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윤회-십상시들의 국정논단 사건에 정윤회 전처 최순실이 시발점이 됐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최순실의 압구정동 건물 세입자인 K여인은 의류사업을 하면서 평소부터 최씨와 언니 동생 관계로 모든 것을 털어 놓고 지내는 사이였다. 검찰 조사에 의하면 최씨는 모든 것을 K여인에게 정윤회-십상시들의 모임에 대해 말을 했으며 K연인은 친분관계에 있던 박동열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 아무런 생각없이 전했던 말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건은 불길처럼 번지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온 나라를 뒤흔든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싸움은 이렇듯 두 여인들의 세치 혀에서 불거져 나왔다. 최태민의 5번째 딸인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이 죽고 난 뒤에도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청와대 내의 가장 큰 실세로 행세하며 청와대의 모든 살림살이를 챙기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 ▲ 최순실-정윤회 부부가 소유한 서울 신사동의 200억대 건물. 이번 사건의 시발점은 미국 시민권자인 K여인이 최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박동열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 전한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문제의 K여인은 검찰 조사 직후 행적이 묘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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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씨의 영향력과 관련해 최근 세간에 화제가 된 말 중 하나는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사정당국 관계자를 만나서 했다는 말로, 누나인 박 대통령이 자신보다 정윤회씨를 더 신뢰하고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피보다 더 진한 물’이 정윤회씨 혼자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고 본다. 정윤회씨의 부인이었던 최순실씨가 없었다면 정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가 그 정도로 쌓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청와대 안팎에 퍼져 있는 말이 “문고리 3인방은 생살이고 최순실은 오장육부다. 생살은 피가 나도 도려낼 순 있지만, 오장육부에는 목숨이 달려 있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이른바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 비서관)을 다 내칠 일이 생긴다 해도 최씨만큼은 감싸게 될 거란 얘기다. 심지어 청와대 내부에선 최씨의 청와대 출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직원이 경질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순실이 이번 사건의 단초 사실 이번 사건 역시 가만히 따져보면 최씨에서부터 시작됐다. 오래전부터 언니-동생하며 친분관계가 두터웠던 K여인은 최순실 씨 소유의 신사동 건물 세입자로 이 건물에서 의류사업을 하고 있다. 우연히 최씨에게 정윤회-최순실 씨의 사생활을 전해들은 K씨는 이 사실을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 전하면서 시작된 것. 검찰 조사에서 K씨는 “건물주인 최 씨와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박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최 씨를 언니라고 부르는 김 씨로부터 정윤회 씨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LA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K씨는 즉각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불려가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한 것이다.
검찰은 K씨를 상대로 추궁 아닌 추궁을 하면서 사건을 교묘한 방향으로 선회시켰다. K씨가 박동렬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 한 말은 최순실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지어낸 말이라고 만들어 냈다. 두 차례나 검찰에 불려가 곤혹을 치룬 K여인은 검찰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전말을 파악한 최 씨는 자신이 김 씨에게만 말한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간 사실을 알고 김 씨에게 화를 내면서 나가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씨는 12월 점포를 비웠다. 그리고 잠적해 지금까지 외부와 일체 연락이 두절됐다. 항간에는 미 시민권자인 K씨가 사건 직후 검찰의 종용에 미국으로 출국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러나 K여인의 입이 아니더라도 이미 청담동 주변에서는 정윤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밤 그림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자자하다. 사건 직후 행방 감춘 K 여인 이처럼 정윤회 씨의 국정농단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준 것처럼 찌라시에 의한 해프닝으로 끝나가는 수순이다. 하지만 진실이 드러나기는커녕 검찰 수사는 막바지로 달려가지만, 진실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십상시 모임이니 ‘정윤회의 박지만 미행설’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청와대 비서 3인방 뒤에 정윤회 씨가 있다는 ‘비선 실세’ 주장은 근거 없는 낭설이란 얘기다. 하지만 사건이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흔적이 너무 많다. 조 전 비서관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문고리 3인방이 경찰 등 인사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났다. 이재만 비서관이 “정윤회씨를 2003년인가 4년에 한 번 만났다”고 한 말도 거짓으로 들통 났다. 이것 외에도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와 관련한 언급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검찰이 십상시 회합 여부만 확인하고 봉합하려 하고 있다. 사건이 이것으로 일단락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비선들의 국정농단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 향한 화살을 피하는 법을 배운 그들이 방법을 바꿔 똑같이 국정을 농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편에서는 이번 논란에서 화살을 피해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정권 후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던 정윤회 씨가 최 씨를 연결고리로 해서 박 대통령과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최순실 몸통설이 잠깐 나왔던 것도 우연의 일치라고만 할 수 없다. 정윤회씨의 영향력과 관련해 최근 세간에 화제가 된 말 중 하나는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사정당국 관계자를 만나서 했다는 말로, 누나인 박 대통령이 자신보다 정윤회씨를 더 신뢰하고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피보다 더 진한 물’이 정윤회씨 혼자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고 본다. 정윤회씨의 부인이었던 최순실씨가 없었다면 정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가 그 정도로 쌓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윤회는 생살, 최순실은 오장육부 이와 관련해 최근에 청와대 안팎에 퍼져 있는 말이 “문고리 3인방은 생살이고 최순실은 오장육부다. 생살은 피가 나도 도려낼 순 있지만, 오장육부에는 목숨이 달려 있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이른바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 비서관)을 다 내칠 일이 생긴다 해도 최씨만큼은 감싸게 될 거란 얘기다. 심지어 청와대 내부에선 최씨의 청와대 출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직원이 경질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윤회씨에 가려 있지만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과 더 가까운 사이라고 일찍부터 얘기되어 왔다. 일각에서는 “최순실이 없었다면 정윤회도 없었다”고 말한다. 최씨의 부친은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 검증 과정에서 부각된 고 최태민 목사(1912~1994)다. 최 목사의 다섯째 딸인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보다 4살 아래로 단국대 시절 아버지 소개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순실씨는 10·26사건 이후 박 대통령이 외롭게 지낼 때 말벗 역할을 하며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달성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후에도 곁을 계속 지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의 집사 수준으로 박 대통령의 일상사를 챙겼다는 말도 나온다. 한 전직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대구의 한 행사에 갔을 때 옆에서 시중을 드는 최순실씨를 처음 봤다”며 “로드매니저 같은 분위기였다”고 했다. 2006년 지방선거 유세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괴한에게 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곁에서 돌봐준 사람도 최순실씨였다는 것이 당시 당직자들의 말이다. 최순실씨의 존재가 일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계기는 1987년 터진 이른바 ‘육영재단 사태’ 때다. 박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 측근으로 재단 업무에 관여하며 전횡하고 있다는 의혹이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돼 파장이 일었다. 육영재단 산하 어린이회관이 최순실씨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운영하던 유치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져 직원들이 시위를 벌였고 이 일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이사장직을 내놓았다. 최씨 때문에 박지만과 갈등 정윤회와 최순실 부부가 박지만 회장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이 때다. 최태민의 여동생으로 알려진 여군 출신의 최 모 소령이 예편을 하자마자 유아교실 과장으로 취임하면서 많은 물의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지만씨·근령씨 쪽과 알력 다툼이 시작되었던 것. 박근혜 이사장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윗사람이 바뀌는데 공통적으로 최 씨가 많았다고 한다. “박 이사장을 방패삼아 최씨 일가가 육영재단 재산을 가로채고 있다”는 지만씨·근령씨 쪽과 박근혜 이사장 사이에 다툼이 태동하던 시기다. 최순실씨는 이후 강남 압구정동에 초이유치원을 개설한다. 인상적인 것은 유치원 부설로 ‘민’ 국제영재교육연구원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육영재단 유치원장을 맡으면서 최씨의 관심은 유아교육, 특히 영재교육 쪽으로 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아교육과 관련한 단행본과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특이한 것은 논문의 발행처. 그가 다른 저자와 쓴 것으로 되어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요인에 따른 아동의 격차연구 : 인지발달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은 한국문화재단연구소에서 1989년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오랫동안 이사직을 유지해온 재단으로 논란이 되었던 곳이다.
최씨는 현 정권 들어서도 박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박 대통령의 옷차림을 챙기는 디자이너 인선 등은 최순실씨 몫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행정관 인선에도 입김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문건파문 와중에 야당은 최순실·정윤회 부부가 국가대표 승마선수인 딸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2월 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승마협회를 조사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담당(공무원)을 다 경질시킨 것 아니냐. 살생부까지 존재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을 한꺼번에 경질해 한직으로 내보내는 이례적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두 사람이 승마협회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린 직후였다. 당시 승마계에서는 정윤회씨 부부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 등과 관련해 특혜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아시안게임 성적으로 정씨 딸이 이화여자대학에 특례입학을 함으로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많은 재산 출처는? 최순실씨는 상당한 재력가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시가 200억원대의 7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다. 정윤회씨는 이혼 사실이 밝혀지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의 건물 임대수입으로 생계를 꾸린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최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보유하고 있던 또 다른 4층짜리 건물을 2008년 85억원에 매각했다. 또 최씨는 강원도 평창에 16만5000㎡(5만평) 규모의 땅을 정윤회씨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가 딸에게 명의 이전한 바 있다. 최씨는 지난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 당시 자신의 재산이 부친 최태민 목사가 축재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유치원 경영을 통해 번 돈으로 땅을 샀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정윤회보다 박 대통령과 더 밀접한 일화가 많은 사람이 최순실이다. 사실 이번 검찰 수사로 사태가 일단락되지 않았다면 최 씨 역시 포토라인에 섰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문에 이번에 총질을 피해간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권 후반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이름이 계속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마지막 퍼즐’로 여겨지는 문건 작성 동기와 배후 규명 작업에 막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건 작성자이자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관천 경정의 구속기간을 내년 1월4일까지 연장하고 보강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미 검찰은 ‘정윤회 문건’과 ‘박지만 EG 회장 미행설 문건’ 등에 담긴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으며, 문건이 청와대 밖으로 빠져나와 언론사 등에 유포된 경로도 밝혀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오는 29일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검찰은 발표 시점을 내년 초로 늦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검찰이 이런 방침을 굳힌 데에는 ‘박 경정의 범행동기와 배후 규명’이라는 마지막 과제를 풀어내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의 수사로 문건 내용의 진위와 유출 과정은 밝혀졌지만 박 경정이 왜 그런 문건을 작성했는지,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박 경정의 ‘출세욕’, 상급자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묵인 내지 지시’ 등 여러 관측이 나와 있지만 이를 증거로 확인하는 데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일단 박 경정의 구속기간을 연장하고서 보강수사를 벌여 조 전 비서관의 사건 관여도를 가려내기로 했다. 박 경정의 진술이나 기타 단서를 통해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작성과 반출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조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사법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으로부터 문건 내용에 대해 보고받고 상부에 구두보고한 것 외에는 유출 경위 등과 관련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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