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
池濬, 譯註
讀者諸賢, 惠存
歲在一千九百九十七年十一月日書
명심보감은 고려 시대의 문신(文臣) 추적(秋適) 선생이 동몽(童蒙)들을 위하여 고전에서 귀감이 될 만한 문구들을 발췌하여 편집한 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번 읽어보면서 느낀 점은 글귀도 물론 좋지만 현대인들이 한자, 한문 공부를 하는 데도 이만한 책이 없다 싶을 정도로 내용도 간결하고 그다지 어려운 글자도 없습니다. 인용된 글귀들 역시 기원전의 까마득한 책에서부터 송대에 이르기까지 (물론 후대에 더 첨가되어 조선 시대의 글까지 있지만) 시기적으로도 다양하며, 내용도 또한 유가(儒家)에만 국한하지 않고 유불선의 복합된 사상까지 망라되어 있어 동양인의 정신세계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의 교양서로서 한번쯤은 반드시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봅니다.
제가 명심보감을 번역하면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글자 그대로의 직역을 하는 데 있습니다. 명심보감의 내용은 옛날 어린이들이 배울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에 문장의 속뜻을 이해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직역을 함에 있어서도 어정쩡하게 얼버무리듯이 대충하는 글 풀이가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마다 그 쓰임새를 알 수 있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해석법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문은 얼핏 보면 아무런 문법도 없이 그럭저럭 글자를 뭉쳐서 만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알고 보면 한문도 엄연한 문법체계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문 고유의 문법으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종종 영문법을 원용하여 설명하였으므로 다소 적확(的確)하지 못한 설명이 될 우려도 있으나 오히려 영문법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더 쉽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또한 원문을 인용함에 있어서는 토(吐)를 달지 않고 단순히 쉼표로 구두점을 구분지어 놓았습니다. 전통대로라면 야 당연히 토를 달아야겠지만, 사실 토를 달아 읽는 것은 한문을 해석하는 데 그리 좋은 방편은 아니라고 봅니다. 옛날에는 암기를 위해서 우리말의 조사나 어미를 한자에 덧붙여 읽었지만 지금은 암기를 할 이유도 없거니와, 또한 이는 영어에 우리말의 조사를 달아 읽는 것과 같이 어색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 독해실력을 기르는 데도 토를 달아 읽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 토는 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번역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오역한 부분이 상당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발견하시거든 서슴지 마시고 메일을!!..
이제 마음의 몽매함을 깨우쳐 줄 보감(寶鑑)에 여러분을 비추어 보십시오.
장자(莊子)에 득의망언(得意忘言)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말이란 뜻을 담고 있는 그릇에 불과할 뿐, 그 말에 얽매어 진정한 뜻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명심보감을 제가 몇 권 접해보았는데 뜻풀이는 꽤 잘되어 있으나, 처음 한문을 읽는 사람들이 그 말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배려는 해놓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글을 읽던 그 글의 문법을 제대로 알아야 의미 전달이 잘 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겠습니다.
아래의 명심보감은 초심자들이 한문의 문법을 이해하고 한자(漢字) 하나하나의 쓰임새에 익숙해지도록 세심한 설명을 제 나름대로는 덧붙여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글에 담긴 진정한 뜻을 이해하고 무젖어 나름대로 얻는 것이 있으면 큰 다행이겠습니다. 그러나 그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뜻보다도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진정한 뜻을 얻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래의 명심보감은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한문의 문법을 주로 설명하였습니다. 몇 번 숙독하신 후에 그제서야 득의망언(得意忘言)의 경지에 이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경지는 누가 이끌어줄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독자의 의지와 능력에 달린 것입니다.
繼善篇
계선편은 명심보감의 첫 번째 편이다. 계선(繼善..선을 잇는다?)이란 말은 아마도 사람은 착한 본성을 타고난다는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전제로 한 듯하다. 즉 사람은 날 때부터 선한 본성이 있으며 이러한 본성을 교육을 통해서 악에 물들이지 않고 계속 지켜가자는 뜻에서 지은 편명(篇名)처럼 느껴진다. 대학(大學)의 첫머리에서도 “대학의 도는 밝게 타고난 덕(善)을 더 밝히는데 있다”(大學之道,在明明德)라고 하였으니, 선한 본성을 이어간다는 것은 배움의 첫 목표로서 명심보감의 첫 번째 편을 이룰 만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편에서는 선악(善惡)에 관한 글귀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럼 과연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아마도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천성적으로 선악을 구분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子曰, 爲善者, 天報之以福。爲不善者, 天報之以禍。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善)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福)으로 갚고, 불선(不善)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화(禍)로서 갚느니라.
(字義) ○子는 남자에 대한 통칭(通稱)이다. 특히 子라고만 할 때는 주지하다시피 공자(孔子)를 지칭한다. ○한문의 경우, 댓구를 이루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도 善과 不善, 福과 禍의 대비로 두 문장이 댓구를 이룬다. ○爲는 타동사로 “~을 하다. ~을 행하다”의 뜻. ○“~~者”는 “~하는 사람, ~하는 것”의 뜻으로 문장 내에서 다른 말 뒤에 붙어서 명사구를 형성하여 의미의 한 단락을 이룬다. 따라서 끊어 읽는 구두점이 된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는 “爲善者”가 명사구로 의미의 한 단락을 이룬다. ○報는 갚을 보. 報恩(보은), 報復(보복), 報答(보답)
●之의 쓰임새에 대해서...
之는 술어로는 “~에 가다” (갈 지)의 뜻이고, 어조사로는 우리말의 관형격 조사인 “~의”의 뜻이 있다. 어조사로서 또 하나의 쓰임새는 목적어․대명사(지시대명사)로서의 之를 들 수 있다. 한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가 바로 이 “之”자(字)이지만 다소 그 쓰임새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서 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흔히 之를 목적어․대명사로 보아 “이것을,” “그것을” 등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것만으로는 之의 쓰임새를 온전히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만약 之가 “목적어․대명사”라는 명칭으로 불리워진다면, 之앞에는 반드시 타동사만 와야 할 것이며, 또한 대명사로서 之가 받는 목적어가 문장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之는 타동사는 물론이고, 자동사 뒤에도 붙어서 두루 쓰이는 글자이며, 또한 문장내에 대명사로서 之가 받는 목적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즉, 之를 목적어․대명사라는 명칭으로 불러서는 之의 쓰임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또한 오역(誤譯)의 가능성도 상당히 많다. 이에 우리 선조들은 之를 “어조사”라는 다소 애매한 명칭으로 이 之자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之는 목적어․대명사라기 보다는 문장의 어감(語感)이나, 어기(語氣), 어세(語勢) 등을 위해서 더 많이 쓰인 글자이다. 즉, 之자는 무엇을 지칭하기 위한 대명사라기 보다는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유지하고, 어조(語調)를 고르기 위한 글자로서의 기능이 더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之자는 此(이것을), 是(이것을) 등과 같은 글자처럼 그 지시성(指示性)이 강한 글자가 아니며, 다만 문장의 안정감과 어조 등을 위해서 붙여준 글자에 불과한 것으로 우리말로 “이것을,” “그것을” 이라고 하여 지시대명사로 번역될 성격의 글자가 아닌 것이다. 우리 선조들께서 옮겨 놓은 각종 언해본(諺解本) 등을 살펴 보면 之자를 “이것을,” “그것을”이라고 해석한 경우가 절대로 없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之자를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명심보감에서는 之를 대명사․목적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며, 옛 전례대로 “어조사”라는 명칭으로 부를 것이다. 이 之자의 쓰임새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한문의 독특한 어감이나 문장 형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부록으로 之자의 쓰임새에 대해 별도로 자세히 설명하였으니 참조바란다.
漢昭烈將終, 勅後主曰, 勿以惡小而爲之, 勿以善小而不爲。
한(漢)나라 소열제(昭烈帝)가 장차 죽음에 이르러, 후주(後主)를 조칙(操飭)하여 이르셨다. 악(惡)이 적다고 하여 해서는 안되며, 선(善)이 적다고 하여 안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昭烈은 촉한(蜀漢)의 유비(劉備)가 황제가 된 후의 칭호이다. ○將은 “장차 장”으로 미래 시제를 나타낸다. 將次(장차), 將來(장래). ○終은 “마칠 종”으로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臨終(임종). ○勅(칙)은 “조칙(操飭)하다”는 의미로, 경계하여 타이른다는 뜻이다. 또는 조칙(詔勅)을 내린다는 의미도 있으므로, 여기서는 두가지로 모두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술어+사람+曰~”의 구문은 잘 쓰이는 관용구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後主는 글자 의미로는 “다음 임금”을 뜻한다.(主가 임금이란 뜻) 여기서는 유비의 아들을 의미한다. ○이 문장 역시 댓구문을 이룬다. 특히 글자수까지도 대칭을 이루게 하여 마지막 줄에 “不爲之”라 하지 않았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하나 알아둘 점은 일반적으로 어조사 之는 “不+술어+之”의 형태로는 대체로 쓰이지 않는다(쓰이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쓰이지 않음). “不+술어+之”의 구문은 어세(語勢)가 좋지 못하고 어조(語調)가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특별한 어감을 주기 위한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之를 쓰지 않는 것이다. ○以는 주로 명사(구)의 앞 또는 뒤에 붙어서 “~로서”의 뜻이지만, 以뒤에 명사절을 받으면 “이유”를 나타낸다. 즉, “~하여서, ~이기 때문에”의 뜻이 된다. 이 문장에서도 “惡小”라는 명사절을 받아, “악이 적다는 이유로~, 악이 적기 때문에”의 뜻이 된다. ○勿은 금지사로 주로 문장 앞에 쓰인다. 즉 우리말로는 勿이 “爲之”에 걸리지만, 한문에서는 勿을 맨 앞으로 돌린다. ○“勿以~而~”구문은 마치 영어의 “not~because~”구문과 같다. 즉, “~하다고 해서 ~하지 않는다”의 뜻이다.
莊子曰, 一日不念善, 諸惡自皆起。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루라도 선(善)을 생각하지 아니하면 모든 악(惡)이 스스로 다 일어나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念(념)은 “~을 생각하다” ○諸는 모두 제. 주로 명사앞에 붙어서 “한정어”로 쓰인다. 諸君(제군), 諸國(제국). ○皆는 모두 개. 주로 “주격 대명사”로 쓰인다.
太公曰, 見善如渴, 聞惡如聾。又曰, 善事須貪, 惡事莫樂。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선한 것 보기를 목 마르듯이(목이 말라 물을 구하듯이) 하고, 악한 것 듣기를 귀머거리처럼 하라. 또 이르셨다. 선한 일은 모름지기 탐할 것이요, 악한 일은 즐기지 말 것이다.
(字義) ○渴은 목마를 갈. 渴症(갈증), 渴望(갈망). ○聾은 귀머거리 롱. 聾啞(농아). ○須는 모름지기 수. “모름지기 ~해야 한다”의 뜻. ○莫(막)은 금지사. ○한문의 어순을 “술목관계”라 하여 술어 다음에 목적어가 온다고 한다. 이는 한 음절의 술어와 한 음절의 목적어가 있을 때의 관계이다. 예를 들면 登山, 守節, 退社 등등의 경우가 있다. 그러나 두 음절의 목적어일 때는 이러한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즉, 두 음절의 목적어일 때는 강조하기 위해 목적어를 술어보다 앞에 쓰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위의 문장에서도 見善, 聞惡은 술목관계이지만, 善事, 惡事는 술어 앞에다 쓰고 있다. 단, 목적절을 받을 때는 영어의 어순과 마찬가지로 “술어+목적절”의 어순이 된다.
馬援曰, 終身行善, 善猶不足, 一日行惡, 惡自有餘。
마원이 말하였다. 종신토록 선을 행해도 선은 오히려 부족하고, 하루만 악을 행해도 악은 절로 남음이 있느니라.
(字義) ○馬援은 후한(後漢)때 사람. ○終身(종신)은 “몸을 마친다. 죽는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終身刑(종신형), 終身雇用(종신고용). ○猶는 ①오히려 유. ②같을(如) 유. 여기서는 부사로 ①의 뜻이다. ○餘는 남을 여. 餘暇(여가), 餘力(여력).
司馬溫公曰, 積金以遺子孫, 未必子孫能盡守, 積書以遺子孫, 未必子孫能盡讀, 不如積陰德於冥冥之中, 以爲子孫之計。
사마온 공이 말씀하셨다. 금을 쌓아서(以) 자손에게 물려줘도 자손이 반드시 능히 다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요, 책을 쌓아서(以) 자손에게 물려줘도 반드시 자손이 능히 다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남모르는 곳에 음덕(陰德)을 쌓음으로써(以), 자손의 계책으로(본보기로) 삼는(爲)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司馬溫은 북송(北宋)의 명신(名臣)이다. ○公은 존칭. ○以는 명사(구)를 앞 또는 뒤에서 받아 “~로서”의 뜻이고, 명사절 다음에 以가 오면 “~하므로써”의 뜻으로 굳이 우리말로 해석할 것도 없다. 그리고 以다음에 명사절이 오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유”를 나타내어 “~하기 때문에, ~하여서”의 뜻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以+명사(구), 명사(구)+以”는 “~로서”의 뜻으로 자격을 나타내고, “명사절+以”는 “~하므로써, ~하여서”의 뜻으로 앞문장을 뒷문장에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以+명사절”은 “~하기에, ~하므로, ~하기 때문에” 등등의 뜻으로 “이유”를 나타낸다. ○遺는 끼칠 유, 줄 유, 남길 유. ○未必은 부분 부정으로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다”의 뜻. ○盡은 ①(술어)다할 진. ②(부사 또는 대명사)다 진. 모두 진. 여기서는 부사로 ②의 뜻이다. ②의 뜻으로 쓰일 때 盡은 부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술어 앞에서 쓰인다. 즉, 盡+명사: ~을 다하다. ①의 뜻이고, 盡+술어: 모두 ~하다. 다 ~하다. ②의 뜻으로 부사 또는 대명사이다. ○“不如~”는 “~만 못하다. 하는 것만 못하다”의 뜻.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만 같지 않다. 不如+서술문: ~하는 것만 못하다. ○冥은 어두울 명. ○爲는 ①할 위, ②위할 위, ③될 위, ④~로 삼다. ~로 여기다. ~로 생각하다. 등등 주로 4가지 뜻이 있고 여기서는 ④의 뜻으로 쓰였다. ④의 뜻으로 쓰일 때는 또한 일반적으로 以와 같이 쓰이기도 한다. 즉, “以A爲B”는 A로서 B로 여기다. 다시말하면, “A를 B로 삼다. 여기다”의 뜻이다. ○마지막 문장의 “以爲子孫之計”에서 위의 해석과는 달리 “以爲”를 한 단어로 보아도 된다. 즉, 以爲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굳어져서 “~으로 여기다, ~으로 생각하다, ~으로 삼다”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현대 중국어에서도 “以爲”는 한 단어로 쓰인다.
景行錄曰, 恩義廣施, 人生何處不相逢, 讐怨莫結, 路逢狹處難回避。
경행록에 이르기를, 은의(恩義)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어디에 산들 서로 만나지 않겠는가? 원수와 원망을 맺지 마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려우니라.
(字義) ○이 문장 역시 대칭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파악하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4.4.3으로 끊어 읽는다. ○恩義는 목적어이지만 강조하기 위해 술어 앞에다 쓴다. 즉, 항상 술목관계에 따라 문장을 배열하는 것이 아니다. ○廣(광)은 부사로 쓰였다. 넓을 광. ○生은 “~에 살다” ○何가 붙는 말은 모두 의문문으로 해석한다. 무엇 하. 어찌 하. ○讐는 원수 수. ○狹은 좁을 협. ○難+술어~ : ~하기 어렵다. ○避는 피할 피.
莊子曰, 於我善者我亦善之, 於我惡者我亦善之, 我旣於人無惡, 人能於我無惡哉。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게 선한 사람에게 내가 또한 선하게 대하고, 내게 악한 자라도 내가 또한 선하게 대할지니라. 내가 이미 남에게 악하게 아니하였으면 남도 능히 내게 악함이 없을 것이니라.
(字義) ○者가 있는 문장은 者와 명사구를 이루는 문구를 찾아, 의미의 단락을 구분한다. 여기서는 “於我善者”가 하나의 명사구로 의미의 한 단락을 이룬다. ○善은 여기서 술어로 쓰였다. “~을 선하게 여기다. ~을 선하게 대하다” ○이미 언급했듯이 之는 대명사․목적어로 쓰이기 보다는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유지하고 어기(語氣), 어세(語勢) 등을 고르기 위해서 쓰이는 것이다. 즉, 善다음에 之를 붙여 줌으로써 善을 술어가 되게 해주는 어감을 얻는 것이다. ○哉는 감탄형 종결 어조사.
東岳聖帝垂訓曰, 一日行善, 福雖未至, 禍自遠矣。一日行惡, 禍雖未至, 福自遠矣。行善之人, 如春園之草, 不見其長, 日有所增。行惡之人, 如磨刀之石, 不見其損, 日有所虧。
동악성제가 훈계를 내려 이르셨다. 하루 선(善)을 행해도 복(福)은 비록 아직 당장 이르지는 아니하나 화(禍)는 저절로 멀어지고, 하루 악을 행해도 화(禍)는 비록 아직 당장 이르지는 아니하나 복(福)은 저절로 멀어지느니라. 선을 행하는 사람은 봄동산의 풀과 같아서 그 풀이 자라는 것을 보지는 못해도 날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바가 있으며, 악을 행하는 사람은 칼을 가는 돌과 같아서 그것이(그 돌이) 닳아 없어짐을 보지는 못해도 날마다 조금씩 이지러지는 바가 있느니라.
(字義) ○東岳聖帝는 도가(道家)의 사람이다. ○垂는 (위에서 아래로) 드리울 수. ○雖는 비록 수. 주어는 雖앞에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矣(의)는 평서문의 종결형 어조사. 주로 단정, 결과, 확정 등의 뜻을 내포하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때 쓰이는 종결형 어조사이다. 也도 똑같은 종결형 어조사이지만, 也에는 矣에서와 같은 단정, 결과, 확신의 뜻이 약하고 단순히 평서문의 종결을 나타낼 뿐이다. ○其는 주격 또는 소유격 대명사로 쓰인다. 여기서는 其가 春園之草를 받는 대명사이고 주격 또는 소유격으로 해석해 준다. 위에서는 주격으로 해석했다. ○日은 부사로 쓰였다. “날마다”의 뜻. ○有+A= A가 있다. ○磨는 갈 마. ○損은 덜 손 ○虧는 이지러질 휴.
子曰, 見善如不及, 見不善如探湯。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을 보기를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하고, 불선(不善) 보기를 끓는 물에 손을 넣는 것 같이 하라.
○見善如不及에서 之를 붙여 見善如不及之라 하지 않은 것은 이미 언급했듯이 “不+술어+之”와 같은 구문은 대체로 어세(語勢)가 좋지 못하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쓰이지 않는 것이다.
繼善篇終
天命篇
천명편은 전편(前篇)인 계선편(繼善篇)의 선악에 관한 글귀에 이어서, 하늘을 권선징악의 주관자로서 부각시킨다. 즉, 하늘은 선한 자를 보호하고 악을 응징하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인간의 윤리를 관장한다. 따라서 선을 지키고 악을 버리는 것이 바로 하늘의 진리이며, 하늘의 명인 것이다.
孟子曰, 順天者存, 逆天者亡。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하늘을 거스리는 자는 망하느니라.
(字義) ○順은 “쫓을 순”으로 순종하다. 순응하다는 뜻이다. 順應(순응), 順從(순종). ○者는 다른 말과 붙어서 의미의 한 단락을 이룬다. 즉, 여기서는 順天者가 하나의 명사구로 주부(主部)에 해당한다. ○逆은 거스를 역. 順과는 서로 대칭이 되는 말이다. 順風(순풍), 逆風(역풍). ○亡은 망할 망. 고대에 亡자는 無자와 통용되어 쓰였다. 즉 亡을 “무”로 읽었고, 그 의미도 “없을 無”와 같았다. 여기서도 亡(무, 망)는 存과 의미의 대칭을 이룬다. 그러나 흔히 또 存亡(존망)이 한 단어가 되어 “망할 망”으로 읽히기도 하나, 개인적인 생각에 “存亡”의 亡도 본 뜻은 “無”이었을 것이다.
康節邵先生曰, 天聽寂無音, 蒼蒼何處尋, 非高亦非遠, 都只在人心。
강절 소 선생이 말씀하셨다. 천청(하늘의 들으심)은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창창한 하늘 어느 곳에서 찾을 것인가? (하늘의 들으심은) 높지도 아니하고 또한 멀지도 아니한지라, 모두가 다만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康節 邵 선생은 송(宋)나라 때 사람으로 康節은 죽은 뒤에 지은 이름이고, 성(姓)은 邵이다. ○이 문장은 한 편의 시(詩)라 할 수 있겠다. 2.3 2.3으로 끊어 읽고, 尋과 心은 운자(韻字)이다. ○寂은 고요할 적. 寂寞(적막). ○蒼은 푸를 창. 蒼空(창공). ○都는 “모두 도” 都大體(도대체), 都合(도합) 얼마이다, 도시(都是) 모르겠다. ○A+在+B = A가 B에 있다. 참고로, A(명사)+有+B = A에 B가 있다.
●在와 有, 그리고 存
在와 有는 옥편에 모두 “있을 재, 있을 유”로 그 의미가 똑같게 나오지만 그 용법은 전혀 다르니 반드시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즉, 그 어순에 주의하도록 한다. 또한 存도 “있을 존”으로 나오지만, 存은 자동사로 “살아남다. 존재하다. 남아있다”의 뜻이며, 타동사로는 주로 “(마음, 품성, 성품 등을) 지니다”의 뜻으로 쓰이므로 有, 在, 存의 그 각각의 쓰임새와 뜻은 전혀 다르니 구분하도록 하자.
玄帝垂訓曰, 人間私語, 天聽若雷, 暗室欺心, 神目如電。
현제(玄帝)가 훈계를 내려 말씀하셨다. 사람간의 사사로운 말이라도 천청(하늘의 들으심)은 우레와같고, 암실에서의 속이는 마음이라도 신목(귀신의 눈)은 번개와 같으니라.
(字義) ○문장의 대칭구조를 파악하며 읽기를 바란다. ○垂는 드리울 수 率先垂範(솔선수범). ○訓은 가르칠 훈.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敎訓(교훈), 家訓(가훈). ○欺는 속일 기. 詐欺(사기).
益智書云, 惡鑵若滿, 天必戮之。
익지서에 이르기를, 나쁜 마음이 가득차면, 하늘이 반드시 죽이느니라.
(字義) ○익지서(益智書)는 송대(宋代)의 책. ○鑵은 두레박 관. 여기서 악관(惡鑵)은 나쁜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戮은 죽일 륙. 殺戮(살륙). ○天必戮之에서 之는 대명사라기 보다는 4.4 라는 한문 고유의 댓구를 맞춤으로써 어기(語氣)를 고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즉, 之는 此(이것을, 그것을)로 대체될 만큼 지시성(指示性)이 강한 글자가 아니며, 문장의 균형감을 얻기 위해 써준 글자로서 허사(虛辭)에 가깝다.
莊子曰, 若人作不善, 得顯名者, 人雖不害, 天必誅之。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이 불선(不善)을 짓고도 이름을 드러낼 수 있는 자는, 사람이 비록 해하지 못한다해도 하늘은 반드시 베어버리느니라.
(字義)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할지라도(even if), ②마치 ~와 같다.(like, as if)의 두가지 주된 뜻이 있다. 여기서는 ①의 뜻으로 쓰였다. ○得은 “~을 얻다”라는 뜻이지만, 뒤에 술어가 오면 조동사로(can, 가능) 의역해 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즉, ①得+명사 = ~을 얻다. ②得+술어 = ~을 할 수 있다. ○顯은 나타낼 현, 드러낼 현. 주로 타동사로 쓰인다. ○雖는 비록 수. 주어는 일반적으로 雖앞에 쓴다. ○誅는 벨 주. ○“天必誅之”에서도 역시 之가 대명사라기 보다는 4.4의 한문 고유의 댓구를 이루고 어세를 좋게 하기 위해 쓰인 글자로서, 此나 是로 대체될 만큼 지시성(指示性)을 강하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즉, 허사(虛辭)에 가깝다.
種瓜得瓜, 種豆得豆, 天網恢恢, 疏而不漏。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 것이니, 천망(하늘의 그물)은 회회하여(넓고 넓어서) 성기기는 하나 세지 않는 법이니라.
(字義) ○種은 명사로는 “씨”란 뜻이고, 술어로는 “심을 종”이다. ○瓜는 외(오이) 과. ○恢는 넓을 회. 같은 말을 겹쳐서 술어(또는 한정어)로 쓰는 경우가 많다. 恢復(회복) ○漏는 셀 루. 漏水(누수). ○天網恢恢 疎而不漏; 즉, 자신이 뿌린대로 거두는 것은 하늘의 이치이며, 이러한 진리는 비록 성겨 보여도 절대로 예외가 없는 법이다.
子曰, 獲罪於天, 無所禱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느니라.
(字義) ○獲은 얻을 획. ○禱는 빌 도. 祈禱(기도). ○也는 평서문의 종결형 어조사로 쓰였다.
天命篇終
順命篇
전편(前篇)의 천명편(天命篇)에서는 선악의 주관자로서의 하늘을 말하였고, 이 순명편에서는 글자 그대로 그러한 하늘의 명(命)에 순응해야함을 말하고 있다. 일견 이 순명편에서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고 다만 운명론적으로 자신의 생(生)을 맞아야 한다고 서술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상은 역시 하늘의 이치,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말고 자신의 생(生)을 개척하라는 조언일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알지 못하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쫓다가 자신을 망치는 지경에 이르는 일도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子夏曰, 死生有命, 富貴在天。
자하께서 말씀하셨다. 생사(生死)에는 천명이 있는 것이요, 부귀(富貴)는 하늘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子夏는 공자의 제자로 학문에 뛰어났다. ○死生처럼 중국말과 우리말의 순서가 뒤바뀐 예가 많다.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有+A= A가 있다. 물론 有앞에 有를 한정하는 부사가 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必이 자주 쓰이며, 계선편 9번째 글귀에서도 그 용례를 볼 수 있다. ○A+在+B= A가 B에 있다. “있을 在”와 “있을 有”는 그 쓰임새가 다르므로 확실히 구분하기 바란다. ○富貴在天; 부귀는 하늘에 있다. 즉,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萬事分已定, 浮生空自忙。
만사가 나뉘어 이미 정해져 있거늘, 부생(덧없는 삶)이 공연히 스스로 바뻐하느니라.
(字義) ○이 문장은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已는 이미 이. ○浮는 뜰 부. ○生은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浮生(부생)은 한 단어로 “덧없는 인생”을 뜻한다. ○空(공)은 부사로 “헛되이, 공연히”의 뜻이다. 空然히. ○自는 술어와 붙어서 잘 쓰인다. ①自+자동사 : 스스로 ~하다. 저절로 ~하다. 自動, 自述, 自首, 自白, 自祝. ②自+타동사 : 자기를 ~하다. 스스로를 ~하다. 自殺, 自決, 自尊心, 自責. 참고로 己(자기 기)는 명사로 쓰이므로 목적어가 될 때는 “술어+己”의 어순이 된다. ○忙은 바쁠 망. 忙中閑(망중한; 바쁜 가운데의 한가로움), 公私多忙(공사다망; 공적, 사적인 일로 아주 바쁨)
景行錄云, 禍不可以倖免, 福不可以再求。
경행록에 이르기를, 화는 요행히 면할 수 없는 것이요, 복은 두 번 얻을 수 없느니라.
(字義) ○“可以+술어”는 관용구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따라서 “不可以+술어”는 “~할 수 없다”의 뜻이다. ○倖은 부사로, 요행히 행. 다행 행. 참고로, 술어나 명사로 쓰일 때는 주로 幸자를 쓰고, 부사로 쓰일 때는 여기서처럼 倖자를 쓴다. 幸福(행복), 幸運(행운), 多幸(다행).
時來, 風送騰王閣, 運退, 雷轟薦福碑。
때가 오면, 바람이 등왕각으로도 보내주는 것이요, 운수가 퇴락하면 우레가 천복비를 우르릉 부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字義) ○이 문장 역시 대칭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걸 파악하는 것이 해석하는데 도움을 준다. ○轟은 울릴 굉. 수레소리나, 천둥소리를 나타낸다. ○이 글은 다음의 고사를 알아야 이해가 된다. 당나라때의 명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던 “왕발”(王勃)이란 사람은 마당산 신령의 현몽을 얻어 순풍을 만나 배를 타고 하룻밤 사이에 남창 칠백리를 가서 등왕각의 서문을 지어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 천복비에 대한 고사는 구래공의 문객 중 한사람이 지극히 곤궁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천복비의 비문을 박아다가 주며는 그 사례를 후히 준다고 하였다. 이에 천신만고하여 수천리를 애써 갔더니 그날밤 벼락이 내려 그 비석을 깨뜨렸다는 일이 있다.
列子曰, 痴聾痼啞家豪富, 智慧聰明却受貧, 年月日時該栽定, 算來由命不由人。
열자께서 말씀하셨다. 치롱고아라도(어리석고, 귀먹고, 고질에, 벙어리라도) 집은 호화롭고 부유할 수 있으며, 지혜총명이라도(지혜가 있고 총명해도) 오히려 가난할 수 있느니라. 연월일시는 두루 갖추어 정해져 있는 것이니, 셈은 천명에서 말미암는 것이지 사람에게서 말미암는 것이 아니니라.
(字義) ○4.3 4.3으로 끊어 읽고, 역시 대칭구조를 파악하면 이해하기 쉽다. ○痴는 어리석을 치. 痴는 속자이고, 본자(本字)는 癡이다. ○痼는 고질 고. ○啞는 벙어리 아. ○却은 지금은 주로 “버릴 각”의 술어로 쓰이지만, 한문에서는 부사로 더 많이 쓰인다. 즉, “도리어, 오히려”의 뜻이다. ○該는 모두 해, 갖출 해. ○栽(심을 재)는 裁(마름질할 재)의 뜻으로 쓴 것 같다. ○算은 수 산. 셈할 산. 여기서는 운수를 따져본다는 뜻이겠다. ○由는 말미암을 유. 由+명사= ~에서 말미암다.
順命篇終
孝行篇
효행편에서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라 하는 효(孝)에 관한 글귀들을 모아 놓았다. 특히 공자의 어록이라 할 논어(論語)에서 발췌한 글이 반을 차지한다. 효(孝)를 이웃의 어른에게 미루어 적용하면 제(悌)가 되는 것이요, 그 마음을 더욱 넓혀 미루어 동료에게 적용하면 충신(忠信)이니, 효(孝)는 백행의 근본이 아닐 수 있겠는가? 유자(有子)께서 효제(孝悌)는 인(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라고 말씀하신 뜻도 이와 같으리라.
詩曰, 父兮生我, 母兮鞠我, 哀哀父母, 生我劬勞, 欲報深恩, 昊天罔極。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아버지는 날 낳으시고 어머니는 날 기르시니, 애애롭다(슬프다) 부모여! 나를 낳으시기에 애쓰시고 수고하셨도다.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하나 넓은 하늘은 참으로 망극하도다(가이 없다).
(字義) ○詩라 하면 유교 경전의 하나인 詩經을 뜻한다. 원래 詩라고 하면 詩經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經을 붙여줌으로써 공경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經은 “常”의 뜻으로 만고불변의 진리가 될 만한 책이라는 의미로 흔히 이 經자를 책이름 뒤에 많이 붙인다. ○兮(혜)는 문장이 댓구(對句)를 이룰 때 주로 사용되는 감탄형 어조사이다. 여기서도 “아버지는~~, 어머니는~~”하는 식으로 댓구를 이룬다. ○鞠은 기를 국. ○生은 타동사로 ①~에 살다, ②~을 낳다. ○劬는 힘쓸 구. ○勞는 수고할 로. ○昊天罔極이란 부모의 넓고 큰 은혜를 하늘에 비유하여, 그 은혜의 끝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昊는 넓을 호, 하늘 호. ○罔은 없을 망. ○罔極(망극); 끝이 없다. 가이 없다.
孝子之事親也, 居則致其敬, 養則致其樂, 病則致其憂, 喪則致其哀, 祭則致其嚴。
효자의 부모 섬기기란 (부모와 같이) 거함에는 자신의 공경함을 다하고, (부모) 봉양함에는 자신의 즐거움을 다하고, (부모가) 병이 드시면 자신의 근심을 다하고, (부모의) 상중에는 자신의 그 슬픔을 다하고, (부모의) 제사를 지낼 때에는 그 엄숙함을 다하는 것이니라.
(字義) ○事는 섬길 사. ○也는 주로 평서문의 종결형, 또는 의문형 어조사로 쓰이지만, 여기서처럼
주부(主部)를 구분지어 주는 역할도 한다. ○致는 ①이를 치, ②다할 치.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을 다하다. ~을 극진히 하다”의 뜻이다. ○其는 주격 또는 소유격 대명사로 쓰인다. 여기서는 효자를 지칭하는 소유격 대명사(his)로 쓰였다.
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
부모가 살아 계실 적에는 멀리 떨어져 노니지 마라. 놀 때에는 반드시 가는 방향이 있어야 할 것이다.
(字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父命召, 唯而不諾, 食在口則吐之。
아버지께서 명하여 부르시거든 속히 “예”하고 대답하여 응하고(唯), 대답만 “네”하고 꾸물거리지 말것이다(不諾). 음식이 입에 들었다면 곧 뱉을지니라.(즉, 음식을 뱉고 속히 “예”하고 대답하여 곧바로 응해야 할 것이다)
(字義) ○召는 부를 소. ○唯는 ①오직 유, ②대답할 유. 여기서 대답한다는 것은 “~에게 ~을 대답한다”는 뜻이 아니라, 대답하는 소리, 즉 우리말의 “예”나 “네”쯤에 해당하는 말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대답하는 소리에 해당하는 한자(漢字)가 여러개 있는데 그중에서 唯는 대답을 하고 바로 응하는 것이다. ○諾은 ①허락할 낙. ②대답할 낙. 역시 唯와 마찬가지로 대답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여기서는 “예”라고 대답만하고 바로 응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A+在+B= A가 B에 있다. ○吐는 토할 토. ○則앞의 문구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즉, “~하면”의 뜻이다. ○吐之에서 之도 역시 누누히 말했듯이 목적어․대명사로 해석될 성격의 글자가 아니다. 다만, 문장의 안정감을 주고, 어세를 고르게 하기 위해 술어뒤에 붙여 준 것이다.
太公曰, 孝於親, 子亦孝之, 身旣不孝, 子何孝焉。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부모에게 효도하면 자식이 또한 효도하나니, 자신이 이미 효도하지 않았다면 자식이 어찌 효도를 하리오?
(字義) ○親(친)은 “부모”란 뜻이다. ○何는 ①무엇 하. ②어찌 하.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술어+焉) 그 술어의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흔히 焉을 於之와 같다고 설명하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之는 술어뒤에 붙는 어조사일 뿐, 지시성(指示性)이 명확한 지시대명사로서의 목적어가 아니기 때문에 전치사 於의 목적어가 될 수 없다. 즉, 지시성이 명확한 是나 此와 같은 지시대명사는 於是, 於此라는 문구가 가능하며 또한 한문에서 종종 쓰이기도 하지만, 지시성이 거의 약한 之는 於之라는 문구가 성립될 수 없으며 또한 한문에서 절대로 쓰이지도 않는 가공의 문구인 것이다. 흔히 焉을 於之와 같다고 하여 之를 마치 목적어인양 설명하는 것은 之를 그 지시성(指示性)에만 초점을 두었을 뿐, 之의 쓰임새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오류인 것이다. 따라서 있지도 않은 문구를 가지고 焉을 설명하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孝順還生孝順子, 五逆還生五逆兒, 不信但看簷頭水, 點點滴滴不差移。
효순(부모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사람)이 효순한 자식을 다시 낳는 것이요, 오역(五逆)이 다시 오역(五逆)하는 아이를 낳는 것이다. 믿지 못하겠거든 다만 저 처마끝의 물을 보라! 한 점 한 점의 물방울들이 어긋나 옮겨지지 않는 것을!
(字義) ○順은 좇을 순. 순응(順應)․순종(順從)한다는 뜻이다. ○孝順은 현대 중국어에서는 한 단어로 쓰인다. 즉, 孝道한다는 뜻이다. ○還(환)은 부사로 “다시, 도리어, 도로”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 술어 앞에 있으니 부사임을 알 수 있다. ○生은 타동사로 ①~에 살다. ②~을 낳다. ○五逆은 불교 용어로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질 다섯가지 악행으로서 살부(殺父), 살모(殺母), 살아라한(殺阿羅漢), 파화합승(破和合僧), 출불신혈(出佛身血)을 말한다. 또한 입교편(立敎篇)에 보면 주(周)나라 무왕(武王)과 강태공(姜太公)과의 문답에서 강태공이 “不養父母,爲五逆”(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다섯번째의 거스름이다)라고 하였으니 참조바란다. ○簷은 처마 첨. ○頭는 여기서는 별 뜻없이 명사뒤에 붙어서 그 명사를 구체화하거나 또는 그 일부를 가리키기 위해서 쓰이는 접미사와 같은 것이다. 街頭(가두), 話頭(화두), 口頭(구두), 念頭(염두). ○滴은 물방울 적.
孝行篇終
正己篇
정기편은 수신(修身)에 도움이 되는 글귀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유가(儒家)에서 강조하는 절제를 통한 인격수양과 더불어 난세(亂世)를 사는 도가(道家) 특유의 처세훈까지 곁들어 있다. 절제할 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性理書云, 見人之善而尋己之善, 見人之惡而尋己之惡, 如此方是有益。
성리서에 이르기를, 남의 선을 보고 자기의 선을 찾으며, 남의 악을 보고 자기의 악을 찾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해야 바야흐로 이로움이 있을 것이로다.
(字義) ○而는 말이을 이. 而는 두 문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두 문귀을 순접(and), 역접(but), 인과(and so)관계 등으로 문맥에 따라 적절히 해석한다. ○如此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 ○方은 바야흐로 방. 時方(시방), 方今(방금), 今方(금방).
●是의 쓰임새에 대해서
是는 ①옳을 시. ②(지시대명사 또는 지시형용사) 이 시. ③(술어) “~이다”(be동사). 등등 주로 3가지의 뜻이 있다. 是가 지시대명사로 쓰일 경우에 문장의 주어로는 거의 쓰지 않고, 주로 목적어로서의 지시대명사로 사용된다. 주어로 쓰이는 지시대명사는 주로 此가 쓰이고 是는 쓰이지 않는다. 또한 是는 지시대명사․지시형용사로 뿐만 아니라, 술어로서 ③의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현대 중국어에서 是는 ②의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고 ③의 뜻으로만 쓴다. 예를 들면 “我是韓國人”하면 “나는 한국인이다”의 뜻이다. 이때 韓國人은 명사구로서 是의 보어이다. 是가 받는 보어는 韓國人처럼 명사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是뒤에 서술절을 받기도 한다. 또 중요한 것은 是의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면 그 주어를 굳이 써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의 문장에서도 “是有益”의 주어는 앞 문장 “見人之善而尋己之善,見人之惡而尋己之惡”이며 이는 문맥상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에 是의 주어를 생략한 것이다. 문맥상 주어가 분명하면 주어가 생략된다는 것을 모르고 흔히 이 술어로 쓰인 是자를 마치 지시대명사로서의 주어인 “이것은, 이는” 등으로 해석하는데 이는 의역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말의 지시대명사인 “이것”이란 말을 붙여준 것 뿐이지, 是가 지시대명사로 쓰여서 그렇게 번역하는 것이 아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論語, 學而篇)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여기서도 是는 술어로서 “~이다”의 뜻이며, 지시대명사로서 주어인 “이것이”의 뜻이 아니다.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므로 굳이 써주지 않은 것이다. 다만,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이것이”란 주어를 붙여준 것뿐이며, 만약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을 한다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가 될 것이다.
過而不改 是謂過矣 (論語, 衛靈公篇)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일러 잘못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是는 술어로 “~이다”의 뜻이며,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므로 굳이 “此”와 같은 주어를 붙여 “此是謂過矣”라 하지 않고 생략된 것이며, 이때 是의 보어는 명사구가 아닌, 서술절로서 “謂過”인 것이다. 즉, 위의 번역에서 “이것을”이라고 하여 마치 是를 지시대명사처럼 번역한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옮기는 과정에서 붙여준 것일 뿐이지, 是가 지시대명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번역한 것이 아니다. 위의 문장을 역시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을 한다면,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허물을 말한다”가 되지만, 우리말로 어색하므로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번역할 따름이다.
景行錄云, 大丈夫, 當容人, 無爲人所容。
경행록에 이르기를, 대장부는 마땅히 남을 품어줄지언정(또는 용서할지언정) 다른 사람의 용서를 받는 사람이 되지 말지니라.
(字義)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容은 품을 용, 용납할 용. 包容(포용), 容恕(용서). ○無는 毋와 마찬가지로 금지사로도 자주 쓰인다.(=莫, 勿) ○爲는 될 위. ○爲A所+술어= A의 ~하는 바가 되다. 즉 이 구문은 피동형으로 해석을 해준다. 자주 쓰이는 구문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康節邵先生曰, 聞人之謗未嘗怒, 聞人之譽未嘗喜, 聞人言人之惡未嘗和, 聞人言人之善, 則就而和之, 又從而喜之。 故其詩曰, 樂見善人, 樂聞善事, 樂道善言, 樂行善意, 聞人之惡如負芒刺, 聞人之善如佩蘭蕙。
강절 소 선생이 말씀하셨다. 남의 비방을 들어도 아직 당장은 노여워하지 말고, 남의 칭찬을 들어도아직 당장은 기뻐하지 말라. 남이 다른 사람의 악한 점을 말하는 것을 들어도 아직 당장은 부화(附和)하지 말며, 남이 다른 사람의 선한 점을 말하는 것을 들으면 나아가 화응(和應)할 것이며 또 이어서 함께 기뻐해야 하느니라. 고로 그 시에 이르기를 선인(善人)을 보는 것을 즐거워하며, 선사(善事)를 듣는 것을 즐거워 하며, 선언(善言)을 말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선의(善意)를 행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하였다. 남의 악을 듣기를 마치 가시를 등에 진 것처럼 하고, 남의 선을 듣기를 향초를 허리에 찬 것 같이 할지니라.
(字義) ○人은 사람 인. 또는 문맥에 따라 “남, 다른 사람”으로도 해석한다. ○謗은 헐뜯을 방.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嘗은 일찍이 상. ○譽는 기릴 예. ○言은 명사로는 “말씀”이란 뜻이고, 술어로는 뒤에 절(節)을 받아서 “~을 말하다.”(say that~)의 뜻이다. ○和는 화할 화. ○則은 앞문장을 가정(if)으로 해석한다. “~하면...”의 뜻이다. ○道는 술어로는 “~을 말하다”의 뜻이다. (=say that...=言) ○負는 (등에)질 부. ○芒은 가스랑이 망. ○刺는 가시 자. ○佩는 (허리에)찰 패. ○蕙는 혜초 혜. 향초로 쓰인다. ○“就而和之, 又從而喜之”에서도 역시 之는 지시대명사․목적어라는 명칭으로는 之의 쓰임새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여기서 之는 무엇을 꼭 지칭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술어 뒤에 之가 붙음으로써 그 술어를 술어답게 만들어주는 어감을 얻고, 어세를 고르게 하기 위해 쓰인 글자이다.
道吾惡者是吾師, 道吾好者是吾賊。
내가 악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요, 내가 좋다고(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의 도둑이로다.
(字義) ○道는 말할 도. (=say that~~) ○是는 술어로 “~이다”(=is)의 뜻이다. 즉, 是의 주어는 道吾惡者이고, 보어는 吾師이다. ○賊은 도둑 적.
勤爲無價之寶, 愼是護身之符。
근면(勤勉)은 값이 없을 정도로 귀중한 보배요, 근신(謹愼)은 몸을 보호해주는 부적이니라.
(字義) ○勤은 부지런할 근. 勤務(근무), 勤勉(근면), 勤勞(근로). ○爲는 “~이 되다”(is, become)의 뜻이다. ○愼은 삼갈 신. 謹愼(근신). ○是는 “~이다”(is)의 뜻. ○符는 부적 부.
景行錄曰, 保生者寡慾, 保身者避名, 無慾易, 無名難。
경행록에 이르기를, 생(生)을 보호하는 자는 욕심이 적고, 몸을 보호하는 자는 이름을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피한다. 욕심이 없기는 쉬우나, 이름이 없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者는 그 앞귀절과 붙어서 명사구가 된다. ○寡~: ~이 적다. ○“~~易, ~~難”의 댓구문은 자주 쓰인다. “~~하는 것은 쉽고, ~~하는 것은 어렵다”의 뜻이다.
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에게는 3계가(세가지 경계가) 있으니, 어릴적에는 혈기가 미정(未定)하여 경계할 것은 여색에 있고, 그 장성함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바야흐로 굳센지라 경계할 것은 싸움에 있고, 그 늙음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이미 쇠퇴한지라 경계할 것은 얻음에(물욕에) 있느니라.
(字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A+在+B= A가 B에 있다. ○戒는 경계 계. “三戒”할 때 戒는 명사이고, “戒之在色”할 때 戒는 술어이다. ○“小之時”에서의 之는 관형격 조사(~의)로 쓰였고, “戒之在色”에서의 之는 어조사(語助詞)로 쓰였다. “술어+之”는 이와 같이 명사구로도 흔히 쓰인다. 여기서도 之는 무엇을 지칭하기 위한 지시대명사가 아님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之는 다만, 之앞의 술어를 술어답게 만들어주는 어감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는 어조사인 것이다. 즉, “戒在色”이라고 쓰면, 戒는 술어가 아닌 명사가 되어버리고 따라서 그 의미는 “경계가 여색에 있다”가 되어 어색해진다. 따라서 戒다음에 之를 붙여 戒之의 戒는 술어가 되도록 하는 어감을 갖게 되며 따라서 그 의미는 “경계할 것은 여색에 있다”가 되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其는 주격 또는 소유격 대명사로 쓰인다. 여기서는 君子를 받는 주격 대명사로 쓰였다. ○剛은 굳셀 강. ○衰는 쇠할 쇠.
孫眞人養生銘云, 怒甚偏傷氣, 思多太損神, 神疲心易役, 氣弱病相因, 勿使悲歡極, 當令飮食均, 再三防夜醉, 第一戒晨嗔。
손 진인의 양생명에 이르기를, 성냄이 심하면 기(氣)만 해칠 뿐이고, 생각이 많으면 정신을 크게 손상시킨다. 정신이 피로하면 마음이 쉽게 부림을 받고, 기(氣)가 약하면 병이 잇달아 일어난다. 슬픔과 기쁨을 극에 달하게 하지 말며, 마땅히 음식을 고르게 할 것이다. 재삼 밤에 술 취하지 않도록 하고, 제일 조심할 것은 새벽에 성내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字義) ○이 문장은 2.3 2.3으로 끊어 읽고, 神, 因, 均, 嗔이 운(韻)을 맞춘 글자들이므로, 읽으면서 운율을 느껴 보기 바란다. ○眞人은 道를 터득한 사람을 도가(道家)에서 일컫는 존칭이다. ○甚은 심할 심. ○偏은 치우칠 편. 여기서처럼 술어 앞에 붙어 부사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말로 해석할 때는 偏+술어+목적어= “오로지 ~만 ~한다”는 식으로 의역하면 자연스럽다. ○太는 부사로 자주 쓰인다. ○疲는 고달플 피. 疲困(피곤), 疲勞(피로). ○“心役”이란 표현은 한문에서 자주 접하는 관용 표현이다. 우리말로는 “마음이 고달프다. 속썩이다.”쯤으로 번역하면 좋을 듯 싶다. ○易+술어= ~하기 쉽다. 쉽게 ~하다. ○因은 인할 인. ○勿은 금지사로 “~하지 마라”의 뜻이다.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令은 모두 사역동사로 쓰인다. ○晨은 새벽 신. ○嗔은 성낼 진.
景行錄曰, 食淡精神爽, 觀淸夢寐安。
경행록에 이르기를, 먹는 것이 담담하면(맵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맑고 깨끗하면) 정신이 상쾌하고, 보는 것이 맑고 깨끗하면 잠자리가 편안하느니라.
(字義) ○淡은 맑을 담. “담백(淡泊)하다. 담담(淡淡)하다. 묽다. 싱겁다”의 뜻이다. ○淸은 깨끗할 청. 맑을 청. ○寐는 잠잘 매.
定心應物, 雖不讀書, 可以爲有德君子
마음을 정하고 모든 일에 응하면 비록 글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그를 유덕군자라 할 수 있느니라.
(字義) ○應은 응할 응. 應接(응접), 應試(응시). ○可는 “~하는 것이 옳다. ~하는 것이 가(可)하다”의 뜻이다. ○以爲는 한 단어로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 ~으로 생각하다”의 뜻이다. 따라서 위의 문장을 직역하자면, “유덕군자(有德君子)로 여기는 것(以爲)은 가(可)하다. 옳다”의 뜻이다. 이런 번역은 고어투이지만, 그 문구의 쓰임새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에는 오히려 더 편리하므로 이와 같이 직역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흔히 可를 영어의 “can”(가능의 조동사)쯤으로 동일시 하는데 이는 다소 적확하지 못하다. “can”의 뜻으로는 “可以”가 더 가까우며, “可”는 “~하는 것이 옳다, ~하는 것이 가(可)하다”의 뜻으로 보는 그 어감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이는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近思錄云, 懲忿如救火, 窒慾如防水。
근사록에 이르기를, 분함을 참는 것을 불을 끄듯이 하고, 욕심 막기를 큰 물을 막는 것 같이 하라.
(字義) ○2.3 2.3으로 끊어서 읽는다. ○懲은 징계할 징 懲戒(징계), 懲罰(징벌). ○忿은 분할 분. ○懲忿(징분)은 분함을 억누르다. 참다의 뜻으로 종종 쓰이는 관용구이다. ○救火란 표현은 “불을 끈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夷堅志云, 避色如避讐, 避風如避箭, 莫喫空心茶, 少食中夜飯。
이견지에 이르기를, 여색 피하기를 원수 피하는 것처럼 하고, 바람(남녀관계를 빗댐) 피하기를 화살 피하는 것처럼 하라. 빈 속에 차를 마시지 말고, 한 밤중의 식사는 적게 먹을지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고, 箭과 飯은 운(韻)을 맞춘 것임. ○箭은 화살 전. ○空心茶와 中夜飯은 굳이 글자를 풀어서 해석하지 말고, 한 단어(명사)처럼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물론 이 글을 쓴 사람이 만든 고유명사(?)이겠죠.
荀子曰, 無用之辯, 不急之察, 棄而勿治
순자께서 말씀하셨다. 쓸데없는 논쟁과 급하지 않은 살핌(고찰)은 버려서 다루지마라.
(字義) ○辯은 말잘할 변, 논쟁할 변. 辯護士(변호사), 論辯(논변). ○急은 급할 급. ○棄는 버릴 기. 棄却(기각), 쓰레기投棄(투기). ○治는 다스릴 치. 의미가 파생되어 ~을 다루다. 조작하다의 뜻도 있다. 難治病(난치병).
子曰, 衆惡之, 必察焉。衆好之, 必察焉。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그에 대해 살필 것이며, 모든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그에 대해 살필 것이로다.
(字義) ○惡는 미워할 오. ○之는 무엇을 특별히 지칭하기 위한 대명사라기 보다는, 다만 문장의 균형감을 주기 위해 술어 뒤에 붙여준 글자이다. 즉, “衆惡”(중오)라고만 하면, 문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어세를 고르게 하기 위해 之를 붙여준 것이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술어+焉) 그 술어의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흔히 焉을 於之와 같다고 설명하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之는 술어뒤에 붙는 어조사일 뿐, 지시성(指示性)이 명확한 지시대명사로서의 목적어가 아니기 때문에 전치사 於의 목적어가 될 수 없다. 즉, 지시성이 명확한 是나 此와 같은 지시대명사는 於是, 於此라는 문구가 가능하며 또한 한문에서 종종 쓰이기도 하지만, 지시성이 거의 희박한 之는 於之라는 문구가 성립될 수 없으며 또한 한문에서 절대로 쓰이지도 않는 가공의 문구인 것이다. 흔히 焉을 於之와 같다고 하여 之를 마치 목적어인양 설명하는 것은 之를 그 지시성(指示性)에만 초점을 두었을 뿐, 之의 쓰임새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오류인 것이다. 따라서 있지도 않은 문구를 가지고 焉을 설명하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酒中不語, 眞君子, 財上分明, 大丈夫。
술 먹는 중에 말하지 않는 것은 진군자(眞君子, 참된 군자)요, 재산상 분명한 것은 대장부로다.
萬事從寬, 其福自厚。
만사에 너그러움을 쫓으면 그 복이 저절로 두터워지느니라.
(字義) ○寬은 너그러울 관. 寬大(관대). ○厚는 두터울 후 重厚(중후).
太公曰, 欲量他人, 先須自量, 傷人之語, 還是自傷, 含血噴人, 先汚其口。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타인을 헤아리려면 모름지기 자신부터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다. 남을 해치는 말은 도리어 자신을 해치는 것이요, 피를 입에 물고 남에게 뿜는 것은 먼저 자신의 입을 더럽히는 것이니라.
(字義) ○量은 헤아릴 양. ○“自+술어”의 용법은 지금 우리말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따라서 읽을 때는 “自+술어”를 한 단어처럼 보는 것이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自殺, 自嘲, 自退, 自祝. ○還(환)은 부사로 “다시, 도리어, 도로”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 ○是는 “~이다”(is)의 뜻. 이때 주어는 傷人之語로서 문맥상 알 수 있으므로 是앞에 지시대명사 같은 것을 굳이 써주지 않는다. ○還是~~: 도리어 ~이다. 이와 같이 “부사(또는 대명사)+是”는 한문에서 자주 쓰이는 용법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還是~: 도로 ~이다. 只是~ : 단지 ~이다. 總是~ : 모두 ~이다. 都是~: 모두 ~이다. 亦是~: 또한 ~이다. 등등. ○含은 품을 함. 包含(포함). ○噴은 뿜을 분. 噴水(분수). ○汚는 더러울 오. 汚染(오염). 여기서는 타동사로 쓰였다. “~을 더럽히다”의 뜻.
凡喜無益, 惟勤有功。
무릇 희롱하는 것은 이로움이 없고, 오직 부지런한 것이 공이 있느니라.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①과 ②의 뜻은 별 차이가 없다. 즉, 위의 문장에서 凡喜를 “모든 희롱”이라고 해도 된다. 다만 문장의 댓구상 “惟”와 댓구를 맞춰서 凡을 ①의 뜻으로 풀었다.
太公曰, 瓜田勿躡履, 李下不整冠。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오이밭에서 (손을 내려) 신을 고쳐 신지 말 것이요, 오얏(자두) 나무 아래에서는 (손을 올려) 관을 고쳐 쓰지 말 것이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瓜는 외(오이) 과. ○躡은 신 신을 섭. ○履는 신 리. 술어로는 “밟을 리”의 뜻도 있다. ○整은 정돈할 정. ○不도 역시 勿처럼 금지사로 쓰인다.
景行錄曰, 心可逸, 形不可不勞。道可樂, 身不可不憂。形不勞, 則怠惰易弊。身不憂, 則荒淫不定。故, 逸生於勞而常休, 樂生於憂而無厭, 逸樂者憂勞其可忘乎。
경행록에 이르기를, 속마음은 편히 할 수 있을지언정 겉모습을 수고롭게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도(道)는 즐길 수 있을지언정 몸을 근심케 하지 않을 수 없느니라. 겉모습을 수고롭게 하지 않으면 게을러져 폐단이 되기 쉽고, 몸을 근심케 하지 않으면 황폐하고 음란해져 (정신이) 안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편안함은 수고로운 가운데 생겨서 늘 휴식이 있는 것이요, 즐거움은 근심하는 가운데 생겨서 염증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니, 편안해 하고 즐길 수 있는 자가 근심과 수고로움, 그것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字義) ○이 문장 역시 댓구절을 파악하며 읽으면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心可逸”에서 心은 주어가 아니라 逸의 목적어이다. 이와 같이 목적어를 도치해서 “목적어+可+타동사”의 어순으로 쓰는 경우가 많이 있다. 뒷 문장에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逸은 편안할 일. ○形은 형체 형. ○不可不은 “~하지 않을 수 없다”의 뜻. ○則은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怠는 게으를 태. ○惰는 게으를 타. ○幣는 폐단 폐.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生은 타동사로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을 생기게 하다는 뜻이고, 자동사로는 “생기다”의 뜻이다. ○生於~= ~에서 생기다. ○其는 일반적으로 주격 또는 소유격 대명사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憂勞”와 동격을 이루며 목적격 대명사로 쓰였다. 이처럼 其가 동격을 이루며 쓰이는 예는 많으며 특히 동격일 경우는 주로 주격이지만, 여기서처럼 목적격이 될 때도 있다. 동격의 其는 반드시 바로 그 앞 문구와 동격을 이룬다. ○乎는 일반적으로 의문문에서 의문형 어조사로 쓰인다.
●可와 可以, 그리고 可와 不可
可와 可以는 모두 우리말로 “~할 수 있다”로 번역된다. 그러나 그 각각의 어감과 뜻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으니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可는 “~할 수 있다, ~하는 것이 옳다. ~하는 것이 가(可)하다, ~해도 된다”의 뜻으로 不可와 대칭을 이루는 말이다. 즉, 不可는 “~할 수 없다, ~하는 것이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의 뜻으로 이에 대칭되는 말이 바로 可이다. 반면에 可以는 단순히 “~할 수 있다”의 뜻으로 가능을 나타내는 말로 굳어진 한 단어이다. 즉, 다시 말하면, 可는 말하는 사람의 가치판단이 개재되어 있지만, 可以는 말하는 사람의 가치판단없이 단순히 “~할 수 있다”의 뜻으로 가능만을 나타낼 뿐이다. 위의 문장에서도 心可逸은 단순히 가능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가치판단이 개재되어 있으므로, “마음은 편안히 해도 된다”로 번역될 수 있으며, 단순히 가능만을 나타내는 “마음은 편안하게 할 수 있다”의 번역으로는 그 어감을 살리기에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또한, 可는 다소 관용적으로 굳어진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 있다.(이때는 가치판단의 뜻이 없다)
可見~; ~임을 볼 수 있다. ~임을 알 수 있다.
可知~; ~임을 알 수 있다.
可謂~; ~라고 이를 수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可免~; ~을 면할 수 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可+술어”가 형용사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可憐(가련)하다, 可笑(가소)롭다, 可恐(가공)할~, 可觀(가관)이다, 可變(가변)적이다.
耳不聞人之非, 目不視人之短, 口不言人之過, 庶幾君子。
귀로는 남의 그릇됨을 듣지 아니하고, 눈으로는 남의 단점을 보지 아니하며, 입으로는 남의 과실을
말하지 말아야 거의 군자에 가까우니라.
(字義) ○庶는 거의 서. ○幾는 거의 기. ○“庶幾~” 는 관용구로 “~에 거의 가깝다. 거의 ~이다”의 의미로 자주 쓰이는 한 단어이다.
蔡伯喈曰, 喜怒在心, 言出於口, 不可不愼也。
채백개가 말하였다. 희로(喜怒)는 마음에 있고 말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없노라.
○出於~ :~에서 나오다. ○不可는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의 뜻. ○不可不+술어: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
宰予晝寢, 子曰, 朽木不可雕也, 糞土之墻, 不可圬也。
재여가 낮잠을 자거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에는 새길 수가 없으며,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을 할 수도 없느니라.
(字義) ○재여(宰予)는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으로 언변에 능했다. 윗글은 배운 것을 실천하지 않고 언변에만 능한 재여에게 일침을 가하는 공자의 말씀이다. 논어의 원문을 읽어 보면 이 뒤에 생략된 내용은 이러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재여를 통해서 나는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람을 볼 때 그 말만 믿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까지도 살피게 되었다”라고 재여를 심하게 꾸짖는 공자의 말씀을 볼 수 있다. ○朽는 썩을 후. 不朽(불후)의 명작. ○雕는 彫와 통하는 글자로 “새길 조.” ○糞은 똥 분. ○糞土는 한 단어로 “썩은 흙”을 뜻한다.즉, 똥같은 흙이란 뜻이다. ○墻은 담 장. ○圬는 흙손질할 오.
紫虛元君誠諭心文曰, 福生於淸儉, 德生於卑退, 道生於安靜, 命生於和暢, 患生於多慾, 禍生於多貪, 過生於輕慢, 罪生於不仁。
자허원군의 성유심문에 이르기를, 복(福)은 청렴하고 검소한 데서 생기고, 덕(德)은 자신을 낮추고 물러나는 데서 생기며, 도(道)는 편안하고 고요한 가운데서 생기고, 명(命)은 화창한 가운데서 생기며, 우환(憂患)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고, 화(禍)는 탐욕이 많은 데서 생기며, 과실(過失)은 경만한 가운데서 생기고, 죄(罪)는 어질지 못한 데서 생긴다.
(字義) ○원문이 길어서 4단락으로 나누어서 실었다. ○자허원군은 도가(道家)의 사람이다. ○生於~: ~에서(~로부터) 생기다.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儉은 검소할 검. ○暢은 화창할 창, 통할 창. ○慢은 게으를 만. 怠慢(태만).
戒眼莫看他非, 戒口莫談他短, 戒心莫自貪嗔, 戒身莫隨惡伴。無益之言莫妄爲, 不干己事莫妄爲。尊君王孝父母, 敬尊長奉有德, 別賢愚恕無識。
그러니, 눈을 경계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며, 입을 경계하여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마음을 경계하여 탐내거나 성내지 말며, 몸을 경계하여 악한 친구를 따르지 말 것이다. 무익한 말은 망령되이 하지 말 것이며, 자기에게 간섭되지 않는 일은 망령되이 하지 말 것이다. 오로지, 군왕을 받들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유덕(有德)한 자를 받들며,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를 가리고 무식한 자를 용서하라.
(字義) ○戒는 경계할 계. ○嗔은 성낼 진. ○伴은 짝 반. ○妄은 망령될 망. 여기서는 부사로 쓰였다. 妄動(망동), 妄發(망발). ○干은 간섭할 간. 干涉(간섭), 干與(간여). ○尊은 높을 존. 첫번째 尊은 술어로 쓰인 것이고, 尊長의 尊은 명사로 쓰인 것이다. 특히 尊長은 지금까지도 쓰이는 단어이다.
物順來而勿拒, 物旣去而勿追, 身未遇而勿望, 事已過而勿思。聰明多暗昧, 計算失便宜, 損人終自失, 依勢禍相隨, 戒之在心, 守之在氣。
일이 순순히 오거든 막지 말며, 일이 이미 자나갔거든 쫓지 말 것이다. 몸이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도 바라지 말 것이요, 일이 이미 지나갔거든 더이상 생각하지 말 것이다. 총명해도 어둡고 우매한 구석이 많으며, 미리 계산을 해서 (계획을 다 짜 맞춰 놓았더라도) 편의를 잃을 수 있는 것이니라. 남을 손상시키면 끝내는 내 자신이 손실을 입을 것이요, 권세에 의존하면 화가 서로 따르리라. 경계하는 것은 마음에 있는 것이요, 지키는 것은 기(氣)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順은 좇을 순. 순응할 순. ○拒는 막을 거. 拒絶(거절). ○已는 이미 이. ○過는 명사로는 “과오, 과실, 허물”이란 뜻이고, 술어로는 지날 과. ○昧는 어두울 매. 愚昧(우매). ○便宜(편의)는 지금도 쓰이는 말이다. ○損은 덜 손. “~에게 손해를 끼치다. ~을 손상시키다”의 뜻이다. ○依는 의지할 의. ○A+在+B= A가 B에 있다. ○之는 “술어+之”가 명사구로 쓰인 것이다.
爲不節而亡家, 因不廉而失位。勸君自警於平生, 可歎可警而可畏。上臨之以天鑑, 下察之以地祇, 明有王法相繼, 暗有鬼神相隨, 惟正可守, 心不可欺, 戒之戒之。
절제(절약)하지 못하여 집안을 망치고, 청렴하지 못하여 (벼슬)자리를 잃게되는 법! 그대에게 권하노니, 평생 동안 스스로 경계하여여 할지니, 탄식할 만하고, 경계할 만하며, 두려워할 만한 것이다. 위로는 천감(하늘의 거울)로 임하시고, 아래로는 지신(地神)으로 살피나니, 밝은 곳에서는 왕법(王法)이 서로 이어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귀신이 있어 서로 따르나니, 오로지 正(올바름)만을 지켜야 할 것이요, 마음을 속여서는 안되느니라. 이를 경계하고 경계하라.
(字義) ○爲는 ①할 위 ②위할 위 ③될 위 ④~으로 삼다. 등등의 4가지 뜻이 있다. 이때 ②의 뜻이 파생되어 “이유”를 나타내기도 한다. 즉, “~때문이다”로 의미가 확장되어 쓰이기도 한다. 위에서도 爲는 그 뒷문장 因과 댓구를 이루며 “이유”를 나타내는 뜻으로 쓰였다. ○節은 술어로 “절약(절제)할 절” 여기서는 不다음에 쓰였으므로 술어임을 짐작할 수 있다. ○勸은 권할 권. ○警은 경계할 경. ○可歎可驚而可畏에서 “可+술어”는 모두 형용사적으로 쓰인 것이다. ○臨之, 察之에서 之는 모두 무엇을 특별히 지칭하는 대명사가 아니며 다만,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줌으로써 어세, 어기 등을 고르기 위해 써준 허사(虛辭)에 불과하다. 마지막의 戒之도 마찬가지이다. ○祇는 지신(地神) 기. ○欺는 속일 기. ○마지막 구절의 “惟正可守, 心不可欺”를 일부 책에서는 “오로지 올바라야 지킬 수 있으며,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라고 번역을 하였는데, 이는 엄밀히 따지자면 적확한 번역이 아니다. 이는 可와 不可의 미묘한 뜻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가능”의 뜻으로만 可와 不可를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正은 술어가 아니라, 守의 목적어이며, 可는 단순히 “가능”을 나타내는 글자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가치판단이 개재되어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직역을 할 수 있다. “오로지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可하고, 마음을 속이는 것은 不可하다”의 뜻으로 4.4의 댓구를 이루는 문장인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이 직역을 하는 것이 오역(誤譯)을 막을 수 있고, 또한 그 글자의 미묘한 어감을 제대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正己篇終
安分篇
안분편은 자신의 분수를 지켜 편안한 마음을 갖자는 내용들이 실려 있다. 헛된 명리(名利)를 좇아 자신의 본분(本分)마저 잊어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안분지족(安分之足)의 처세(處世)는 세상을 소극적으로 살라는 뜻이 아니라, 절제되지 않은 무한한 욕망을 맹목적으로 좇다가 자신을 망쳐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景行錄云, 知足可樂, 務貪則憂。
경행록에 이르기를, 족함을 알면 즐거운 것이요, 탐하기를 힘쓰면 근심하게 되느니라.
(字義) ○足은 족할 족. ○可樂은 형용사적으로 쓰인 것이다. 可恐(가공)할 만하다. ○務는 힘쓸 무. “~하기를 힘쓰다”의 뜻.
知足者, 貧賤亦樂, 不知足者, 富貴亦憂。
족함을 아는 자는 빈천해도 또한 즐거울 것이요,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자는 부귀해도 또한 근심만하느니라.
○賤은 천할 천. 卑賤(비천), 賤民(천민). ○憂는 근심할 우. 憂患(우환).
濫想徒傷神, 妄動反致禍。
남상(쓸데없이, 도에 넘치게 생각하는 것)은 한갓 정신만 상하게 하며, 망동(망령된 행동)은 도리어 화(禍)에 이르게 되느니라
(字義) ○濫은 넘칠 람. 부사로 쓰일 때는 “함부로 ~하다. 도에 넘치게 ~하다.”로 의역한다. 濫用(남용), 濫發(남발). ○徒는 부사로 “다만 도, 한갓 도.” ○致는 이를 치. 致는 “~에 이르다”가 본 뜻이지만 의미가 확장되어 “~을 이루다. ~이 되다”는 뜻도 된다. 위에서도 “致禍”는 1차적인 의미는 “화에 이른다”는 뜻이지만, 결국 “화를 이룬다. 화가 된다”는 뜻이다. 雲登致雨 (千字文에 나오는 글귀인데 의역해 보길 바란다; 구름이 올라 비에 이른다?)
知足常足, 終身不辱, 知止常止, 終身無恥。
만족할 줄을 알아 늘상 만족해 하면 종신토록(몸을 마칠 때까지) 욕되지 않을 것이요, 그칠 줄 알아
늘상 적당한 선에서 그치면 종신토록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字義) ○辱은 욕될 욕. ○恥는 부끄러울 치. 수줍어한다는 뜻이 아니고, “치욕스럽다”는 뜻이다.
書曰, 滿招損, 謙受益。
서전(書傳)에 이르기를, 가득차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로움을 얻느니라.
(字義) ○招는 부를 초 招待(초대), 招魂(초혼). ○謙은 겸손할 겸. 謙遜(겸손).
擊壤詩曰, 安分身無辱, 知機心自閑, 雖居人世上, 却是出人間。
격양시에 이르기를, 안분하면(분수에 편안해 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됨이 없을 것이요, (세상의) 기미(機微)를 알면 마음은 절로 한가로워지느니라. 비록 인간 세상에 산다고 해도, 이것은 오히려 인간세상을 벗어난 것이로다.
(字義) ○이 문장은 詩이므로 2.3 2.3으로 끊어 읽고, 閑과 間은 운자(韻字)이다. 5언절구가 되겠다. ○機는 “베틀”이란 뜻도 있지만, “기미 기”의 뜻도 있다. 機會(기회), 投機(투기). ○却은 현대에는 주로 “버릴 각”의 뜻으로만 쓰이지만, 한문에서는 이와 같이 부사로 “도리어 각”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是는 “~이다”의 뜻. 여기서 是는 지시대명사, “이 시”가 아니라 술어인 “~이다”의 뜻이다. 주어는 앞 문장의 글귀 전부이며, 이처럼 문맥상 是의 주어가 분명하면 주어를 쓰지 않는다. 위의 해석에서 “이것은”이라고 하여 지시대명사를 써 준 것은 是를 지시대명사로 보아 그렇게 번역한 것이 아니라, 다만 의역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주어를 넣어준 것 뿐이다. ○“却是~”는 관용구로 “도리어 ~이다”의 뜻이다.
安分篇終
存心篇
존심(存心)!! 마음을 지닌다? 마음을 지닌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헛된 욕망에 의해 인의(仁義)의 본심을 잃지 말고 항상 그 본연의 마음 자세를 지니라는 뜻이다. 맹자가 이런 말을 했다. “군자가 속된 사람과 다른 것은 그가 마음을 지니기 때문이니, 군자는 인(仁)을 마음에 지니고 예(禮)를 마음에 지닌다”라고 하였다. (君子所以異於人者,以其存心也,君子以仁存心,以禮存心). 이에 연유하여 바로 이 存心은 유가(儒家)의 실천 명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편에서도 악과 물욕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착한 본성을 견지하라는 글귀들이 실려있다.
景行錄云, 坐密室如通衢, 馭寸心如六馬, 可免過。
경행록에 이르기를, (사방이 막혀 있는) 밀실에 혼자 앉아 있더라도 (사방이 뚫린) 거리에 있는 듯이 하며, 한 마디의 작은 마음 통제하는 것을 (제 멋대로 움직이려 하는) 여섯 필의 말을 부리듯이 하면, 허물을 면할 수 있으리라.
(字義) ○衢는 거리 구. ○馭는 말부릴 어. ○寸은 마디 촌. 길이의 단위로도 쓰인다. ○可免~; ~을 면할 수 있다.
擊壤詩云, 富貴如將智力求, 仲尼年少合封侯, 世人不解天意, 空使身心半夜愁。
격양시에 이르기를, 부귀를 만약 지력(智力)으로 구한다면, 중니(仲尼)같은 분은 나이 어려서 벌써 제후를 봉합하였으리라. 세상 사람들은 하늘의 뜻을 풀지 못하고(이해하지 못하고) 부질없이 한밤중에 심신을 근심하게 하느니라.
(字義) ○如는 ①만약 ~한다면(=若) ②~와 같다(=若)의 뜻이 있다. 위에서는 ①의 뜻이다. ○富貴는 求의 목적어이다. ○仲尼(중니)는 孔子의 字이다. ○將은 여기서 “장차 장”의 뜻이 아니라, “가질 장”의 뜻이다. 즉, “~을 가지고서”의 뜻으로 以자와 비슷한 용법으로 흔히 쓰인다. ○年은 “나이”란 뜻. 年長者(연장자), 年老(연로). ○少는 ①(나이가) 어릴 소. ②(少+명사구) 적을 소. ③(부사) 조금 소. 여기서는 ①의 뜻이다. ○위 시에서 공자와 같은 성인이라면 나이가 어려서 진즉에 일찍이 제후를 봉합하여 천자가 되었을 터인데도 천하를 다스리지 못한 것은 바로 하늘의 뜻이란 것이다. ○解(해)는 “~을 깨닫다. ~을 이해하다”의 뜻. 理解(이해), 解釋(해석). ○空은 부사로 “헛되이, 부질없이. 공연히”의 뜻.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半夜는 “한밤중”이란 뜻의 한 단어이다.
范忠宣公, 戒子弟曰, 人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爾曹, 但當以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 不患不到聖賢地位也。
범 충선 공이 자제들에게 경계하여 말씀하였다. 사람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어도 남을 책(責)하는 데는 밝고, 비록 총명함이 있어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어두우니라. 너희들은 다만 마땅히 남을 책(責)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責)하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성현의 지위에 이르지 아니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니라. (그와 같이 하면 당연히 그런 지위에 이르기 마련이란 뜻)
(字義) ○범 충선 공은 북송(北宋)때의 재상. ○“술어+사람+曰”의 구문은 자주 쓰이는 문구이다. ○至는 술어로는 “~에 이르다”의 뜻이지만, 이와 같이 한정어로 쓰일 때는 (至가 명사나 서술어앞에 쓰일 때는) “매우, 지극히”의 뜻이다. ( - 서술어를 한정하는 경우) 至尊(지존), 至高至順(지고지순). ( - 명사를 한정하는 경우) 至誠(지성), 至論(지론). ○昏은 어두울 혼. ○曹는 무리 조. 法曹界(법조계). 吏曹(이조), 兵曹(병조). ○患은 뒤로 절을 받아(不到~位也까지) ~을 걱정하다, “be worried that~”의 의미이다. ○責은 꾸짖을 책. 조를 책, 구할 책. 責은 꾸짖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길을 가도록 요구하고 조른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옥편에 보면, “꾸짖을 책”외에 “조를 책, 구할(求) 책”이란 뜻도 있다. 여기서 조르고 구한다는 것은 바로 이를 가리키는 뜻풀이이다. 孟子에 보면 “責善,朋友之道也”(善을 서로 권장하고 조르는 것은 친구간의 도리이다)이란 글귀가 아마도 이 責이란 뜻의 모태가 된 것 같다. 여기서 責善이란 善한 길로 가도록 서로 구하고 조른다는 뜻이다. 위의 문장에서도 단순히 꾸짖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를 더 확장시킬 수 있도록 責을 그 음(音) 그대로 옮겨보았다. 責望(책망), 責善(책선), 自責(자책), 責任(책임). ○以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에서 뒷구절에 以를 붙이지 않은 것은 이미 앞 문장에서 以를 썼고, 또한 두 문장이 댓구를 이루기 때문에 以를 뒤에 붙이지 않은 것으로 이와 같이 똑같은 글자가 반복되면 흔히 생략된다. ○到는 이를 도. “~에 이르다, ~에 도착하다”는 뜻. 到着(도착), 到達(도달).
子曰, 聰明思睿, 守之以愚, 功被天下, 守之以讓, 勇力振世, 守之以怯, 富有四海, 守之以謙。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총명하고 생각이 밝아도 이를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공이 천하를 덮어도 이를 겸양으로 지키며, 용력이 세상을 떨칠지라도 이를 겁으로 지키고, 부(富)로 사해를(四海; 온 세상을) 가졌다고 해도 이를 겸손으로 지켜야 하느니라.
(字義) ○睿는 叡와 동자(同字)이다. “밝을 예.” 슬기롭다는 뜻이다. 叡智(예지). ○被는 ①입을 피. ②덮을 피. ○怯은 겁낼 겁. 卑怯(비겁). ○여기서 之는 대명사라기 보다는, 즉 그 지시성(指示性)이 거의 희박하고 단순히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주어 어세를 고르기 위해 써준 글자이다. 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之를 “이것을, 그것을”이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때에 따라서는 목적어를 덧붙여 줄 수도 있는 것이다.
素書云, 薄施厚望者不報, 貴而忘賤者不久。
소서에 이르기를, 박하게 베풀고서는 후하게 바라는 자는 보답이 돌아오지 않고, 귀해졌다고 하여 천한 시절을 잊는 자는 오래 가지 못하느니라.
(字義) ○薄은 엷을 박. ○厚는 두터울 후. ○久는 오랠 구. 長久(장구), 永久(영구).
施恩勿求報,與人勿追悔
은혜를 베풀었거든 보답을 구하지 말 것이요, 남에게 주었거든 더 이상 쫓아 후회하지 말 것이다.
(字義) ○與는 술어로 “줄 여.” 給與(급여), 與信(여신). ○悔는 뉘우칠 회. 後悔(후회).
孫思邈曰, 膽欲大而心欲小, 知欲圓而行欲方。
손사막이 말하였다. 담력은 크게 하고자 하나, 마음은 작게 하고자 하노라. 지혜는 둥글게 하고자 하나, 행동은 네모반듯하게 하고자 하노라.
(字義) ○손사막(孫思邈)은 당(唐)나라 때 사람. ○膽은 쓸개 담. 여기서는 과단성, 의지 등을 비유한 말이다. 따라서 위의 첫 구절은 뜻은 크게 갖고자 하나, 마음은 작게 하여 항상 삼가고 경계한다는 뜻이다. ○圓은 둥글 원. ○方은 술어로 “네모반듯하다. 방정(方正)하다”의 뜻이다. 품행이 方正하다. 方席(방석). ○위의 두번째 구절은 지혜는 둥글게 하여 막힘이 없게 하고자 하나, 행동은 네모처럼 반듯하게 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念念有如臨敵日, 心心常似過橋時。
항상 생각으로는 적과 임해 있는 나날 같이 하여야 할 것이요, 항상 마음으로는 다리를 건너는 때와 같아야 할 것이다.
(字義)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즉, 念念은 “모든 생각에, 생각마다”의 뜻이다. 代代孫孫. ○臨은 임할 림. 降臨(강림), 臨終(임종). ○似는 “같을 사”로 如와 쓰임새가 같다. ○過는 명사로는 허물, 지나침, 과오의 뜻이고, 여기서처럼 술어로는 “~을 지나다”의 뜻이다. 술어로는 ①(장소)~를 지나다. ②지나치다. 과도하다. ③과오를 저지르다. 실수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橋는 다리 교. 橋梁(교량), 漢江橋(한강교).
懼法朝朝樂, 欺公日日憂。
법을 두려워하면 언제나 즐거울 것이요, 공중(公衆)을 속이면 날마다 근심하리라.
(字義) ○懼는 두려울 구. “~을 두려워하다”의 뜻이다. ○朝는 아침 조. ○公은 한가지 공. “공공(公共), 공중(公衆)”의 뜻이다. 이외에도 公은 주로 “공정하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하다”의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欺는 속일 기.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朝朝는 “아침마다”, 日日은 “날마다”의 뜻
朱文公曰, 守口如甁, 防意如城。
주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입 지키기를 병(甁)과 같이 하고, 뜻 막기를 성(城)과 같이 하라.
(字義) ○朱文公은 朱子를 지칭한다. 文은 시호이고 公은 존칭이다. ○甁은 병 병. 첫구절은 입을삼가하여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을 깨지기 쉬운 병을 지키듯 하라는 뜻이다. ○防은 막을 방. 두번째구절은 뜻을 굳게 지녀, 그 뜻을 잃거나 다른 헛된 욕망에 빼앗기지 않도록 성문을 지키듯 하라는 뜻이다.
心不負人, 面無慙色。
마음으로 남에게 지지 않으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느니라.
(字義) ○負는 ①(등에) 질 부 ②질(패배할) 부. ○慙은 부끄러울 참. ○A+無+B= A에 B가 없다.
人無百歲人, 枉作千年計。
사람 중에는 백세를 사는 사람이 없건만은 천년의 계교를 헛되이 짓는구나.
(字義) ○枉은 굽을 왕. 여기서는 부사로 쓰여다. ○計는 계교 계. 꾀 계. 計劃(계획).
寇萊公六悔銘云, 官行私曲失時悔, 富不儉用貧時悔, 藝不少學過時悔, 見事不學用時悔, 醉後狂言醒時悔, 安不將息病時悔。
구래 공의 육회명에 이르기를, 벼슬자리에 있을 때 사사롭고 굽은 일을 행하면 (벼슬자리를) 잃었을때 뉘우칠 것이요, 부유할 때 씀씀이를 검소히 하지 않으면 가난해질 때 뉘우칠 것이고, 재주가 있으나 어려서 배우지 아니하면 때가 지났을 때 뉘우칠 것이요, 일을 보고 배우지 아니하면 쓸 때 뉘우칠 것이며, 술에 취한 후 함부로 말하면 술이 깰 때 후회할 것이고, 몸이 편안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병이 들었을 때 후회하리라.
(字義) ○이 육회명(여섯가지 후회를 담은 글)은 7언의 댓구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7언의 경우에는 대개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이런 규칙을 알아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5언의 경우에는 2.3 2.3으로 끊는다. ○官은 벼슬 관. ○藝는 재주 예. ○少는 ①(나이가) 어릴 소 ②(少+명사구) 적을 소. ③(부사) 조금 소. 여기서는 ①의 뜻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뜻이다. 위의 문장은 ③의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즉, “재주가 있어도 조금도 배우지 아니하면”이라고 해도 된다. 그러나 뒤에 “過時”(지났을 때)란 말과 호응이 좋지 못하므로 ①의 뜻으로 쓴 듯하다. ○醒은 깰 성. 覺醒(각성). ○술어+時; ~할 때.(when~)
益智書云, 寧無事而家貧, 莫有事而家富。寧無事而住茅屋, 莫有事而住金屋。寧無病而食麤飯, 不有病而服良藥。
익지서에 이르기를, 차라리 아무 일 없이 집이 가난할지언정 사고가 있으면서 집이 부유하게 하지는 말 것이요, 차라리 아무 일 없이 띠로 지은 집에 살망정 사고가 있으면서 금으로 된 집에 살지 말 것이며, 차라리 병이 없으면서 성긴 밥을 먹을지언정 병이 있으면서 좋은 약을 먹을 일이 아니로다.
(字義) ○寧은 ①안녕 녕 ②차라리 녕.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쓰였다. ○莫은 금지사로 쓰였다. 마지막 귀절의 不도 금지사로 쓰였다. ○茅는 띠 모. “띠”는 길쭉한 풀이름. ○麤는 성길 추. 거칠 추. ○服은 “~을 복용(服用)하다”는 뜻이다. 그 외에 ①입을 복. ②복종할 복. 등등의 뜻이 있다. ○良은 좋을 량. 여기서는 “어질 량”의 뜻이 아니다.
心安茅屋穩, 性定菜羹香。
마음이 편안하면 띠로 지은 집도 편안한 것이요,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로우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穩은 편안할 온. 穩健(온건), 不穩(불온)서적. ○菜는 나물 채. ○羹은 국 갱.
景行錄云, 責人者不全交, 自恕者不改過。
경행록에 이르기를, 남을 책(責)하는 자는 사귐을 온전히 하지 못하며, 스스로를 용서하는 자는 자신의 과오를 고치지 못하느니라.
(字義)○全은 不뒤에 쓰였으므로 술어임을 알 수 있다. 全은 온전할 전. “~을 온전히 하다”의 뜻이다. 물론 부사로 “전부,” 한정어로 “모든”의 뜻도 있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문장에 따라 품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夙興夜寐, 所思忠孝者, 人雖不知, 天必知之, 飽食煖衣, 怡然自衛者, 身雖安, 其如子孫何。
숙흥야매에(아침 일찍 일어나 밤이 깊어 잠잘 때까지) 생각하는 것이 충효인 사람은 남이 비록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하늘은 반드시 알아줄 것이요,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옷을 입고는 이연하여(기뻐하여, 화락하여) 자신만을 지키는 자는 몸은 비록 편안할지라도 그의 자손은 어찌될 것인고?
(字義) ○夙은 아침일찍 숙. 이를 숙. 夙成(숙성). ○興은 일어날 흥. ○寐는 잠잘 매. ○“夙興夜寐”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이 깊어 잠잘 때까지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所+타동사”는 ~하는 바. ~하는 것. 등등의 뜻으로 명사구를 이룬다. 所願, 所望, 所謂. 위의 문장의 “所思忠孝者”에서 所는 思까지만 걸리는 것이지, 忠孝까지 걸리는 것이 아니다. ○衣는 “옷을 입다”는 뜻의 술어로 쓰였다. ○怡는 ①화(和)할 이. ②기뻐할 이. 이연(怡然)은 종종 쓰이는 단어로서 기뻐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이며, 술어를 한정하는 부사로 쓰였다. ○然은 형용사나 동사 뒤에 붙어서 그 모양을 나타낸다. 泰然, 超然, 空然, 完然, 確然, 儼然, 杳然, 隱然, 偶然, 決然, 公公然 등으로 문장내에서는 주로 그 문장의 술어를 한정하는 “부사(副詞)”로 쓰이며, 때에 따라서는 명사 또는 술어로도 쓰인다. 이렇게 술어나 형용사 뒤에 然이 붙어서 단어를 이루는 말이 아주 많은데 이중에는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지금도 한 단어로 굳어져 쓰이는 낱말도 많으며, 고어(古語)에는 훨씬 더 이런 의태어들이 많다. 이런 낱말들은 그 뜻을 풀어서 해석하기 보다는 차라리 한 단어로 해석해주는 것이 나을 듯하다. ○“如 A 何”는 관용적인 문구로서, “A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뜻이다.
以愛妻子之心, 事親則曲盡其孝。以保富貴之心, 奉君則無往不忠。以責人之心, 責己則寡過。以恕己之心, 恕人則全交。
처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버이를 섬기면 그의 효도를 곡진히 하는 것이요, 부귀를 지키는 마음으로 임금을 받들면 언제라도 불충하는 때가 없을 것이니라. 남을 책(責)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責)하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사귐을 온전히 하게 될 것이니라.
(字義) ○事는 섬길 사. ○親은 어버이 친. ○則은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無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는 자주 쓰이는 문장 형태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無往不+술어”는 한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어딜가더라도(어디에서라도) ~하지 않음이 없다”의 뜻으로 의역하자면 “언제라도 ~한다”의 뜻이다. ○寡+명사; ~이 적다.
爾謀不臧, 悔之何及, 爾見不長, 敎之何益, 利心專則背道, 私意確則滅公。
너의 도모함이 착하지 않으면 후회한들 어디에 이를 것이며(후회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뜻), 너의 보는 것이(식견이) 길지 아니하면 가르친들 무슨 이로움이 있으리요? 다만, 자기를 이롭게 하는 마음이 오로지 있으면 도(道)를 배반하는 하는 것이며, 사사로운 뜻이 굳으면 공적(公的)인 것을 멸하게 되는 것이로다.
(字義) ○爾는 너 이. ○謀는 꾀할 모. 도모할 모. ○臧은 착할 장. ○悔之, 敎之에서 之는 무엇을 지칭하기 위한 대명사가 아니라, 다만 그 之앞에 붙은 글자를 술어답게 만들어 주는 어감을 주기 위한 어기조사(語氣助詞)이다. ○及은 이를 급. “何及”은 “아무 소용없다”는 의미로 잘 쓰이는 관용구이다. ○專은 오로지 전.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전일(專一)하다는 뜻이다. ○背는 등 배. 배반할 패. 背가 배반하다의 뜻일 때는 전통적으로 “패”라고 읽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배”로 읽어도 무방하리라 본다. 背信(배신). ○公은 공변될 공. 공정하다. 공평무사하다는 뜻이다.
生事事生, 省事事省。
일을 생기게 하면 일은 생기고, 일을 덜면 일은 덜어지는 것이니라.
(字義) ○生은 타동사로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자동사로는 ①생기다. 나다. 위 문장에서 첫번째 生은 타동사고 두번째 生은 자동사이다. ○省은 덜 생 省略(생략).
存心篇終
戒性篇
계성편은 편명(篇名) 그대로 성품을 경계하도록 하는 경구들이 실려 있다. 주로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시키지 말고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그 덕목 중의 하나가 바로 참을성(忍)인데 여기 저기서 치이고 부대끼는 우리들로서야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특히 제멋대로 사는게 개성인 현대에 있어서랴?
景行錄云, 人性如水, 水一傾則不可復, 性一縱則不可反, 制水者必以堤防, 制性者必以禮法。
경행록에 이르기를,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아서 물이 한 번 기울면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듯이 성품도 한 번 놓으면(방종해지면) 되돌릴 수 없느니라. 물을 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제방(堤防)으로 할 것이요, 성품을 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예법(禮法)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字義) ○傾은 기울 경. 傾向(경향), 傾斜(경사). ○則앞의 문구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①~하면(if), ②~할지라도(even if) 여기서는 문맥에 따라 ①의 뜻이다. ○不可+술어; ~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 ○復은 회복할 복. ○縱은 놓을 종, 방종할 종. ○制는 잡을 제. 누를 제.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통제(統制)하다. 제어(制御)하다. 억제(抑制)하다의 뜻이 있다. 위의 문구에서도 그 파생된 뜻으로 여기면 된다. ○堤는 둑 제. 堤防(제방).
忍一時之氣, 免百日之憂。
일시적인 기분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하느니라.
得忍且忍, 得戒且戒, 不忍不戒, 小事成大。
참을 수 있으면 또 참고, 경계할 수 있으면 또 경계하라. 참지 않고, 경계하지 않으면 조그마한 일도 크게 되어버린다.
(字義) ○①得+명사(구): ~을 얻다. ②得+술어:~할 수 있다. 이 때 得은 “가능”의 뜻으로 조동사가 된다.
愚濁生嗔怒, 皆因理不通, 休添心上火, 只作耳邊風, 長短家家有, 炎凉處處同, 是非無相實, 究竟摠成空。
우탁이 진노를 낳는 것은(어리석고 사리분별이 흐린 사람이 성내고 화내는 것은) 모두 일의 이치가 통하지 않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니, 마음 위에 불을 더하지 말고, 단지 이변풍(귓가에 이는 바람)쯤으로 여길 것이로다. 장단(좋은 점과 나쁜 점)은 집집마다 있기 마련이요, 염량(세력의 성함과 약함)은 곳곳마다 같으니라. 시비는(옳고 그름은) 모두 실한 것이 없는지라, 구경에는(필경에는, 결국에는) 모두 공(텅빈 것)이 되느니라
(字義) ○濁은 흐릴 탁. ○生은 “~을 낳다. 생기게 하다.” ○嗔은 성낼 진. ○因은 인할 인. (뒤로 명사절을 받아서) 因+명사(구)절: ~에서 기인하다. ~에 때문에, ~으로 인하여. ○休+술어: 休는 “그칠 휴”로 금지사로 쓰인다. 즉, 莫, 勿, 毋와 같은 구실을 한다. ○添은 더할 첨. ○炎凉(염량)은 한 단어로서 비유적으로 세력의 성함과 약함을 의미한다. ○凉은 서늘할 량. ○實은 실할 실. ①열매를 맺다. ②가득차다, 실하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究竟(구경)은 한 단어로 “결국, 필경(畢竟), 마침내”와 같은 뜻이다. ○究는 현대에는 “궁구할 구”의 뜻으로만 쓰인다. 구경(究竟)이란 단어는 필경(畢竟)이란 단어와 같은 뜻이고,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竟은 마칠 경. ○摠은 “모두 총”으로 總과 같은 글자이다. ○成은 이룰 성. “~이 되다”의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 成空, 成佛(부처가 되다).
子張欲行, 辭於夫子, 願賜一言, 爲修身之美。子曰, 百行之本, 忍之爲上。子張曰, 何爲忍之。子曰, 天子忍之, 國無害, 諸侯忍之, 成其大, 官吏忍之, 進其位, 兄弟忍之, 家富貴, 夫妻忍之, 終其世, 朋友忍之, 名不廢, 自身忍之, 無禍害。
자장이 벼슬에 나아가서 뜻을 행하고자 선생님께 하직할 때 말하기를, 한 말씀 주시면 수신(修身)의 미덕(美德)으로 삼고자 하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백행의 근본은 참는 것이 으뜸이니라. 자장이 여쭈기를, 왜 참아야 하는 것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가 참으면 나라에 해(害)가 없으며, 제후가 참으면 그 위대함을 이루고, 관리가 참으면 벼슬자리에 나아가게 되며, 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부귀해지고, 부부가 참으면 그들의 세대를 잘 마칠 것이요, 친구들끼리 참으면 그 우정이라는 명분이 없어지지 않으며, 스스로 자신이 참으면 화와 해가 없기 때문이니라.
(字義) ○원문이 길어서 두 단락으로 나누었다. ○子張은 공자의 제자이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도 자장이 공자에게 벼슬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묻는 대목이 보인다. ○辭는 ①말할 사 ②사양할 사, 사퇴할 사. 하직할 사. 윗문장에서는 하직하다는 뜻이다. ○夫子는 존칭. 孔夫子(=Confucius) ○願은 원할 원. “願+명사절”로 윗 문장에서 願은 “賜一~~之美”까지 받는다. ○賜는 줄 사. ○爲는 ①될 위, ②할 위, ③위할 위(“이유”의 뜻도 포함), ④~으로 삼다, 여기다, 생각하다. “爲修身之美”에서 爲는 ④의 뜻이다. “忍之爲上”에서 之는 어조사(語助詞)이고, 爲는 ①의 뜻이다. “何爲忍之”에서 爲는 ③의 뜻이고 之는 어조사이다. 忍之는 하나의 명사구로 쓰인 것이다. ○何爲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서, 직역하면 “무엇을 위하여?”이고 이유를 나타내는 의문문이다. 즉, “무엇 때문에?, 왜?”의 뜻이다.
子張曰, 不忍何如。夫子曰, 天子不忍, 國空虛。諸侯不忍, 喪其軀。官吏不忍, 刑法誅。兄弟不忍, 各分居。夫妻不忍, 令子孤。朋友不忍, 情意疎。自身不忍, 患不除。子長曰, 善哉善哉。難忍難忍。非人不忍, 不忍非人。
자장이 여쭙기를, 참지 않으면 어떠합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가 참지 않으면 나라가 공허해지고, 제후가 참지 않으면 그 몸을 잃게 되고, 관리가 참지 않으면 형법으로 베이게 되고, 형제가 참지 않으면 각자 분거하게 되고, 부부가 참지 않으면 자식들로 하여금 외롭게 하며, 친구끼리 참지 않으면 정의(情意)가 소원해지고, 자신이 참지 않으면 근심이 떠나지 않느니라. 자장이 선생님의 말씀을 다 듣고 나와 말하기를, 좋도다. 좋아. 참기가 어렵고도 어렵구나.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할 것이요, 참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로다.
(字義) ○喪은 잃을 상. ○軀는 몸 구. ○刑은 형벌 형. ○誅는 벨 주. 꾸짖을 주. ○令은 사역동사로 使와 쓰임새가 같다. 즉,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疎는 성길 소. “성기다”에서 뜻이 파생되어 “(친분이나, 정감이) 소원(疎遠)하다”의 뜻으로도 잘 쓰인다. ○除는 제할 제. “제거(除去)하다”는 뜻이다. ○哉는 감탄형 종결 어조사로 쓰인다. 快哉(쾌재)를 부르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景行錄云, 屈己者, 能處重, 好勝者, 必遇敵。
경행록에 이르기를,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중요한 일을 잘 처리하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을 만나느니라.
(字義) ○己는 ①몸 기 ②자기 기. 自는 바로 뒤에 술어와 붙어서 쓰이지만, 己는 목적어, 또는 주어로 쓰인다. ○處는 명사로는 곳 처. 술어로는 ①처할 처. ②처리할 처. ○敵은 적 적.
惡人罵善人, 善人摠不對, 不對心淸閑, 罵者口熱沸, 正如人唾天, 還從己身墜。
악인(惡人)이 선인(善人)을 꾸짖거든(매도하거든) 선인은 전연 대하지도 마라. 대하지 아니하면 마음이 청한해지며(깨끗하고 한가로와지며) 꾸짖는 자만 입이 뜨겁게 끓을 뿐이니, 이는 마치 꼭 사람이 하늘에 침을 뱉으면 도로 자기 몸을 따라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니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으며 리듬감을 느껴 보기 바란다. ○罵는 꾸짖을 매. 罵倒(매도). ○摠은 總과 같은 글자로 “모두 총.” ○淸閑(청한)은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마음이 맑고 한가롭다는 뜻이다. ○熱은 뜨거울 열. ○沸는 끓을 비 여론이 비등(沸騰)하다. ○正은 이 문장에서처럼 부사로도 많이 쓰인다. “바로”의 뜻이다. “正如~”는 “바로(꼭) ~과 같다”의 뜻이다. 이 문장에서 如는 문장의 끝까지 다 걸린다. ○唾는 침 타.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還은 이 문장에서 술어로 쓰인 것이 아니라 부사로 쓰였다. 還은 부사로 자주 쓰인다. “도로, 도리어, 다시”의 뜻이다. ○墜는 떨어질 추. 墜落(추락).
我若被人罵, 佯聾不分說, 譬如火燒空, 不救自然滅, 我心等虛空, 摠爾飜脣舌。
내가 만약 남의 매도(罵倒)를 입더라도 거짓 귀머거리인척 하여 말을 나누지 말 것이니라. 그러면 비유컨대 마치 불이 허공에서 타다가 끄지 않아도 자연히 소멸하게 되는 것과 같느니라. 내 마음은 허공과 같고, 모두 너만 홀로 입술과 혀를 뒤집어 제쳤다 펼쳤다 할 뿐이니라.
(字義) ○이 글귀 역시 2.3 2.3의 운율을 따라 끊어 읽는다. 說(설), 滅(멸), 舌(설)은 각각 운을 맞춘 글자들이다.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할지라도(even if~), ②~와 같다. 如와 쓰임새가 같다. ○被는 입을 피. ○佯은 거짓 양. 佯+술어; 거짓으로 ~인 체하다. 佯狂(양광). ○聾은 귀머거리 롱. ○譬는 비유할 비. “譬如~”는 관용구로 “비유컨대 ~와 같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燒는 탈 소. ○救火는 불을 구제한다. 즉, 불을 끈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等은 같을 등. ○飜은 뒤집을 번. 飜復(번복), 飜譯(번역). 번역(飜譯)이란 말에서도 연상되듯이 飜자는 제쳤다 엎었다 한다는 뜻이다. ○脣은 입술 순.
凡事留人情, 後來好相見。
모든 일에 인정을 머물리면(유보하면) 후래에(장래에) 서로 좋게 보게 되느니라.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留는 머무를 류. 타동사로 쓰이면 “~을 머물리다, ~을 유보(留保)하다, ~을 남겨두다”의 뜻이다. 留保(유보), 留置(유치).
戒性篇終
勤學篇
근학편은 학문의 중요성을 들어 이에 힘쓸 것을 강조한 글귀들이 실려 있다.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도리를 알고, 교묘하고 간사한 인간 세상을 미혹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학문에 있음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현대에 있어서도 변치 않는 진리이다. 그러나 그 학문의 내용을 옛 선현들과 비교해 봄에 현대의 학문과 어찌 이리도 현격한가?
子夏曰,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자하께서 말씀하였다. 널리 배워서 뜻을 두터히 하고, 묻기를 절실히 하여 생각을 가까이 하면 인(仁)은 그러한 가운데에 있느니라.
(字義) ○子夏는 孔子의 제자. ○博은 넓을 박. ○篤은 두터울 독. ○切은 ①끊을 절. ②간절할 절. 절실할 절. ○A+在+B= A가 B에 있다. ○矣는 종결형 어조사. ○참고로 위 글귀를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孔子의 말씀으로 되어 있으나, 이 글귀는 논어의 “子張篇”에 보이므로 子夏의 말씀으로 바꾸었다.
莊子曰, 人之不學, 若登天而無術, 學而智遠, 若披祥雲而覩靑天, 如登高山而望四海。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배우지 아니함은(사람이 배우지 않는 것은) 마치 하늘을 오르는데 아무런 재주도 없는 것과 같으며, 배워서 지혜가 심원해지는 것은 마치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과 같아서,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가 사해(四海)를 내려다 보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人之不學에서 之는 관형격 조사이다. 단, 위 문장에서는 우리말로 해석할 때 관형격 조사로 하면 어색하므로 주격 조사로 의역해주는 것이 좋다. 또는 어떤이는 之를 직접 주격 조사로 보기도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之가 주격 조사라기 보다는 관형격 조사이며, 단지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으로 해석하면 어색할 경우가 종종 있을 뿐이며, 이럴 때 단지 之를 주격으로 의역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하더라도(even if) ②~와 같다. ○披는 헤칠 피. ○覩는 볼 도. 睹와 같은 글자이다. 目睹(목도)하다.
禮記曰, 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義。
예기에 이르기를, 옥은 쪼지 아니하면 그릇이 못되고,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면 의(義)를 알지 못하느니라.
(字義) ○琢은 (옥)쪼을 탁. ○成器는 “그릇을 이루다” 즉, “그릇이 되다”는 뜻이다.
太公曰, 人生不學, 冥冥如夜行。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면서 배우지 아니하면 어둡고 어두워 마치 밤에 길을 다니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冥은 어두울 명. 冥福(명복)을 빌다. 이때 冥은 저승을 비유한 것이다.
韓文公曰, 人不通古今, 馬牛而襟裾。
한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고금(古今)에 통달하지 못하면 말이나 소에게 옷을 입힌 것과 같으니라.
(字義) ○而는 두 문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 而의 앞 문귀는 단순히 명사구나 술어가 올 수도 있다. ○襟은 옷깃 금. ○裾는 옷자락 거. 여기서 금거(襟裾)는 술어로 쓰였다.
朱文公曰, 家若貧, 不可因貧而廢學, 家若富, 不可恃富而怠學。貧若勤學, 可以立身, 富若勤學, 名乃榮光。惟見學者顯達, 不見學者無成。學者乃身之寶, 學者乃世之珍。是故, 學則乃爲君子, 不學則乃爲小人, 後之學者, 各宜勉之。
주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집이 만약 가난하더라도 가난으로 인하여 배우기를 저버려서는 안되며, 집이 만약 부유하더라도 부유한 것을 믿고 배우기를 게을리 해서도 안되느니라. 가난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입신할 수 있으며, 부유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이름이 이내 영광될 것이로다. 배우는 사람이 현달한 것은 보았으되, 배우는 사람이 이룸이 없는 것은 보지 못했노라. 배우는 것은 이내 자신의 보배요, 배우는 것은 이내 세상의 보배로다. 이런 까닭에 배우면 이내 군자가 되는 것이요, 배우지 아니하면 이내 소인이 되는 것이니라. 뒤의 배우는 사람들은 각자 의당 이에 힘써야 하느니라.
(字義) ○朱文公은 朱子를 지칭한다. ○不可는 “~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의 뜻이다. ○因은 인할 인.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의 뜻이다. ○恃는 믿을 시.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可와는 어감과 그 뜻에 미묘한 차이가 있으므로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惟見學者顯達”에서 見學을 한 단어로 보고, “오직 보고 배우는 사람만이 현달해진다”라고 해석해 놓은 책을 보았는데 이는 오역(誤譯)이다. “惟見~, 不見~”은 “~하는 것은 보았으되,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댓구문인 것이다. 따라서 見學을 붙여서 해석하면 안된다. ○“學者乃身之寶”에서 學者를 “배우는 사람”이라고 해석한 책이 있는데 이는 문맥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者자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學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여 준 말이다. 즉, 여기서 學者는 “배우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것은”의 뜻이다. 者는 ①사람 자. ②것 자. ○乃는 주어에 붙어서 서술어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리하여”의 뜻으로 문장의 접속사로도 쓰인다. 여기서 乃는 문장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써준 글자이다. 乃를 써줌으로써 글을 부드럽게 운율에 따라 읽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宜는 “옳을 의”로 여기서는 부사로 “의당, 마땅히”의 뜻이다. 便宜(편의), 宜當(의당), 時宜適切(시의적절).
徽宗皇帝曰, 學者, 如禾如稻, 不學者, 如蒿如草。如禾如稻兮, 國之精糧, 世之大寶, 如蒿如草兮, 耕者憎嫌, 鋤者煩惱, 他日面墻, 悔之已老。
휘종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배우는 사람은 벼낟알 같고 벼같고, 배우지 아니하는 사람은 쑥같고 풀같도다. 벼낟알 같고 벼 같음이여! 나라의 정량(좋은 곡식)이요, 세상의 큰 보배로다. 쑥같고 풀같음이여! 밭 가는 사람이 미워하고 싫어하며, 김매는 자가 번뇌하는 것이로다. 다른 날에 담장의 벽을 보고 서는 꼴이 되어서 후회해도 그 때는 이미 늙어버린 뒤일 것이로다.
(字義) ○휘종 황제는 북송(北宋)때의 제 8대 임금. ○稻는 벼 도. ○蒿는 쑥 호. ○精은 정할 정. 깨끗할 정. 精練(정련), 精選(정선), 精讀(정독), 精銳(정예), 精密(정밀). ○糧은 곡식 량. ○嫌은 ①싫어할 혐. 嫌惡(혐오). ②의심할 혐. 嫌疑(혐의). ○鋤는 김맬 서. 명사로는 “호미”라는 뜻이다. ○煩은 번거로울 번. ○惱는 번뇌할 뇌. ○墻은 담 장. ○面墻은 “담벽을 보고 선다”는 말로 무식함을 비유한 말이다. 즉, 담을 보고 서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으며 보이는 것도 없다. 논어에 공자의 말씀 중에 이 “面墻”이란 말이 보인다. ○悔는 뉘우칠 회. 後悔(후회). ○悔之에서 之는 지시대명사라기 보다는 之앞의 글자를 술어답게 만들어주는 어감을 주고, 어세, 어기 등을 고르기 위한 글자이다. ○已는 이미 이.
子曰, 學如不及, 惟恐失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를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할 것이요, 오직 잃을까를 두려워할지니라.
(字義) ○제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論語云이라고 시작하는데, 공자의 말씀이므로 子曰로 고쳤다. ○失之에서 之는 어조사이다.
謹學篇終
訓子篇
학문의 중요성에 관한 글귀를 실은 근학편에 이어서, 이 편에서는 자식 교육에 관한 글들을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 교육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으나 그 내용과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이 편을 통해서 다소 살펴볼 수 있다.
景行錄云, 賓客不來, 門戶俗。詩書無敎, 子孫愚。
경행록에 이르기를, 빈객(손님)이 찾아 오지 않으면 집안이 비속해지고, 시서를(시경과 서경을) 가르치지 아니하면 자손이 어리석어지느니라.
(字義) ○門戶는 지금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문호(門戶)를 개방하다. 戶는 지게 호. “지게”는 마루에서 방으로 드나드는 곳에 안팎을 두꺼운 종이로 바른 외짝문을 뜻한다. 즉, 門은 집으로 들어서는 대문이나 집안 내에서 드나드는 나무짝 문들을 가리키고, 戶는 방문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비유적으로 집안을 뜻한다. ○詩는 詩經을, 書는 書經을 뜻한다. ○愚는 어리석을 우.
莊子曰, 事雖小, 不作不成。子雖賢, 不敎不明。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일이 비록 작더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아니하면 현명해지지 못하느니라.
(字義)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雖앞에다가 주어를 쓴다. 즉 雖事小라고 영어식으로 쓰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賢은 어질 현. 어질다는 것은 착하고 순박하다는 뜻이 아니라, 현명하다는 뜻이다. 賢明(현명).
黃金滿籯, 不如敎子一經。賜子千金, 不如敎子一藝。
황금이 상자에 가득찬 것은 자식에게 한 권의 책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은 자식에게 한 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滿은 ~에 가득차다. 金玉滿堂(금옥만당). ○籯은 상자 영. ○經은 책 경. 聖經(성경), 佛經(불경), 經書(경서). ○藝는 재주 예. ○不如+서술절:~하는 것만 못하다.
至樂, 莫如讀書。至要, 莫如敎子。
지극한 즐거움은 독서만한 것이 없고, 지극한 요체는(지극히 긴요한 것은) 자식 가르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字義) ○至는 ①이를 지 ②지극할 지. ②로 쓰일 때는 명사나, 술어앞에서 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직역하면, ~와 같은 것이 없다) 莫은 ①금지사로서의 莫. ②없을 막. 등등 2가의 뜻이 있다. ○莫如와 不如: 어떤 책에서는 이 두 관용구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나, 개인적으로 볼 때는 전혀 다른 것이다. 莫如는 주로 뒤에 짧막한 명사구가 와서 “~와 같은 것이 없다”의 뜻이고, 不如는 뒤에 명사구 또는 서술문이 와서 “~만 못하다,” “~하는 것만 못하다”의 뜻이다. ○要는 여기서 명사로 쓰였다.
呂滎公曰, 內無賢父兄, 外無嚴師友, 而能有成者, 鮮矣。
여형 공께서 말씀하였다. 안으로는 어진 부형(어버이와 형)이 없으며, 밖으로는 엄한 사우(스승과 벗)이 없으면서 능히 성공을 거둔 자는 드무니라.
(字義) ○“內~~,外~~”의 댓구문 형식을 파악하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 구문은 “~하는 사람(~하는 것)이 드물다”의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太公曰, 男子失敎, 長必頑愚。女子失敎, 長必麤疏。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남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완우해지고(둔하고, 어리석어지고) 여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추소해지느니라(거칠고 솜씨가 없어지느라).
(字義) ○頑은 완고할 완. 어리석을 완. 頑固(완고), 頑愚(완우). ○麤 성길 추.
男年長大, 莫習樂醉。女年長大, 莫令遊走。
남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풍악과 술먹고 취하는 것을 배우지 말고, 여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 밖으로 놀아 다니게 하지 말지니라.
(字義) ○年은 ①해 년. ②나이 년. ○樂은 풍류 악. ○令은 “하여금 령.”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같음.
嚴父出孝子, 嚴母出孝女。
엄부(엄한 아버지)는 효자를 내고, 엄모(엄한 어머니)는 효녀를 내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아래 글귀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出은 타동사로 ①(장소)~를 나가다. 出所, 出監, 出家. ②~을 내다. 出産, 出兵, 出師(師는 “군대”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憐兒多與棒, 憎兒多與食。
아이를 어여삐 여기거든 몽둥이(매)를 많이 주고, 아이를 미워하거든 밥을 많이 주라.
(字義) ○憐은 어여삐여길 련. 불쌍히여길 련. “어여삐 여긴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고, 고어(古語)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이다. 可憐(가련), 憐憫(연민). ○棒은 몽둥이 봉. ○與는 줄 여.
人皆愛珠玉, 我愛子孫賢。
사람들은 모두 주옥을 사랑하나, 나는 자손이 어진 것을 사랑하느니라.
訓子篇終
省心篇.上
성심편은 명심보감 중에서 가장 긴 편(篇)을 이룬다. 마음을 성찰하는 내용과 방식에 관해서도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다소 편명(篇名)과 딱히 어울리지 않는 문귀들도 있는 것 같다. 어쨋든 수천년 동안 축적되어온 삶의 지혜가 간결한 글로 압축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머리를 끄덕이게 함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景行錄云, 寶貨, 用之有盡。忠孝, 享之無窮。
경행록에 이르기를, 보화(寶貨)는 쓰면 다함이 있으나, 충효(忠孝)는 누려도 무궁하니라.
(字義) ○貨는 재물 화. ○A+有+B: A에 B가 있다. ○享은 누릴 향. ○窮은 궁할 궁.
家和貧也好, 不義富如何, 但存一子孝, 何用子孫多。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하여도 좋은 것이요, 의롭지 아니하면 부유함이 무엇이더냐? 단지 효도하는 자식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자손이 많으면 또 무슨 소용이더냐?
(字義) ○윗 문장은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如何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 “무엇과 같은가?어떠한가?”의 뜻이다. 何如로도 쓴다. ○存은 주로 자동사로 “(죽지 않고) 존재하다.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의 뜻이지만, 타동사로도 종종 쓰인다. “~을 지니다. ~을 간직하다”의 뜻이다. 여기서는 자동사로 봐도 좋고, 타동사로 봐도 좋다. ○何用~: ~이 무슨 소용인가? ~을 어디에 쓰랴?
父不憂心因子孝, 夫無煩惱是妻賢, 言多語失皆因酒, 義斷親疎只爲錢。
아버지가 마음을 근심하지 않는 것은 자식이 효도하는데서 기인하는 것이요, 지아비가 번뇌함이 없는 것은 지어미가 어질기 때문이다. 말이 많아 말을 잃는 것은(실언하는 것은) 모두 술에 기인하는 것이요, 의가 끊기고 친함이 성겨지는 것은 다만 돈을 위해서이다.(돈 때문이다.)
(字義) ○이 문장은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因은 인할 인. 뒤에 명사구(절)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의 뜻이다. ○煩은 번거로울 번. ○惱는 번뇌할 뇌.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여기서는 문맥상 이유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직역하면, “지아비가 번뇌가 없음은 처가 어질어서이다” ○爲는 위할 위. 뒤로 명사(구)절을 받아서 “~때문이다”라고 해석될 경우도 종종 있다.
旣取非常樂, 須防不測憂。
이미 평상의 것이 아닌 즐거움을 취하였거든 모름지기 (앞으로 닥칠) 헤아릴 수 없는 근심을 막아야 할지니라.
(字義) ○윗 글은 2.3 2.3으로 끊는다. ○須(수)는 “모름지기 ~해야한다”의 뜻이다. ○測은 헤아릴 측. 測量(측량), 測定(측정).
得寵思辱, 居安慮危。
총애를 얻으면 욕될 것을 생각하고, 편안한 곳에 거하거든 위험해질 것을 생각할지니라.
(字義) ○寵은 사랑할 총.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寵愛(총애). ○慮는 생각할 려. 念慮(염려). 思慮(사려).
榮輕辱淺, 利重害深。
영화(榮華)가 가벼우면 욕됨도 얕고, 이익이 중하면 손해도 깊느니라.
甚愛必甚費, 甚譽必甚毁, 甚喜必甚憂, 甚贓必甚亡。
심히 사랑하면 반드시 심히 허비하게 되고, 심히 기리면(칭찬하면) 반드시 심히 헐게 되고, 심히 기뻐하면 반드시 심히 근심하게 되고, 심히 뇌물을 받으면 반드시 크게 망하느니라.
(字義) ○甚은 심할 심. 甚은 술어로도 쓰이고, 이 문장에서처럼 부사로도 자주 쓰인다. “매우, 심히”(very, much)의 뜻이다. ○費는 쓸 비. ○譽는 기릴 예. ○毁는 헐 훼. 毁損(훼손). ○贓은 장물 장, 뇌물받을 장. 참고로, 윗 글은 노자 도덕경(老子道德經), 44章에 “甚愛必大費,多藏必厚亡”이라는 글귀에서 따온 듯하다. 윗 글에서는 贓이라고 하였는데 문맥상 어색하게 느껴진다. 도덕경에서처럼 藏으로 본다면 “심히 감추면 크게 잃게 된다”로 보는 편이 나을 듯도 하다. 亡은 고어(古語)에서 흔히 “없을 무”의 뜻으로 자주 쓰이는 글자이다.
子曰, 不觀高崖, 何以知顚墜之患。不臨深淵, 何以知沒溺之患。不觀巨海, 何以知風波之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높은 낭떠러지를 보지 않고서 무엇으로서 엎어져 떨어지는 근심을 알 것이요? 심연(깊은 연못)에 임하지 아니하고서 무엇으로서 물에 빠져 죽는 근심을 알 것이요? 큰 바다를 보지 않고서 무엇으로서 풍파의 근심을 알겠는가?
(字義) ○崖는 낭떠러지 애. ○何以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서 “무엇으로서, 어떻게”의 뜻이다. ○顚은 엎드러질 전. 顚覆(전복). ○墜는 떨어질 추. ○溺은 빠질 닉. 溺死(익사), 耽溺(탐닉).
欲知未來, 先察已往。
미래를 알고 싶으면 이미 지난 일들을 먼저 살필지니라.
(字義) ○已는 이미 이. ○往은 갈 왕. ○已往은 지금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明鏡所以察形, 往古所以知今。
밝은 거울은 형체를 살필 수 있는 방도이며, 지난 과거는 현재를 알 수 있는 방도이니라.
(字義) ○鏡은 거울 경. ○所以도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所以+술어”에서 所以를 한 단어로 보아, 방법 또는 이유로 해석한다. ○形은 명사로는 모습 형. 술어로는 나타날 형.
過去事, 如明鏡。未來事, 暗似漆。
과거사(過去事)는 밝은 거울과 같고, 미래사(未來事)는 어둡기가 옻과 같도다.
(字義) ○漆은 옻 칠. 검을 칠. 漆黑(칠흑), 漆器(칠기).
明朝之事, 薄暮不可必, 薄暮之事, 晡時不可必。
명조(내일 아침)의 일을 박모에(땅거미가 질 무렵에) 반드시 꼭 그렇게 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요, 박모의 일을 포시에(오후 세네시 경에) 반드시 꼭 그렇게 된다고 할 수 없느니라.
(字義) ○明朝(명조)는 한 단어로 “내일 아침”이란 뜻이다. 明年(내년), 明日(내일), 明春(내년 봄), 今明間(오늘 내일 사이에, 조만간). ○薄暮(박모)도 한 단어이다. “땅거미가 질 무렵의 저녁 때”를 뜻한다. ○薄은 엷을 박. ○暮는 저녁 모. ○晡는 신시 포. (申時:오후 3~5시정도) ○必은 여기서 술어로 쓰였다. 期必(기필)코 ~하다.
天有不測風雲,人有朝夕禍福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에게는 조석으로 화복(禍福)이 있느니라.
(字義) ○(A+)有+B= (A에) B가 있다.
未歸三尺土, 難保百年身, 已歸三尺土, 難保百年墳。
삼척토(석자되는 흙)에 돌아가지 아니하고(즉, 죽지 않고) 백년의 몸을 지키기는 어려운 것이요, 이미 삼척토에 돌아갔어도(즉, 이미 죽었어도) 백년의 무덤을 지키기가 어려우니라.
(字義) ○윗 문장은 2.3 2.3으로 끊는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墳은무덤 분.
景行錄云, 木有所養, 則根本固而枝葉茂, 棟樑之材成。水有所養, 則泉源壯而流波長, 灌漑之利博。人有所養, 則志氣大而識見明, 忠義之士出, 可不養哉。
경행록에 이르기를, 나무에 기르는 바가 있으면 나무의 뿌리가 굳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동량(기둥과 들보)의 재목이 이루어진다. 물에 기르는 바가 있으면 샘의 근원이 장대해지고 흐르는 물줄기가 길어져 관개(灌漑)의 이로움이 넓어진다. 사람에게 기르는 바가 있으면(수양하면) 지기(志氣)가 커지고 식견(識見)이 밝아져서 충의(忠義)의 선비가 나니, 어찌 기르지 않을 수 있으리오?
(字義) ○문장의 대칭 구조를 파악하면서 읽으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則앞의 문구는 가정(if, even if)의 뜻으로 번역한다. ○茂는 무성할 무. ○棟은 기둥 동. ○樑은 들보 량. 梁과 같음. ○壯은 장할 장. ○波는 물가닥 파. ○灌은 물댈 관. ○漑는 물댈 개. ○哉는 감탄형 어조사. ○可不養哉를 직역하자면, “기르지 않는 것이 可하겠는가? 可當하겠는가”의 뜻이다. 이런 형식의 문구는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自信者, 人亦信之, 吳越皆兄弟。自疑者, 人亦疑之, 身外皆敵國。
자신을 믿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믿어주니, 오(吳)나라와 월(越)나라 같은 적국도 다 형제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을 의심하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의심하니, 자기 몸 외에는 모두가 적국이 되느니라.
(字義) ○吳越은 두 나라가 오랜 동안 적대국으로 싸워온 것을 두고 한 말한다. ○疑는 “~을 의심하다”의 뜻. ○之는 어조사.
疑人莫用, 用人勿疑。
사람을 의심하거든 쓰지 말 것이요, 사람을 이미 썼거든 의심치 말 것이다.
諷諫云, 水底魚天邊雁, 高可射兮低可釣, 惟有人心咫尺間,咫尺人心不可料
풍간에 이르기를, 물 밑의 고기와 하늘가의 기러기는 아무리 높아도 활로 쏠 수 있고, 아무리 낮아도 낚을 수 있으나, 오직 사람의 마음은 지척간에 있는데도 지척의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구나.
(字義) ○底는 명사로, 밑 저. ○低는 술어로, 낮을 저, ○邊은 가 변. ○雁은 기러기 안. ○釣는 낚을 조. ○兮는 두 문장이 댓구를 이룰 때 주로 쓰이는 감탄형 어조사이다. ○料는 헤아릴 료. ○咫尺人心不可料를 직역하자면, “지척의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不可하다”의 뜻이다.
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
호랑이를 그리되 겉 가죽은 그려도 뼈를 그리기는 어렵고, 사람을 알되 얼굴은 알아도 마음을 알지 못하노라.
(字義)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畵는 그림 화. 술어로는 그릴 화. ○難+술어: ~하기 어렵다.
對面共語, 心隔千山。
대면하고(얼굴을 맞대고) 함께 말을 해도 마음은 천산(千山)을 격(隔)해 있구나.
(字義) ○對는 대할 대. 마주볼 대. ○共은 부사로, “함께 공.” ○隔은 막힐 격. ~을 격(隔)하다. ~에 가로 막혀 있다. 遠隔(원격), 間隔(간격).
海枯終見底, 人死不知心。
바닷물이 마르면 마침내 그 밑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은 알지 못하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枯는 마를 고. 枯死(고사). ○終은 술어로는 “마칠 종,” 부사로는 “마침내, 끝내”의 뜻이다. 終이 이 문장처럼 부사로 쓰이는 예가 아주 많다.
太公曰, 凡人不可逆相, 海水不可斗量。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범인(평범한 사람, 보통사람)은 상(타고난 바탕)을 거스릴 수 없으며, 바닷물은 말로 헤아릴 수 없느니라.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相은 볼 상, 바탕 상. 樣相(양상), 觀相(관상), 사건의 眞相(진상). ○量은 헤아릴 량.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景行錄云, 結怨於人, 謂之種禍。捨善不爲, 謂之自賊。
경행록에 이르기를, 남에게 원한을 맺는 것을 일러 “화를 심는 것”(種禍)이라 하고, 선을 버리고 하지 않는 것을 일러 “스스로를 해치는 것”(自賊)이라고 한다.
(字義) ○之는 어조사(語助詞)로서 謂의 목적어 자리에 들어가서 어세를 고르게 해준다. 여기서도 之는 그다지 지시성(指示性)을 강하게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捨는 버릴 사. 取捨選擇(취사선택). ○賊은 명사로는 도적 적. 술어로는 해칠 적. 盜賊(도적), 逆賊(역적).
若聽一面說, 便見相離別。
만약 한 쪽 편의 말만 듣는다면, 곧 상대방과 서로 이별하는 것을 보리라(이별을 당하리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便(변)은 부사로 “문득, 곧, 별안간, 불현듯”의 뜻으로 한문에서는 무척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飽煖思淫慾, 飢寒發道心。
배 부르고 따뜻하면 음탕한 욕구를 생각하며, 주리고 추으면 도심(道心)을 일으킨다.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飽는 배부를 포. 飽食(포식), 飽滿(포만). ○煖은 따뜻할 난. 煖房(난방). ○飢는 주릴 기. 饑와 같다. ○發은 일으킬 발.
疏廣曰, 賢人多財損其志, 愚人多財益其過。
소광이 말하였다. 어진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뜻을 손상시키고,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허물을 더하느니라.
(字義) ○多+명사(구): ~이 많다. ○損은 덜 손. “손해․손상을 주다”는 뜻이다. ○其는 賢人과 愚人을 각각 받는 소유격 대명사(his). ○益은 더할 익.
人貧智短, 福至心靈。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가 짧어지고, 복이 이르면 마음이 영통하여지느니라.
(字義) ○靈은 술어로는 신통할 령, 영통할 령. ○至는 이를 지.
不經一事, 不長一智。
한가지 일을 지나지 않으면(즉, 격지 않으면, 경험하지 않으면) 한가지의 지혜를 기르지 못하느라.
(字義) ○經은 지날 경. 즉, “~을 지나다. ~을 겪다. ~을 경험하다”의 뜻이다. 經過(경과), 經驗(경험). ○長은 술어로는 ①오래되다. 길다. ②~을 기르다.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등등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是非終日有, 不聽自然無。
시비는 종일토록 있지만, 듣지 않으면 자연히 없는 것이 되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終日은 “하루를 마치다”의 뜻. ○“~~有,~~無”의 대칭구조는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댓구문이다. 예를 들면, 有無대신에 “~~難,~~易” “~~多,~~少”등등의 대칭구조는 흔히 쓰인다.
來說是非者, 便是是非人。
찾아와서 시비(是非)를 말하는 자가 곧 그가 바로 시비(是非)하는 사람이다.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便은 곧 변. 문득 변. ○便是는 “곧(문득, 별안간, 불현듯) ~이다”의 뜻이다. 이때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是가 이처럼 부사(또는 대명사)에 붙어서 같이 쓰이는 예가 많다. 예를 들면, 只是~~:단지 ~이다. 總是~~:모두 ~이다. 都是~~:모두 ~이다. 却是~~:도리어 ~이다. 還是~~:도로 ~이다. 등등.
擊壤詩云, 平生不作皺眉事, 世上應無切齒人, 有名豈在鐫頑石, 路上行人口勝碑。
격양시에 이르기를, 평생에 눈섭 찌푸릴 일을 만들지 않으면 세상에 응당 이를 가는 사람, 즉 원수를 맺는 사람이 없을 것이로다. 유명함이 어찌 단단한 돌에 (이름을) 새기는 데 있으리오? 노상(路上)의 행인의 입이 비석보다 나으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皺는 주름질 추. ○眉는 눈섭 미. ○應(응)은 부사로 “응당(應當), 마땅히”의 뜻. ○切은 끊을 절. ○切齒란 “몹시 분하여 이를 갈고 있다”는 뜻의 한 단어이다. 切齒腐心(절치부심). ○名은 단순히 “이름”이란 뜻 외에, “명성, 명예”의 뜻으로도 확장되어 쓰인다. ○豈는 어찌 기. ○鐫은 새길 전. ○頑은 완고할 완. 어리석을 완. ○勝은 이길 승. 나을 승.
有麝自然香, 何必當風立。
사향이 있으면 자연히 향기롭거늘 하필이면(어찌 반드시) 바람에 당하여(바람을 맞아) 설꼬?
(字義) ○麝는 사향노루 사. 향료의 재료로 쓴다. ○何必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어찌 반드시”의 뜻이다. 현대에도 쓰이는 표현이니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當(당)은 부사로는 “마땅히, 응당”의 뜻이고, 술어로는 “(상황, 때, 처지 등등)~을 당하다. ~에 닥치다”의 뜻이다. 當風은 “바람을 당하여, 바람을 맞아”의 뜻이다.
有福莫享盡, 福盡身貧窮, 有勢莫使盡, 勢盡寃相逢, 福兮常自惜, 勢兮常自恭, 人生驕與侈, 有始多無終。
복이 있을 때 누리어 다하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궁해지니라. 권세가 있거든 다하게 하지 말라. 세력이 다하면 원수를 상봉하느니라. 복이란 항상 스스로 아껴야 하며, 권세란 항상 스스로 공손히 부려야 하느니라. 사람이 살면서 교만과 사치는 시작은 있되, 끝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2.4.6.8구의 마지막 글자인 窮, 逢, 恭, 終은 모두 운을 맞춘 글자들이다. ○享은 누릴 향. ○窮은 궁할 궁.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寃은 원통할 원. 주로 “원통(寃痛)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명사로 “원수”란 뜻도 있다. 이 문장에서는 원수 또는 원통함, 그 어느 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 하다. ○兮는 주로 댓구문에서 댓구를 이루는 명사(구)뒤에 붙여서 감탄형으로 쓰인다. ○惜은 아낄 석. 여기서는 목적어가 福이다. ○恭은 공순할 공. 여기서는 勢를 목적어로 갖는다. ○驕는 교만할 교. ○侈는 사치할 치. ○與(여)는 술어로는 ①~을 주다. ②~와 더불다. 여기서는 “~와(and)”의 뜻이다. ○多+명사(구):~이 많다.
王參政四留銘, 留有餘不盡之巧, 以還造化, 留有餘不盡之祿, 以還朝廷, 留有餘不盡之財, 以還百姓, 留有餘不盡之福, 以還子孫。
왕참정의 4류명(4가지 보류해야 할 것을 적은 글)에 이르기를,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재주를 머물리어(남겨두어, 유보하여)(以) 신의 조화(造化)에 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녹(祿)을 머물림으로써(以) 조정에 되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재물을 머물림으로써(以) 백성에게 되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복을 머물리어(以) 자손에게 되돌려 줄지니라.
(字義) ○留는 머무를 류. 타동사로는 “~을 유보하다. ~을 남겨두다. ~을 두다”의 뜻이다. 留保(유보), 留置(유치). ○巧는 재주 교. ○以는 바로 앞 구절을 받는다. 위 해석을 참조. ○祿은 봉록 록. 옛날 벼슬아치들이 받는 녹봉(祿俸), 즉 지금의 “봉급”을 말한다. 祿俸(녹봉).
黃金千兩未爲貴, 得人一語勝千金。
황금 천 량이 귀한 것이 아니요, 덕인(德人)의 한마디 좋은 말이 천금보다 나으니라.
(字義)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爲는 될 위(become, is). ○得은 고어(古語)에서 德과 통용되었다. 여기서도 得을 德으로 보는 것이 앞귀절의 황금천량과 대구를 이루어 자연스럽다. 또는 得을 “얻을 득”으로 보아 “남의 좋은 한마디 말을 얻는 것이 천금보다 낫다”라고 해석해도 된다. 得이 德과 통용되었기에 朱子는 논어집주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주(註)로 달고 있다. “德之爲言, 得也, 行道而有得於心也” (德이란 말은 얻는다는(得) 것이니, 道를 행하여 마음에 얻음이 있는 것이다) ○勝은 이길 승. 나을 승.
巧者拙之奴, 苦者樂之母。
교(巧, 재주)라는 것은 졸(拙, 서투름)의 종이요, 고(苦, 고생)이란 것은 낙(樂, 즐거움)의 어머니이다.
(字義) ○者는 여기서 “~라는 것”의 뜻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①사람 자. ②것 자. 前者(전자), 後者(후자). ○巧는 재주 교. 巧妙(교묘). ○拙은 졸렬할 졸. 巧와 대비되는 말이다. 拙劣(졸렬), 拙作(졸작).
小船不堪重載, 深逕不宜獨行。
작은 배는 무겁게 실은 것을 견디지 못하고, 깊고 좁은 길은 의당 홀로 다녀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堪은 견딜 감. 堪耐(감내). ○逕은 좁은길 경. 참고로, 크고 바른 길은 道이고, 그 보다 작은 길은 路이고, 길이라고 여길 수도 없는 샛길은 逕이다. 따라서 흔히 道는 군자가 행하여야 할 길이고, 逕은 군자가 걸어서는 안되는 길이란 의미로 비유적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逕은 좁은 샛길이므로 “지름길”이란 뜻도 있다. 逕과 徑은 통하는 글자이다. ○宜(의)는 부사로서, “의당, 마땅히”의 뜻.
黃金未爲貴, 安樂値錢多。
황금이 귀한 것이 아니요, 안락이 돈 많은 것에 해당하느니라.
(字義) ○値는 명사로는 “값 치,” 술어로는 “만날(遇) 치, 당(當)할 치”이다. 윗 문장에서는 술어로 보는 것이 옳다. 현대에는 물론 명사로 밖에는 쓰이지 않는다. 價値(가치), 限界値(한계치). ○錢은 돈 전.
在家不會邀賓客, 出外方知少主人。
집에 있을 때 빈객(손님)을 맞아 모실줄 모르면 밖에 나가서 그제서야 (자신을 맞아줄) 주인이 적은 줄을 알게되느니라.
(字義) ○邀는 맞을 요. 邀擊機(요격기). ○少+명사(구): ~이 적다. ○方은 바야흐로 방. 시간 부사로 “바야흐로, 비로소, 그제서야, 막, 방금(方今)” 등등의 뜻이다.
貧居鬧市無相識, 富住深山有遠親。
가난하게 살면 시끄러운 시장에서도 서로 아는 사람이 없고, 부유하게 살면 깊은 산속, 먼 곳까지도 친함이 있느니라.
(字義) ○居는 살 거. ○住는 살 주. ○鬧는 시끄러울 뇨. ○親은 ①친할 친. ②어버이 친. ③친척 친. 부사로는 ④친히 친. 윗 문장에서 遠親은 먼 곳의 친구, 또는 먼 곳의 친척, 그 어느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人義, 盡從貧處斷。世情, 便向有錢家。
사람의 의리는 모두 가난한 곳으로 부터 끊어지고, 세인(世人)의 정은 곧 돈 있는 집을 향하느라.
(字義) ○盡은 ①다할 진. ②모두 진. ○從은 ①따를 종. ②“~로 부터”의 뜻도 있다. 여기서는 ②로 보는 것이 좋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向은 향할 향.
寧塞無底缸, 難塞鼻下橫。
차라리 밑이 없는 항아리를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코 아래의 가로로 빗긴 것, 즉 입을 막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寧은 차라리 녕. ○塞은 막을 색. ○缸은 항아리 항.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難+술어; ~하기 어렵다.
人情, 皆爲窘中疎。
인정은 모두 군색한 가운데 소원하게 되느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窘은 군색할 군. 窘塞(군색) ○疎(소)는 성기다. (친함이) 소원해지다.
郊天禮廟, 非酒不享, 君臣朋友, 非酒不義, 鬪爭相和, 非酒不勸, 故, 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
교외(郊外)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사당에 예를 올릴 때는 술이 아니면 드리지 아니하고, 군신 사이와 붕우 사이에는 술이 아니면 의롭지 아니할 것이요, 싸우고 나서 서로 화해함에는 술이 아니면 권하지 아니하느니라. 고로, 술에는 성패(成敗)가 있는 것이니, 함부로 술을 자빠지도록 마셔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郊는 지금은 주로 “들 교”의 뜻으로만 쓰이나 [郊外(교외), 近郊(근교)], 옛날엔 성곽밖의 들로 나가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로도 쓰였다. 물론 여기서도 술어로 쓰였다. ○禮도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廟는 사당 묘. ○享은 ①누릴 향. ②드릴 향. ○勸은 권할 권. ○A+有+B= A에 B가 있다. ○泛은 엎어질 봉.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之는 어조사.
子曰, 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로서 도(道)에 뜻을 두고도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는 더불어 의논하기에 족하지 못하느니라.
(字義) ○志는 명사로는 “뜻 지” 술어로는 於와 붙어서 “(~에) 뜻을 두다”의 뜻이다. ○恥(치)는 명사로는 “부끄러움, 수치”의 뜻이고, 술어로는 “~을 부끄럽게(수치스럽게) 여기다”의 뜻이다. ○足以+술어; ~하기에 족하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여기서 以를 쓰지 않은 것은 與라는 부사가 있으므로 필요 없다.
荀子云, 士有妬友則賢交不親, 君有妬臣則賢人不至。
순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에게 투기하는 벗이 있으면 어진 교제(어진 사람과의 교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임금에게 투기하는 신하가 있으면 어진 사람이 이르지 않느니라.
(字義) ○妬는 투기할 투. 妬忌(투기), 嫉妬(질투). ○則앞의 문장은 가정으로 해석한다. ○親은 친할 친.
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
하늘은 복록(福祿)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아니하고, 땅은 이름없는 풀을 기르지 아니하느니라.
(字義) ○祿은 복록(福祿) 록, 녹봉(祿俸) 록. ○生은 타동사로는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을 생기게하다. ○長은 ①오래되다. 길다. ②~을 기르다.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大富由天, 小富由勤。
큰 부자는 하늘에서 말미암고, 작은 부자는 근면함에서 말미암느니라.
(字義) ○由+명사(구):~에서 말미암다. ○勤은 부지런할 근.
成家之兒, 惜糞如金, 敗家之兒, 用金如糞。
집을 이룰 아이는 똥도 금같이 아끼고, 집을 망칠 아이는 금도 똥처럼 쓰느니라.
(字義) ○成(이룰 성)과 댓구가 되는 말은 敗(무너뜨릴 패)이다. ○敗는 ①패할 패. 질 패. 敗北(패배), 敗戰(패전). ②무너뜨릴 패. 成敗(성패). ③썩을 패 腐敗(부패). ○惜은 아낄 석. 哀惜(애석). ○糞은 똥 분.
康節邵先生曰, 閑居愼勿說無妨, 纔說無妨便有妨, 爽口物多能作疾, 快心事過必有殃, 端其病後能服藥, 不若病前能自防。
강절 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한가로운 생활에 삼가 아무런 거리낄 것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꺼리낄 것이 없다고 겨우 말하는 순간 불현듯 방해되는 것이 있게 되느니라. 입에 상쾌한 것들이 많으면 능히 병을 일으키고, 마음에 쾌한 일이 지나치면 반드시 재앙이 있느니라. 그 병이 발단(發端)한 뒤에 능히 약을 복용하는 것은 병들기 전에 능히 스스로 그 병을 막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이 글은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2.4.6구의 마지막 글자인 妨(방), 殃(앙), 防(방)은 모두 운자에 해당한다. ○居는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愼은 삼갈 신. ○妨은 방해될 방. 꺼릴 방. 妨害(방해), 無妨(무방). ○纔는 겨우 재. ○便은 문득 변, 곧 변. ○爽은 상쾌할 상. ○過는 술어로는 ①~을 지나다. ②지나치다. 과하다. 과도하다. ③허물이 되다. 과오를 범하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殃은 재앙 앙. ○端(단)은 주로 명사로 “발단, 실마리, 끝”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不若~ = 不如~: ~함만 못하다.
梓潼帝君垂訓, 妙藥難醫寃債病, 橫財不富命窮人, 生事事生君莫怨, 害人人害汝休嗔, 天地自然皆有報, 遠在兒孫近在身。
재동 제군이 훈계를 내리기를, 묘약(妙藥)이라도 원통함이 빚이 된(원인이 된) 병을 고치기는 어려운 것이요, 횡재(橫財)라도 명(命)이 궁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지는 않느니라. 일을 내면 일이 생기는 것을 그대는 원망하지 말라. 남을 해치면 남이 나를 해치는 것을 그대는 성내지 말라. 천지 자연이 모두 갚음이 있는지라, (그 갚음은) 멀으면 자식과 손자에게 있을 것이요, 가까우면 내 몸에 있을 것이니라.
(字義) ○이 문장 역시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人(인), 嗔(진), 身(신)은 운자에 해당한다. ○재동 제군은 도가(道家)의 사람이다. ○妙는 묘할 묘. ○難+술어:~하기 어렵다. ○醫는 술어로 “고칠 의.” ①의원 의. ②고칠 의. ○寃은 원통할 원. ○債는 빚 채. ○橫은 빗길 횡. ○橫財(빗긴 재화?)는 “뜻하지 않게 얻은 재물”을 말한다. 橫死(뜻하지 않은 죽음), 橫災(뜻하지 않은 재앙). ○富는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生은 “~을 낳다”의 뜻. ○君은 그대 군. ○汝는 너 여. ○休는 금지사. 莫과 같음. 休+술어:~하지 마라. ○嗔은 성낼 진. ○報는 갚을 보.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花落花開開又落, 金衣布衣更換着, 豪家未必常當貴, 貧家未必長寂寞, 扶人未必上靑霄, 推人未必塡溝壑, 勸君凡事莫怨天, 天意於人無厚薄。
꽃이 떨이지면 꽃이 피고, 피면 또 떨어지며, 금의(金衣)와 포의(布衣)는 다시 바꿔 입을 수도 있는 법!! 호화로운 집이 반드시 항상 당연히 귀한 것은 아니요, 가난한 집이 반드시 오래 적막하지는 않느니라. 남을 붙들어줘도 반드시 푸른 하늘에 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요, 남을 밀어버려도 반드시 구덩이를 메워버릴 수는 없느니라. 그대에게 권하노니, 모든 일에 하늘을 원망하지 말라. 하늘의 뜻은 사람에게 후함도 박함도 없느니라.
(字義) ○이 문장도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특히 이 문장은 7언(言)에 8구(句)이므로 7언 율시(七言律詩)의 형태를 띤다. 따라서 운자는 1, 2, 4, 6, 8구에 들어간다. 즉, 落(락), 着(착), 寞(막), 壑(학), 薄(박)이 운자에 해당한다. ○開는 (꽃이) “피다”는 뜻이다. ○布는 베 포. ○布衣는 베로 만든 옷인데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입으므로 금의(金衣)와 댓구를 이루어 좋지 못한 옷을 비유한 말이다.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더 나아가서는 벼슬에 아직 나가지 않은 선비를 비유하기도 한다. ○更은 다시 갱. ○換은 바꿀 환. ○着은 입을 착. ○“未必+술어”는 부분 부정을 나타낸다. ○長은 이 문장처럼 길이의 개념외에, 시간의 개념으로도 쓰인다. 長久(장구), 長壽(장수). ○寂은 고요할 적. ○寞은 쓸쓸할 막. ○扶는 붙들 부. (“~을 붙든다”는 뜻이 아니라, “~을 붙들어 준다”는 뜻이다). “붙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파생되어 “도울 부”의 뜻도 함축하고 있다. 相扶相助(상부상조), 扶助金(부조금) ○上은 술어로 “~에 오르다”의 뜻이다. ○霄는 하늘 소. ○推는 밀 추. ~을 밀다. 미루다. ○塡은 메울 전. ○溝는 도랑 구. ○壑은 골(谷) 학. ○溝壑(구학)은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관용적인 한 단어이다. 구덩이, 구렁텅이, 또는 비유적으로는 “도탄”의 뜻도 있다.
堪歎人心毒似蛇, 誰知天眼轉如車, 去年妄取東隣物, 今日還歸北舍家, 無義錢財湯潑雪, 儻來田地水推沙, 若將狡譎爲生計, 恰似朝開暮落花。
사람 마음 독하기가 뱀과 같음을 탄식해 마지 않노라. 하늘의 눈(眼)이 수레바퀴처럼 구르는 것을 누가 알리요? 지난 해에 동쪽 이웃의 물건을 망령되이 가져왔더니 지금엔 결국 북쪽 집안으로 돌아가는구나. 의롭지 아니한 돈과 재물은 끓는 물을 눈(雪)에 붓는 격이요(즉, 금방 없어진다는 뜻), 생각지 않게 들어온 전지(田地)는 물이 모래를 밀어내 듯 하네.(즉, 물이 田地에 모래를 끌어들여와 밭을 망친다는 뜻). 만약 교활한 속임수를 가지고 삶의 계책으로 삼으면 흡사 조개모락화(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과 같을 것이로다.
(字義) ○이 문장 역시 7언 율시에 해당한다. 즉, 4.3 4.3으로 끊고 蛇(사), 車(차), 家(가), 沙(사), 花(화)는 운을 맞춘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그 맛이 더하리라고 본다. ○堪은 견딜 감. 堪歎을 의역하면 “탄식해 마지 않는다”가 가장 적당하다. ○似는 같을 사. 如와 같다. ○蛇는 뱀 사. ○轉은 구를 전. ○舍는 집 사. ○潑은 물뿌릴 발. ○儻은 문득 당. 儻來(당래)는 “우연히 굴러 들어온다”는 뜻의 한 단어로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將은 “~을 가지고서”의 뜻으로 쓰였다. 以와 쓰임새가 비슷하다. ○狡는 교활할 교. ○譎은 속일 휼.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爲는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의 뜻. ○恰은 흡사할 흡. 恰似(흡사).
無藥可醫卿相壽, 有錢難買子孫賢。
약이 없어도 경상(卿相)과 같은 귀한 목숨은 구할 수 있으나, 돈은 있어도 자손의 어짐을 살 수는 없느니라.
(字義) ○醫는 ①의원 의. ②고칠 의. ○相은 재상(宰相)을 뜻한다.
一日淸閑, 一日仙。
하루 마음이 청한하면(깨끗하고 한가하면) 그 하루 동안은 신선이 되느니라.
(字義) ○淸閑은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마음이 맑고 깨끗하며 한가하다는 뜻이다.
省心篇上終
省心篇.下
이 편 역시 전편에 이어서 다양한 글귀들이 실려 있다. 꼭 편명(篇名)에만 국한하여 마음을 성찰하는 글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철학들이 여러 관점에서 제시되고 있다.
眞宗皇帝御製曰, 知危識險, 終無羅網之門, 擧善薦賢, 自有安身之路, 施恩布德, 乃世代之榮昌, 懷妬報寃, 與子孫之爲患, 損人利己, 終無顯達雲仍, 損衆成家, 豈有長久富貴, 改名異體, 皆因巧語而生, 禍起傷身, 皆是不仁之召。
진종 황제 어제(御製)에 이르기를, 위험을 깨닫고 알면 끝내 그물을 벌여 놓은 문이 없을 것이며, 선한이와 어진이를 천거(薦擧)하면 자신을 편하게 하는 길을 스스로 갖게 될 것이로다. 은덕을 베풀면 이내 세대(世代)의 영화와 번창이 될 것이로되, 투기를 품거나 원통함을 갚으면 자손에게 근심거리를 주는 것이로다. 남에게 손해를 주고 자기만 이롭게 하면 마침내 현달할 자손이 없을 것이요,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집안을 이루면 어찌 장구한 부귀가 있으리오? 이름을 바꾸고 몸을 달리하는 것은 모두가 교묘한 말에 인하여 생긴 것이요, 화가 일어나 몸을 다치게 하는 것은 모두가 다 어질지 못함이 부르는 것이니라.
(字義) ○진종 황제는 송(宋)나라 셋째 임금이다. ○御製(어제)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어서 복합명사가 될 때는 주로 御는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製는 지을 제. 만들 제. ○險은 험할 험 ○知危識險은 知識危險을 술목관계로 재결합시킨 말이다. 擧善薦賢, 施恩布德도 같은 원리이다. 天長地久 = 天地長久. 물론 전자처럼 “술+목+술+목”의 어순이 후자보다는 더 한문다운 표현이다. ○布는 명사로는 베 포. 布衣(포의). 술어로는 베풀 포. 펼 포. 公布(공포), 配布(배포). ○終은 부사로 마침내 종. ○羅는 명사로는 그물 라. 술어로는 벌일 라.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網은 그물 망. ○薦은 천거할 천. ○懷는 품을 회. ○寃은 원통할 원. ○與는 줄 여. ○“與子孫之爲患”구절을 직역하면 “자손의 근심됨을 주다”이다. 글자수를 맞춰 운을 맞추려다 보니 글이 어색해진 것 같다. ○顯은 나타낼 현, 드러낼 현. ○雲仍(운잉)은 구름처럼 멀고도 아득한 자손을 뜻하는 말로 한 단어로 쓰인다. 자세히 말하자면, 雲孫은 8대손이고, 仍孫은 7대손이지만 雲仍(운잉)이라고 하면 아주 먼 자손을 뜻하는 관용어이다. ○豈는 어찌 기. ○因은 인할 인. 因+명사(구,절): ~에서 인하다. ~에서 기인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召는 부를 소. ○“不仁之召”는 직역하면 “불인(不仁)의 부름”이지만 위 문장에서는 之를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 조사 보다는 주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우리말에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之를 주격 조사로 볼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之는 관형격 조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다만 우리말로 옮길 때 문장에 따라서는 주격 또는 목적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을 뿐이다.
神宗皇帝御製, 遠非道之財, 戒過度之酒, 居必擇隣, 交必擇友, 嫉妬勿起於心, 讒言勿宣於口, 骨肉貧者莫疎, 他人富者莫厚, 克己以勤儉爲先, 愛衆以謙和爲首, 常思已往之非, 每念未來之咎, 若依朕之斯言, 治家國而可久。
신종 황제 어제에 이르기를, 도(道)가 아닌 재물을 멀리 하고, 도(度)를 지나친 술을 경계하라. 거함에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사귐에는 반드시 벗을 가려야 할 것이다. 질투를 마음에 일으키지 말며, 참언(남을 근거없이 헐뜯는 말)을 입에 뱉지 말 것이다. 골육빈자(가난한 일가)를 소원하게 대하지 말고, 부유한 남을 후하게 대하지도 말 것이다. 극기는 근검으로서 우선으로 삼고, 남을 사랑하는 것은 겸손과 화합으로서 첫째로 삼아야 하느니라. 항상 이미 지나간 날의 그릇됨을 생각하고, 매번 앞날의 허물을 생각할지니라. 만약 짐(朕)의 이 말을 믿고 의지한다면 집안이나 나라를 다스림에 장구(長久)할 수 있느니라.
(字義) ○신종 황제는 송(宋)나라의 여섯번째 임금이다. ○遠은 타동사로 “~을 멀리하다”의 뜻이다. ○擇은 가릴 택. 選擇(선택). ○讒은 참소(讒訴)할 참. (讒訴는 터무니 없는 사실로 남을 헐뜯어 웃사람에게 일러 바치는 일을 뜻한다) ○宣은 베풀 선. ○骨肉은 일가(一家)의 형제 친척을 비유한 관용어로서 한 단어로 쓰인다. 骨肉은 곧 血肉과 뜻이 같은 단어이다. ○疎(소)는 “(촘촘하거나 정제되지 않고) 성기다. 거칠다”의 뜻도 있고, “(친함, 인정) ~을 소원하게 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以A爲B= A로서 B로 삼다. A를 B로 여기다. ○咎는 허물 구. ○依는 의지할 의. ○朕(짐)은 황제의 자칭(自稱)이다.
高宗皇帝御製, 一星之火, 能燒萬頃之薪, 半句非言, 誤損平生之德。身被一縷, 常思織女之勞, 日食三飱, 每念農夫之苦。苟貪妬損, 終無十載安康, 積善存仁, 必有榮華後裔。福緣善慶, 多因積行而生, 入聖超凡, 盡是眞實而得。
고종 황제의 어제에 이르기를, 하나의 별똥별만한 작은 불꽃이라도 능히 수백만 이랑의 땔나무를 태워버릴 수도 있고, 한마디가 채 안되는 반 구절의 짧은 그릇된 말이라도 평생의 덕을 잘못 손상시킬 수 있느니라. 몸에 한 오라기의 실을 입어도 항상 베짜는 여자의 수고를 생각하고, 하루 세끼의 밥을 먹어도 매번 농부의 노고를 생각하라. 진실로 남을 질투하고 손해 끼치기를 탐하면 마침내 십년 동안 편안과 건강함이 없을 것이고, 선행을 쌓고 어진 마음을 지니면 반드시 영화로운 후손이 있을 것이로다. 복된 인연과 좋은 경사는 바른 행실을 쌓는 데서 기인하여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고 범상함을 뛰어넘는 것은 모두 진실된 뒤에야 얻어지는 것이니라.
(字義) ○能+술어: ~하기에 충분하다. 능히 ~할 수 있다. ○燒는 사를 소. “~을 불사르다. ~을 태우다”의 뜻이다. ○頃은 백(百)이랑 경. ○薪은 섶 신. 땔나무 신. ○誤는 잘못할 오. 여기서는 부사로 보는 것이 좋다. 誤譯(오역), 誤判(오판), 誤診(오류). ○縷는 실(오라기) 루. ○織은 짤 직. ○勞는 수고로울 로. ○飱은 밥 손. 저녁밥 손. ○苟(구)는 가정문을 만든다. “진실로 ~하면..”의 뜻이다. ①구차할 구. ②진실로 구. ○載는 실을 재. 여기서는 “해(年) 재”의 뜻이다. 千載一遇(천재일우)의 기회. ○存은 타동사로 “(마음, 심성, 품성 등등)~을 지니다. ~을 간직하다”의 뜻이다. ○裔는 후손 예. 後裔(후예).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盡은 ①다할 진. ②모두 진. 다 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盡是~: 모두 ~이다. 是는 “~이다(is)”의 뜻.
王良曰, 欲知其君, 先視其臣。欲知其人, 先視其友。欲知其父, 先視其子。君聖臣忠, 父慈子孝。
왕량이 말하였다. 그 임금을 알려면 먼저 그의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려면 먼저 그의 친구를 볼 것이며, 그 아비를 알려면 먼저 그의 자식을 보라. 임금이 거룩하면 신하는 충성스러울 것이요, 아비가 자애로우면 아들은 효성스러운 법이니...
(字義) ○왕량은 명(明)나라 사람. ○세 개의 댓구문에서 첫번째 其(지시 형용사)는 영어의 the나 that에 해당하고, 두번째 其(소유격 대명사)는 his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문맥상 매끄럽다.
家語云, 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
가어에 이르기를,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느니라.
(字義) ○家語는 孔子家語라는 책이름을 가리킨다. 공자의 언행이 기록되어 있지만 위작(僞作)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至는 술어로는 이를 지. 한정어로는 (명사나 술어를 한정할 때는) “지극한, 지극히”의 뜻이다. 至論(지론), 至誠(지성), 至難(지난), 至高至順(지고지순). ○徒는 ①무리 도. ②한갓 도.
許敬宗曰, 春雨如膏, 行人惡其泥濘, 秋月揚輝, 盜者憎其照鑑。
허경종이 말하였다. 봄비는 기름과 같으나(농작물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는 뜻) 행인은 그 비의 진창길을 싫어하고,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날리나 도둑은 그 달의 밝게 비침을 미워하느니라.
(字義) ○허경종은 당(唐)나라 사람. ○膏는 기름 고. ○惡은 미워할 오. ○其는 각각 春雨와 秋月을 받는다. 영어로 말하면 “its”의 뜻이다. ○泥는 진흙 니. ○濘은 진흙 녕. ○揚은 날릴 양. ○輝는 빛 휘. ○憎은 미워할 증. ○鑑은 ①거울 감. ②비칠 감.
景行錄云, 大丈夫, 見善明故, 重名節於泰山, 用心剛故, 輕死生於鴻毛。
경행록에 이르기를, 대장부는 선을 보는 것이 밝은 까닭에 명분과 절개를 태산보다도 중하게 여기고, 마음을 쓰는 것이 강직한 까닭에 사생(死生)을 홍모(鴻毛)보다도 가볍게 여기느니라.
(字義) ○重은 술어로 “~을 중하게 여기다.” 자동사로는 ①무겁다. ②신중하다. 진중하다. ③중요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於는 비교급을 나타낸다(than). ○剛은 굳셀 강. ○輕은 타동사로 “~을 가볍게 여기다”의 뜻. ○鴻은 기러기 홍. ○鴻毛는 “기러기의 털”이란 뜻으로 가벼움을 비유할 때 쓰는 단어이다.
悶人之凶, 樂人之善, 濟人之急, 救人之危。
남의 흉함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선을 즐거워하며, 남의 급한 것을 구제하고, 남의 위험한 것을 구하라.
(字義) ○悶은 민망할 민. ○濟는 ①건널 제. ②구제할 제. ○救는 구제할 구. 救濟(구제).
經目之事, 猶恐未眞, 背後之言, 豈足深信。
눈을 지나는 일, 즉 눈으로 직접 겪은 일이라도 오히려 참되지 아니할까 두려워 하거늘, 등뒤에서 하는 말을 어찌 깊이 믿을 수 있으리오?
(字義) ○經은 지날 경. “~을 지나다. ~을 겪다. ~을 경험하다”의 뜻이다. 經驗(경험), 經過(경과). ○猶는 부사로 오히려 유. ○豈는 어찌 기. ○深은 부사로도 잘 쓰인다. 즉, 술어 앞에 와서 甚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不恨自家蒲繩短, 只恨他家苦井深。
자기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쓴 우물이 깊다고 한탄하는구나.
(字義) ○恨(한)은 술어로 “~을 한탄하다, ~을 한하다”의 뜻이다. ○自家와 他家는 글자 그대로 꼭 자기 집과 남의 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自家建設(자가건설), 自家用(자가용), 自家保險(자가보험). ○蒲는 창포 포. ○繩은 노 승. “노”는 실, 삼, 종이 따위로 가늘게 비비거나 꼰 줄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蒲繩은 두레박 줄을 뜻한다. ○苦井은 아주 재미 있는 표현 같다. 마치 이솝 우화의 신 포도(sour grape)이야기에서 여우가 포도를 자기 능력으로 따먹을 수 없자 그 포도가 실 것이라 생각하여 자기 위안을 삼듯이, 여기서도 자기 능력이 모자란 것은 모르고 높은 목표를 체념하여, 한탄 섞인 투로 위안 삼아 뱉는 말이 바로 “苦井”이 아닌가 싶다. 또는 자기의 능력으로 도달하기 힘들고 수고롭다는 뜻에서 “苦井”이라 했을지도 모른다.
贓濫滿天下, 罪拘薄福人。
뇌물을 받고 참람(僭濫)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 죄는 박복한 사람만 잡는구나.
(字義) ○贓은 장물 장. 뇌물받을 장. ○濫은 넘칠 람. ○“贓濫”의 뜻을 정확히 제가 모르겠지만 濫을 참람(僭濫: 분에 넘치게 함부로 나서는 일)의 뜻으로 보고, “관리로서 뇌물을 받고, 또 분에 넘치게 함부로 행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의 뜻으로 풀어 보았다. ○拘는 잡을 구. 拘束(구속). ○薄은 엷을 박. 薄福(박복).
天若改常, 不風卽雨, 人若改常, 不病卽死。
하늘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로 비가 오고, 사람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병이 들지 않아도 바로 죽어버리느니라.
(字義) ○常은 부사, 명사, 술어, 그 어느 것으로도 쓰인다. 특히 명사로 쓰이는 常은 좋은 의미로, 일정한 법칙, 지켜야 할 변치 않는 도리, 즉 상도(常道)를 가리킨다. 옥편에 常을 “떳떳할 상”으로 풀어 놓았는데 “떳떳하다”라는 뜻 보다는 “일정하다. 변치 않다”의 의미이다. 庸도 “떳떳할 용”이라 풀었는데 역시, 떳떳하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일정하다는 뜻이다. 천지 자연의 순리처럼 영원히 변치 않고 일정한 법칙을 常이라고 할 뿐, 떳떳하다는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風과 病은 모두 술어로 쓰였다. 不다음에는 술어가 옴을 생각할 것.
●卽과 則은 같은 글자?
卽을 흔히 則과 같은 뜻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그 쓰임새가 전혀 다른 글자이다. 則은 두 문장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속사로서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하거나, 또는 일의 선후 관계를 나타낼 때 쓰이는 글자이고, 卽은 일종의 부사로서(술어 앞에서 한정하거나 또는 단순히 부사로) “곧, 바로, 당장”의 뜻이다. 卽死(즉사), 卽興(즉흥), 卽時(즉시), 一觸卽發(일촉즉발). 옥편에 卽과 則을 모두 “곧 즉”으로 풀어 놓아서 그 쓰임새마저 같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다른 글자임에 유의할 것
狀元詩云, 國正天心順, 官淸民自安, 妻賢夫過少, 子孝父心寬。
장원시에 이르기를, 나라가 바르면 천심(天心)도 순응할 것이요, 벼슬아치가 청렴하면 백성은 절로 편안할 것이며, 처가 어질면 지아비의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식이 효도하면 아버지의 마음은 너그러워지느니라.
(字義) ○장원급제 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壯元”이라고 쓰고, 중국에서는 위에서처럼 “狀元”이라고 쓴다. 오자(誤字)가 아니다. ○이 시는 5언 절구(五言節句)이다. 따라서 安과 寬은 운자이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順은 좇을 순. “순응하다. 순종하다”의 뜻이다. ○官은 벼슬 관.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청렴하다”는 뜻도 있다. ○少+명사(구): ~이 적다. 이 글에서는 술어가 모두 구(句)의 말미에 있으므로(順, 安, 寬) 少過라 하지 않고 주술 관계로 대치시켰다. ○寬은 너그러울 관. 寬容(관용), 寬大(관대).
子曰, 木受繩則直, 人受諫則聖。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무가 줄을 받으면 곧아지고, 사람이 간언을 받으면 거룩해지느니라.
(字義) ○繩은 노 승. ○則은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諫은 간할 간. 諫言(간언).
一派靑山景色幽, 前人田土後人收, 後人收得莫歡喜, 更有收人在後頭。
한 줄기의 청산에 경색이(경치가) 그윽한데, 앞사람의 전토(田土)를 뒷사람이 거두는구나. 뒷사람들은 거두어 들이는 것을 기뻐하지 말라. 다시 거두어 들일 사람이 또 뒤에 있으니...
(字義) ○派는 (물)줄기 파. ○景은 빛 경, 경치 경. ○景色은 경치(景致)와 같은 말로서 한 단어이다. ○幽는 그윽할 유. ○更은 다시 갱. ○頭는 여기서 “머리 두”라는 뜻이 아니라 앞에 붙는 명사를 구체화하거나 그 일부를 가리킬 때 관용적으로 붙이는 접미사이다. 街頭(가두), 念頭(염두), 先頭(선두), 話頭(화두), 口頭(구두).
蘇東坡云, 無故而得千金, 不有大福, 必有大禍。
소동파가 말하였다. 아무런 까닭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화가 있느니라.
(字義) ○故는 여기서는 명사로, 까닭 고.
康節邵先生曰, 有人來問卜, 如何是禍福, 我虧人是禍, 人虧我是福。
강절 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어느 사람이 점을 물으러 찾아 왔는데, 무엇과 같은 것이 화복(禍福)이 됩니까? 하거늘, 내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화(禍)이고, 남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복(福)이니라 하였다.
(字義) ○如何는 어찌해야? 무엇과 같아야? 등등의 뜻이다. ○有人에서 有는 “있을 유”의 1차적인 뜻이 아니다. 불특정한 대상을 지목할 때 붙여주는 관용어이다. 영어로는 “a”(부정 관사), “a certain of”의 뜻에 가깝다. 論語 첫머리에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有朋도 같은 용례이다. 이러한 용법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위에서 是는 모두 술어로서, “~이다(is)”의 뜻이다. ○虧는 이지러질 휴. 사람을 목적어로 받으면 일반적으로 “손해를 끼친다”는 뜻이다.
大廈千間, 夜臥八尺, 良田萬頃, 日食二升。
천 칸이나 되는 큰 집이라도 밤에 누우면 팔 척 뿐이요, 좋은 밭이 수백만 이랑이라도 하루 먹는 것은 두 되일 뿐이니라.
(字義) ○廈는 큰집 하. ○頃은 백이랑 경. ○良은 좋을 량. ○升은 되 승. “되”는 부피의 단위. 또는 술어로 “오를 승”으로도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久住令人賤, 頻來親也疎, 但看三五日, 相見不如初。
오래 머무르면 사람을 천하게 만들고, 자주 찾아 오면 친함도 소원해지느니라. 단지 사흘이나 닷새만 되도 서로 보는 것이 처음만 못한 것을 보아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고 疎와 初는 운자이다. ○令은 使와 같은 뜻으로 “令+A+술어”는 “A로 하여금 ~하게 하다”의 뜻. ○頻은 자주 빈. 頻度(빈도). ○也는 여기서 “또한”(亦)의 뜻이다. 현대 중국어에서 也는 주로 이 뜻으로 쓰인다. ○看은 그 뒷구절 전부, 즉 三五~~如初까지를 받는다.
渴時一滴如甘露, 醉後添盃不如無。
목마를 때 한방울의 물은 단 이슬과 같고, 술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渴은 목마를 갈. 渴症(갈증), 渴望(갈망). ○滴은 물방울 적. ○添은 더할 첨. 添加(첨가), 添附(첨부), 錦上添花(금상첨화). ○盃는 잔 배. 杯가 본자(本字)이고 盃는 속자(俗字)이다.
酒不醉人人自醉, 色不迷人人自迷。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여색이 사람을 미혹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色은 여색(女色)을 가리킨다. ○迷는 미혹할 미. 迷路(미로), 迷惑(미혹), 迷兒(미아).
公心若比私心, 何事不辨, 道念若同情念, 成佛多時。
공정한 마음을 만약 사심(私心)에 견주듯(비하듯) 하면 무슨 일인들 분별하지 못할 것이며, 도념(道念)을 정념(情念)과 같이 하면 성불(成佛)을 해도 여러번 하리라.
(字義) ○比는 견줄 비. 비할 비. 比較(비교). ○辨은 분별할 변. ○道念은 道에 대한 일념이고, 情念은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는 마음이라 하겠다. ○成佛은 “부처가 되다”의 뜻으로 한 단어로 쓰인다. 이 때 “成+명사”는 “~을 이룬다”는 뜻 보다는, “~이 되다”의 뜻으로 의역하는 것이 좋다.
濂溪先生曰, 巧者言拙者黙, 巧者勞拙者逸, 巧者賊拙者德, 巧者凶拙者吉。嗚呼, 天下拙, 刑政撤, 上安下順, 風淸弊絶。
염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교자는(巧者, 재주만 부리는 사람은) 말을 잘하고, 졸자는(拙者, 의미상 속으로 덕을 갖추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말이 없으며, 교자는 수고롭고 졸자는 편안하다. 교자는 도둑이요, 졸자는 덕인(德人)이며, 교자는 흉하고 졸자는 길하니라. 오호! 천하가 졸하면 형벌과 법이 철폐되어 위로는 편안하고 아래로는 순종하니, 풍속이 맑아지고 폐단이 끊어지리라.
(字義) ○염계(濂溪) 선생은 송(宋)나라의 대 유학자 주돈이(周惇頤)를 가리킨다. ○이 글은 다분히 도가적(道家的)인 색채가 강하다. 도가(道家)에서는 지혜와 작위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소박하고 졸박하게 살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 글에서도 졸박한 삶을 강조하며 또한 법이나 형벌 같은 인위적인 정치를 부정하는 말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巧者는 유학자들을 가리키고, 拙者는 도가의 성인(聖人)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주렴계(周濂溪) 선생이 대 유학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 글은 좀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가(儒家)나 도가(道家), 두 사상이 결국 지향하는 궁극점은 무위이치(無爲而治)의 정치이며, 다만 그 방법론을 달리할 뿐 상호 보완적인 사상 체계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면도 있다. ○巧는 재주 교. ○拙은 졸할 졸. ○逸은 편안할 일. ○賊은 ①도둑 적. ②해칠 적. 이 글에서는 ①의 뜻이다. 장자(莊子)는 그의 저서에서 유학자들을 도둑에 비유하여 비판한 일이 있다. 즉, 유학자들은 사람을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 가도록 하지 않고 온갖 인위적인 가치관들, 예를 들면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덕목들을 만들어 내어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괴리시키며 따라서 자연스럽지 못한 삶으로 몰아넣는 도둑떼들에 비유한 일이 있다. ○嗚呼(오호)는 감탄사이다. 즉, 뜻이 있는 글자가 아니라, 감탄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刑은 형벌 형. ○政은 ①정치 정. ②정치를 위한 온갖 법과 질서를 뜻하기도 한다. ○撤은 거둘 철. 撤廢(철폐). ○弊는 폐단 폐. 弊端(폐단), 民弊(민폐).○絶은 끊을 절.
易曰, 德薄而位尊, 智小而謀大, 無禍者, 鮮矣。
주역에 이르기를, 덕은 박한데 지위가 높고, 지혜는 작은데 도모함이 큰 사람들 중에 화(禍)가 없는 자는 드무니라.
(字義) ○易은 주역(周易)을 말한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는 자주 쓰이는 구문으로 “~하는 것이 드물다. ~하는 사람이 드물다”의 뜻이다. 者는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說苑云, 官怠於宦成, 病加於小愈, 禍生於懈惰, 孝衰於妻子, 察此四者, 愼終如始。
설원에 이르기를, 관리는 벼슬이 이루어지는 데서 게을러지고, 병은 조금 나은 데서 더하여지고, 화는 게으른 데서 생기며, 효는 처자를 보살피는 데서 쇠약해지나니, 이 네 가지 것을 살펴서 삼가 처음과 같이(처음에 지녔던 본 마음을 간직한 채) 마쳐야 할 것이다.
(字義) ○설원은 한(漢)나라 때 지어진 책. ○官은 벼슬 관. ○宦은 벼슬 환. ○怠는 게으를 태. ○愈는 ①나을 유 (~이 더 낫다) ②(병이) 나을 유. ③더욱 유.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癒와 같은 말이다. 快癒(쾌유). ○懈는 게으를 해. 精神解弛(정신해이). ○惰는 게으를 타. ○四者에서 者는 “사람 자”가 아니라, “것 자”이다. 者가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님을 알아둘 것. ○愼은 삼갈 신.
器滿則溢, 人滿則喪。
그릇이 가득차면 넘치 듯이 사람이 가득차면 잃게 되느니라.
(字義) ○則앞의 문귀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溢은 넘칠 일. 海溢(해일). ○喪은 잃을 상. 喪失(상실).
尺璧非寶, 寸陰是競。
한 자 되는 둥근 옥이 보배가 아니라, 촌음(아주 짧은 시간)이 바로 다툴 것이로다.
(字義) ○尺은 자 척. “자”는 길이의 단위. ○璧은 둥근옥 벽. 完璧(완벽)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고, 非는 “~이 아니다(is not)”의 뜻이다.
羊羹雖美, 衆口難調。
양고기 국이 비록 맛있으나, 여러 입을 고르게 맞추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羹은 국 갱.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주어는 雖앞에다 쓴다. ○美는 “맛이 좋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調는 고를 조. “고르게 맞추다. 조절하다”의 뜻이다. 調律(조율), 調節(조절).
白玉投於泥塗, 不能汚涅其色, 君子行於濁地, 不能染亂其心, 松栢可以耐雪霜, 明智可以涉艱危。
백옥은 진흙 땅에 던져져도 그 백옥의 색을 시꺼멓게 더럽힐 수는 없으며, 군자는 탁지(濁地)에 가더라도 그의 마음을 더럽히거나 어지럽게 할 수는 없느니라. 따라서 송백(松栢)은 눈과 서리를 견디어 낼 수 있고, 밝은 지혜는 어렵고 위급함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니라.
(字義) ○泥는 진흙 니. ○塗는 ①바를 도. 塗褙(도배). ②진흙 도. 塗炭(도탄) ③길 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涅은 개흙(검은 진흙) 녈, 검은물들일 녈. 불교 용어로도 쓰인다. 즉, 涅槃(열반). ○濁은 흐릴 탁. ○染은 물들일 염, 더럽힐 염. ○栢은 측백나무 백. 우리나라에선 잣나무란 의미로 쓰임.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耐는 견딜 내. 堪耐(감내). ○涉은 건널 섭. ○艱은 어려울 간. 생활이나 처지가 궁핍하고 어렵다는 뜻이지, 難처럼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難에는 艱의 뜻도 있다. 艱難(간난․가난).
入山擒虎易, 開口告人難。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워도, 입을 열어 남에게 충고하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易,~~難”의 대칭구조를 파악할 것. ○入~: ~에 들어가다. ○擒은 사로잡을 금. ○告는 고할 고. 여기서는 의미상 충고(忠告)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즉,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어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면서 좋은 길로 나아가도록 충고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잘못 충고하면 오히려 그 친분마저 소원해질 수 있으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孔子께서 이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論語의 그 글귀를 옮겨 보기로 하겠다. “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無自辱焉” (자공이 벗사귐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친구에게 나쁜 점이 있으면 충고를 하여 잘 이끌어 주되, 되지 않거든 그만두어 자신에게 욕됨이 없도록 해야 하느니라)
遠水不救火, 遠親不如隣。
먼 곳의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할 것이요, 먼 곳의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하느니라.
(字義) ○救는 구제할 구. 救火는 불을 끈다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어이다.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함만 못하다. ○隣은 이웃 린. 隣近(근린).
太公曰, 日月雖明, 不照覆盆之下, 刀劍雖快, 不斬無罪之人, 非災橫禍, 不入愼家之門。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해와 달이 비록 밝으나 엎어 놓은 동이 속을 비출 수는 없으며, 칼이 비록 장쾌하기는 하나 죄 없는 사람을 참(斬)할 수는 없다. 그릇된 재앙이 횡화(뜻하지 않은 화)이긴 하나 삼가는 집의 문에는 들어오지 않느니라.
(字義) ○日은 ①해, ②날, ③낮 등등 3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覆은 ①엎을 복 ②덮을 부. 여기서는 “복”으로 읽는다. 즉 ①의 뜻이다. ○盆은 동이 분. 花盆(화분). ○覆盆之下는 뒤엎어 놓은 동이의 아래이므로 빛이 들어가는 동이의 구멍을 막아 놓은 상태이다. 즉 이 글귀를 의역하면, 해와 달이 아무리 밝아도 엎어 놓은 동이 속으로는 빛이 못들어간다는 뜻이다. ○斬은 벨 참. 斬首(참수). ○災는 재앙 재.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여기서는 “빗기다”라는 말에서 의미가 심화되어 뜻하지 않게 닥치는 것을 말한다. 橫財(뜻하지 않게 얻은 재물), 橫災(뜻하지 않게 닥친 재앙), 橫死(뜻하지 않은 죽음) ○入~:~에 들어가다.
太公曰, 良田萬頃, 不如薄藝隨身。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밭의 수백만 이랑은 작은 재주 하나가 몸에 따르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頃은 백(百)이랑 경. ○良은 ①어질 량. ②좋을 량. ○不如+(명사구):~만 못하다. 不如+(서술문):~함만 못하다. ○藝는 재주 예. ○隨는 따를 수.
性理書云, 接物之要, 己所不欲, 勿施於人, 行有不得, 反求諸己。
성리서에 이르기를,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요체(要諦)는 자기가 원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요, 행하고도 얻지 못하는 것이 있거든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해야 하느니라.
(字義) ○接은 접할 접. 待接(대접), 應接(응접), 接待(접대). ○物은 일 물. 만물 물. 때에 따라서는 여기서처럼,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즉 接物之要는 接人之要와 같은 말이다. ○要는 명사로 긴요한 것, 필요한 것, 요점, 요체 등등의 뜻이다. ○“己所不欲, 勿施於人”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아주 유명하다. 이 말은 그의 제자인 중궁(仲弓)이 인(仁)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답한 글귀 중에 들어있다. ○“反求諸己”는 유가(儒家)에 관한 책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는 문구로 거의 관용구가 되다시피한 말이다. ○諸는 어조사 저. “술어+諸~”는 “술어+之+於~”와 비슷하다. 즉, 反求之於己로도 쓸 수 있다.
酒色財氣四堵墻, 多少賢愚在內廂, 若有世人跳得出, 便是神仙不死方。
주색재기(술, 여색, 재물, 기운)의 네가지의 담장이 쳐진 곳에(이 세상을 빗댄 말) 수많은 어진이와 어리석은 이가 행랑에 있도다. 만약 세상 사람이 (이곳을) 뛰쳐 나갈 수 있다면 이것은 곧 신선처럼 죽지 않는 방법이니라.
(字義) ○堵는 담 도. ○墻은 담 장. ○多少는 우리말로는 부사어 또는 관형어로 “얼마 안되는 조금”의 뜻이지만, 한문에서는(현대 중국어 포함) 관형어로서 “많은~”의 뜻이다. 즉, 多는 술어로 “多+명사: ~이 많다”의 뜻이고, 多少는 관형어로서 “多少+명사(A)”하면 “많은 A”의 뜻이 된다. ○廂은 행랑 상. 행랑은 대문간에 붙어 있는 방을 말한다. ○跳는 뛸 도.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是는 “~이다”의 뜻. ○便是~: 곧 ~이다. 위의 번역문에서 “이것은”이라고 번역을 하였으나 이는 是자를 해석한 것이 아니고 다만,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해주기 위해 주어를 덧붙인 것뿐이다. 是는 술어이고,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면 써주지 않는다. ○方은 ①바야흐로 방 ②모 방 (네모지다. 네모반듯하다. 바르다. 품행이 방정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③방법 방 (처방이란 뜻도 있다). ④방향 방. 위에서는 ③의 뜻, 즉 방법, 처방이란 뜻이다.
省心篇下終
立敎篇
입교편에서는 세상살이의 기본적인 교훈이 될만한 문귀들을 모아 놓았다. 처음의 계획과 기본 자세가 잘 서야 이를 바탕으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大學에 이런 글귀가 있다. “만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으며,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나니, 먼저하고 뒤에 할 것을 알면 道에 가까운 것이니라”라고 하였으니 곧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들은 정작 말단(末端)만을 쫓는 것은 아닌지 이 편(篇)을 통해서 생각해 볼 일이다.
子曰, 立身有義而孝爲本, 喪祀有禮而哀爲本, 戰陣有列而勇爲本, 治政有理而農爲本, 居國有道而嗣爲本, 生財有時而力爲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입신(立身)에는 의(義)가 있으니 효(孝)가 근본이 되고, 초상(初喪)과 제사(祭祀)에는 예(禮)가 있으니 슬픔이 근본이요, 싸움터에는 열(列)이 있으니 용맹이 근본이며, 정사(政事)를 다스림에는 이치(理致)가 있으니 농사가 근본이 되고, 나라에 거함에는 도(道)가 있으니 대(代)를 잇는 것이 근본이 되며, 재물을 내는 데에는 때가 있으니 힘이 근본이니라.
(字義) ○立身(입신)은 세상에 출세하여 이름을 높이거나 영달함을 뜻한다. ○공자의 말씀중에 “신체발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며, 입신출세하여 부모의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것이 효(孝)의 끝이다”라고 하였으니, 立身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입신에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있으니 바로 효(孝)가 그 근본이다. ○초상과 제사에는 엄격한 절차, 즉 예(禮)에 따라야 하지만, 그 근본은 어디까지나 슬퍼하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논어(論語)에 다음과 같은 공자의 말씀이 있다. “상사(喪事)는 형식을 잘 갖추기 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하느니라.” ○戰陣은 ①전쟁을 하기 위해 벌여 놓은 진(陣). ②전쟁터. 등등 2가지의 뜻이 있다. ○전쟁터에서는 열(列)을 잘 갖춰 싸우는 것도 중요한 전술이지만, 어디까지나 그 근본은 군사들의 사기와 용맹에 있다 할 것이다. ○농경 사회에서 정치의 근본은 당연히 농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농번기에 농민들을 부역에 동원하다든지, 또는 농민들에게 과다한 세금을 매긴다든지 하는 일들은 모두 이치에 어긋나는 일들이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나라에 거함에는 대(代)를 이어 종묘사직을 굳건히 하는 것이 바로 군주의 도리일 것이다. ○生은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을 생기게 하다.
景行錄云, 爲政之要, 曰公與淸。成家之道, 曰儉與勤。
경행록에 이르기를, 위정(爲政)의 요체는 공평과 청렴이라 할 것이요, 집안을 이루는 길은 근검과 근면이라 할 것이다.
(字義) ○爲는 ①할 위. ②될 위. ③위할 위. ④~으로 여기다. ~으로 삼다. ⑤~을 만들다. ~을 짓다. 위에서는 ①의 뜻이다. ○要는 명사로는 요긴한 것, 긴요한 것, 요점, 요체 등의 뜻이다. ○與는 “~와”의 뜻. ○淸은 청렴하다는 뜻. ○勤은 부지런할 근.
讀書起家之本, 循理保家之本, 勤儉治家之本, 和順齊家之本。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이치를 쫓는 것은 집안을 보존하는 근본이며, 근검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 화순(화목하고 순종하는 것)은 집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이니라.
(字義) ○循은 쫓을 순. 돌 순. 循環(순환). ○順은 따를 순. 순응할 순. 順序(순서), 順應(순응), 順從(순종).
孔子三計圖云, 一生之計在於幼, 一年之計在於春, 一日之計在於寅。幼而不學, 老無所知, 春若不耕, 秋無所望, 寅若不起, 日無所辦。
공자의 삼계도(세가지의 계획)에 이르기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그러므로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를 판단할 바가 없느니라.
(字義) ○計(계)는 꾀, 계획, 계책 등등의 뜻이다. ○圖는 도모할 도. 그림 도. ○A+在(於)+B= A가 B에 있다. 이 때 於는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윗 문장에서는 글자수를 맞춰 리듬감을 준다. 즉, 4.3 4.3의 운율을 느끼게 한다. ○幼는 어릴 유. ○寅(인)은 寅時를 가리킨다. 즉, 지금의 오전 3~5시를 말한다. 위에서는 단순히 “새벽”이라고 번역했다. ○辦은 판단할 판.
性理書云, 五敎之目,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
성리서에 이르기를, 오교(다섯가지 가르침)의 조목은 부자간에는 친함이 있어야 하고, 군신간에는 의(義)가 있어야 하며, 부부간에는 분별이 있어야 하고, 어른과 아이간에는 차례가 있어야 하며, 붕우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느니라.
(字義) ○目은 조목 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三綱, 君爲臣綱, 父爲子綱, 夫爲婦綱。
삼강은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되며, 지아비는 지어미의 벼리가 되는
것이니라.
(字義) ○綱은 벼리 강. 벼리는 우리말로,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서 오므렸다 폈다 하는 줄을 뜻한다. 즉, 위에서 말한 세가지의 “벼리”는 위에서 통제하고, 총괄함을 비유한 말이다.
王蠋曰, 忠臣不事二君, 烈女不更二夫。
왕촉이 말하였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고, 열녀는 두 남편을 고치지 아니한다.
(字義) ○事는 술어로는 ①~을 섬기다. ②~을 일삼다. 주로 ①의 뜻으로 쓰인다. ○烈은 매울 렬. 비유적으로 지조나 절개가 굳고 열렬함을 말하기도 한다. 烈士(열사), 忠烈(충렬). ○更은 부사로는 다시 갱, 술어로는 고칠 경.
忠子曰, 治官莫若平, 臨財莫若廉。
충자가 말했다. 벼슬일을 다스림에는 공평함 만한 것이 없고, 재물에 임해서는 청렴함 만한 것이 없다.
(字義) ○官은 벼슬 관. 관가(官家) 관. 일(事) 관. ○莫은 ①금지사로서의 막. ②없을 막. 莫若(또는,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이 최고다. 莫非+명사(절): ~이 아닌 것이 없다. 莫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臨은 임할 임. ~에 임하다. ○廉은 청렴할 렴. 淸廉(청렴).
張思叔座右銘曰, 凡語必忠信, 凡行必篤敬, 飮食必愼節, 字劃必楷正, 容貌必端莊, 衣冠必肅整, 步履必安詳, 居處必正靜, 作事必謀始, 出言必顧行, 常德必固持, 然諾必重應, 見善如己出, 見惡如己病, 凡此十四者, 皆我未深省, 書此當座隅, 朝夕視爲警。
장사숙의 좌우명에 이르기를, 모든 말은 반드시 정성되고 신의가 있어야 하고, 모든 행동은 반드시 독실하고 조심해야 하며, 음식은 반드시 삼가고 절제하여야 하며, 글씨는 반드시 똑바르게 써야 하며, 용모는 반드시 단정하여야 하고, 의관은 반드시 엄숙하고 바르게 하여야 하며, 걸음 걸이는 반드시 안정되고 차분해야 하며, 거처는 반드시 바르고 고요해야 하며, 일을 꾸밀 때는 반드시 시작을 잘 꾀하여야 하고, 말을 할 때는 반드시 행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 보아야 하며, 평상(平常)의 덕을 반드시 굳게 지녀야 하고, 승낙은 반드시 신중하게 응해야 하며, 선한 일을 보기를 내게서 나오듯이 하며, 악한 일을 보기를 내 병인 듯 하여야 하느니라. 무릇 이 14가지 것을 모두 나는 아직 깊이 성찰하지 못하였으니, 이를 글로 써서 자리의 구석에 붙여 놓고는 아침 저녁으로 보고서 경계로 삼으리라.
(字義) ○이 좌우명은 오언(五言)으로 되어 있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그리고 2,4,6,8,10,12,14구(句)가 모두 운을 맞추고 있는 점도 보면서 읽으면 운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①과 ②의 뜻은 별 차이가 없으므로 문장에 따라 적절히 해석한다. ○忠은 충성 충. 정성 충. 忠을 꼭 임금이나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 忠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정성되고 진실된 마음을 뜻하는 글자이다. 여기서도 忠은 나라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敬은 ①공경할 경. ②삼갈 경. 조심할 경. 敬은 누구를 공경한다는 뜻도 있지만 행동이나 말을 조심하고 신중히 한다는 뜻도 있다. ○節은 술어로 절약(절제)할 절. ○楷는 해서 해. 해서(楷書)는 서체의 하나로 똑바로 쓰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楷는 “바르다”는 뜻도 있다. ○莊은 ①씩씩할 장. ②단정할 장.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肅은 엄숙할 숙. ○步는 명사로는 걸음 보. 술어로는 밟을 보. ○履는 신 리. 술어로는 밟을 리. ○安詳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성질이 찬찬하고 자세하다는 뜻이다. ○常은 항상 상. ○書는 술어로는 “~을 쓰다”의 뜻이다. ○隅는 구석 우. ○爲는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 ○警은 경계할 경.
范益謙座右戒曰, 一不言朝廷利害邊報差除, 二不言州縣官員長短得失, 三不言衆人所作過惡之事, 四不言仕進官職趨時附勢, 五不言財利多少厭貧求富, 六不言淫媟戱慢評論女色, 七不言求覓人物干索酒食。
범익겸의 좌우계에 이르기를, 첫째, 조정의 이해(利害), 변방의 보고(報告)와 벼슬자리에 파견되고 제수되는 것을 말하지 말라. 둘째, 주현(州縣) 관원(官員)들의 장단(長短)이나 득실(得失)을 말하지 말라. 셋째, 뭇사람들이 짓는 바, 과실과 악행의 일들을 말하지 말라. 넷째, 관직에 벼슬하여 나아가고, 또는 시세를 쫓고 부합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다섯째, 재물의 이익이 많고 적음과 가난을 싫어하고 부(富)를 구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여섯째, 음란하며 외설적이고 희롱하며 업신여기는 것과 여색을 논평하는 말을 하지 말라. 일곱째, 남의 물건을 구하거나 술과 음식을 구하는 말을 하지 말라.
(字義) ○원문의 글이 길어서 두 단락으로 짤라서 싣는다. ○邊은 가 변. 변방 변. ○差는 ①어긋날 차. ②가릴(擇) 차. ③보낼(送) 차. 현대에는 주로 ①의 뜻으로만 쓰이나, 위에서 差除란 한 단어로 벼슬에 임명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즉, 差는 사람을 가려서 벼슬자리로 보낸다는 뜻이다. 差使(차사): 중요한 임무를 위해 파견하던 임시직. 咸興差使(함흥차사). 差遣(차견): 사람을 시켜서 보냄. ○除는 ①제할 제 (~을 제거하다, ~을 없애다). ②벼슬줄 제 (벼슬을 除受하다). ○言은 뒤로 절을 받아서 “~을 말하다”의 뜻. (= say that~) ○長短은 장점과 단점. ○得失은 얻고 잃은 것, 성공과 실패, 잘하고 잘 못한 일. ○趨(추)는 ①종종걸음으로 걷다. 종종걸음으로 몸을 삼가고 조심히 걷다. ②(주로 시세, 이익 등을 따라) ~을 쫓다. 달려가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附는 ①더할 부. ②의지할 부.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아부(阿附)하다, 부합(附合)하다. 등등의 뜻이다. ○媟은 거만할 설. 또는 褻(설)과 통하는 글자이다. 즉, 음이 같기 때문에 혼용해서 쓴다. 여기서는 외설스럽다는 뜻이다. ○覓은 구할 멱. ○干은 ①간섭할 간. ②구할 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索은 찾을 색.
又曰, 一人付書信不可開坼沈滯, 二與人幷座不可窺人私書, 三凡入人家不可看人文字, 四凡借人物不可損壞不還, 五凡喫飮食不可揀擇去取, 六與人同處不可自擇便利, 七凡人富貴不可歎羨詆毁, 凡此數事有犯之者, 足以見用心之不肖, 於存心修身, 大有所害, 因書以自警。
또 이르기를, 첫째, 남이 부친 서신을 함부로 뜯거나 또는 전달하지 않고 묵혀 두어서는 안된다. 둘째,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이 앉아서는 남의 개인적인 편지를 엿보아서는 안된다. 셋째, 무릇 남의 집에 들어가서는 남이 사사로이 적어 놓은 글자들을 보아서는 안된다. 넷째, 무릇 남의 물건을 빌려와서는 손상 또는 파괴하거나, 되돌려 주지 않아서는 안된다. 다섯째, 무릇 음식을 먹고 마실 때는 가리거나 버려서는 안된다. 여섯째, 남과 같이 처할 때는 편리를 스스로 가려서는 안된다. 일곱째, 무릇 남의 부귀를 감탄하여 부러워하거나 흉보고 헐뜯어서는 안된다. 무릇 이 여러가지 일들을 범하는 자는 마음 씀씀이가 불초(不肖)하여 존심(存心)과 수신(修身)에 해로운 바가 크게 있음을 보기에 충분하다. 그리하여 글을 써서(以) 스스로 경계하노라.
(字義) ○付는 ①줄 부 ②부탁할 부 ③(편지 등을) 부칠 부. ○書는 술어로는 “쓸 서” 명사로는 ①책 서. ②편지 서. 두 번째 글귀의 私書의 書도 편지라는 뜻이다. ○坼은 ①터질 탁. ②(편지 등을) 뜯다. 坼封(탁봉). ○滯는 막힐 체. ○幷은 아우를 병. ○窺는 엿볼 규. ○擇은 가릴 택. ○羨은 부러울 선. 羨望(선망)의 대상. ○詆는 꾸짖을 저. ○足以+술어: ~하기에 족하다. 족히 ~할 수 있다. ○肖는 닮을 초. 不肖는 부형(父兄)의 덕을 닮지 못한 못난 사람이란 뜻으로 자신을 겸손히 낮추어 이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자신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고 단순히 불민하고 덕이 없다는 뜻이다. ○存은 타동사로 “~을 지니다.” 存心은 맹자의 말씀에서 비롯된 말로, 인간 본연의 선한 마음을 악에 물들이지 않고 굳게 지닌다는 뜻이다. ○因은 인할 인. 因은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는 뜻도 있고, 또는 여기서처럼 앞 문장을 받아서 “그리하여, 그래서, 인하여”의 뜻으로도 쓰인다.
武王問太公曰, 人居世上, 何得貴賤貧富不等, 願聞說之, 欲知是矣。太公曰, 富貴如聖人之德, 皆由天命, 富者用之有節, 不富者家有十盜。
무왕이 태공에게 물어 말하였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찌하여 귀천과 부귀가 같을 수 없는가? 원컨대 그것에 대해 말씀을 듣고 그 까닭을 알고 싶소이다. 태공이 말하였다. 부귀는 성인의 덕과 같아서 모두 천명에 말미암거니와, 부유한 자는 씀씀이에 절제가 있으나 부유하지 못한 자는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있나이다.
(字義) ○이 글 역시 원문이 길어서 몇 단락으로 구분지어 놓았다. ○武王은 周나라의 임금으로 은(殷)의 폭군 주(紂)를 멸하고 중국을 통일했다. ○太公은 흔히 일컫는 강태공(姜太公)을 지칭한다. ○居는 ~에 살다. ~에 거하다. ○得은 ~을 얻다. 또는 得다음에 술어가 와서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위 문장에서는 후자를 택해서 번역했다. 즉, 得이 不等에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由(유)~: ~에서 말미암다. ○用之有節에서 之는 어조사(語助詞)로 用之는 명사구이다. A+有+B: A에 B가 있다.
武王曰, 何爲十盜。太公曰, 時熟不收爲一盜, 收積不了爲二盜, 無事燃燈寢睡爲三盜, 慵懶不耕爲四盜, 不施工力爲五盜, 專行巧害爲六盜, 養女太多爲七盜, 晝眠懶起爲八盜, 貪酒嗜慾爲九盜, 强行嫉妬爲十盜。
무왕이 말했다. 무엇이 열가지 도둑이 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때가 무르익었는데도 곡식을 거두어 들이지 않는 것이 첫번째 도둑이요, 곡식을 거두어 쌓아두기를 마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도둑이고, 아무일도 없이 등불을 켜놓고 잠자는 것이 세번째 도둑이요, 게을러서 밭을 갈지 않는 것이 네번째 도둑이요,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 다섯번째 도둑이요, 꾀만 부려 남을 해치는 일만 오로지 행하는 것이 여섯째 도둑이요, 딸 기르기를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이 일곱째 도둑이요, 낮까지 잠자고 게을리 일어나는 것이 여덟째 도둑이요, 술 마시기를 탐하며 즐기는 것이 아홉째 도둑이요, 억지로 행하고 남을 질투하는 것이 열번째 도둑입니다.
(字義) ○熟은 익을 숙. ○爲는 될 위. ○何爲는 일반적으로는 爲가 “위할 위”의 뜻으로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왜?” 등등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爲가 “될 위”의 뜻이다. ○了는 마칠 료. ○燃은 탈 연. ○睡는 잠잘 수. ○慵은 게으를 용. ○懶는 게으를 라. ○專은 부사로, 오로지 전. ○嗜은 즐길 기. ○强은 부사로, 억지로 강. 强+술어; 억지로 ~하다. ○嫉은 질투할 질.
武王曰, 家無十盜, 不富者, 何如。太公曰, 人家必有三耗。武王曰, 何名三耗。太公曰, 倉庫漏濫不蓋, 鼠雀亂食爲一耗, 收種失時爲二耗, 抛撒米穀穢賤爲三耗。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못한 자는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세가지 소모함이 있습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무엇을 세가지 소모라고 이름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창고가 세어 밖으로 넘쳐나 쥐와 참새들이 어지럽게 먹어대는 것이 첫번째 소모함이요, 거두고 씨뿌리는데 때를 놓치는 것이 두번째 소모함이요, 곡식을 버리고 흩뿌려 더럽고 천하게 하는 것이 세번째 소모함입니다.
(字義) ○何如:~과 같은가? 어떠한가? ○耗는 소모할 모. ○名은 여기서 술어로 쓰였다. ○倉은 곳집 창. ○庫은 곳집 고. 漏는 셀 루. ○濫은 넘칠 람. ○蓋는 덮을 개. ○鼠는 쥐 서. ○雀은 참새 작. ○亂은 여기서 부사로 쓰였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抛는 버릴 포. ○撒은 뿌릴 살. 撒布(살포). ○穢는 더러울 예.
武王曰, 家無三耗, 不富者, 何如。太公曰, 人家必有一錯二誤三痴四失五逆六不祥七奴八賤九愚十强, 自招其禍, 非天降殃。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세가지 소모함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않은 자는 왜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일착, 이오, 삼치, 사실, 오역, 육불상, 칠노, 팔천, 구우, 십강이 있으니, 그 화를 스스로 부르는 것이요,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字義) ○錯은 어긋날 착. ○痴는 癡의 속자이다. 어리석을 치. ○招는 부를 초. ○自는 술어와 붙어서 잘 쓰인다. ○殃은 재앙 앙. ○非+명사구(절): ~이 아니다.
武王曰, 願悉聞之。太公曰, 養男不敎訓爲一錯, 嬰孩勿訓爲二誤, 初迎新婦不行嚴訓爲三痴, 未語先笑爲四失, 不養父母爲五逆, 夜起赤身爲六不祥, 好挽他弓爲七奴, 愛騎他馬爲八賤, 喫他酒勸他人爲九愚, 喫他飯命朋友爲十强。武王曰, 甚美誠哉, 是言也。
무왕이 말하였다. 원컨대 그것을 다 듣고 싶습니다. 태공이 대답하였다. 사내아이를 기르는데 가르치지 아니함이 일착(첫째 착오)이요, 어린 아이를 훈계하지 않는 것이 이오(두번째 오류)이요, 신부를 처음 맞아들여서 엄한 훈계를 행하지 않는 것이 삼치(세번째 어리석은 짓)이요,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웃어버리는 것이 사실(네번째 실수)요,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오역(다섯째 거스름)이요, 밤에 발가벗은 몸으로 일어나는 것이 육불상(여섯째 상서롭지 못한 일)이요, 남의 활을 당기기를 좋아함이 칠노(일곱째 노비같은 짓)이요, 남의 말을 타기를 좋아함이 팔천(여덟째 천한 짓)이요, 남의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 구우(아홉째 어리석은 짓)이요, 남의 밥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먹기를 명하는 것은 십강(열번째 강요)입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매우 아름답고 진실하도다. 그 말씀이여!!
(字義) ○悉은 다 실. 모두 실. ○嬰은 어릴 영. ○孩은 아이 해. ○迎은 신부를 맞아들인다는 뜻이다. 즉, 親迎(신랑이 신부를 친히 맞아 들임)의 뜻이다. ○赤은 붉을 적. 발가벗을 적. “赤子”는 발가벗은 갓난 아이를 가리킨다. ○挽은 당길 만. ○騎는 말탈 기. ○마지막의 是는 지시형용사로 “이 시”자(字)이다.
立敎篇終
治政篇
치정편에서는 정사(政事)를 다스리는 관리들에게 교훈이 될만한 문귀들이 실려 있다. 요즘처럼 부정부패, 복지부동 등으로 오명을 날리고 있는 공무원 사회에 귀감이 될만한 편(篇)이다. 그중에서 세 번째 글귀의 淸(청렴), 愼(근신), 勤(근면)은 적어도 공복(公僕)으로서, 공무원들이 지녀야할 윤리가 아니겠는가?
明道先生曰, 一命之士, 苟存心於愛物, 於人必有所濟。
명도 선생이 말씀하셨다. 처음 벼슬하는 선비라도 진실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다면 사람들에게 반드시 도움을 주는 바가 있으리라.
(字義) ○명도 선생은 북송(北宋)의 유학자. 성(姓)은 정(程), 이름은 호(顥)이다. 그 동생은 이름이 이(頤)이고, 호는 伊川(이천) 先生으로, 흔히 그 두 형제를 정자(程子)라고 일컫는다. ○一命之士; 처음 벼슬하는 선비로 요즘의 말단 직원과 같다. ○苟는 진실로 구. “진실로 ~하면”의 뜻으로 가정으로 해석한다. ○存은 타동사로 “(심성, 마음, 품성 등등) ~을 지니다”의 뜻. ○物은 나 이외의 사물, 또는 다른 사람을 뜻한다. 남이란 뜻에서 人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濟는 ①건널 제. ②구제할 제.
唐太宗御製云, 上有麾之, 中有乘之, 下有附之, 幣帛衣之, 倉廩食之, 爾俸爾祿, 民膏民脂, 下民易虐, 上蒼難欺。
당나라 태종의 어제에 이르기를, 위에서는 지휘하고, 중간에서는 이를 이어 다스리고, 아래에서는 이에 부합할지니라. 백성이 바친 폐백으로는 옷을 해 입고, 백성이 바친 곳간의 쌀로는 음식을 먹으니, 너의 봉록(俸祿)은 모두 다 백성의 기름과 살쩜이도다. 백성을 학대하기는 쉬우나, 저 위 푸른 하늘을 속이기는 어려운 법이로다.
(字義) ○당 태종은 당나라의 두 번째 임금이다. ○御製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는 말은 임금을 가리키고, 製는 지을 제. ○麾는 휘두를 휘. 麾之에서 之는 어조사(語氣助詞)이다. 아래의 乘之, 附之, 衣之, 食之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乘은 탈 승. ○附는 더할 부. 의지할 부. ○幣는 폐백 폐. ○帛은 면 백. ○衣는 술어로 “~을 입다”의 뜻. ○倉은 곳간 창. ○廩은 곳간 름. ○爾는 너 이. 이 문장에서는 바로 당 태종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俸祿(봉록)은 녹봉(祿俸), 즉 지금의 월급, 봉급에 해당하는 말이다. ○膏는 기름 고. ○脂는 비계 지. ○下民: 아랫 백성을 뜻하는 한 단어이다. ○易+술어: ~하기 쉽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蒼은 푸를 창. ○上蒼은 바로 하늘을 비유한 말이다.
童蒙訓曰, 當官之法, 唯有三事, 曰淸曰愼曰勤, 知此三者, 知所以持身矣。
동몽훈에 이르기를, 관직에 임해야 하는 법에는 오직 세가지 일이 있으니, 청렴이라 할 것이요, 신중이라 할 것이요, 근면이라 할 것이다. 이 세가지 것을 알면 몸을 지니는 방도를 안다 할 것이다.
(字義) ○當은 당할 당. “(상황, 처지, 때 등등에) 당하다”의 뜻이다. 부사로는 “마땅히”의 뜻도 있다.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흔히 청렴하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三者의 者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것 자”이다. 즉, “세가지 것”이란 뜻이다. ○“所以+술어”는 한 단어처럼 여겨 “까닭” 또는 “방법”의 뜻으로 해석한다.
當官者, 必以暴怒爲戒, 事有不可, 當詳處之, 必無不中, 若先暴怒, 只能自害, 豈能害人。
관직에 임한 자는 반드시 사납게 성내는 것을 경계로 삼아야 한다. 일에 불가(不可)한 것이 있거든 마땅히 상세히 처리하면 반드시 들어 맞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만약 먼저 사납게 성을 내면 다만 스스로를 해칠 뿐이지 어찌 남을 해치겠는가?
(字義) ○當官者의 當은 술어로 당할 당. 當詳處之에서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참고로 전자는 當다음에 명사가 왔으므로 술어일 것이고, 후자는 當다음에 술어가 왔으므로 부사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以A爲B= A를 B로 여기다. A를 B로 삼다. ○戒는 경계 계. ○詳은 자세할 상. ○無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中은 술어로 맞을 중.
事君如事親, 事長官如事兄, 與同僚如家人, 待群吏如奴僕, 愛百姓如妻子, 處官事如家事然後, 能盡吾之心, 如有毫末不至, 皆吾心有所未盡也。
임금 섬기기를 어버이를 섬기는 것 같이 하며, 웃사람 섬기기를 형을 섬기는 것 같이 하며, 동료와 더불기를 자기집 사람 같이 하며, 여러 아전 대하기를 자기집 노복 같이 하며, 백성 사랑하기를 처자같이 하며, 관직의 일 처리하기를 내 집안일처럼 하고 난 연후에야 능히 내 마음을 다했다 할 것이니라. 만약 털끝만치라도 이에 이르지 못함이 있으면 모두 내 마음에 미진한 바가 있는 것이니라.
(字義) ○如는 ①~와 같다. ②만약 ~한다면. 등등의 뜻이 있다. ○親은 어버이 친. ○僚는 동관(同官) 료. ○待는 ①기다릴 대. ②대할 대. ○群(군)은 주로 한정어로 “여러, 뭇~”의 뜻이다. ○吏는 아전 리. ○僕은 종 복. ○然後는 관용어로 “~한 연후에, ~한 뒤에”의 뜻이다. ○豪末은 “터럭 끝”이란 말로 아주 조금을 일컫는 관용구이다.
或問, 簿佐令者也, 簿所欲爲, 令或不從, 柰何。伊川先生曰, 當以誠意動之, 今令與簿不和, 只是爭私意, 令是邑之長, 若能以事父兄之道事之, 過則歸己, 善則唯恐不歸於令, 積此誠意, 豈有不動得人。
어떤 사람이 물었다. 부(簿)는 영(令)을 보좌하는 자입니다. 부가 하고자 하는 바를 영이 혹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이천 선생이 말씀하셨다. 마땅히 진실된 뜻으로 영을 움직여야(감응시켜야) 할 것이니라. 지금 영과 부가 화목하지 못은 것은 다만 사사로운 뜻을 다투기 때문이니라. 영은 고을의 우두머리이니, 만약 부형(父兄)을 섬기는 도리로서 영을 섬기되, 잘못이 있으면 자기에게로 돌리고 잘한 것이 있으면 영에게 그 공이 돌아가지 않으면 어쩌나 근심하여야 한다. 이러한 진실된 뜻을 쌓는다면 어찌 사람을 움지이지(감응시키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字義) ○佐는 도울 좌. ○令(영)과 簿(부)는 위의 글에서 보았듯이 관직명이다. ○奈는 어찌 나(내). ○奈何는 “어떻게, 어찌~”의 뜻으로 흔히 쓰이는 관용구이다. ○이천 선생은 앞 글에 나온 명도 선생의 동생이다. 역시 송나때의 대 유학자이다. 그 두 분을 구분하지 않고 종종 정자(程子)라고 일컫기도 한다. ○誠은 정성 성. 부사로는 진실로 성. ○只是에서 是는 “~이다”의 뜻이다. ○令是邑之長에서 是도 역시 “~이다”란 뜻이다. 長은 명사로 우두머리. 장(長) 등등의 뜻이다. ○不動得人에서 得은 술어뒤에 붙어서 “가능”을 나타낸다. 즉, 動得이 하나의 어구를 형성하는 것이지, 이를 따로 따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劉安禮問臨民, 明道先生曰, 使民各得輸其情。 問御吏曰, 正己以格物
유안례가 백성에 임하는 법에 대해서 묻자, 명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백성으로 하여금 각자 그들의 뜻을 다할 수 있게 하여야 하느니라. 또 아전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묻자, 말씀하셨다.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以) 남을 바르게 하여야 하느니라.
(字義) ○臨은 임할 림.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得을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輸는 ①보낼 수. ②다할 수. “輸其情”에서 其는 백성을 받는 소유격 대명사이고, 情은 뜻, 정황, 실상의 뜻이니, 이는 백성의 뜻을 윗사람에게 상달(上達)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情은 두가지의 뜻이 있다. 하나는 잘 알고 있듯이 “애정(愛情), 우정(友情)”할 때의 그 정(情)을 말하고, 또 하나는 위에서 말한대로 정황(情況), 실정(實情) 등을 의미한다. 情報(정보). ○御는 어거할 어. 다스릴 어. ○格은 바를 격. 格子(격자). ○物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 人과 비슷한 뜻이다.
抱朴子曰, 迎斧鉞而正諫, 據鼎鑊而盡言, 此謂忠臣也。
포박자에 이르기를, 도끼를 들이 맞아도 바르게 간언하며, 솥에 들어 앉아도 옳은 말을 다할 수 있다면 이를 일러 충신이라고 한다.
(字義) ○포박자는 晉(진)나라때의 책. ○迎은 맞을 영. ○斧는 도끼 부. ○鉞은 도끼 월. ○諫은 간할 간. ○據는 웅거할 거. ○鼎은 (다리가 셋인) 솥 정. ○鑊은 가마 확. ○謂~: ~라 일컫는다. ○此謂忠臣也에서 此는 지시대명사로서 주어이고, 忠臣은 謂의 목적어이다. 즉, 직역을 하자면, “이것은 충신을 말하는 것이다”가 되지만, 우리말에 어색하므로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此를 謂의 간접 목적어처럼 번역하는 것이다.
治政篇終
治家篇
치가편에서는 집안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글들이 실려 있다. 핵가족으로 변한 현대에 있어서 가족의 개념은 옛날보다도 더 중요시 되어야 하겠건만, 오히려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아래 편(篇)을 통해서 옛사람들의 치가론(治家論)을 들어보도록 하자.
司馬溫公曰, 凡諸卑幼, 事無大小, 毋得專行, 必咨稟於家長。
사마온 공이 말하였다. 무릇 지위가 낮고 어린 모든 사람들은 일이 크건 작건 구별없이 제멋대로 행할 수 없으며, 반드시 집안의 어른께 묻고 여쭈어야 할 것이다.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諸는 주로 한정어로 “모든 제”의 뜻이다. ○卑는 낮을 비. ○毋(무)는 금지사. ○專은 오로지 전. 크게 두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하나는 “오로지 ~만 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제 멋대로, 독단으로 ~한다”는 뜻이다. 專攻(전공), 專業(전업)/ 專制政治(전제정치), 專斷(전단). 위에서는 후자의 뜻으로 쓰였다. ○咨는 물을 자. 諮와 통한다. ○稟은 품할(묻는다는 뜻이다) 품.
待客不得不豊, 治家不得不儉。
손님을 대접할 때는 풍성하게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집안을 다스림에는 검소하지 않을 수 없느니라.
(字義) ○待는 ①기다릴 대. 期待(기대), 待期(대기). ②대할 대. 接待(접대), 歡待(환대).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의 뜻이다. ○不得不+술어: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득불 ~해야 한다. 不可不과 비슷한 뜻이다.
太公曰, 痴人畏婦, 賢女敬夫。
태공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여자는 남편을 공경하느니라.
(字義) ○痴는 어리석을 치. ○敬은 ①공경할 경. ②삼갈 경. 조심할 경. 여기서는 ①의 뜻.
凡使奴僕, 先念飢寒。
무릇 노복을 부릴 때는 먼저 그들의 춥고 배고픔을 생각할지니라.
(字義) ○使는 ①사역동사로서의 使. ②부릴 사. ○僕은 종 복. 奴僕(노복), 公僕(공복) (公僕은 영어의 “public servant”란 단어를 그대로 한자의 뜻을 빌어 만든 단어인 듯하다. 공무원을 지칭한다)
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
자식이 효도하면 양친(兩親)이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지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雙은 두 쌍. ○親은 ①어버이 친. ②친할 친.
時時防火發, 夜夜備賊來。
수시로 불이 날 것을 막고, 밤마다 도적이 들 것을 대비할지니라.
(字義) ○역시 2.3 2.3으로 끊는다.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家家戶戶(가가호호). ○防은 막을 방. ○發은 일어날 발. ○備는 ①갖출 비. 備忘錄(비망록), 裝備(장비). ②방비․준비․대비할 비. 防備(방비), 準備(준비), 備考(비고). ○賊은 ①도둑 적 ②해칠 적.
景行錄云, 觀朝夕之早晏, 可以卜人家之興替。
경행록에 이르기를, 아침 저녁의 이르고 늦음을 관찰하면 그 집안의 흥하고 쇠함을 점칠 수 있느니라.
(字義) ○早는 이를 조. ○晏은 늦을 안.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卜은 점 복. 점칠 복. ○替는 ①대신할 체. ②폐(廢)할 체. 현대에는 주로 ①의 뜻으로만 쓰이나, 한문에서는 ②의 뜻으로도 잘 쓰였다. ○興替(흥체)는 한 단어로 흥하고 쇠함을 뜻한다.
文仲子曰, 婚娶而論財, 夷虜之道也。
문중자가 말하였다. 혼인하고 장가드는데 있어서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들의 도리이니라.
(字義) ○문중자는 수(隋)나라때의 학자. ○婚은 혼인 혼. ○娶는 장가들 취. ○而는 앞 글과 뒷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처럼 앞글이 반드시 절(絶)일 필요는 없다. 而의 앞 글이 명사구나 부사, 술어 등이 올 수도 있다. ○虜는 오랑캐 로.
治家篇終
安義篇
유가(儒家)에 관한 책을 보면, 흔히 의(義)를 의(宜)로 보아 마땅함을 뜻하는 단어로도 보았다. 즉 사람으로서의 마땅한 도리를 지키는 것이 바로 의(義)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의(義)는 한편으로 가족간에 맺어지는 끈끈한 유대 관계를 뜻하는 말로도 통하였다. 아랫 글에서도 이런 의미로 가족간의 의(義)를 강조하고 있다. 각종 패륜적인 사건이 잦아지는 요즘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글자이다. 바로 의(義)란 글자를!
顔氏家訓曰, 夫有人民而後有夫婦, 有夫婦而後有父子, 有父子而後有兄弟, 一家之親, 此三者而已矣。自玆以往, 至于九族, 皆本於三親焉。故, 於人倫, 爲重也, 不可無篤。
안씨 가훈에 이르기를, 대저 백성이 있은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뒤에 형제가 있나니, 일가의 친함은 이 세 가지일 뿐이니라. 이로부터 구족(九族)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삼친(三親)에 근본을 두느니라. 그러므로 인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되니 돈독함이 없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夫는 대저 부. 대개 말을 시작하거나, 문단을 바꿀 때 발어사(發語詞)로 쓰인다. 즉, 뜻이 있는 글자가 아니고, 말을 꺼내거나 또는 문단을 바꿀 때 그냥 길게 소리를 빼어 읽는 것이다. ○~而後+술어~: “~하고 난 뒤에 ~한다”는 뜻으로 잘 쓰이는 구문이다. ○~而已矣에서 而는 앞 글을 뒷 글에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已는 그칠 이. 의역하면, “뿐 이, 따름 이”의 뜻이고, 矣는 단정적으로 말을 마칠 때 쓰는 어조사이다. “~而已矣”는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일 뿐이다. ~일 따름이다”의 뜻이다. ○自玆以往에서 自는 “~로 부터”의 뜻이고, 玆는 이 자. 以往은 以來와 같다. ○本은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술어+焉) 그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특히 문장 가운데에 처소격 어조사인 於가 있을 때는 이 焉으로 말을 끝맺기 마련이다.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구족(九族)이란 고조, 증조, 조부, 부, 자기, 아들, 손자, 증손, 현손의 직계친을 말한다. 삼친(三親)은 위 글에도 나오듯이 부부, 부자, 형제를 뜻한다.
莊子曰, 兄弟爲手足, 夫婦爲衣服, 衣服破時更得新, 手足斷處難可續。
장자가 말하였다. 형제는 수족이 되는 것이요, 부부는 의복이 되는 것이다. 의복이 떨어졌을 시에는 다시 새롭게 할 수 있으나, 수족이 짤라진 곳은 잇기가 어려우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破는 깨뜨릴 파. ○술어+時: ~할 때.(when~) ○更은 부사로, 다시 갱. ○得新은 “새롭게 할 수 있다”(헤진 곳을 기워서 새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의 뜻이다. 만약 “得新”을 “새것을 얻을 수 있다”로 번역한다면 어법상으로도 옳지 못하고, 문맥상으로도 호응이 좋지 못하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續은 이을 속. 繼續(계속), 續篇(속편),
蘇東坡云, 富不親兮貧不疎, 此是人間大丈夫, 富則進兮貧則退, 此是人間眞小輩。
소동파가 말하였다. 상대가 부유하다고 해서 친한 척 하지 않고, 상대가 가난하다고 해서 소원하게 하지 않는 것! 이는 바로 인간 세상의 대장부라 할 것이요, 상대가 부유하면 나아가고, 상대가 가난하면 물러나는 것! 이는 바로 인간 세상의 진짜 소인배라 할 것이다.
(字義) ○兮는 주로 두 글귀가 댓구를 이룰 때 쓰이는 어조사이다. ○“此是~”에서 此는 지시대명사로서 주어로 쓰였고,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윗글에서도 此라는 주어는 쓸 필요가 그다지 없다. 즉, 此가 없어도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므로 생략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왜 썼는가? 7언의 댓구문(4.3 4.3)을 맞추기 위해서 此라는 주어를 쓴 것이다. ○人間은 “인간” 즉,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人生世間의 줄임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뜻하는 단어이다. ○輩는 무리 배. 不良輩(불량배), 輩出(배출).
安義篇終
遵禮篇
예절은 더불어 사는 인간 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경직된 분위기로 흐르기 쉽고 또한 자칫하면 예절의 근본 정신을 망각하고 형식적인 것만 쫓는 경향도 낳는다. 이러한 폐단은 옛부터 있어온 듯하다. 유자(有子)는 “예절을 적용함에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禮之用, 和爲貴)라고 하였고, 공자(孔子)는 “예절이란 사치스럽기 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다”(禮與其奢也, 寧儉也)라고 하였으니, 예절이 폐단으로 흐르지 않고 실제 생활에 적용되기가 그리 쉽지 않음을 두고 한 말씀일 것이다.
子曰, 居家有禮故長幼辨, 閨門有禮故三族和, 朝廷有禮故官爵序, 田獵有禮故戎事閑, 軍旅有禮故武功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집안에 거처함에 예(禮)가 있는 까닭에 어른과 아이는 분별이 있고, 규문(閨門)에 예가 있는 까닭에 삼족(三族)이 화목하고, 조정에 예가 있는 까닭에 관작(官爵)에 차례가 있으며, 전렵(田獵)에 예가 있는 까닭에 군사일이 익숙해지며, 군대에 예가 있는 까닭에 무공(武功)이 이루어지느니라.
(字義) ○5.3 5.3으로 끊어 읽는다. ○辨은 분별할 변. ○閨는 안방 규. ○閨門은 아녀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 ○爵은 벼슬 작. ○序는 차례 서. ○獵은 사냥할 렵. 狩獵(수렵), 獵奇的(엽기적). ○戎은 군사 융. ○閑은 ①한가할 한. ②익숙할 한.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의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旅는 ①나그네 려. ②군사 려. 旅團(여단).
子曰, 君子有勇而無禮爲亂, 小人有勇而無禮爲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용기만 있고 예(禮)가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소인이 용기만 있고 예(禮)가 없으면 도둑이 되느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盜는 도둑 도. 훔칠 도. 盜賊(도적).
曾子曰, 朝廷莫如爵, 鄕黨莫如齒, 輔世長民莫如德。
증자께서 말씀하셨다. 조정에는 벼슬 만한 것이 없고, 향당(鄕黨)에는 나이 만한 것이 없고, 보세장민에는(세상을 돕고 백성의 우두머리․어른노릇 하는 데에는) 덕(德) 만한 것이 없느니라.
(字義) ○이 글은 孟子(맹자)에 나오는 글귀이다. ○莫如: ~와 같은 것이 없다. ~만한 것이 없다. ~이 제일 낫다. 莫은 금지사로도 쓰이고 여기서는 “없을 막”의 뜻이다. 莫强(막강), 莫大(막대), 莫重(막중). ○鄕과 黨은 각각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자세히 말하면, 鄕은 12,500戶의 마을을, 黨은 500戶의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즉, 지금으로 말하자면, 鄕黨은 지금의 읍면리(邑面里)에 해당하는 행정 구역인 셈이다. 그러나 향당(鄕黨)이라고 하면 단순히 “마을”을 뜻하는 한 단어로 쓰인다. ○齒는 ①이 치. ②나이 치. ○輔는 도울 보. ○長은 술어로 ①길 장. ②기를 장.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의 장(長)이 되다. 여기서는 ③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②의 뜻으로 보아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린다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역이 아니면(?), 오류이다. 유가(儒家)에는 어리석은 다수의 백성들을 위해 덕을 갖춘 소수의 군자가 계도해야 한다는 사상이 깃들어 있다. 특히 大學(대학)은 바로 그러한 소수의 군자가 갖춰야할 덕목들을 서술한 책이기도 하다.
老少長幼, 天分秩序, 不可悖理而傷道也。
노소장유(老少長幼)는 하늘이 나눈 차례이니, 이치를 거스려 도를 해쳐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少는 ①적을 소.(少+명사구:~이 적다). ②어릴 소. 여기서는 후자의 뜻. ○分은 나눌 분. ○秩은 차례 질. 秩序(질서).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悖는 거스를 패. 悖倫(패륜), 行悖(행패). ○傷은 해칠 상.
出門如見大賓, 入室如有人。
밖에 나설 때는 큰 손님을 뵙는 듯이 하고, 방에 들어와 있을 때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이하여 (홀로 있어도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若要人重我, 無過我重人。
만약 남이 나를 중하게 여기기를 요한다면, 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에 지나는 것은 없다(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字義) ○要는 명사로는 요체, 요점, 요긴한 것 등등의 뜻이고, 술어로는 “~하기를 요하다”의 뜻이다. ○重은 술어로 ①무겁다. ②(행동이나 성격이나) 진중하다. 신중하다. ③중요하다. ④(타동사) ~을 중히 여기다. ○無過~: ~에 지나는 것은 없다. ~보다 나은 것은 없다. 不過(불과)하다.
父不言子之德, 子不談父之過。
아버지는 아들의 덕을 말하지 않으며, 자식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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遵禮篇終
言語篇
한마디 말로 일의 성패(成敗)를 가름할 수도 있거니와, 한마디 말로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행을 엿볼 수도 있거니와, 또한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에 앞서 그 말이 가져올 결과를 먼저 꼭 짚어볼 일이다. 그런 저런 생각없이 나불대는 사람들을 요즘은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劉會曰, 言不中理, 不如不言。
유회가 말하였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中은 맞을 중. 맞힐 중. 的中(적중), 中風(중풍).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하는 것만 못다.
一言不中, 千語無用。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 없느니라.
君平曰, 口舌者, 禍患之門, 滅身之斧也。
군평이 말하였다. 구설(口舌)이란 것은 화(禍)와 우환(憂患)의 문이요, 몸을 멸하는 도끼이니라.
(字義) ○者는 것 자. ○斧는 도끼 부.
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一言半句, 重値千金, 一語傷人, 痛如刀割。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해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다. 따라서 일언반구(一言半句)라도 중하기가 천금에 해당하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으니라.
(字義) ○利는 ①이로울 리. 利益(이익). ②날카로울 리. 銳利(예리). ○煖은 따뜻할 난. ○綿은 솜 면. ○絮는 솜 서. ○荊은 가시 형. ○棘은 가시 극. ○荊棘(형극)은 “가시”란 뜻으로 잘 쓰이는 한 단어이다. 안중근(安重根) 의사(義士)의 말씀 중에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란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値는 ①값 치. ②당(當)할 치. 만날(遇) 치.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의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割은 가를 할, 벨 할. 分割(분할), 役割(역할).
口是傷人斧, 言是割舌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입은 사람을 해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을 편안히 하기가 어느 곳에서나 굳어지리로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刀와 牢는 운자에 해당한다.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牢는 굳을 뢰(로)
逢人且說三分話, 未可全抛一片心, 不怕虎生三個口, 只恐人情兩樣心。
사람을 만나서 잠시 약간의 대화를 주고 받되, 아직 (상대방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 놓아) 한 조각 마음까지 전부 다 내비쳐서는 안된다. 호랑이의 세 개 난 입이 두려운 것이 아니요, 다만 사람의 정이 두가지 마음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字義) ○且는 ①또 차. ②장차 차. ③잠시 차. 여기서는 ③의 뜻으로 쓰였다. 且는 주로 ①과 ③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三分은 지금말로 하면 “30%”란 뜻이다. “능력을 10분(十分=100%)발휘하다”할 때의 分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즉 一分은 “1/10”을 뜻하는 계량 단위이다. 여기서 三分은 단순히 “약간, 조금”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 ○全은 술어로는 “~을 온전히 하다”는 뜻이고, 여기서는 술어 앞에서 부사로 쓰였다. “전부, 모두”의 뜻이다. ○抛는 버릴 포. 抛棄(포기). ○怕는 두려울 파. ○生은 날 생. ○三個口: 왜 하필이면 “세 개 난 입”이라고 한 것일까? 앞 귀절의 “三分說”과 댓구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樣은 모양 양. 樣相(양상), 模樣(모양).
酒逢知己千鐘少, 話不投機一句多。
술이 지기(知己)를 만나면 천 잔도 적고, 말이 기미(機微)를 맞추지 못하면 한 마디도 많으니라.
(字義) ○知己는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는 한 단어이다. ○鐘은 잔 종. ○機는 ①베틀 기. ②기미 기. 機微(기미), 天機(천기), 機會(기회).
言語篇終
交友篇
벗 사귐에 관해 맹자(孟子)의 아주 유명한 말씀이 있다.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다”(友也者, 友其德也). 증자(曾子)는 또 이런 말을 했다. “군자는 글을 통해서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해서 仁을 이루는데 도움을 받는다”(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아래에서는 어떤 교우관(交友觀)들이 있는지 보기로 하자.
子曰,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與不善人居, 如入鮑魚之肆, 久而不聞其臭, 亦與之化矣。丹之所藏者赤, 漆之所藏者黑, 是以, 君子必愼其所與處者焉。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니, 이는 바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저린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나니, 이 또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단사(丹砂)가 품고 있는 것은 붉은 색이요, 옻이 품고 있는 것은 검은 색이니, 이런 까닭에 군자는 그 함께 처하는 바의 것을 반드시 삼가야 하느니라.
(字義) ○與는 ①줄 여. ②더불을 여. “~와”의 뜻도 있다. ○居(거)는 ~에 살다. ~에 있다. ~에 거하다. ○芝는 지초(芝草) 지. ○室은 방(房) 실. ○卽(즉)은 부사로 “바로, 곧바로, 당장에”의 뜻으로 접속사인 則과는 다른 글자이다. ○化는 화(化)할 화. 변화하다. 동화하다. 등등의 뜻. ○鮑는 저린생선 포.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말린 생선은 脯(포)라 한다. ○肆는 ①방사(放肆)할 사. ②가게 사. 저자 사. ○丹은 붉을 단. 여기서는 붉은 돌, 즉 단사(丹砂)를 의미한다. ○者는 것 자. ○漆은 옻 칠. ○是以: “이로써, 이런 까닭에”의 뜻으로 관용적인 문구이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술어+焉) 그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윗 글은 벗과 그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글이라 하겠다. 지란지교(芝蘭之交)는 벗 사이의 고상한 사귐을 일컫는 말이다.
家語云, 與好學人同行, 如霧露中行, 雖不濕衣, 時時有潤, 與無識人同行, 如厠中坐, 雖不汚衣, 時時聞臭。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르기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안개와 이슬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을 흠뻑 적시지는 않더라도 때때로 축축함이 있노라. 무식한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히지 않더라도 때때로 그 냄새를 맡느니라.
(字義) 공자 가어도 공자의 언행을 담고 있지만, 위작(僞作)이란 것이 정설이다. ○好+술어: ~하기를 좋아하다. 물론, 명사를 한정하기도 한다. ○霧는 안개 무. ○濕은 젖을 습. 濕氣(습기). ○潤은 젖을 윤. 윤택할 윤. 潤氣(윤기). ○厠은 뒷간 측.
子曰, 晏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평중은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였으니, 오래되어도 그 벗을 공경하였노라.
(字義) ○이 글은 論語에 실려 있다. ○善+술어: 잘 ~하다. ~하기를 잘하다. 이 글에서는 善이交에 걸린다. ○之는 어조사이다.
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되, 마음 알아주기를 능히 하는자는 몇이나 되겠는가?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滿~ : ~에 가득하다. ○能은 이 글에서 知心에 걸린다. 즉, 能知心의 뜻이나, 대구를 맞추기 위해 能을 뒤로 돌린 것이다. ○幾는 몇 기. 幾百萬圓(기백만원). 幾何(기하).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주식형제는(술마시고 먹고 놀 때,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사이는) 천 개가 있으나, 급난지붕은(위급하고 어려운 때 도와주는 벗은) 일 개도 없구나.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有,~~無”의 대구문을 파악하면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不結子花休要種, 無義之朋不可交。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으려 하지 말고, 의리 없는 벗은 사귀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子는 “열매,” 또는 “씨”의 뜻이다. ○休는 금지사로 莫, 毋 등과 쓰임새가 비슷하다. ○“要+술어”는 ~하기를 요하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君子之交淡如水, 小人之交甘若醴。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여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아서 단술 같으니라.
(字義)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7언의 대구문은 4.3 4.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淡은 맑을 담. 싱거울 담. 淡淡(담담)하다. 淡泊(담박)하다. ○醴는 단술 례.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느니라.
(字義) ○5언의 대구문은 2.3 2.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遙는 멀 요. 遙遠(요원). ○日은 ①날 일. ②해 일 ③낮 일. ○久는 오랠 구. 長久(장구), 永久(영구).
交友篇終
婦行篇
여기 실린 부행편(婦行篇) 전반부의 글귀들은 구시대적인 내용들로서 옛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엿보는데 불과하다 할지라도, 후반부의 내용은 현대의 여자들 역시 새겨둘 말이 아닌가 한다.
益智書云, 女有四德之譽, 一曰婦德, 二曰婦容, 三曰婦言, 四曰婦工也。
익지서에 이르기를, 여자에게는 사덕(四德)의 명예가 있으니, 첫째는 부덕(婦德)이라 할 것이요, 둘째는 부용(婦容)이라 할 것이요, 셋째는 부언(婦言)이라 할 것이요, 넷째는 부공(婦工)이라 할 것이다.
(字義) ○원문이 길어서 네 단락으로 나누었다.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譽는 기릴 예. 여기서는 명사로 쓰임. 名譽(명예).
婦德者不必才名絶異, 婦容者不必顔色美麗, 婦言者不必辯口利詞, 婦工者不必技巧過人也。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재주와 이름이 매우 뛰어날 필요가 없으며,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얼굴빛이 아름답고 고을 필요가 없으며,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능변의 입이 날카롭게 말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기교가 남을 지나는 것을(남보다 뛰어난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字義) ○者는 것 자. 者는 앞에 다른 말과 붙어서 의미의 한 단락을 이룬다. ○不必~: ~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不必~”구문은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지 않고, 완전 부정으로 해석한다. 부분 부정으로 하려면 “未必~”구문을 쓴다. 즉 未必은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다”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위의 글귀를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여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才名이 반드시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풀기도 하였으나, 不必은 부분 부정이 아니라 “절대 부정”이다. 이는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이는 관용구이다. ○絶異는 매우 뛰어나다는 뜻의 한 단어이다. ○利는 날카로울 리. ○過人: 남을 지나다. 남보다 뛰어나다.
其婦德者淸貞廉節, 守分整齊, 行止有恥, 動靜有法, 此爲婦德也。婦容者洗浣塵垢, 衣服鮮潔, 沐浴及時, 一身無穢, 此爲婦容也。婦言者擇師而說, 不談非語, 時然後言, 不厭於人, 此爲婦言也。婦工者專勤紡績, 勿好暈酒, 供具甘旨, 以奉賓客, 此爲婦工也。
그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정조와 절개를 깨끗하게 하며, 분수를 지키고 몸 가짐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하며, 행동거지(行動擧止)에 염치가 있으며, 동정지간(動靜之間)에 법도가 있는 것이니 이것이 부덕(婦德)이 되는 것이요,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몸의 먼지나 때를 씻어내며, 의복을 깨끗하고 정결하게 하고, 목욕을 제 때에 하여 일신에 더러움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부용(婦容)이 되는 것이요,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사표(師表)가 될 만한 사람을 가려서 말하되, 그릇된 말은 이야기 하지 않으며, 때가 된 연후에 말을 하여 사람들이 그 말을 싫어하지 않으니 이것이 부언(婦言)이 되는 것이요,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길쌈을 오로지 부지런히 하며 얼굴이 붉어지도록 술 마시기를 좋아 하지 않고, 좋은 맛을 갖추어서(以) 손님을 받드는 것이니 이것이 부공(婦工)이 되느니라.
(字義) ○淸貞廉節은 貞節을(정조와 절개를) 淸廉히 한다는 뜻이다. ○整齊는 정리하여 가지런히하다. ○行止는 움직이고 멈추는 것, 행동거지(行動擧止), 즉 일상에서의 행동을 말한다. ○動靜도 비슷한 뜻이다. 일상의 기거를(起居; “섯다 앉았다”의 뜻으로 역시 일상의 행동을) 뜻한다. ○擇은 가릴 택. ○洗는 씻을 세. 洗手(세수). ○浣은 빨 완. ○垢는 때 구. 純眞無垢(순진무구). ○潔은 깨끗할 결. 淸潔(청결). ○沐은 머리감을 목. ○浴은 목욕할 욕. ○穢는 더러울 예. ○紡은 길쌈 방. ○績은 길쌈 적. ○暈은 해달무리 운. 暈은 태양 또는 달의 붉은 무리, 노을 등을 뜻하는 단어인데, 비유적으로 술을 먹어 뺨이 붉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쓰인다. 따라서 暈酒는 술 먹는 것을 가리킨다. ○供은 ①바칠 공. ②갖출 공.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具는 갖출 구.
此四德者, 是婦人之大德, 而不可缺之者也, 爲之甚易, 務之在正, 依此而行, 是爲婦節。
이 네가지 덕은 아녀자의 큰 덕이니 결(缺)해서는 안될 것들이다. 이를 행하기는 매우 쉬우며, 이를 힘쓰는 것은 올바름에 달려 있으니, 이에 따라서 행하는 것이 바로 부절(婦節, 아녀자의 범절)이 되는 것이니라.
(字義) ○여기서 是는 모두 술어로서 “~이다”의 뜻이다. ○缺之, 爲之, 務之에서 之는 모두 어조사(語助詞)이다. ○缺은 결할 결. 缺席(결석), 缺損(결손), 欠缺(흠결). ○不可缺之者에서 之는 어조사이고, 관형격 조사인 “~의”의 뜻이 아니다. 즉, 不可缺之가 하나의 어구(語句)이며, 不可缺에서 끊는 것이 아니다. “必須不可缺한 것”이란 뜻이다. ○務(무)는 ~에 힘쓰다. ○依는 의지할 의.
太公曰, 婦人之禮, 語必細。
태공이 말하였다. 부인의 예절로서, 말은 반드시 자세하여야 하느니라.
(字義) ○細는 가늘 세. 語必細는 말을 자상하고 부드럽게 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賢婦令夫貴, 佞婦令夫賤。
어진 부인은 남편을 귀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남편을 천하게 하느니라.
(字義)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쓰임새가 비슷하다. ○佞는 말재주 녕(영), 아첨할 녕(영).
家有賢妻, 夫不遭橫禍。
집에 어진 아내가 있으면 남편이 횡화(橫禍)를 만나지 않느니라.
(字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遭는 만날 조. 遭遇(조우).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橫禍(횡화)는 뜻밖에 빗긴 화. 橫財(뜻밖에 얻은 재물), 橫死(뜻밖의 죽음).
賢婦和六親, 佞婦破六親。
어진 부인은 육친을 화목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육친을 깨뜨리느니라.
(字義) ○六親은 부모형제처자(父母兄弟妻子)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婦行篇終
增補篇
周易曰, 善不積, 不足以成名, 惡不積, 不足以滅身。小人, 以小善爲无益而弗爲也, 以小惡爲无傷而弗去也, 故, 惡積而不可掩, 罪大而不可解。
주역에 이르기를, 선을 쌓지 않으면 족히 이름을 이룰 수 없을 것이요, 악을 쌓지 않으면 족히 몸을 망칠 수 없을 것이거늘, 소인은 조그마한 선(善)으로서는 이로움이 없다고 여겨 행하지 않으며, 조그마한 악(惡)으로서는 해로움이 없다고 여겨 버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악이 쌓이면 가릴 수 없을 것이며, 죄가 커져서는 풀 수 없느니라.
(字義) ○足以+술어: 족히 ~할 수 있다. ~하기에 족하다. ○以A爲B: A를 B로 여기다. 삼다. 생각하다. ○弗은 아니 불. ○无는 無의 고자(古字)이다. ○去는 자동사로는 갈 거. 타동사로는 버릴 거. 여기서는 타동사로 쓰였다. 撤去(철거), 除去(제거).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掩은 가릴 엄. 掩蔽(엄폐).
履霜堅氷至。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旦一夕之事, 其由來者漸矣。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된다 하니, 신하가 그 임금을 죽이며 자식이 그 아비를 죽이는 것이 하루 아침이나 하루 저녁의 일이 아니라 그 유래한 것은 점차로 그렇게 된 것이다.
(字義) ○이 글은 주역 문언전(文言傳)의 곤괘(坤卦)를 풀어 쓴 글이다. 곤괘(坤卦)를 설명하는 경문중에 “履霜堅氷至”의 글이 있고, 그 곤괘를 더 자세히 설명한 문언전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漸矣, 由辯之不早辯也, 易曰, 履霜堅氷至,蓋言順也” (선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다.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자식이 그 아비를 죽이는 일이 일조일석의 변고가 아니다. 그 유래한 바가 점진적인 것이었으니 일찍이 변론해야할 것을 변론하지 않은 데서 유래된 것이다. 역(易)에 이르기를 서리를 밟고서 굳은 얼음이 얼 것을 안다고 한 말은 대개 근신할 것을 말한 것이다) 라고 있으니 윗글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으리라. ○履는 신 리. 밟을 리. ○弑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죽일 시. 弑害(시해). ○旦은 아침 단. 元旦(원단). ○漸은 점점 점. 漸增(점증), 漸入佳境(점입가경).
增補篇終
八反歌八首
팔반가(八反歌) 여덟 수(首)는 어버이를 봉양하고 아이를 기름에 있어서, 그 부모와 자식의 사이에서 갖는 여덟 가지의 상반된 마음을 비교하여 읊은 노래이다. 아이를 대하는 마음과 늙으신 어버이를 대하는 마음을 실례를 들어가며 그 상반된 태도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저며오지 않을 자 몇이나 될까?
幼兒或詈我, 我心覺歡喜, 父母嗔怒我, 我心反不甘, 一歡喜一不甘, 待兒待父心何懸, 勸君今日逢親怒, 也應將親作兒看。
어린 아이가 혹 나를 꾸짖으면 나의 마음은 환희를 깨닫고 부모가 나에게 성을 내면 나의 마음은 도리어 달갑지 않게 여긴다.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달갑지 않으니, 아이를 대하고 어버이를 대하는 마음이 어찌 이리도 현격한고? 그대에게 권하노니, 오늘 어버이가 성내는 것을 당하거든 또한 응당 어버이를 아이처럼 보아 (기쁘게 여겨야 할 것이다.)
(字義) ○或은 “어떤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고, 여기서처럼 “혹시, 혹여”의 뜻도 있다. ○詈는 꾸짖을 리. ○嗔은 성낼 진. ○反(반)은 부사로 “도리어”의 뜻. ○甘은 달 감. 여기서는 타동사로 “~을 달게 여기다”의 뜻이다. ○待는 ①기다릴 대. ②대할 대. 접대할 대. ○何는 어찌 하. 무엇 하. ○懸은 ①매달 현. ②현격(懸隔)할 현. ○勸은 권할 권. ○君은 2인칭 대명사로 “그대”라는 뜻. ○逢은 만날 봉. ○也가 이렇게 문두에 나오는 것은 한문에서는 보기 드문 예이고, 주로 구어체에서 많이 쓰이는 용법이며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이처럼 쓰이기도 한다. 이 때 也는 흔히 한문에서 쓰이는 “어조사 야”가 아니라, “또한”(亦)의 뜻을 갖는다. 즉 현대 중국어를 예로 들면 “我也是學生”이라고 하면 “나도 학생이다”라는 뜻이다. ○應은 부사로 응당 응. ○將은 가질 장. “~을 가지고서”의 뜻으로 以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作兒看은 “아이 보듯 한다”는 뜻이다. 作+A+看(觀): [~을] A보듯 하다.
兒曹出千言, 君聽常不厭, 父母一開口, 便道多閑管, 非閑管親掛牽, 皓首白頭多諳練, 勸君敬奉老人言, 莫敎乳口爭長短。
어린 자식들은 천 마디의 말을 하되 그대가 듣기에 늘 싫어하지 않고, 어버이는 한번 입을 벌려도 곧 쓸데없는 간섭이 많다고 한다. 쓸데없는 간섭이 아니라 어버이는 마음이 쓰여서 그런 것이다. 흰 머리, 센 머리가 되도록 오래 살았으니 알고 경험한 것이 많기 마련이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늙은 사람의 말을 공경하여 받들고, 젖내 나는 입으로 일의 길고 짧음을 다투지 말지니라.
(字義) ○曹는 무리 조. 다른 말에 붙어서 복수 명사를 만들어 준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道는 말할 도. ○多+명사(구) : ~이 많다. ○閑은 한가할 한. “쓸데없다”는 뜻도 있다. 閑談(쓸데없는 말) ○管은 주관할 관. 간섭한다는 뜻도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잘 쓰는 말 중에 하나가 “吾不管”(내가 알 바 아니다. 상관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閑管: 쓸데없는 간섭. ○掛牽(괘견)은 마음이 쓰인다. 마음에 걸린다. 등등의 뜻으로 현대 중국어에서 주로 쓰이는 한 단어이다. ○皓는 흴 호. ○諳은 알 암. ○敎는 사역 동사이다. 즉, 敎+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 令과 비슷한 뜻이다.
幼兒尿糞穢, 君心無厭忌, 老親涕唾零, 反有憎嫌意, 六尺軀來何處, 父精母血成汝體, 勸君敬待老來人, 壯時爲爾筋骨敝。
어린아이의 오줌과 똥 같은 더러운 것은 그대 마음에 싫어하거나 꺼리낌이 없으나, 늙은 어버이의 눈물과 침이 떨어지는 것은 도리어 미워하고 싫어하는 뜻이 있다. 육 척의 몸이 온 곳이 어디인가? 아버지의 정기(精氣)와 어머니의 피가 그대의 몸을 이루었노라. 그대에게 권하노니, 늙어가는 사람을 공경하여 대접하라. 젊었을 때 그대를 위하여 살과 뼈가 닳도록 애를 쓰셨느니라.
(字義) ○屎는 똥 시. ○糞은 똥 분. ○穢는 더러울 예. ○忌는 꺼릴 기. ○涕는 눈물 체. 울 체. ○唾는 침 타. ○零은 떨어질 령. 영(0) 령. 零落(영락), 零點(=빵점) ○反(반)은 부사로 “도리어 반.” ○憎은 미워할 증. ○嫌은 미워할 혐. ○處는 곳 처. 何處: 어디서? 어느 곳에서? ○精은 정기 정. 깨끗할 정. ○待는 ①기다릴 대. ②대할 대. 접대할 대. ○老來人: 늙어가는 사람. ○爲爾: 爲는 위할 위. 따라서 “너를 위하여”의 뜻이다. ○筋은 힘줄 근. 근육 근. 筋肉(근육). ○敝는 헤질 폐.
看君晨入市, 買餠又買餻, 少聞供父母, 多說供兒曹, 親未啖兒先飽, 子心不比親心好, 勸君多出買餠錢, 供養白頭光陰少。
그대가 새벽에 시장에 들어가서 떡을 사고 또 흰떡을 사는 것은 보았으되, 부모에게 드린다는 것은 별로 듣지 못했고, 자식들에게 준다고들 많이 말한다. 어버이는 아직 먹지도 아니 하였는데 아이가 먼저 배 부르니, (봉양하는) 자식의 마음은 (늙으신) 부모 마음이 좋아하는 것에 비하지 못하는도다.그대에게 권하노니, 떡 살 돈을 많이 내서 늙은 어버이를 잘 공양(供養)하라. 세월은 길지 않으니...
(字義) ○晨은 새벽 신. ○餠은 떡 병. ○餻는 흰떡 고. ○少+명사구(절): ~이 적다. ○供은 바칠 공. ○啖은 먹을 담. ○比는 견줄 비. 비할 비. ○出은 타동사로 ~을 내다. ○供養은 음식을 잘 갖춰 대접한다는 뜻이다. ○光陰은 시간, 세월의 뜻.
市間賣藥肆, 惟有肥兒丸, 未有壯親者, 何故兩般看, 兒亦病親亦病, 醫兒不比醫親症, 割股還是親的肉, 勸君亟保雙親命。
시장에 있는 약 파는 가게에는 오직 아이를 살찌게 하는 약은 있으되, 어버이를 튼튼하게 하는 약은 없으니 무슨 까닭으로 이 두가지를 보는고? 아이도 병들고 어버이도 병들기는 마찬가지이거늘 아이의 병을 고치는 것이 어버이의 병을 고치는 것에 비하지 못하는구나. 넓적 다리를 베더라도 도로 어버이의 살이로세. 그대에게 권하노니 빨리 두 어버이의 목숨을 보전하라.
(字義) ○肆는 가게 사. 저자 사. ○丸은 알 환. ○者는 것 자. ○壯親者는 어버이의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것. 튼튼하게 하는 약. ○故는 까닭 고. ○般은 가지 반. ○症은 병 증. 痛症(통증). ○股는 (넓적)다리 고. ○還은 부사로 “도리어”의 뜻. 還是~~: 도리어 ~~이다. ○的은 주로 구어체에서 쓰이는 관형격 조사이다. 즉, “之”와 뜻이 같다. 우리말로는 “~의”의 뜻이다. ○割股還是親的肉: 옛날 효자들 중에는 어버이의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넓적 다리 살을 베어 먹이게 했다는 일이 많이 있다. 여기서도 그런 예를 들어서 정녕 어버이를 위해 약을 사드릴 돈이 없다면 자신의 다리를 베어서라도 어버이의 몸을 보호해 드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한 말이다. 또한 자신의 다리를 베더라도 이는 또한 어버이가 자신에게 물려준 몸이니 도로 어버이의 살이라는 뜻이다. ○亟은 빠를 극. 주로 부사로 쓰인다. 즉, “빨리”의 뜻이다. ○命은 목숨 명.
富貴養親易, 親常有未安, 貧賤養兒難, 兒不受饑寒, 一條心兩條路, 爲兒終不如爲父, 勸君兩親如養兒, 凡事莫推家不富。
부하고 귀하면 어버이를 봉양하기 쉬운데도 어버이는 항상 미안함이 있고, 가난하고 천하면 아이를 기르기 어려운데도 아이는 배고프고 추운 것을 받지 않는다. 한 가지 마음에 두 가지 길이니, 아이를 위함이 마침내 어버이를 위함만 못하구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양친을 아이 봉양하듯 하고 모든 일을 집이 부유하지 못해서라고 미루지 말라.(핑계를 대지 마라)
(字義) ○“~~易, ~~難”의 대구문을 파악할 것. ○饑는 주릴 기. ○條는 가지 조. 法條文(나뭇가지처럼 법에 관한 사항을 갈래 갈래 나누어 정해 놓은 글) ○爲는 위할 위. ○終은 부사로 마침내, 결국, 끝내. ○推는 밀 추. 推理(미루어 판단함), 推算(미루어 셈함).
養親只二人, 常與兄弟爭, 養兒雖十人, 君皆獨自任, 兒飽暖親常問, 父母饑寒不在心, 勸君養親須竭力, 當初衣食被君侵。
어버이를 봉양함에는 다만 두 사람인데도 늘 형제가 더불어 다투고, 아이를 기름에는 비록 열 사람이라도 그대는 모두 혼자 스스로 맡으려 한다. 아이가 배 부르고 따뜻한 것은 그 어버이가 늘 물으나, 부모가 배 고프고 추운 것은 마음에 있지도 않구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어버이를 봉양함에는 모름지기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애당초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그대에게 빼앗겼느니라.
(字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A+在+B: A가 B에 있다. ○任은 맡을 임. ○須는 모름지기 수. “모름지기 ~해야 한다”는 뜻이다. ○竭은 다할 갈. “竭力”은 자주 쓰이는 표현. ○被는 입을 피. 被는 위 문장에서처럼 피동형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侵은 침노할 침. 侵犯(침범), 侵略(침략).
親有十分慈, 君不念其恩, 兒有一分孝, 君就揚其名, 待親暗待子明, 誰識高堂養子心, 勸君漫信兒曹孝, 兒曹親子在君身。
어버이는 100% 자애로움이 있어도 그대는 그 은혜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아이에게 10% 효도함이 있어도 그대는 곧 그 이름을 널리 세상에 날리려 한다. 어버이를 대접하는 것은 어둡고, 자식을 대하는 것은 밝으니, 누가 고당(高堂)의 자식 길렀던 마음을 알아줄 것인가? 그대에게 권하노니 아이들의 효도를 그냥 헛된 것으로 믿고 넘겨라. 아이들의 어버이도 부모의 자식도 그대의 몸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十分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100%. 능력을 십분(十分) 발휘하다. ○就는 ①나아갈 취. ②곧 취. 주로 고대 한문에서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나, 구어체 또는 현대 중국어에서는 ②의 뜻으로도 쓰인다. ○揚名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이름을 널리 날리다”의 뜻. ○揚은 날릴 양. ○待는 ①기다릴 대. ②대할 대. 접대할 대. ○高堂은 남의 어버이를 높혀 이르는 말. ○漫(만)은 술어앞에 붙어서 “부질없이 ~하다”의 뜻. ○兒曺親: 아이들의 어버이. ○子는 자식.
八反歌八首終
孝行篇續
이 편은 앞에 나온 효행편의 속편으로 효행에 관한 실례를 들고 있다. 옛사람들의 실제 효행(孝行)을 통해 그 효심(孝心)을 엿볼 수 있으리라.
孫順, 家貧, 與其妻傭作人家以養母, 有兒每奪母食。 順謂妻曰兒奪母食, 兒可得, 母難再求。 乃負兒往歸醉山北郊, 欲埋堀地, 忽有甚寄石鐘, 驚怪試撞之, 舂容可愛。 妻曰得此寄物, 殆兒之福, 埋之不可。 順以爲然, 將兒與鐘還家, 懸於樑撞之。 王聞鐘聲淸遠異常而覈聞其實, 曰昔郭巨埋子, 天賜金釜, 今孫順埋兒, 地出石種, 前後符同。 賜家一區, 歲給米五十石。
손순이 집이 가난하여 그의 아내와 더불어 남의 집에 품을 팔아서(以) 그 어머니를 봉양하였는데 그 아이가 매양 어머니의 잡수시는 것을 뺐는지라, 순이 아내에게 일러 말하기를 “아이가 어머니의 잡수시는 것을 빼았소. 아이는 또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소”하였다. 이에 아이를 업고 취산 북쪽 교외로 가서, 묻으려고 땅을 팠더니 문득 심히 기이한 석종(石鐘)이 있거늘, 놀랍고 괴이하여 시험삼아 쳐보니 종소리가 사랑스러운지라, 아내가 말하였다. “이 기이한 물건을 얻은 것은 거의 아이의 복이니 아이를 땅에 묻는 것은 불가(不可)합니다.” 순도 그렇게 생각해서 아이와 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대들보에 달고 그 종을 쳤더니 임금이 듣건대 종소리가 맑고 멀고 이상하여 그 사실을 자세히 알아내어 듣고 말하였다. “옛날에 곽거가 아들을 묻었을 때엔 하늘이 금으로 된 솥을 주시었더니 지금은 손순이 아들을 묻음에 땅이 석종(石鐘)을 냈으니 전자와 후자가 서로 꼭 맞는다”하고는 집 한 채를 주시고 해마다 쌀 오십석을 주었다.
(字義) ○손순(孫順)은 신라 때의 사람. ○傭은 품팔이 용. 雇傭(고용). ○傭作: 품팔이 하다. ○每(매)는 부사로 매번, 매양. ○奪은 빼앗을 탈. ○郊는 들 교. 성곽 밖의 먼 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埋는 묻을 매. ○堀은 팔 굴. ○忽(홀)은 부사로 갑자기, 홀연히. ○試(시)+술어: 시험삼아 ~해보다. ○撞은 칠 당. ○舂은 ①찧을 용. ②종소리 용. “용용(春容)”은 “종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한 단어이다. ○殆는 ①위태할 태. ②부사로 “거의 태.” ○將은 가질 장. 將+“兒與鐘”= “아이와 종을” 가지고서. ○懸은 매달 현. ○覈은 핵실(覈實)할 핵. “핵실한다”는 말은 “사건의 실상을 조사한다”는 뜻이다. ○昔(석)은 부사로 옛날에. 옛적에. ○賜는 줄 사. ○出은 ~을 내다. ○符는 ①병부(兵符) 부. ②부적 부. ③부합할 부. 들어맞을 부. 符合(부합). ○區는 나눌 구. 작은방 구. ○給은 줄 급.
向德, 値年荒癘疫, 父母飢病濱死, 向德日夜不解衣, 盡誠安慰, 無以爲養, 則刲髀肉食之。 母發癰, 吮之卽癒。 王嘉之, 賜賚甚厚, 命旌其門, 立石紀事。
상덕(向德)이 흉년과 역병을 만나서 부모가 굶주리고 병들어 거의 죽게 된지라, 상덕이 일야(日夜)로 옷을 풀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편안하도록 위로하였으나 봉양할 길이 없어서 넙적 다리 살을 베어 그것을 잡수시게 하였으며, 또한 어머니가 종기가 나자, 그것을 빨으니 곧 쾌유하게 되었다. 임금께서 이를 아름답게 여겨 상을 내리시기를 매우 후하게 하여 그 집의 문에 정문(旌門)을 세우게 명하고 비석을 세워 이 일을 적게 하였다.
(字義) ○向은 향할 향. 여기서는 성씨(姓氏)로 “상”이라고 읽는다. ○値는 만날(遇) 치. 당할(當) 치. ○荒은 거칠 황. 황폐할 황. ○癘는 염병 려. ○疫은 염병 역. ○濱은 ①물가 빈. ②거의 빈. 가까울 빈. “濱死”는 거의 죽게 됐다는 뜻이다. 濱死狀態(빈사상태). ○慰는 위로할 위. ○無以+술어: ~할 방법이 없다. ~할 길이 없다. 흔히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以가 방법, 까닭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위와 같이 의역한 것이다. ○刲는 벨 규. ○髀는 넓적 다리 폐. ○癰은 종기 옹. ○吮은 빨 연. ○癒는 병나을 유. 快癒(쾌유). ○嘉는 아름다울 가. ○賚는 줄 뢰. ○旌은 표(表)할 정. 旌門(정문)은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기 위해 세운 문(門)을 말한다. ○紀는 적을 기.
都氏家貧至孝, 賣炭買肉, 無闕母饌。 一日於市, 晩而忙歸, 鳶忽攫肉, 都悲號至家, 鳶旣投肉於庭。 一日母病索非時之紅柿, 都, 彷徨柿林, 不覺日昏, 有虎屢遮前路, 以示乘意, 都, 乘至百餘里山村, 訪人家投宿, 俄而主人, 饋祭飯而有紅柿, 都, 喜問柿之來歷, 且述己意, 答曰亡父嗜柿故, 每秋擇柿二百個, 藏諸窟中而至此五月則完者不過七八, 今得五十個完者故, 心異之, 是天感君孝, 遺以二十顆, 都謝出門外, 虎尙俟伏, 乘至家, 曉鷄喔喔。 後 ,母以天命終, 都有血淚。
도씨는 집은 가난하나 지극히 효성스러웠다. 숯을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의 식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하루은 시장에서 늦게서야(저녁이 되어서) 바삐 돌아오는데 소리개가 고기를 홀연히 채 가거늘 도씨가 슬피 울며 집에 돌아와서 보니 소리개가 벌써 고기를 집안 뜰에 던져 놓았더라. 하루는 어머니가 병이 나서, 제 철이 아닌 홍시를 찾거늘 도씨가 감나무 수풀을 방황하여 날이 저물은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때 한 호랑이가 앞길을 여러번 가로 막음로써(以) 타라고 하는 뜻을 나타내는지라 도씨가 타고 백 여리나 되는 산 동네에 이르러 인가를 방문하여 투숙하려 하였더니 갑자기 주인이 제사밥을 차려 주는데 홍시가 있었다. 도씨가 기뻐하여 감의 내력을 묻고 또 자기의 뜻을 말하였더니 대답하여 말하기를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감을 즐기셨던 까닭에 매 가을에 감을 이백 개를 가려서 굴 안에 감추어 두는데, 이 오월에 이르면 온전한 것이 7, 8개에 지나지 아니하였는데 지금 쉰 개가 온전한 까닭에 마음 속으로 이상하게 여겼더니 이것은 곧 하늘이 그대의 효성에 감동한 것입니다.”하고, 스무 덩이를 내어 주거늘 도씨가 감사한 뜻을 말하고 문밖에 나오자 호랑이는 아직 기다리며 엎드려 있거늘 호랑이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닭이 악악대더라(꼬기오 울더라). 뒤에 어머니가 천명으로 돌아가시니, 도씨는 피눈물을 흘리더라.
(字義) ○이 이야기는 조선 철종 때 효자 도씨의 일이다. ○至는 ①이를 지. ~에 이르다. ②지극할 지. ○闕은 궐할 궐. “~을 빠뜨리다”는 뜻이다. 缺과 비슷한 의미. ○饌은 밥 찬. ○晩은 늦을 만. 때가 늦은 저녁을 가리키기도 한다. ○忙은 바쁠 망. 忙中閑(망중한). ○鳶은 솔개 연. ○攫은 움켜쥘 확. ○索은 찾을 색. ○有虎에서 有는 불특정한 대상을 소개할 때 붙여주는 관용어이다. ○屢는 여러 루. ○遮는 막을 차. ○俄는 갑자기 아. 이 때 관용적으로 而를 붙여서 뒷문장과 연결시켜준다. 晩而~~도 같은 용법이다. 旣而~~(얼마 있다가..., 이윽고...) ○饋는 공궤(供饋)할 궤. 진지올릴 궤. 供饋는 웃사람에게 진지를 올린다는 뜻이다. ○亡父(망부)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뜻하는 단어. ○嗜는 즐길 기. 嗜好(기호). ○擇은 가릴 택. ○諸(저)는 술어 뒤에 붙어서 목적어를 품고 있는 어감을 주는 어조사이다. ○窟은 굴 굴. 洞窟(동굴). ○異는 술어로 “~을 이상하게 여기다”의 뜻. ○顆는 덩이 과. ○俟는 기다릴 사. ○曉는 새벽 효. ○喔은 닭소리 악. 喔喔은 닭 우는 소리의 의성어이다. 우리말로는 “꼬끼오”정도에 해당한다.
孝行篇續終
廉義篇
염의편에서도 역시 실례를 들어, 옛사람들의 염치(廉恥)와 의리(義理)를 보여준다. 현대에는 염치와 의리를 지키다간 오히려 자신만 손해를 본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러한 손해쯤은 결국 언젠가는 만회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항상 떳떳한 자신이 되도록 노력하는 삶이 손해본 인생이라고 여기는 사람과 장차 무엇을 더불어 논하리오?
印觀賣綿於市, 有暑調者以穀買之而還, 有鳶攫其綿, 墮印觀家, 印觀, 取歸于署調曰鳶墮汝綿於吾家, 故, 還汝, 署調曰鳶攫綿與汝, 天也, 吾何爲受, 印觀曰然則還汝穀, 署調曰吾與汝者市二日, 穀已屬汝矣。 二人相讓, 幷棄於市而歸, 掌市官以聞王, 竝賜爵。
인관이 시장에서 솜을 파는데 서조(署調)라는 사람이 곡식으로 그것을 사가지고 돌아 가는데 어느 소리개가 그 솜을 채 가지고 인관의 집에 떨어 뜨렸다. 인관이 주어다가 서조에게 돌려 보내고 말하기를, “소리개가 당신의 솜을 내 집에 떨어뜨렸으니 고로, 딩신에게 돌려줍니다.”하니, 서조가 말하기를, “소리개가 솜을 움켜 채다가 당신에게 준 것은 하늘이 한 것입니다. 내가 어찌 받을 수 있겠소?”하였다. 인관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당신의 곡식을 돌려주겠소.”하니, 서조가 말하기를, “내가 당신에게 준 것이 벌써 시장이 선지 이틀이 되었으니 곡식은 이미 당신에게 속한 것이요”했다. 두 사람이 서로 사양하다가 솜과 곡식을 시장에다 같이 버리고 돌아와 버렸다. 시장을 관장하는 관원이 이로써(以) 임금께 아뢰어서 나란히 벼슬을 주었다.
(字義) ○印觀과 署調는 신라 때의 사람. ○綿은 솜 면. ○攫은 움켜쥘 확. ○墜는 떨어질 추. ○何爲는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왜? 등등의 뜻으로 관용적으로 쓰인다. ○屬은 속할 속. ~에 속하다는 뜻이다. ○掌은 ①손바닥 장. ②맡을 장. 팀의 主掌(주장), 管掌(관장). ○竝은 나란히 병. ○爵은 벼슬 작.
洪基燮, 少貧甚無料。 一日早, 婢兒踊躍獻七兩錢曰此在鼎中, 米可數石, 柴可數駄, 天賜天賜。 公驚曰是何金。 卽書失金人推去等字, 付之門楣而待。 俄而姓劉者, 來問書意, 公悉言之。 劉曰理無失金於人之鼎內, 果天賜也, 盍取之。 公曰非吾物, 何。 劉俯伏曰小的, 昨夜, 爲竊鼎來, 還燐家勢蕭條而施之, 今感公之廉价, 良心自發, 誓不更盜, 願欲常侍, 勿慮取之。 公卽還金曰, 汝之爲良則善矣, 金不可取, 終不受。 後, 公爲判書, 其子在龍爲憲宗國舅, 劉亦見信, 身家大昌。
홍기섭이 젊었을 때 가난함이 심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더니 어느날 아침에 계집종 아이가 펄쩍 뛰며 와서는 돈 일곱 냥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것이 솥 속에 있었습니다. 이만하면 쌀이 몇 섬이요, 나무가 몇 바리는 될 만합니다. 참으로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것이죠”하였다. 공이 놀래서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돈인가?”하고, “失金人 推去”(돈 잃은 사람은 찾아 가라)는 등등의 글자를 곧장 바로 써서 그것을 대문 위 가로댄 나무짝에 붙이고 기다리니, 얼마 안되어 성(姓)이 유(劉)인 자가 찾아와 글의 뜻을 물었다. 공이 그것을 다 말해 주니, 유(劉)가 말하기를, “남의 솥 속에다 돈을 잃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읍니다. 과연 하늘이 주신 것인데 어찌 그것을 취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하니, 공이 말하기를, “나의 물건이 아닌데 어찌 가질 것이요.”하자, 유(劉가) 몸을 구부려 엎드리며 말했다. “소인이 어젯밤 솥을 훔치러 왔다가 도리어 가세가 너무 쓸쓸한 것을 불쌍히 여겨 이것을 놓고 돌아 갔더니 지금 공의 청렴하고 착함에 감복하여 양심이 스스로 일어나니, 다시는 도둑질을 아니할 것을 맹세하옵고, 늘 옆에서 모시기를 원하오니 그 돈을 취하기를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하였다. 공이 곧장 돈을 돌려주며 말하기를, “당신이 선량하게 된 것은 참 좋으나 이 돈은 취할 수 없소.”하고 끝끝내 받지 않았다. 뒤에 공은 판서가 되고 그의 아들 재룡이 헌종의 장인이 되었으며, 유(劉)도 또한 신임을 얻어서 몸과 집안이 크게 번창하였다.
(字義) ○少는 어릴 소. ○料는 헤아릴 료. ○婢는 계집종 비. ○踊는 뛸 용. ○躍은 뛸 약. ○鼎은 (다리가 셋인) 솥 정. ○柴는 땔나무 시. ○駄는 짐실을 태. 바리 태. “바리”는 말이나 소에 잔뜩 실은 한 나무짐을 말한다. ○卽(즉)은 바로, 곧장, 즉시의 뜻. 則과는 다른 글자임. ○書는 술어로는 “쓰다,” 명사로는 “글. 책”의 뜻이다. ○推去는 찾아가라는 뜻의 한 단어이다. ○付는 붙일 부. ○楣는 문미(門楣) 미. “문미”는 문위에 가로댄 나무를 뜻한다. ○悉은 모두 실. 다 실. ○盍는 어찌아니할 합. ○俯는 구부릴 부. ○竊은 훔칠 절. 竊盜(절도). ○還은 부사로 “도리어”의 뜻. ○憐은 불쌍히여길 련. ○蕭는 쓸쓸할 소. ○蕭條는 한 단어로 “분위기가 매우 호젓하고 쓸쓸하다”는 뜻이다. ○廉은 청렴할 렴. ○价는 착할 개. ○誓는 맹서할 서. ○舅는 외삼촌 구. ○國舅는 한 단어로 임금의 장인을 뜻하는 말이다. ○見信: 신임을 얻다. “見+술어”는 피동형으로 쓰인다. “見死”하면 “죽다”의 뜻이 된다.
高句麗平原王之女, 幼時好啼。 王戱曰以汝將歸于溫達。 及長, 欲下嫁于上部高氏, 女以王不可食言, 固辭, 終爲溫達之妻。 蓋溫達家貧, 行乞養母, 時人目爲愚溫達也。 一日, 溫達自山中, 負楡皮而來。 王女訪見曰吾乃子之匹也。 乃賣首飾而買田宅器物, 頗富, 多養馬以資溫達, 終爲顯榮。
고구려 평원왕의 딸이 어렸을 때 울기를 좋아하더니 왕이 희롱하여 말하기를, “너를 장차 온달에게 시집보내리라”하였다. 자라서 상부 고씨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니 딸이 임금으로서 식언(食言)할 수없다 하고 굳이 사양하고 마침내 온달의 아내가 되었다. 아마도 온달은 집이 가난하여 빌어다가 어머니를 봉양하였으니 그때 사람들이 그를 지목하여 바보 온달이라고 여겼다. 하루는 온달이 산중으로부터 느티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돌아오니 임금의 딸이 찾아와 보고 말하기를, “나는 바로 그대의 배필입니다”하고, 머리 장식 등을 팔아 밭과 집과 살림 그릇들을 사서 자못 부유해지고 말을 많이 길러 온달을 도와 마침내 이름이 드러나고 영광스럽게 되었다.
(字義) ○啼는 울 제. ○戱는 희롱할 희. ○將은 장차 장. ○歸는 시집갈 귀. ○嫁는 시집갈 가. ○食言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뜻의 한 단어로 현대에도 자주 쓰임. ○固辭도 현대에 자주 쓰이는 말로 “굳이 사양한다”는 뜻이다. 固는 부사로 “진실로 고, 본래 고” ○辭는 사양할 사. ○終은 부사로 끝내, 결국, 마침내. ○蓋는 여러 가지 용법이 있는데 우선, 말을 시작할 때, 문두에 붙어서 “대개, 일반적으로”의 뜻이 있고, 때로는 추측의 뜻도 있다. “아마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물론 현대에는 “덮을 개”로 주로 쓰인다. 蓋然性(개연성). ○目爲~: “지목하여 ~로 여기다.” 여기서 目은 술어로 “지목할 목”의 뜻이고, 爲는 “~로 여기다. ~로 삼다. ~로 생각하다.”의 뜻이다. 이와 같이 술어 뒤어 爲를 붙여 쓰는 예가 많다. ○楡는 느티나무 유. ○飾은 꾸밀 식. ○頗는 부사로, 자못 파. ○資는 도울 자. 현대에는 주로 “재물 자”로 쓰인다.
廉義篇終
勸學篇
명심보감의 마지막 편으로서 권학(勸學)의 글로서 끝을 맺는다.
朱文公曰,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日月逝矣, 歲不我延, 嗚呼老矣, 是誰之愆。
주 문공이 말씀하셨다. 오늘 배우지 아니하고서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며, 금년에 배우지 아니하고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해와 달은 가고, 세월은 나를 위해 더 늘어나지는 법! “아! 늙었다!”라고 탄식하면 이 누구의 허물인가?
(字義) ○주 문공은 朱子를 말한다. 이 글은 朱子의 勸學文으로 아주 유명한 글이다. ○勿은 금지사. ○謂는 ~라고 말하다. ○日은 ①해 일. ②날 일. ③낮 일. ○逝는 갈 서. 逝去(서거). ○歲不我延은 歲不延我의 도치문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이처럼 부정문에서 인칭 대명사를 (我나 爾 등등) 목적어로 받을 때는 술어와 인칭 대명사를 도치시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延은 뻗칠 연. ○嗚呼(오호)는 감탄사. 감탄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며, 주어가 문맥상 분명하면 주어를 쓰지 않는다. ○愆은 허물 건.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일촌 광음이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아직 지당(池塘)의 봄 풀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는가 싶더니 섬돌 앞의 오동나무 잎사귀는 이미 가을의 소리를 내는구나.
(字義) ○이 글 역시 朱子의 글이다. 4.3 4.3으로 끊고, 成(성), 輕(경), 夢(몽), 聲(성)은 모두 운을 맞춘 글자들이다. ○易+술어: ~하기 쉽다. 쉽게 ~하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寸은 길이의 단위로 一寸(일촌)은 아주 짧다는 뜻이다. ○光陰은 시간, 세월을 뜻하는 한 단어이다. ○輕은 술어로 “~을 가볍게 여기다”는 뜻이다.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覺은 현대에는 주로 “깨달을 각”으로만 쓰이지만, 여기서는 “꿈깰 교․각”으로 쓰였다. ○池는 못 지. ○塘은 못 당. ○池塘(지당)은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연못이란 뜻의 한 단어이다. ○階는 섬돌(읽을 때는 “섬똘”) 계. 섬돌은 말하자면 돌계단이다. 層階(층계), 階段(계단). ○梧는 오동나무 오. ○已는 이미 이.
陶淵明詩云,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도연명의 시에 이르기를, 성년(盛年)은 거듭 오지 아니하고, 하루도 두 번 날이 새지 않으니, 젊었을 때에 마땅히 학문에 힘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나니...
(字義) ○도연명은 진(晉)나라 때 사람. 위의 시는 “歸田園居”라는 그의 詩의 일부분이다. 2.3 2.3으로 끊어 읽고, 晨(신)과 人(인)은 운을 맞춘 글자이다. ○盛은 성(盛)할 성. 豊盛(풍성), 汪盛(왕성). ○年은 ①해 년. ②나이 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盛年은 혈기가 왕성한 한창 나이를 뜻하는 한 단어이다. ○重은 부사로, 거듭 중. 捲土重來(권토중래: 흙먼지를 말아 올리며 거듭 쳐들어 온다는 뜻으로 세력을 만회해서 재도전할 때 쓰는 말이다) ○晨은 새벽 신.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으므로 “날이 새다”로 해석했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及時: 때에 이르러. 즉, 의미상 “젊은 나이에”로 해석했다.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勉은 힘쓸 면. ○勵는 힘쓸 려. ○勉勵는 힘쓴다는 뜻의 한 단어이다. ○待는 ①기다릴 대. ②대할 대. 대접할 대.
荀子曰, 不積蹞步, 無以至千里, 不積小流, 無以成江河。
순자가 말하였다. 반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리에 이를 방도가 없으며, 작은 물줄기를 쌓지 않으면 강하(江河)를 이룰 길이 없느니라.
(字義) ○蹞는 반걸음 규. 跬와 같은 글자이다. 한 걸음은 步라 한다. ○跬步는 반걸음이란 뜻의 한 단어이다. ○無以+술어: ~할 방법이 없다. ~할 길이 없다. 以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의역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至는 ①이를 지. ~에 이르다. ②지극할 지.
勸學篇續終
明心寶鑑終
附錄
之의 쓰임새에 대해서...
之는 술어로는 “~에 가다” (갈 지)의 뜻이고, 어조사로는 우리말의 관형격 조사인 “~의”의 뜻이 있다. 어조사로서 또 하나의 쓰임새는 목적어․대명사(지시대명사)로서의 之를 들 수 있다. 한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가 바로 이 “之”자(字)이지만 다소 그 쓰임새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서 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흔히 之를 목적어․대명사로 보아 “이것을,” “그것을” 등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것만으로는 之의 쓰임새를 온전히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만약 之가 “목적어․대명사”라는 명칭으로 불리워진다면, 之앞에는 반드시 타동사만 와야 할 것이며, 또한 대명사로서 之가 받는 목적어가 문장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之는 타동사는 물론이고, 자동사 뒤에도 붙어서 두루 쓰이는 글자이며, 또한 문장내에 대명사로서 之가 받는 목적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즉, 之를 목적어․대명사라는 명칭으로 불러서는 之의 쓰임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또한 오역(誤譯)의 가능성도 상당히 많다. 이에 우리 선조들은 之를 “어조사”라는 다소 애매한 명칭으로 이 之자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之는 목적어․대명사라기 보다는 문장의 어감(語感)이나, 어기(語氣), 어세(語勢) 등을 위해서 더 많이 쓰인 글자이다. 즉, 之자는 무엇을 지칭하기 위한 대명사라기 보다는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유지하고, 어조(語調)를 고르기 위한 글자로서의 기능이 더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之자는 此(이것을), 是(이것을) 등과 같은 글자처럼 그 지시성(指示性)이 강한 글자가 아니며, 다만 문장의 안정감과 어조 등을 위해서 붙여준 글자에 불과한 것으로 우리말로 “이것을,” “그것을” 이라고 하여 지시대명사로 번역될 성격의 글자가 아닌 것이다. 우리 선조들께서 옮겨 놓은 각종 언해본(諺解本) 등을 살펴 보면 之자를 “이것을,” “그것을”이라고 해석한 경우가 절대로 없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之자를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래에서는 之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1. 之는 타동사 뿐만 아니라 자동사 뒤에도 붙어서 두루 쓰이는 글자로서 “목적어․대명사”라는 명칭은 적합하지 않다.
대개 어느 나라의 언어이건 간에 자동사 보다는 타동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문의 경우에도 자동사 보다는 타동사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술어+之”에서 之가 마치 그 술어의 목적어인양 설명하면 처음에는 잘 들어 맞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之는 딱히 무엇을 지칭하기 위한 대명사가 아니라,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 어세(語勢), 어조(語調) 등을 고르기 위한 기능이 더 중요한 글자인 것이다. 따라서 之는 타동사이건 자동사이건 두루 붙어서 쓰일 수 있는 글자이다. 만약 “자동사+之”에서 之를 대명사로 본다면, 이는 오역(誤譯)이 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아래에서는 자동사 뒤에도 之가 붙을 수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겠다.
○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死之 管仲不死 曰未仁乎
자로가 말했다. 환공(桓公)이 공자 규(公子糾)를 죽이자, 소홀(召忽)은 죽고, 관중(管中)은 죽지 아니하였으니 (관중은) 仁하지 못하였던 것입니까? (論語)
※ 死之에서 死는 자동사로서 “죽다”의 뜻이다. 만약 타동사로 본다면 오역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之는 대명사가 아니며, 4.4의 한문 고유의 댓구를 맞추고 어감, 어세, 어기 등등을 위해서 써준 글자이다. 아래에 경우도 모두 이와 같다. 자칫 之를 대명사로 보았다가는 오역을 하기 십상이다.
○ 執其手曰 亡之
그 손을 잡고서 말씀하시기를, “어쩔 도리가 없구나.” (論語)
○ 深淵而魚生之, 山深而獸往之
연못이 깊으니 물고기가 살고, 산이 깊으니 들짐승이 다닌다. (史記)
○ 朋黨之說, 自古有之
붕당의 설이 옛부터 있었다. (朋黨論)
○ 貊, 五穀不生, 惟黍生之
맥 땅에는 오곡이 나지 않고, 오직 기장이 난다. (孟子)
○ 死之, 可也 (죽는 것이 좋을 것이다. 春秋左傳)
○ 伯夷曰, 父命也, 遂逃去, 叔齊亦不立而逃之
백이가 말하기를, “아버님의 명령이시다”하고 마침내 달아나 가버리니, 숙제 또한 (임금자리에) 서지 않고 달아 났다.
○ 飮酒樂甚, 扣舷而歌之
술을 마시고 즐거움이 무르익어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한다. (前赤壁賦)
○ 不知手之舞之, 足之蹈之也
손으로 춤추고 발로 뛰는 것도 모르다. (詩經)
○ 子路問政, 子曰, 先之, 勞之
자로가 정치를 묻자 공자께서 말하기를, 솔선하고 노력해야 한다. (論語)
○ 大車無輗 小車無軏 其何以行之哉
큰 수레에 수레채 마구리가 없고, 작은 수레에 멍에 막이가 없으면 그 (수레가) 어떻게 갈 수 있으리요? (論語)
※ “其何以行之哉”문구를 “어떻게 그것을 가게 하리요?”라고 번역하면 안된다. 論語集註를 보면 行이 타동사가 아님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으며, 만약 行이 타동사라면, “~을 행하다”의 뜻이지, “~을 가게하다”의 뜻이 아니다.
○ 五畝之宅 樹之以桑 五十者可以衣帛矣
오무쯤 되는 땅에 뽕나무를 심으면 쉰 살된 사람은 솜옷을 입을 수 있다. (孟子)
○ 子曰 小子何莫學夫詩 詩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論語, 陽貨篇) ※邇와 遠은 타동사가 될 수 없다. 자동사이다.
지금까지 살펴 보았듯이 之는 자동사 뒤에도 쓰일 수 있는 글자이다. 만약 之를 “대명사․목적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면, 之앞에 붙는 술어는 모두 타동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오역을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위에서 보듯이 之는 문장의 안정감과 균형감을 주고, 어기(語氣), 어세(語勢) 등을 고르기 위한 기능이 더 중요한 것이다.
2. 타동사 뒤에 붙는 之라도 다른 지시대명사인 此나 是처럼 강한 지시성(指示性)을 품고 있지 않고, 그 지시성이 거의 희박하다.
○ 造次 必於是 顚沛 必於是
잠시라도 이에 반드시 있고, 급해도 이에 반드시 있다. (論語)
○ 自是舜以克孝 而徽五典
이로부터 순임금이 능히 효도함으로써 五典을 아름답게 하시고....(孝經大義序)
만약 之가 대명사라면 무엇을 특정하는 지시성(指示性)이 강해야 할 것이다. 즉, 此나 是자 처럼 그 지시성(指示性)이 뚜렷하여야 할 것이지만, 之에는 그렇게 뚜렷한 지시성이 없다. 즉 다시 말하면, 之자는 무엇을 딱히 지칭하기 위한 글자가 아니라, 문장의 균형감, 안정감, 어세, 어기, 어조 등을 위해서 쓰이는 글자인 것이다. 만약 之가 무엇을 딱히 지칭하는 그 지시성(指示性)이 강하다면 위의 문구의 是대신에 之자도 쓰여야 할 것이다. 즉 지시성이 강한 是자를 대체해도 무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문에는 “於之(그것에, 이것에),” “自之(그것으로부터, 이로부터)”와 같은 문구는 절대로 없다. 즉, 之에는 是와 같은 지시성(指示性)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지시성(非指示性)은 아래와 같은 문장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 上有麾之, 中有乘之, 下有附之
위에서는 지휘하고, 중간에서는 이어받아 따르고, 아래에서는 이에 부합한다. (明心寶鑑)
○ 易地思之 (입장을 바꾸어 생각한다), 愛之重之 (사랑하고 중히 여긴다)
○ 衆惡之 必察焉,
뭇사람들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그를) 살핀다. (論語)
○ 孔子曰, 小子 聽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얘들아, (내 말을) 듣거라. (論語)
○ 百行之本, 忍之爲上
백행의 근본은 참는 것이 최상이다. (明心寶鑑)
※ 忍之는 명사구로서 이때 之는 앞의 글자를 술어답게 하는 어감을 주는 기능을 한다. 즉, “忍爲上”과 “忍之爲上”은 어감상 큰 차이가 있다.
○ 小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어렸을 때는 혈기가 미정한 까닭에 경계할 것은 色에 있다. (論語)
※ 역시 마찬가지로 戒在色과 戒之在色은 어감상 차이가 많다. 즉, 전자는 戒가 명사일 뿐이다. 따라서 “경계가 여색에 있다”의 뜻으로 문맥에 맞지도 않는다. 그러나 之를 戒다음에 붙임으로써 戒는 명사가 아니라 술어가 되며 하나의 명사구로서 “경계할 것이 여색에 있다”의 뜻이 되어 어감이 분명히 다르다.
○ 敎之之術, 其次第節目之詳, 又如此
가르치는 술법의 차례, 절차, 세목의 상세함이 또한 이와 같다. (大學集註)
○ 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
진실은 하늘의 도리요, 진실되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이다. (中庸)
위의 글에서 之는 모두 무엇을 딱히 지칭하는 대명사가 아니다. 즉, 무엇을 지칭하기 위해서 之를 쓴 것이 아니라, 다만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 어기, 어세, 어감 등을 위해서 써준 것이다. 특히 마지막의 네가지 사례들은 모두 “술어+之”가 명사구로 쓰인 것들이다.
3. 之는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주고, 어세(語勢), 어기(語氣), 어조(語調) 등을 고르기 위한 기능이 더 중요한 글자이다.
위의 논거만으로도 之는 “대명사․목적어”라는 명칭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글자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之는 무엇을 지칭하기 위한 대명사라기 보다는, 즉 뜻이 있는 실사(實辭)라기 보다는 문장내에서 “기능”을 주로 하는 허사(虛辭)에 가까운 글자이다. 이러한 기능은 위의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거니와, 아래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 爲善者 天報之以福 (善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으로 갚는다. 明心寶鑑)
○ 有陰德者 天報以福 (음덕을 쌓은 자는 하늘이 복으로 갚는다. 蒙求)
※위의 두 문장은 거의 똑같은 문장이다. 그런데 하나는 之를 쓰고 하나는 之를 쓰지 않았다. 그것은 어감상의 차이이다. 즉, 아래의 문장은 4.4의 한문 고유의 댓구 형식에 따랐기 때문에, 之를 붙여주면 어감만 나빠지기 때문이다.
○ 沽酒市脯 不食 (論語)
※ 여기서는 食이 타동사임에도 之를 붙이지 않았다. 역시 之를 붙이면 어감만 나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不+술어+之”와 같은 형태의 구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별로 쓰이지 않는다. 아래의 문장을 보면 之가 어감, 어세, 어기 등을 고르기 위한 기능이 더 큼을 알 수 있다.
○ 勢利紛華 不近者 爲潔, 近之而不染者 爲尤潔
권세와 이익의 화려함에 가까이 하지 않는 이가 고결한 것이요, 가까이 있더라도 물들지 않는 자는 더욱 고결한 것이다. (菜根譚)
※ 이 문장에서 之는 아주 특별한 기능을 한다. 즉, 之를 통해서 문장의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어세(語勢)와 어조(語調) 등을 고르게 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즉, “不近者”를 不近之者“라고 하지 않거니와, ”近之而不染者“를 ”近而不染之者“라고 한다거나, ”近之而不染之者“라고 하지 않는 것은 모두 그 어감과 어세 등을 위해서 그런 것이다. 또한 ”不+술어+之“와 같은 구문은 특별한 어세를 나타내기 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다.
○ 得爲而不爲 不得爲而爲之 均於不孝
할 수 있는 데도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데도 하는 것은 불효에 있어서는 똑같다. (論語集註)
※ 여기서도 之는 어조를 고르기 위한 기능을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조동사(得, 可)+술어+之”와 같은 구문도 어세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다. 즉, 위의 문장을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得爲而不爲”를 “得爲之而不爲之”라 하지 않은 것은 이유 있는 것이다.
○ 王曰 王政可得聞與
왕께서 이르기를, 왕도정치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孟子)
※이 문장에서도 “王政可得聞之與”라 하지 않은 것은 어세가 좋지 못해서이다.
특히 아래의 예문들은 모두 之가 어기를 고르기 위한 기능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관용구들이다.
○ 願比死者 一洒之 如之何則可
죽은 자를 위하여 한번 원수를 갚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孟子)
○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윗사람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난동 일으키길 좋하는 일은 아직 없었다. (論語)
○ 如其善而莫之違也 不亦善乎
만약 그것이(임금의 말이) 옳기 때문에 어기지 못하는 것이라면 또한 좋지 않습니까? (論語)
위의 표현들은 대부분 굳어진 관용적인 표현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어감을 위한 것이지, 무엇을 지칭하기 위해 之를 쓴 것이 아니다.
이상으로 대략 之의 쓰임새를 살펴보았다. 之는 한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며, 또한 한문을 가장 한문답게 만들어주는 독특한 글자이다. 본인이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之를 “목적어․대명사”라는 명칭으로 불러서는 之의 온전한 쓰임새를 제대로 알 수 없으며, 또한 之의 쓰임새에 대해서 오해는 물론 자칫 오역할 가능성도 많다는 점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즉, 之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라기 보다는 그 기능이 더 중요한 글자이며, 그 미묘한 기능을 알지 못하고는 한문의 참맛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다소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 놓았다. 이 글이 다만, 초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또한 비재천학(菲才淺學)을 무릅쓰고 설명하려다 보니 다소 적확(的確)하지 못한 부분도 있으므로 많은 질정을 바라는 바이다.
출처 : 바람아~~!
글쓴이 : 소슬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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