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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지기칼럼

태조 이성계에게 올린 사헌부의 상소문

by 이덕휴-dhleepaul 2020. 12. 3.

조선왕조실록 > 태조실록 > 태조 1년 임신 > 7월 20일

태조 1년 임신(1392) 7월 20일(기해)

01-07-20[01] 정당 문학 정도전에게 도평의사사의 기무와 상서사의 임무를 관여케 하다

전 정당 문학(政堂文學) 정도전(鄭道傳)을 명하여 도평의사사 기무(機務)에 참의(參議)하게 하고 상서사 사(尙瑞司事)를 참장(參掌)하게 하였다.

【원전】 1 집 20 면

【분류】 인사-임면(任免)

01-07-20[02] 대사헌 민개 등이 고려 왕조의 왕씨들을 지방으로 보내자고 청하다

사헌부 대사헌(大司憲) 민개(閔開) 등이 고려 왕조의 왕씨(王氏)를 밖에 두기를 청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순흥군(順興君) 왕승(王昇)과 그 아들 강(康)은 나라에 공로가 있으며, 정양군(定陽君) 왕우(王瑀)와 그의 아들 조(珇)ㆍ관(琯)은 장차 고려 왕조의 제사를 받들게 할 것이니 논하지 말고, 그 나머지는 모두 강화(江華)와 거제(巨濟)에 나누어 두게 하라.”

【원전】 1 집 20 면

【분류】 역사-전사(前史)

01-07-20[03]

 

기강 확립ㆍ승려의 도태 등 10개 조목에 관한 사헌부의 상소문

사헌부에서 또 상소(上疏)하였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전하(殿下)께서 하늘의 뜻에 순응하여 혁명(革命)을 일으켜 처음으로 왕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서경(書經)》에 ‘황천 상제(皇天上帝)께서 그 원자(元子)와 이 큰 나라인 은(殷)나라의 명(命)을 개체(改替)시켰으니, 왕의 천명(天命)을 받으심이 한없이 경사(慶事)로우나, 또한 한없이 근심이시니, 아아! 어찌 하겠습니까! 어찌 공경하지 않겠습니까?’하였습니다. 대체 경(敬)이란 것은 한 마음의 주재(主宰)이고 모든 일의 근저(根柢)이니, 그러므로, 큰 일로는 하늘을 섬기고 상제(上帝)를 제향(祭享)하는 것과, 작은 일로는 일어나고 자고 밥먹고 휴식하는 것까지 이를 떠날 수는 없습니다. 천도(天道)를 공경하고 높여서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일은 탕왕(湯王)이 흥(興)한 이유이며, 덕(德)을 없애고 위력(威力)을 사용하여 경(敬)을 행할 것이 못된다고 한 것은 걸왕(桀王)과 주왕(紂王)의 망한 이유입니다. 역대(歷代)의 치란(治亂)과 흥망(興亡)을 상고해 보아도 모두 이로 말미암아 나오게 되니, 이것은 경(敬)이란 한 글자가 진실로 임금의 정치를 하는 근원입니다. 하물며, 지금 전하께서는 왕위에 오른 초기에 기업(基業)을 세워 후세에 전하여 자손에게 계책을 끼치게 됨이 바로 오늘날에 있으며, 하늘이 길흉(吉凶)을 명하고 역년(歷年)을 명함도 또한 오늘날에 있으니,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마음에 두고 거처하면서 상제(上帝)를 대한 듯이 하여 비록 일이 없을 때를 당하더라도 항상 상제가 굽어보신 듯이 하며, 그 일에 응접할 즈음에는 더욱 그 생각의 맹동(萌動)을 삼간다면, 이 마음의 경(敬)이 천심(天心)에 감동하여 지치(至治)를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삼가 당연히 행할 사의(事宜)를 조목별로 기록하여 상세히 후면(後面)에 열거(列擧)하오니, 삼가 생각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채택 시행하시어 일대(一代)의 규모(規模)를 일으키고 만세(萬世)의 준칙(準則)으로 삼으소서.

 

첫째는 기강(紀綱)을 세우는 일입니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그 편안함과 위태한 것은 보지 않고 기강(紀綱)이 서지 않은 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주(周)나라가 쇠약하매 제후(諸侯)들이 방자(放恣)했는데, 수십 대(代)를 전하여도 세상이 기울어지지 않은 것은 기강(紀綱)이 존재했기 때문이오니,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앞 시대의 흥망(興亡)을 거울로 삼아 일대(一代)의 기강(紀綱)을 세워 후손에게 좋은 계책을 물려주어 만세(萬世)에 전하게 하소서.

 

둘째는 상주고 벌주는 것을 분명히 하는 일입니다. 상주고 벌주는 것은 인주(人主)의 큰 권한이니, 공이 있어도 상주지 아니하고 죄가 있어도 벌주지 아니하면, 비록 요순(堯舜)이라도 능히 정치를 잘할 수 없지마는, 상주고 벌주는 것이 공평하면 공도(公道)가 밝아져서, 사람들이 감히 비평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인주(人主)는 상주고 벌주는 데 있어서, 마땅히 천지(天地)가 만물(萬物)에게 뿌리를 뻗고 자라는 것은 북돋아 주고, 기울어지는 것은 자빠뜨린 것과 같이 하여, 이를 자연에 맡기고 털끝만한 사심(私心)도 그 사이에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셋째는 군자(君子)와 친하고 소인(小人)을 멀리하는 일입니다. 군자와 소인은 진실로 분변하지 않아서는 안 되오니, 바른말[正言]과 사리에 맞는 이론[格論]으로써 자기 소신(所信)대로 행하고 남에게 의지하지 아니하며, 벼슬을 할 적엔 충성을 다할 것을 생각하고, 벼슬을 물러갈 적엔 임금의 부덕(不德)한 점을 보좌할 것을 생각하여, 공명정대(公明正大)하여 사직(社稷)이 있는 것만 알고 그 자신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군자이며, 간사하고 아첨하여 남에게 아부하여 용납되기를 취(取)하며, 권한을 도적질하고 세력을 부리며, 남의 좋은 점은 탈취하고 은혜를 팔고서 예! 예! 하고 남에게 순종하여, 다만 자기에게 이익이 있다면 남의 말은 개의(介意)하지 않는 사람은 소인입니다. 군자는 서로 합하기는 어려워도 소원(疏遠)하기는 쉬우며, 소인은 친하기는 쉬워도 물리치기는 어렵습니다. 당(唐)나라 현종(玄宗)은 자기 한 몸이 요숭(姚崇)송경(宋璟)을 임용(任用)하여 개원(開元)의 다스림을 일으켰으나, 이임보(李林甫)양국충(楊國忠)을 임용하여 천보(天寶)의 난리를 초래하였습니다. 이것으로써 군자와 소인을 쓰고 버림에 국가의 치란(治亂)과 흥망(興亡)이 매여 있음을 알 것이오니 경계하지 않겠습니까. 《서경(書經)》에 ‘현인(賢人)을 임용(任用)하되 의심하지 말며, 사인(邪人)을 제거(除去)하되 의심하지 말 것이다.’ 하였으니,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진실로 그 현명한 것을 안다면 비록 과실이 있더라도 추천해 이를 임용하고, 진실로 그 아첨한 것을 안다면 비록 공로가 있더라도 물리쳐서 이를 멀리 하소서.

 

넷째는 간(諫)하는 말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경서(經書)에 ‘천자(天子)가 쟁신(諍臣) 7인만 있으면 비록 무도(無道)하더라도 그 천하를 잃지 않을 것이며, 제후(諸侯)가 쟁신(諍臣) 5인만 있으면 비록 무도하더라도 그 국가를 잃지 않을 것이다.’ 하였으니, 이것은 만세(萬世)의 격언(格言)입니다. 신하가 나아가서 간(諫)하는 것은 자기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곧 국가를 위한 것입니다. 인주(人主)의 위엄은 천둥과 같고, 인주의 세력은 만균(萬鈞)처럼 무거운 것입니다. 천둥을 무릅쓰고 만균(萬鈞)에 부딪치면서 약석(藥石) 같은 말을 올리게 되니, 대체 어찌 용이하겠습니까? 한 가지 말을 따르고 거스리는 데 화(禍)와 복(福)이 일어나게 되고, 한 가지 일을 폐하고 설치하는 데 이익과 폐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인군(人君)은 항상 가르쳐 인도하여 간언(諫言)을 구(求)하고 안색(顔色)을 온화하게 하여 이를 받아들여서, 그 말을 사용하여 그 몸을 현달(顯達)하게 하더라도 선비가 오히려 두려워하면서 감히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위엄으로써 이를 두렵게 하고 세력으로써 이를 압박한다면 약석(藥石)과 같은 말이 나올 데가 없으므로, 인주의 총명을 가리우는 화(禍)가 저절로 이르게 될 것입니다. 《서경(書經)》에 ‘간언(諫言)을 따르고 거절하지 말라.’ 하였으며, 또 ‘군주가 간언(諫言)을 따르면 성(聖)스럽게 된다.’ 하였으니, 원하옵건대, 전하께서 이것을 마음에 두소서.

 

다섯째는 참언(讒言)을 근절하는 일입니다. 순제(舜帝)는 말하기를, ‘짐(朕)은 참소하는 말이 선인(善人)의 일을 방해하여 짐의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함을 미워한다.’ 하였으니, 참소하는 말이 쉽사리 사람을 미혹하게 하여 순(舜)임금과 같은 성인으로서도 오히려 염려로 삼았으니 두려웁지 않습니까? 대개 참소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은 온갖 방법으로 죄를 꾸며 인주(人主)를 미혹시키니, 달콤한 말과 겸손한 말의 청탁이 때때로 따르게 되고, 차츰차츰 헐뜯고 살을 에이는 듯한 참소를 때때로 듣게 된다면, 무능한 사람을 물리치고 유능한 사람을 등용시키는 일과 죄 있는 사람을 형벌하고 공 있는 사람을 상주는 일까지 모두 그 적당함을 잃게 되어, 위망(危亡)이 곧 이르게 될 것입니다. 《시경(詩經)》에 ‘군자(君子)는 참언(讒言)을 조심해야 될 것이니, 난(亂)이 이로써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였으니, 만약 총명으로써 간사를 살핀다면, 온갖 간사가 능히 도망할 수 없으며, 참언(讒言)이 근절(根絶)될 것입니다.

 

여섯째는 안일(安逸)과 욕망을 경계하는 일입니다. 《서경(書經)》에 ‘안일과 욕망으로써 나라에 본보이지 말라.’ 하였으니, 안일과 욕망이 덕(德)을 해치는 것은 어찌 한 가지 일뿐이겠습니까? 궁실(宮室)은 편안하게 거처하고자 하고, 음식은 화려하게 먹고자 하고, 비빈(妃嬪)ㆍ잉첩(媵妾)의 시중과 재미로 하는 사냥의 즐거움과 개[狗]ㆍ말[馬]을 기르는 것과 화초(花草)를 완상(玩賞)하는 것도 모두 사람의 천성[人性]을 해치고 사람의 정욕[人情]을 움직이게 되니 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천명(天命)은 무상(無常)하여 덕(德) 있는 사람을 돕게 되니, 만약 털끝만한 기미(幾微)를 살피지 못하고, 경각(頃刻)에 조심함이 있지 않아서, 일념(一念)의 작은 생각도 혹시 일욕(逸欲)에 빠진다면 하늘의 시청(視聽)이 실로 두렵습니다.

 

일곱째는 절약과 검소를 숭상하는 일입니다. 궁실을 낮게 짓고 의복을 검소하게 한 것은 하(夏)나라 우왕(禹王)의 성덕(盛德)이요, 백금(百金)을 아끼고 검은 명주[弋綈]로 옷을 지은 것은 한(漢)나라 문제(文帝)의 아름다운 행실입니다. 그들은 귀(貴)하기로는 천자(天子)가 되었고, 부(富)하기로는 천하를 차지했는데도 오히려 절약하고 검소함이 이와 같았는데, 하물며, 동한(東韓)의 땅은 산과 바다 사이에 끼여 있어 인민(人民)의 수효와 재부(財賦)의 액수도 얼마 안 되니, 어찌 그 지출과 수입을 헤아리지 않고서 함부로 소비하겠습니까? 고려 왕조에서는 조금만 재변(災變)이 있으면 두려워하고 반성할 줄은 알지 못하고서, 오직 부처를 섬기고 귀신을 섬기는 데만 힘써서 소비한 비용이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었으니, 이것은 전하께서 환하게 아시는 바입니다. 원하옵건대, 지금부터는 하(夏)나라 우왕(禹王)과 한(漢)나라 문제(文帝)의 검소한 덕(德)을 본받아 모든 복식(服飾)ㆍ기용(器用)ㆍ연향(宴享)ㆍ상사(賞賜)를 한결같이 검약(儉約)한 데에 따르고 부처와 귀신에게 쓰는 급하지 않은 비용은 모두 다 제거하게 하소서. 모든 하는 일을 방종 사치하지 아니하게 한다면, 백성들이 눈으로 보고 감동하여 또한 풍속이 후하게 될 것입니다.

 

여덟째는 환관(宦官)을 물리치는 일입니다. 환관이 걱정이 되는 일은 오래 되었습니다. 진(秦)나라의 조고(趙高)와 한(漢)나라의 홍공(弘恭)ㆍ석현(石顯)과 당(唐)나라의 이보국(李輔國)구사량(仇士良)은 더욱 그 중에서 심한 자들입니다. 더구나, 고려 왕조 말기에는 환자(宦者)가 권세를 부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대개 그 사람 된 품은 의식(意識)이 영리하고 언어(言語)를 잘하며, 안색(顔色)을 잘 살피고 뜻을 잘 맞추게 되니, 이로써 인주가 왕왕히 그 꾀속에 빠져서 이를 깨닫지 못하고 권병(權柄)을 옮겨서 화란(禍亂)을 발생하게 한 것이 대대로 그 자취가 잇달아 있었으니 진실로 탄식할 만한 일입니다. 원하옵건대, 지금부터는 그 중에 순후(醇厚)하고 신중한 사람을 뽑아서 옛날 제도의 수문(守門)과 소제(掃除)하는 역사를 회복시키고 일은 맡기지 않으며, 그 노련한 간물(奸物)과 매우 교활한 사람과, 탐욕이 많고 부끄럼이 없는 사람은 모두 놓아보내어 전리(田里)로 돌아가게 하여, 새로운 교화(敎化)에 누(累)가 되지 못하게 하소서.

 

아홉째는 승니(僧尼)를 도태(淘汰)시키는 일입니다. 불법(佛法)이란 것은 오랑캐의 한 가지 법입니다. 한(漢)나라 영평(永平) 때부터 처음으로 중국에 들어왔는데, 동방(東方)으로 전해 와서는 숭봉(崇奉)함이 더욱 심해져서, 연방(蓮坊)감우(紺宇)가 높다랗게 서로 바라보게 되고, 방포(方袍)원정(圓頂)이 중외(中外)에 널리 가득히 차 있었습니다. 또 그 법이 본디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적게 하는 것[淸淨寡欲]으로써 종지(宗旨)로 삼았으니, 그 무리들은 바위 구멍[巖穴] 속으로 멀리 도망해 숨어 푸성귀만 먹고 물만 마시면서, 정신(精神)을 수련(修鍊)하면 될 것인데, 지금은 평민들과 섞여 살면서 혹은 고상한 말과 미묘(微妙)한 이치로써 사류(士類)들을 현혹하기도 하고, 혹은 사생 죄보(死生罪報)로써 어리석은 백성을 공갈(恐喝)하기도 하면서 마침내 시속(時俗) 사람들로 하여금 유탕(流蕩)하여 본업(本業)에 돌아갈 것을 잊게 하였으며, 심한 자는 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옷을 입으며, 재물을 늘리고 여색(女色)을 탐하여 이르지 않는 일이 없으니,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함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그 무리들을 모아 학문과 덕행을 자세히 상고하여, 그 학문이 정밀하고 덕행이 닦아진 사람은 그 뜻을 이루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머리를 기르게 하여 각기 그 업(業)에 종사하게 하소서.

 

열째는 궁궐(宮闕)을 엄중하게 하는 일입니다. 궁궐의 설비는 군주의 세력을 높게 하고 내외의 한계를 엄중하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하늘이 낳으신 자질로써 집을 변화하여 나라를 만드시었으니, 그 잠저(潛邸)의 친구와 인아(姻婭)의 친척이 혹은 연줄을 타고 출입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문을 지키는 사람이 감히 조사하지 못합니다. 그윽이 두려워하옵건대, 청알(請謁)이 이로 말미암아 성행(盛行)하고, 참소하는 말이 이로 말미암아 들어가게 되어, 내외(內外)를 이간시키고 정치와 형벌을 문란시킬 것이오니, 원하옵건대, 문을 지키는 군사로 하여금 직임(職任)이 없으면서 함부로 궁문(宮門)에 들어오는 사람은 일체 모두 금단(禁斷)시키게 하고, 부녀(婦女)의 주문(呪文)을 외고 간사하게 아첨하는 무리들은 더욱 마땅히 물리치게 하소서.

 

신 등이 가만히 생각하옵건대, 신(信)이란 것은 인군(人君)의 대보(大寶)이니, 나라는 백성에게 보전되고 백성은 신(信)에 보전되는 것입니다. 이로써 성인(聖人)이 차라리 군대와 먹을 것을 버릴지라도 신(信)을 버림은 허락하지 않았으니, 후세(後世)에 전하는 훈계의 뜻이 깊습니다. 기강(紀綱)을 세우고 상벌(賞罰)을 분명히 하는 일도 신(信)으로써 하지 아니하면, 기강은 반드시 점점 쇠퇴(衰頹)의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며, 상벌도 반드시 지나친 데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군자(君子)를 친하고 소인(小人)을 물리치는 일도 신(信)으로써 하지 아니하면, 군자는 쉽사리 소원(疏遠)하게 되고, 소인은 쉽사리 친닐(親昵)하게 될 것입니다. 간쟁(諫諍)을 받아들이고 참언(讒言)을 근절시키는 일도 신(信)으로써 하지 아니하면, 충고하는 말이 때로는 귀에 거슬리게 되고, 참소하는 말이 때로는 시행하게 될 것입니다. 일욕(逸欲)을 경계하고 절검(節儉)을 숭상하는 일도 신(信)으로서 하지 아니하면, 심지(心志)의 좋아하는 것을 마침내 극복할 수 없으며, 아첨[邪媚]의 행실을 막아낼 수 없는 데 이르게 될 것입니다.

환관(宦官)을 물리치고 승니(僧尼)를 도태시키는 일도 신(信)으로써 하지 아니하면, 이미 제거된 사람도 혹 진용(進用)하게 될 것이며, 이미 도태된 사람도 혹 중지하게 될 것입니다. 궁궐(宮闕)을 엄중히 하는 일까지도 신(信)으로써 하지 아니하면, 연줄을 타고 출입하는 사람이 저절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이 신(信)을 지키기를 금석(金石)과 같이 굳게 지키고, 이 영(令)을 시행하기를 사시(四時)와 같이 꼭 맞게 하여, 위로는 하늘이 돌보아 도와주신 명령을 저버리지 아니하고, 아래로는 신민(臣民)이 추대(推戴)하는 뜻을 배반하지 아니하여 억만년(億萬年)의 무궁한 경사(慶事)를 여시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환관(宦官)과 승니(僧尼)를 물리치고 도태시키는 일은 건국(建國)의 초기에 갑자기 시행할 수 없지마는, 나머지는 모두 시행하겠다.”

【원전】 1 집 20 면

【분류】 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사상-불교(佛敎) / 출판-서책(書冊) / 정론(政論)

[주-D001] 원자(元子) : 천자(天子).[주-D002] 요숭(姚崇) : 현종 때의 현상(賢相).[주-D003] 송경(宋璟) : 현종 때의 현상(賢相).[주-D004] 개원(開元) : 당 현종의 연호.[주-D005] 이임보(李林甫) : 현종 때의 간신.[주-D006] 양국충(楊國忠) : 현종 때의 간신.[주-D007] 천보(天寶)의 난리 : 안록산(安祿山)의 난을 말한 것임. 천보는 당 현종(唐玄宗)의 연호(年號).[주-D008] 쟁신(諍臣) : 간신(諫臣).[주-D009] 조고(趙高) : 진(秦)나라 때의 환관(宦官). 시황(始皇)이 죽자 승상(丞相) 이사(李斯)와 공모하여 조서(詔書)를 고쳐서 장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차자 호해(胡亥)를 이세(二世)로 삼아 자기가 승상이 되었으며, 다시 이사(李斯)를 무살(誣殺)하고 이세(二世)마저 시해(弑害)하였음.[주-D010] 홍공(弘恭)ㆍ석현(石顯) : 한 원제(漢元帝) 때의 환관(宦官)으로 태부(太傅) 소망지(蕭望之)를 참살(讒殺)하였음.[주-D011] 이보국(李輔國) : 당 현종(唐玄宗) 때의 환관.[주-D012] 구사량(仇士良) : 당 문종(唐文宗) 때의 환관. 두 임금과 네 재상을 살해하고 20년 동안 탐혹(貪酷)한 행동을 자행하였음.[주-D013] 영평(永平) : 후한(後漢) 명제(明帝)의 연호.[주-D014] 연방(蓮坊) : 사찰(寺刹).[주-D015] 감우(紺宇) : 사찰.[주-D016] 방포(方袍) : 가사(袈裟).[주-D017] 원정(圓頂) : 둥근 머리. 곧 중을 이르는 말.[주-D018] 사생 죄보(死生罪報) : 사생(死生)을 죄업(罪業)에 대한 응보(應報)로 여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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