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백과] 도덕과 입법 원리 입문 – 절대지식 세계고전, 사사키 다케시 외, 이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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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요약
“쾌락을 조장하고 고통을 덜기 위한 능력을 도덕 및 입법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공리주의 철학의 아버지인 벤담은 분석법학의 선구자로도 손꼽힌다. 17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모든 장을 통해 쾌락과 고통을 개인적 수준에서 사회적 수준까지 여러 각도로 언급하고 있다.
목차
블랙스톤과 벤담의 악연
쾌락과 고통이라는 공리의 원칙
공공의 이익이란 개인의 이익의 합계
동기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법의 목적은 사회 행복의 증진에 있다
기타
블랙스톤과 벤담의 악연
옥스퍼드대학교의 법학 교실에서 윌리엄 블랙스톤의 영국법 강의가 계속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노트 위에 펜을 바쁘게 굴렸다. 그런데 단 한 청년, 아니 소년은 필기도 하지 않을뿐더러 고통스러운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때는 1763년이었고, 이 소년은 15세의 제러미 벤담이었다. 그는 친구가 “왜 필기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교수의 강의가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생각하는 중이어서 내용을 적을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13년 뒤인 1776년에 영국 법학계는 블랙스톤을 정면으로 비판한 익명의 출판물의 저자를 찾아내려고 부산을 떨었다. 여러 사람의 법학자들이 거론되면서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관한 비판으로 이름이 나 있던 에드먼드 버크도 지명되었는데, 이러한 소동을 지켜보던 버크의 아버지가 나서서 결국 제러미 벤담의 이름을 표지 위로 끌어내게 되었다. ‘미지의 저자’에 대한 부푼 기대가 ‘무명의 저자’로 나타난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는지 독자들의 열의는 곧 싸늘하게 식었고 판매 부수도 급속히 감소했다.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이자 자연법론자인 동시에 영국의 판례법 체계의 찬미자이기도 한 블랙스톤과 달리, 벤담은 흄과 같은 회의론자나 클로드 아드리앵 엘베시우스각주1) 와 같은 무신론자에게 친근감을 가진 계몽 사상가였다. 특히 사회의 진보에 대응해 입법을 통한 법 제도의 합리화라는 주장을 지론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블랙스톤의 판례법 찬미를 보수주의, 곧 진보의 ‘적’으로 간주한 것이었다.
블랙스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비굴하고 잘못된 작은 지혜가 낳은 어린애 같은 역설은 제정신을 가진 남자라면 참기 어려운 것이다. 이는 다만 현실을 기만하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눈을 어지럽히고 혼란시킬 뿐이다”라는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 옛날의 소년 벤담이 블랙스톤의 저 유명한 강의를 어떤 기분으로 듣고 있었는가를 가히 추측할 수 있다.
쾌락과 고통이라는 공리의 원칙;
“자연은 인류를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권자의 지배 하에 두었다. ‘우리가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What we ought to do)’를 지시하고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What we shall do)’를 결정하는 것은 고통과 쾌락뿐이다.”
이 말은 유명한 『도덕과 입법 원리 입문』의 서두에 적혀 있는 말이다. 벤담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도덕과 입법 원리 입문’의 근거가 되는 원리로 “행위의 옳고 그름은 그것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오고 있는지의 여부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는 ‘공리의 원리(the principle of utility)’를 꼽고 있다. 이 책의 1822년판의 주에는 이 원리가 ‘최대 행복의 원칙’으로 바뀌어 적혀 있으나, 유명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표어는 이미 『통치론 단편』 속에서부터 등장하고 있다. 원래 이 말은 이탈리아의 법학자 베카리아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거기에 담긴 사상은 클로드 아드리앵 엘베시우스와 존 로크를 거쳐 그리스 로마의 고대 철학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벤담은 이 원칙에 어떤 근거를 부여하려고 했는가.
“직접적인 증명은 불가능하며 또한 불필요하다. 아무리 어리석고 성격이 비뚤어진 인간일지라도 자신의 대부분의 일생을 통해 이 원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은 자는 없다. 인간의 자연적 성질에 따른다면 인간은 대개의 경우 별다른 의도 없이 이 원칙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공리의 원칙에 반론을 제기하고자 하는 자 역시 알게 모르게 그 반론의 근거를 이 원칙에서 찾고 있다(‘공리의 원칙이 위험하다’고 보는 자들도 있으나 그것은 공리의 원칙에서 보아서 위험한 것일 뿐이다). 이런 견해는 원칙의 오류가 아닌 그 적용의 오류를 지적한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예를 들어 금욕주의자라는 인종이 있으나, 금욕주의자란 원래 현재의 쾌락이 미래의 불행으로 이어진다고 믿으며 현재의 행복을 멀리하고자 하는 자로서, 그 역시 공리 원칙의 (잘못된) 적용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공공의 이익이란 개인의 이익의 합계
벤담은 개인주의자 또는 사회적 원자론자각주2) 로서 “윤리학에서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을 말하지만 공공이란 의제적 존재에 불과하며, 실제로 공공의 이익이란 다름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개인의 이익의 합계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그에 의하면 정부 시책의 좋고 나쁨 역시 모든 개인의 이익의 합계를 증가시킬 수 있는지의 여부에 의해 판정되는 것이 된다. 여기에서 그 판정 방법이 문제시되지 않을 수 없는데, 벤담은 그것을 시의 형식을 빌려 정식화하고 있다.
쾌락의 증거는 항상(endure) 이것
강하고 길고 확실하고 빠르며 풍요롭고 순수한(pure) 것이지
자신의 목적(end)이 만족한다면.
공적이라면, 이런 쾌락을
많은 이들에게 퍼지게(extend) 해
그대의 고통을 보는(view) 것은 피하고
피하기 어려운 고통은 소수(few)에게.
원래 벤담 역시 “그와 같은 측정이 모두 윤리적 판단이나 입법 및 재판에 의해 엄격하게 행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그러한 점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동기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그런 다음, 입법과 재판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쾌락과 고통의 종류, 인간의 의식 그리고 행동에 대한 긴 서술이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흥미를 끄는 대목은 ‘동기’를 논한 장에서 가치적 용어를 통해 잘못 유도될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벤담에 의하면, “어떠한 동기라도 그 자체로서는 선도 악도 아니다”라고 하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기 자체만을 지시하는 명사가 존재하는 일은 매우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선악의 평가와 이어져 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경건(piety)이라든가 명예(honour)와 같은 단어에는 선한 가치 판단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 동기는 언제라도 악한 행동을 낳을 수 있다. 감각적 욕망은 ‘육욕(sensuality)’이라고 불리고, 성욕은 ‘색욕(lasciviousness)’, 부에 대한 욕망은 ‘탐욕(avarice)’, 명예욕은 ‘허영심(vanity)’, 권력욕은 ‘야심(ambition)’, 고통에 대한 공포는 ‘겁쟁이(cowardice)’로 일컬어지면서 당연히 악한 것처럼 사용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동기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닌 것이다.
따라서 재판을 할 때에는 피고의 행동을 표현하는 동기는 될 수 있는 한 중성적 단어로 표현해야만 하며, 앞에서와 같은 가치적 용어를 사용해 사전에 가치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법의 목적은 사회 행복의 증진에 있다
“정부의 임무는 상벌을 통해 사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라는 말 가운데 형벌을 가하는 임무에 대한 분석이 이 책의 주제이다.
형법 이론에서 벤담은 당연히 목적형벌론의 주장자이다. 그렇지만 공리의 원칙에 입각해 무의미하거나 의미가 적은 형벌을 억제하고자 한 점에서 베카리아와 나란히 형벌 권력에 대항해 인권 옹호를 체계적으로 주장한 선구자라고 말할 수 있다. 벤담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법에서 그 일반적 목적은 사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은 가능한 한 모두 제거할 필요가 있다. 곧, 해악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형벌은 그 자체로서 악이며 해악이지만 공리의 원칙에 따른다면 보다 큰 죄악을 제거한다는 예상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피해자의 동의가 있을 때나 그 행위의 해악보다 이익이 더 클 때처럼 형벌을 가할 근거가 없는 경우, 사후 입법과 재판관의 월권, 국민들에게 법의 내용을 주지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했을 때나 미성년, 광기, 착각, 정당방위, 긴급 피난, 불가항력 등과 같이 형벌의 효과가 적은 경우, 여론의 반대와 외국 정부의 반대 등 형벌이 이익이 되지 않는 경우, 교화 등을 통해 범죄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처럼 형벌이 불필요한 경우 등에는 유해한 행위일지라도 형벌을 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한 비용의 측면에서도 범죄 방지 비용이 범죄의 해악보다 더 많을 경우에는 형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감옥 행정의 개혁 또한 벤담이 정열을 쏟은 대상이었다. 가장 먼저 프랑스어로 출판된 『입법의 원리』(1802)에서 벤담은 당시의 감옥 상태를 ‘악덕의 학교’, ‘범죄의 대학(academies of crime)’이라고 일컬으며, 감옥에서는 가장 악독한 자가 교사가 되어 모두에게 수치심을 버리게 하고 악덕을 더욱더 조장한다고 했다.
그는 중앙에서 전체를 모두 감시할 수 있는 원형식 독방제 감옥(파놉티콘각주3) )을 구상해 제안했고, 영국 정부는 런던에 이 같은 형식의 감옥을 건설했다. 사형에 대해서도 오판의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기타
이 책에는 그 밖에도 주목할 점이 많으므로 그것을 간략히 소개한다.
(1) 종교 : 벤담은 신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관한 논쟁에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종교, 특히 종교적 광신은 공리주의적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순교 · 성전 · 박해 등을 비난했다. 그는 “만일 루이 14세가 종교를 갖지 않았더라면 프랑스는 그 귀중한 국민들 80만 명을 잃지 않고 구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가 요구하는 바가 점차 공리의 원칙에 접근해 오고 있다는 점은 경하할 만하다”고 했다.
(2) 자연법 : “인간성에 적합한 유일한 선악의 기준은 공리의 원칙이며 자연법이 그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으나, 때때로 선악에 대한 주장자들의 감정이 자연법의 이름으로 그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공리의 원칙을 위반하는 전제적 태도로 매우 유해한 것이다.”
(3) 여성 : “여성은 남성보다 쉽게 감정적이 되며 체력과 지구력, 강인한 마음 등에서 남자보다 뒤떨어지지만 도덕적 · 종교적 감수성과 동정 · 반발의 감성은 더욱 강하다. 종교성은 남녀에게 큰 차이가 없지만 여성 쪽이 더욱 미신을 따르기 쉽다. 또한 여성은 동정심의 폭이 매우 좁고 공리의 원칙에 대해서도 남성만큼 쉽게 친숙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환경의 소산이라는 측면이 크다. 기혼이나 미혼에 관계없이 여성을 행위 무능력자로 보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착각한 것이다. 이는 전제 지배자가 권력을 휘둘러 민중을 바보로 만들어 놓고 민중은 어리석기 때문에 권력을 줄 수 없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4) 법학 : 벤담은 법학을 ‘법이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인식하는 기술적(expository) 법학과 ‘법은 어떤 형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를 인식하는 비판적(censorial) 법학으로 구분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으며, 블랙스톤은 이 두 가지를 혼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과학으로서의 실정법학’으로, 곧 존 오스틴 등의 분석법학이나 켈젠의 순수법학의 선구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5) 국제법 : 오늘날 일반적으로 국제법은 인터내셔널 로(international law)라고 불리고 있으나 이는 벤담이 지어낸 말로, 당시까지는 로 오브 네이션(law of nations)이라고 지칭되었다. 로 오브 네이션은 라틴어의 주스 젠티움(jus gentium)에서 연유한 말로, 본래는 ‘만민법’, 곧 로마 제국 안의 여러 민족들 사이의 법적 관계를 규제하는 것이었다. 이를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면, 국제 민법과 같은 국내법에 해당되므로, 이를 국제법과 구별하자고 주장한 것이었다.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벤담(1748~1832)은 1748년 런던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후 변호사를 거쳐 나중에 민간 연구자가 되었다.
인생의 목적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실현에 있다는 공리주의의 원칙은 프랑스혁명이나 산업혁명에 조금 앞서 제창되었으나, 이는 영국의 부르주아지들에게 격동기의 입법을 유도할 수 있는 사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고리대금의 변호』를 통해 벤담이 주장한 자본주의적 경제 이론은 밀 부자에 의해 계승되었다. 또한 벤담의 법실증주의적 법 개념 분석은 친구였던 존 오스틴에 의해 크게 발전하며 영국 법학계에 분석법학각주1) 파라는 커다란 조류를 형성했다.
이 책 『도덕과 입법 원리 입문』(1789)은 1890년대 동양에서 최초로 일본에서 번역되었으나 독일 철학의 영향이 강한 일본의 사상 풍토에서는 천박한 것으로 여겨지며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
영국에서도 ‘쾌락은 그 자체로서는 선이며, 고통은 그 자체로서 악’이라는 명제에 대해 G. E. 무어가 『윤리학의 원리』(1900) 속에서 이를 ‘자연주의적 오류’라고 배척했기 때문에 이론적 윤리학의 세계에서는 과거의 지나간 사상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적어도 현실의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이론이나 사상에 앞서 이처럼 욕망이 요즈음에도 여전히 기세를 부리고 있다.
글
사사키 다케시 집필자 소개
1942년 아키타 현 출생. 도쿄대 법학부 졸업, 전 도쿄대 총장. 현대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한 사사키 다케시 교수는 1968년부터 조교수, 1978년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펼쳐보기
출처; 절대지식 세계고전
절대지식 세계고전 | 저자사사키 다케시 외 | cp명이다미디어도서 소개
정치, 경제, 법 사상, 철학·사상, 여성론, 종교, 교육, 역사, 카운터컬처 등 총 아홉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마르크스의..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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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도덕과 입법 원리 입문 – 절대지식 세계고전, 사사키 다케시 외, 이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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