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하나의 무대라고 본다면, 그 무대에는 각기 다른 캐릭터를 지닌 2명의 주연배우가 있었다. 두 명의 배우는 카이사르와 키케로다. 둘은 성장과정부터 죽음까지 모든 면에서 극단적으로 달랐다.
카이사르가 전쟁터를 누빈 호방한 군인이었다면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기원전 106~43년)는 지적인 저술가였다. 극적인 죽음을 맞은 카이사르는 오랜 세월 불세출의 영웅 이미지로 남아있는 반면 수많은 부침을 겪으며 우유부단하게 정치생명을 유지한 키케로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훗날 많은 저술가들은 상품성이 뛰어난 카이사르라는 인물을 조명하는 데만 치중했다. '로마인 이야기'를 봐도 시오노 나나미가 카이사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키케로를 의도적으로 폄하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키케로는 카이사르와는 다른 방식으로 로마를 증명한 로마의 또 다른 전설이었다. 정통귀족이 아니었지만 그는 무력이나 재력을 동원하지 않고 콘술(집정관)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만큼 키케로는 출중하고 탁월했으며 스스로 공화정의 개방성을 전 로마에 보여준 사람이었다. 게다가 키케로는 탁월한 필력과 웅변술을 지니고 있었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철학자이기도 했다. 로마를 대표하는 저작물 중 '수사학' '국가론' '의무론' '선악론' '노년에 대하여' '우정에 대하여' 등이 키케로의 저서들이다.
카이사르가 드라마틱하고 과장된 전설로 로마를 알렸다면, 키케로는 구체적인 기록으로 로마를 후대에 알린 주인공이다.
키케로가 남긴 많은 저서들 중 대중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찾는 것이 '노년에 관하여'다. '노년에 관하여'는 키케로가 카이사르와의 반목으로 정계를 떠나 은둔생활을 하던 62세 무렵에 쓴 책이다. 책은 카토라는 주인공 노인이 젊은이들에게 노년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주된 질문과 여기에 대한 답변은 곰곰 생각해볼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중요 부분만 요약해서 소개해 보면 이렇다.
'노년이 되면 일을 할 수 없다'는 질문에 키케로는 이렇게 답한다.
"노년이 되면 일을 못한다고? 도대체 무슨 일을 의미하는 것인가? 육체가 쇠약하다고 해도, 정신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있다. 젊은이들이 갑판을 뛰어다니고 돛을 올리고 할 때, 노인은 키를 잡고 조용히 선미에 앉아 있지. 큰 일은 육체의 힘이나 기민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사려와 판단력으로 하는 것이지."
또 '노년이 되면 쾌락을 즐길 수 없다'는 주제에 대해서는 "욕망 갈등 야망, 이런 것들과의 전쟁이 끝나고 자기 자신의 자아와 함께하는 노년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궁리하고 배우는 한가한 노년보다 더 즐거운 삶은 없다"고 단언한다.
일리가 있다. 어쩌면 연일 분주하게 잔치를 여는 번잡한 젊음보다, 자기 자신을 마주하며 차분하게 궁리하고 익히는 시간이 더욱 매력적인 시간일지도 모른다.
'노년이 되면 죽음이 머지않다'는 주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는다.
"농부들이 봄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오는 것을 바라보는 것 이상 죽음을 슬퍼할 이유는 없다.
자연에 의해 이루어진 모든 것은 좋은 것이다. 죽는 것만큼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일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키케로는 말년에 공화정을 저버린 안토니우스에게 반기를 든다. 그는 마지막 순간 옳은 것과 안전한 것 사이에서 옳은 것을 택했고, 그 대가로 죽음을 당했다. 키케로는 결코 '찌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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