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논어』(해제)
향원은 항상 옛 성인을 자신의 언행의 권위자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그는 글공부를 한(學文) 사람이다. 그러나 향원은 "글공부는 글공부이고 나는 나이다(書自書我自我)"는 태도에 머물러 있다. "그들의 말은 행위를 돌아보지 않고, 행위는 말을 돌아보지 않는다(言不顧行, 行不顧言)." "말은 행위를 돌아보아야 하고 행위는 말을 돌아보아야 한다(言顧行 行顧言)"(『중용』)는 입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향원의 이런 태도는 '위기'은 도외시하고 '위인'의 학문만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이다. 공자는 말만 앞세우는 것을 경계하여 배운 덕목을 몸소 실천할 것(力行)을 누누이 강조하였다.
먼저 실천하고 말은 그 다음에 하라.(2-13 子貢問君子. 子曰 : "先行其言而後從之.")
군자는 말이 실천에 앞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14-27 子曰 : "君子恥其言而過其行.")
옛사람이 말을 쉽게 하지 않은 것은 미쳐 실천하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이다.(4-22 子曰 : "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군자는 말은 느리게 하고 실천에 민첩하고자 한다.(4-24 子曰 : "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또 공자는 "말을 신중히 하는 것"을 "호학(好學)"의 기본자세로 간주하기도 하였다.(1-14) 이리하여 공자는 "말로만 교묘하게 주장하고 낯빛만 근엄하게 관리하는 사람치고 어진 사람은 거의 없다(巧言令色, 鮮矣仁)"고 단정하였다.
공자가 말하였다. "길에서 들은 내용을 길에서 떠드는 일은 덕을 버리는 짓이다."(17-14 子曰 : "道聽而塗說, 德之棄也.")
"말 따로 행동 따로"인 향원의 태도는 바로 "성인의 도를 길에서 듣고 길에서 떠드는 태도"이다. "길어서 듣고 길에서 떠든다" 함은 "말은 말이고 나는 나이다"는 입장이다. "말은 행할 것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은 스스로 했던 말과는 무관하게 나가는" 결과에 이르면, 이것은 자기 말에서 주장하는 그 도덕(道德)을 스스로 짓밟는('賊') 격이 된다.
공자가 자공에게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구나!" "선생님이 말을 안 하시면 우리가 무엇을 배우라는 말씀입니까?"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말이 없어도) 사계절은 운행되고 만물은 생육되지 않는가?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17-19 子曰 : "予欲無言." 子貢曰 :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曰 :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공자가 말했다. "내가 안회와 하루종일 말하는 경우라도 그는 마치 어리석은 사람처럼 아무런 대꾸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그의 사생활을 보면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안회는 역시 어리석은 게 아니었다."(2-9 子曰 : "吾與回言終日, 不違, 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첫째 인용문에는, 말로만 어떤 진리를 설교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아무 실천도 하지 않는 사람들, 즉 "교묘한 말(주장)로써 덕을 어지럽히고(파괴하고) 있는(巧言亂德)"(15-27) 사람들에 대한 공자의 싫증(염증)이 잘 나타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언행불일치 (공자 『논어』(해제), 2005,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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