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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방 -Q&A

교회세습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by 이덕휴-dhleepaul 2018. 8. 29.

아래의 글은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열망으로 많은 부조리함을 힘으로 밀어부치려는 반 기독교적 작태를 보여주는 이 시대의

추악한 모습을 일반 기자의 눈으로 제작된 글이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돈과 명예 그리고 물질이 앞서는 현실 앞에서 주님은 어떤 심정일까요?

교회는 어떻게 재벌을 닮아가는가

김동인 기자 입력 2018.08.29. 16:00 
8월7일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담임목사의 취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교회 세습 논란이 불어닥쳤다. 그간의 과정을 짚었다.

폭염에도 교회는 붐볐다. 8월12일 오전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신관 예배당 8000여 석이 모두 찼다. 주일예배는 총 다섯 차례 열린다. 오전 7시 첫 예배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나머지 예배는 김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담임목사가 설교를 진행한다.

“무더운 공기보다 더 무거운 게 있었는데, 그것은 근래 교회를 둘러싼 여러 소식과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하나님께 신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 당사자인 김하나 목사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답하듯 이렇게 설교를 시작했다. 앞서 8월7일,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이하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김하나 담임목사 취임(청빙)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7명이 반대했지만, 나머지 8명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단일 안건에 대한 판결이지만, 교계 전체에 파장이 일었다. 교단 헌법의 세습 금지 조항은 교회 세습을 막기 위해 교계 안팎에서 노력한 결과다(46쪽 기사 참조).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도 2013년 9월, 교단 헌법 제28조 6항에 세습 금지를 명문화했다.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 부임은 이 조항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명성교회를 이끌어온 김삼환 목사가 이미 2015년 12월에 은퇴했기 때문에 법에 명시된 ‘은퇴하는’ 시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일종의 ‘징검다리 세습’이다.

김삼환 목사가 이끄는 명성교회는 개신교 전체에서 손꼽히는 대형교회다. 1980년 서울 명일동 상가 건물에 처음 교회를 세우고 교세를 확장했다. 30여 년 만에 등록 신자 기준 10만명에 육박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명일동 한복판에서 건물 8개를 교회 시설로 이용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 영광여중·고와 안동시 안동성소병원도 명성교회 소유다. 김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숭실대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새노래명성교회 건물은 등기상 명성교회 소유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는 2014년 3월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에 ‘새노래명성교회’를 설립하며 이곳 담임목사가 되었다. 당시 김하나 목사 측은 명성교회 세습을 포기하고 신설 교회를 개척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노래명성교회 역시 명성교회의 땅에 건물을 세우고, 명성교회의 재력과 영향력을 통해 신자를 모은 일종의 ‘분리 교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류상 독립된 교회이긴 하지만 건물 등기는 명성교회 소유로 되어 있었다. 아버지 김삼환 목사가 새노래명성교회 예배에 나서기도 했다. 김삼환 목사는 지난 8월7일 오전 8시에도 새노래명성교회를 찾아 설교했다. 아버지의 지위와 권위를 이용해 새 교회를 일군 것 자체도 일종의 세습이라 보는 이들도 있다.

김하나 목사는 2013년 11월12일 청어람아카데미와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학우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명성교회를 하라고 해도 저는 안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3월11일, 명성교회 당회(대표회의)는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을 결정하고 합병안을 공동의회(교회 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2014년 새 교회 창설, 2015년 아버지 은퇴, 2017년 교회 간 합병이라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재벌의 편법 상속과 닮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 2017년 3월19일, 명성교회는 평일 저녁 급히 공동의회를 열어 사실상 세습안인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교인 8104명이 참석한 투표에서 5860명이 찬성했다. 정족수 논란이 뒤따랐다. 공동의회에서 표결에 참석한 교인이 등록 교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청년부를 비롯해 특히 젊은 층에서 세습 반대 여론이 확산됐다.

교회 내 총투표(공동의회)를 치렀다고 해서 세습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김하나 목사에 대한 세습이 교단 내에서 ‘공인’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지역 노회’에서 승인을 얻어야 한다. 2017년 10월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심사한 ‘예장통합총회 서울동남노회 헌의위’는 당초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반려했다. 세습을 금지하는 교단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명성교회 측 노회원(목사·장로 등)들은 이 결정에 반발하며 헌의위원장이던 김수원 부노회장(태봉교회 목사)을 직권남용으로 고소했다.

2017년 10월24일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 73회 정기노회, 부노회장이었던 김수원 목사는 교단법에 따라 이날 노회장으로 자동 승계토록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명성교회 측 노회원들은 “고소당한 부노회장은 노회장이 될 수 없다”라며 맞섰다. 노회는 파행을 거듭했고 김하나 목사 청빙에 반대하는 노회원 130여 명이 보이콧을 선언하며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노회가 열리기 위한 정족수는 225명이었지만, 이날 서울동남노회는 남은 170여 명으로 노회를 이어갔고, 새 임원(최관섭 노회장)을 뽑아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통과시켰다. 2017년 11월12일,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 위임예식을 치렀다. 길고 긴 세습이 여기서 모두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내홍을 겪은 서울동남노회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김수원 목사를 중심으로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했다. 비대위는 상위 기구인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에 두 가지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는 파행된 상태에서 뽑힌 서울동남노회 임원 선거가 무효라는 소송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뽑힌 임원들이 통과시킨 김하나 목사 청빙이 무효라는 소송이었다. 사태 수습은 전체 교단을 총괄하는 예장통합 총회의 몫이 되었다.

2018년 3월13일 비대위가 제기한 두 가지 소송 가운데 첫 번째 소송 결과가 나왔다. 예장통합 재판국은 8대 6으로(1명 기권) 2017년 10월24일 당시 서울동남노회가 절차에 맞지 않게 운영됐고, 이때 뽑힌 임원 선발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 판결을 환영했다. 총회 재판국은 비대위가 제기한 두 번째 소송(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은 판결을 미뤘다.

총회 재판국 판결에 명성교회 측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서울동남노회는 반발했다. 최관섭 노회장은 판결에 불복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재판국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내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또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예장통합 교단은 노회별로도 재판국을 운영한다)은 비대위 김수원 목사를 면직·출교시켰다. 총회 재판국의 결정·판결 사안을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이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은 4월23일, 최관섭 노회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동남노회가 파행과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두 번째 소송인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에 대한 판결이 지난 8월7일 나왔다. 결과는 8대 7로 원고 패소. 재판국이 서울동남노회가 잘못된 절차로 노회를 열었다고 인정했지만, 그 노회에서 통과시킨 청빙안은 유효하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9월 예장통합 정기총회에서 판가름

김하나 목사 세습에 반대하는 이들은 교단 최상위 기구인 ‘정기총회’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예장통합 정기총회는 매년 9월에 열린다. 정기총회에서는 총회 재판국에 대한 불신임도 가능하다. 지난해 정기총회에서도 재판국에 대한 불신임이 가결되어 재판국원이 교체된 바 있다. 김하나 목사 세습에 반대하는 명성교회 교인 모임인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관계자는 “아무리 김삼환 목사의 영향력이 강하더라도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인원 전부를 회유하지는 못한다. 결국 지금부터는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이들을 향한) 여론전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총회에서 세습이 가로막힐 경우,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을 철회하거나 예장통합을 나가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예장통합을 탈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김삼환 목사의 카리스마로 교회를 성장시켰지만, 교단을 등질 경우 부목사를 비롯한 교인 이탈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교인이 줄어들면 재력과 영향력이 줄어든다. 세습을 유지하면서,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명성교회 역시 정기총회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9월 예장통합 정기총회에서 명성교회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전국적인 세습 흐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명성교회 세습이 용인될 경우, 다른 교회에서도 세습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 세습 금지 조항이 교단법에 등장할 때만 해도 이 조항의 무게감은 컸다. 교단 자체가 ‘세습 금지’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교단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교회가 교단 헌법을 ‘우회해’ 세습을 한다면 세습 금지 조항의 무게감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아버지 목사가 은퇴한 뒤, 아들이 몇 년 후 돌아오면 된다는 일종의 ‘판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교회의 세습 시도는 다른 교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실제로 2001년 광림교회는 교계 안팎에서 반대하는데도 세습을 밀어붙였다. 이 세습이 성공을 거두자 세습 반대 운동은 한 차례 침체기를 겪은 반면 교회 세습은 10년간 활발해졌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조사에 따르면, 2001~2012년에 세습한 교회는 전국 78개로 현재까지 확인된 120개 세습 사례 중 상당수가 이 시기에 세습을 마쳤다.

교회라고 해서 모두 세습이 가능한 건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담임목사의 권한이 강해야 한다. 장로의 목소리가 큰 교회에서는 당회나 공동의회 단계부터 세습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 담임목사가 새로 개척한 교회, 담임목사의 개인 역량(설교 등)으로 성장한 교회, 장로를 어느 정도 장악한 교회여야 세습의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기업의 창업주가 이사회를 장악해야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회 규모가 작더라도 이런 조건이 성사된다면 세습을 시도할 여지가 충분하다. 세습은 대형교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그동안 세습을 추진한 120개 교회 가운데 교인 500명 미만인 곳도 43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신교는 신규 목회자가 새 교회를 개척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소형 교회라 하더라도 자녀가 목회자가 된 경우, 새 개척교회를 차리게 하는 것보다 작은 교회라도 물려주는 게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 목회자 과잉공급, 교회 과다경쟁 때문이다. 명성교회 세습 사태에는 이런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응축되어 있다. 설교를 바탕으로 대형교회를 일군 스타 목회자는 교단의 반발과 소속 노회의 파행에도 불구하고 세습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오는 9월 판가름이 난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