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Freud와 융Jung은 현대 심리학과 심리치료에 가장 의미있는 기여를 한 두 사람입니다. 열아홉살의 나이 차가 있는 두 사람은 인간의 심성과 내면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통해 함께 만났고 교제하였으며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정신분석을 주창한 프로이드의 이론에 깊이 매료된 융은 편지를 통해 프로이드와 교분을 가지면서 존경과 우정을 키웠습니다. 편지로 왕래하다가 마침내 빈에 있는 프로이드의 집에서 처음으로 만난 두 사람은 쉬지 않고 열세시간 동안이나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과 같은 관계 그리고 학문의 후계자인 관계로 발전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두 사람의 경험과 생각은 차이를 보였고 결국 프로이드와 융은 결별하고 맙니다. 아시다시피 프로이드는 <정신분석학>으로 융은 <분석심리학>으로 일가를 이룹니다.
프로이드는 인간을 동물에서 진화된 한계를 가진 현실적인 존재로 보았습니다. 프로이드의 인간관은 ‘욕망하는 인간’입니다. 그는 인간이 가진 내면의 욕구, 본능적 욕동instinctual drive를 가장 중요한 에너지로 보았습니다. 그것은 무의식에 있으며 리비도libido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인간의 삶을 무의식과 내면의 에너지가 지배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마음의 갈등이 많은데 겉으로 표현하지 못해서, 드러내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들을 가진 환자들을 주로 만났습니다. 그의 진료실에는 그가 유태인이었던 관계로 교육수준이 높았으나 자신의 내면을 감춰야만 했던 유태인 여성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진단적으로는 히스테리 환자가 대표적이지요. 그 환자들의 주된 문제는 무의식의 욕구와 에너지에 대한 무차별적인 억압repression이었지요. 그래서 억압되어 있는 무의식을 의식화해서 의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유연상을 이용한 정신분석이 대표적인 기법입니다.
프로이드는 일차적으로 억압이 유년기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부모와의 관계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들과 그 문제의 뿌리에 있는 한 개인이 갖고 있는 내적 욕망을 이해하는 것이 그의 이론의 중심적인 개념입니다. 과거의 관계와 경험은 현재에 반복되곤 하는데 치료 상황에서 과거의 관계와 경험이 재연되는 현상을 전이라고 하였습니다. 정신분석의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이transference와 저항resistance이라는 현상을 통해 그리고 꿈의 해석을 통해 현재 겪고 있는 감정의 뿌리가 어디에 있으며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 재경험하며 해소되어 가는지를 환자 스스로가 체험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 그의 치료의 핵심개념입니다.
전이는 정서적인 경험을 하게 만들고 치료자라는 실제 인물과의 관계에서 재연되므로 실제적 경험이 되므로 중요성을 갖습니다. 정신분석은 부정적 사실로서의 주관적 과거를 긍정적 의미를 가진 객관적 과거로 재해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드는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확립하였고 많은 사례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실증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오디프스, 일렉트라 등 특정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 내적 갈등이 많은 사람들, 내적 갈등이 밖으로 투사되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 유달리 불안이 심한 사람들, 성적인 문제나 갈등을 겪는 사람들, 전환장애나 히스테리 같은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프로이드의 이론은 여전히 매우 유용합니다.
과거, 특히 중세엔 인간의 욕망은 주로 종교적으로 통제되었습니다. 생산에 한계가 있었던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프로이드는 욕망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주체가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욕망이 다루어져야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프로이드는 종교가 있던 자리에 심리학을 올려놓은 셈입니다.
분석심리학. 반면 융은 조금 달랐습니다.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무신론자이며 유물론자였던 프로이드와는 달리 그는 인간의 종교적, 영적 특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정신적 뿌리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지요. 융에게 치료란 자기구원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융의 인간관은 너무 다른 에너지가 동시에 모순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입니다. 융에게 인간은 ‘대극 사이에서 비스듬히 서 있는 존재’이며 그것을 대극성이라고 불렀습니다. 대극성을 이해하고 수용할 때에 인간은 비로소 전체성을 갖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융은 심리학자로서 연금술과 점성술 등의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융의 이론은 범신론적이고 신비주의적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융 학파에서 흔히 정신치료자를 무당에 비유하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융의 이론은 철저하게 경험에 바탕을 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융의 전기를 읽어보면 어린 시절 신비적인 체험을 한 것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적 뿌리, 내면의 근원, 죽음 이후의 삶 등에 대한 융의 관심은 무의식의 이해와 심리치료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또 신경증 환자들을 주로 보았던 프로이드와 달리 융은 정신증 환자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더 내향적인 기질을 가진 환자들을 본 것 같습니다. 그 자신이 여성적이고 내향적인 경향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융은 무의식을 깊이 이해하고 무의식에 있는 많은 에너지들을 의식의 영역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진정한 한 사람, 개인이 된다고 보았지요. 그것을 개성화individuation라고 하였습니다. 정신적 문제는 의식이 무의식과 너무 멀어져서 소외되어 있는 상태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인격의 외면을 이루는 페르소나persona, 내면의 해결되지 않은 에너지인 그림자shadow, 내면의 대표적인 원형인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는 융의 대표적인 개념들입니다.
그는 무의식을 좀 더 확장시켰습니다. 마음의 심연에는 개인의 무의식을 넘어서는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ness가 내재되어 있고 그것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에너지를 이루는 원형archetype이라고 하였습니다. 집단무의식은 인류가 살아온 경험의 침전물로서 창조적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개인을 지배하고 억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집단무의식, 원형과의 관계는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개성화란 집단무의식에서 개별의식을 획득하여 분화와 성장을 이뤄내는 과정입니다. 이 부분이 어려운 부분인데 융은 많은 사례의 심층면담, 꿈의 분석, 상징의 이해, 의식의 확충 등을 통해 개성화의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융도 부모와의 관계를 중시하였습니다. 프로이드와 다른 점은 실제적인 부모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갖고 있는 부모상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융이 생각한 부모상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모성 혹은 부성으로서 부모원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 아이의 마음속에선 현실 부모의 영향으로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부모원형이 활성화됩니다. 부모원형이 활성화됨으로써 아이의 내면엔 부모상이 생기고 부모상을 통해서 현실의 부모를 경험하게 됩니다. 또 무의식에는 성, 공격성뿐만 아니라 창조적이고 근원적인 성장을 이루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치료란 무의식을 이해하고 무의식과의 화해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융의 입장은 존재의 의미,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들, 모성이나 부성결핍이 심한 사람들, 내면의 양면성과 양가감정을 겪는 사람들, 특정한 원형적 에너지에 갇혀 있는 사람들, 어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중년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을 볼 때 매우 유용합니다. 프로이드가 심리학의 원형에 가깝다면 융은 심리학과 종교의 중간 정도에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떤 분들은 프로이드가 공자, 맹자와 비슷하고 융은 노자, 장자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비유하기도 합니다.
[출처] 프로이드와 융 (2)|작성자 내면의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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