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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소요(騷擾)의 철학 아카이브

by 이덕휴-dhleepaul 2020.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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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부 니체 철학 입문

      이 사람을 보라. 니체는 자신이 하나의 운명으로 남을 것임을 알고 있었던 철학자이다.[각주:1] 그는 “서양 철학의 플라톤주의에 맞서 ‘전도된 플라톤주의Umgedrehter Platonismus’를 제시”[각주:2]함으로써 모든 가치의 전도를 시도했다. 유럽의 전 문화와 사유(진리, 예술, 종교, 도덕)에 대해 전쟁을 벌였던 그의 작업은 굳이 과장하지 않아도 오늘날 현대 철학의 중추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으로 이 모순된 사상가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쓴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각주:3] 책은 제대로 이해되고 있을까? 신원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상가에겐 고귀함과 야만이, 건강함과 병듦이, 예리한 사유와 광기의 경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차라리 이 모순된 속성들은 니체의 사유 전반에 걸쳐 공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만은 프랑스인들의 말을 빌려 신원확인 되지 않은 그의 사상을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에게 니체가 말하도록”[각주:4] 해도 좋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사태가 이러할수록 보다 신중하게 니체의 사상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진리의 해체보다도 진리의 가치가 더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분은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쉽사리 무시되곤 한다. 그리고 내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니체 역시 후자의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니체에게 있어 진리의 허위성만큼이나 기피되는 것은 삶에 대한 기만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정신은 말한다. 철학은 인간과 인간의 삶에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철학의 가치는 삶의 창조적 가능성을 상승시키고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기능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것을”[각주:5]

      백승영(2005)에 따르면, 니체 철학을 이해하는데 있어 주요한 난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의 모순된 스타일의 “퇴적층과 같은 철학하는 내용과 철학하는 방식”[각주:6] 때문에 일어난다. 여기에서, 독자는 “엄밀한 철학적 회의를 하는 니체”[각주:7]와 “회의 방식 자체를 무화시키는 격정에 찬 예술가적 광기”[각주:8]에 사로잡힌 니체를 보게 된다.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망치를 든 철학자”[각주:9]와 “모든 것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긍정의 말을 하는 철학자”[각주:10]를 보게 된다. 증오와 미움을 토해내다가도 어린아이 같은 순진한 모습을 드러내고, 모든 종류의 체계주의를 불신하면서도 체계를 세우려 시도한다.[각주:11]

      두 번째로 그의 사유와 열정은 삶에서 기인한다.[각주:12] 삶과 철학의 관계에 대하여 우리는 세 가지 특성에 따라 철학자들을 분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철학과 그의 개인적인 삶이 무관했던 철학자,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이해 역시 요구되는 철학자, 그의 삶과 철학이 분리되지 않는 철학자. 니체는 이성을 불신한 만큼이나 그의 삶에 철학을 각인시키고자 하였고 온 몸Leib의 격정을 가지고 사유했다. 따라서 이러한 삶과 철학 사이의 일치는 기본적으로 니체의 생애 전반에 관한 이해를 요구하며 특정 대목에서는 실천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섬들을 만들어냈다.

      1.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번역 백승영, 책세상, 2002, p.456 [본문으로]
      2. 백승영,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책세상, 2005, p.29 [본문으로]
      3.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번역 정동호, 책세상, 2002, 부제 [본문으로]
      4.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니체와 악순환, 번역 조성천, 그린비, 2009, p.7 [본문으로]
      5. 백승영,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책세상, 2005, p.30 [본문으로]
      6. Ibid. p.32 [본문으로]
      7.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8.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9.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10.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11. Ibid. 같은 곳 [본문으로]
      12. Ibid p.33 [본문으로]
      posted by 사용자 소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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