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e to a Nightingale -밤꾀꼬리 頌歌
(키츠하우스에 있는 플럼나무. 여기서 그가 '나이팅게일에게 보내는 송시'를
썼다고 한다. 생각보다 그렇게 큰 나무는 아니었다.)
Ode to a Nightingale
- John Keats
1
My heart aches, and a drowsy numbness pains
My sense, as though of hemlock I had drunk,
Or emptied some dull opiate to the drains
One minute past, and Lethe-wards had sunk:
'Tis not through envy of thy happy lot,
But being too happy in thine happiness,--
That thou, light-winged Dryad of the trees
In some melodious plot
Of beechen green, and shadows numberless,
Singest of summer in full-throated ease.
2
O, for a draught of vintage! that hath been
Cool'd a long age in the deep-delved earth,
Tasting of Flora and the country green,
Dance, and Provencal song, and sunburnt mirth!
O for a beaker full of the warm South,
Full of the true, the blushful Hippocrene,
With beaded bubbles winking at the brim,
And purple-stained mouth;
That I might drink, and leave the world unseen,
And with thee fade away into the forest dim:
3
Fade far away, dissolve, and quite forget
What thou among the leaves hast never known,
The weariness, the fever, and the fret
Here, where men sit and hear each other groan;
Where palsy shakes a few, sad, last gray hairs,
Where youth grows pale, and spectre-thin, and dies;
Where but to think is to be full of sorrow
And leaden-eyed despairs,
Where Beauty cannot keep her lustrous eyes,
Or new Love pine at them beyond to-morrow.
4
Away! away! for I will fly to thee,
Not charioted by Bacchus and his pards,
But on the viewless wings of Poesy,
Though the dull brain perplexes and retards:
Already with thee! tender is the night,
And haply the Queen-Moon is on her throne,
Cluster'd around by all her starry Fays;
But here there is no light,
Save what from heaven is with the breezes blown
Through verdurous glooms and winding mossy ways.
5
I cannot see what flowers are at my feet,
Nor what soft incense hangs upon the boughs,
But, in embalmed darkness, guess each sweet
Wherewith the seasonable month endows
The grass, the thicket, and the fruit-tree wild;
White hawthorn, and the pastoral eglantine;
Fast fading violets cover'd up in leaves;
And mid-May's eldest child,
The coming musk-rose, full of dewy wine,
The murmurous haunt of flies on summer eves.
6
Darkling I listen; and, for many a time
I have been half in love with easeful Death,
Call'd him soft names in many a mused rhyme,
To take into the air my quiet breath;
Now more than ever seems it rich to die,
To cease upon the midnight with no pain,
While thou art pouring forth thy soul abroad
In such an ecstasy!
Still wouldst thou sing, and I have ears in vain--
To thy high requiem become a sod.
7
Thou wast not born for death, immortal Bird!
No hungry generations tread thee down;
The voice I hear this passing night was heard
In ancient days by emperor and clown:
Perhaps the self-same song that found a path
Through the sad heart of Ruth, when, sick for home,
She stood in tears amid the alien corn;
The same that oft-times hath
Charm'd magic casements, opening on the foam
Of perilous seas, in faery lands forlorn.
8
Forlorn! the very word is like a bell
To toll me back from thee to my sole self!
Adieu! the fancy cannot cheat so well
As she is fam'd to do, deceiving elf.
Adieu! adieu! thy plaintive anthem fades
Past the near meadows, over the still stream,
Up the hill-side; and now 'tis buried deep
In the next valley-glades:
Was it a vision, or a waking dream?
Fled is that music:--Do I wake or sleep?
<나이팅게일에 부치는 노래> - 존 키츠
1
내 가슴은 쑤시고, 나른히 파고 드는 마비에
감각이 저린다. 마치 방금 독당근 즙을 마신 듯,
또는 어지러운 아편일랑
찌꺼기까지 들이키고 망각의 강쪽으로 가라앉은 듯이,
이는 너의 행복한 신세가 샘 나서가 아니오,
오직 너의 행복에 도취되는 나의 벅찬 행복에서 솟는 아픔이란다.
날개 가벼운 나무의 정령인 네가
그 어느 노래 서린 너도밤나무 속의 무수한
그림자 점 박힌 나무 잎새 속에서
이처럼 목청 떨쳐 가벼이 여름 노래 부르고 있거든.
2
오, 한 모금 포도주가 그립고나! 오랜 세월동안
깊이 판 땅속에 차게 간직되어
'프로라'와 푸른 전원과,
춤과 '프로방스'의 노래와 햇빛에 탄 환락의 향취 감도는 포도주가 못내 그립다!
오, 따스한 남국의 정취 서리고
진정한 진홍빛 히포크린 영천이 넘치는 한 잔 술.
잔가에 방울방울 구슬진 거품 반짝이고 주둥이엔 자주빛 물든 큰 잔에
철철 넘치는 한 잔 포도주가 그립다.
그 술 한잔 여기 있으면 내 그를 마시고 이 세상 남 몰래 떠나
너와 함께 저기 어두운 숲속으로 사라지련만.
3
멀리 사라져, 녹아서 잊으련다.
잎새 속의 너는 정녕 알리 없는 세상사를,
그 권태와 번열과 초조를 잊으련다.
여기 이렇게 인간들 마주 앉아 서로의 신음을 듣고,
중풍든 폐인의 몇 오라기 남은 슬픔 머리카락이 떨리고,
젊은이는 창백해져 유령처럼 야위어 죽어 가는 이 세상,
생각만 해도 슬픔에 가득 차고
거슴츠레한 절망이 눈에 서리며,
아름다운 여인은 그 빛나는 눈을 간직하지 못하고,
새 사랑 또한 내일이면 그 애인의 눈동자에 기쁨을 못 느끼는 이 세상,
4
가거라! 술은 이제 가거라! 내 이제는 네게로 날아 가련다.
바카스 주신과 그의 표범이 끄는 전차일랑 버리고
비록 내 우둔한 머리 혼미롭고 더디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시의 날개를 펼쳐 그를 타고 가련다.
아 이미 너와 함께 있구나! 밤은 그윽하고 ,
때마침 달님 여왕은 옥좌에 올라 있고,
뭇별 선녀들은 그를 둘러 섰도다.
그러나 여기엔 빛이 없다, 있다면 오직
푸르른 녹음과 구불구불한 이끼낀 길을 통해
하늘로부터 산들바람에 나부껴오는 어스름이 있을 뿐이라.
5
하여, 나는 볼 수도 없다, 무슨 꽃이 내발 길에 피었고,
그 어떤 부드러운 향기가 저 가지에 걸렸는지를,
그러나 향긋한 어둠 속에서 짐작해 본다.
이 계절, 이 달이 주는 하나하나의 향기로운 것들을,
풀잎과, 덤불과, 야생 과일나무,
하얀 아가위와 목가 속에 자주 읊어지는 찔레꽃,
잎 속에 가려져 빨리 시드는 오랑캐꽃,
그리고 5월 중순의 맏아들인
술 이슬 가득 품고 피어나는 들장미를,
여름날 저녁이면 날벌레들 웅웅 모여드는 그 꽃송이 소굴을,
6
어둠 속으로 나는 귀 기울인다. 한두 번이 아니게
안락한 [죽음]과 어설픈 사랑에 빠졌던 나,
그리고는 수많은 명상의 선율을 띄워
[죽음]을 다정한 이름처럼 불러
내 고요한 숨결을 허공으로 날려 달라고 호소하던 나,
이제사 나는 나의 숨결 거두기에 , 고통없이 한밤중에
이 숨을 끊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순간을 찾아낸 듯 하다.
네가 이토록 황홀하게 너의 영혼을 쏟아내고 있는 이 순간에,
여전히 너는 노래할지나 나는 듣지 못하고-
너의 드높은 진혼가에 나는 한 줌 흙이 되리라.
7
너 죽으려고 태어나지 않은 불멸의 새여!
그 어떤 굶주린 세대도 너를 짓밟지 못한다.
지나가는 이 한밤에 내가 듣는 이 목소리를
옛날 황제도 농부도 들었으리라,
어쩌면 저 노래는 이역땅 보리밭에서
눈물 지며 고향을 그릴 제
루스의 슬픈 가슴 속에도 사무치고,
또한 저 노래는 쓸쓸한 선녀나라 위험한 바다
그 휘날리는 파도를 향해 열려진 신비로운 창문 자주 매혹했으리라.
8
쓸쓸하다! 바로 이 한 마디의 낱말은 조종(弔鐘)처럼
나를 네게서 불어내어 나 자신으로 돌아오게 하는구나.
그럼 안녕! 공상이란 사람 속이는 요정이라고
말을 하지만 그 말이 헛됨을 이제 알았노라,
잘가거라! 잘가거라! 너의 구슬픈 노래는 사라진다.
가까운 풀밭을 지나, 고요한 시내 건너고,
저기 저 언덕 위로, 그리고 이제는
그 다음 골짜기 숲 속에 깊이 묻혀 버렸다.
이것이 환상이냐, 아니면 백일몽이냐?
그 음악은 사라졌다- 나 지금 깨어 있는가 잠들었는가?
* 키츠와 이 시에 관한 해설은 아래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http://www.seelotus.com/gojeon/oe-kuk/poetry/Nightingale.htm
키츠의『밤꾀꼬리 노래』 - 해설
유영 그의 짧은 일생은 괴로운 법열(法悅)의 번득임이다. 강렬한 그의 바탕이 시 도처에서 빛난다. 시는 활기차고 뚜렷하고 감각이 조직적이요, 풍요롭다. 더구나 그 필치와 심미감이 세밀하고 표현력이 뛰어나 온갖 의식을 영적인 향기로 채우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시는 가장 많이 애송되고 또 가장 세심하게 다듬어졌다고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적으로 신묘하게 표현되었다. 그의 친구가 1819년 키츠와 머물고 있었는데 그가 이 시가 이루어진 경위를 말하고 있어 읽는 이를 더욱 놀라게 한다. 봄날 밤 꾀꼬리가 내 집 근처에 둥지를 지었다. 키츠는 새의 노래를 들으며 조용하고 끈질기게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 그는 아침 식사후 의자를 오얏나무 밑 풀밭으로 옭겨가더니 거기서 두 세 시간 앉아 있었다. 집으로 들어왔을 때 그의 손에는 약간의 종이 쪽지가 들려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책 뒤에 조용히 밀어 넣는 것을 보았다. 살펴보니까 쪽지는 네 다섯 장이 되었다. 마구 쓰여져 읽어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연으로 정리하기도 어려웠다. 그의 도움으로 나는 겨우 정리를 하였다. 이것이 바로 그 원고였다.
1 내 가슴은 아프고 졸리운 마비가 내 감각을 괴롭히누나 마치 잠시전에 독당근을 마시거나 혹은 몸을 마비시키는어떤 아편을 찌꺼기까지 마셔 저승길로 꺼져가는듯 하여라 이는 네 행운이 시새워서가 아니라 네 행복속에서 내가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날개를 단 나무의 은정이며 그대가 푸른 너도밤나무 어떤 음율적인 속이나 수많은 그늘속에서 목청껏 편안히 여름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2 오 포도주 한잔 마셨으면! 땅속 깊이 묻어 오래오래 냉장하여 꽃의 여신과 푸른 전원과 춤과 프로방스의 노래 햇빛에 탄 환희의 맛이 나는 놈으로! 오 따뜻한 남쪽나라 맛이 넘치는 놈으로 한잔을! 참으로 잔기까지 거품방울이 보글보글 번득이고 자색으로 입을 물들여 얼굴 붉게 하는 히포크리니 숲을 그놈을 마셔 이 세상에서 남모르게 그대와 더불어 어둔 숲으로 사라지고 싶어라 3 멀리 사라져 녹아내려 완전히 잊어버리자 그대가 나뭇잎 사이에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피로나 열병 초조 따위. 여기서는 사람들이 서로 신음하는 것을 듣고 또 중풍이 몇개 남은 마지막 백발을 흔들고 또 젊은이가 창백해지고 해골처럼 말려 죽는 곳 여기서는 생각하는 것만도 설음이요 눈이 흐려져 절망으로 넘친다 또 아름다움이 빛나는 눈을 뜨지 못하고 혹은 새로운 사랑도 내일이 지나도록 고민도 못한다. 4 가거라! 가거라! 내 그대에게 날러가리니 바카스와 그의 표범의 수레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혼(詩魂)의 날개를 타고 무딘 뇌는 어지럽고 느릴지라도 이미 그대와 더불어 있도다! 밤은 다사로워라 또 때마침 달의 여왕도 옥좌에 올라 온갖 선녀별들로 에워싸였도다 그런데 여기에는 빛이 없고나 오로지 하늘에서 산들바람을 타고 초록이 무르익은 어스름과 꼬불꼬불한 이끼길 속으로 비치는 것 뿐. 5 내 발 앞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어떤 다사로운 향기가 가지 위에 서렸는지 모르겠지만 향기로운 어둠 속에서 세월 만난 달이주는 냄새를 일일이 알아 맞출 수는 있다 풀이며 덤불 야생의 열매나무들 흰 산사나무 목장의 들장미 잎으로 뒤덮인 쉬 지는 제비꽃 그리고 한 오월의 맞 아기 이슬 맺고 꿈이 가득하고 곧 피어날 사향장미 여름 저녁때면 붕붕 날러 모이는 파리떼 소굴을 6 어스름 속에 내 귀를 기울이노라 그리고 몇번이고 나는 편안한 죽음을 반은 그리워하고 여러번 명상의 선율로 그를 멋진 이름으로 일컬어 조용한 숨결을 대기속에 거두어 달라고 하였다 지금이야말로 어느때보다 한밤중에 고통없이 숨을 거두기에 화려하다고 보인다 이렇게도 그대는 황홀하게 널리 그대 영혼을 퍼붇고 있지 않는가! 계속 그대는 노래할 것이요 또 내 귀는 헛되지 않으리― 그대 높은 진혼가에 잔디가 되리 7 그대는 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어라 불멸의 새여 어떠한 굶주린 세대도 그대를 짓밞지는 않았어라 흘러가는 이 밤 내가 듣는 그대 노래소리는 옛날 옛적 황제도 촌부야인의 귀에도 울렸던 것 아마도 이같은 노래 소리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이국땅 보리밭에서 눈물을 흘리며 서서 귀를 기울이던 룻의 슬픈 가슴에도 울렸으리라 같은 이 노래소리는 종종 저 외로운 선녀의 나라 험악한 바다에 뿜어대는 거품 위로 열린 마의 향기를 매혹하기도 하였어라 8 외롭다! 바루 이 낱말 하나가 종처럼 울려 그대로부터 고독한 나 스스로에게로 돌려주노나 안녕! 환상이 속이기로 이름난 사기꾼 일정처럼 그렇게 잘 나를 속일 수는 없다 안녕! 안녕! 그대 애끓는 찬가는 근처 목장을 지나 고요한 흐름을 넘어 언덕 위로 사라졌다. 그러더니 다음 골짜기 사이로 깊이 묻혔다 이것이 환상이냐 백일몽이냐? 그 노래는 사라졌다―나는 깨어있느냐 자고 있느냐? 첫 연에서 그는 새소리에 취해 가슴이 저리고 잠에 묻히는 듯한 심한 마취를 느낀다. 마치 마약 중독을 일으킨듯 새 노래는 그의 온 심신을 점령하고 만다. 그래서 마치 황천길에 접어든 듯한 심한 착각을 느끼는데 이것은 밤꾀꼬리의 행운이 부러워서가 아니라 새의 행복에 동화되고 어느덧 무아지경에 빠져서 참으로 법열(法悅)의 경지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새는 보통 동물이 아니라 나무의 요정으로서 현실을 초월하고 생명을 초월 한 초현실적인 존재로 온 정신을 바쳐 녹음 방초의 여름을 노래하기 때문에 지상에 사는 인간으로서는 이에 동화 감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나 황홀하고 도취되어 맛있는 포도주를 마시기를 간청한다. 그 숲은 보통 숲이 아니다. 지하 깊이 오랫동안 묵혀서 꽃의 여신과 초록의 전원춤과 유명한 프로방스의 노래와 즐거운 태양빛으로 물든 유명한 숲을 일컫는 것이다. 그렇게 따뜻한 남쪽나라 향취가 스민 술을 한 잔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왜냐면 그 술에는 진짜 얼굴이 붉어지는 詩神의 얼이 깃들어 구슬같은 방울이 잔에 가득해 갖가지 뽀글뽀글 일어 마시면 입술이 보랏 빛으로 물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얼마나 그 숲은 멋이 있고 또 로맨틱한 정취를 실어주는 것인가? 그 숨을 마셔 맘껏 취하고 이 세상일을 눈밖으로 밀어내고 저 아리따운 노래의 밤꾀꼬리와 더불어 어스름 숲속으로 멀리 멀리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느낌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그 아름다운 새의 노래를 들으면 그 새와 더불어 숲으로 사라져 살아 있는 신선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끼리라. 셋째 연에서 충격이 높아져서 새에게 간청하는 것이다. 부디 멀리멀리 사라져 그 깨끗하고 고매한 새가 물들지 않게 이 인간 현세의 잡동산이들을 잊어 버리라는 것이다. 새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그 맑고 고운 순수성을 절대로 더럽히지 말라는 것이다. 인간 현실이란 얼마나 추하고 무섭고 또 가여운 것인가? 인간들은 피로니 열병이니 초조 따위 마음의 병에 쪼들려 사는 것이다. 심지어 앉으면 서로서로 신음할 뿐만 아니라 늙은이는 중풍이라는 무서운 병마에 시달려 몸이 말을 안듣고 처량하게도 머리털이 다 빠져 흔들리는 몸따라 대머리에 남은 몇 개 머리털이 흔들리는 참상을 여지없이 노출하는 것이다. 젊은이도 얼굴이 창백해져 그 뜨거운 정열 뛰어난 용기도 다 어디로 가고 마치 해골 바가지처럼 되어 죽어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위 생각하는 갈대라는 인간이 그 타고난 특권인 생각하는 것조차도 시름에 시달리고 눈이 멍해지면서 절망에 시달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 암담한 인간세상에서는 아름다움의 여신조차 그 빛나는 눈빛을 계속할 수가 없고 새로운 사랑의 여신 조차도 내일 이상으로 그 눈을 애타게 그리워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인간세상은 침체되어 있는 것이다. 로맨주의 시대를 살면서도 그는 인간의 현세를 이토록 고차원에서 부정적으로 관망한 것이다. 그러니까 새야 이 먼지투성이 세상에 물들지 말고 멀리멀리 높은 세계로 사라져 가라. 내가 너 따라 날라가리니. 부디 내 청을 들어다오. 그러나 속세에 물든 숲의 여신이 끄는 표범의 수레가 아니라 시인의 특권인 시의 여신의 보이지 않는 날개를 타고 네 뒤를 따라가리. 물론 둔한 머리는 어지럽고 더디기는 할지라도 시신의 날개는 시공을 넘나드는 것이 아닌가? 또 다행이도 밤은 온화하고 달의 여신도 이미 옥좌에 올라서 밤의 세계를 다스리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도 온갖 별의 요정들이 여왕을 받들어 에워싸고 있으니 참으로 찬란하고 영광스런 기회의 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 시인이 있는 곳에는 빛이 없다. 원래 잡스런 먼지에 덮여있기 때문이겠지. 그저 하나의 희망은 초록빛 어스름과 꾸불꾸불한 이끼낀 길속에 하늘로부터 산들바람을 타고 오는 가냘픈 빛 밖에는 없다. 다음 다섯째 연에서 시인은 자기의 위치를 냉담하게 살핀다. 주위를 돌아보니 발앞에 과연 어떠한 꽃들이 피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또 나무가지에서 풍기는 여름의 따뜻한 향기도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러나 초록향기가 싱그러운 어둠 속에서 시절에 어울리는 달이 선사하는 향기 하나 하나를 짐작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풀이며 덤불 또 야생의 열매나무 그리고 흰 산사나무 목장에 피는 들장미 그리고 잎에 뒤덮인 빨리 시들어버리는 제비꽃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리고 한 사월의 가장 일찍 피어 곧 벌어질 사향 장미에는 이슬같은 꿈이 넘친 것이다. 또 여름 저녁을 이리저리 떠돌며 붕붕거리는 파리의 소굴도 짐작이 간다. 젊음으로 세상을 뜬 시인이 이렇게 자연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뛰어난 지식을 가졌다는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찮은 야생식물의 이름이며 생태를 하나하나 기억한다는 것은 정말 젊은이답지 않은 원숙한 자연의 사도라고 하여도 좋겠다.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이면 사람이란 마음이 야릇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죽음을 은근히 음미하는 것은 아마도 시인의 특이한 감수성일 것이다. 이승과는 전연 반대되는 세상에 편안히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여러번 일어서 명상적인 노래로써 죽음을 아름답게 부르며 조용히 목숨을 거두어 달라고 청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꾀꼬리의 찬미를 들으며 이 한밤중에 고통없이 숨을 거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것이다. 자연의 절정인 이 새의 노래 속에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 일이냐. 이렇게 황홀하게 온 영혼을 퍼부어대니 어찌 마음이 격앙치 않으랴? 계속하는 노래를 들어도 끝이없기에 귀는 마비되는듯 마치 진혼가에 홀려 잔디로 변하는 듯하다. 이렇게 새소리는 이승을 초월하여 행복을 선사하고 있지만 현실을 어쩔 수가 없다. 그에게 한줄기 고통을 선사한다. 희비와 생사 이승과 저승이란 역설을 마음 속에 삭이며 시 전면에서 다양한 심상이 출몰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이윽고 이 새를 불멸의 존재로 일컫는다. 불멸의 자연을 상징하고 영원히 사랑받는 아름다움의 화신이요 자연의 조화의 주인공으로 일컫는 것이다. 이 새를 해칠 일은 앞으로도 전처럼 없을 것이요 또 이 노래는 온 존재에 공통적으로 심금을 울릴 것이 분명하다. 제왕이나 촌부나 야인이나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일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예를 들면 이역 산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밭에서 일을 하는 룻의 가슴에도 울렸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인의 상상이 얼마나 시간을 초월하여 고금을 왕래하는가? 구약성서에 나오는 모압족의 딸들이 이스라엘족으로 시집을 가서 시어머니 나오미와 보리밭에서 땀을 흘리며 고통을 겪는 처지를 상상하며 그 뼈아픈 귀에도 이 새소리가 울려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멸의 명곡으로 한줄기 위안이 되었을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노래는 중세 이야기에 많이 나오는 로맨스로 아름다운 공주가 마의 성에 갇혀 창밖에서는 거친 파도가 울려대는 그 성채에도 들려갔을 것이라는 실로 놀라운 상상의 극치를 이룬다. 이 새노래는 옥중의 여인에게 인간 극한의 상황에서 자연의 극치의 노래가 절망과 희망 현실과 비현실의 아이러니를 절창하는 것이다. 마지막 연에 오면 낱말 하나를 시의 초점으로 열쇠를 만들어 현실 감각과의 관계를 고조시킨다. 〈외롭다〉는 한 마디를 스스로 한 것이 경종을 울려 이제껏 새노래에 빠졌던 자신의 의식을 되돌려 놓는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뛰어난 표현의 기법인가? 안녕하고 외치며 공상이 아무리 속임수를 써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안녕을 다시 외치며 이제는 서글픈 새노래가 멀어져 가면서 감각에서 떠나는 것을 몹시 아쉬워한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시인이 느낀 것은 환상인지 백일몽인지 너무나 무아지경에 있어서 구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래가 완전히 사라지고 보니 도대체 자신은 잠을 자는 것인지 꿈을 꾸는 것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의 음악에 동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헬렌 벤들러는 이 시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키츠는 이 시에서 다른데서 보는 이상으로 복잡하게 미학적인 관점의 진행을 시도하였다… 새와 듣는이 노래라는 삼중주로 청중과 가공물을 이끌어 들인다. 여기서는 예술이 개념적이나 윤리적인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다. 황홀하도록 아름답고 완전히 자연스럽고 순수한 가락과 창의의 흐름이요 모방의 그림자는 없다. 따라서 듣는이는 스스로의 황홀감과 비애감을 느끼게 된다. 예술이란 듣는이를 의식함이 없이 스스로를 말하고 그 일을 순수한 자아 표현으로 널리 쏟아붓는 것이다. 워즈워드도 밤꾀꼬리를 노래하였지만 간단한 서정시에 그치고 이렇게 깊은 이념과 미학을 창조하지는 못했다. 또 콜리지 역시 같은 새에 대한 시를 썼으나 그의 시 중에서나 또 다른 시들에 비해 그리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키츠에 와서 밤꾀꼬리는 이렇게 절창의 정상에 서서 후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꾀꼬리의 대열변이 골짜기를 넘어 얼음도 녹여 물을 흐르게 하네〉하고 달가에서 옛날 일본시인이 노래한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시에서는 새타령의 꾀꼬리편이 많은 애송과 애창을 받으며 경쾌하고 신나는 리듬으로 심금을 울리고 있다. 저 꾀꼬리 울음 운다. 황금갑옷 펼쳐 입고 양류청청 버드나무 제 이름을 제가 불러 이리로 가며 꾀꼬리루 저리로 가며 꾀꼬리루 머리 고이 빗고 시집 가고 지고 게알 가가 감실 날아든다. 우리 나름의 독특한 리듬으로 꾀꼬리의 생태며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주제를 전적으로 살리며 이 새를 노래한 것을 역시 보기는 힘들다. 우리는 한시의 영향을 받아 짧은 시에 더 많은 친근감을 지니고 있는듯 하다. 한시에도 꾀꼬리를 노래한 것이 있으나 역시 짧은 시다. 꾀꼬리 노래 듣고서야 새벽을 깨닫는다 문을 닫고도 날이 밝음을 안다 한줄기 달빛이 창세를 밀고 들어와 비스듬히 비개에 밀려왔기때문 이라고 당(唐)나라 위장(韋莊)은 노래하였다. 키츠를 가장 포괄적으로 연구한 W.J베이트는 이 시에 대해서 재미있는 의견을 말하고 있다. 키츠에게서 종종 보이는 꿈에 가까운 무감각은 하나의 대상이 적극적으로 다른 것으로 변해가고 또 목표에 도달하기 보다는 가까이 이를 때 다른 가능성이 계속 정지되는 강력한 인상의 다양성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새의 정체 확인은 아직 실지로 끝나지 않았다. 자아의 각성은 여전히 부분적으로나마 살아 있다. (“가슴이 아프다”는 따위) 요컨대 자의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사라져 가고 있는 중이니까 정체 확인에 희망이 솟고 있다. 이 노래는 거의 똑같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는 분기점이 넷째 연 끝 가까이에서 이루어진다. 시의 초반은 이 노래 혹은 새나 혹은 시에 대한 불안정하고 거의 달성되는 정체 확인을 주장하는 시도를 계속한다. 이 시의 진짜 전제는 뉘우침없는 과정을 늦추어 보고 싶은 마음의 갈망이다. 환멸 속에 과거와 미래를 공유하고 동시에 현재도 충분히 경험하며 유지시키고자 하는 갈망이다. 다른 어느 송시(頌詩)보다도 즉흥적인 주제를 이끌어내 그의 심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정말 키츠의 시와 마음의 실체를 차원 높게 연구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키츠의 시는 후대로 가면서 연구가 계속되고 이 요절한 젊은 시인을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불후의 문호 섹스피어와 비교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많은 음미가 필요하다고 본다. ▲역자 유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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