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
양 대 종*1)
[논문개요]
니체 철학을 관통하는 큰 주제의 하나는 정의에 대한 고찰이다. 니체 필생의 프
로젝트라 할 만한 정의에 대한 고찰은 크게는 철학사 전반에 대한 정의로운 판단과
이에 근거한 새로운 가치정립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한편 정의의 기원과
경로를 추적하는 그의 노력은 정의와 힘의 관계를 둘러싼 사회철학적 단상들에서
나타난다. 본고는 이 단상들의 분석을 통해 니체의 정의가 사회 역학적이고 정신적
인 측면들을 강조하여 법을 단순하게 물리적 힘으로부터 연역하는 고대 자연법사상
과는 차이가 있음을 드러낸다. 정의의 토대로써 사회적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힘들
의 평가에 근거한 균형의 원리가 강조되고, 이 균형의 유지가 정의의 역할로 규정
된다. 역동적인 사회적 관계는 항구적인 균형을 보장하지 않으며, 법적 상태 역시
최종적일 수 없게 된다. 니체에게서 정의는 따라서 진리와 질서를 추구하는 자가
견지해야 할 역동적인 정신의 태도로 밝혀진다.
주제분류: 사회철학, 정치철학
주 요 어: 니체, 정의, 권리, 사회역학, 균형
* 고려대학교 강사
314 사회와 철학 제19호
1. 들어가는 글
니체철학의 많은 중요한 핵심개념들과 마찬가지로 정의의 개념은 니체
의 삶과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 테마 중의 하나이다. 별도로 완결된
형태로 정리되지는 않은 테마이지만 니체의 초기 저작에서부터 마지막 유
고에 이르기까지 정의의 테마는 그의 삶과 철학을 일관성 있는 유기체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화두이다. 니체는 이미 그 철학적 사고의 시발
부터 정의를 철학사의 숙원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의 글의 도처에서 정
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이 불가능한 덕의 기원과 경로를 추적
하려 애쓰고 있다. 니체 삶의 프로젝트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이 정의의
테마는 플라톤이나 홉즈를 연상시키는 그의 사회 철학적 고찰들에서도 주
목할 만한 단상들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이 사회 철학적 단상들에서는 정
의와 힘에 대한 고대의 대화들이 그 고찰의 기초를 이룬다.
본고는 정의를 둘러싼 니체의 사회 철학적 단상들을 소개하고 이러한
논의가 실은 철학사 전반에 대한 정의로운 판단과 이에 근거한 새로운 가
치정립을 위해 노력하는 니체 필생의 프로젝트의 일환임을 보이는데 그 목
적을 둔다.
2. 권리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1872년에 쓴 “쓰이지 않은 다섯 권의 책에 대한 다섯 개의 머리말” 중
세 번째 머리말 “그리스 국가”에서 니체는 현대세계와 그 휴머니티의 절정
에 달해있던 그리스 국가사이의 큰 차이에 주목한다. 이에 따르면, 노동을
보는 관점에서 현대세계는 “개념의 환각”1)을 통해 본질을 은폐하는 기만적
1) Fünf Vorreden. Der griechische Staat, KSA 1, 765쪽.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15
사회이고, 반면 그리스 국가는 자유시민의 인간다운 활동을 위해 치욕스럽
지만 필수불가결한 전제로써 노예제를 인정하는 개방적인 사회이다. 이 노
예제의 기원을 묻는 니체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감탄에 차있다:
“그리스인들은 우리에게 그들의 국제법적인 본능으로 이것을 설명했다. 그
들의 관습과 인간성이 가장 성숙하게 충만했을 때도 이 본능은 청동의 입으
로 다음의 말을 내뱉는다. ‘패자는 부인, 자식, 재산과 피를 포함해 승자에게
속한다. 폭력은 최초의 권리를 제공한다. 그 토대에 있어 월권, 찬탈, 폭력
이 아닌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2)
강자의 폭력에 의한 정복과 월권적 찬탈을 통해 권리가 생성됨을 설명
하고 있는 이 구절은 동시에 국가 역시 동일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
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노예제가 자유시민의 인간다운 활동을 위해 불가결
한 전제로 이해되듯이, 국가의 기원인 야만성과 폭력 역시 큰 맥락에서 문
화와 사회의 형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간주된다. 호머의 서사시
에 표현된 전율할 만한 전쟁들이 영원한 정의의 법정에서 그리스 사회의
구성을 담보로 용서되고 있는 것이다. 니체는 이렇게 자칫 제국주의적 야
망에 악용되어질 위험이 있는 힘(Macht)을 문화와 사회형성의 근본 동력
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사회적 틀 속에서 비로소 규정된 인
간행동의 상호조건들과 규칙들이 형성되고 인간의 사회적 본성들이 발현되
기 시작한다. “야생의 자연에서 문명화된 공동체로, 야만에서 문화로 유도
하는 법(das Recht)”3)이 기능하기 시작하는 곳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이다.
힘으로부터 권리를, 법을 도출하는 이러한 니체의 논점은 철학사에서 새
로운 일은 아니다. 플라톤은 대화편 국가 와 고르기아스 에서 트라시마
코스와 칼리클레스의 입을 통해 강자의 자연권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칼
2) Ibid. 770쪽.
3) Volker Gerhardt, Pathos und Distanz, 102쪽.
316 사회와 철학 제19호
리클레스는 긴 연설을 통해 법과 권리가 힘의 일방적인 물리적 우위에만
근거할 뿐이라는 것을 역설한다.4) 플라톤이 니체사상의 형성과정에서 가
졌던 영향을 생각하면5) 여기서 “니체와 소피스트들이 표명하는 과두정치
적-반동적 입장 사이의 아연할 만한 유사성”6)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니체가 힘의 우위에 근거한 강자의 자연법을 자신의 사
회 철학적 사상의 일부로 받아들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먼저 그가 법
의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힘을 권력의 근거로 규정하기에 앞
서 그 사회 역학적이고 정신적인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살필 필요
가 있다.
3. 정의의 사회 역학적, 정신적 차원
니체에게서 정의는 다양한 힘들이 대충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에
서 출발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에 나오는 “정의의 기원”이라
는 제목을 달고 있는 한 잠언은 정의의 사회적 발생조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투키디데스가(아테네와 멜리아의 사절들 간의 살벌한 대화에서) 올바르
게 파악한 것처럼, 정의(정당성)는 거의 동등한 권력자들 사이에서 기원한
다: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우세한 힘이 존재하지 않고, 싸움이 아무런 성
4) Platon, Gorgias, 483d-484a.
5) 바젤대학에서 니체가 10년간 행한 강의의 주제들도 상당부분이 플라톤에게 할
애되어 있다. Curt-Paul Janz, “Ftriedrich Nietzsches akademische
Lehrtätigkeit in Basel 1869-1879”, in: Nietzsche Studien, Bd. 3,
1974, 192-203쪽 참조.
6) Karl-O. Apel, Funkkolleg Praktische Philosophie/Ethik, 20쪽.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17
과도 없이 서로에게 손해만을 초래할 경우에는 합의를 통해 서로의 요구를
협상하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의의 최초의 성격은 교환의 성격이다”.7)
사전에 규정되고 주어진 권리에 근거하는 고대나 근대의 정의 개념과
달리, 니체에게서 법은 나와 대충 엇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타인에 대한 평가와 인정을 통해 성립한다. 여기서 미리 주어져 있는 권리
의 부재를 지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될 경우, 토마스 아퀴나
스적 의미의 피조물의 절대권리에 대한 주장이나8), 아리스토텔레스적 의
미로 누구에게나 자신의 것을 나눠주는 공정한 재화배분에9) 대해서 얘기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의는 이제, 현명하게 자신을 보존하
기 위해서라도, 상당부분 타인의 이해를 계산적으로 고려함에 의해 성립한
다. 복수의 계약 당사자들이 자신과 상대방의 힘을 비슷한 균형을 이룬 것
으로 평가한 후에야 조정 고리로서의 법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당사자들
의 계속적인 관계가 조정되는 것이다. 니체의 법개념은 이렇게 정의의 사
회 역학적이고 정신적인 계기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참가하는 힘들의 복수
성, 그들의 상호작용, 힘 행사 가능성의 넓은 스펙트럼, 자신과 타인의 힘
에 대한 계산이 가지는 해석의 특성 등, 사회현상을 규정짓는 모든 중요한
요소들이 니체의 정의 개념에 함축되어 있다.
인용문에서 니체는 폭력이나 절대적인 힘의 우위가 아니라 “거의 동등한
권력자들”을 정의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 세 단어의 결합에 니체 정
의론의 본질적인 요소들이 숨어있다. 니체는 정의관계의 성립에 비슷한 힘
의 정도가 전제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서민에게서 부인을 빼앗은 영
주를 예로 들어 동일한 소유물을 바라보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차이에
주목한다.10) 힘의 큰 차이는 습관과 시선의 차이로 연결되어 한 대상에
7)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 92, KSA 2, 89쪽.
8) Josef Pieper, Das Viergespann, 65-161 참조.
9) Christoph Horn, Nico Scarano(Hrsg.), Philosophie der Gerechtigkeit,
27-31 참조
10)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 81, KSA 2, 85-86쪽 참조.
318 사회와 철학 제19호
대한 가치평가에서도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오류는 이 둘이 동일한 사고
와 느낌을 공유한다는 가정에 있다.
“만약 우리와 다른 존재의 차이가 너무 크면, 우리는 모두 부정에 대해 전
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 예를 들어 모기 한 마리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죽이게 된다.”11)
한쪽의 힘이 월등히 우월한 경우, 대화나 협상 및 계약에 대한 필요가
사라지는 것이다. 거의 동등한 힘을 보유한 자들 사이에서는 분쟁과 전쟁
으로 갈 행위가 한쪽이 일방적인 힘의 우위를 보이는 경우에는 성공적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한편의 힘이 상대편의 협상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도
못되게 작은 경우이다.
1) 멜리아 대화의 예
니체가 정의의 기원에 대한 논의의 처음에 다루고 있는, 흔히 ‘멜리아
대화’로 알려진 협상은 27년간 계속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16년 째 되
는 해, 아테네가 멜로스 섬을 공격하기 직전에 벌어진다. 군사력에 있어
절대적인 우위를 자랑하는 아테네인들이 멜로스에 사절단을 보내 실제적인
힘의 행사 전에 항복과 도시의 보전을 걸고 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12) 이때, 아테네인들은 상대방이 도시를 보존한다는 것을 전제
로 해서만 협상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멜리아의 도시가 보존되는 것은 아
테네인들도 원하는 바다.
정의가 ‘비슷한 힘’을 가진 자들 사이에서 성립하는 관계라면, 군사력의
차이가 엄청난 아테네와 멜리아 사이의 협상을 고찰하며 니체가 거의 비슷
11) Ibid., 86쪽.
12) Thukidides, Geschichte des peloponnesischen Krieges, § 87, Georg
Peter Landmann의 독일어판을 사용하였음.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19
한 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물리적 힘
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인들은 대화를 통한 협상의 테이블에 자발적
으로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더 약한 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라는
제하의 잠언에서 찾을 수 있다.
“포위된 도시의 경우처럼, 누군가가 어떤 조건들 하에서 더 강한 자에게
굴복할 때, 그 대항조건은 자기를 파멸하고 도시를 불사르며 그것으로 강한
자에게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여기서는 일종의 대등
함이 성립하며, 그것을 근거로 어떤 권리들이 확립될 수 있다. 적대자는 보
존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가지게 된다.”13)
자해를 통해 승자의 향후 전리품에 불이익을 초래할 가능성이 협상의
적법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멜리아 협상에서 아테네인들의 목
적은 결국 양측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을 불필요한 전쟁 없이 멜로스를
지배하는 것이다. 멜리아 도시의 보존과 전쟁 없는 예속이 아테네인들에
의해 제안된 것이다. 단지 힘의 우위를 드러내 보이는 것만을 통해 아테네
는 전쟁을 통해 힘의 우열을 겨루어본 후에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를 원한다. 아테네인들의 합리적이고 실제적인 계산을 니체는 다
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정의는 물론 통찰력 있는 자기보존의 견지에서, 즉 ‘무엇 때문에 내가 아
무 이익도 없이 나를 해치고, 잘못하면 내 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라는 이기주의에서 출발한다.”14)
물론 실제적인 힘의 차이는 거래의 조건에 반영된다. 이때 거래되는 것
이 정확히 등가일 필요는 없다. 지금 예에서는 멜로스 시의 보존과 비록
13)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 93, KSA 2, 90쪽.
14) Ibid. 89쪽 이하.
320 사회와 철학 제19호
노예의 신분이지만 안전한 생명이 아테나 제국의 전쟁 없는 확장과 거래되
고 있다. 멜리아 인들이 제안한 제 3의 길, 즉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고 아
테네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희망은 아테네인들에게는 고려의 대상이 아
니다. 약자의 권리라는 것은 강자의 이해관계에서 보아 의미 있는 한에서
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니체는 같은 곳에서 이 엄격한 이해관계에 대해 다
음과 같이 쓰고 있다:
“권리란 원래 한편이 다른 편에게 가치 있고, 중요하며, 버릴 수 없고, 정
복할 수 없는 것 등으로 여겨지는 만큼만 통용된다.”15)
인용문에서 니체는 “여겨지는”이란 단어를 강조하고 있다. 거래 당사자
들 이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힘이 자신의 힘과 균형을 이루고 있
다고 생각하고, 계속적인 충돌이 쌍방에 해가 된다고 여긴다면, 정의의 첫
특성인 거래가 성립한다. 승리의 희망이 요원하고 당사자들이 불필요한 힘
의 낭비를 두려워 할 때 대화와 협상과 합의에 대한 요구가 생긴다. 순전
한 폭력이나 단순한 힘의 우위가 법을 근거 짓는 것이 아니다. 힘의 균형
에 대한 사려 깊은 인식, 다시 말해 해석된 힘의 대등한 상관관계가 정의
의 실제적인 기원인 것이다. 이때, 받아들여진 힘의 크기가 실제 사실에
꼭 부합할 필요는 없다. 가정된 힘에 대한 확신만으로도 상응하는 반응은
야기된다.
정의의 시작인 사려 깊은 거래행위는 거래 당사자들 모두에게 최소한의
이해를 충족시킨다. 처음에 인용한 “정의의 기원”의 구절은 아래와 같이 계
속된다:
“정의의 최초의 성격은 교환의 성격이다. 모든 사람은 각각 자신이 상대
방 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을 얻음으로써 서로를 만족시킨다. 그들은 각
자 상대방이 자기 것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을 주고, 대신 원했던 것을
15) Ibid. 90쪽.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21
얻는다. 따라서 정의는 거의 대등한 힘의 상태를 전제한 보상이며 교환이
다.“16)
아테네가 원했던 협정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예상태로 생명을 보존 받
는다는 항복의 조건을 멜리아 인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전쟁 후에
남자들은 다 처형당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가 되고 만다. 아테네인들
이 멜리아의 주권을 용인하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이들도 자신들이 원하
던 바, 즉 힘의 낭비 없이 흠 없는 전쟁기지를 얻으려던 것을 이루지 못한
다. 하지만 오히려 이 성사되지 못한 거래는 더 강하게 정의가 가지는 사
회 역학적이고 정신적인 요소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복수의 거래 당사자,
이들의 상호작용, 힘의 다양한 통지 가능성, 자기보존을 위한 숙고, 자기
와 타인의 힘에 대한 해석 및 이해의 동등함에 근거한 계약적 특성 등이
그것이다.
소피스트적 자연법사상에서 발견되는 권력의 힘으로의 직접적 환원은
이 정의의 사회 역학적, 정신적 요소들의 강조를 통해 교정되어진다. 특히
정신적이고 이성적인 요소는 니체가 정의의 기원으로 제시하는 “거의 동등
한 권력자들”의 “거의”라는 단어에 이미 함축되어 있다. 이 단어는 단순한
물리적 힘으로부터 법을 연역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정확하게 같은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거래의 여지가 있음을 내포한
다. 니체에게서 법을 근거 짓는 힘은 단순한 물리력이나 폭력이 아니라 통
찰력 있는 힘인 것이다. 이 정의의 사회 역학적, 정신적 차원은 거기 내포
돼 있는 인간의 노력과 불확실성을 통해, 자연법적 논증보다 정치적 법의
이념을 풍부하게 만든다. 니체에게 법은 가능한 행위를 염두에 두고 행해
진 힘의 상호의존적 측정이 산출해낸 결과이다.17)
16) Ibid. 89쪽.
17) Volker Gerhardt, Pathos und Distanz, 116쪽 참조.
322 사회와 철학 제19호
2) 균형의 원리: 정의의 토대
정의에 대한 논의는 후에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의 한 잠언에서 다른
예를 가지고 심화된다. “균형의 원리”라는 표제 하에 “위험한 세력들과 균
형을 이루기 위한 약자들의 조직”이라 정의된 초기 공동사회에 대한 사고
실험이 진행된다.18) 한 권력자가 원시공동체에게 강도로부터 안전하게 지
켜 보호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는 난처한 상황이 출발점이다.
“중요한 점은: 저 권력자는 강도에 대해 균형을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약자들은 거기서 살아갈 가능성을 본다. 왜냐하면 약자들은 스스로
뭉쳐 균형을 이루는 세력을 형성하거나, 아니면 균형을 유지하는 자에게 종
속되어야만 한다(그가 하는 일에 대해 그에게 봉사한다). 후자의 방법이 즐
겨 선택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사실은 두 위험한 존재를 못 움직이게 통
제하기 때문이다. 즉 강도는 권력자에 의해서, 권력자는 이익의 관점에 의해
서”.19)
이 긴장감 넘치는 힘의 관계를 통해 니체는 정의가 가진 중요한 기능
하나에 주목하고 있다. 공동체가 현하의 힘의 정세에서 행할 수밖에 없는
개개 활동자들의 힘의 크기에 대한 면밀한 계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문
제가 되는 힘들의 정확한 크기를 찾아 그에 상응하는 힘이나 보상으로 균
형을 잡는 것이다. 인용문은 권력자에게 보호와 안전의 제공에 대한 대가
로 치러지는 보상의 크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여기서도 공
동체가 가능한 한 정확한 균형을 잡기위해 노력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왜
냐하면 상대가 가진 힘의 크기에 대한 평가에 공동체가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의 양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이 균형을 정의의 초석으로 간주하고 Talion의 법칙(同害 報復
18)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I, § 22, KSA 2, 555-567쪽 참조.
19) Ibid. 555쪽.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23
論)을 가지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균형이라는 것은 가장 오래된 법이론과 도덕론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
다. 균형은 정의의 토대이다. 비교적 야만적인 시대에 정의가 ‘눈에는 눈, 이
에는 이’라고 말할 경우, 정의는 이미 달성되어 있는 균형을 전제로 하고 있
으며 이 균형을 보복을 통해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20)
3) 정의의 역할: 균형의 유지
니체는 한번 계약을 통해 달성된 균형을 관리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을
정의의 본질적인 행위로 본다. 정의가 고대사회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형식으로 실현되었을 때, 근저에 깔린 생각은 균형의 파괴를 통해
얻어진 이익을 상응하는 손실을 통해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눈에
조야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이것은 정의와 균형의 개념이 서기 전인 야만상
태에서 벌어지는 “맹목적인 분노를 지닌 복수”21)에 비교할 때 훨씬 관대하
고 규정적인 해법이다.
한 사회에서 균형이 확립되면 정의는 Talion의 법에 따라 계속 깨진 힘
의 균형을 원상복구하면서 자신의 확고함을 보증한다. 정의를 뜻하는 그리
스어 dikaiosýnē의 호머적 사용인 Díkē와 díkaios가 각각 삼라만상의 질
서와 이 질서를 존중하는 자를 의미할 때,22) 니체가 정의의 기초로써 달
성된 균형상태의 유지와 복구를 정의의 본질적인 역할로 파악하는 것은 이
오랜 전통 속에서 행해진 것이다. 거래행위를 통해 시작된 정의는 달성된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때 이 균
형에 함축된 힘의 긴장은 그 모든 등가물계산과 더불어 사회의 전체 상황
을 반영한다.
20) Ibid. 556쪽.
21) Ibid.
22) Alasdair MacIntyre, Der Verlust der Tugend. Zur moralischen Krise
der Gegenwart, 180-181쪽 참조.
324 사회와 철학 제19호
니체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을 집필하던 당시에 쓴 유고의 한
구절은 정의의 본질적 행위인 균형의 유지를 통해 얻어진 새로운 삶의 질
을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투쟁을 끝내기 위
해 공동체가 형성된다. 균형, 공동체의 관점.”23)
4) 균형의 상태: 자기발전의 잠정적 수단
정의의 사회 역동적, 정신적인 요소들을 규제하는 인간의 본래적 성향들
은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한 사회에서도 없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단지 놀
이나 경쟁의 규칙을 통해 그 파괴적인 효과가 완화된 채 문화나 경제, 정
치, 학문 등의 영역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한다.
힘의 연관과 관련된 사회적 상황은 자연스레 끊임없이 변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삶에 새로운 행동의 가능성과 질을 가능하게 해주는 각각의 균형
상태는 항구적이지 않다. 단순히 서로 다른 두 힘이 만나기만 해도 자기보
존의 경향 때문에 거의 반강제적으로 혹은 자연스럽게 질서 지워진 공존상
황을 창출해 내는 정의가 가지는 정신적인 요소들, 즉 계약 상황 전에 보
이던 간계, 이기적인 현명함, 상호간의 계산적인 인식과 등가물 계산이 포
괄하는 모든 복잡한 과정들이 모두 힘을 사랑하여 항상 더 많이 가질 것
을, 타인을 능가할 것과 자기를 넘어설 것을 열망하기 때문이다. 사회구성
의 초기목적이 달성되면, 즉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되게 되면 사회의 구성
을 위해 강제되어졌던 개개인의 충동들이 다시 살아나 우위를 차지하려 한
다.24) 니체는 각각 도달한 법적 상태가 결코 목표가 아니며, 인간에게 자
기발전의 일시적인 수단일 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단으로서의 법적 상태 - 동등한 사람들 사이의 계약을 토대로 하고
있는 법은,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의 힘이 똑같거나 또는 비슷한 상황에서
23) 유고, 1879 7월, 41(42), KSA 8, 590쪽.
24)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I, § 31, KSA 2, 563 참조.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25
성립하는 것이다; 비슷한 세력간의 불화와 쓸모없는 소모를 더 이상 하지
않기 위하여 인간의 영리함이 만들어낸 것이 법이다. 그러나 한쪽의 힘이
다른 쪽보다 결정적으로 약해지게 되었다면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궁극적
으로 끝이 난다. 그러면 종속이라는 것이 나타나고 법은 중지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법에 의해 달성되었던 것과 같은 성과는 여전히 존재한다. 왜냐
하면 이제는 종속된 자의 힘을 아끼고 쓸모없이 소모되지 않도록 권유하는
우월한 자의 영리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종속된 자의 입
장은 동등한 자의 입장에 있었을 때보다도 훨씬 더 유리해진다. - 따라서
법적 상태라고 하는 것은 영리함이 권유하는 일시적인 수단일 뿐 목적은 아
니다”25)
각각 도달한 법적 상태가 결코 최종적이지 않고, 인간의 자기보존과 발
전을 위한 잠정적인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면 이제 정의는 진리와 질서를
추구하는 자가 계속 견지해야 할 역동적인 정신의 태도이다. 정의의 이념
은 삶에 필연적인 동요와 가변성에 연결돼 있다. 지적인 통찰과 도덕적인
행동의 일치를 보장하는 영원한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26)
4. 정의: 정신의 역동적 태도
그 사회역사적 연원과 역동적인 과정에도 불구하고 한번 달성된 정의로
운 균형의 상태를 누군가 계속 고집한다면, 정의는 그것의 적대자인 확신
으로 변질되고 화석화될 위험이 있다.27) 변화한 사회적 힘의 연관관계를
계속적인 조직을 위한 새로운 근거로 평가하지 못하는 정신의 게으름으로
25)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 26, KSA 2, 560쪽.
26)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 53, KSA 2, 73 참조.
27)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 636, KSA 2, 361 참조.
326 사회와 철학 제19호
부터 기인한 무능력이나, 아니면 이미 성립된 계약관계에서만 생존의 유일
한 기회를 볼 수밖에 없는 약한 힘이 이러한 상태의 원인이다.
니체 철학에서 정의는 다른 여타의 덕들이나 인간의 성격과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어떤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회구성을 통해 도
덕성을 위한 기초가 놓인 후에도 덕이 형성될 때까지는 다음과 같이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된다:
“도덕성에는 강제가 선행한다. 또한 도덕성 그 자체는 잠시 동안은 여전
히 불쾌감을 피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순응하는 강제이다. 나중에 그것은 인
륜이 되고 훨씬 후에는 자발적인 복종이 되며, 마침내는 거의 본능이 된다:
그러고 나면 그것은 오랫동안 익숙해지고 자연적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쾌감과 결부된다.-그리고 이제 덕이라고 불린다.”28)
인용문의 “도덕성”이란 단어를 “정의”라고 바꿔 써보면, 니체에게서 쾌감
의 증대 및 불쾌감의 회피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자기보존을 위해 거래에
참가한 힘들이 항상 더 많은 힘을 추구하는 자신들의 본성에 반해 달성된
계약에 왜 스스로 굴복하고 정의로운 법적상태를 애써 유지하는지, 또한
이 상태가 얼마나 빨리 동요가능하고 또한 계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가
명확해진다.
정의는 그 시작에 있어 사회적 힘의 역학관계에 대한 인간의 특별한 평
가능력이 표출된 것이지만 역사를 통해 돼가고 있는 어떤 것이기에 정의
아닌 다른 것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니체는 예를 들어, 어떤 이에게는 그
의 품위에 못 미치게, 어떤 이에게는 분에 넘치게 일들이 잘 되어가는 것
을 보고 고결한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 보이는 분노, 즉 공정성(Billigkeit)
의 표출에서 정의의 감각이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는 우연적이고 자연적인
영역에까지 전이된 양상을 읽어낸다.29) 정의의 감각이 섬세해지면 법이 규
28)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 96, KSA 2, 96쪽.
29)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 29, KSA 2, 562쪽.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27
정하지 않는 우연의 영역에서까지도 균형의 원칙이 관철될 것을 요구하게
된다.
5. 정의 추구의 철학적 차원
40이 넘어서 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제 1권에 부칠 새로운 서
문의 한 초안에서 니체는 자신의 정신적 편력이 불가능한 덕인 정의에 대
한 추구에서 시작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다.30) 거기서 니체는 정의를 철학
사의 숙원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자유정신이 보이는 의도적인 가치의 전도
프로그램 전체가 실은 이 정의추구의 일환으로 행해진 철학적 실험이었음
을 밝히고 있다. 니체는 당시 정신에게 익숙한 모든 관점들에서 의도적으
로 떠나 미지의 세계로 정의추구의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그리고 계속적
으로 자유로워지는 정신에게는 한 협소한 시각에 머무르지 않고, 그 속에
가능한 한 모든 관점들과, 정신적 경험과 세계관들과 가치평가의 방식들
이 포섭되는 광대하고 넓은 지평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정신은 이렇
게 자신이 경험하고 살아낸 모든 관점들을 넘어서 이들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이들을 어떤 위계질서 속에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고 본고에서 지금까지 상술한 정의의 사회역사적인
기원과 법적인 특성들을 돌아보면, 공동체의 모델을 통해 고도로 복잡한
인간의 사실성을 파악하려는 니체의 의도를 가늠할 수 있다. 니체에게서
정의 테마의 핵심과 매력은 어쩌면 바로 이 정치적 담론을 철학적 인식상
황으로 확장하는 데 있을 수 있다. 초기공동체 모델을 가지고 정의의 기원
을 설명할 때 고찰했던 정의의 모든 사회역사적, 정신적 요소들과 그 역학
관계가 자유정신이 편력의 기간 동안 경험하는 이념들과 관념들, 세계관들
30) 유고, 1885년 8월-9월, 40(65), KSA 11, 663-666쪽.
328 사회와 철학 제19호
과 가치평가방식들을 고찰하는 데에도 유효한 것이다. 이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상호 힘의 역학관계로 얽혀 있어 국가와 비슷한 정세를 형성한다.
여기에는 법적 상태의 전제조건인 끊임없는 힘의 긴장관계, 본질적인 초월
성향을 보이는 참가한 힘들의 의사소통적 관계, 개별투쟁에서 출발해 공동
체 안에서의 공존을 거쳐 항상 새로운 조직의 모색으로 가는 존재형태의
변화 및 고려될 수 있는 표현 수단의 다양성 등 정의의 성립조건과 특성들
이 고스란히 그 효력을 가지고 적용된다.
니체에게 정의는 공정한 판단을 위해 “정리하고 처벌하는 재판관으로서
의 진리”31)를 원하는 정의로운 자가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갖춰 익혀야
할 정신의 태도이다. 철학적 인식은 여기서 힘과 권리를 놓고 다투는 세
계관들 사이의 투쟁을 조정하는 정의로운 판결로 이해된다.32) 이 스펙트
럼의 외연이 어느 정도일지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제 1권의 새로
운 서문의 한 구절에서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자유정신은 자신의 편력
에 대한 중간보고를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삶에 필연적인 관점성의 인
식은 자신의 덕에 대해 주인이 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으로 여
겨진다.
“무엇보다도 너는 불공평이 가장 심한 곳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곳에서
삶은 가장 보잘것없고 빠듯하며 가장 미천하고 원시적으로 전개되지만, 자
신을 사물의 목적이자 규범으로 명명하고, 스스로 생존하기 위하여 더 높고
크고 풍부한 것을 남몰래 조금씩 그리고 끊임없이 부수어가면서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너는 위계의 문제를 눈으로 보아야 했고, 힘과 권리 그리고 관
점의 범위가 어떻게 서로 상승해 가는지를 보아야 했다.”33)
31) 반시대적 고찰, KSA 1, 286쪽.
32) 이런 의미에서 Kaulbach는 니체의 정의테마를 칸트적 이성비판의 맥락에서
다룬다. Friedrich Kaulbach, “Die Tugend der Gerechtigkeit und das
philosophische Erkennen”, in: Nietzsche - kontrovers, Bd, 1, 61
쪽 참조.
33)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KSA 2, 20쪽 이하.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29
정의로움의 정도는 도달한 삶의 폭과 관점의 범위에 비례한다. 정의를
추구하는 자는 따라서 “이기적 소유물의 모든 경계를 밀쳐버리고”34) “살아
있는 것이거나 죽은 것이거나, 실재적인 것이거나 생각된 것이거나 간에
각자에게 각자의 것을 주기”35) 위하여 가능한 한 넓은 관점의 지평을 가
지고 있어야 한다.
6. 정의의 해체: 관대함
법적 상태의 수단적 특성에서 살펴보았듯이 현명한 힘은 약한 힘을 말
살시키지 않고 관대히 다루어 약자가 스스로 예속상태에서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조직할 수 있다.36) 예속된 자를 관대하게
다루어 그 힘을 합목적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달성된 힘에
대한 증거이다. 한 개인의 정의 감각이 발달하고 성숙하면 할수록 자신과
타인의 행동의 필연성에 대한 통찰이 범위가 커지게 되고 극복한 힘들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그만큼 관대해지게 된다. 정의로운 자는 어디서나 이점
들을 보고, 인간 행위의 “무책임성과 무죄함”37)을 보게 되는데 이것 역시
그가 도달한 지성의 높은 정도와 힘에 대한 증거이다. 그는 모든 행위와
판단의 편협함이 필연적으로 각각의 지성의 정도에 근거함과 또한 이것이
보다 폭넓은 행위와 판단의 반대가 아니라 그 전 단계를 의미함을 깨닫는
다. 이 상태의 정의는 이미 기존의 가치평가를 넘어 이것들을 조망하는 위
치에 와 있다.
34) 반시대적 고찰, KSA 1, 286쪽.
35)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 636, KSA 2, 361쪽.
36) Ibid.
37)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 107, KSA 2, 103쪽.
330 사회와 철학 제19호
“넓게 둘러보는 힘의 한 기능으로서, 선악의 작은 관점을 넘어 바라보며
그래서 넓은 이점의 지평을 가지고 있는 정의 - 이런 저런 개인 보다 많은
어떤 것을 얻으려는 의도.”38)
물론 니체에게도 정의를 그 교환과 배상의 성격 때문에 그 근본에 있어
복수의 한 감정으로 보았던 시기가 있다.39) 그러나 이미 차라투스트라는
복수에 불타는 차가운 판사의 시선에서 구역질을 느끼며,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사랑이자 모두에게 무죄판결을 내리는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40) 도
덕의 계보 에서도 니체는 정의를 복수와 동일시하고 단지 피해감정이 발
달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려는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니체는 심지어 복
수와 정반대되는 적극적인 관용에서 정의의 완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
는다.
“정의로운 인간이 심지어 자신의 가해자에게조차 정의롭게 남는다면(단순
히 냉정하거나 신중하거나 낯설어하거나 무관심하거나 하지않고: 정의롭다
는 것은 언제나 적극적인 태도이다), 개인적인 훼손, 모욕, 비방을 당할지라
도 정의롭고, 심판하는 눈이 가진 높고도 맑으며 깊고도 부드럽게 응시하는
객관성이 흐려지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지상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완성
이자 최고의 원숙함이다.”41)
니체는 또한 복수가 가지는 반동성에 대립하는 정의의 적극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로운 자의 적극성은 그의 강장한 건강에서 그 원인을
38) 유고, 1884년 여름-가을, 26(149), KSA 11, 188쪽.
39) 1875년에 니체는 오이겐 뒤링(Eugen Düring)의 책, 삶의 가치(Der Werth
des Lebens) 를 읽고 초록을 만들어 정리한 적이 있다. 그 책에 대한 마지
막 고찰에서 니체는 듀링의 테제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정의와 연결시키고
있다. 유고, 1875, KSA 8, 180쪽 참조.
4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KSA 4, 88쪽.
41) 도덕의 계보, KSA 5, 310쪽 이하.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31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은 동시에 힘과 권리와 정의가 가진 관점의 광범위함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한 또 한 번의 증거이기도 하다.
“능동적인 인간, 공격하고 개입하는 인간은 반동적인 인간보다 백 걸음 정
도나 더 정의에 가깝다. 그러한 능동적인 인간에게는 반동적 인간이 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대상을 그릇되게 편파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어느 시대나 도전적인 인간은 더 강하고, 더
용기 있고, 더 고귀한 인간으로서 또한 더 자유로운 눈과 더 나은 양심을 자
신의 편에 지녀왔던 것이다.”42)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며 개입하는 인간의 비교적 더 큰 힘은 사태의 파
악이나 인간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공정한 시선
의 실제적인 보장으로 작용한다. 대략 동등한 권력자들 사이에 형성되는
힘의 긴장상황에서 강자와 약자가 가지는 입장의 차이는 최소한 강자에
게 있어서는 정의가 복수와 동일시 될 수 없으며, 실현될 수 있는 정의
의 범위가 힘과 획득되어 얻어진 관점들을 가지고 있는 삶의 범위에 달
려있다는 것을 실증한다. 정의는 관용으로 나아가 힘을 조직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의가 행해지고 올바로 유지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더 강한 힘이 그에
예속된 더 약한 자들(집단이든 개인이든)에게서 불합리한 원한의 분노에 종
지부를 찍는 수단을 찾는 것을 보게 된다.”43)
이러한 정의에 대한 니체의 서술들은 물리적인 세계뿐 아니라 자유정
신의 편력상황에도 해당된다. 경쟁하는 세계관들 사이에서 정리하고 처
벌하는 정당한 판결이 구해지는 철학적 인식상황으로 논의를 확장시키
42) 도덕의 계보, KSA 5, 311쪽.
43) 도덕의 계보, KSA 5, 311쪽 이하.
332 사회와 철학 제19호
면,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는 의도적인 관점의 변화를 통
해 건강해지려는 의도를 천명하며 이제껏 높이 평가되던 기존의 세계관
들을 공격하고 문제 삼는 자유정신의 행보에 다름 아니다. 이 적극성의
엄격한 학교를 활동적으로 통과한 자만이 정의로운 판단을 위해 필요한
관점의 풍부함을 획득할 수 있다. 니체는 당시의 성과에 대해서 이렇게
쓰고 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눈을 떴고, - 겁먹고 구석에 서 있는 사람이나 언
제나 집에만 머물러 자신을 걱정하는 정신들이 결코 볼 수 없었던 많은 것
들과 그것들의 다양한 색깔을 보았다.”44)
정치적인 정의만 가지고서는 좋은 공동생활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철학적 여론이다.45) 토마스 아퀴나스가 자비를 가지고 정의를 보완하
려 시도하듯이, 니체도 정의의 역사의 마지막에 포괄적인 승낙과 관용을
끌어들인다. 니체의 정의는 예속된 힘의 멸절에 그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1880년대 후반에 쓴 한 유고는 정의를 추구하는 자가 밟게 되는 전형적인
과정을 다루고 있다.
“한 사람이 인간과 사물에 대해 전체적으로 솔직하게 정의에 몰입하게 되
면, 어떤 전형적인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는 두 개의 힘 혹은 그 이상
의 힘이 싸우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또한 누군가 몰락하는 것도 원하지 않
을뿐더러 싸움이 계속되는 것도 원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는
자신 안에서 계약의 필요성을 경험한다, 상이한 힘들 상호간의 권리를 인정
하며. (…) 관용은 정의의 실천이다.”46)
44) 유고, 1985년 8월-9월, 41(9), KSA 11, 684쪽.
45) Otfried Höffe, Gerechtigkeit. Eine philosophische Einführung, 118쪽.
46) 유고, 1880년 말, 7(27), KSA 9, 323쪽.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33
자기보존을 위해 거의 강제적으로 맺어진 계약으로부터 발생한 정의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개입행위들을 통해 연단되어 기존의 시각을 통해서는
볼 수 없던 지역들과 상상할 수 없었던 적들을 방문하고 만나 이들을 평가
하고 극복하고 조직하다가, 결국에는 호의적인 파악과 인정, 관용에 이르
게 된다. 정의는 그 내적 진행의 논리에 의해 힘의 확장을 통해 이렇게 점
차 관용적으로 된다. 1884년의 한 유고는 이 사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
고 있다.
“정의의 문제. 제일 최초의 것이자 가장 강한 것은 의지이며 우세해지려
는 힘이다. 통치자가 비로소 나중에 ‘정의’를 확립한다, 즉, 자신의 척도에
따라 사물을 잰다; 그가 아주 강력하면, 그는 시도하는 개인들을 용납하고
인정하는데 있어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있다.”47)
빚을 값을 것을 요청할 자리에 강자에 의해 달성되고 조직된 힘의 정도
에 따라 예속된 힘들에게 오히려 일정한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니체가 자비를 가장 강한자의 특권이자 정의의 해체로 보고 있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은 변상될 수 있다. 모든 것은 변상되어야만 한다’라는 명제로 시
작된 정의는 잘못을 너그럽게 관용하며 지불할 능력이 없는 자들을 그저 방
임함으로써 끝난다. - 정의는 지상의 모든 선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
을 지양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러한 정의의 자기 지양: 이것이 어떤 아름다
운 이름으로 불리는지 사람들은 알고 있다 - 그것은 자비이다. 당연한 일이
지만, 이것은 가장 강한자의 특권으로 남는다.”48)
한 사회가 그 힘이 누적됨에 비례하여 조직원의 범행을 가볍게 다루며
47) 유고, 1884년 여름-가을, 26(359), KSA 11, 244쪽 이하.
48) 도덕의 계보, KSA 5, 309쪽.
334 사회와 철학 제19호
범죄자에게 사회의 질서체계 안에서 잘못을 배상할 기회를 허락하듯이, 그
리고 채권자가 자신이 부자가 될수록 인간적으로 되듯이,49) 정의를 추구하
는 자도 힘과 권리와 자신이 획득한 관점들이 광범위해지는 만큼 서로 싸
우는 협소한 세계관들을 관용하며 그들 각각의 권리들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정의는 종국에 최강자의 장엄한 특권인 자비에 이르러 자신과 가장
적대적인 것마저도 허락하고 긍정하며 해체되기에 이른다.
7. 나가는 글: 다른 테마들과의 연관성
니체에게 있어 정의의 끝이 자비에 닿아있더라도 이것이 소위 휴머니티
에 근거해 모든 것을 동일시하는 보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니체가 선악의 저편 중 도덕의 자연사에서 서술하듯이 “살아서
성장하고 산출하며 몰락해가는 민감한 가치감정들과 가치차이들의 엄청난
영역을 개념적으로 파악하고 정리”한50) 후에 이루어지는 위계질서의 확
립이다. 각각의 권리를 인정받는 협소한 세계관들은 결국은 자유정신이
자신의 편력기간의 일정기간 동안 자신의 것으로 동화해 받아들여 살다가
극복한 세계관들이고 따라서 이들과의 화해는 자기긍정의 다른 이름에 지
나지 않는다. 극복된 이상들의 권리는 이 이상들을 필요로 했던 삶의 형
태에 대해 이들이 가지는 필요와 한계가 밝혀진 후에 인정된다. 이를 통
해 이들은 언제든 다시 소환될 수 있는 재료로써 현재의 힘의 영역 안에
통합된다.
금욕적 이상이나 기독교를 바라보는 니체의 비판적인 평가와 그 후에
보이는 관용적 태도도 크게는 정의테마의 한 변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들
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뿌리이자, 장래 와야 할 더 건강하고 관용적인
49) Ibid., 308-309쪽 참조.
50) 선악의 저편, KSA 5, 105쪽.
니체철학의 사회철학적 전망, 정의론(양대종) 335
이상의 시금석으로 작용한다.51) 법적 사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평가와
해석과정의 사회 역학적 특징들 역시, 후일 실제를 설명하려는 시도인 힘
에의 의지를 둘러싼 숙고들로 발전한다.
자신의 정의추구를 통해 니체는 과거의 큰 세계관들을 삶의 보증이라는
기준에 맞춰 판단하고 교정하려 시도한다. 논리적이고, 이상주의적이고,
합리적이고, 기독교적이고, 인간학적으로 국한되어 편협하고 일방적으로
인간의 가능성을 축소시키며 전개되어온 인류사를 보다 넓고 자유로운 지
평의 확보를 통해 보상하려 한다. 이 목적을 위해 니체는 우선 우리의 시
선을 기존의 형이상학적 원칙들에서 해방시킨다. 의미의 문제로 요약되는
현대성의 문제는 물론 이 해방 이후에 발생한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던
금욕적 이상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유일한 도덕이었고, 이것이 의심스럽게
된 후에 인간의 의지는 절대적인 방향상실로 괴로워한다. 인간의 실제적인
위대함이 시험되는 허무주의의 테마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고실험인 영
겁회귀와 운명애의 비전까지도 이렇게 정의 테마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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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사회와 철학 제19호
Sociophilosophical perspective of the philosophy of
Nietzsche, Theory of justice
Yang, Dae-jong
【Abstract】
A major theme of Nietzsche's philosophy is the consideration of justice.
It has as his life project, on the one hand his just judgments about
the entire history of philosophy and a new evaluation based on this as
his goal. on the other hand, it shows his concern for the genealogy
and the process of justice in the aphorisms on the relationship between
justice and power. By analyzing these aphorisms, the present study
demonstrates that Nietzsche's justice emphasizes the social dynamics
and spiritual aspects of justice and thus exhibits a difference from the
old idea of natural law, in which the law arises simply from physical
power. As a basis of justice, the principle of balance is stressed, based on
the estimation of power in social relations, and the maintenance of this
equilibrium is defined as the role of justice. The dynamic social conditions
do not guarantee permanent equilibrium, so the legal situation can not be
defined. For these reasons Nietzsche's sense of justice is shown in his
disposition, which is one of a man who seeks truth and order.
Key words: Nietzsche, Justice, Social Dynamic, Power, Balance, Equilibrium.
논문접수일: 2010년 1월 30일 논문심사일: 2010년 2월 8일 게재확정일: 2010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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