과 다르기 때문에 '요즘 감각에 맞게' 바꾸어 적으려고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성경의 표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오늘날의 외래어 표기 기준에 맞게 적으려면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
외래어 표기법은 현지 발음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블레셋인들의 기원은 밝혀져 있지 않고 그들의 언어는 소수의 기록과 히브리어에서 차용해 간 몇몇 어휘를 통해서만 알 수 있으며 사멸한지 오래이니 그들 스스로 부른 이름을 토대로 표기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히브리어는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
블레셋인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히브리어 성경을 의존하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블레셋인들은 고대 히브리인들과 연관이 깊으니 이들에 대한 히브리어 이름을 바탕으로 표기를 정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히브리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히브리어는 기록된 역사만 수천년이고 유대인들이 전세계에 흩어진 탓에 다양한 발음이 존재한다. 같은 히브리어 성경을 읽어도 원래 기록된 시기의 히브리어 발음과 중세 초기 마소라 학자들이 본문에 모음 기호를 더했을 때 사용했던 발음, 여러 다른 전승에서 사용한 발음, 그리고 현재 이스라엘에서 사용하는 발음은 모두 다르다.
블레셋은 히브리어 성경에 פלשת (plšt)으로 등장한다. 보시다시피 자음만 나열해 놓았다. 원래 히브리 문자에서는 자음만 표기하였다. 그러다가 8세기 이후 티베리아의 유대인 사회에서 마소라 학자라 불리는 이들이 히브리어 성경의 정확한 독음을 돕기 위한 기호 체계를 개발해냈다.
'블레셋'의 마소라 본문 표기 פְּלֶ֣שֶׁת (pəlešeṯ)
이 체계를 통해 기록한 히브리어 성경을 마소라 본문이라고 하는데 이 표기 방식에서는 모음을 모두 나타내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원래 같은 기호로 기록되었지만 당시의 독음으로는 여러 발음이 가능했던 자음들도 구별하고 있다. 블레셋의 마소라 본문 표기는 פְּלֶ֣שֶׁת이다. 오른 쪽부터 읽어서 첫 글자인 פ 가운데에 점이 찍힌 것은 이것이 [f]가 아니라 [p]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고 ש 오른쪽 위의 점은 이게 [s]가 아니라 [ʃ]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며 마지막 ת에는 점이 없으니 [t]가 아니라 [θ]라는 것을 나타낸다. 또 밑에 찍힌 점은 모음 기호인데 역삼각형 형태의 점 세 개는 짧은 [ɛ] 모음을 나타내며 세로로 점 두 개가 찍힌 것은 '슈바'라고 하는 아주 짧은 모음으로 원래 음가는 [ɐ̆] 또는 [ə]로 생각된다. 물론 당시 발음은 현대에 재구성한 것으로 확실한 것은 아니다.
마소라 본문의 표기를 로마자로 옮겨적으면 pəlešeṯ 이며 발음은 [pəlɛʃɛθ] 정도일 것이다.
한국어 성경에서 쓰는 히브리어 음차 방식에서는 ə를 보통 'ㅡ'로 적거나 생략한다. f와 p는 구분 없이 'ㅂ'으로 적고 t와 θ은 구분 없이 'ㄷ'으로, 또는 'ㅅ' 받침으로 적는다. š은 그냥 s처럼 'ㅅ'으로 적는다. 그래서 pəlešeṯ을 '블레셋'이라고 적은 것이다.
한국어 성경의 음차 방식은 모음은 마소라 본문을 따르지만 자음은 히브리어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발음을 따르는 것 같다. 히브리어 성경이 기록될 당시에는 [p]와 [f]의 구분 없이 [p]로, [t]와 [θ]의 구분 없이 [t]로만 발음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또 ו라는 글자는 마소라 학자들은 [v]로 발음했던 것 같지만 히브리어 성경이 기록될 당시에는 [w]로 발음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데, 한국어 성경에서는 이 글자의 발음을 [w]로 보아 '다빗', '여호바' 대신 '다윗', '여호와' 등의 표기를 쓴다.(← 확인해보니 마소라 학자들도 ו는 [w]로 발음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ו를 [v]로 발음한다.)
이 방식대로라면 원 발음은 [pəlɛʃɛt]이 되니 '블레셋'이라는 표기가 이해가 될 것이다.
이 음차 방식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까? 슈바 ə를 'ㅡ'로 적거나 생략하는 것과 같은 모음 표기 방식은 그대로 따를만하다. 그러나 자음은 외래어 표기법과 일관되게 p를 'ㅍ'로, t를 'ㅌ'로 적고 [ʃ]는 '시', '슈' 등으로 적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어말의 ṯ는 어떻게 적을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어말의 파열음은 '으'를 붙여 적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한국어 성경의 표기는 일관되게 받침으로 적고 있으므로 되도록이면 익숙한 표기에 가깝게 받침으로 적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또 앞의 모음이 최장모음일 때는 '으'를 붙여 적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방석종의 〈히브리어 고유명사 한글 음역의 문제〉 참조). 여기서는 모음이 모두 단모음이니 이 주장에 따르면 '플레솃'이라 적어야 한다.
지금까지 글의 전개를 따라왔다면 히브리어를 원어로 삼아 한글 표기를 정하는 일이 매우 복잡한 문제라는 것이 이해가 될 것이다. 사실 널리 받아들여지는 원칙이 없는 한 히브리어 한글 표기의 통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히브리어를 따지는 것이 골치 아프다면?
이럴 때 사람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고대 세계의 이름은 그냥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식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고대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크세르크세스', '키루스' 같은 이름은 페르시아어식 이름이 아니라 그리스어를 거친 라틴어식 이름이다. '페르시아' 자체가 '페르시스'라는 그리스어 이름을 거친 라틴어 이름이다. 고대 페르시아어로는 파르사(Pārsa)라고 했다. 한국어 성경에는 '바사'로 나온다.
블레셋에 해당하는 라틴어는 '필리스티아(Philistia)'이다. 블레셋인은 '필리스티누스(Philistinus)'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어로 '블레셋'에 해당하는 이름은 찾지 못했다. 블레셋인은 '필리스타이오이(Φιλισταίοι)' 등 여러 이름을 통해 불렀지만 이는 종족을 부르는 이름이고 그 기본형을 알아야 할텐데 그게 나와있는 믿을만한 참고 자료가 없다. '필리스티아(Φιλιστία)'가 인터넷에서 검색되기는 하지만 이게 정확한 이름이 맞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유럽의 언어들은 고대 세계의 이름을 대부분 그리스어와 라틴어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영어로 블레셋인을 뜻하는 Philistine도 라틴어 Philistinus에서 온 이름이다. 그러니 유럽 언어를 통해 고대 세계에 대한 기록을 접하는 우리도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식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리스어는 특히 'ㅅ', 'ㅈ', 'ㅊ' 계열의 소리를 나타내는데 한계가 많기 때문에 원 발음이 상당히 왜곡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니 히브리어처럼 원 언어 복원이 쉬운 것은 원 언어의 발음대로 표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히브리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기준이 세워져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펠리시테', '필리시테'라는 표기의 정체
이 글을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것 하나가 '펠리시테', '필리시테'라는 표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는 문제였다. '블레셋' 대신 쓰이는 표기를 검색하면 꼭 이런 표기가 꽤 나온다. 혹시 고대 그리스어에서 온 것인가 하는 추측은 빗나갔다. 히브리어 발음도 시대와 방언에 따라 '플라솃', '펠라솃', '플로셰스'는 될 수 있어도 '펠리시테'나 '필리시테'는 되지 않는다.
그 궁금증은 일본어로 블레셋인을 'ペリシテ人', 즉 '페리시테 사람'이라고 한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풀렸다. 아마 일본어로부터 관련 서적을 번역하면서 '페리시테'를 Philistine이라는 영어 단어를 참고하여 '펠리시테' 또는 '필리시테'로만 살짝 바꾼 것이 이런 표기의 시초일 것이다.
일본어에서는 왜 '페리시테'라고 했을까?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간단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아마 원 발음을 조금 잘못 알고 사용한 표기가 굳어진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히브리어의 pəlešeṯ이 peleshet을 거쳐 pelishte로 둔갑해서 '페리시테'가 되었다거나...
그런 것을 번역하는 사람들은 일본어 표기가 막연히 '블레셋'보다는 고증이 잘 된 표기라고 생각해서 '펠리시테'나 '필리시테'라는 표기로 옮겼을 것이고, 어느 누구도 적합한 표기인지 확인해볼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어이가 없다.
표기를 쓰려면 제대로 된 표기를 쓰자. 한국어 성경과 표준국어대사전의 표기인 '블레셋', 라틴어식(그리스어식?) 표기인 '필리스티아', 또 히브리어에 따른 표기를 하려면 '플레솃' 또는 '플레셰트'... 앞으로 어느 쪽으로 정해질지는 모르지만, 이에 대해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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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필리스틴"은 요크의 아이자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될 때 자기를 박해하는 이방인들(이 소설에서는 존 왕자 패거리)을 지칭할 때 "저 필리스틴들"하는 식으로 사용되더군요^^;
"(전략) 리챠드 왕 휘하의 십자군사가 아스칼론 앞으로는 절대 전진하지 않은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이 아스칼론(옛날 팔레스타인의 서남에 위치해 있고, 이스라엘인의 적이었던 필리스테인인의 5대도시의 하나)이라는 고을은 누구나가 다 알다시피, 필리스테인의 고을로 성도의 영광을 조금이라도 받을 가치가 없거든"
아무래도 번역자는 나름 고대의 블레셋과 현대(아이봔호의 시대)의 팔레스타인을 구분해서 쓰려고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용어 사용이 좀 오락가락한다는 느낌은 지워지지가 않는군요^^;;
역자 주에 '팔레스타인'을 언급했다고 해서 꼭 번역자가 Philistine과 Palestine의 어원이 같다는 것을 알았다거나 '팔레스타인'을 '블레셋 땅'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그냥 현대 독자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지리적인 설명을 하면서 고대 블레셋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지명이란 사실도 모른채 팔레스타인이라는 지명을 쓴 것 아닐까요? 아스칼론이 '팔레스타인의 서남'에 있다는 설명도 실제 옛 블레셋 지역보다는 현대에 쓰는 넓은 의미의 팔레스타인에 부합하는 듯합니다. 물론 '팔레스타인'이라는 표현 자체가 현대에는 어원에 대한 인식 없이 쓰이고 있으니 이건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전에도 본 글이었는데 가물가물해서 히브리어 표기체계 중 미소라 본문에 대한 것은 잊고 있었네요. 다시 읽어도 흥미로운 글입니다.
펠리시테, 필리시테라는 표기의 추적 가운데 일본어 표기인 "페리시테인" 부분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영국인"을 " "이라고 쓰는 걸 보고 의아했던 경험입니다. 아무래도 일본어의 외래어 음차 표기시 일정한 음절 변형이 일어나는게 아닌가 짐작합니다.
2. 고대 히브리어의 w 발음이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v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와나 다위드가 아니라 하바와 다비드라 한다더군요. 더 알아보니까 우리가 b로 알던 발음 태반이 v이더군요. 아벨, 아브라함, 아비멜렉, 모압, 아합, 헤브론, 리브가, 히브리처럼 말이죠. 이것들 모두 본래는 ㅂ이 아닌 ㅜ로 표기하는 것이 맞았던 것인가요?
3. 히브리어의 발음이 문제입니다. 므두셀라를 히브리어로는 므투셸라흐라 한다더군요. 즉 는 ㅡ 발음에 해당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예루살렘, 유다, 여호슈아, 르호보암, 여로보암, 히스기야, 느헤미야는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요? 현대 히브리어로는 예루샬라임이나 예후다, 예호슈아, 레호보암, 예로보암, 헤제키아, 네헤먀라 발음하는 것 같지만 고대 히브리어로는 ㅔ가 아니라 ㅡ로 발음했다는 것인데, 이으루샬라임처럼 표기해야 할까요? 솔로몬의 경우에는 를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해서 헛갈립니다.
4. 벧엘을 히브리어로는 Beit El이라 합니다. 한글로는 베이트 엘이 됩니다. 그런데 히브리어에는 띄어쓰기가 없으니 실제로는 베이텔이라 표기하고 발음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5. 성경을 보면 희한하게도 된소리나 거센소리를 안 쓰고 예사소리만을 썼습니다. 게다가 z를 모두 ㅅ로 옮겼습니다. e를 ㅡ로 옮긴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어말의 r을 ㄹ받침으로 표기합니다. 번역자가 에스파냐인이라서 z를 ㅅ로 표기한 것 같지도 않고, 한국어를 잘 몰라서 저런 기이한 표기를 했다고 보기에는 의외로 표기가 대단히 규칙적입니다. 설마 19세기 말의 한국어와 지금의 한국어가 발음이 달랐던 것일까요?
6. Jezreel이나 Hazor, Eleazar, Issachar를 성경에서는 이스르엘, 하솔, 엘르아살, 잇사갈로 번역했더군요. 실제 고대 히브리어와 현대 히브리어로는 뭐라고 발음했을까요?
7. 여호와는 틀린 말이고 Yahweh가 맞다더군요. 그런데 이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까요? 야훼, 야웨, 야베 등으로 표기하는데, Yah+weh의 형태이니, h와 w를 합쳐서 훼로 표기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말의 h도 발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야흐웨흐가 맞지 않을까요?
8. 예수의 원어 발음은 예슈아라 하던데, 이는 아람어 형태이고 히브리어 발음은 여호슈아라더군요. 즉 구약 시대의 영웅 여호수아와 같은 이름이지요. 그리스도를 히브리어로는 마시아흐라 하는 것 같고,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히브리어로 표기하면 대략 여호슈아 하마시아흐 정도가 아닐까요?
9. 성경을 히브리어로는 Tanakh라 한다더군요. 그런데 토라흐, 네비임, 케투빔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니 Tanak가 맞을 것 같은데 h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10. 아무튼 블레셋은 고대 히브리어로는 플레셰트, 현대 히브리어로는 펠레셰스라 표기하면 될까요?
2. 현대 히브리어의 /v/는 고대 히브리어의 /w/에서 온 것이 있고 /b/에서 온 것이 있습니다. \'하와\', \'다위드\'의 /w/는 현대 히브리어에서 /v/가 되어 \'하바\', \'다비드\'가 되었지만 \'헤벨(아벨)\', \'아브라함\', \'아비멜레크(현대: 아비멜레흐)\', \'모아브\', \'아하브\', \'헤브론\', \'리브카\', \'헤베르\' 등에서는 고대 히브리어 /b/가 현대 히브리어 /v/가 되었습니다.
3. 히브리어의 는 디베랴 모음 표식에서 쓴 기호를 말합니다. 현대 히브리어에는 // 음소가 따로 없고 /e/로 발음되거나 아예 생략됩니다. 그래서 관습 표기대로 \'으\'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대신 \'이으\'를 한 음절로 줄인 표기가 없으므로 j를 관습 표기에서는 \'여\'로 적습니다. 고대 히브리어를 따른다면 \'므투셸라흐\', \'여루샬라임\', \'여후다\', \'여호슈아\', \'르하브암\', \'야라브암\', \'히즈키야\', \'느헤미아\' 정도가 되고 현대 히브리어를 따르면 \'메투셸라흐\', \'예루샬라임\', \'예후다\', \'예호슈아\', \'레하브암\', \'야라브암\', \'히즈키야\', \'네헤미아\' 정도가 됩니다. 솔로몬의 는 현대 히브리어에서 생략되기 때문에 고대 히브리어나 현대 히브리어나 \'슐로모\'입니다.
4. 현대 히브리어에는 띄어쓰기가 있고 로 띄어 씁니다. 그러니 현대 히브리어 발음에 따라 적는다면 \'베이트\'와 \'엘\'을 따로 표기한 후 지명이니 한글로 쓸 때는 붙여 써서 \'베이트엘\'로 써야 합니다.
5. 백 년도 더 전의 한국어가 오늘날과 발음이 다른 것이 당연합니다. 1986년 도입된 외래어 표기법을 통해 확립된 음운 대응이 백 년 전에도 유효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오히려 z를 같은 마찰음인 \'ㅅ\'으로 옮기는 것이 파찰음인 \'ㅈ\'으로 옮기는 것보다 가까운 소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e를 \'ㅡ\'로 옮긴 것이 아니라 히브리어의 를 \'ㅡ\'로 옮긴 것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에스파냐인 얘기를 왜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초기 성경 번역은 대부분 조선인이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6. 고대 히브리어로는 \'이즈르엘\', \'하소르\', \'엘(르)아자르\', \'이사카르\'로 쓰면 되겠고 현대 히브리어로는 \'이즈레엘\', \'하초르\', \'엘아자르\', \'이사하르\'로 쓰면 됩니다.
7. 고대 히브리어에 적용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 [hw]는 보통 합쳐 쓰고 어말의 /h/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보통 묵음으로 처리하니 많이 쓰는 표기인 \'야훼\'가 무난합니다.
8. \'예슈아\'는 아람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예수 당시 히브리어에서 흔히 쓰던 \'여호슈아\'의 형태입니다. 아람어에서는 히브리어에서 이미 쓰던 형태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후에 아람어에서는 \'예슈\'와 \'이쇼\'라는 형태가 쓰였습니다. \'여호슈아 하마시아흐\'라는 호칭이 문법적으로는 맞지만 실제 쓰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9. 히브리어 \'타나크/타나흐\'는 로마자 kh는 고대 히브리어에서 /k/로 발음되었다가 현대에 /χ/가 된 음을 현대 발음에 따라 적는 표기입니다.
10. 현대 히브리어에서 디베랴식 th는 마찰음이 되지 않고 /t/로 발음됩니다. 또 를 생략 가능하면 생략합니다. 그러니 현대 히브리어 발음을 따르더라도 \'플레셰트\'입니다.
2. 훈민정음에는 ㅣ와 ㅡ를 합친 모음인 ᆜ가 있었다고 합니다. 히브리어의 j가 이 모음과 같은 음이라 할 수 있을까요? 즉 만약 저 모음이 현대 한국어에도 남았다면 여루샬라임, 여후다, 여호슈아, 예슈아 같은 발음을 모두 저 모음을 살려서 표기하는 것도 가능했을까요?
3. 솔로몬은 고대나 현대나 슐로모라 하셨는데, 현대는 그렇다치고 고대식 발음을 따르면 셜로모가 맞지 않을까요? 실제 발음은 sha나 shu가 샤, 슈로 발음되는 것을 보면 시+로 실현될 텐데, 이+가 여루샬라임, 여후다로 실현되는 것을 감안하면 셜로모가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위에서 말한 대로 옛한글 모음을 살려서 표기한다면 ㅅᆜㄹ로모가 적당할까요?
4. 나무위키의 야훼 문서를 보니 정확한 발음은 야훼가 아니라 야웨라더군요. 히브리어에는 훼라는 발음이 없는 것이 그 이유라던데요. 정말로 그런가요? Yah+weh의 형태인데, 앞의 h와 뒤의 w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확실히 분리되어 발음될까요? 모켈레음베음베나 킬리마은자로라고 안 하는 것을 보면 야훼도 실제 발음이 야훼로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오히려 어말의 h를 살려서 야훼흐가 되지는 않나 싶기도 하네요. 메시아를 마시아흐라고 발음하는 것도 그렇고요. Shekhinah도 셰키나흐라 해도 될 것 같군요. 그밖에 이디시어의 와우가 아닌 히브리어의 바브로 읽는 것이 맞으므로 야베가 맞다는 주장도 있다더군요. 그렇다 해도 야흐베가 맞지 않나 싶긴 하지만요. 그런데 야훼의 어원인 유명한 문장 I Am that I Am을 히브리어로는 Ehyeh asher ehyeh라 한다던데, 이를 감안하면 야훼도 여호와도 아닌 에혜나 에흐예가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5. 비록 el+azar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띄어쓰기도 없으니 엘아자르 대신 엘라자르라고 발음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고대 히브리어로도, el 뒤에 모음이 오지도 않는 듯하니 엘르아자르라 발음할 여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6. 여리고를 히브리어로는 y\'rikhó라고 표기하더군요. 고대 히브리어로는 이리코, 현대 히브리어로는 이리호가 될까요?
7. 이스라엘과 페니키아는 사실 같은 민족이라고 하더군요. 혈통상으로는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고 언어도 방언 수준의 차이밖에 없었다던데요. 게다가 아람 문자를 쓰기 전의 히브리어는 페니키아어와 문자도 같았지요. 유대인이 유럽 곳곳에 퍼진 것도, 사실 진작에 가있던 페니키아인이 유대인으로 동화된 결과라던데요. 그렇다면 정말로 기원전의 히브리어와 페니키아어는 같은 언어였을까요? 이스라엘 사람이 카르타고에 가면 말이 통했다고 생각하니 뭔가 그럴 듯하네요.
8. 유대인이나 유태인, 유다인 등 여러 표기를 쓰는데, 엄밀히 따지면 여후다인이 맞겠지만 언중이 받아들일 것 같지 않고, 그렇다면 유다인, 유다 땅이 그나마 정확할까요? 애초에 히브리어에는 ㅐ 발음이 없고 t 자음은 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죠. 히브리어 단어를 한국어로 옮길 때 거센소리를 안 쓰는 경향이 강한데 유태인은 정말 부자연스러운 표기 같습니다.
9. 성경식 히브리어 표기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많더군요. 이를 시정한다고 영어식 로마자 표기를 그대로 발음하여 시드기야를 제데키아라 표기하거나 일본어식으로 필리시테라 표기하기도 하던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잘못된 것 같았던 한국식 성경 표기가 의외로 영어나 일본어식 표기보다도 더 히브리어와 아람어 발음에 가까웠던 것 아닐까요?
10. 성경을 보면 Jerubbaal이나 Zerubbabel을 여럽바알과 스룹바벨이라고 표기합니다. Haggai는 학개라 하고 Rabbi는 흔히 랍비라 하지요. 이것들도 비록 여룹+바알, 스룹+바벨의 형태이지만 겹자음을 표기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냥 자음 하나만 있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발음이 날 것 같은데 말이죠.
11. 바리새파, 사두개파, 에세네파를 히브리어 발음을 기준으로 올바르게 표기한다면 대략 파루시파, 츠도키파, 뭐 이렇게 될까요? 바리새의 원어가 prûš라 하고 사두개는 ts\'dokí에서 나왔다 하니 말이죠. Karaite와 Rabbinic Judaism은 카라이트파, 라바니트파로 표기하면 될까요? Hasidean은 하시드파, Hasidic Judaism은 하시두트파라 표기하면 될 듯합니다.
12. 하스모니안 왕조를 히브리어로는 무엇이라 하는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이 가문의 조상인 하슈모나이의 이름에서 딴 왕조명이더군요. 그렇다면 하슈모나이 왕조가 맞을 것 같지만 위키백과에는 Mamlekheth haHashmonaim이라고 하더군요.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 마믈레케트 하하슈모나임, 즉 하슈모나임 왕조가 될 것 같은데, 하슈모나이와 하슈모나임 중에서 무엇이 맞을까요?
2. 옛 자모로 'ᆜ'가 있기는 하지만 훈민정음이나 훈민정음해례에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옛 자모 'ᆜ'나 히브리어의 y나 오래 전에 쓴 음이므로 정확한 발음을 알 수는 없지만 'ᆜ'를 오늘날의 'ㅡ' 앞에 반모음 /j/를 붙인 것, 즉 /j/로 해석한다면 를 'ㅡ'로 적는 것과 일관된 표기로 쓸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염려되어서 말씀드리는데 현대 한글에서 쓰지 않는 자모를 외래어 표기에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Yš '예슈아'에서는 y가 아니라 y인 것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3. 히브리어의 š는 '슈'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를 'ㅡ'로 적는 가장 큰 이유 하나가 모음이 생략된 것과 표기를 일치시키는 것, 즉 Šlmô와 Šlmô의 표기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프랑스어에서 Richelieu [iljø] '리슐리외' 등의 []를 '슈'로 적는 것을 참고하십시오. y를 'ㅕ'로 적는 것은 여기서 가 탈락하지 않기 때문에 상관이 없습니다. 한글 표기를 'ㅕ'로 적는 것을 가지고 이것이 히브리어 발음을 정확히 나타낸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외래어의 한글 표기는 어디까지나 편의를 위한 약속이며 외국어의 음을 한글로 정확히 나타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4.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글 표기를 실제 발음과 혼동하면 안 됩니다. 한글 표기에서 원어의 음절 구분을 꼭 그대로 반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굳이 더 흔히 쓰이는 표기인 '야훼'를 바꿀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한편 '야훼'에 두 번 쓰이는 h는 어말에서는 자음 음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음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철자로 흔히 쓰였습니다. 그리고 설령 실제로 [h] 음가가 있었다고 해도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어말의 [h]를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mšîa의 는 다른 글자입니다. 고대 음이 [], 현대 음이 [χ]인 마찰음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마시아흐'입니다. šin에서도 어말 모음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h가 쓰인 것이니 '슈키나' 또는 현대식 '슈히나'로 적으면 되겠습니다.
'야훼'의 어원이라는 문장은 보통 실제 어원이 아니라 후대에 지은 얘기라고 봅니다. 그리고 실제 어원이라고 해도 그 발음을 따를 이유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어원이 유력한 설처럼 '서라벌'이라고 해서 '서라벌'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은 것처럼요.
5. Elzr에서는 [l] 다음에 [](또는 현대식 [])가 옵니다. 이것은 한글로 초성 'ㅇ'으로 적을 수 있는 자음입니다. 그래서 '엘(르)아자르'로 적은 것이지 합성어라서 분리시킨 것이 아닙니다. 또 디베랴식 모음 표식에 따르면 에 슈와가 붙은 Elzr이기 때문에 '엘르아자르'로 적을 수 있는 여지도 남겨놓은 것입니다.
6. Yr는 고대 발음에 따르면 '여리호', 현대 발음에 따르면 '예리호'가 됩니다. y'rikhó는 디베랴식 모음 표식에서 를 아포스트로피(')로 옮긴 결과로 보이는데 현대 발음에서는 y가 [j] '예'로 발음됩니다.
7. 오늘날 생각하는 민족이라는 개념을 고대에까지 애써 적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히브리어와 페니키아어가 매우 비슷한 언어인 것은 확실합니다. 둘 다 가나안어군에 속하는데 히브리어는 암몬어, 모압어, 에돔어와 함께 남가나안어, 페니키아어는 북가나안어입니다. 히브리어와 페니키아어는 모음 부분 등 차이도 있었지만 서로 상당 부분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가까운 언어였을 것입니다.
유대인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설 가운데는 반유대주의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있으므로 곧이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8. '유대인'이 선호되는 표준 표기인데 이를 바꿀 이유는 없습니다. '유대'는 고대 그리스어 ουδαα Ioudaí '이우다이아'의 한국어 성경식 표기입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어근이 αι로 끝나는 경우는 한국어 성경에서 보통 'ㅐ'로 씁니다. 한편 '유태인()'은 한자음으로 음차한 표기입니다.
9. 한국어 성경에서 쓰는 히브리어 표기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히브리어는 잘 모른채 영어에서 쓰는 형태와 많이 다르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죠.
10. '여럽바알'이 아니라 '여룹바알'입니다. 한국어 성경식 표기에서는 겹자음을 한글 표기에 반영합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어의 유무성음 구별은 착실히 하는 반면 비음이 아닌 겹자음은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는 단지 표기 방식의 차이이지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옳은 방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11. '바리새'와 '사두개'는 각각 고대 그리스어 Φαρισαος Pharisaîos '파리사이오스', Σαδδουκαος Saddoukaîos '사두카이오스'의 한국어 성경식 표기입니다. 여기서도 αι로 끝나는 어근을 'ㅐ'로 썼습니다.
Φαρισαος Pharisaîos는 아람어 Prš '프리샤'의 복수형 Pršayy '프리샤이야'에서 온 형태이고 이것은 히브리어 prûš '파루시'와 그 복수형 prûšîm '프루심'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대 히브리어에서도 바리새인을 복수로 '프루심'이라고 합니다. 단수로는 '파루시'입니다.
히브리어로 사두개인은 복수로 ûqîm이라고 합니다. 고대 발음은 '스두킴', 현대 발음은 '츠두킴'입니다. 단수로는 '스도키/츠도키'입니다.
'에세네'는 고대 그리스어 σσηνοι Essnoi '에세노이'에서 왔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름은 아니고 영어에서 쓰는 복수형 Essenes에서 그냥 -s만 뺀 형태 같은데 사실 고대 그리스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어근만 취해서 '에센'이라고 하는 것이 나았을 것입니다. 어원은 알려져있지 않지만 현대 히브리어로는 복수로 Isiyim '이시임'이라고 하고 단수로 '이시'라고 합니다.
바리새파와 사두개파, 에세네파는 요세푸스의 기록이나 신약성경처럼 고대 그리스어 기록을 통해서 전해지는 이름입니다. '에세네'의 경우 히브리어 원형을 복원하기도 불가능합니다. 억지로 히브리어 형태로 쓰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굳이 고대 그리스어 어근을 기준으로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한다면 '파리사이파', '사두카이파', '에센파' 정도가 되겠습니다.
Karaite는 단수형 Qri에서 따서 그냥 '카라이파'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Rabbinic은 영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어를 따라서 그냥 '랍비파'로 옮기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랍비'는 '나의 선생'이라는 뜻의 rabi에서 온 것이고 rabanit는 그 여성 복수형입니다.
Hasidean은 고대 그리스어 σιδαος Hasidaîos에서 왔으므로 한국어 성경식 표기를 흉내내서 '하시대파'라고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혼동의 여지가 없다면 그냥 히브리어 를 따라 Hasidic/Hasidism과 구별 없이 그냥 '하시드파'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추상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까지 옮겨서 '하시두트'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2. 가문 시조의 히브리어 이름은 ašmônai '하슈모나이'입니다. '맘레헤트 하하슈모나임'에서 '하슈모나이' 앞에 붙는 '하'는 정관사이고 '임'은 남성 복수형 접미사입니다. 히브리어 이름을 따른다면 '하슈모나이 왕조'라고 하면 됩니다.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발음을 따른다면 h의 유무와 αι/ae의 처리 방식에 따라 '아스모나이우스/아스모나이오스/아스모네우스/하스모나이우스/하스모나이오스/하스모네우스' 등 표기를 통일하기가 어렵지만 '마카베오'와 같은 방식으로 '하스모네오'라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