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마 26:40)
예수님이 죽임을 당하시기 바로 전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피방울이 될 정도로 고민하시며 기도하실 때, 같이 올라갔던 가까운 제자 세 명이 한 시간도 깨어 있지 못하고 조는 것을 보시고 주님이 하신 말씀이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악하다”(마 26:40)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는데 종종 이용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술을 무척 좋아하는 기독교인 친구는 술 먹을 때 이런 변명을 하곤 하여 주위를 웃기기도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여서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하나님,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합니다. 저를 용서하시고 이러한 죄에서 구원하소서”라고 기도하곤 합니다. 오랜 세월 인 박힌 죄나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이런 말로 변명도 하고 위안도 삼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가 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또 우리가 자주 원용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내 속 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있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 아래로 나를 사로 잡아 오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라(롬 7:23,24). 우리는 이 구절도 인용하며 바울과 같은 위대한 사도도 이런 약함과 어려움이 있었는데, 우리 같은 평신도가 어찌 완벽할 수 있겠느냐며 변명합니다. 그러나 그 변명이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일어납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긴 하지만, 자신의 변호를 위해서는 정말 근사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님은 우리 인간의 약함을 아십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한 시도 깨어 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시고 크게 야단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잘못을 대변해 주시는 것처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허다한 죄를 덮어 주는 사랑의 본을 보여 주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약함을 잘 아십니다. 전에도 여러 번 “주님은 유대인에게 자비하심으로 죄악을 사하사 멸하지 아니하시고 그 진노를 여러 번 돌이키시며 그 분을 다 발하지 않으셨으니 저희는 육체뿐이라 가고 다시 오지 못하는 바람임을 기억하셨기 때문입니다”(시 78:38,39).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약합니다. 그러나 주님이 우리 육체와 본성의 약함과 결점을 불쌍히 여기시고 용서하신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계속 주님의 말씀을 이용하여 자신을 변명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우리의 잘못을 크나큰 슬픔으로, 그리고 하루 빨리 벗어버려야 할 무거운 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주님이 우리 육신의 약함에 대해 말씀하신 것은 인간의 불가피한 상태를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바로 잡아야 할 상태에 대한 진단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프랑스의 프랑소아 페넬롱은 “십자가의 왕도”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약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도 압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약합니다. 자신의 어떠함을 깨닫는 것은 매우 큰 유익입니다. 하지만 약함이 인간의 본성과 분리될 수 없는 속성이라고 할지라도 약함을 과장하지 마십시오. 참된 힘의 근원으로부터 떨어지게 됩니다. 오직 내면으로 주님께 귀를 기울이고 비열한 것들을 담대히 경멸하십시오.”
사도 바울은 참된 힘의 근원이 바로 주님이심을 알았기에 로마서 7:25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고 말합니다. 또 주님은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라는 말씀과 함께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얼마든지 주님의 은혜로 인하여 우리의 약함과 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깨어 기도하는 영적 훈련을 통하여 우리의 모든 인간적인 면이 바뀌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뜻에 복종할 수 있는 산 제물로 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님과의 밀접하고도 꾸준한 교제와 기도를 통하여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라는 말씀으로 자신을 변명하는 것이 과거의 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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