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정돈함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운동을 넘어 나이가 들어도 유연하고 우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몇 가지 방법에 호기심이 생겼다.
내 몸의 올바른 사용 설명서 - 알렉산더 테크닉
알렉산더 테크닉에서 정해진 동작은 없다. 내 몸에 더 좋은 움직임을 선택해서 올바른 쓰임을 생각하고 사용하는 것,
그리고 이를 꾸준히 인식하고 반복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호주 출신의 연극배우 프레더릭 마티아스 알렉산더가 130년 전에 고안했다. 창시자가 ‘The use of the self’라고 칭했듯, 자기 몸 사용과 움직임 그리고 자세에 대한 총체적인 메소드에 가깝다. F. M. 알렉산더는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를 잃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자 자기 몸을 9년 동안 관찰하고 실험했다. 그렇게 발견한 신체의 원리, 효과적인 몸의 움직임이 알렉산더 테크닉의 시초다.
“우리 몸은 인지대로 움직입니다. 손가락 마디를 한번 보세요. 세 번째 마디가 어디죠? 대부분 손가락과 손바닥이 맞닿는 경계를 가리켜요. 하지만 손가락을 구부리면 실제 관절(뼈마디)은 그보다 아래인 손등 쪽에 자리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제 다시 손가락을 구부려보세요. 아까보다 더 깊숙이 구부리게 되죠. 이것이 육체와 의식의 통합성이에요.”
15년간 알렉산더 테크닉을 수련해온 김경희 티처가 설명을 덧붙인다. 유아인이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알렉산더 테크닉을 하는 모습을 보고 단순히 티처의 리드에 따라 내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 티처는 눕기, 걷기, 앉기 등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을 보고 내 몸의 나쁜 습관들을 집어내고 각 신체 부위를 어떻게 움직이고 사용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준다. 항상 긴장해 있는 어깨, 어정쩡한 목의 위치, 눕거나 앉을 때 나도 모르게 ‘끙차’ 하고 신음 소리를 내뱉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기본 동작은 중추 조절이라 불리는 ‘프라이머리 컨트롤’이다. 몸이 최상의 기능을 발휘하려면 몸통이 길어지고 넓어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머리의 위치가 무척 중요하다. 앉을 때는 양쪽 엉덩이뼈가 바닥을 꾹 누르는 느낌으로 지그시 눌러주고 머리는 몸통, 목과 일직선이 되도록 놓아야 한다. 머리를 달걀이라고 생각하고 경추 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살짝 올려놓는 느낌을 항상 자각하면서 말이다. 어깨는 힘을 빼고 앞으로 말리지 않도록 넓힐 것. 척추를 늘리는 느낌으로 목 뒤를 쭉 빼는 것도 잊지 말자.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으면 몸이 아니라 머리부터 움직인다. 그럼 몸은 자연스럽게 그 방향을 따라가게 된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내 몸에 밴 습관을 알도록 도와주죠. 자각하면 바꿀 수 있거든요. 각 신체 부위가 제자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태’로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요.”
알렉산더 테크닉은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정해진 동작은 없다. 내 몸에 더 좋은 움직임을 선택해서 올바른 쓰임을 생각하고 사용하는 것, 그리고 이를 꾸준히 인식하고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 가수처럼 몸으로 좀 더 좋은 표현이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 통증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물리치료사 등이 주로 찾지만, 일상에 긴장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내 몸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예술을 삶 속으로 끌어들이기
내 안에 내재된 예술의 욕망을 탁 하고 건드려줄 수 있는 작품을 하나라도 만난다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거예요.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의 AIF는 ‘Art In Future’의 약자다. 김윤섭 소장은 미래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가 그림 명상 스튜디오라는 새로운 공간을 창안했다. 청담동 한복판에 있는 AIF의 건물에는 각 층마다 젊은 작가들의 감각적인 현대미술, 다양한 미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카데미홀, 컬래버레이션 형식의 미술품들을 선보이는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아트 매니지먼트를 표방하는 유기적인 플랫폼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공간이 바로 ‘그림 명상 스튜디오’다.
“명상이나 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은 미술관은 많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림이 배경으로만 존재한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그림 명상 스튜디오’는 온전히 그림이 주는 치유의 힘에 기대죠. 그림이 주는 감흥은 우리 삶에 놀라운 기쁨,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선사하거든요. 그것을 온전히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거대한 팔각형 테이블이 놓인 아카데미홀 한편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바깥과 달리 상쾌한 실내 공기, 은은한 조도로 둘러싸인 고요한 공간이 등장한다. 세 개의 면은 각각 김창렬, 이우환, 이대원 작가의 작품으로 둘러싸여 있다. ‘생명의 기원’이라는 공간의 주제에 따라 김창렬 작가 작품의 물방울 하나에서 시작한 자연은 빗줄기가 되고 이내 빛을 받아 만개한다. 보고 있으면 감정의 소용돌이가 차분히 가라앉는다. 벽에 걸린 작품은 주기적으로 교체되며 테이블 위의 티 세트, 잔잔히 흐르는 음악, 방 안을 감싸는 인센스는 유기적으로 몸의 감각을 자극한다. 처음에는 시각과 미각, 청각, 후각이 질서 없이 흩어져 있다가 차츰 뚜렷하게 느껴진다. 묘한 감동이 밀려온다.
“작품 앞에 있는 낮은 평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갤러리에 가더라도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려워요. 관람은 철저히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그 공간은 공공의 영역이거든요. 작품과 내가 만나야 마음에 파동이 일어나죠. 그 파동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고요. 내 안에 내재된 예술의 욕망을 탁 하고 건드려줄 수 있는 작품을 하나라도 만난다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거예요. 예술을 마음이 아니라 매뉴얼로만 접했던 분들에게 추천해요.”
그림 명상 스튜디오는 일상에서 예술이 말라갈 때 문득 생각나는 공간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고정된 패턴만으로 움직인다.
휄든 크라이스는 한정된 몸의 움직임과 감각을 수천 가지 동작으로 깨워주는 주도면밀한 학습 방법이다.
휄든 크라이스는 알렉산더 테크닉과 함께 소마틱스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힌다. 소마틱스란 몸의 움직임을 이용해 마음을 치료하고 나아가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일련의 모든 행위를 뜻한다. 우리가 잘 아는 요가 등이 가장 오래된 소마틱스로 알려져 있다. 휄든 크라이스는 1942년 이스라엘계 물리학자인 모셰 휄든 크라이스 박사가 창시한 움직임 시리즈다. 휄든 크라이스의 중요한 키워드는 ‘자각’이다. 좀 더 나은 움직임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알아차리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다.
“거울 앞에 서서 자기 몸을 천천히 살펴보세요. 어떤 특징이 보이나요? 어깨는 앞으로 살짝 말려 있고, 양쪽 팔 길이도 미세하게 다르군요. 고개는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고요. 한 번 뒤돌아보세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군요. 억지로 긴장을 풀려고 할 필요 없어요. 처음에는 내 몸이 긴장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이제껏 왜 자세를 바로 하지 못했을까 반성할 필요도 없어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용하면 됩니다.”
박대선 교사의 설명이다. 물리학자이자 축구 선수, 유도인이기도 했던 휄든 크라이스 박사는 신체의 일정 기능과 관련 있는 동작 3000여 가지를 만들었고, 레슨은 이에 기반한다. 학습은 교사의 안내에 따라 진행되는데, 우선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몸을 정돈하기 위해 박대선 교사가 핸즈온 방식으로 어깨와 팔의 관절 위치에 따라 몸의 각도, 여러 움직임을 파악한다. 누운 채로 교사의 안내에 따라 고개를 돌리고 몸을 움직이는 등 몇 가지 간결한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몸을 보니 올라간 어깨와 차이 나던 양팔의 길이가 교정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휄든 크라이스는 움직임을 통해 자각하는 거예요. 내가 그동안 습관적으로 몸을 어떻게 써왔구나, 다른 방식으로 하니 훨씬 더 효율적이구나 느끼는 것이죠. 골격 전체를 정렬하고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몸의 사용 패턴을 형성할 수 있어요. 자기 몸의 움직임에 대한 의식(자각)이 생기면 스스로 몸을 효율적으로 다루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돼요.”
사람의 몸은 각 기관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잊고 습관적으로 고정된 패턴만으로 움직인다. 휄든 크라이스는 이렇게 한정된 몸의 움직임과 감각을 수천 가지 동작으로 새로 깨워주는 주도면밀한 학습 방법이다. 신경학·정형학적 신체 문제와 스트레스 관련 질환, 만성 통증을 완화하고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를 찾아가는 여정
싱잉볼 사운드 힐링
무심코 지나쳤던 몸의 감각을 매 순간 정확하게 느끼는 것이 ‘현재’를 바라보기, ‘지금’을 인지하는 과정이다.
서울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가면 한옥 여덟 채가 나란히 모여 있다. 공예, 닥종이, 명상 등각 분야의 전문가와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공간이다. ‘마음명상’도 그중 하나. 여기서는 사운드 명상의 한 종류인 싱잉볼을 비롯해 차, 캘리그라피, 컬러링 등을 활용한 각종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중 싱잉볼 사운드 힐링은 싱잉볼 표면을 두드리거나 문지를 때 나는 소리와 진동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찾아가는 명상법을 말한다.
“내 몸과 밖을 소리로 맑게 씻어낸다는 의미에서 사운드 힐링을 보통 ‘사운드 배스(Sound Bath)’라고 불러요. 가만히 누워서 싱잉볼 소리를 따라가면서 집중하다 보면 번잡하고 수축된 몸의 움직임은 사라지고 어느새 소리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자신을 만나게 되거든요.”
싱잉볼로 다양한 소리를 만들던 사운드 힐러 서홍이 설명한다. 명상자는 힐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의 파장에 집중하면 비교적 쉽게 명상 상태가 된다. 싱잉볼을 한번 타격하고 잔음이 사라질 때까지 시간은 대략 40초. 처음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스스로를 재촉하지 말고 편안하게 소리를 받아들이라’는 힐러의 안내에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을 때, 은은하게 번지는 소리를 따라 의식과 긴장을 툭 떨어뜨리고 나니 몸이 한결 가뿐해진 기분이다. 같은 공간에서 진행하는 차 명상은 차를 내리고 음미하고 마시는 일련의 과정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명상 안내자 김현경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차(茶)’는 아주 훌륭한 명상의 도구’라고 말한다.
“차 명상은 보통 향차, 약차, 묘차의 3단계로 진행합니다. 찻잎과 물을 담는 그릇을 ‘차완’이라고 하는데, 이 차완을 채우고 비우는 과정을 통해 과거 또는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 현재의 나에게만 집중하죠. ‘행위’에 집중함으로써 잡념을 없애는 것이에요.”
마른 찻잎을 응시하다가 물을 붓는다. 찻잎이 조금씩 풀어지고 점차 색이 우러나오는 물을 바라본다. 차완은 우리의 몸이고, 물은 마음이다. 물(마음)의 움직임이 없을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가 차를 마신다. 벌컥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입에 한참을 머금고 ‘삼킨다’는 행위를 인지하면서 천천히 목뒤로 넘겨야 한다. 무심코 행해온 수많은 습관, 그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몸의 감각을 매 순간 정확하게 느끼는 연습이다. 바로 ‘현재’를 바라보기, ‘지금’을 인지하는 과정이다. 따뜻한 차가 온몸의 순환을 도와주는 느낌이다.
나에게 온전한 휴식을 주고 싶을 때 찾고 싶은 곳으로. 돈의문 박물관마을 홈페이지에서 수강 일정 확인과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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