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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by 이덕휴-dhleepaul 2022. 5. 31.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추적단 불꽃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주세요”

  • 2020.10.12
  • 조회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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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 '추적단 불꽃'이 르포 에세이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출간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특별히 강인하고, 특별히 의지가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 알게 된 것은, 그들은 너무나도 나와 비슷한,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나와 비슷한 지점에서 분노하고, 지치고, 좌절하고, 무력감에 빠지는 평범한 두 대학생이 범죄를 목격했고, 자신들이 본 것을 모르는 척 지나칠 수 없었을 뿐이었다. 나와 크게 다를 것 없기에 그들의 활동은 더 큰 위로가 되고 더 강한 용기가 되고 계속 나아갈 힘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쓴 '추적단 불꽃'의 불과 단을 만났다. 답변은 불과 단 따로 구분없이 '추적단 불꽃'으로 정리했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르포와 추적단 불꽃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처음에 출판사에서 제안을 주셨어요. 1 '그날의 기록'  3 '함께 타오르다'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내용이라 맥락이 이어져요. 그렇지만 한 호흡으로 가면 너무 어두울 것 같았어요. 독자들도 읽을 때 너무 힘들 것 같았고요. 그래서 중간에 저희들 이야기를 넣어서 독자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또 독자들도 잠시 쉬게 해서 마음을 달래드리는 게 어떨까 싶었어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읽으니 새로운 것들, 더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기사는 일정한 시기에, 그 중에서도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고, 그 소비되는 기사들만 대중들의 머리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쉽게 분노했던 만큼 쉽게 잊혀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저희가 일 년 동안 추적을 하면서 굉장히 지난한 경험을 했고, 이 경험을 다른 매체에서 많이 기사화 했어요. 하지만 편집 권한이 저희에게 없기 때문에 저희만의 목소리를 다 드러낼 수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우리만의 독립적이 매체를 가지고 활동 기반을 닦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고 이 책이 그 활동이 된 셈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뇌가 과부하 걸려서 모든 걸 잊기 전에 전부 다 책으로 기록해 역사에 남기자, 라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보통 언론기사는 객관적인 팩트 중심으로 서술되는데, 이 책에서는 추적단 불꽃이 직접 사건을 맞닥뜨리면 느꼈던 감정같은 것들도 드러나 있더라고요. 책을 쓰면서, 혹시 너무 감정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은 안 하셨나요
 
정말 감정이 많이 담긴 부분도 있었고, 욕도 많았는데 그런 것들은 편집과정에서 많이 정리가 되었어요(웃음). 저희가 처음 원고를 써서 보냈을 때 편집자님이 좀 곤란해 하셨어요. 정제된 언어를 담아야 하는데, 저희가 아직 정제되지 않았거든요(웃음). 가해자들에게 정제된 표현을 사용해주고 싶지도 않았고요.  
 
 
처음엔 취업스펙쌓기를 위한 공모전 준비로 시작한 취재였어요. 하지만 파면 팔수록 그 안에 너무나 거대한 범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두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었는데, 도중에 취재를 그만두고 사건을 외면하고 싶다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피해가 실시간으로 계속 발생하는 것을 봤어요. 그리고 이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몇 천 명의 사람들이 유희로 소비하고 있었고요. 그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도 이걸 문제삼지 않았어요.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이건 이대로 묻혀버리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심지어 텔레그램 대화방에 있던 가해자들이, 이건 우리끼리만 알고 끝내자, 어차피 너무 자극적이어서 사람들이 안 믿고 도시괴담같은 거라고 생각할 거다, 그런 얘기까지 했거든요
 
어떻게든 가해자들을 처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범죄를 본 목격자로서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고, 어린 청소년들이 이렇게 성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도 원동력이 되었고요
가해자들이 하는 모든 대화 내용은 여성을 타자화하고 성희롱하고, 길가의 식물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것들이었어요. 그걸 보면서, 이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지금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점점 더 심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의 일이 아니라, 나하고도 직접 관련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추적하게 된 것 같아요.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말도 안 돼, 라고 생각을 했었고, 어느 정도 실체가 드러난 뒤에도, 과연 이게 해결이 되겠어? 그런 패배감과 무력함이 있었어요. 성범죄에 대한 뉴스를 접하는 많은 여성들이 비슷하게 느낄 거에요. 그러다 올해 3, 이 사건이 공론화되기 시작했어요.
 
작년에는 수사에 협조도 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을 모니터링하면서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을 캡처하고 채증하고 모아두면서 나름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불안감이 엄청 컸어요. 텔레그램에서 협조를 안 하면 못 잡는다는데, 그러면 어떻게 하지? 가해자를 잡아도 공론화가 안 되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말텐데, 그런 걱정들이요.  
 
그러다 올해 3월에 국민일보에서 'N번방 추적기'가 보도되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도 이 사건을 언급했어요. 이후에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라온 것에 대해 경찰청장과 여성가족부 장관이 답변하는 자리에서 이 사건 가해자를 한 명도 빠짐없이 잡겠다는 메시지를 주었고요. 그걸 보고, 이제 공권력이 나서겠구나, 라는 사실에 안도감도 들고 저희가 가졌던 무게감이나 책임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아직 모든 것이 파헤쳐진 것은 아니지만, 텔레그램 N번방 가해자를 하나 둘 찾아내 구속시키면서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에는 무력감이나 패배감에 빠져있었다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공권력이 너희를 기필코 잡고 말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면 가해자가 위축되는 경향도 있고, 성착취물을 찾는 행위도 멈추는 경우가 많아요. 주요 가해자들이 잡힌 뒤로는 성착취 영상을 오픈된 장소에서 공유하는 행위는 좀 줄었고요.
그런데 사실 지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이긴 해요. 범죄가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서 개인간 거래가 활발해지고 뿌리가 깊이 퍼질 수 있거든요. 이럴 때 정부가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어떤 특이한 케이스로 소비되기 보다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 혐오적인 시각, 여성을 타자화해온 역사들에 대해서 '이것은 문제다'라고 드러내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2 '불과 단의 이야기'는 요즘 20대 여성들이 어떤 경험을 통해 페미니즘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되는가를 잘 보여줘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상관없이 많은 여성들의 마음 속에는 이런저런 불편함과 불안함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거든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공론화되면서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이런 인식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요
 
일부에서는 N번방 범죄와 페미니즘을 왜 엮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저에게는 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이 사실 페미니스트가 되는 과정이었어요. 사건을 추적하면서 여성을 희롱하고 강간하려는 문화가 이 사회에 얼마나 깔려있는지를 확인했으니 이 사건이 페미니즘과 연관이 없다 말할 수 없죠
 
평소 같으면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볼 기회가 없는 분들이 N번방 추적기에 대한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담긴 저희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왜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게되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각의 계기가 되는 책이기를 바랍니다
 
 
단과 불, 두 사람이 같이 추적을 하게 되는 과정들도 담겨 있는데요. 사실 혼자서 추적을 했다면 도중에 지치고 마음도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희가 경찰과 협조하면서 같이 오랜 기간 활동을 했어요. 저희가 텔레그램 대화방을 모니터링하면서 증거자료를 채증해서 보내면 경찰이 그 증거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는 거죠. 그 자료들은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면 안되고 경찰과 저희만 보는데, 그 자료들을 보면서 겪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어요. 그렇다고 경찰에게 힘들다 토로할 수도 없잖아요. 그럴 때 같이 분노하고, 같이 욕하고, 같이 힘들다고 말하면서 푸는 과정을 겪으면서 서로 위로를 얻을 수 있었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공론화 과정에서 언론이 큰 역할을 했지만 또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어요
 
자극적인 내용을 뽑으려는 것이 있었어요. 인터뷰를 하면 '어떤 것이 제일 심했어요?' 이런 질문들이 빠지지 않았고, 기사 제목도 너무 자극적인 경우가 많았고요. 그리고 비판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가해자 서사를 푸는 경우도 있고 자극적인 방송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기한 기사들도 많았고요. 그런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들이 많아지니까 요즘은 그런 식의 선정적인 보도는 좀 줄어들었는데, 그러니까 또 기사가 너무 안 나와요, 요즘에는
 
N번방 가해자들 재판도 한 명 한 명 기자들이 따라붙어서 보도해줬으면 좋겠는데, 주요 가해자가 아닌 이상 언론에서도 딱히 취재를 하려는 움직임이 안 보여서 좀 아쉬워요. 특집, 기획, 이런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다뤄줘야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주범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동조자들을 파면 좀 더 다른, 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 이런 사람들이 조용히 동조하고, 동조하다 더 나서서 범죄를 저지르는가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이번에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나온 것을 보면 감경사유 중에 이런 것이 있어요. 강요나 협박에 의해서 동조할 수 밖에 없었거나 주범이 아니고 도와주는 역할만 했을 경우에는 감경사유가 된다고요. 그런 식이면 조주빈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감경사유가 있는 거죠. 하지만 이들도 절대 주범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게, 가해행위는 안 하려면 안 할 수 있었거든요. 조주빈만 계속 악마화하고 다른 동조자들은 어쩔 수 없는 실수다, 정도로 끝나면 안돼요. 그러면 텔레그램 대화방에 남아있는 다른 가해자들은, '나는 조주빈처럼만 안 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다른 방식으로 성착취 영상,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고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단 말이에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언론이 더 집중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미성년자 성착취가 부각되었지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만 문제라고 생각되어서도 안될 것 같아요
 
최근에 지인능욕 피해자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저희 또래였어요.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 아이들이라서 피해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하는데, 언론에서 너무 아동, 미성년자 성착취를 중심으로 보도를 하니까 부작용처럼 성인 여성은 그런 성범죄를 당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굳어지는 것 같아요
 
 
 
지인능욕 피해자를 찾아서 피해사실을 알리기도 했는데, 사실 피해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인데요
 
말 꺼내는 것 자체가 너무 죄스럽더라고요. 사실 저희의 불법 촬영물이나 능욕사진도 얼마든지 돌아다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된 것이, 제 주변 지인들 사진도 그런 방에 올라왔었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이게 정말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확인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심각한 분들이 계셨어요. 우리가 이걸 방관하면 신상정보도 같이 올라오니까 스토킹 피해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걱정이 되었어요.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될까 걱정이긴 했지만 우선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본인이 그런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누군데 갑자기 연락해서 그런 얘기를 하냐고 적대감을 가지고 응답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그분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당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밖에 없었으니까요
어떤 피해자분은 굉장히 수치스러워 하시고,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으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희가 너무 속상하고, 이 사회가 피해자에게 얼마나 엄격했는지 돌아보게 되기도 했어요. 절대 그분들 잘못이 아닌데
 
피해자분들 중에서 저희랑 연락을 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세요. 저희한테 본인의 속 얘기까지 다 털어놓지는 않아도 잘 지내고 있다고 연락 주시기도 하고, 저희에게 예쁜 풍경 사진 같은 걸 보내주시기도 해요. 날씨가 너무 좋다고, 너무 예쁘다고, 저희들도 좋은 것을 보면 좋겠다고 하시면서요. 사람들은 저희가 피해자를 도왔다고 얘기 하지만, 저희가 그분들께 받는 용기와 격려도 결코 무시할 수 없어요. 엄청난 위안이 되고 있어요.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어느 정도 사건의 윤곽이 드러난 부분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피해자에 대한 지원방안은 많지가 않은 것 같네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고 법률지원을 받거나 상담소와 연결될 수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가 하나하나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직접 해야 해요. 피해자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한다고 느꼈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올해 '추적단 불꽃'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유튜브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요?
  
몇 가지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는데, 지금은 디지털 성착취에 대해서 계속 보도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도 유형이 굉장히 다양해요. N번방, 박사방처럼 협박과 강요, 착취의 형태로 엮인 경우도 있고, 나는 인스타그램에 내 사진을 올렸을 뿐인데 그 사진이 딥페이크 영상으로 합성되어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어요. 온라인 사이버 스토킹도 있고요. 언론에서 너무 N번방, 박사방만 부각시키니까 그런 것만 디지털 성범죄고 나머지 불법촬영, 스토킹  - 는 다 잔잔바리 범죄다, 그런 식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인식을 깨고 명확하게 구분을 짓는 것,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을 알리고 정확한 용어 사용을 정착시키는 것, 그런 활동들도 생각 중이에요
 
 
텔레그램 N번방 추적 이후, 추적단 불꽃에게 생긴 변화는 어떤 것인가요?
 
사건을 취재한 이후,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전에는 대외활동을 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걸 좋아했는데, 이 일을 겪고 나서는 사람을 쉽게 못 믿겠더라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굉장히 경계하게 되고, 아는 사람이라도 저 사람 속 내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게 되고요
 
그리고 전에는 인생의 목표가 약간...돈을 많이 벌고싶다 였다면 이제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활동이 당연히 돈은 안 돼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고, 우리가 이 일은 그래도 전문적으로 해왔으니까, 우리의 위치가 그렇게 되었으니까, 내 업이 되었다 생각해요. 처음에는 취업 준비생이었지만 지금은 활동가이자 기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거죠
 
선배 기자님들께, 기자라면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기사를 써야하는데, 너희는 사건에 너무 많이 개입했다는 말도 들었어요. 하지만 기자의 직업윤리, 보도윤리가 무엇이든간에 우리는 기자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옳은 일을 한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지난 1년 넘는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한 것 같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래도 변화가 있었으니까요. 힘들었지만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책을 읽고 바뀌는 사람도 있겠지만 바뀌지 않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많이 읽어주시면, 저희는 바뀔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웃음). 더 힘을 얻고, 더 연대를 느껴서 더 열심히 추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정말 솔직한 마음이에요
 
어쨌든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기다려 주신 독자분들한테 감사하고, 만드는 동안 도움을 많이 주셨던 출판사 분들, 기획자분들에게도 감사하고, 저희와 연대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에요.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1부를 읽을 때 힘드실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송하지만 끝까지 읽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사건을 모르면, 모르고 덮어두면 이런 성착취는 다시 일어날 것이 뻔하거든요. 숨은 것들을 다 끌어내자, 어떻게든 없애버리자, 그 활동을 이제 다른 '우리'들이 모여서 함께 하고 싶어요. 당신을 '우리'라고 부를 수 있게, 같은 활동을 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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