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

플라톤 ?고르기아스?

by 이덕휴-dhleepaul 2021. 10. 31.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i
머 리 말
플라톤의 고르기아스?는 수사술을 주제로 시작하지만 곧바로 도덕과 정치의 문제로 나아가며 근본적으로는 행복과 삶의 방식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무엇이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통치자들의 권력은 바람직한 것인가? 이 물음 뒤에는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관련된 더욱 근본적인 다른 문제들이 놓여 있다. 우리는 자신의 쾌락과 다른 사람들의 쾌락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의 최우선적인 관심사는 유덕한 행동을 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런 문제들이 논의되는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이천 오백년 전(기원전 5세기 후반에서 4세기 초반)의 문화적 세계에 놓여 있으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수사술은 오늘날 우리의 삶에 거의 영향을 미치니 못하는 것처럼 여겨
진다. ?고르기아스?에서 플라톤은 이런 우리의 인상이 잘못된 것임을 환
기시켜준 최초의 철학자일 것이다. 그는 대화편의 초반부(463a이하)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수사술을 아첨의 일종으로 규정하며, 모든 종류
의 아첨이 다른 모습으로 가장하는 데 능하다고 말한다. 오늘날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사술의 직접적인 영향력은 고전기 아테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소되었다 해도 수사술은 다른 모습으로 우리들의 삶에 강하
게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설득하려는 것들로부터 끊임없
이 폭격을 당한다. 대중 매체들은 제품들이나 사태를 보는 관점들을 그럴
듯한 표현으로 포장해서 쏟아놓는다. 그리고 그것들은 상당한 힘을 발휘
하며 작동한다. 상점의 물건들은 광고를 통해 우리를 설득하지 않으면 선
택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우리는 누구나 신문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ii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심지어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주장이
그럴듯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같은 문제에 대해 다
른 관점의 그럴듯한 주장을 만나서 다시 설득되기도 한다. 요컨대 정치체
제는 고대 아테네 시대 이후로 엄청나게 변화했을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본성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피상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
다면, 우리는 우리들 자신 못지않게 아는 것이 없는데도 달변에다 그럴듯
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사람들한테 얼마든지 속아 넘어갈 수가 있다. 그러
나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럴 가능성은 줄어들게 되어있다. 그러
므로 그럴듯한 믿음이 아니라 전문 지식이 우리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
은 분명한 이치다. 우리는 어떻게 그럴듯한 믿음, 주장, 관점들을 꿰뚫어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인생의 성공을 이야기하며 추천하고
가르친다. 그러나 성공의 참된 척도는 무엇인가? 이런 것들이 플라톤에게
중요한 문제들이며 ?고르기아스?가 오늘날에도 읽힐 가치가 있는 이유이
기도 하다. 이 책은 단순한 수사술에 대한 글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삶
의 방식에 대한 탐구이다. 그것은 우리의 외적인 정치적 삶에 관한 것인
만큼이나 우리의 내적인 삶에 관한 것이다.
2006년 5월
정암학당에서
김인곤
iii
목 차
제1부 철학자 및 철학 문헌 해제·······························1
1. 플라톤의 생애와 저작··········································································· 1
1.1 생애 요약··························································································· 1
1.2 생애 해설··························································································· 2
1.3 생애 연보··························································································· 4
1.4 저작···································································································· 4
2. ?고르기아스? 해제················································································ 5
2.1 ?고르기아스? 요약············································································ 5
2.2 ?고르기아스? 해설············································································ 7
2.2.1 내용의 개관··················································································· 7
2.2.1.1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의 대화············································ 8
2.2.1.2 소크라테스와 폴로스의 대화················································· 10
2.2.1.3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의 대화·········································· 12
2.3 ?고르기아스? 상세 목차·································································· 16
2.4 주요 용어························································································· 17
2.4.1 수사술(rhetoric) ··········································································· 17
제2부 철학 지식지도········································19
1. 철학자 지식지도·················································································· 19
2. 철학 문헌 지식지도············································································· 20
3. 철학 용어 지식지도············································································· 21
iv
3.1 수사술······························································································ 21
3.2 부정의······························································································ 22
4. 철학 문헌 내용 지식지도···································································· 23
제3부 ?고르기아스? 내용 분석 연구··························29
1. 도입 (447a1∼) ····················································································· 29
1.1 소크라테스의 관심 (447a1) ····························································· 29
1.2 고르기아스의 기술 (447c9) ····························································· 30
1.2.1 ‘가장 훌륭한 기술’ (448c4) ························································· 30
2.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의 대화 (449a5∼449c8) ····························· 32
2.1 수사술이란 무엇인가? ······································································· 32
2.1.1 말에 관한 기술 (449c10) ···························································· 32
2.1.2 말에 능한 자로 만들어주는 기술 (449e1) ································· 33
2.1.3 말로 결과를 얻어내는 기술 (450b8) ·········································· 34
2.1.3.1 말로 결과를 얻어내는 여러 기술들 (450c7) ························· 34
2.1.4 최선의 것에 관한 기술 (451d7) ················································· 35
2.1.4.1 최선의 것 = 말로 설득하는 능력 (452d9) ···························· 35
2.1.4.1.1 수사술의 설득이란? (453a8) ············································· 36
2.1.4.1.1.1 믿음을 갖게 하는 설득 (454a8) ····································73
2.2 수사술의 효용성 (455a10) ······························································· 38
2.2.1 수사술의 힘 (455d7) ··································································· 38
2.2.2 수사술의 오용 가능성 (456c7) ··················································· 39
2.3 고르기아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비판·········································· 40
2.3.1 생산적인 논의를 위한 다짐 (457c8) ·········································· 40
2.3.1.1 논의에 임하는 바람직한 태도 (458a2) ·································· 41
2.3.2 무지한 군중을 상대로 한 수사술의 설득 (458e2) ····················· 42
2.3.2.1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설득 (459b10) ········· 42
v
2.3.3 정의(正義)에 대한 지식을 가진 수사가 (459c6) ······················· 43
2.3.3.1 정의로운 자로서의 수사가 (460b2) ······································· 43
2.3.3.2 고르기아스의 자가당착 (460d1) ············································· 44
3. 소크라테스와 폴로스의 대화 (461b3) ················································ 45
3.1 소크라테스의 논제: 수사술은 기술이 아니다 (462b1) ·················· 45
3.1.1 아첨술의 일부인 수사술 (462d8) ··············································· 46
3.1.2 정치술의 부분적인 모상인 수사술 (463d1) ······························· 47
3.1.2.1 육체와 혼에 관여하는 기술들 (464a1) ·································· 47
3.1.3 아첨술의 정체 (464c7) ································································ 48
3.1.3.1 기술을 가장한 아첨술의 부분들 (465b) ································ 49
3.2 수사술의 힘이 과연 큰가 (466a5) ·················································· 50
3.2.1 수단으로서의 행위와 목적 (467b3) ············································ 50
3.2.2 행위의 목적과 좋은 것 (467e1) ················································· 51
3.2.3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좋은 것 (468c3) ························ 52
3.3 불의(不義)에 대한 문제 (468e7) ····················································· 53
3.3.1 불의는 부러워할 만한 것인가···················································· 53
3.3.1.1 불의를 행함 = 부당하게 나쁜 행위를 함 (469a9) ················ 54
3.3.1.2 불의가 득이 되는 조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 힘 (469c6) ··· 55
3.3.1.2.1 불의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례들 (470c3) ······················ 56
3.3.1.2.1.1 논박의 두 가지 방식: 사례제시 방식과
문답식 논박 (471d3) ····················································· 57
3.3.2 처벌받음과 처벌받지 않음의 우열 문제 (472d6) ······················ 58
3.3.2.1 좋은 것-아름다운 것, 나쁜 것-추한 것의 관계 (474b5) ····· 59
3.3.2.1.1 아름다운 것 = 유용하고 즐거운 것 (474d3) ···················· 95
3.3.2.1.2 추한 것 = 고통스럽거나 나쁜 것 (475a4) ························ 06
3.3.2.1.3 불의의 문제에 대한 첫 번째 결론 (475b3) ······················ 60
3.3.2.2 처벌의 정당성········································································· 61
3.3.2.2.1 행함과 당함의 상호작용 (476a3) ······································ 61
vi
3.3.2.2.2 처벌의 유익함 (476d8) ······················································ 62
3.3.2.2.2.1 혼의 개선 (476d8) ·························································26
3.3.2.2.2.1.1 혼의 악: 가장 나쁜 것 (477a12) ······························36
3.3.2.2.2.1.2 혼을 치료하는 기술: 정당한 처벌 (477e10) ··········36
3.3.2.2.2.2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 (478c5) ····································46
3.3.3 불의의 문제에 대한 두 번째 결론 (479c8) ······························· 64
3.3.3.1 수사술의 바른 용도 (480a1) ·················································· 65
4.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의 대화 (481b6) ········································· 67
4.1 법과 자연의 대립 (482c3) ······························································· 67
4.1.1 본성상 더 수치스러운 것: 불의를 당하는 것 (482e7) ·············· 68
4.1.2 법적으로 더 수치스러운 것: 불의를 행하는 것 (483b1) ·········· 69
4.1.3 자연의 법: 강자가 약자를 지배함 (483d1) ································ 69
4.2 철학에 대한 비판: 철학의 무익함 (484c4) ····································· 70
4.2.1 철학의 효용성: 청소년기의 교양 (484e4) ·································· 70
4.2.2 소크라테스에 대한 충고 (485e3) ················································ 71
4.2.2.1 칼리클레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칭송 (486d2) ··················· 72
4.3 칼리클레스의 논제: 자연의 정의(正義) (488b3) ···························· 73
4.3.1 강한 자 = 힘센 자 = 훌륭한 자 (488d6) ·································· 74
4.3.2 강한 자 = 분별 있는 자 (489b6) ··············································· 74
4.3.3 강한 자 = 나라 일에 분별 있고 용감한 자 (490b1) ················ 75
4.3.4 자연의 정의(正義) (491c6) ························································· 76
4.3.4.1 강한 자 =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자 (491d3) ····· 77
4.3.4.1.1 약자의 덕: 절제 (492a3) ···················································· 87
4.3.4.1.2 강자의 덕: 무절제 (492b2) ················································ 78
4.3.5 칼리클레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설득 (492d1) ························ 78
4.3.5.1 신화에 의한 설득··································································· 79
4.3.5.1.1 채워야할 항아리: 욕구들 (493a) ······································· 79
4.3.5.1.2 구멍 난 항아리와 체: 어리석은 자의 혼 (493b3) ············ 79
vii
4.3.5.1.3 절제있는 삶, 무절제한 삶 (493d5) ···································· 08
4.3.5.2 논변에 의한 설득··································································· 81
4.3.5.2.1 욕구의 충족 = 행복? (494b8) ··········································· 81
4.3.5.2.2 쾌락과 좋은 것의 관계 (495a2) ········································ 81
4.3.5.2.2.1 쾌락과 좋은 것의 구별(1) (495c3) ·······························28
4.3.5.2.2.1.1 좋은 것-나쁜 것: 배타적 대립 (495e1) ···················28
4.3.5.2.2.1.2 쾌락과 고통: 동시에 겪음이 가능함 (496c6) ··········38
4.3.5.2.2.2 쾌락과 좋은 것의 구별(2) (497d9) ·······························48
4.3.5.2.2.2.1 나타나 있음(parousia) ··············································48
4.3.5.2.2.2.2 쾌락 ≠ 좋은 것 (497e4) ··········································58
4.3.5.2.2.2.3 칼리클레스의 자가당착 (498d2) ·······························58
4.3.5.2.3 좋은 쾌락과 나쁜 쾌락 (499b9) ········································ 86
4.3.5.2.3.1 유익한 쾌락, 해로운 쾌락 (499c8) ·······························78
4.3.5.2.3.2 좋은 것을 위한 쾌락, 쾌락을 위한 좋은 것 (499e9) ··78
4.3.5.2.4 좋은 것을 위한 방안, 쾌락을 위한 방안 (500a1) ············ 8
4.3.5.2.4.1 의술과 요리술 (500d6) ··················································98
4.3.5.2.4.2 기술적인 활동과 아첨적인 활동 (501b2) ·····················98
4.3.5.2.4.2.1 아첨적인 활동들 (501d7) ··········································98
4.3.5.2.4.2.2 아첨적인 수사술과 훌륭한 수사술 (502d11) ···········09
4.3.5.2.4.2.3 기술적 활동의 요체: 질서의 부여 (503d4) ··············19
4.3.5.2.4.2.3.1 몸과 혼의 질서: 건강, 정의와 절제 (504e7) ······1· 9
4.3.5.2.4.2.3.2 훌륭한 수사가의 활동: 혼의 덕을 위한
활동 (504c5) ························································· 92
4.3.5.2.4.2.3.3 쾌락[욕구]의 통제와 교정····································29
4.4 소크라테스의 마무리 논의 (505c5) ················································· 92
4.4.1 이전 논의의 개괄········································································ 93
4.4.1.1 좋음(훌륭함)과 탁월함(덕) (506c4) ······································· 93
4.4.1.2 탁월함(덕)과 질서 (506d4) ····················································· 94
4.4.1.3 절제-정의-경건-용기 (507a5) ················································ 94
viii
4.4.1.4 절제와 행복 (507c1) ······························································· 94
4.4.1.5 절제-질서, 방종-무질서························································· 95
4.4.1.6 논의의 귀결 (508b1) ······························································· 95
4.4.2 칼리클레스의 충고에 대한 대답 (508c4) ··································· 96
4.4.2.1 불의에 대한 대책 (509c7) ······················································ 96
4.4.2.1.1 참주를 닮아 권력을 얻는 방법 (510b2) ··························· 97
4.4.2.1.2 목숨을 보존해주는 기술의 습득 (511a4) ·························· 98
4.4.2.1.2.1 단순한 목숨의 보존은 별 의미가 없다 (511c8) ··········99
4.4.2.1.2.2 생존만을 위한 노력은 탁월함이 아니다 (512c1) ······· 100
4.4.2.1.3 민중으로부터 권력을 얻는 방법 (513a1) ························ 101
4.4.2.2 참된 정치가의 모습································································ 102
4.4.2.2.1 정치활동의 목적: 나라와 시민들의 개선 (513d1) ·········· 102
4.4.2.2.2 정치가의 자격 (514a5) ····················································· 102
4.4.2.2.2.1 예전 아테네 정치가들에 대한 검증 (515a1) ·············· 103
4.4.2.2.2.1.1 페리클레스 (515e1) ················································· 104
4.4.2.2.2.1.2 키몬과 테미스토클레스 (516d5) ····························· 105
4.4.2.2.2.2 소크라테스적인 원칙에 따른 평가 (517c7) ················ 105
4.4.2.2.2.2.1 욕구를 위한 기술과 덕을 위한 기술 (516c8) ········ 106
4.4.2.2.2.2.2 욕구에 봉사하는 정치가의 활동 (518a7) ··············· 106
4.4.2.2.2.2.3 시민들의 잘못된 칭찬과 비난 (518d2) ·················· 107
4.4.2.2.2.2.3.1 소피스트와 정치가들의 항변 (519b3) ··············· 108
4.4.2.2.2.2.3.1.1 항변의 모순성················································ 108
4.4.2.2.2.2.3.1.2 궤변술과 수사술의 유사함 (520b2) ·············· 901
4.4.2.2.2.2.3.1.3 덕의 가르침과 자발적인 보답······················· 109
4.4.2.3 참된 정치가인 소크라테스 (521a2) ····································· 110
4.4.2.3.1 소크라테스의 예견 (521c4) ·············································· 111
4.4.2.3.2 자신을 위한 최상의 도움: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 (522c4) ································································ 112
4.4.2.3.3 저승에 관한 이야기[신화] ················································ 113
ix
4.4.2.3.3.1 죽은 후에 심판을 받게 된 사정 (523a1) ··················· 113
4.4.2.3.3.2 죽은 후 혼의 상태 (524a10) ······································· 113
4.4.2.3.3.3 처벌: 개선과 예방의 수단 (525a7) ····························· 114
4.4.2.3.3.4 삶의 선택을 위한 권고 (526d3) ·································· 114
4.4.3 마무리 (527a4) ··········································································· 115
참고문헌 ································································································· 116

xi
일 러 두 기
1. 이 책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원전 텍스트는 옥스퍼드 고전
(Oxford Classical Texts, 약칭 O.C.T) 중에서 버넷(J. Burnet)이 편찬
하여 다섯 권으로 엮은 ?플라톤 전집?(Platonis Opera) 제 III 권에 수록
된 Gorgias이다.(PLATON, Gorgias, in John Burnet[ed.], Platonis
Opera, vol. II, Oxford Classical Texts, Oxford, Clarendon Press,
1991 [rep. of 1901 ed.])
2. 이 책은 원전 텍스트의 한국어 번역본으로서 아직 출판되지 않은
정암학당의 번역(김인곤, 이기백, 김주일, 정준영)을 사용하였다. 향후
출판될 번역본은 역자의 수정으로 인해서 이 책에서 인용한 번역과 달라
질 수 있음을 밝혀 둔다.
3. 원문을 인용할 때는 플라톤 텍스트의 경우에 따르기로 되어 있는
‘스테파누스 쪽수’(Stephanus pages, 137b, b, c,와 같은 기호표시)를
따랐다. 한국어 번역본도 스테파누스 쪽수가 붙어 있으므로 따로 페이지
를 붙이지 않았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1
제1 부 철학자 및 철학 문헌 해제
1. 플라톤의 생애와 저작
1.1 생애 요약
플라톤은 기원전 427년에 아버지 아리스톤과 어머니 페릭티오네 사이에
서 태어났다. 아테네의 부유한 상류층 집안의 막내아들로서 위로 형 둘(글
라우콘, 아데이만토스)과 누이 하나(포토네)가 있었다. 어머니 쪽 집안사람
들 중 남자 형제 카르미데스와 사촌 형제 크리티아스는 30인 과두 정권의
일원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플라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기에 청소년
기를 보낸다. 그가 소크라테스를 따르기 시작했던 것은 대략 이십대부터였
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399년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되는데, 이 사건은
당시 28세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플라톤에게 철학에 전념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40세 되던 해에 그는 2년간 남부 이탈리아와 시켈리아(시칠
리아)를 여행한다. 여행 중 타라스(타렌툼)에서 몇몇 피타고라스학파 사람
들을 만나 교분을 나누고 시라쿠사이를 방문, 거기서 참주 디오니시오스 1
세의 처남인 21살의 디온을 만난다. 디온은 플라톤 철학에 열렬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플라톤 역시 철인 통치 이념의 구현자로 기대했던 젊은이
였다. 아테네로 돌아온 42세 무렵 아테네 근처에 아카데미아 학원을 세우
고 학문 활동과 강의에 주력한다. 60세이던 기원전 367년 플라톤은 디온의
요청으로 두 번째 시라쿠사이를 방문한다. 디오니시오스 1세가 죽고, 뒤를
이은 나이 어린 참주 디오니시오스 2세를 가르쳐 철인 정치를 구현할 좋
은 기회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방문은 실패로 끝난다. 디온은 모
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반 혐의로 추방당하고 플라톤은 우여곡절 끝에 아테네로 돌아오지만 2년
을 허비한다. 4년 뒤 디오니시오스 2세의 초청에 응하여 내키지 않는 방문
을 하지만 역시 성과없이 끝난다. 이후 13년을 아카데미아에서 저술과 학
문 활동을 계속하다가 347년 80세로 생을 마감한다.
1.2 생애 해설
플라톤은 기원전 428/7년에 태어나서 348/7년에 죽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가 태어난 해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난 지 5년째 되는 해였고 페
리클레스가 죽은 지 2년이 지난 해이며 소크라테스의 나이가 42세 되던
해이다. 그는 아테네의 부유한 상류층 집안의 막내아들이었다. 형제자매
는 위로 형 둘(글라우콘, 아데이만토스)과 누이 하나(포토네)가 있었다.
아버지 아리스톤은 일찍 죽었기 때문인지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어머니
페릭티오네는 아테네 명문 귀족 출신으로 솔론의 친척이었고, 남편과 사
별 후 페리클레스와 친분이 두터웠던 퓌리람페스와 재혼하여 안티폰을
낳게 된다.(안티폰은 ?파르메니데스?에서 파르메니데스와 소크라테스 사
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을 전달해 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녀의 집안
사람들 중 남자 형제 카르미데스와 사촌 형제 크리티아스는 30인 과두
정권의 일원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플라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다. 전쟁 직전 아
테네는 페리클레스의 통치 아래 황금기를 구가하던 터였다. 플라톤이 소
크라테스를 따르기 시작했던 것은 대략 이십대부터였던 것 같다. 소크라
테스와의 교분이 플라톤의 삶과 그의 지적 발전에 끼친 영향은 실로 크
다. 그의 여러 저작들 속에서 소크라테스가 대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399년 70세가
되던 해에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되는데, 이 죽음이 플라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안겨 준다. 당시 28세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플라톤에게 이 사
플라톤 ?고르기아스? 3
건은 철학에 전념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당시의 정치 상황은 이미 청년 플라톤으로 하여금 현실 정치로부터 멀
어지게 하고 있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난 직후(기원전 404년) 30인
과두 정권이 보여준 잔인하고 전제적인 공포 정치에 플라톤은 크게 실망
한다. 그래도 과두 정권의 90일 천하를 뒤집고 들어선 민주파 정권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지켜본다. 그러나 더 이상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 결국 존경하는 스승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현실에 염증
을 느낀 나머지 청년 플라톤은 정계 진출의 기대를 접는다.
소크라테스 사후 40세까지 플라톤의 행적에 대해서는 분명한 것이 없
다. 40세 되던 해에 그는 2년간 남부 이탈리아와 시켈리아(시칠리아)를
여행한다. 남부 이탈리아의 타라스(타렌툼)에서 몇몇 피타고라스학파 사
람들을 만나 교분을 나눈다. 정치가이자 장군이며 천문학자인 아르키테스
는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시켈리아의 시라쿠사이를 방문, 거기서 참
주 디오니시오스 1세의 처남인 21살의 디온을 만난다. 자신의 철학에 열
렬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플라톤 역시 철인 통치의 이념을 구현해 줄
재목으로 기대했던 이 젊은이로 인해 이후 두 번이나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 아테네로 돌아온 42세 무렵 아테네 근처에 아카데미아 학원을 세우
고 학문 활동과 강의에 주력한다.
아카데미아 창건 이후부터 2차와 3차 시켈리아 여행에 나서기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플라톤의 행적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60세이던
기원전 367년 플라톤은 시켈리아로 와 달라는 디온의 요청을 받는다. 디
오니시오스 1세가 죽고, 뒤를 이은 나이 어린 참주 디오니시오스 2세를
가르쳐 철인 정치를 구현할 좋은 기회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방
문은 실패로 끝난다. 디온은 모반 혐의로 추방당하고 플라톤은 귀국길이
막힌다. 우여곡절 끝에 아테네로 돌아오지만 2년을 허비한다. 4년 뒤, 디
오니시오스 2세의 초청에 응하여 내키지 않는 방문을 하지만 역시 성과
없이 끝난다. 이후 13년을 아카데미아에서 저술과 학문 활동을 계속하다
가 347년 80세로 생을 마감한다. 그가 죽은 후 아카데미아의 운영은 누
이 포토네의 아들 스페우시포스가 이어받는다.
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1.3 생애 연보
기원전 427년: 아테네에서 출생.
기원전 407년경: 소크라테스와 만남.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의 처형.(플라톤의 나이 28세)
기원전 388년: 첫 번째 이탈리아와 시켈리아 여행.
기원전 385년: 아카데미아 설립.
기원전 367년: 두 번째 시켈리아 방문.
기원전 361년: 세 번째 시켈리아 방문.
기원전 347년: 80세의 일기로 사망.
1.4 저작
플라톤의 저작은 위서로 분류되거나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들을 제
외하면 모두 26에서 27편으로 추정된다. 이 저작들은 보통 집필 시기에
따라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뉜다. 초기는 플라톤이 40세, 그러니까 그가 처
음 시켈리아를 방문하기 이전까지 쓴 저작들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에우티프론?, ?카르미데스?, ?라케스?, ?소히피아스?, ?이온?,
?프로타고라스?, ?리시스?, ?대 히피아스?, ?에우티데모스?, ?메넥세노스?,
?고르기아스?, ?국가? 1권이 초기 저작으로 분류된다.
중기는 아카데미아를 세울 무렵부터 60세에 이를 때까지 저술한 것으
로 추정되는 저작들이다. ?메논?, ?크라틸로스?, ?향연? ?파이돈?, ?국가?
2권-10권, ?파이드로스?, ?파르메니데스?, ?테아이테토스?이 여기에 속한
다. 후기는 플라톤이 67세의 나이로 세 번째 시켈리아 방문에서 귀환한
이후(360년) 80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기까지(347년) 쓴 저술들로서 ?티
마이오스?, ?크리티아스?, ?소피스트?, ?정치가? ?필레보스?, ?법률?이 여
기에 속한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5
2. ?고르기아스? 해제
2.1 ?고르기아스? 요약
소크라테스는 대중들 앞에서 설득력 있게 말하는 고르기아스의 기술에
관해서 알고 싶어서 동료인 카이레폰과 함께 그의 강연을 들으러 왔다가,
밖에서 칼리클레스를 먼저 만나고 안으로 들어와 고르기아스와 대화를 나
누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에게 수사술이 무엇인지 규정해 줄 것
을 요구하고 고르기아스와의 문답을 통해 여러 번 수정을 거듭하면서 최
종적으로 ‘대중들을 상대로 정의로운 것과 부정의 한 것에 관해서 믿음을
갖게 하는 설득의 기술’이라는 규정을 얻어 낸다. 그리고 고르기아스는 수
사술의 힘은 모든 분야에 발휘되며 다른 기술들을 능가하는 한편, 잘못 사
용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의 주장을 두 가지 점
에서 비판을 한다. 수사가가 대중들 앞에서 다른 전문가들보다 더 설득력
이 있다는 고르기아스의 주장은 ‘지식이 없는 자가 지식이 없는 사람들 앞
에서는 지식을 가진 자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는 뜻이 된다는 것과, 고르
기아스는 수사가가 정의와 부정의에 관해서 지식을 가진 자라고 했고, 지
식을 가진 자는 정의로운 자이므로 불의를 행할 수가 없는 것인데, 고르기
아스가 수사술을 배운 자는 그것으로 불의를 행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것이다. 고르기아스가 곤경에 처하는 것을 보고 폴로스가
질문자의 입장에서 대화를 하게 되며, 소크라테스는 수사술을 기술이 아니
라 쾌락만을 공급하는 숙달로 규정하고, 이것을 요리술과 함께 아첨술에
포함시키면서 정치술의 일부를 닮은 모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수사술의
가치를 폄하한다고 생각한 폴로스는 수사가는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참주적 힘을 가진 자라고 주장하고, 소크라테스는 마
음먹은 대로 다 한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것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
점에서 수사가는 제일 힘이 없는 자라고 반박하며, 불의를 행하는 것은 가
장 나쁜 것이기 때문에 그런 힘은 부러워할 만한 것이 전혀 못된다고 주
장을 편다. 폴로스는 물러서지 않고 실제로 그런 힘을 행사 했던 참주의
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사례를 들면서 불의를 행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불의를 행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고 대항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불의를 행하는 자가 불의
를 당하는 자보다 더 불쌍한 자라는 것, 불의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는 자보다 더 불쌍한 자임을 논한 후에, 수사술은 불의
를 변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의를 드러나게 해서 처벌받도록 하는데
사용해야한다고 결론짓는다. 이에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주장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소크라테스를 그렇게 만든 철학을 비
판하는데, 그에 앞서 폴로스가 수치심에 사로잡혀서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다’는 데 동의해 준 탓에 궁지에 몰리
게 됐음을 지적하고, 자연 본성상 더 수치스럽고 나쁜 것은 불의를 당하는
쪽이라고 하면서 강자가 약자보다 더 많은 몫을 갖는 것이 자연의 정의라
는 주장을 편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할 것인가라는 문
제의식 아래 칼리클레스와 논의해 나가는데, 먼저 칼리클레스가 말하는 강
한 자란 분별력과 용기를 수단으로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자라
는 것과, 그런 자가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칼리클레스의 주장은 욕망을
무한정 충족시키는 무절제와 방종의 삶을 미덕으로 여기는 입장에서 있음
을 확인한 후에, 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절제 있는 삶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설득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문답식 논변을 통해서 단순한
욕구의 충족이 곧 행복한 삶일 수는 없다는 것, 쾌락과 좋은 것은 다르다
는 것을 논하고, 쾌락만을 좇는 아첨적 활동에 수사술이 속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서 칼리클레스가 훌륭한 수사가로 거명하는 이전의 정치가들을 검
토하고, 훌륭한 수사가의 해야 할 일을 언급하며, 그렇게 해서 칼리클레스
가 찬양하는 무절제한 삶을 부정한다. 칼리클레스의 고집스런 거부에 맞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논지를 정리한 후에 칼리클레스로부터 받았던 경고
에 대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상의 도움은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이라
는 최종적인 대답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 불의를 당하거나 행하지 않기
위한 방책을 살펴보고, 정치에 입문한 칼리클레스에게 참된 정치가가 해야
할 일을 깨우쳐 주며, 칼리클레스가 뛰어난 정치가로 거명한 사람들이 소
크라테스가 제시한 원칙에서 볼 때 사실상 실패한 정치가였음을 규명해
플라톤 ?고르기아스? 7
준다. 그러나 끝내 쾌락을 위해 봉사는 정치 방식을 따르겠노라고 고집하
는 칼리클레스에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야말로 유일하게 참된 정치가이기
에 칼리클레스가 경고한 불의를 겪게 될 것임을 예견하고, 그래서 죽임을
당한다 해도 자신은 불의를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나쁠 것이 없으
며,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돕는 최고의 방책이 되는 것은 혼이
불의로 가득차서 하데스로 가는 것이 가장 큰 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사후의 심판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 후에 칼리
클레스에게 자신이 권하는 삶의 방식을 따르라는 권고로 말을 맺는다.
2.2 ?고르기아스? 해설
2.2.1 내용의 개관
대화편의 내용은 소크라테스와 차례로 대화를 나누는 세 명의 등장인
물에 맞추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의
대화가 있기 전에 대화의 배경을 알려 주는 간단한 도입부가 선행한다.
소크라테스는 동료인 카이레폰과 함께 고르기아스의 강연을 들으려 달려
왔지만 강연이 방금 끝난 뒤였다. 소크라테스가 고르기아스를 찾아온 것
은 대중들 앞에서 설득력 있게 말하는 그의 능력과 그 기술의 정체를 정
확히 알고 싶어서다. 소크라테스가 도착하기 직전에, 그리고 대화가 시작
하기 직전까지 고르기아스는 자신의 그런 능력과 기술을 청중들 앞에서
분명하게 펼쳐 보였었다. 소크라테스는 우선 카이레폰을 대리로 내세워
고르기아스가 누군지를 질문하게 하자 폴로스가 나서며 고르기아스를 대
신해 대답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가 가장 훌륭한 기술에
관여하고 있다는 폴로스의 대답이 핵심을 벗어난 다분히 수사술에 경도
된 대답이라고 지적하며 고르기아스가 직접 대답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
에 고르기아스가 응하면서 양자 간의 대화가 시작된다.
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2.2.1.1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의 대화
소크라테스는 먼저 고르기아스의 기술이 수사술이며 그가 사람들을 훌
륭한 수사가로 만들어줄 수 있는 수사술의 선생으로 공언해 왔음을 확인
한 다음, 수사술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서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고르기아스는 첫 번째로 ①말에 관한 기술
이라고 대답한다. 이 규정이 너무 넓다는 소크라테스의 지적을 받고 고르
기아스는 처음의 규정을 전체 활동이나 활동의 결과(효과)가 손이나 몸을
놀려서 하는 활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②‘말로써만 이루어지는 기술’로 한
정한다. 이 규정 역시 수사술을 다른 기술들로부터 구별하기에는 넓다는
비판을 받고, 다시 수사술을 ③‘인간의 일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좋은
것을 취급하는 기술’로 규정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전문가들마다 자
신의 일이 사람들에게 ‘제일 좋은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므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한다. 고르기아스는 ‘말로
설득하는 능력’이며 그것이 가장 좋은 이유는 대중들을 설득함으로써 다
른 전문가들(의사, 체육교사, 사업가 등)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기 때문이
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해서 ④‘말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기술’이라는 어느
정도 분명한 규정이 내려진다. 그러나 이것은 고르기아스가 생각하는 선
에서 분명한 것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소크라테스로서는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수사술이 행하는 설득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내용을 설득하는 것인지를 묻고, 이에 대해 고르기아스는
법정이나 대중 집회에서 군중을 상대로 하는 설득이며, 설득의 내용은 정
의와 부정의에 관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더 나아가서 수사술의 설득이 앎
(지식)을 갖게 하는 설득이 아니라 그저 믿음만을 갖게 하는 설득이라는
데까지 이르러 비로소 소크라테스가 목표했던 수사술에 대한 정의(定義)
는 완성된다. 요컨대 수사술은 ⑤‘대중들을 상대로 정의로운 것과 부정한
것에 관해서 믿음을 갖게 하는 설득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수사술의 정의를 놓고 소크라테스는 이번에는 수사술의 효용성
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사술의 정의대로라면 수사술은 전문 지식이 필요
플라톤 ?고르기아스? 9
한 각각의 전문 분야에는 쓸모가 없을 터이고, 그렇다면 정의와 부정의에
관련된 영역에만 쓸모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고르기아스는,
수사술의 정의를 내리는 과정에서 내비쳤듯이, 수사술의 힘(설득력)은 공·
사를 막론하고 모든 문제에 대해서 발휘되기 때문에 다른 기술들을 좌지
우지하며 특히 나라의 큰일들은 모두 수사가의 설득력에 의해 결정되어
왔음을 실례를 들어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처럼 만능의 힘을 가진 수사술
이 잘못 사용될 수 있다는 데 주의를 환기시키고 만약 수사술을 배운 자
가 그것으로 부정한 짓을 한다면 가르쳐 준 선생을 증오하거나 내쫓아서
는 안 되고 배운 자를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의 주장이 시종 일관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
기 전에,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논박하고 논박당하는 것을 기꺼이 감
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아 둔다. 논의를 재개한 뒤, 소크라테스
는 수사가가 대중들 앞에서 다른 전문가들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는 고르
기아스의 주장은 ‘지식이 없는 자가 지식이 없는 사람들 앞에서는 지식을
가진 자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논한다. 따라서 수
사술은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알 필요가 없고 지식이 없는 사람들
눈에 지식을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
한 설득의 방책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런 비판에 대해서
고르기아스는 그렇기 때문에 수사가가 다른 전문가들을 능가하기 쉬운
거라고 응수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 문제를 보류하고, 앞선 비판에 이어
서 수사가는 자기가 취급하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정의와 부정의에 관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해당되는지 아닌지를
묻는다. 고르기아스는 수사가는 그런 것들에 대한 지식을 가진 자이며,
그런 것들에 대한 지식을 미리 갖지 않고 오는 학생은 자신에게서 그것
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 대답은 고르기아스로 하여금
자가당착에 빠지게 만든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정의로운 것에 대한 지
식을 가진 자는 정의로운 자이며 그래서 결코 불의를 행하지 않는다. 그
런데 고르기아스는 조금 전에 수사술을 배운 학생이 그것을 부정하게 사
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으므로 앞뒤가 맞지 않게 된 것이다.
1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2.2.1.2 소크라테스와 폴로스의 대화
고르기아스가 곤경에 빠지자 폴로스가 화를 내며 나선다. 공격적인 태
도를 취하는 폴로스를 소크라테스는 부드러운 말로 회유하며 논의에 끌
어들인다. 폴로스는 묻는 쪽의 역할을 선택하고 소크라테스에게 수사술이
무엇인지를 직접 대답해 보라고 요구한다. 소크라테스는 수사술은 기술이
아니라 일종의 숙달(熟達)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어떤 기쁨이나 쾌락을
만들어내는 숙달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 규정이 요리 활동에도 적용
된다는 점에서 수사술과 요리술을 모두 아첨술의 일부로 간주하며, 좀 더
정확하게는 수사술을 정치술의 일부를 닮은 모상으로 규정한다. 성급한
폴로스는 이 규정의 의미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수사술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로 옮아가려고 하지만, 고르기아스가 끼어들어 소크
라테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육체와 혼을 구별하고 이들 각각이 최선의 상태가 되도록 돌보는 네 개
의 기술과 이 기술들 각각에 대응하는 아첨술의 네 부분을 언급한 다음,
수사술은 요리술이 육체와 관련해서 행하는 것과 같은 것을 혼의 영역에
서 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아첨술은 사람들에게 쾌락만을 공급하여
지식이 아닌 어리석음을 따르게 만들기 때문에 추한 것이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수사술을 아첨으로 규정하는 것에 화가 난 폴로스는 수
사가야말로 나라에서 존중받으며 가장 큰 힘을 가진 자가 아니냐고 반문
한다. 수사가의 힘은 참주의 그것처럼 원하는 자는 누구든 죽일 수도 있
고 돈을 빼앗을 수도 있으며 나라 밖으로 내쫓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사람은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도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 점을 지적하고, 따라
서 수사가는 오히려 제일 힘이 없는 자라고 대답한다. 폴로스가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자 소크라테스는 묻는 쪽의 역할로 돌아와 그 의미를 설명
해 준다. 사람은 항상 좋은 것을 바라고 행위하지만, 좋다고 생각했던 것
이 사실은 좋지 않고 나쁜 것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은 자기가 좋다
고 생각하는 것을 하더라도 반드시 바라는 것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
플라톤 ?고르기아스? 11
므로 수사가가 사형, 추방, 재산 탈취 등 뭐든지 자신의 생각대로 할 수
가 있다 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 사실은 나쁜 것이라면 수사가는 결코 큰
힘을 가진 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와의 문답식 논변 결과, 자신의 주장이 무너졌음에도 폴로스
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크라테스가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힘을 행사하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느냐는 식의 반문을 한다. 소크라테스
는 그런 힘을 설사 정의롭게 행사한다 하더라도 부러워할 것은 못 되며
더구나 정의롭지 않게 행사한다면 부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쌍히 여겨
야 한다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불의를 행하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며 거기
에 비하면 불의를 당하는 편이 그래도 낫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소크라테
스는 자신의 주장을 행위는 그것이 정의로운 것일 때 유익이 되고, 부정의
한 것이면 해가 된다는 주장으로 일반화하고 참주적 행위가 나쁘다는 것
을 보여주려고 하나 폴로스는 반발하며 이번에는 마케도니아의 왕 아르켈
라오스를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쉽게 물리칠 수 있는 예로 내 놓는다. 행·
불행의 기준을 정의(正義)에 두는 소크라테스의 입장에서는 아르켈라오스
가 가장 불쌍한 사람이겠지만 실은 그 자야 말로 행복한 자가 아니냐는
것이다. 누가 행복한 자이고 누가 불행한 자인가 하는 이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소크라테스는 사례를 제시하는 폴로스의 논박 방식은 많
은 사례들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진실에 이르지는 못한다면서,
자신의 문답식 대화 방법과 대비시킨 다음, 불의를 행하는 자가 행복할 수
있다는 폴로스의 주장에 대해 두 가지로 답한다. 불의를 행하는 자가 불의
를 당하는 자보다 불쌍한 자라는 것과, 나아가서 불의를 저지르고도 처벌
을 받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는 자보다 더 불쌍한 자라는 것이다. 폴로스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사례를 들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호소도 하면서 반박
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논변에 굴복한다. 소크라테스
는 마지막으로 이 논변의 결과를 고르기아스와의 대화에서 제기했던 수사
술의 효용성 문제에 적용해서, 수사술은 불의를 변호하는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자신이나 자신의 식구 친척 친구들의 불의를 고발하고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해서 대가를 치르도록 강제하는 데 사용해야 하며,
1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적에게 사용할 경우에는 반대로 대가를 치르지 못하도록 하는 데 사용해
야 한다는 짓궂은 결론을 내리면서 폴로스와의 대화를 끝낸다.
2.2.1.3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의 대화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데
기막혀 한다. 소크라테스는 애인의 심리를 빌려 자신이 한 말은 애인인
철학이 해 준 것이고, 애인의 말에는 거역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말을
멈추게 하려면 철학을 반박하라고 대답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칼리클
레스는 자신과 평생 부조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 이에 자극을 받은
칼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긴 연설을 하게 된다.
폴로스가 논의에서 패한 것은 고르기아스가 그랬던 것처럼 쓸데없는
수치심에 사로잡혀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도 ‘수치스
럽다’는데 동의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성(자연)상 수치스러운 것과
관습(법)상 수치스러운 것은 분명히 구별해야만 한다. 본성상 더 수치스
럽고 나쁜 것은 불의를 당하는 쪽이지만, 세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약자
들이 더 많은 몫을 차지할 능력이 있는 강자로부터 자기들의 이익을 지
키기 위해서 법률이나 습관을 정해 불의를 행하는 쪽이 더 수치스럽고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로 자연의 법은 강한 자가 약자보다 더 많
은 몫을 갖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정의(正義)이다. 이 자연의 정의는 동
물계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 전체에도 통용되고 있다.
칼리클레스는 자신의 이런 주장이 옳다는 것을 철학을 떠나면 알게 된
다면서 철학의 무익함을 비판한다. 철학은 청년기의 교양으로서는 필요한
것이지만 어른이 되어서까지 계속하는 것은 인생을 망치는 일이라는 것
이다. 그러면서 만약 소크라테스가 철학을 계속한다면 언젠가 억울한 죄
로 재판받을 때가 와도 자기 자신을 도울 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의 이런 솔직한 발언을 듣고 자신이 올바른 삶
을 사는 혼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시험해 볼 시금석을 찾아냈다고 기
뻐하면서 칼리클레스를 상대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
플라톤 ?고르기아스? 13
제를 논하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자연의 정의’라는 칼리클레스의 논제를 재확인하고 논박
을 통해서 그것의 의미를 명료화해 나간다. 칼리클레스는 처음에 ‘강자’
내지 ‘훌륭한 자’를 육체적으로 ‘보다 힘이 센 자’로 말했다가 논박당하고,
다음으로 ‘보다 분별 있는 자’로 말하지만 다시 ‘어떤 방면에’ 분별 있는
자인지를 밝히도록 압박당한다. 칼리클레스는 ‘나라의 일에’ 분별 있는 자
라고 대답하고, 나아가 분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완수해 낼 수 있는 ‘용감한 자’임을 첨가한다. 이렇게 해서 ‘강한 자’는
‘나라 일에 분별 있고 용감한 자’를 뜻하는 것으로 밝혀진다.
소크라테스는 논점을 옮겨 바로 이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칼리클레스의 주장에 대해 나라를 다스려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을 다스
릴 뿐만 아니라 자신도 다스리는 자인지, 즉 절제와 자제력이 있는 자인
지를 묻는다. 그러나 칼리클레스는 절제 있는 자를 분별 있는 자로 보지
않고 오히려 어리석은 자로 본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소위 정의나 절제
와 같은 덕들은 욕망을 충분히 만족시킬 능력이 없는 대중들이 자신의
무능함을 부끄러워하여 이것을 숨기기 위해 내세우는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본성(자연)에 따른 올바른 삶은 어떤 욕망이든 억제
하지 않고 최대한 충족시키는 데 있고, 용기와 사려는 이를 위한 수단으
로 사용해야 하며, 따라서 진정한 덕은 욕망을 무한정 충족시키는 자유와
무절제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의 솔직하면서도 품위 있는 발언을 칭찬한 다
음에 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채울 수 없는 욕망을 구멍 난
항아리에 비유한 예화를 이용하여 칼리클레스에게 무절제한 삶보다도 절
제 있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설득하지만 응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문답식 논변을 통한 설득을 시도하며, 먼저 단순한 욕구의 충족이 곧
행복한 삶일 수는 없다는 것을 지적하지만, 칼리클레스는 인정하지 않고
자기 주장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쾌락과 좋은 것은 같다고 주장한다. 소
크라테스는 다시 쾌락과 좋은 것이 같은 것이 아님을 논증하게 된다.
논리의 필연성에 저항할 수 없게 된 칼리클레스는 태도를 바꾸어 쾌락
1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는 것이 자명한 것인 양 말한다. 소
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의 일관성 없는 말 바꾸기에 놀라지만, 쾌락과 좋
은 것의 구별에 칼리클레스가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이고서, 좋은 쾌락내
지 유용한 쾌락이란 좋은 목적의 성취를 가져오는 쾌락으로서 좋은 것이
목적이고 쾌락이 수단이 되는 쾌락인 반면에, 나쁜 쾌락이란 쾌락이 목적
이고 좋은 것이 수단이 되는 것임을 논한다. 그런 다음 앞에서 언급한 기
술과 숙달(아첨)의 구별을 상기시키면서, 좋고 나쁨에 대한 지식이 따르
는 기술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아첨적인 활동을 구별하고, 아첨적인 활동
의 종류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수사술도 아첨의 일종이 아니냐고 묻는다.
칼리클레스는 수사가들 중에는 아첨적인 수사가들도 있지만, 시민 대중에
게 영합하지 않고 시민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
다고 대답한다. 그러한 수사가의 예로서 기원전 5세기의 위대한 정치가
테미스토클레스, 키몬, 밀티아데스, 페리클레스를 거명한다. 소크라테스
는 이들이 과연 훌륭한 수사가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기술에 따른
활동의 본질을 언급하고, 이에 준해서 훌륭한 수사가의 활동이란 어떤
것인가를 언급한다. 그것은 시민들의 마음속에 규율과 질서를 심어주고
정의나 절제의 덕을 갖추게 하며 무절제와 악덕들을 제거하여 혼을 개선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무절제한 삶이 부정되지만 칼리클레스는 동의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혼자 자문자답하기로 하고 지금까지의 논의
에서 자신이 주장하고자 했던 바를 개괄한 후에 칼리클레스로부터 경고
받았던 것, 즉 소크라테스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취하는 것은 다른 사
람들로부터 당하는 불의에 대해 자신의 몸을 지킬 수가 없는 것이 아닌
가라는 점에 대해 논의한다. 소크라테스는 나쁘고 수치스러운 것은 불의
를 당하는 자가 아니라 불의를 행하는 자라는, 이미 여러 차례 되풀이 한
자신의 주장에 입각해서 불의를 당하지 않기 위한 방책과 불의를 행하지
않기 위한 방책을 살펴본다. 불의를 당하지 않는 칼리클레스식의 방책은
무소불위의 힘(권력)을 갖는 것인데, 그것은 거꾸로 불의를 행하기 위한
방책이 될 뿐 아니라 불의를 행하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 방책이기 때
플라톤 ?고르기아스? 15
문에 가장 나쁜 것을 가져다주는 방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죽임을 당하지
않고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며 오래 살기 위한 방책도 별 가치가 없다.
또 정치 초년생인 칼리클레스의 처지에서는 민중의 지지를 받아 권력을
갖는 방법도 민중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 민중과 최대한 동화될 것을 요
구하므로 성품을 버리게 만든다.
이어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길을 걸으려는 칼리클레스에게 참된 정
치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시민들을 최대한 훌륭한 자로 만드는 일)
를 깨우쳐주고, 또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검증하는 문제를 살펴
보는 가운데, 칼리클레스가 뛰어난 정치가로 거명한 사람들이 소크라테스
가 제시한 원칙에서 볼 때 사실상 실패한 정치가였다고 비판한다. 그들의
훌륭한 정치 활동으로 평가되는 선박이나 조선소, 성벽 같은 것들을 많이
공급하고 지어주는 따위의 일들은 결국 시민들의 욕구를 많이 충족시켜
주는 일에 불과하고 훌륭하게 만드는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치
를 모르는 시민대중들의 근시안적인 행태와 그에 반응하는 정치가와 소
피스트들의 모순된 점을 비판하지만, 칼리클레스는 끝내 좋은 것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 방식 아니라 쾌락을 위해 봉사는 정치 방식을 따르겠노라
고 고집하며 소크라테스에게 했던 경고를 다시 환기시킨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닥칠 불의를 이미 예감하고 있으며 자신이야말
로 동시대의 사람들 가운데 유일하게 참된 정치가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대중들이 좋아하는 쾌락을 위해 말하지 않고 최
선의 것을 위해 말했으며, 칼리클레스가 권하는 법정의 기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으므로 억울한 죄로 법정에 끌려 나와 위험에 처한다 해도 달
리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곤경에 처하여 자신을 도울
능력이 없다고 해도 불의를 행하지 않는다면 나쁜 상태에 있는 것이 아
니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그러면서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돕는 가장 강력한 방법인데, 그 까닭은 혼이 불의로 가득차서 하
데스로 가는 것이 가장 큰 악이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정의로
운 사람은 사후에 ‘행복한 자들의 섬’으로 옮겨져 깨끗하고 복된 삶을 보
내지만, 부정한 사람은 ‘타르타로스’(나락)에 떨어져 모진 고통을 받는다
1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고 하는 저 사후의 심판에 대한 신화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의
미하는 바를 보충 설명한 다음 자신이 권하는 삶의 방식이 이 세상에서
건 저 세상에서건 유리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칼리클레스에게도 그 삶의
방식을 따르도록 권고하는 것으로 말을 맺는다.
2.3 ?고르기아스? 상세 목차
1. 첫째 부분
(447a1~): 도입
(444c9~): 고르기아스의 기술
2. 둘째 부분
(449a5~): 수사술에 대한 정의(定義)
(455a10~): 수사술의 효용성
(457c8~): 소크라테스의 대한 비판
3. 셋째 부분
(461b3~): 소크라테스와 폴로스의 대화
(462b1~): 수사술은 기술이 아니다.
(466a5~): 수사술의 힘이 과연 큰가?
(468e7~): 불의(不義)에 대한 문제
(476a3~): 처벌의 정당성
4. 넷째 부분
(481b6~):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의 대화
(482c3~): 법과 자연의 대립
(484c4~): 철학에 대한 비판
(488b3~): 자연의 정의(正義)
(505c5~): 소크라테스의 비판
(527a4~e8): 개괄적 정리와 최종 권고
플라톤 ?고르기아스? 17
2.4 주요 용어
2.4.1 수사술(rhetoric)
수사술이란 다른 사람들을 말로 설득하는 능력을 말한다. 고전기 아테
네에서는 법정이나 의회에서 대중들을 상대로 법정 변론이나 심의를 위
한 연설들이 일상적으로 행해졌고 그 중요성이 매우 컸다. 물론 효과적으
로 말하기는 어떤 이론이나 가르치는 일이 있기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후대의 수사가들은 학생들에게 호메로스에 나오는 연설들을 찾아보게 했
다. 그리고 영웅들의 연설에 대한 호메로스의 묘사들은 ‘수사술’이 호메로
스 당시에 알려져 있었다는 증거로 간주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했
듯이 사실상 이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5세기 시라쿠사와
아테네의 민주정에서의 정치·사회적인 필요에서부터였을 것이다.
?고르기아스?에서 플라톤은 수사술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수사술은 법
정이나 의회 등의 장소에서 대중을 상대로 설득하는 기술이다. 그것이 다
루는 대상은 무엇보다도 법정에서 논의되는 정의와 부정의에 관한 일이
며(454e), 또 나라의 정책 전반에 관한 것(455e)이다. 그러나 수사술의 설
득은 앎(지식)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믿음만을 갖게 하는 설득이
며 그래서 수사술은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알 필요가 없고 지식이
없는 사람들 눈에 지식을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
도록 설득하는 기술이라고 플라톤은 비판한다. 그리고 수사술의 정치적
용도를 감안해서 수사술을 ‘정치술의 부분적 모상’(463d) 즉, 가짜 정치
술의 하나로도 규정한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19
제2 부 철학 지식지도
1. 철학자 지식지도
•토픽명: 플라톤
•토픽 ID: anc_plato
•상위 토픽명: 서양고대철학자
•상위 토픽 ID: anc_philosophers
내부 어커런스
원어 이름: platon
영어 이름: plato
생애 요약: 1부 1.1
외부 어커런스
생애 요약: 1부 1.1
생애 해설: 1부 1.2
생애 연보: 1부 1.3
인물 사진:
원어 웹사이트:
영어 웹사이트:
한국어 웹사이트:
연관 관계
저작: 고르기아스(anc_plato_gorgias)
2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관계된 철학자: 소크라테스 (anc_socrates),
고르기아스 (anc_gorgias)
기여한 철학 분야: 윤리학 (anc_ethics), 정치철학 (anc_pol_phil)
기여한 철학 학파: 아카데미아학파 (anc_academic)
기여한 철학 이론:
주요 저작: 고르기아스(anc_plato_gorgias)
2. 철학 문헌 지식지도
•토픽명: 고르기아스
•토픽ID: anc_plato_gorgias
•상위 토픽명: 서양고대철학문헌
•상위 토픽 ID: anc_phil_texts
내부 어커런스
원어 제목: Gorgias
영어 제목: Gorgias
원전 요약: 1부 2.1
원전 초판 출판년도: 1901
외부 어커런스
원전 요약: 1부 2.1
원전 해설: 1부 2.2
상세 목차: 1부 2.3
책표지 그림:
원어 디지털 텍스트:
http://www.perseus.tufts.edu/cache/perscoll_Greco-Roman.tml
플라톤 ?고르기아스? 21
영어 디지털 텍스트:
한국어 디지털 텍스트:
철학 문헌 내용 토픽맵: anc_plato_gorgias_km.xtm
연관 관계
저자: 플라톤(anc_plato)
관계된 철학자: 소크라테스(anc_socrates)
기여한 철학 분야: 윤리학(anc_ethics),
정치철학(anc_natural_phil)
기여한 철학 학파: 아카데미아학파(anc_academic)
기여한 철학 이론:
3. 철학 용어 지식지도
3.1 수사술
•토픽명: 수사술
•토픽 ID: t1
•상위 토픽명: 수사학
•상위 토픽 ID: anc_rhetoric
내부 어커런스
원어 용어: rhetorike
영어 용어: rhetoric
한자 표기: 修辭術
용어 설명: 1부 2.4.1
2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외부 어커런스
용어 설명: 1부 2.4.1
연관 관계
사용한 철학자: 플라톤(anc_plato)
사용한 철학 문헌: 고르기아스(anc_plato_gorgias)
사용한 내용 토픽: 수사술 (c1.1)
3.2 부정의
•토픽명: 부정의
•토픽 ID: t2
•상위 토픽명: 부정의
•상위 토픽 ID: t_anc_injustice
내부 어커런스
원어 용어: adikia
영어 용어: injustice
한자 표기: 不正義
용어 설명: 1부 2.5
외부 어커런스
용어 설명: 1부 2.5
연관 관계
사용한 철학자: 플라톤(anc_plato)
사용한 철학 문헌: 고르기아스(anc_plato_gorgias)
사용한 내용 토픽: 부정의 (c1.2)
플라톤 ?고르기아스? 23
4. 철학 문헌 내용 지식지도
1. 수사술
1.1 수사술에 관한 논의의 배경 (e1.1.1 / q1.1.2)
1.1.1 고르기아스의 기술 (e1.2.1)
1.2 수사술에 대한 고르기아스의 견해 (e2.1 / q2.2)
1.2.1 수사술에 대한 정의(定義)
1.2.1.1 말에 관한 기술 (e2.1.1.1 / q2.1.1.2)
1.2.1.2 말에 능한 자로 만들어주는 기술 (e2.1.2.1 / q.2.1.2.2)
1.2.1.3 말로 결과를 얻어내는 기술 (e2.1.3.1 / q2.1.3.2)
1.2.1.3.1 말로 결과를 얻어내는 여러 기술들 (e2.1.3.1.1 / q2.1.3.1.2)
1.2.1.4 최선의 것에 관한 기술 (e2.1.4.1 / q2.1.4.2)
1.2.1.4.1 말로 설득하는 능력 (e2.1.4.1.1 / q2.1.4.1.2)
1.2.1.4.1.1 수사술의 설득이란? (e2.1.4.1.1.1 / q2.1.4.1.1.2)
1.2.1.4.1.1.1 믿음을 갖게 하는 설득 (e2.1.4.1.1.1.1 / q2.1.4.1.1.1.2)
1.2.2 수사술의 효용성 (e2.2.1 / q2.2.2)
1.2.2.1 수사술의 힘 (e2.2.1.1 / q2.2.1.2)
1.2.2.2 수사술의 오용 가능성 (e2.2.2.1 / q2.2.2.2)
1.2.3 고르기아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비판
1.2.3.1 생산적인 논의를 위한 다짐 (e2.3.1.1)
1.2.3.1.1 논의에 임하는 바람직한 태도 (e2.3.1.1.1 / q2.3.1.1.2)
1.2.3.2 무지한 군중을 상대로 한 수사술의 설득 (e2.3.2.1 / q2.3.2.2)
1.2.3.2.1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설득 (e2.3.2.1.1
/ q2.3.2.1.2)
1.2.3.3 정의(正義)에 대한 지식을 가진 수사가 (e2.3.3.1 / q2.3.3.2)
1.2.3.3.1 정의로운 자로서의 수사가 (e2.3.3.1.1 / q2.3.3.1.2)
1.2.3.3.2 고르기아스의 자가당착 (e2.3.3.2.1 / q2.3.3.2.2)
1.3 수사술에 대한 플라톤의 견해 (e3.1 / q3.2)
2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1.3.1 숙달로서의 수사술 (e3.1.1 / q3.1.2)
1.3.1.1 아첨술의 일부 (e3.1.1.1 / q3.1.1.2)
1.3.1.2 정치술의 부분적인 모상 (e3.1.2.1 / q3.1.2.2)
1.3.1.2.1 육체와 혼에 관여하는 기술들 (e3.1.2.1.1 / q3.1.2.1.2)
1.3.1.3 아첨술의 정체 (e3.1.3.1 / q3.1.3.2)
1.3.1.3.1 아첨술의 부분들 (e3.1.3.1.1 / q3.1.3.1.2)
1.3.2 수사술의 힘에 대한 평가 (e3.2.1 / q3.2.2)
1.3.2.1 수단으로서의 행위와 목적 (e3.2.1.1 / q3.2.1.2)
1.3.2.2 행위의 목적과 좋은 것 (e3.2.2.1 / q3.2.2.2)
1.3.2.3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좋은 것 (e3.2.3.1 / q3.2.3.2)
2. 부정의(불의)
2.1 불의(不義)에 대한 문제 (e3.3.1)
2.1.1 불의는 부러워할 만한 것인가? (e3.3.1.1 / q3.3.1.2)
2.1.1.1 불의를 행함 = 부당하게 나쁜 행위를 함 (e3.3.1.1.1
/ q3.3.1.1.2)
2.1.1.2 불의가 득이 되는 조건 (e3.3.1.2.1 / q3.3.1.2.2)
2.1.1.2.1 불의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례들 (e3.3.1.2.1.1
/ q3.3.1.2.1.2)
2.1.1.2.1.1 논박의 두 가지 방식 (e3.3.1.2.1.1.1)
2.1.2 처벌받음과 받지 않음의 우열 문제 (e3.3.2.1 / q3.3.2.2)
2.1.2.1 좋은 것-아름다운 것, 나쁜 것-추한 것의 관계 (e3.3.2.1.1
/ q3.3.2.1.2)
2.1.2.1.1 아름다운 것 = 유용하고 즐거운 것 (e3.3.2.1.1.1
/ q3.3.2.1.1.2)
2.1.2.1.2 추한 것=고통스럽거나 나쁜 것 (e3.3.2.1.2.1 / q3.3.2.1.2.2)
2.1.2.1.3 불의에 대한 문제의 첫 번째 결론 (e3.3.2.1.3.1)
2.1.2.2 처벌의 정당성
2.1.2.2.1 행함과 당함의 상호작용 (e3.3.2.2.1.1 / q3.3.2.2.1.2)
플라톤 ?고르기아스? 25
2.1.2.2.2 처벌의 유익함 (e3.3.2.2.2.1 / q3.3.2.2.2.2)
2.1.2.2.2.1 혼의 개선 (e3.3.2.2.2.1.1 / q3.3.2.2.2.1.2)
2.1.2.2.2.1.1 혼의 악 (e3.3.2.2.2.1.1.1)
2.1.2.2.2.1.2 혼을 치료하는 기술 (e3.3.2.2.2.1.2.1 / q3.3.2.2.2.1.2.2)
2.1.2.2.2.2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 (e3.3.2.2.2.2.1 / q3.3.2.2.2.2.2)
2.1.3 불의(不義)에 대한 문제의 두 번째 결론 (e3.3.3.1 / q3.3.3.2)
2.1.3.1 수사술의 바른 용도 (e3.3.3.1.1 / q3.3.3.1.2)
2.2 칼리클레스의 반론 (e4.1 / q4.2)
2.2.1 법[관습]과 자연[본성]의 대립 (e4.1.1 / q4.1.2)
2.2.1.1 본성상 더 수치스러운 것 (e4.1.1.1)
2.2.1.2 법적으로 더 수치스러운 것 (e4.1.2.1)
2.2.1.3 자연의 법 (e4.1.3.1)
2.2.2 철학에 대한 비판 (e4.2.1)
2.2.2.1 철학의 효용성 (e4.2.1.1 / q4.2.1.2)
2.2.2.2 소크라테스에 대한 충고 (e4.2.2.1 / q4.2.2.2)
2.2.2.2.1 칼리클레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칭송 (e4.2.2.1.2
/ q4.2.2.1.2)
2.2.3 칼리클레스의 논제 (e4.3.1 / q4.3.2)
2.2.3.1 강한 자 = 힘센 자 = 훌륭한 자 (e4.3.1.1 / q4.3.1.2)
2.2.3.2 강한 자 = 분별 있는 자 (e4.3.2.1 / q4.3.2.2)
2.2.3.3 강한 자 = 나라 일에 분별 있고 용감한 자 (e4.3.3.1
/ q4.3.3.2)
2.2.3.4 자연의 정의(正義) (e4.3.4.1 / q4.3.4.2)
2.2.3.4.1 강한 자 =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자 (e4.3.4.1.1
/ q4.3.4.1.2)
2.2.3.4.1.1 약자의 덕 (e4.3.4.1.1.1 / q4.3.4.1.1.2)
2.2.3.4.1.2 강자의 덕 (e4.3.4.1.2.1 / q4.3.4.1.2.2)
2.2.3.5 칼리클레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설득 (e4.3.5.1 / q4.3.5.2)
2.2.3.5.1 신화를 통한 설득
2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2.2.3.5.1.1 채워야 할 항아리: 욕구들 (e4.3.5.1.1.1)
2.2.3.5.1.2 구멍 난 항아리와 체 (e4.3.5.1.2.1 / q4.3.5.1.2.2)
2.2.3.5.1.3 절제있는 삶, 무절제한 삶 (e4.3.5.1.3.1 / q4.3.5.1.3.2)
2.2.3.5.2 논변에 의한 설득
2.2.3.5.2.1 욕구의 충족 = 행복? (e4.3.5.2.1.1 / q4.3.5.2.1.2)
2.2.3.5.2.2 쾌락과 좋은 것의 관계 (e4.3.5.2.2.1 / q4.3.5.2.2.2)
2.2.3.5.2.2.1쾌락과 좋은 것의 구별(1) (e4.3.5.2.2.1.1)
2.2.3.5.2.2.1.1 좋은 것-나쁜 것 (e4.3.5.2.2.1.1.1 / q4.3.5.2.2.1.1.2)
2.2.3.5.2.2.1.2 쾌락과 고통 (e4.3.5.2.2.1.2.1 / q4.3.5.2.2.1.2.2)
2.2.3.5.2.2.2 쾌락과 좋은 것의 구별(2) (e4.3.5.2.2.2.1)
2.2.3.5.2.2.2.1 나타나 있음(parousia) (e4.3.5.2.2.2.1.1
/ q4.3.5.2.2.2.1.2)
2.2.3.5.2.2.2.2 쾌락 ≠ 좋은 것 (e4.3.5.2.2.2.2.1)
2.2.3.5.2.2.2.3 칼리클레스의 자가당착 (e4.3.5.2.2.2.3.1
/ q4.3.5.2.2.2.2.3.2)
2.2.3.5.2.3 좋은 쾌락과 나쁜 쾌락 (e4.3.5.2.3.1)
2.2.3.5.2.3.1 유익한 쾌락, 해로운 쾌락 (e4.3.5.2.3.1.1
/ q4.3.5.2.3.1.2)
2.2.3.5.2.3.2 좋은 것을 위한 쾌락 (e4.3.5.2.3.2.1 / q4.3.5.2.3.2.2)
2.2.3.5.2.4 좋은 것을 위한 방안, 쾌락을 위한 방안 (e4.3.5.2.4.1
/ q4.3.5.2.4.2)
2.2.3.5.2.4.1 의술과 요리술 (e4.3.5.2.4.1.1)
2.2.3.5.2.4.2 기술적인 활동과 아첨적인 활동 (e4.3.5.2.4.2.1)
2.2.3.5.2.4.2.1 아첨적인 활동들 (e4.3.5.2.4.2.1.1)
2.2.3.5.2.4.2.2 아첨적인 수사술과 훌륭한 수사술 (e4.3.5.2.4.2.2.1
/ q4.3.5.2.4.2.2.2)
2.2.3.5.2.4.2.3 기술적 활동의 요체: 질서의 부여 (e4.3.5.2.4.2.3.1
/ q4.3.5.2.4.2.3.2)
플라톤 ?고르기아스? 27
2.2.3.5.2.4.2.3.1 몸과 혼의 질서: 건강, 정의와 절제
(e4.3.5.3.4.2.3.1.1 / q4.3.5.3.4.2.3.1.2)
2.2.3.5.2.4.2.3.2 훌륭한 수사가의 활동 (e4.3.5.2.4.2.3.2.1)
2.2.3.5.2.4.2.3.3 쾌락[욕구]의 통제와 교정
(e4.3.5.2.4.2.3.3.1)
2.2.4 칼리클레스의 충고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대답 (e4.4.2.1)
2.2.4.1 불의에 대한 대책 (e4.4.2.1.1 / q4.4.2.1.2)
2.2.4.1.1 참주를 닮아 권력을 얻는 방법 (e4.4.2.1.1.1 / q4.4.2.1.1.2)
2.2.4.1.2 목숨을 보존해주는 기술의 습득 (e4.4.2.1.2.1 / q4.4.2.1.2.2)
2.2.4.1.2.1 단순한 목숨의 보존 (e4.4.2.1.2.1.1 / q4.4.2.1.2.1.2)
2.2.4.1.2.2 생존만을 위한 노력 (e4.4.2.1.2.2.1 / q4.4.2.1.2.2.2)
2.2.4.1.3 민중으로부터 권력을 얻는 방법 (e4.4.2.1.3.1 / q4.4.2.1.3.2)
2.2.4.2 참된 정치가의 모습
2.2.4.2.1 정치활동의 목적 (e4.4.2.2.1.1 / q4.4.2.2.1.2)
2.2.4.2.2 정치가의 자격(e4.4.2.2.2.1 / q4.4.2.2.2.2)
2.2.4.2.2.1 예전 아테네 정치가들에 대한 검증 (e4.4.2.2.2.1.1)
2.2.4.2.2.1.1 페리클레스 (e4.4.2.2.2.1.1.1 / q4.4.2.2.2.1.1.2)
2.2.4.2.2.1.2 키몬과 테미스토클레스 (e4.4.2.2.2.1.2.1
/ q4.4.2.2.2.1.2.2)
2.2.4.2.2.2 소크라테스적인 원칙에 따른 검증 (e4.4.2.2.2.2.1)
2.2.4.2.2.2.1 욕구를 위한 기술과 덕(탁월함)을 위한 기술
(e4.4.2.2.2.2.1)
2.2.4.2.2.2.2 욕구에 봉사하는 정치가의 활동 (e4.4.2.2.2.2.2.1
/ q4.4.2.2.2.2.2.2)
2.2.4.2.2.2.3 시민들의 잘못된 칭찬과 비난 (e4.4.2.2.2.2.3.1
/ q4.4.2.2.2.2.3.2)
2.2.4.2.2.2.3.1 소피스트와 정치가들의 항변 (e4.4.2.2.2.2.3.1.1
/ q4.4.2.2.2.2.3.1.2)
2.2.4.2.2.2.3.1.1 항변의 모순성 (e4.4.2.2.2.2.3.1.1.1)
2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2.2.4.2.2.2.3.1.2 궤변술과 수사술의 유사함 (e4.4.2.2.2.2.3.1.2.1)
2.2.4.2.2.2.3.1.3 덕의 가르침과 자발적인 보답
(e4.4.2.2.2.2.3.1.3.1)
2.2.4.3 참된 정치가인 소크라테스 (e4.4.2.3.1 / q4.4.2.3.2)
2.2.4.3.1 소크라테스의 예견 (e4.4.2.3.1.1 / q4.4.2.3.1.2)
2.2.4.3.3 자신을 위한 최상의 도움 (e4.4.2.3.2.1)
2.2.4.3.3.1 저승에 관한 이야기[신화]
2.2.4.3.3.1.1 죽은 후에 심판을 받게 된 사정 (e4.4.2.3.3.1.1)
2.2.4.3.3.1.2 죽은 후 혼의 상태 (e4.4.2.3.3.2.1)
2.2.4.3.3.1.3 처벌: 개선과 예방의 수단 (e4.4.2.3.3.3.1)
2.2.4.3.3.1.4 삶의 선택을 위한 권고 (e4.4.2.3.3.4.1)
플라톤 ?고르기아스? 29
제3부 ?고르기아스? 내용 분석 연구
1. 도입 (447a1~)
1.1 소크라테스의 관심 (447a1)
(e1.1.1) 아테네를 방문 중인 저명한 수사술의 선생인 고르기아스가 공
공건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고 전해들은 소크라테스는 동료인 카이레폰
과 함께 그 강연을 들으려 왔지만 그 건물 밖 노상에서 칼리클레스를 만
나 강연이 막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고라에서 시간을 끄는 바람에
늦었다고 소크라테스가 카이레폰을 탓하며 아쉬워하자 카이레폰은 자신
이 고르기아스와 친분이 있으니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강연을 해 줄 것
이라고 달랜다. 칼리클레스도 화답하며 고르기아스가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으니 원한다면 언제든 와서 강연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
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가 가진 기술의 힘이 무엇인지, 그가 가르치는 것
이 무엇인지를 고르기아스에게서 배우고 싶다고 하자, 칼리클레스는 고르
기아스가 누가 어떤 질문을 하든지 모두 답을 해 주겠다고 했다면서 안
에서 청중으로부터 방금했던 강연에 대한 질문을 구하고 있는 중임을 알
려주고 직접 물어보라고 권한다.
(q1.1.1.2) 잘 말해주었소, 칼리클레스. 하지만 그분이 우리와 대화를 나
누려 하실까요? 그런 사람이 지닌 기술(technē)의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분이 공언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분한테서 배우고 싶어
서 말입니다. 그분의 다른 강연(epideixis)은, 당신이 말한 대로, 다음에 하
시게 합시다. ― 소크라테스, 그분한테 직접 물어보는 것 만한 것도 없지
요. 실로 그것 역시 그분 연설의 일부였으니까요. 어쨌든 방금 전에 그분
3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아무나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물어보라고 하셨
고, 모든 것들에 대해 대답해 주겠다고 그러셨답니다.(447b9-c8)
1.2 고르기아스의 기술 (447c9)
(e1.2.1) 소크라테스는 일동과 함께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 카이레폰더
러 고르기아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물어봐 달라고 하자, 카이레폰
은 우선 칼리클레스의 말(고르기아스가 무슨 질문을 하든지 대답해 주겠
다고 한 것)이 맞는지부터 확인한다. 고르기아스는 방금도 그런 공언을
했다면서 은근히 자신의 박식함을 과시할 뿐 아니라 질문을 해서 시험해
보라고까지 한다. 그러자 곁에 있던 폴로스가 나서서 고르기아스가 긴 강
연으로 지쳤으므로 자신이 대신할 것을 자처한다. 카이레폰이 고르기아스
보다 더 잘 대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하자 폴로스는 만족스럽게 대답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받으며 카이레폰과 문답을 나눈다. 카이레폰은 소크
라테스의 질문(“고르기아스는 누구인가?”)이 무엇을 묻는 질문인지를 설
명한다. 전문가는 그가 가진 기술에 따라 이름을 부르는데, 이를테면 의
술을 가진 자는 의사라고 하고 그리는 기술을 가진 자는 화가라고 부른
다고 할 때, 그렇다면 고르기아스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가 물음의
취지라는 것이다.
1.2.1‘가장 훌륭한 기술’(448c4)
(e1.2.1.1) 카이레폰은 소크라테스가 든 예를 통해서 그가 한 질문의 요
점을 파악하고, 마찬가지의 다른 예를 들어서 폴로스에게 그것을 설명해
주지만 효과가 없었다. 폴로스는 카이레폰의 질문에 맞는 대답을 하는 대
신에 기술들 일반의 성립이 숙달에 연유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소크라테
스는 폴로스가 수사술에 경도된 대답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고르기아스
플라톤 ?고르기아스? 31
가 가진 기술이 무엇인가를 밝히지는 않고 그의 기술을 가장 훌륭한 기
술이라고 찬양하기만 했다고 지적한다. 기술이 숙달로부터 얻어졌다는 폴
로스의 말은 카이레폰이 ‘기술’과 ‘숙달’을 연관지어 말한 것(“만약 이분이
숙달한 기술이 아글라오폰의 아들이거나 아니면 그의 형제인 아리스토폰
이 숙달한 바로 그 기술이라면, 우리가 이분을 뭐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까?” 448b11)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462b11에서 수사술에
관한 폴로스의 저술이 주장하는 견해이다.(“내가 최근에 읽은 글에서 자
네가 말한 바에 따르면 기술을 만들어 낸 행위이네.”) 숙달과 기술의 관
계는 462c, 501a에서 더욱 자세하게 검토된다.
(q1.2.1.2) 카이레폰, 인간들 사이에는 숙달(empeiria)을 통해 숙달의 방식
으로 발견된 많은 기술이 있습니다. 숙달은 우리 생애를 기술에 따라 살
아가게 하지만, 미숙(apeira)은 요행(tychē)에 따라 살아가게 하니까요. 이
다른 기술들 각각에는 다른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관여하는데, 가장 훌
륭한 기술들에는 가장 훌륭한 자들이 관여합니다. 여기 계신 고르기아스
님이 그 중 한분이시거니와 기술들 가운에서도 가장 훌륭한 것에 관여하
신답니다.(448c4-9)
3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2.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의 대화 (449a5~449c8)
(e2.1) 고르기아스가 가진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를 말해 달라고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에게 직접 요구한다. 고르
기아스는 자신이 정통한 기술은 수사술이라고 대답한다. 자신은 훌륭한
수사가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에게 긴 연설 형식이 아니라 문답
형식의 간결하게 대답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다. 고르기아스는 길게 말할
수밖에 없는 대답들도 있지만 가능한 짧게 하겠다고 수락한다. 그는 같은
것을 짧게 말하는 데서도 자신을 따들 자가 없다고 자부한다.
(q2.2) 소크라테스, 장황하게 할 수밖에 없는 답변들이 있소. 그렇기는
하나 어쨌든 가능한 한 간결하게 하도록 해 보겠소. 실은 나보다도 더 간
걸한 말로 같은 것을 말을 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것, 이
또한 내가 주장하는 바 가운데 하나니까 말이오.(449b10-c3)
2.1 수사술이란 무엇인가?
2.1.1 말에 관한 기술 (449c10)
(e2.1.1.1) 소크라테스가 요구하는 것은 수사술에 대한 정의이다. 그
는 “수사술은 있는 것들 가운데 무엇에 관한 것인가?” 하며 수사술이 취
급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규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는 직조술과 시가
(詩歌)를 예로 든다. 직조술은 옷 짓는 일에 관한 기술이고 시가는 선율
의 창작에 관한 기술이다. 그가 예로서 제하는 두 가지 규정은 정확히 기
술이 취급하는 대상(옷, 선율)만을 언급하지 않고 기술이 해내는 일(‘짓는
일’, ‘창작’)까지 포함하고 있지만, 그의 질문은(“수사술은 있는 것들 중 무
엇에 관한 지식인가?”) 대상에 우선 한정시킨다. 그래서 고르기아스는 수
플라톤 ?고르기아스? 33
사술이 말(logoi)에 관한 기술이라고 대답한다.
(q2.1.1.2) 자 그럼, 선생님은 수사 기술의 전문가이며 다른 사람들도 수
사가로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수사술은 있는 것들(ta onta) 중에
무엇에 관한 것인가요? 말하지만 직조술이 옷 짓는 일에 관한 것이듯이
말입니다.(449d3)
2.1.2 말에 능한 자로 만들어주는 기술 (449e1)
(e2.1.2.1) 수사술이 ‘말에 관한 기술’이라는 규정은 너무 넓어서 수사술
을 다른 기술들과 구별시켜주지 못한다. 그래서 수사술이 취급하는 말이
어떤 종류의 말인지 더 한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기술들도 말에 관한 것
이기는 마찬가지다. 의술은 환자가 건강하게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말에
관한 것이고, 체육술은 몸의 좋은 상태와 나쁜 상태에 관한 말을 취급한
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말에 관한 기술’이라는 규정을 좀 더 구체적으
로 ‘말하는 데 능한 자로 만들어 주는 기술’로 바꾸어 표현한다. 그리고
말과 말이 가리키는 대상을 구별해서 수사술이 대상을 이해하는 데 능한
자로도 만들어주는가를 묻고 고르기아스의 동의를 받는다.(소크라테스는
앎[epistēmē]으로서의 기술[technē]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의술은 환자들
에 관해서 말하고 이해하는 데 능한 자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수사술
도 의술이나 체육술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해서 말하는 데 능할
뿐 아니라 말하는 대상을 이해하는 데도 능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라면
“말에 관한 기술”이라는 규정은 더욱이나 수사술을 다른 기술들과 구별시
켜주지 못한다.
(q.2.1.2.2) 그러면 다른 기술들도 말에 관한 것인데, 도대체 왜 당신은
그것들을 수사술이라 부르지 않는 것인가요? 무엇이든 말에 관한 것이기
만 하면 그것을 수사술이라고 부른다면 말입니다.(450b5)
3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2.1.3 말로 결과를 얻어내는 기술 (450b8)
(e2.1.3.1) 고르기아스는 다른 방식으로 구별을 시도한다. ‘말에 관한’을
‘전체 활동과 활동의 결과(효과)가 말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뜻으로 한
정한다. 다른 기술들의 앎(epistēmē)은 손이나 몸을 놀려서 하는 활동에
관련이 있지만, 수사술의 앎은 그런 작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오르지
말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q2.1.3.2) 소크라테스, 왜냐하면 그밖에 다른 기술들의 앎(epistēmē)
은 거의 전체가 수작업 내지는 그런 종류의 활동에 관한 것이지만, 수사
술에는 그런 수작업의 산물이 전혀 없고, 전체 활동과 그 결과(kyrōsis)
가 말(logoi)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오. 이 때문에 나는 수사 기술
이 말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오. 그리고 내 말이 옳다고 나는 주
장하는 바이오.(450b8-c2)
2.1.3.1 말로 결과를 얻어내는 여러 기술들 (450c7)
(e2.1.3.1.1) 소크라테스는 기술들을 두 부류로 구별한다. ①회화술이나
조각술처럼 손이나 몸을 놀려서 하는 작업이 주가 되고 말은 거의 필요
로 하지 않는 기술들. ②손을 놀려서 하는 작업은 필요로 하지 않고 활동
전체가 말로만 이루어지는 기술들(계산술, 기하학, 장기 두는 기술 등).
고르기아가 말하는 수사술은 ②에 해당된다. 그러나 고르기아스조차도 ②
의 기술들을 모두 수사술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수사술에
대한 고르기아스의 규정이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수사술이 사용하는 말
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예를 들어 보이면서
수사술이 관여하는 대상을 보여주되 다른 기술들이 관여하는 대상과 구
별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를테면 산술(arithmētikē)과 계산술(logistikē)은
말로 결과를 이루어내는 기술이며 짝수와 홀수를 취급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다른 점은 계산술이 짝수와 홀수가 자신과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서로와 관련해서도 얼마나 큰지를 살펴본다는 점이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35
(q2.1.3.1.2) 하지만 저는 선생님께서 이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든 수사술
로 부르려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비록 말을 통해서 결과를 이루어내
는 기술이 수사술이라고 선생님께서 그렇게 언명을 하셨지만 말입니다.
누군가가 그 말에 트집을 잡으려든다면 “고르기아스, 그렇다면 당신은 산
술을 수사술이라고 말하는 거요?” 하며 반박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선생님께서 산술이든 기하학이든 그것을 수사술로 부르지는 않는다
고 생각합니다.(450e4-10)
2.1.4 최선의 것에 관한 기술 (451d7)
(e2.1.4.1) 수사술이 사용하는 말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보여 달라는
소크라테스의 요구에 고르기아스는 수사술이 “인간의 일들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좋은 것”에 관여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 대답도 불충분하
다. 무엇이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인지를 말하고 있지 않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일이 사람에게 가장 좋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를테면
의사는 의술이 해내는 일(건강을 가져다주는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다고
주장할 것이요, 체육교사는 신체를 아름답고 강하게 만드는 일이, 돈벌이
에 몰두하는 자는 부가 가장 좋다고 주장할 것이다.
(q2.1.4.2) […] “여기 계신 고르기아스님께서 자신의 기술이 당신의 기
술보다 더 크게 좋은 것의 원인이라고 이의를 제기합니다.”고 우리는 말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그 다음에 이렇게 물을 건 뻔한 일이죠. “대체 이
좋은 것이란 무엇입니까? 고르기아스님이 대답하게 합시다.”고요. 자 그러
면, 고르기아스님, 저들과 저한테서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하시고 인간들에
게 최고로 좋은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 그리고 선생님 자신이 그것의 장인
이라고 주장하신 것, 그것이 무엇인지 대답해 주시죠.(452c9-d4)
2.1.4.1 최선의 것 = 말로 설득하는 능력 (452d9)
(e2.1.4.1.1) 수사술이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취급하는 기술이라고
3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할 때의 그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지 대답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고르
기아스는 인간사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이란 그것을 소유한 자 자신에게
자유를 갖게 해주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인
데, 그것은 다름 아닌 말로 설득하는 능력이라고 대답한다. 어떤 집회(법
정, 민회 등)에서든 말로 설득하는 능력은 다른 전문가들(의사, 체육교사,
사업가, 등)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
사술에 대한 규정이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 요컨대 수사술이 사용하는 말
은 ‘설득’에 관한 것이다.
(q2.1.4.1.2) 나는 그것을 말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오. 법
정의 재판관들을 상대로 하든 평의회의 의원들을 상대로 하든 민회에 참
여한 시민들을 상대로 하든, 그리고 그밖에 정치 집회에 해당되는 모든
집회에서 말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 말이오. 게다가 당신은 이 힘으로 의
사를 노예로 삼을 수도 있고 체육 교사를 노예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며,
이 실업가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즉 다중(多衆)에게 말
하고 설득할 능력이 있는 당신을 위해서 돈벌이 하는 것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오.(452d9-e7)
2.1.4.1.1 수사술의 설득이란? (453a8)
(e2.1.4.1.1.1) 수사술이 무엇인지는 고르기아스가 생각하는 선에서는 분
명해졌지만 수사술에 대한 정의로서는 아직도 충분하지 못하다. 소크라테
스는 논의의 주제가 되고 있는 수사술의 정체를 더욱 분명히 알고자 하
는 바람을 표시하면서 질문을 더 심화시킨다. 수사술이 “설득의 장인”이
라면 그것이 추구하는 설득이란 어떤 것이며 무엇에 대한 설득인가? 이
를테면 “제욱시스는 누구인가” 물었을 때 ‘화가’라고 대답했다면, 제욱시
스만 화가인 것은 아니므로 그는 어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수사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설득은 수사술만 행하는 것
이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가르치든 설득을 행한다. 산
술은 수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치며 설득을 행한다. 다른 기술들도 제각
기 자신이 가르치는 바를 설득한다. 따라서 수사술을 다른 기술들과 구별
플라톤 ?고르기아스? 37
하기 위해서는 수사술이 행하는 설득이 어떤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소크
라테스의 질문도 여기에 맞추어진다. “수사술은 어떤 종류의, 그리고 무
엇에 관한 설득을 다루는 기술인가?” 이 물음에 대한 고르기아스의 대답
도 두 가지 측면에서 제시된다.
(q2.1.4.1.1.2) 지금 제가 말씀드리지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수사술에
따른 설득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설득이 무슨 대상에 관한 것
인지를 제가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께서 그것을 무엇
이라고 말하며 무슨 대상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는지는 적어도 짐작은 하
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선생님
께서 수사술에 따른 설득을 도대체 무엇이라고 하며, 또 그것이 관계하는
대상들을 무엇이라고 하는지 물어 보겠습니다. 제 자신이 짐작을 하고 있
으면서도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선생님께 물어보는 까닭이 무엇이겠습니
까? 그것은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논의 때문입니다. 우리의 논의가 무엇
에 관한 것인지가 우리에게 가능한 한 분명해지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
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453b-c8)
2.1.4.1.1.1 믿음을 갖게 하는 설득 (454a8)
(e2.1.4.1.1.1.1) 고르기아스는 수사술의 설득이 법정이나 그밖의 집회에
서 군중을 상대로 하는 설득이며, 설득의 내용은 정의로운 것과 정의롭지
않은 것에 관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을 놓고 소크라테스는 수사술
이 행하는 설득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서 설득의 종류를 두 가지로 구
별하는 간단한 문답식 논변을 행한다. ①우리에게는 ‘배움’(mathēsis)과
‘믿음’(pistis)이라는 것이 있다. ②믿음에는 거짓된 믿음과 참된 믿음이
있지만 지식에는 거짓된 지식과 참된 지식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배움’
(mathēsis)과 ‘믿음’(pistis)은 다르다. ③배움과 믿음은 설득을 전제로 한
다.(배운 사람과 믿는 사람은 이미 설득된 자이다.) 따라서 ④배움(지식)
을 가져다주는 설득과 믿음을 가져다주는 설득은 다른 것이다. 이로부터
수사술은 정의로운 것과 부정의한 것에 대해 믿음을 가져다주는 설득의
장인이며 교육적(배움을 가져다주는)인 설득의 장인은 아니라고 소크라테
3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스는 결론짓는다. 따라서 수사가는 선생이 아니고 설득력 있는 사람에 불
과하다.
(q2.1.4.1.1.1.2) 따라서 수사가는 정의로운 것들과 정의롭지 않은 것들에
관해서 법정과 그 밖의 다른 군중을 가르칠 수 있는 자는 전혀 아니고 설
득할 수 있는 자에 불과합니다. 정말이지 그처럼 큰일에 관해서 그렇게
규모가 큰 군중을 짧은 시간에 가르칠 수는 없을 테니까요.(455a4-8)
2.2 수사술의 효용성 (455a10)
(e2.2.1) 소크라테스는 수사술에 대해서 아직 충분한 이해를 갖지 못했
다고 하면서 수사술이 앎이 아니라 믿음만을 갖게 하는 설득의 기술이라
면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를 묻는다. 수사가는 나라에서 의사나 선박 건조
가 같은 장인들을 선택하는 일에 아무런 조언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성벽
의 축조나 조선소의 건립에 관한 일은 그 분야의 기술에 가장 능한 전문
가들이 조언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군을 뽑거나 병력의 배치,
영토의 점령 같은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수사가는 어떤 일에 조
언을 해 줄 수 있는가? 정의로운 것과 부정의한 것에 대해서만 조언을
할 수 있는 것인가?
(q2.2.2) […] “고르기아스, 우리가 당신과 함께 하면 우리에게 무엇이
생기게 되는 것인가요? 무슨 일들과 관련해서 우리가 나라에 조언을 할
수 있게 되나요? 오로지 정의로운 것과 부정한 것에 대해서만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방금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들에 대해서도 그렇
게 될 수 있는 것인가요?” […] (455d2)
2.2.1 수사술의 힘 (455d7)
(e2.2.1.1) 수사술이 어디에 쓸모 있는지 의문스러워하는 소크라테스에
플라톤 ?고르기아스? 39
게 고르기아스는 수사술의 힘을 모두 보여주겠다고 대답한다. 조선소, 성
벽, 항구의 건립은 장인들 덕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테미스토클레스나 페
리클레스의 조언 덕에 가능했다. 이런 것들을 건립하는 문제에 조언하고
의견을 관철시키는 자는 수사가들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수사술은 자신
속에 모든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테면 환자가 약을 마시려 들지 않
거나 수술이나 소작법 치료를 받으려 들지 않을 때, 의사가 설득하지 못
하는 것을 수사술로 설득한다. 수사가와 의사가 군중들 앞에서 어느 쪽이
의사로 선택되어야 하는가를 놓고 경합을 벌인다면, 말에 능한 수사가가
의사로 선택될 것이다. 수사가는 민회나 군중 앞에서 다른 어떤 장인을
상대로 경합을 벌이든 자신을 선택하도록 설득할 것이다. 수사술에 능한
자는 어떤 주제든 대중 앞에서 장인들보다 더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q2.2.1.2) […] 수사술에 능한 사람과 의사가 당신이 원하는 아무 나
라에나 가서 둘 중에 어느 쪽이 의사로 선택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민회나
다른 어떤 집회에서 논의로 경합을 벌어야 한다면, 의사는 어디에서도 찾
아 볼 수 없고, 오히려 말을 하는 데 능한 자가 원하기만 하면 의사로 선
택될 것이라고 말씀이오. 그리고 만일 그가 다른 어떤 장인이든 그를 상
대로 경합을 벌인다면, 수사술에 능한 자는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을 선발
하도록 설득할 것이오. 왜냐하면 무슨 주제가 되었든 간에 수사술에 능한
자가 다중 앞에서 그 어떤 다른 장인보다도 한결 더 설득력 있게 말해내
지 못할 주제란 없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그 기술의 힘이란 그만큼 대단
한 것이고 그만한 성질의 것이라오. […] (456b6-c7)
2.2.2 수사술의 오용 가능성 (456c7)
(e2.2.2.1) 고르기아스는 수사술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한편
으로 그것의 오용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수사술도 다른 기술들
(권투, 격투기, 무장술 등)과 마찬가지로 잘 사용하고 잘못 사용하고는 사
용자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레슬링을 익혔다고 해서 아버지나 어
4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머니, 친족을 상대로 기술을 휘둘러서는 안 되듯이 수사술의 사용도 마찬
가지다. 선생이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하라고 가르친 한, 그것을 잘못 사
용했다면 기술 자체가 나빠서 거나 기술을 가르친 선생이 나빠서가 아니
다. 그러므로 수사술을 배운 자가 그것으로 부정한 짓을 한다면 가르쳐
준 선생을 증오하거나 내쫓아서는 안 되고 배운 자를 그렇게 해야 한다.
(q2.2.2.2) […] 같은 논리가 수사술에도 적용되오. 수사술가는 온갖
것에 관해 누구든 상대해서 말할 수 있고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
엇이든지 그것과 관련해서 대중들 앞에서 더 설득력이 있는 자이기 때문
이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이나 다른 장인들한테서 그들의 평판
을 앗아가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오. 그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
로 말이오. 오히려 서로 겨루는 기술의 경우처럼 수사술을 올바르게 사용
해야 하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어떤 사람이 수사술에 능한 자가 된 다음
이 힘과 기술로 불의를 행할 경우에, 그를 가르쳐 준 이를 증오하거나 나
라에서 내쫓아서는 안 되오. 왜냐하면 저 사람[선생]은 올바르게 사용하라
고 전수했는데, 배운 자가 반대로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가
르쳐 준 자를 증오하고 내쫓거나 죽일 것이 아니라, 올바르지 않게 사용
하는 자를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오.(457a7-c4)
2.3 고르기아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비판
2.3.1 생산적인 논의를 위한 다짐 (457c8)
(e2.3.1.1)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의 말을 논박하기에 앞서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논박하고 논박당하는 것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한
다는 점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논의에서 사람들은 논의하고자 하는 것들
에 대해 서로 일치된 규정을 내려놓고 논의를 해 나감으로써 서로 배우
고 가르치는 방식으로 논의를 끝내기가 어렵다. 서로 논쟁을 벌이거나 한
쪽이 다른 쪽의 주장을 잘못되었다고 하면 화를 내면서 적대감을 가지고
플라톤 ?고르기아스? 41
상대방을 이기는 데 연연해 할 뿐 문제를 탐구하지 않기 십상이다. 그래
서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의 말이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기가
걱정스럽다고 털어놓는다.
2.3.1.1 논의에 임하는 바람직한 태도 (458a2)
(e2.3.1.1.1)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로부터 다짐을 받아두기 위해 논의
에 임하는 자신의 자세를 밝힌다. 자신은 논박당하는 것을 논박하는 것
못지않게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이며, 가장 큰 악에서 자신이 구제받는 것
이 다른 사람을 구제하는 것보다 더 큰 선인 한 논박당하는 것이 더 좋
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논의는 매우 중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
므로 고르기아스도 자신과 같은 자세로 논의에 임해 달라고 소크라테스
는 당부한다. 고르기아스는 이에 응하면서 소크라테스 일행들이 오기 전
에 모인 사람들에게 장시간 긴 연설을 했는데, 논의를 계속한다면 논의를
너무 길게 하게 되는 셈이어서, 여기 모인 사람들의 사정도 고려할 필요
가 있다고 부연한다. 카이레폰이 나서며 두 사람[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
스]의 논의를 모두들 듣고 싶어 한다며 논의를 종요하고 칼리클레스도 맞
장구치며 지금껏 많은 토론에 참여했지만 이처럼 즐거웠던 적이 없다고
거든다. 고르기아스가 원한다면 논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소크라테
스의 말에 고르기아스도 화답하고 그래서 논의는 계속된다.
(q2.3.1.1.2) […] 제가 어떤 부류의 사람이냐고요? 저는 말입니다, 만
약 제가 뭔가 참이 아닌 말을 한다면 기꺼이 논박을 감수할 수 있고, 누군
가 참이 아닌 어떤 말을 할 경우에는 기꺼이 그를 논박하려 하는, 그러면서
도 정말이지 논박당하는 것을 논박하는 것 못지않게 기꺼이 감수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지요. 자신이 가장 크게 나쁜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다른 사
람을 벗어나게 하는 것보다 더 크게 좋은 것인 만큼, 그것[논박당하는 것]
이 더 크게 좋은 것이라고 저는 믿으니까요. 지금 우리의 논의가 다루는 문
제에 대해서 거짓된 의견[을 갖는 것]만큼 사람에게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
하니까요. 그러니 선생님 역시 자신이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
면 우리가 논의를 계속하도록 하지요. 그러나 그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4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다면 바로 논의에게 작별을 고하게 하고 끝내도록 하지요.(458a2-b4)
2.3.2 무지한 군중을 상대로 한 수사술의 설득 (458e2)
(e2.3.2.1) 고르기아스는 자신에게 배우고자 하는 자는 누구든 수사술에
능한 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다. 수사술에 대한 규정에 따르면 이
말은 가르침을 통해서가 아니라 설득을 통해서 군중 앞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설득력 있는 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사술의 설득은 지식 없는 믿음을 가져다주는 설득이었다. 그렇다면 수
사가가 건강과 관련해서 군중 앞에서 의사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할
때의 군중은 지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지식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라면 수사가가 의사보다 더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q2.3.2.2) 따라서 수사가가 의사보다 더 설득력 있는 자라면, 앎을 못
가진 사람들 앞에서는 앎을 못 가진 자가 앎을 가진 자보다 더 설득력 있
는 자가 될 것입니다. 이런 귀결이 나오지 않습니까?(459b6)
2.3.2.1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설득 (459b10)
(e2.3.2.1.1) 수사가는 의사가 아니므로 의사의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수사가가 군중들 앞에서 의사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는 말은 ‘지식이 없는 자가 지식이 없는 사람들 앞에서는 지식을 가
진 자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는 말이 된다. 수사술과 수사가는 다른 기술
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수사술은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알 필요가 없고 지식이 없는 사람들 눈에 지식을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설득의 방책만 필요로 한다. 이런
소크라테스의 비판에 대해서 고르기아스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수사술
만 배워도 다른 기술을 가진 장인들을 쉽게 능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응수한다. 소크라테스는 과연 그런지 곧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질
플라톤 ?고르기아스? 43
문을 계속한다.
(q2.3.2.1.2) 그렇다면 수사가와 수사술은 그 밖의 모든 기술들에 대해서
도 마찬가지지요? 수사술은 사실 자체가 어떠한가에 대한 앎은 전혀 필요
하지 않고, 앎을 못 가진 사람들에게 앎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도록 하는 설득의 어떤 방책을 찾아내는 것만을 필요
로 합니다.(459b10-c2)
2.3.3 정의(正義)에 대한 지식을 가진 수사가 (459c6)
(e2.3.3.1) 소크라테스는 앞선 비판에 이어서 수사가는 자기가 취급하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정의와 부정의에 관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해당되는지 아닌지를 묻는다. 고르기아스는 수사가는
그런 것들에 대한 지식을 가진 자이며, 그런 것들에 대한 지식을 미리 갖
지 않고 오는 학생은 자신에게서 그것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 대답은 고르기아스로 하여금 자가당착에 빠지게 만든다.
(q2.3.3.2) […] 만약 당신이 어떤 사람을 수사가로 만든다면, 그는 정
의로운 것과 부정의한 것을 미리 알고 있든가 아니면 나중에 당신에게서
배워서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460a5-7)
2.3.3.1 정의로운 자로서의 수사가 (460b2)
(e2.3.3.1.1) 소크라테스는 간단한 논변을 통해서 수사가가 정의로운 것
에 대한 지식을 가진 자라면 그는 정의로운 자이며 결코 불의를 행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①목공일을 배운 자는 목수가 되고 음악을
배운 자는 음악가가 되며 의술을 배운 자는 의사가 되듯이, 특정 기술을
배운 자는 그 기술의 지식에 부합하는 사람이 된다. ②따라서 정의로운
것을 배운 사람은 정의로운 자이다. ③수사가는 정의로운 것에 대한 지식
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의로운 자이다. ④정의로운 자는 정의로운 것을 행
4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하며 불의는 행하지 않는다.
(q2.3.3.1.2) 의술을 배운 사람은 의사이며, 그 밖에 다른 것들도 같은 원
칙에 따라 그렇습니다. 특정한 어떤 기술을 배운 사람은 그 기술의 지식
이 부여하는 성격의 사람이지요? ―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이 논리에 따
르자면 정의로운 것을 배운 사람은 정의로운 것이죠?(460b6-8)
2.3.3.2 고르기아스의 자가당착 (460d1)
(e2.3.3.2.1)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가 했던 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지적한다. 고르기아스는 앞서 수사가가 수사술을 부정의하게 사용
할 수도 있다고 했었는데, 방금 논변에서 수사가는 정의에 대한 지식을
가진 자이며, 그런 자는 정의로운 자로서 결코 불의를 행하지 않는다는
논변에도 동의했으므로 고르기아스의 말은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q2.3.3.2.2)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조금 전에 우리는 만약 권투 선수가
복싱술을 잘못 사용해서 불의를 행한다면, 체육교사들을 비난하거나 나라
에서 쫒아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시지요? 마찬가지로 수사
가가 수사술을 부정의하게 사용한다면, 우리는 그의 선생을 비난하거나 나
라에서 추방해서는 안 되고, 불의를 행한 그 사람, 수사술을 잘 못 사용한
그 사람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지요? 그렇게 말하셨죠?
아닌가요? […] 그런데 이제 와서는 수사술에 능한 바로 이 자가 결코 불
의를 저지르지 않았을 자로 밝혀졌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460d-e2)
플라톤 ?고르기아스? 45
3. 소크라테스와 폴로스의 대화 (461b3)
(e3.1) 고르기아스가 곤경에 빠지자 폴로스가 화를 내며 나선다. 폴로스
는 소크라테스가 논의를 의도적으로 모순된 방향으로 몰고 가서 고르기
아스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공격한다. 소크라테스는 폴로스의 공격적인 비
난을 부드럽게 대응하며, 실족하는 노인들을 곁에서 도와주는 것이 젊은
이들의 할 일 이듯이, 나이든 자신과 고르기아스가 논의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 달라는 말로 그를 논의에 끌어들인다. 그러나 장광설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다.
(q3.2) 뭐가 어떻다고요, 소크라테스? 당신은 수사술에 대해서 당신이
방금 말 한대로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이렇게 생각하나
요? 고르기아스가 당신의 지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수치스럽게 느꼈다
고 말입니다. 당신은 수사술에 능한 사람은 정의로운 것과 훌륭한 것(kala)
과 좋은 것(agatha)을 알고 있으며, 만약 그의 학생이 그런 것들을 알지
못한 채로 그에게 왔을 경우에는 자신이 그것을 가르친다는 것을 지적했
지요. 그 다음에 이에 대한 동의로부터 그의 말에서 어떤 모순점이 나온
것 같은데, 그런 결과에 당신은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그를 이런 물음들로
끌어들였던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은 그가 정의로운 것을 알고 있으
며,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 것이라
고 생각하십니까? 논의를 이런 결과로 이끌어 간 것은 아주 교양 없는 일
입니다.(461b3-c5)
3.1 소크라테스의 논제: 수사술은 기술이 아니다 (462b1)
(e3.1.1) 폴로스가 질문을 하고 소크라테스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논의
가 진행된다. 폴로스는 소크라테스가 수사술이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논
의에서 고르기아스를 곤경에 빠뜨렸으니 이번에는 소크라테스가 직접 대
답해 보라고 요구한다. 소크라테스는 폴로스의 글을 인용해서 수사술은
기술이 아니라 일종의 숙달(empeiria)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어떤 기쁨이
4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나 즐거움의 생산에 관여하는 숙달이라고 규정한다. 그러자 폴로스는 ‘기
쁨과 즐거움을 주는 것’은 ‘훌륭한 것’(kalon)이 아니냐는 뜻의 질문으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떠본다. 소크라테스는 폴로스의 의중을 간파하고
수사술을 요리활동과 같은 부류로 간주하며 전혀 훌륭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q3.1.2) 폴로스, 자네에게 진실을 말하자면, 나로서는 그것은 전혀 기술
이 아니라고 생각하네. ― 아니면 수사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내가 최근에 읽은 글에서 자네가 말한 바에 따르면 기술을 만들어낸 행위
(pragma)이네. ― 무엇을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거죠? ― 내가 말하는 것은
일종의 숙달(empeiria)이네. ― 그러니까 당신은 수사술을 숙달이라고 생각
하시는 거군요?(462b8-c4)
3.1.1 아첨술의 일부인 수사술 (462d8)
(e3.1.1.1) 소크라테스는 기쁨과 즐거움의 생산에 관한 숙달이라는 점에
서 수사술과 요리를 같은 활동의 부분들로 취급한다. 그리고 고르기아스
를 의식해서 그것이 어떤 활동을 말하는 것인지 말하기를 주저한다. 고르
기아스가 자신의 직업인 수사술을 비꼰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폴로스가 염려 말고 말하기를 재촉하자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에게 수
사술은 기술에 따른 활동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것은 어림잡는 데 능하
고 남성적이며 사람들과 사귀는 데 능란한 활동으로서 혼에 속하는 활동
이다. 이것은 요리술과 마찬가지로 아첨술의 일부이며, 기술처럼 보이지
만 기술이 아니고 숙달 내지 상투적인 연습에 불과한 것이다. 소크라테스
는 치장술과 궤변술(sophistiekē)도 아첨술의 부분들이며 이 네 부분들
각각은 네 가지 일[대상]에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수사술이 아첨
술의 어떤 부분인지는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도 폴로스는 부지중에 수사
술이 훌륭한 것인지 추한 것이지를 묻는 질문으로 나아갔다고 하면서 수
사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대답을 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한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47
(q3.1.1.2) 그렇다면 고르기아스님, 제가 보기에 그것은 기술적인 활동이
아니며 오히려 어림잡는 데 능하고 남성적이며 본성상 사람들과 사귀는 데
능란한 혼의 활동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의 요체를 아첨이라고 부릅니
다. 제 생각에는 이런 활동에는 그 밖의 많은 부분들이 있는데 요리술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기술인 것처럼 보이지만 제 설명에 따르면 기술
이 아니라 숙달 내지 상투적인 연습(tribē)이지요. 저는 수사술 또한 치장술
(kommōtikē) 및 궤변술(sophistikē)과 더불어 이것의 부분이라고 부릅니
다. 이들 네 부분들은 네 가지 대상들에 관여하지요. […] (463a6-b7)
3.1.2 정치술의 부분적인 모상인 수사술 (463d1)
(e3.1.2.1) 소크라테스가 수사술을 정치술의 일부를 닮은 모상이라고 단
정하자 폴로스는 고집스럽게 그것이 훌륭한 것인지 추한 것인지를 계속
묻는다. 소크라테스는 폴로스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의심스러워하면
서 어쩔 수 없이 추한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고르기아스가 소크라테스
의 말(‘정치술의 부분적인 모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며 나선다. 소
크라테스는 젊고 성마른 폴로스 대신 다시 고르기아스를 상대로 수사술
이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 보인다.
(q3.1.2.2) 글쎄 내가 하는 답변을 자네가 이해하겠는가? 내 설명에 따르
면 수사술은 정치술의 부분적인 모상(eidōlon)일세. ― 무슨 말씀이죠? 그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겁니까, 추한 것이라는 겁니까? ― 내 말은 추한
것이라는 거네. 나는 나쁜 것들을 추한 것들이라고 부르고 있거든. 내가
하는 말을 자네가 이미 이해하고 있기라도 한 양 자네한테 답변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하는 말이네.(463d1-5)
3.1.2.1 육체와 혼에 관여하는 기술들 (464a1)
(e3.1.2.1.1) 소크라테스는 먼저 육체와 혼을 구별하고 이들 각각의 상태
를 다시 두 가지로 구별한다.(육체와 혼 각각에는 ‘좋은 상태’가 있는가
4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하면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상태도 있다.) 그런
다음 소크라테스는 육체와 혼에 상응하는 기술들을 구별해 보인다. ①혼
에 상응하는 기술은 정치술이다. ②육체에 상응하는 기술은 하나의 이름
으로 호칭하기 곤란하다. ③육체의 보살핌은 하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기술(체육술, 의술)이 있다. ④정치술 가운데서 체육술에 대응하는 부분은
입법술이고, 의술에 대응하는 부분은 정의(dikaiosynē)이다. ⑤이 네 기술
은 각각 최선의 것을 목표로 몸과 혼을 보살핀다.
(q3.1.2.1.2) 대상이 둘이므로 기술이 둘이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혼에
대한 것은 정치술이라 부릅니다만, 몸에 대한 것은 그런 식의 한 가지 이
름으로 선생님께 호칭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몸에 대한 보살
핌은 한 가지이되 그것의 부분은 체육술(gymnastikē)과 의술 두 가지라고
주장합니다. 체육술에 대응하는 정치술의 부분이 입법술(nomothetikē)이
고, 의술에 대응하는 정치술의 부분이 정의(dikaiosynē)입니다. 이것들
각각은 같은 것[대상]에 관여하기 때문에 의술은 체육술과, 정의는 입법
술과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점에서는 서로 다릅
니다.(464b4-c4)
3.1.3 아첨술의 정체 (464c7)
(e3.1.3.1) 아첨술은 자신을 넷으로 나누어 네 가지 기술들 각각에 아래
숨어들어가 자신이 바로 그것인 체 가장한다. 최선의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르지 쾌락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앎(지식)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음을 따르게 만들어서 자신이 가장 값지게 여겨
지도록 기만한다.(이를테면 치장술은 체육술을 가장한 아첨술로 모양, 색
깔, 매끈함, 옷차림으로 사람들을 속여서 제 것이 아닌 아름다움은 가까
이하고 체육술이 제공하는 자신의 고유한 아름다움은 멀리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첨술은 추한 것이다. 아첨술이 기술이 아니라 숙달에 불과한 이
유는 자신이 다루는 대상들이 본성상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제시하
지 못하기 때문이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49
(q3.1.3.2) 그래서 폴로스, 나는 그것을 아첨이라고 부르며 그런 것을 추
한 것이라고 주장하네.(이 말은 자넬 겨냥해서 하는 말일세.) 왜냐하면 그
것은 최선의 것은 도외시하고 즐거운 것을 어림잡는 것이니까. 그리고 난
그것이 기술이 아니라 숙달이라고 주장하네. 아첨은 자신이 다루는 내용
이나 적용하는 대상들의 본성에 관한 설명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래서 각각의 원인을 개진할 수가 없기 때문이네. 그리고 나는 불합리한
(alogon) 것을 두고 기술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네. 그런데 만일 자네가
이것들에 관해 시비를 걸어온다면 설명할 의향은 있다네.(464e1-465a7)
3.1.3.1 기술을 가장한 아첨술의 부분들 (465b)
(e3.1.3.1.1) 크라테스는 길게 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수학적인 간
결한 방식으로 말한다. 네 가지 기술에 대한 아첨술의 네 부분들의 대응
관계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혼을 보살피는 기술(정치술) 육체를 보살피는 기술(이름없음)
기술 입법술 정의 체육술 의술
숙달 궤변술 수사술 치장술 요리술
여기서 궤변술과 수사술의 구별은 본성에 따른 구별이지만, 양자는 같은
영역에서 서로 섞여 있고 같은 문제들을 취급한다. 그래서 혼동을 일으켜
자신의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게다가 혼이 육체를 감독하지 않고 육
체가 자신을 감독하게 되면 요리술과 의술의 구별[기술과 그 기술을 가장
한 것의 구별]은 혼란을 일으켜, 아낙사고라스의 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것들이 뒤섞여 있는 결과를 낳는다. 이렇게 해서 수사술이 무엇인가
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생각이 제시되었다. 소크라테스는 폴로스에게 짧게
말할 것을 주문해 놓고서 정작 자신이 말을 길게 했다면서 변명을 한다.
(q3.1.3.1.2) 장광설을 피하기 위해서 기하학자들처럼 자네에게 이야기
했으면 하네. ― 아마 자네는 곧바로 내 말을 따라올 수 있을 걸세. ― 체
육술에 대한 치장술의 관계는 의술에 대한 요리술의 관계와 같다라고 말
5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이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렇다네. 체육술에 대한 치장술의 관계는 입법
술(nomotetikē)에 대한 궤변술(sophistikē)의 관계와 같으며, 의술에 대한 요
리술의 관계는 정의에 대한 수사술의 관계와 같다는 것이지.(465b7-c5)
3.2 수사술의 힘이 과연 큰가 (466a5)
(e3.2.1) 폴로스는 소크라테스가 수사술을 아첨으로 규정하는 것을 못마
땅해 하면서 수사가는 나라에서 존중받으며 가장 큰 힘을 가진 자가 아
니냐고 반문한다. 소크라테스는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가장 적은 힘을
가진 자라라고 하며 반대 논변을 편다. 폴로스가 말하는 수사가의 힘은
“자신이 원하는 자는 누구든 죽일 수도 있고 돈을 빼앗을 수도 있으며
내쫓고 싶은 자를 나라에서 내쫓을 수도 있는” 힘이다. 소크라테스는 폴
로스의 이 말에서 ‘원하는 것’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의 의미를 구별해서
수사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전혀 행하지 못하고,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
각하는 것을 행할 따름이라고 주장한다.
(q3.2.2) 방금 자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수사가는 참주들처럼 자신
이 원하는 자는 누구든 죽이고, 돈을 빼앗으며 내쫓는 것이 좋겠다 싶은
자는 누구든 나라에서 내쫓는다고 말이야. […] 그래서 나는 자네에게 이
것이 두 가지 질문이라고 말하는 것이지. 둘 다에 대한 대답을 자네에게
해 주겠네. 폴로스, 방금 내가 말했듯이, 수사가들과 참주들이 나라에서
가장 적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내가 주장하는 바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자면 전혀 못하기 때문이지. 그들은 자신들이 최선이라
고 생각하는 것을 할 따름이네.(466c9-e2)
3.2.1 수단으로서의 행위와 목적 (467b3)
(e3.2.1.1) 폴로스는 소크라테스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좋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51
(또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것이 곧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맞선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묻는 쪽의 역할로 돌아와서 좋다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것이 곧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은 아니라
고 대응한다. 이 주장의 논거는 ①*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할 때는 그
행위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목적을 원한다는 것.(이를테
면 약을 마시는 환자는 건강을 원하는 것이지 약[약을 마시는 것]을 원하
는 것은 아니다. 항해로 돈을 버는 자는 부를 원하는 것이지 항해 자체
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좋다[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의 의미는 논거
①*와 결부시켜 보면 분명해진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목적을 달성하는데
좋다[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①*를 더 풀어서 서술하자
면,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할 때는 그 행위가 어떤 목적을 이루는 데
좋다[적절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원하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다’가 된다.
ⓐ는 모든 행위가 목적 지향적이라는 것을 전제한다.[모든 행위는 목적
지향적인 것이며 그런 한에서 모든 행위는 행위자가 자신이 원하는 목적
에 좋다[적합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
크라테스는 ⓐ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한다.
(q3.2.1.2)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이 각각의 경우에 행하는 그것을 원한다
고 자네는 생각하는가, 아니면 자신이 행하는 것을 행하는 목적이 되는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를테면 의사들한테서 약을 받아 마시는
이들이 자네에겐 그들이 행하는 바로 그것, 즉 약을 마시고 괴로움을 느
끼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여겨지는가, 아니면 그들이 약을 마시게 된 목
적, 즉 건강함 을 원하는 것으로 여겨지는가?(467c5-10)
3.2.2 행위의 목적과 좋은 것 (467e1)
(e3.2.2.1) 소크라테스는 모든 행위는 목적 지향적이며, 행위자가 원
하는 목적에 좋다[적합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임을 설명하기 위해 있는
5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것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 ⓐ좋은 것(지혜, 건강, 부 등), ⓑ나쁜 것(좋
은 것과 반대되는 것), ⓒ중간적인 것(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앉아
있음, 걷기, 달리기, 행해하기, 돌, 나무 등) 사람들은 좋은 것[목적]들을
위해서 중간적인 것[수단]들을 행한다. 걸음을 걷거나 멈추는 것은 그렇
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거나 추방
하거나 재물을 빼앗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소크라테스가 사용하
는 ‘좋은 것’은 두 가지 의미로 구별해 볼 수 있다. ①행위의 목적으로서
좋은 것(“좋은 것들을 위해서 중간적인 것들을 사용한다.”) ②목적을 이
루는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서 좋은 것(“걸음을 걷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
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 ”)
(q3.2.2.2) 그러면 자네는 지혜와 건강과 부, 그리고 이와 같은 그 밖의
것들이 좋은 것인 반면, 이것들과 상반되는 것들은 나쁜 것이라고 하지
않겠나? […] 그러니까 자네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들로, 어떤 때는
좋음에 관여하되 어떤 때는 나쁨에 관여하고, 또 어떤 때는 그 어느 쪽에
도 관여하지 않은 것들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지? 이를테면 앉는 것이나
걷는 것, 달리는 것, 항해하는 것과 같은 것을, 그리고 다시 돌이나 나무,
그리고 이와 같은 그 밖의 것들을 말일세. 자네가 말하는 것은 이것들 아
닌가? 아니면 자네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들이라 부르는 다른 어떤
것들이 있는가?(467e5-468a4)
3.2.3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좋은 것 (468c3)
(e3.2.3.1)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할 때 우리는 행위 그 자체를 원하는 것
이 아니라 그 행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 의
미에서 우리는 살해나 추방, 재물을 빼앗는 행위를 무조건 원하지 않는
다 그 행위의 목적이 자신에게 이로운 것일 때는 원하지만 해로울 때는 .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좋은 것은 원하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또는
나쁜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행위들이 사실은
더 나쁜데도 자신에게 더 좋다고 생각해서 행한다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플라톤 ?고르기아스? 53
것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좋다고 여기는 것을 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힘
을 갖는 것이 좋은 것이라면 나라 안에서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사람이 큰 능력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행하지 못
할 수도 있다.
(q3.2.3.2) 그러니까 우리는 살해하는 것이나 나라에서 내쫓는 것이나 재
물을 빼앗는 것을 그런 식으로 무조건 바라는 것은 아니고, 이것들이 이
로울 경우에는 그것들을 행하기 원하지만, 해로울 경우에는 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지. 자네 말대로 우리는 좋은 것들을 원하지만 좋지도 나쁘지
도 않은 것들이나 나쁜 것들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은가, 폴
로스?(468c3-9)
3.3 불의(不義)에 대한 문제 (468e7)
(e3.3.1) 앞서 소크라테스는 수사가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폴로서의 주장에 대해서 수사가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에 큰 힘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보
여주었다. 그러나 폴로스는 여전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부러워할 만한 자이며 행복한 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소크라테스
는 이번에는 폴로스가 말하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행하는’ 행위들(살해
나 추방, 재물을 빼앗는 것 등)은 부정의하고 나쁜 것이기 때문에 부러워
할 만한 것도 아니요 행복할 수도 없다는 것을 논한다.
3.3.1 불의는 부러워할 만한 것인가
(e3.3.1.1) 소크라테스와의 논변 결과 자신의 주장이 무너졌음에도 폴로
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크라테스가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실제로는 그
런 힘을 행사하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느냐는 식의 반문을 하며 자신의
5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주장을 고집한다. 폴로스가 생각하는 부러움의 기준은 어떤 행위든 마음
대로 행할 수 있게하는 힘의 크기에 있다. 반면에 소크라테스의 기준은
행위의 정당성이다. 자신이 보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참으로 좋은 것, 그
것이 행위의 동기가 되고 목적이 될 때에만 정당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
래서 소크라테스는 폴로스에게 정당한 행위인가 아닌가를 묻고, 아무리
자기 생각대로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을 수 있다고 해도 정당한 행
위가 아니면 부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쌍히 여겨야 한다고 대답한다.
폴로스는 다시 반문한다. 그렇다면 ‘정당하게’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
는 것도 불쌍히 여겨야 할 행위인가?
(q3.3.1.2) 소크라테스, 당신은 나라 안에서 자신이 좋다고 여기는 것을
행할 수 있는 쪽 보다는 할 수 없는 쪽을 더 선호하실 것처럼, 그리고 어
떤 자가 자기 생각대로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인다거나 그의 재물을 빼앗
는다거나 구금하는 것을 볼 때에도 전혀 부러워하지 않으실 것처럼 말씀
하시는 군요. ― 정당하게 그런 일을 행하는 경우를 말하는가, 아니면 부
당하게 그러는 경우를 말하는가? ― 어떤 식으로 그런 행위를 하든 그렇
게 하는 자는 부러움을 살만한 사람이 아닌가요? ― 입 조심하게 폴로스.
[…] 부러움을 살만하지 않은 사람이나 불행한 사람을 부러워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불쌍히 여겨야 하는 것이란 말일세.(468e7-469a5)
3.3.1.1 불의를 행함 = 부당하게 나쁜 행위를 함 (469a9)
(e3.3.1.1.1) 소크라테스는 자기 생각대로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는 자
는 죽이는 행위가 정당할 경우에는 불행하거나 불쌍한 자는 아니지만 그
렇다고 부러움을 살만한 사람도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을 미루어 볼
때, 소크라테스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자신이 앞서 구별한 있는 것들의
세 가지 부류 중에 나쁜 것들에 속한다고 보는 것 같다. 나쁜 것들은 좋
은 것들에 반대되는 것들이므로, 무지(↔지혜), 질병(↔건강), 가난(↔부),
재산을 읽는 것(↔재산을 갖는 것) 등이 될 것이다. 그가 가장 나쁜 것으
로, 그래서 가장 불행한 것으로 여기는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란 ‘나쁜
행위를 부당하게 행하는 것’이 된다.(또 ‘불의를 당하는 것’은 ‘부당하게
플라톤 ?고르기아스? 55
나쁜 행위[일]를 당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정당하게 나쁜 행위를 당하는
것은 벌을 받는 경우가 되고, 정당하게 나쁜 행위를 하는 것은 벌을 주
는 경우가 될 것이다.) 그래서 폴로스는 부당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가장 불행하게 생각하지만, 소크라테스의 관점에서는 부당하게 죽임을
당하는 자가 부당하게 살인을 하는 자보다 덜 불행하다. 소크라테스는
불의를 행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원하지 않지만 불가피한 경우라면 불의
를 행하는 쪽 보다는 당하는 쪽을 택할 것이며, 따라서 참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q3.3.1.1.2) 그렇다면 누구든 자기 생각대로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는
자는 설사 정당하게 죽이더라도 그는 불행한 자이고 불쌍한 자라고 생각
하시나요? ― 그런 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하지만 부러워할 만한 자도
아니지. ― 방금 불행한 자라고 말씀하셨잖아요? ― 이 친구야, 부당하게
죽이는 자를 그렇게 말했지, 게다가 불쌍한 자라고도 했고. 하지만 정당하
게 죽이는 자는 부러움을 살만하지 않은 자라고 했네. ― 정말이지 부당
하게 죽임을 당한 자가 불쌍하고 불행한 자인 거죠. ― 부당하게 죽이는
자 보다는 덜하지, 폴로스. 정당하게 죽임을 당하는 자 보다도 덜하고. ―
어째서 그렇죠, 소크라테스? ― 불의를 행하는 것이 가장 나쁜 일이니까
그렇다네.(469a9-b9)
3.3.1.2 불의가 득이 되는 조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 힘 (469c6)
(e3.3.1.2.1) 폴로스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참주
노릇의 의미를 소크라테스가 이해하는 대로(‘부당하게 나쁜 짓을 하는 것’
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대로(살
인을 하든지 재물을 빼앗든지) 행할 수 있다는 데만 의미를 둔다. 소크라
테스는 가상의 예를 사용해서 마음먹은 대로 행위 할 수 있다고 해서 무
조건 큰 힘을 가진 것은 아님을 깨우쳐준다. 폴로스는 마음대로 행위를
하더라도 처벌받는 것은 나쁜 것이므로 큰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고 대
답한다. 소크라테스는 폴로스의 대답을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
는 행위가 자신에게 유익을 준다면 그 행위는 좋은 것이고 큰 힘을 가진
5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것이지만, 유익을 주지 못할 경우에는 나쁜 것이고 작은 힘을 가진 것이
다”라고 일반화한다. 그렇다면 참주의 행위도 좋은 경우가 있고 나쁜 경
우가 있다고 해야 하는데 그 기준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는 그것이 정
당하게 행해지느냐 부당하게 행해지느냐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폴로
스는 소크라테스의 이런 구별을 무시한다. 보복이나 처벌을 받지 않으면
이득이 되며 따라서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크라테스와 맞선다.
(q3.3.1.2.2) 이보게 훌륭한 친구, 내가 이야기를 할 테니 반박해 보
게. 만약 내가 혼잡한 시장에서 팔[소매] 아래 단검을 감추고서 자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해 보게. “이봐 폴로스, 나는 방금 어떤 놀라운 참
주적 힘을 갖게 됐네. 그러니까 자네가 보고 있는 이 사람들 가운데 누군
가 바로 그 자리에서 죽어야 한다고 내가 생각할 경우에, 죽는 것이 좋다
고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은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을 것이고, 만약 내가
그들 중에 누군가의 머리가 부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즉각 부서질 것
이며. 또 내가 그의 외투가 찢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찢겨져 있을 것
이네. 그런 식으로 나는 이 나라 안에서 큰 힘을 행사한다네.” 그래서 만
약 내가 내말을 믿지 않는 자네에게 단검을 보여준다면 자네는 그것을 보
고 아마 이렇게 말할 테지. “소크라테스, 누구라도 그런 식으로 큰 힘을
행사할 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대로 어떤 집이든 그런
식으로 불타게 될 것이고 아테네인들의 조선소든 삼단 갤리선이든 어떤
배든 공적인 것이든 사적인 것이든 그렇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 큰 힘을 행사한다는
것은 아니네.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나?(469d1-e8)
3.3.1.2.1 불의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례들 (470c3)
(e3.3.1.2.1.1) 폴로스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논박하기가 아주 쉽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오래전의 사례들을 들먹일 필요 없이 최근의
사례들을 가지고 불의를 행하는 자가 행복하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페르딕코스의 아들인 라케다이모니아의 통치자 아르
켈라오스를 사례로 들면서 소크라테스에게 이 사람을 행복한 자로 여기
는지 불행한자로 여기는지를 묻는다. 소크라테스는 그가 정의로운 자인지
플라톤 ?고르기아스? 57
어떤지를 알지 못하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하면서 행·불행의 기준은 역시
정의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소크라테스의 기준에 따르면 아르켈라오스는
가장 불쌍한 자이다. 그는 형제 알케토스 소유인 노예 여인의 몸에서 태
어났기에 노예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지만 자신의 주인과 삼
촌을 죽였고 통치권의 계승자인 페르딕코스의 어린 아들까지 죽인 이야
기를 길게 늘어놓는다.
(q3.3.1.2.1.2) 당신을 논박하기가 정말 어렵군요, 소크라테스. 하지만 어
린아이조차도 당신이 참된 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논박할 수 있지 않을까
요? ― 그렇다면 나는 그 어린 아이한테 크게 고마워 할 것이네. 자네한
테도 똑 같이 고마워 할 것이고. 자네가 나를 논박하여 이런 어리석은 말
들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면 말이야. 그러니 친구인 사람한테 친절을 보이
는 데 싫증내지 말고 논박해 주게. ― 정말이지 소크라테스, 오래된 일들
을 가지고 당신을 논박할 필요조차 없지요. 어제나 그제 일어난 그런 일
들로도 당신을 논박하고 불의를 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충분하니까요.(470c9-d3)
3.3.1.2.1.1 논박의 두 가지 방식: 사례제시 방식과 문답식 논박 (471d3)
(e3.3.1.2.1.1.1) 소크라테스는 폴로스의 논박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폴로스의 논박을 재판정에서의 논박처럼 수사술을 사용한 논박이라고 평
가한다. 재판정에서의 논박은 한쪽이 평판 있는 증거들을 많이 제시하는
데 반해서 다른 쪽이 그 반대 증거들을 별로 제시하지 못할 때 이루어진
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논박은 진실에 이르는 데는 전혀 가치가 없다.
때때로 평판 있는 많은 사람들의 거짓된 증언들로 인해서 망할 수가 있
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폴로스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대려고 들면 거의 모든 아테네인들과 외국인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를테면 니케라토스의 아들 니키아스와 그의 형제들, 스
켈리아스의 아들 아리스토카라테스, 페리클레스의 집안이나 다른 가문들
이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인은 소크라테스 혼자뿐이다.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폴로스의 증거들은
5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거짓이며 진리로부터 자신을 쫓아내는 것이다. 폴로스의 논박도 논박의
한 가지 방식이긴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논박 방법, 즉 일대일 문
답식 대화를 통해 상대를 논박하는 방법을 제안하면서 이 두 가지 방법
의 차이점을 살펴보자고 말한다. 폴로스와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안은 전
혀 사소한 것이 아니다. 사안의 골자는 누가 행복한 자이고 누가 행복한
자가 아닌지를 알고 있는지 여부인데, 폴로스와의 논쟁에서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의를 행하는 자가 행복한 자일 수 있는가이다.
3.3.2 처벌받음과 처벌받지 않음의 우열 문제 (472d6)
(e3.3.2..1) 폴로스는 불의를 저지르고 대가를 지불하거나 보복을 당하게
되면 불행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소크라테스
는 불의를 저지르는 자는 불쌍한 자이며, 나아가서 불의를 저지르고도 처
벌을 받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는 자보다 더 불쌍한 자라고 주장한다. 폴
로스가 이전 것보다 한 걸음 나아간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논박하기가 더
어렵다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이라고 되
받는다. 폴로스는 소크라테스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다른 증거 사
례들을 제시한다. ‘부정한 방식으로’ 참주가 되려고 음모를 꾸미다가 붙잡
혀서 극악한 고문을 당하고 극형을 받는 사람이 그런 형벌을 피해 도망
쳐서 결국 참주 자리를 차지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면
서 일생을 보내는 사람보다 어떻게 더 행복할 수 있겠는가를 반문하여
논박 불가능한 것은 바로 자신의 주장이라고 강변한다. 소크라테스는 폴
로스의 말에서 ‘부정하게’라는 표현을 지적하면서 그럴 경우에는 어느 쪽
도(음모가 발각되어 벌을 받든, 벌 받지 않고 권력을 잡든) 행복한 자가
아니며, 도망쳐서 참주가 된 자가 더 불쌍하다는 주장을 되풀이 한다. 폴
로스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에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사례를 들거나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방법
을 거절하고 일대일의 문답식 논박을 재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간단하
플라톤 ?고르기아스? 59
게 정리한다.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나쁘며, 처
벌을 받지 않는 것이 처벌 받는 것보다 더 나쁘다.”
(q3.3.2..2) 적어도 내 생각에 따르자면, 폴로스, 불의를 행하는 자 내지
는 부정의 한 자는 전적으로 불쌍한 자이네. 만약 그가 불의를 행하고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보복을 당하지도 않는다면 더욱 불쌍한 자이네. 그
러나 대가를 지불하고 신들과 사람들에게서 처벌을 받는다면 덜 불쌍한
자이네.(472e4-8)
3.3.2.1 좋은 것-아름다운 것, 나쁜 것-추한 것의 관계 (474b5)
(e3.3.2.1.1) 폴로스는 시종 불의를 당하는 것이 불의를 저지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한다. 이에 소크라테스가 ‘나쁘다’를 ‘추하다’(aischron)로
바꾸어 다시 묻자, 폴로스는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추하다고 선뜻 대답해 버리지만, 더 추한 것이 더 나쁜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움-추함을 괘락-고통의 측
면에서 규정하고 이를 이용해서 아름다움-추함을 좋음-나쁨과 관계 짓는
논변을 진행한다.
(q3.3.2.1.2) 그럼 다음은 어느 쪽이 더 추할까? 불의를 행하는 쪽일까
아니면 불의를 당하는 쪽일까? 대답해 보게. ― 불의를 행하는 쪽입니다.
― 그러면 그것이 더 추한 것일진대, 더 나쁜 것이기도 한 게지.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 알겠네. 자네는 분명 아름다운 것과 좋은 것을, 그리
고 나쁜 것과 추한 것을 동일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이군.(474c8-d1)
3.3.2.1.1 아름다운 것 = 유용하고 즐거운 것 (474d3)
(e3.3.2.1.1.1)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운 것들(육체, 색깔, 모양, 소리, 행위
등)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를 묻고, 그에 대한 폴로스의 생각이 유
용성과 쾌락임을 확인한다. 이를테면 육체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것이 어디에 쓸모 있는가(chreia)와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을 가져다주
는가에 있다. 모양이나 색깔, 소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률이나 행위의
6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기준도 유용성과 쾌락 외는 없다. 배움의 아름다움
도 마찬가지다.
(q3.3.2.1.1.2) 다음은 어떤가? 온갖 아름다운 것, 이를테면 육체나
색깔이나 모양이나 소리나 활동과 같은 것들에 대해, 자네는 그 어떤 [기
준]도 고려하지 않고서 그때마다 그것들을 아름다운 것들이라고 하는가?
예를 들어 자네는 우선 아름다운 육체가 아름답다고 할 때, 그 각각의 육
체가 그것과 관련해서 쓸모가 있게 되는 [목적], 즉 [그것의] 사용의 관점
에서 언급하거나, 그것을 보는 행위 속에서 보는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
경우의 어떤 즐거움의 관점에서 언급하지 않는가? 자네는 이것들 이외에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는가?(474d3-e1)
3.3.2.1.2 추한 것 = 고통스럽거나 나쁜 것 (475a4)
(e3.3.2.1.2.1)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운 것을 쾌락과 좋음의 측면에서
규정하는 것이 옳다는 폴로스의 말을 받아서[폴로스는 여기서 ‘유용성’을
‘좋음’으로 바꾼다] 그렇다면 추한 것은 고통과 나쁨의 측면에서 규정되
며, 따라서 두 아름다운 것 중에서 쾌락이나 유용성(이로움)에서 능가하
는 쪽이 더 아름다운 것이고, 두 가지 추한 것 중에서 고통이나 나쁨에
서 능가하는 쪽은 더 추한 것일 수밖에 없다고 추론한다.
(q3.3.2.1.2.2) 그러니까 두 가지 아름다운 것들 중 어느 한 쪽이 더
아름다울 경우에는 이 둘 중 어느 한 쪽이나 양자, 즉 즐거움이나 이로움
에 있어서 또는 그 둘 다에 있어서 능가함으로써 더 아름다운 것이네.
[…] 그리고 두 가지 추한 것들 중 어느 한 쪽이 더 추할 경우에는 고통
이나 나쁨에 있어서 능가함으로써 더 추하게 될 것이네. 이게 필연적이지
않은가?(475a7-b2)
3.3.2.1.3 불의의 문제에 대한 첫 번째 결론 (475b3)
(e3.3.2.1.3.1)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다
면,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것이며, 고통이나 나쁨의 측면에
플라톤 ?고르기아스? 61
서 능가하기 때문에 수치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불의를 행하는 자는 불의
를 당하는 자보다 결코 더 많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고통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나쁨의 측
면에서 능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 폴로스는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더
수치스럽다는데 동의한 셈이며 그것이 더 나쁘다는 것이 밝혀졌다. 폴로
스는 더 나쁘고 더 수치스러운 것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어쩔 수
없이 동의하고, 결론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주장(아무도 불의를 당하는 것
보다 불의를 저지르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이 참이라는 것을 인정
한다. 소크라테스는 폴로스의 동의에 만족해하면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폴로스의 주장에 동의한다 해도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그래서
증인이 되어주는 폴로스 한 사람만 있어도 족하다고 말한 후에 두 번째
쟁점(처벌의 정당성 문제)으로 넘어간다.
3.3.2.2 처벌의 정당성
3.3.2.2.1 행함과 당함의 상호작용 (476a3)
(e3.3.2.2.1.1) 불의를 저지른 자가 대가를 치르는 것과 치르지 않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쁜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소크라테스는 먼저 불
의를 저지른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과 정당하게 벌 받는 것은 같은
것임을 확인한 다음 논변을 진행한다. ①정의로운 것들은 그것이 정의로
운 것인 한에서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다.②누군가가 무엇을 행했다면
행하는 자로부터 당하는 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구타하는 자가 있으면
구타당하는 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③당하는 자는 행하는 자가 행하는
것과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당한다.(구타하는 자가 세게 구타하면 구
타당하는 자도 세게 구타당할 수밖에 없다.) 모든 종류의 행함과 당함에
대해서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q3.3.2.2.1.2) […] 그 다음에 우리가 두 번째로 다투었던 문제에 관
해서 살펴보기로 하세. 자네가 생각했던 것처럼 불의를 행하는 자가 대가
6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를 치르는 것이 가장 크게 나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대
가를 치르지 않는 것이 가장 크게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야. 이런 방
식으로 살펴보도록 하세. 불의를 행한 자가 대가를 치르는 것과 정당하게
벌 받는 것을 자네는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가?(476a3-7)
3.3.2.2.2 처벌의 유익함 (476d8)
(e3.3.2.2.2.1) ①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어떤 작용을 받는 것이며 작용을
가하는 쪽은 벌주는 자이다. ②올바르게 처벌하는 자는 정당하게 처벌하
는 것이며 그 행위는 정당한 행위이다. ③따라서 처벌받는 자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정당한 일을 겪는 것이다. ④정당한 것[정의로운 것]은 아
름다운 것(kalon)이다. 따라서 처벌하는 쪽은 아름다운 것을 행하는 것
이고, 처벌받는 쪽은 아름다운 것을 겪는 것이다. ⑤아름다운 것이라면
좋은 것이기도 하다. 쾌락적인 것이거나 유익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가를 치르는 자는 좋은 것을 겪는 것이다. ⑥따라서 그는 유익을 얻는
셈이다.
(q3.3.2.2.2.2) 그렇다면 이것들이 동의되었으므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어떤 작용을 받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작용을 가하는 것인가? ― 소크라
테스, 작용을 받는 것일 수밖에요. ― 그렇다면 작용을 가하는 어떤 것으
로부터 일 테지? ― 물론입니다. 벌주는 자로부터지요. ― 올바르게 처벌
하는 자는 정당하게 처벌하는 것이지? ― 그렇습니다.(476d8-e2)
3.3.2.2.2.1 혼의 개선 (476d8)
(e3.3.2.2.2.1.1) 정당한 처벌을 받는 자는 혼의 악(kakia)으로부터 멀어
지게 되어 혼이 더 좋아진다. 소크라테스는 나쁜 것의 부류를 셋으로 나
누어 혼의 악이 가장 나쁘고 수치스러운 것임을 논한다.
(q3.3.2.2.1.2) […] 그가 정당하게 처벌을 받는다면 그의 혼이 더 좋아
지는 것이지? ― 그럴 듯합니다. ― 따라서 대가를 치르는 자는 혼의 악
(kakia)으로부터 떠나게 되는 것이지? ― 그렇습니다.(477a7)
플라톤 ?고르기아스? 63
3.3.2.2.2.1.1 혼의 악: 가장 나쁜 것 (477a12)
(e3.3.2.2.2.1.1.1) ①사람의 재산 상태에서 악은 가난이다. ②몸의 나쁜
상태는 허약함, 질병, 추함, 등등이다. ③혼의 나쁜 상태는 불의, 무지, 비
겁, 등등이다. 이중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것은 혼의 나쁜 상태이다. 가장
수치스러운 것은 가장 나쁜 것이기도 하다. a. 앞서 가장 수치스러운 것
은 가장 큰 고통을 주거나 해를 끼치거나, 둘 다를 주기 때문에 가장 수
치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b. 가장 수치스러운 것은 불의를 비롯한 혼의
모든 나쁜 상태이라는데 동의했다. c. 가장 고통스런 것은 고통이나 해로
움에서 능가하기 때문에 가장 수치스런 것이다. d. 그런데 부정의하고 자
제력이 없고 비겁하고 무지한 것이 가난하고 아픈 것보다 더 고통스럽지
는 않다. e. 따라서 혼의 악이 가장 수치스러운 것은 가장 큰 해로움과
놀라운 나쁨의 측면에서 다른 것들을 능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f. 가장
큰 해로움의 측면에서 능가하는 것은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크게 나쁜
것이다. g. 따라서 불의, 자제력 없음, 그리고 그 밖의 혼의 나쁜 상태가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크게 나쁜 것이다.
3.3.2.2.2.1.2 혼을 치료하는 기술: 정당한 처벌 (477e10)
(e3.3.2.2.2.1.2.1)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재물 취득술이고 질병에
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의술이듯이 무절제(akolasia)와 불의에서 벗어나
게 하는 것은 정당한 처벌이다. 왜냐하면 아픈 자를 의사에게 데려가듯이
우리는 불의를 저지를 자를 재판관에게 데려가는데, 재판관은 정의에 입
각해서 불의를 저지른 자를 올바르게 처벌하기 때문이다. 재물 취득술,
의술, 정당한 처벌(dikē) 가운데 정당한 처벌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가
장 아름다운 것이므로 가장 이로운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쾌락의
측면에서, 또는 이로움의 측면에서, 또는 그 둘 다의 측면에서 가장 앞선
다. 그런데 처벌받는 것은 즐겁지 않다. 따라서 처벌은 가장 이로운 것이
다.) 정당한 처벌은 가장 큰 악에서 벗어나게 해주므로 고통을 견뎌서 건
강해지는 것이 유익하다.
6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q3.3.2.2.2.1.2.2) 정당한 처벌(dikē)은 절제를 갖게 하고 더 정의로운 자로
만들어주며, 그래서 악(ponēria)의 치료술(iatrikē)이 되기 때문인 게지.(478d8)
3.3.2.2.2.2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 (478c5)
(e3.3.2.2.2.2.1) 치료를 받고 악에서 벗어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나쁨
(악)을 겪지 않는 것이 더 행복하다. 몸이나 혼에 악을 지녔는데도 치료
를 받지 못한 사람이 치료를 받고 악에서 벗어난 사람보다 더 비참하다.
혼 속에 악을 지니지 않은 자가 가장 행복한 자이고, 악에서 벗어난 자,
즉 질책을 받고 대가를 치른 자가 두 번째이고, 악을 혼 속에 지닌 채 벗
어나지 못한 자가 가장 나쁜 삶을 산다. 이런 자는 가장 큰 불의를 행하
는 자이며 그러면서도 벌도 대가도 치르지 않도록 일을 처리한다. 폴로스
가 말한 아르켈라오스나 다른 참주들, 수사가, 권력자들이 그런 자들이다.
이런 자들은 가장 심각한 중병에 걸려 있으면서도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치료받지 않도록 일을 처리하는 사람과도 같다. 이들은 몸의 건
강과 훌륭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몰라서 그렇게 한다. 치료의 고통스러
운 점만 보고 이로운 점에 대해서는 눈이 멀어 있어서, 불건전하고 불량
하며 부정의하고 불경한 혼과 함께 지내는 것이 건강하지 못한 몸과 함
께 지내는 것보다 얼마나 더 비참한 일인지를 알지 못한다.
(q3.3.2.2.2..2.2) 그러므로 불의를 지닌 채 벗어나지 못하는 자는 가
장 나쁜 삶을 산다네. […] 이런 자는 가장 큰 불의를 행하고 가장 큰 불의
를 저지르면서도 훈계 받지도 않고 벌 받지도 않고 대가를 치르지도 않게
끔 일을 처리하는 자가 아닌가? 자네 말대로 아르켈라오스나 다른 참주들,
또는 수사술가나 권력자들이 처리하는 방식으로 말일세.(478e9-479a3)
3.3.3 불의의 문제에 대한 두 번째 결론 (479c8)
(e3.3.3.1) 소크라테스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부러워할
플라톤 ?고르기아스? 65
만한 자이며 행복한 자라는 폴로스의 주장에 대한 논박의 귀결들을 정리
한다. ①따라서 불의를 행하는 것은 가장 나쁜 것이다. ②대가를 지불하
는 것은 나쁜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은 나쁜
것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다. ③불의를 저지르는 것은 나쁜 것들 가운
데 두 번째로 큰 것이고, 불의를 저지르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이 본
래 첫 번째로 가장 크게 나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폴로스가 가장 행복
한 자들의 사례로 열거했던 사람들이 실은 가장 불쌍한 자들임이 입증되
었다고 결론짓는다.
(q3.3.3.2) 그렇다면 이보게 친구, 우리가 논란을 벌였던 것이 이 문제에
관해서가 아닌가? 자네는 아르켈라오스가 가장 큰 불의를 저지르고도 어
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아서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 반대로 생각했
었네. 아르켈라오스든 다른 어떤 사람이든 불의를 저지르고도 대가를 치
르지 않는 사람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특히 불쌍한 상태가 그에게 어울
린다고, 그리고 불의를 저지르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 자는 불의를 저지
르고 대가를 치른 자보다 언제나 더 불쌍한 자라고 말일세. 내가 그렇게
말했었지?(479d10-e6)
3.3.3.1 수사술의 바른 용도 (480a1)
(e3.3.3.1.1) 논의의 귀결에 따르면 각자는 불의를 저지르지 않도록 경계
해야 하고, 불의를 저질렀을 시에는 서둘러 재판관에게 가서 가능한 빨리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환자가 병이 만성이 되어서 치료 불가능하게
되지 않도록 빨리 의사에게 가서 치료받아야 하는 이치와 같다. 수사술은
불의를 변호하는 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자신이나 자신의 식구
친척 친구들의 불의를 고발하고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해서 대가를 치르
도록 강제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의사에게서 수술이나 소작 치료를 받
을 때 고통을 감수해야 하듯이, 불의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기꺼이
감수해서 가장 큰 악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정반대의 경우에 만약에
적이 불의를 행한다면 대가를 치르지 못하도록 해서 악한 자로 최대한
오래 살게 해야 하며 이런 일에 수사술을 사용해야 한다.
6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q3.3.3.1.2) 따라서 자신이든 부모든 친구든 자식이든 모국이든 불의를
저지를 때 그 부정의를 변호하는 데 수사술은 우리에게 전혀 쓸모가 없
네, 폴로스. 누군가가 그것을 정반대로 사용한다고 가정하는 경우는 예외
지만 말이네. 반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고발해야 하며,
다음에는 일가친척들과 그 밖에 다른 사람들, 즉 친구들 중에서 언제라도
불의를 저지르는 자는 누구든 고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네. 그의 부정의 한 행동을 감추지 말고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해서
대가를 치르고 건강해지도록 하는 것을 말하네. […] (480b6-c5)
플라톤 ?고르기아스? 67
4.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의 대화 (481b6)
(e4.1)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데 기막혀한다. 소크라테스는 애인의 심리를 빌려 자신이 한 말은
애인인 철학이 해 준 것이고, 애인의 말에는 거역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
에 말을 멈추게 하려면 철학을 반박하라고 대답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칼리클레스는 자신과 평생 부조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 이에 자극을
받은 칼리클레스는 긴 연설을 하게 된다.
(q4.2) […] 그러니까 방금 내가 말했던 바이지만, 철학을 논박하시오.
그래서 불의를 행하는 것이, 그것도 불의를 행하고도 대가를 치루지 않는
것이 모든 나쁜 깃들의 극단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보시오. 그렇지 않
고 당신이 이것을 논박하지 않은 채 놓아 둔다면, 이집트인들의 신인 개
의 신께 맹세컨대, 칼리클레스, 칼리클레스는 칼리클레스 자신과 일치하
지 않고, 생애 내내 당신과 부조화하게 될 것이오. 그런 데도, 더없이 훌
륭한 이여, 나로서는 이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소. 나의 뤼라와
내가 주도하는 코로스가 조화가 안 되고 불협화음을 내는 것이,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한테 동의하지 않고 상반되는 말을 하는 것이, 혼자
있으면서 내가 내 자신과 불일치되고 모순되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더 낫
다고 말이오.(482b2-c2)
4.1 법과 자연의 대립 (482c3)
(e4.1.1)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가 논변으로 고르기아스가 겪었던 것
과 똑같은 수모를 폴로스가 겪게 해 놓고 마치 대중 연설가인양 뻐긴다
고 힐난하면서 폴로스의 말을 상기시킨다. 수사술을 배우려는 자가 정의
로운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로 왔을 때 그를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
문을 받고 고르기아스가 수치심을 느껴서 가르칠 수 있다고 대답했고,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순된 말을 하게 되었는데, 소크라테스는 그런 것
을 즐긴다. 폴로스가 그 점을 지적하며 소크라테스를 비웃었던 것은 잘
6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걸려들었다. 폴로스가 그렇게 된 것은 불
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다는데 동의해 버렸
기 때문이다.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가 진리를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본
성상 훌륭한 것(kalon)이 아니라 관습상 훌륭한 것을 주장하는 쪽으로 논
의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자연(본성)과 법(관습)의 대립에 관
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다.
(q4.1.2) 그리고 나는 바로 이 점에 대해서는 폴로스를 칭찬하지 않습니
다.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다고 폴로스가
당신에게 동의했다는 점 말입니다. 이 동의로 말미암아 폴로스 자신도 선
생한테 걸려들어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하기가 수치스럽게 느껴져서 논의
하는 데 말문이 막혀버리게 되었으니까요. 소크라테스, 선생은 진리를 추
구한다고 공언하면서도 실은 이런 천박하고 대중 연설에나 어울리는 것에
로 [논의를] 이끌고 있습니다. 본성상 훌륭한 것이 아니라 관습상 훌륭한
것에로 말입니다.(482d7-e6)
4.1.1 본성상 더 수치스러운 것: 불의를 당하는 것 (482e7)
(e4.1.1.1) 자연(본성)과 법은 대부분 서로 상반된다. 그래서 누구든 수
치심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 들지 않게 되면 모순된 말을 할 수
밖에 없어진다. 소크라테스가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하였다고 칼리클레스는
비난한다. 상대가 법에 따라 말하면 그는 본성에 따라 묻는 방식으로 답
하고, 본성에 해당되는 것을 말하면 법에 해당되는 것을 묻는 방식으로
답하는 식이다. 폴로스는 법의 측면에서 더 수치스러운 것을 말하는데,
소크라테스는 본성에 따른 논변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불의를
당함과 같은 더 나쁜 것은 모두 본성상으로 더 수치스러운 것인 반면에
법의 측면에서는 불의를 행함이 더 수치스럽기 때문이라고 칼리클레스는
주장한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69
4.1.2 법적으로 더 수치스러운 것: 불의를 행하는 것 (483b1)
(e4.1.2.1) 불의를 당하는 것은 인간이 겪을 만한 수난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딸린 사람을 도와 구제해줄 능력이 없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나은 노예나 겪을 수난이다. 법을 제정하는 자들은
힘없는 사람들이며 대중들이다. 그들이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편
익을 위해서다. 그들은 더 강한 자들과 더 많이 가질 능력을 지닌 자들이
자신들보다 더 많이 갖지 못하게 하려고 그들에게 겁을 주면서, 더 많이
갖는 것은 수치스럽고 부정한 것이며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한
다. 이들은 열등하기 때문에 같은 몫을 갖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몫의 소유를 추구하는 것이 법적으로
부정한 것이고 수치스런 것일 따름이다.
4.1.3 자연의 법: 강자가 약자를 지배함 (483d1)
(e4.1.3.1) 그러나 본성 자체가 밝혀 주는 바는 더 훌륭한 자가 더 열등
한 자보다, 그리고 더 힘 있는 자가 더 힘없는 자보다 더 많은 몫을 갖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뿐 아니라 인간들의 모든 나라
와 모든 종족에서도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더 많은 몫을 가지는 것이
정의로운 것으로 결정되어있다. 크세륵세스가 헬라스로 쳐들어 온 것도,
그의 아버지 다레이오스 1세가 스키티아로 원정 갔던 것도 강자가 약자
를 지배한다는 정의의 본성, 즉 자연의 법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예들은
수없이 많다. 사람들은 자신들 중에 뛰어나고 자들을 길러내면서 어릴 때
부터 주문과 마법으로 홀려서 노예처럼 복종하게 하고 같은 몫을 갖는
것이 정의라고 말해준다. 그러나 그런 교육에 맞서기에 충분한 본성을 지
닌 사람이 태어나면 그런 굴레들을 뒤흔들고 깨뜨려서 자유를 얻으며 법
이나 속임수, 주문 등 본성에 반하는 모든 관습을 짓밟고 자신이 주인임
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7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4.2 철학에 대한 비판: 철학의 무익함 (484c4)
(e4.2.1) 칼리클레스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철학을 떠나면 알게
된다고 하면서 소크라테스의 애인인 철학을 공격한다. 알맞은 나이에 적절
히 철학에 손을 댄다면 철학은 매력이 있다. 그러나 정도 이상으로 계속하
게 되면 인간을 못 쓰게 만든다. 좋은 본성을 타고 난 자라도 장차 훌륭하
고 명망 있는 자가 되려는 사람이 익혀야 할 온갖 것에 미숙하게 된다. 나
라의 법률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공적․사적인 거래에서 사용하는 말에 서
툴게 되고, 인간적인 즐거움과 욕구, 요컨대 인간적인 습성들(ēthous)에 아
주 미숙해져서 사적인 활동이나 공적인 활동에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다. 정치가들이 철학을 하면 웃음거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q4.2.2) 그러니까 진실은 이러하며, 당신이 당장 철학과 작별하고 더 큰
데로 가시면 알게 될 겁니다. 철학은 사실 매력적이거든요, 소크라테스님.
누구든 알맞은 나이에 적절히 그것에 손을 댄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정도
를 넘어서 계속 한다면 인간을 못 쓰게 만들죠. 아주 좋은 본성을 타고
났다 해도 알맞은 나이를 훨씬 지나서도 철학을 한다면, 장차 훌륭하디
훌륭하고 명망 있는 자가 되려는 사람이 숙달해야 할 온갖 것에 미숙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484c4-d2)
4.2.1 철학의 효용성: 청소년기의 교양 (484e4)
(e4.2.1.1) 칼리클레스는 에우리피데스의 글을 짧게 인용해 가며 자신의
주장을 돋보이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 뛰어난 분야에는 대부
분의 시간을 바쳐 몰두하지만 열등한 분야는 회피하고 그것을 비난한다.
자신이 뛰어난 분야를 칭찬하는 것은 자신을 칭찬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 인용 글의 취지지만, 칼리클레스 자신은 양쪽에 모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고 말한다. 청소년기에 철학을 하는 것이
교육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철학을 하면 자유인
다워 보이고, 훌륭하고 고상한 일을 할 만한 자로 돋보이게 해 준다. 그
플라톤 ?고르기아스? 71
러나 나이가 들어서도 철학을 하는 것은 사람을 횡설수설하며 유치하게
구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며 그래서 웃음거리가 되게 한다.
(q4.2.1.2) 철학에 참여하는 것은 교육을 위한 한에서 좋은 일이고,
소년기에 철학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나이가 더 들
어서도 사람이 그때까지 철학을 한다면, 소크라테스, 그 일은 웃음거리가
됩니다, 소크라테스. 나 역시 횡설수설하고 철없는 소리하는 사람들에게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철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아주 똑같은 느낌을 받습
니다.(485a4-b2)
4.2.2 소크라테스에 대한 충고 (485e3)
(e4.2.2.1)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에게는 상당한 친근감을 갖고 있는
데, 그래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에 나오는 제토스가 형제 암피온에게 했
던 충고를 소크라테스에게 해 주고 싶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돌보아야
할 것들을 돌보지 않고 고귀한 혼의 자질을 아이 같은 모습으로 뒤틀어
놓고 있다. 그는 정의를 관장하는 평의회에 연설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하
고, 그럴 듯하고 설득력 있는 말을 떠들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당찬 조언을 해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만큼 철학하는 사람들의 무능
함은 수치스러운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불의를 행하지 않았는데도 누군
가가 혐의를 씌워서 감옥에 가둘 경우에 자신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아주 열등한 악덕 고소자를 만나도 그가 원하
는 대로 사형 판결을 받고 죽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철학은 훌륭한 본성
을 타고난 인물을 열등하게 만들어서 자신이든 다른 누구든 위험에서 구
해내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적들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나라에서 명예롭지 못한 삶을 살게 만드는 것이기에 그것은 지혜가 아니
다. 그런 걸 지혜라고 가진 사람을 상대로는 막말로 턱을 깨뜨리고도 대
가를 치루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철학을 해서 폐가망신하지 말고, 세상
물정에 대한 식견을 닦고, 현명하다는 평판을 들을 수 있는 공부를 하라
7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고 칼리클레스는 충고한다.
(q4.2.2.2) […] 소크라테스, 본성이 훌륭한 인물을 붙들어 더 못하게
만들어 자신이든 다른 누구든 크나큰 위험에서 구해내는 데 자신이 자신
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적들에 의해 전 재산을 빼앗기고 폴리스에서 그
야말로 명예롭지 못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그것이 지혜롭습니
까? […] (486b5)
4.2.2.1 칼리클레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칭송 (486d2)
(e4.2.2.1.1)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가 논의에 뛰어든 것을 매우 반긴
다. 그를 상대로 논의하는 것을 자신의 혼을 시험하는 최상의 시금석을 발
견하는 즐거움에 비유한다. 올바른 삶을 사는 혼인지 여부를 시험하는 시
금석의 조건은 지식과 선의와 솔직함인데 칼리클레스는 이 세 가지를 모
두 갖추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칼리클
레스만큼 지혜롭지 못하며. 지혜를 가진 다른 사람들이 있지만 칼리클레스
만큼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진실을 말해 주지 않는다면
서 칼리클레스를 추켜세운다. 고르기아스와 폴로스는 지혜롭기는 하나 대
중 앞에서 자신과 모순되는 말을 할 만큼 지나치게 수치심을 갖는다. 그러
나 칼리클레스는 다르다. 교육도 충분히 받았고 소크라테스에 대한 호의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논의에서 칼리클레스와 소크라테스 자신 사이에 일
치를 보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충분한 시험을 치른 것이며 다른 시험을
더 치를 필요가 없다. 칼리클레스의 동의는 지혜의 부족이나 수치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게다가 칼리클레스 자신의 입으로 소크라테스와 친구라
고 말하고 있으므로 속였을 리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칼리클레스와의
합의는 최종적으로 진실을 얻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칼
리클레스가 자신에게 충고했던 문제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행해야 하
는지의 문제이다. 소크라테스는 우리가 행하는 잘못은 고의가 아니고 무지
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덧붙이면서 논의를 통해서 밝혀질
플라톤 ?고르기아스? 73
문제들이 삶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재삼 강조한다.
(q4.2.2.1.2) […] 칼리클레스, 나는 당신들 네 사람, 당신과 아피드나
이의 아들인 테이산드로스와 안드로티온의 아들인 아드론과 콜라르게스의
아들인 나우시퀴테스가 지혜에 관한 일에서 동료들이란 걸 알고 있지요.
그리고 언젠가 나는 지혜를 어디까지 수련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당신들
이 의논하는 것을 엿듣고서 당신들 사이에서 이런 의견이 지배적이라 것
을 알았답니다. 엄밀한 정도까지 철학하는 데 열의를 쏟지 말고 정도 이
상으로 지혜롭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폐인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
라고 당신들은 서로를 독려했지요. 그래서 당신이 더없이 가까운 당신의
동료들한테 한 바로 그런 충고를 나한테 하는 소릴 내가 듣고 있는 거니
까, 당신이 참으로 나한테 선의를 지니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내게 있
게 된 것이지요.(487c1-d5)
4.3 칼리클레스의 논제: 자연의 정의(正義) (488b3)
(e4.3.1)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에게서 자연에 따른 정의가 무엇인지를
재확인한다. 정의는 ①더 강한 자가 더 약한 자들의 것을 힘으로 취하고,
②더 훌륭한 자가 더 못한 자들을 다스리며,③더 뛰어난 자가(ameinō)
더 열등한 자보다 더 많은 몫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칼리클레스의 주장
은 ‘더 강한 것’-‘더 힘이 센 것’-더 훌륭한 것'은 같은 것이라는 데 근거
를 두고 있다. 칼리클레스의 입장에서는 더 훌륭하지만 더 강하지 않고
더 약하거나, 더 강하지만 더 악할 수는 없다.
(e4.3.2) 당신은 더 힘이 센 사람들을 더 강하다고 부르고 더 약한 사람
들은 더 힘이 센 사람들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쪽인가요? 예컨대 더 강한
것과 더 힘이 센 것과 더 훌륭한 것은 같은 것이라는 근거에서 자신들이
더 강하고 더 힘이 세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올바른 것에 따라서 더 큰
폴리스들이 더 작은 폴리스로 쳐들어간다는 것을 그때에도 당신이 입증
하셨다고 나는 생각합니다.(488c2)
7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4.3.1 강한 자 = 힘센 자 = 훌륭한 자 (488d6)
(e4.3.1.1) 자연에 따르자면 여럿(대중)이 한 사람보다 더 강하다. 그리
고 한 사람에게 법을 부과하는 것은 바로 대중이다. 따라서 대중의 법규
(nomima)는 더 강한 자들의 법규이다. 칼리클레스의 논리에 따르면 대중
의 법규는 더 훌륭한 자들의 법규이다. 대중은 더 강하므로 대중의 법규
는 자연에 따르는 훌륭한 것(kala)이다. 그런데 칼리클레스의 주장에 따르
면 동등한 몫(ison)을 갖는 것은 정의로운 것이고,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
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다고 대중이 생각하는 것은 법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부끄럽다
는 것, 그리고 동등한 몫을 갖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라는 것, 이 양자는
법에 따른 것일 뿐 아니라 자연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소크라
테스가 법과 자연이 반대된다는 것을 적당히 사용해서 상대방을 곤란에
빠뜨린다고 했던 칼리클레스의 비난은 잘못된 것이다.
(q4.3.1.2) 그렇다면 당신도 역시 방금 말했듯이 여럿(대중)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요? 동등한 몫을 갖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며 불의를 행하
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부끄럽다고요. 그런 겁니까, 아닙니
까? 그리고 이 지점에서 당신 역시 부끄러워하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주
의하세요. 여럿(대중)은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몫을 갖는 것
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
보다는 더 부끄럽다고 생각하지요?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칼
리클레스. […] (499e7-489a5)
4.3.2 강한 자 = 분별 있는 자 (489b6)
(e4.3.2.1)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의 비판을 말꼬리 잡기라고 비난하
면서 자신이 말한 더 강한 자는 육체적으로 더 힘이 센 자가 아니라 더
훌륭한 자(beltion)를 뜻하는 것이라고 응수한다. 소크라테스는 더 강하다
는 말을 칼리클레스가 정확히 어떤 뜻으로 사용하는지를 분명히 해 두기
플라톤 ?고르기아스? 75
위해서라고 하면서 힘이 더 세다는 뜻이 아니라면 더 훌륭하다는 말을
무슨 뜻으로 사용하는지 말해달라는 요구한다. 칼리클레스가 더 훌륭한
자란 더 뛰어난 자(ameinos)을 뜻한다고 대답하자 소크라테스는 이름만
말하고 있지 분명하게 밝혀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더 훌륭하고 더 강한
자란 더 분별 있는 자를 말하는 것인지를 묻고 칼리클레스의 동의를 얻
어낸다. 그렇다면 칼리클레스의 주장은 분별 있는 사람 하나가 분별없는
무수한 사람들보다 더 강하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이 분별 있는 한 사람
이 다스려야 하고 분별없는 다수의 사람들은 다스림을 받아야 하며, 다스
리는 자가 다스림을 받는 자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
른다. 칼리클레스는 바로 동의하면서 더 훌륭하고 더 분별 있는 자가 하
찮은 자들을 다스리고 또 그들보다 보다 더 많은 것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자연에 따른 정의라고 말한다.
(q4.3.2.2) 이 양반 실없는 소리를 멈추지 않으시는 군요. 소크라테스, 나
한테 말해 보세요. 당신은 그 나이가 되서도 말꼬리를 잡으면서 누가 말
실수라도 하면 그걸 횡재로 삼는 게 부끄럽지 않습니까? 정말이지 당신은
“더 강한 자들임”을 “더 훌륭한 자들임’이라는 뜻이 아닌 다른 무슨 뜻으
로 내가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더 훌륭한 것과 더 강한 것은 같다
는 것이 내 주장이라고 당신에게 벌써부터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니면 당
신이 노예들과, 육체는 강건할지 모르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런 가치도 없
는 오만가지 사람들의 떼거리가 모인다면, 그리고 그들이 [좋다고] 말한다
면, 바로 이것을 내가 법규라고 말하리라 생각하시나요?(489b6-c7)
4.3.3 강한 자 = 나라 일에 분별 있고 용감한 자 (490b1)
(e4.3.3.1) 소크라테스는 훌륭한 자란 곧 분별 있는 자를 말하는 것이며
훌륭한 자가 더 많이 갖는 것이 자연에 따른 정의라는 칼리클레스의 주
장에서 ‘훌륭한 자’는 어떤 방면에 훌륭한 자인지, 그래서 그가 무엇을 더
많이 가져야 하는 것인지를 명료화하는 논변을 진행한다. 어떤 집단 내에
의사가 있다면 그는 의술의 측면에서는 여타의 사람들보다 더 분별력이
7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 집단 내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무조건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보
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몸 상태를 살펴서 그것들
을 모두 적절하게 분배하는 것이 건강을 보존 하는 것이며 의사로서의
훌륭함에 걸맞는 행위일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계속해서 장인들(직조공,
제화공, 농부)의 예를 들면서 이와 비슷한 논리로 칼리클레스를 압박한다.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가 장인들을 열거하면서 줄곧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자신이 말하는 강한 자, 즉 훌륭한 자들이란 나라의 경
영에 대해서 분별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완수해 낼 수
있는 용감한 자들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q4.3.3.2) […] 이를테면 땅에 대해서 분별 있고 훌륭하디 훌륭한 농
부를 예로 들어 봅시다. 이 사람은 아마도 씨앗들을 더 많이 갖고 자신의
땅에 가능한 한 많은 씨앗을 사용해야 합니다. […] ― 신들께 맹세컨대
당신은 그야말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제화공, 직조공, 요리사, 그리고
의사에 대해서 말하고 있군요. 마치 우리의 논의가 그것들에 관한 것이라
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 그렇다면 더 강하고 더 분별 있는 자가 무엇
과 관련해서 더 많은 몫을 가질 때 정당하게 더 많이 갖는 것인지를 당신
이 말해 주시겠소? […] (490e5-491a6)
4.3.4 자연의 정의(正義) (491c6)
(e4.3.4.1)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가 자신에게 했던 비난을 되돌려
준다. 칼리클레스는 같은 것을 계속 말한다고 소크라테스를 비난했지만,
반대로 그는 같은 것을 말하지 않고 훌륭한 자, 강한 자를 힘센 자로 규
정하기도 하고, 다시 분별 있는 자로 규정하는 가하면, 이번에는 일부의
용감한 자(나라 일과 관련해서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이루어내는 용기를
가진 자)들을 강한 자 내지 훌륭한 자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므로 칼
리클레스가 처음에 주장했던 “더 훌륭한 자, 더 뛰어난 자가 더 열등한
자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정의다”는 “나라 일에 분별 있고 용감한 자(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77
스리는 자)가 열등한 자들(다스림을 받는 자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정의다.”로 분명하게 규정되었다.
(q4.3.4.2) 나는 분명히 대답했습니다. [더 강한 자, 더 훌륭한 자들이
란] 나라 일에 분별 있고 용기 있는 자들이라고요. 실로 이 사람들이 나
라들을 다스리는 것이 적합하며 정의는 이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즉 다스
리는 자들이 다스림 받는 자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지요.(491c6)
4.3.4.1 강한 자 =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자 (491d3)
(e4.3.4.1.1) 나라 일에 분별 있고 용감한 자들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는 칼리클레스의 말에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자신에 대해서는 다스리는
자인지 아니면 다스림을 받는 자인지를 묻는다. 자신을 다스린다함은 절
제(sōphrōn)와 자제(enkratēs), 즉 자기 내부의 쾌락과 욕구를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나 칼리클레스는 절제 있는 자를 분별 있는 자로 보지 않고
오히려 어리석은 자로 본다.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키는 삶이 올바른 삶이
며 욕구를 억압당하는 삶은 노예와 같은 삶이다. 욕구는 다스림을 받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다스리는 쪽이며 섬겨야 할 주인이다. 그래서 분별력
과 용기는 욕구를 다스리고 이끌어가는 능력이 아니라 욕구에 봉사하는
수단이 된다. 결국 칼리클레스가 말하는 훌륭한 자, 강한 자란 분별력과
용기를 가지고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이다.
(q4.3.4.1.2) 틀림없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렇지 않고서야 누구에게든 노
예노릇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지금 당신에게
기탄없이 말하는바, 자연에 따르는 아름다운 것(kalon)이자 정의로운 것이
란 바로 이것입니다. 삶을 올바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욕구들
이 가능한 가장 크도록 놓아두어야지 억눌러서는 안 되고, 욕구들이 커졌
을 때 용기와 분별력을 가지고 충분히 섬길 수 있어야 하며, 그때그때
욕구의 대상이 되는 것들로 욕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말입
니다.(491e5-492a2)
7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4.3.4.1.1 약자의 덕: 절제 (492a3)
(e4.3.4.1.1.1) 그러나 대중에게는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만한 능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무능력은 숨기면서 수치심 때문에
그런 능력이 있는 자들을 비난한다. 그리고 무절제는 부끄러운 것이라고
하면서 본성이 더 훌륭한 자들을 종노릇하게 만든다.
(q4.3.4.1.1.2) 스스로 쾌락의 충족을 확보할 능력이 없을 때 자신들의 비
겁함 때문에 절제와 정의를 칭송하지요.(492b1)
4.3.4.1.2 강자의 덕: 무절제 (492b2)
(e4.3.4.1.2.1) 반면에 왕의 아들로 태어나거나 전제권력이든 왕권이든
통치권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는 절제와 정
의보다 더 수치스럽고 더 나쁜 것은 없다. 그들은 좋은 것들을 마음대로
누리면서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이 자
진해서 대중의 법과 말과 비난을 자신의 주인으로 삼을 리가 없다. 그러
니 사실은 방탕, 무절제, 자유(eleutheria)가 덕(aretē)이자 행복이고 절제
니 정의니 하는 그 밖의 겉치레들, 사람들의 반자연적인 협약들은 하찮은
것이며 무가치한 것이다.
4.3.5 칼리클레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설득 (492d1)
(e4.3.5.1) 소크라테스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분명히 밝히려면
칼리클레스의 주장(“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것이 덕이다.”)과 맞서야 한
다고 보고 그를 상대로 본격적인 설득을 시작한다. 소크라테스는 먼저 정
반대되는 주장(“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행복하다”)을 칼리클레스의
주장과 대비시킨다. 칼리클레스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삶을 돌과 송장
에 견주어 비판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가 주장하는 삶도 이상하기
는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어떤 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신화)를 소개한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79
(q4..3.5.2) 칼리클레스, 당신은 기탄없이 말하면서도 천박하지는 않게 논
의를 펼치시는 군요. 다른 사람들이 생각은 하면서도 말하려 하지 않는
것들을 당신이 지금 분명하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절대 느슨해 지
지 말아 달라고 당신에게 부탁해야겠군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가 정말로
분명해지려면 말입니다. 자, 제게 말씀해 주시지요. 당신이 주장하는 바는
누구든 마땅한 사람이고자 한다면 욕구들을 억눌러서는 안 되고, 그것들
이 가능한 커지도록 놓아두고 어디에서나 그것들을 충족시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덕이라는 것이지요?(492d1-e1)
4.3.5.1 신화에 의한 설득
4.3.5.1.1 채워야할 항아리: 욕구들 (493a)
(e4.3.5.1.1.1) 현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의 육체는 무덤이며 혼에서
욕구들이 자리하는 부분은 설득당하며 이리저리 변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
을 어떤 영리한 신화 이야기꾼이 술항아리(pithon)라고 불렀다. 설득되기
쉽고(pithanon) 홀리기 쉽다(peistikon)는 점에 착안해서 표현을 약간 변형
시킨 것이다. 그리고 어리석은 자들의 혼의 이 부분을 ‘구멍 난 술항아리’
라고 말했다. 어리석은 자들의 혼의 그 부분은 무절제하기 때문에 채울 수
없다는 점이 항아리에 구멍이 난 것과 흡사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4.3.5.1.2 구멍 난 항아리와 체: 어리석은 자의 혼 (493b3)
(e4.3.5.1.2.1) 그리고 신화는 칼리클레스의 주장과는 정반대를 이야기
한다. 하데스에서는 어리석은 자들이 가장 불쌍하다. 왜냐하면 구멍 난
체로 구멍 난 항아리에 쉴 새 없이 물을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의 혼은 불신과 망각으로 인해 물을 담아둘 수 없기 때문에 마치 구멍
난 체와도 같은 것이다. 이 신화를 칼리클레스에게 들려주는 목적은 채울
길 없고 억누를 길 없는 삶 대신에 조화로우며 언제든지 곁에 있는 것들
로 충분하고 흡족한 삶을 선택하도록 설득해서 돌아서게 하려는 데 있다
고 소크라테스는 덧붙인다.
8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q4.3.5.1.2.2) 이 이야기가 조금은 기괴하기는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밝
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든 할 수만 있
다면 당신을 설득해서 당신이 마음을 고쳐먹고, 채울 길 없고 억누를 길
없는 인생 대신에 조화로우며 언제든지 곁에 있는 것들로 충분하고 흡족
한 인생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나저나 내 말에 당신이
좀 설득돼서 무절제한 사람들보다는 절도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마음
을 바꾸고 있나요, 아니면 내가 그와 같은 다른 많은 신화들을 이야기하
더라도 당신은 조금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건가요?(493c4-8)
4.3.5.1.3 절제있는 삶, 무절제한 삶 (493d5)
(e4.3.5.1.3.1) 소크라테스는 계속해서 절제 있는 자의 삶과 무절제한 자
의 삶을 비유를 들어서 설명한다. 절제 있는 자가 가진 많은 항아리들은
성한 것이어서 다 채우고 나면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편안함을 얻을
수 있지만, 무절제한 자가 가진 항아리는 구멍이 나 있어서 밤낮으로 내
용물을 가져다 부어도 채울 수 가 없어서 고통을 겪는다. 그렇다면 어느
쪽의 삶이 더 행복하고 더 좋으냐고 소크라테스는 반문하면서 절제 있는
삶이 더 좋다는 데 동의할 것을 종용한다. 칼리클레스는 설득당하기를 거
부한다. 항아리를 가득 채운 쪽은 더 이상 즐거움도 고통도 없는 돌과 같
은 삶이며 오히려 항아리에 부어 넣는 양이 최대가 되는 것이 즐거운 삶
이라고 대답한다. 소크라테스는 유입이 많으면 유출도 많을 수밖에 없다
고 되받으면서 이번에는 논변을 통한 논박을 진행한다.
(q4.3.5.1.3.2) 설득 못했소, 소크라테스. 항아리를 채운 쪽은 더 이상 아
무런 쾌락도 없으니까요. 오히려 그것은 조금 전에 내가 말한 돌과 같은
삶이요. 일단 채우고 나면 더 이상 즐거움도 고통도 느끼지 않거든요. 즐
거운 삶은 오히려 여기에 있소. 가능한 가장 많이 유입하는 것에 말이요.
― 많이 유입한다면, 유출도 많을 수밖에 없고, 유출을 위한 구멍들도 클
수밖에 없겠지요? ― 물론입니다. ― 이번에는 시체의 삶도 돌의 삶도 아
닌 물떼새(Charadrios)의 삶 같은 것을 말하고 있군요. […] (494a6-b8)
플라톤 ?고르기아스? 81
4.3.5.2 논변에 의한 설득
4.3.5.2.1 욕구의 충족 = 행복? (494b8)
(e4.3.5.2.1.1) 소크라테스는 먼저 욕구충족의 예로 굶주릴 때 먹는 것,
목마를 때 마시는 것을 든다. 칼리클레스는 어떤 욕구든 상관없이 모두
가지며 그것들을 충족시킬 능력이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산다고 주장
한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쾌락(즐거운 것)과 좋은 것을 구별하려는
의도로 극단적인 예들을 제시한다. 가려운 데가 있어서 긁고 싶을 때 긁
는 데 마음껏 계속 긁으면서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 그리고
이런 쾌락들의 극단적인 사례인 비역질하는 자들의 삶이 과연 행복한가?
오히려 이것은 끔찍하고 부끄럽고 비참하지 않는가? 이런 종류의 욕구들
을 제한 없이 갖는다고 해서 그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나? 칼리클레
스는 그런 하찮은 것들을 논의에 끌어들인다고 소크라테스를 비난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오히려 칼리클레스를 탓한다. 어떤 욕구든 모두 충족시킬
능력이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산다는 칼리클레스의 주장은 쾌락들 중
에서 좋은 쾌락과 나쁜 쾌락을 구별 없이 모두 즐기는 사람이 행복하다
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q4.3.5.2.1.2) […] 칼리클레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 질문에 이
어서 [그와 연관된] 모든 것들을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지를 생각
해 보시오. 그리고 이런 것들의 절정인 비역질하는 자들의 삶, 이것은 끔
찍하고 부끄럽고 불쌍하지 않겠소? 아니면 당신은 이들이 필요한 것들을
제한 없이 갖는 한에서는 행복하다고 감히 주장하는 거요?(494e2-5)
4.3.5.2.2 쾌락과 좋은 것의 관계 (495a2)
(e4.3.5.2.2.1) 소크라테스는 쾌락과 좋은 것은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지 아니면 쾌락들 중에는 좋지 않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지를 묻는다.
칼리클레스는 주장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쾌락과 좋은 것은 같다고 대
답한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논의를 망치고 있다며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
8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면 더 이상 탐구를 계속할 수 없다고 압박한다. 칼리클레스도 물러서지
않고 논의를 망치는 것은 소크라테스도 마찬가지라고 저항하자, 소크라테
스는 어쩔 수 없이 칼리클레스의 대답을 진지한 것으로 간주하고 논의를
계속한다. 그는 지식과 용기, 쾌락과 지식, 용기와 쾌락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칼리클레스의 동의를 받아 확인해 둔다. 그런 다음 칼리클레스가 속
한 데모스를 거명하면서 그가 쾌락과 좋은 것은 같지만 지식과 용기는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좋은 것과도 다르다고 말했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선포한다. 칼리클레스도 지지 않고 소크라테스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 선포한다.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도 자신을 올바로 관찰하면 동의하
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쾌락과 좋은 것이 다르다는 것은 논증한다.
(q4.3.5.2.2.2) 자 그럼 당신 생각이 그렇다고 하니까 이것을 나에게 구별
해 주시오 당신은 어떤 것을 지식이라 부르지요? ― 그렇소. ― 지식을
동반하는 어떤 용기가 있다는 말도 방금 당신이 하지 않았소? ― 물론 했
소. ― 그렇다면 용기는 지식과 다르니까 그것들은 둘이라고 말한 셈이지
요? ― 틀림없소. ― 어떻소, 쾌락과 지식은 같은 것이요 아니면 다른 것
이요? ― 확실히 다르지요, 지극히 현명한 양반. ― 용기도 쾌락과 다른
것이고요? ― 여부가 있겠소? ― 자 그럼 우리가 이것을 기억할 수 있도
록 아카르나이의 칼리클레스가 쾌락과 좋은 것은 같지만 지식과 용기는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좋은 것과도 다르다고 말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합
시다.(495c3-d6)
4.3.5.2.2.1 쾌락과 좋은 것의 구별(1) (495c3)
(e4.3.5.2.2.1.1) 쾌락과 좋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크라테스의
논변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①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은 서로 상반된 것
이다. ②상반된 것들은 동시에 행하거나 겪을 수 없다. ③그러나 쾌락과
고통은 동시에 겪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쾌락은 좋은 것과 다르다.
4.3.5.2.2.1.1 좋은 것-나쁜 것: 배타적 대립 (495e1)
(e4.3.5.2.2.1.1.1) 소크라테스는 먼저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은 서로 상
플라톤 ?고르기아스? 83
반되는 것임을 분명히 해 둔다. 그런 다음 서로 상반되는 것들은 동시에
행하거나 겪을 수 없다는 것을 사례를 들어서 설명한다. 건강과 질병의
경우 사람이 건강하면서 동시에 아프지는 않으며, 건강과 질병을 동시에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눈에 병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눈에 동시에 건강도 함께 가질 수는 없다. 또한 질병과 건강에서 동
시에 벗어날 수도 없다. 이 둘은 각각 차례로 갖거나 벗어나는 것이다.)
강함과 약함, 빠름과 느림도 그렇고 좋은 것과 행복 그리고 이것들과 상
반되는 나쁜 것과 비참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만약 한 사람이 동시에
벗어나기도 하고 갖기도 하는 어떤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좋은 것도 나
쁜 것도 아닐 것이다.
(q4.3.5.2.2.1.1.2) 이를테면, 몸의 어떤 부분이든 당신이 원하는 부분을 취
해서 그것에 관해서 고찰해 보시오. 아마도 어떤 사람이 ‘안질’이라 불리는
질병을 눈에 가질 수도 있지 않겠소? ― 여부가 있겠소? ― 그가 같은 눈
에 동시에 건강도 가질 수는 분명히 없겠지요? ― 절대로 안 되지요. ―
어떻소, 그가 안질에서 벗어났을 때 눈의 건강으로부터도 벗어나며 그래서
마침내 양쪽으로부터 벗어난 것이오? ― 전혀 그렇지 않소.(495e11-496a9)
4.3.5.2.2.1.2 쾌락과 고통: 동시에 겪음이 가능함 (496c6)
(e4.3.5.2.2.1.2.1) 소크라테스는 쾌락과 고통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경
우처럼 상반된 것이 아니라 동시에 겪거나 동시에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
며 그래서 쾌락은 좋은 것과 다르다는 것을 논증한다. ⑴ ①배고픔이나
목마름 등, 모든 결핍과 욕망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②목마를 때 마시는
것은 쾌락이다. ③‘목마를 때’는 ‘고통스러울 때’이다.(①) ④마신다는 것이
결핍의 채움이자 쾌락이라는 말은 마시는 동안 즐거움을 느낀다는 뜻이
다. ⑤‘마시는 동안’은 ‘목마를 때’와 일치한다. ⑥따라서 목마를 때 마신
다고 말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때 동시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과 다르지
않다. ⑦이런 일은 혼에서나 육체에서나 차이가 없다. ⑧좋은 행동을 하
는 사람은 동시에 나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에, 그리고 괴로워하면서
8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도 즐거워할 수 있다는데 동의했다. ⑨그렇다면 즐거워하는 것은 좋은 행
동을 하는 것이 아니며, 괴로워하는 것도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쾌락은 좋은 것과 다른 것이다. ⑵ 목마를 때 마심으로써 갈증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즐거움도 멈춘다. 따라서 배고픔이나 그 밖의 다른
욕망들과 즐거움들도 동시에 멈춘다. 따라서 고통들과 쾌락들[의 느낌도]
도 동시에 멈춘다. 그러나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의 소유는 동시에 멈추
지 않는다. 따라서 좋은 것들과 쾌락들은 같은 것이 아니며, 나쁜 것들과
고통도 같은 것이 아니다.
(q4.3.5.2.2.1.2.2) 좋은 것들도 행복도 그리고 이것들과 상반되는 것들인 나
쁜 것들과 비참함도 차례로 갖게 되고 각각으로부터 차례로 벗어나는 것
아니겠소? ― 전적으로 그럴 것이오. ― 그렇다면 만약 한 사람이 동시에
벗어나기도 하고 갖기도 하는 어떤 것들을 우리가 발견한다면, 그것들은 분
명히 좋은 것이거나 나쁜 것은 아닐 것이오. […] (496b9-c3) // 좋은 것
들이 즐거운 것들과 같은 것이 아니며, 나쁜 것들이 고통스러운 것들과 같
은 것도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지요. 한쪽 것들(즐거운 것-고통스러운 것)
의 경우에는 동시에 그것들을 갖기를 멈추지만, 다른 쪽 것들(좋은 것-나쁜
것)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니까요. 그러니 즐거운 것들이 좋은 것들과, 고통
스러운 것들이 나쁜 것들과 어떻게 같은 것일 수 있겠습니까?(497d6-9)
4.3.5.2.2.2 쾌락과 좋은 것의 구별(2) (497d9)
(e4.3.5.2.2.2.1) 소크라테스는 쾌락과 좋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뒷받침하
는 다른 논변을 제시한다. 논변의 골자는 이렇다. ①F인 것이 F로 불리는
것은 F가 F인 것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②쾌락과 고통은 좋은 것에도
나쁜 것에도 함께 있다. ③쾌락과 좋은 것, 고통과 나쁜 것이 같다면, 좋
은 것과 나쁜 것은 똑 같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것이 되는 데 이것
은 불합하므로 쾌락과 좋은 것은 같지 않아야 한다.
4.3.5.2.2.2.1 나타나 있음(parousia)
(e4.3.5.2.2.2.1.1) 쾌락과 좋은 것을 구별하는 소크라테스의 두 번째 논
플라톤 ?고르기아스? 85
증은 F인 것이 F로 불리는 것은 F가 F인 것에 함께 있기 때문이라는 원
리(훌륭한 자를 훌륭한 자라고 부르는 것은 훌륭한 점이 그와 함께 있기
때문이고 아름다운 자를 아름다운 자라고 부르는 것은 아름다운 점이 그
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를 먼저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q4.3.5.2.2.2.1.2) 원한다면 이런 방식으로도 살펴보시지요. 이런 방식의
고찰에서도 당신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보시죠.
훌륭한 사람들을 훌륭한 자로 부는 것은 훌륭함의 나타나 있음(parousia)
때문인가요? 이를테면 아름다움이 나타나 있는 사람들을 아름다운 이들이
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497d9-e2)
4.3.5.2.2.2.2 쾌락 ≠ 좋은 것 (497e4)
(e4.3.5.2.2.2.2.1) 소크라테스는 쾌락과 고통이 좋은 것에도 나쁜 것에도
함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①어리석은 자도 분별 있는 자도 고통스러워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②적이 물러갈 때 비겁한 자도 용감한 자도
기뻐하는 것은 같지만 비겁한 자가 더 기뻐한다. ③적이 다가오면 비겁한
자도 용감한 자도 고통스러운 것은 같지만 비겁한 자가 더 고통스러워한
다. ④분별 있는 자와 용감한 자는 훌륭한 자이고, 어리석은 자와 비겁한
자는 나쁜 자이다. 따라서 ⑤훌륭한 자와 나쁜 자는 거의 똑 같이 기뻐
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따라서 ⑥쾌락과 좋은 것(훌륭한 것)이 같다면 훌
륭한 사람과 나쁜 사람은 거의 똑 같이 훌륭하고 나쁜 것 아닌가? 여기
서 칼리클레스는 말문이 막힌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소크라테
스는 추론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4.3.5.2.2.2.3 칼리클레스의 자가당착 (498d2)
(e4.3.5.2.2.2.3.1) 자신의 말에 모순성이 폭로되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고 얼버무리는 칼리클레스에게 소크라테스는 추론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F인 것이 F로 불리는 것은 F가 F인 것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칼리클레스의 주장에 따르면 좋은 것-쾌락, 나쁜 것-고통은 같다. ⓒ기
8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뻐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것(=쾌락)이 함께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
뻐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고통스러워하는 자에게는 나쁜 것(=고
통)이 함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나쁜 자는 나쁜 자인 것이다. ⓔ따라서
기뻐하는 자는 좋은 사람이며, 고통스러워하는 자는 나쁜 사람이다. ⓕ더
많이 기뻐하는 자는 더 좋은 사람이고, 덜 기뻐하는 사람은 덜 그러하며,
똑 같이 기뻐하는 자는 똑같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분별 있는 자와 어
리석은 자, 비겁한 자와 용감한 자는 거의 똑 같이 기뻐하고 고통스러워
하거나, 아니면 비겁한 자가 더 많이 그렇다. ④, ⓔ 그리고 ⓖ로부터 ⑥
이 필연적으로 귀결된다. 이런 논리적인 귀결에 대해 칼리클레스는 표변
하여 장난삼아 건성으로 동의해 준 것뿐인데 소크라테스가 그걸 아이들
처럼 즐거워한다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쾌락들이 있는가하면 나쁜
쾌락들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되받아친다.
(q4.3.5.2.2.2.3.2) 그러면 우리가 동의했던 것에서 무슨 귀결이 나오는지
나와 함께 요약해 보시지요. 좋은 것은 두 번 세 번 말하고 살펴보는 것
이 좋다고들 하니까요. 우리는 분별 있고 용감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죠? ― 그렇습니다. ― 어리석고 비겁한 사람은 나쁜 사람
이라고 하지요? ― 물론이지요. ― 그런가 하면 기뻐하는 사람은 조흔 사
람이라고 하지요? ― 네. ―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하
고요? ― 그럴 수밖에요. ―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똑같이 고통스러워
하고 기뻐하지만, 아마도 나쁜 사람이 한층 더 그렇죠? ― 네. ― 그렇다
면 나쁜 사람은 좋은 사람과 똑같이 나쁘면서 좋게 되거나, 한층 더 좋게
되는 거지요? 만약 누군가가 즐거운 것들과 좋은 것들이 같다고 주장한다
면, 이런 귀결과 앞에서의 저런 귀결들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밖
에 없겠지요, 칼리클레스?(498e14-499b3)
4.3.5.2.3 좋은 쾌락과 나쁜 쾌락 (499b9)
(e4.3.5.2.3.1) 칼리클레스가 좋은 쾌락과 나쁜 쾌락의 구별을 당연한 듯
이 말하자 소크라테스는 일관성 없는 말 바꾸기라며 비난한다. 그렇지만
플라톤 ?고르기아스? 87
주어진 것을 선용하라는 속담에 따라 좋은 쾌락과 나쁜 쾌락을 구별하는
칼리클레스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논의를 계속한다. 좋은 쾌락과 나
쁜 쾌락을 구별한다는 것은 쾌락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며 따
라서 쾌락과 좋은 것은 구별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앞서 폴로스와의 논의
에서 소크라테스는 모든 행위는 목적 지향적이며 좋은 것이 행위의 목적
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그것을 쾌락과의 관계에 다시 적용한다.
4.3.5.2.3.1 유익한 쾌락, 해로운 쾌락 (499c8)
(e4.3.5.2.3.1.1) 어떤 쾌락들은 좋고 어떤 쾌락들은 나쁘다고 할 때, 좋
고 나쁨은 유익함과 해로움에 따라 나뉘며,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쾌락들
은 유익한 것이고 나쁜 결과(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쾌락들은 나쁜 것
이다. 좋은 결과란 행위의 목적인 좋은 것의 성취를 말한다. 고통에 대해
서도 똑 같이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쓸모 있는 쾌락들과 고통들을 선택하
고 실행해야 하며 몹쓸 것들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q4.3.5.2.3.1.2) 그렇다면 예컨대 방금 우리가 말했던 먹고 마시는 데서
얻는 육체에 따른 즐거움들을 말하나요? 이것들 가운데 육체의 건강이나
강함, 또는 다른 어떤 덕(arete)을 만들어내는 즐거움들은 좋은 것이고, 이
와 반대되는 것을 만들어내는 즐거움들은 나쁜 것이지요?(499d7-11)
4.3.5.2.3.2 좋은 것을 위한 쾌락, 쾌락을 위한 좋은 것 (499e9)
(e4.3.5.2.3.2.1) 소크라테스는 좋은 것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행해야 한
다고 말했던 폴로스와의 대화를 상기시킨다.(468b) 모든 실천의 목적은
좋은 것이고, 다른 모든 것은 좋은 것을 위해서 행해져야지 다른 것들을
위해서 좋은 것이 행해져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좋은 것들을 위해서 쾌
락들과 그 밖의 것들이 행해져야지 쾌락들을 위해서 좋은 것들이 행해져
서는 안 된다. 그리고 쾌락들 중에서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 것
인지를 가려내는 것은 기술을 가진 자의 소관이다.
8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q4.3.5.2.3.2.2)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리 ― 나와 폴로스 ―
는 좋은 것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도 그렇게 똑같이 생각하나요? 모든 실천의 목적은 좋은 것이고 그것
을 위해서 다른 모든 것들이 행해져야지 다른 것들을 위해서 그것이 행해
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 말입니다. […] (499e9-500a1)
4.3.5.2.4 좋은 것을 위한 방안, 쾌락을 위한 방안 (500a1)
(e4.3.5.2.4.1) 소크라테스는 계속해서 폴로스와의 대화를 상기시킨다.(465a)
어떤 방안들은 쾌락만을 제공할 뿐 더 좋은 것과 더 나쁜 것에 대해서는 모
르는 반면에, 어떤 방안들은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를 안
다고 앞에서 말했다. 그래서 요리는 기술이 아니라 숙달(empeiria)로서 쾌
락에 관한 방안들에 포함시켰고 의술은 좋은 것에 관한 방안들에 포함시켰
다. [소크라테스는 지금의 논의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 즉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아무렇게
나 대답하거나 장난하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칼리클레스에게 당부한
다. 그런 다음 앞서 동의했던 점을 다시 요약한다.] 좋은 것과 즐거운 것
(쾌락)은 서로 다른 것이며 이 두 가지를 획득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데, 한
쪽은 즐거운 것을 좇고 다른 쪽은 좋은 것을 좇는다.
(q4.3.5.2.4.2) 우정의 신[제우스]을 위해서라도 나를 상대로 장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당신이 생각하는 바에 거슬러서 아무렇게나 대답
을 하지도 말고, 또 내가 하는 말 역시 장난처럼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우리의 논의가 조금이라도 지각 있는 사람은 그 어떤 것인들 이것보다 더
진지하게 대할까 싶은 문제, 즉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가에 관한
것임을 당신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데모스에서 연설을 하고 수사
술을 구사하고 당신들이 현재 정치하는 그 방식으로 정치를 해서 그야말
로 사나이의 일을 행하라고 당신이 나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지, 아니면 철학하는 이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저 삶과 다른 이 삶
이 도대체 무엇인지 하는 것이지요.(500b7-c8)
플라톤 ?고르기아스? 89
4.3.5.2.4.1 의술과 요리술 (500d6)
(e4.3.5.2.4.1.1) 폴로스와의 논의에서 분명히 밝혔던 바(464e1-465a7), 요
리는 기술이 아니라 숙달인 반면, 의술은 기술이다. 의술이 기술인 것은
돌보는 대상의 본성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원인을 탐구하고 이것들
각각에 관해 설명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면에 요리술은 쾌락에
만 관심을 가질 뿐 괘락의 본성이나 원인에 대한 고찰은 하지 않는다. 상
투적인 연습(bribē)과 숙달에만 의지해서 습관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며 그렇게 해서 쾌락을 공급한다.
4.3.5.2.4.2 기술적인 활동과 아첨적인 활동 (501b2)
(e4.3.5.2.4.2.1) 요리술이나 의술 외에도 그와 같은 종류의 다른 활동들도
있다. 그 중에 어떤 것들은 기술에 따른 활동으로서 혼에 가장 좋은 것에
관한 어떤 예견(promēthia)을 갖지만, 다른 것들은 요리술의 경우처럼 오
직 혼의 쾌락에만 관심을 갖는다. 어떤 쾌락이 더 좋은지 더 나쁜지는 살
펴보지도 않고 더 좋든 더 나쁘든 상관없이 쾌락을 공급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인다. 이처럼 육체든 혼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그것의 쾌락만을 돌보
는 활동을 아첨이라고 부른다. 이런 아첨 활동은 하나의 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혼에도 해당된다. 그러니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찰하지 않고도 혼들의 무리를 동시에 즐겁게 해 줄 수가 있다.
4.3.5.2.4.2.1 아첨적인 활동들 (501d7)
(e4.3.5.2.4.2.1.1) ⑴아울로스 연주, 경연대회에서의 키타라 연주나 그와
같은 부류의 모든 것들, 가무단을 지도하는 일이나 디튀람보스를 짓는
일. 이런 것들은 관중들을 더 훌륭하게 만들어 주는 일에는 관심을 기울
이지 않고 즐겁게 해주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모든 기타라 용 노래
와 디튀람보스의 창작은 즐거움을 위해서 고안되었다. 비극의 창작 역시
목적과 관심사를 관중들을 즐겁게 하는 데만 둔다. ⑵모든 시의 창작에서
선율(melos)과 리듬(rhythmos)과 박자(metron)를 떼어내면 이야기(logos)
9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만 남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대규모 군중과 민중을 상대로 행해지는 것
이므로 시를 짓는 일은 일종의 대중 설(dēmēgoria)이다. 그것은 수사적
인 대중 설로 노예, 자유인, 남녀노소 구별 이 이루어진 민중을 대상으로
행해진다. 이런 수사술은 아첨술의 일종이다.
4.3.5.2.4.2.2 아첨적인 수사술과 훌륭한 수사술 (502d11)
(e4.3.5.2.4.2.2.1) 소크라테스는 자유민 민중들을 상대로 하는 수사술은
어떤지 묻는다. 수사가들의 연설이 시민들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
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시민들에게 영합하고 그들을
기쁘게 해주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닌지. 칼리클레스는 시민을 위해
염려하는 수사가들이 있는가 하면,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아첨하는 수사가
들이 있다고 대답한다. 소크라테스는 시민들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을 목
표로 하는 훌륭한 수사술을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런 수사술을 행한
훌륭한 수사가를 말해 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칼리클레스는 오늘날의 수
사가들 가운데서는 없지만 이전의 수사가들 중에는 있다고 하면서 테미
스토클레스, 키몬, 밀테이데스, 페리클레스를 거명한다. 소크라테스는 좋
은 욕구와 나쁜 욕구를 구별했던 논의를 상기시키며 칼리클레스의 주장
대로 어떤 욕구든 최대한으로 채우는 것이 참된 덕이라면 칼리클레스가
지목하는 사람들이 훌륭한 수사가라 할 수 있을 테지만, 그 다음 논의에
서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점[사람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욕구들은 만족시
키고, 더 나쁘게 만드는 것들은 만족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런 것은
기술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q4.3.5.2.4.2.2.2) 좋습니다. 아테네의 민중들이나 다른 나라들의 자유민 민
중들을 상대로 하는 수사술은 어떻습니까? 우리에게 이 기술이 도대체 무
엇이죠? 당신은 수사가들이 자신들의 연설로 인해 시민들이 가능한 한 가
장 훌륭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 가장 좋은 것을 위해서 언제나
연설한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이들도 시민들을 기쁘게 하는 쪽으로 매진
한다고 생각하나요? 자신들의 사적인 것을 위해서 공적인 것을 경시하고
오르지 민중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노력만으로 어린 아이들과 교제하듯이
플라톤 ?고르기아스? 91
민중들과 교제할 뿐이고, 그렇게 함으로 해서 그들이 더 훌륭하게 될지 더
못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502d11-503a2)
4.3.5.2.4.2.3 기술적 활동의 요체: 질서의 부여 (503d4)
(e4.3.5.2.4.2.3.1)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가 훌륭한 수사가로 지목하는
이전 사람들이 과연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고 하면서 기술
에 따른 활동의 본질을 언급하고 이에 준해서 훌륭한 수사가의 활동이란
어떤 것인가를 언급한다. ①참된 장인은 자신이 만들려는 작품을 머릿속에
미리 구상해 가지고 있으며 그것에 상응하는 형상(eidos)을 작품에 부여하
는 작업을 한다. ②참된 장인은 자신이 배치하는 것을 일정한 질서를 갖추
도록 배치하며, 전체가 짜임새 있게 배열되고 질서를 갖춘 것으로 구성될
때까지 하나를 다른 하나에 적합하고 잘 들어맞도록 강제한다. 몸에 관심
을 갖는 장인들인 체육 교사와 의사들도 몸이 질서를 갖추도록 조직한다.
(q4.3.5.2.4.2.3.2) 그러면 이들 중 누가 그와 같은 사람이었는지를 살펴보
면서 이런 식으로 차분하게 봅시다. 가장 좋은 것을 위해서 말하는 훌륭한
사람은 무슨 말을 하든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바라보면서 말
하겠지요? 다른 모든 장인들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
을 주목하면서 각자가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는 것들을 선택해서 아무렇
게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내는 작품이 어떤 형상(eidos)을
갖게 되도록 사용합니다.(503d6-e3)
4.3.5.2.4.2.3.1 몸과 혼의 질서: 건강, 정의와 절제 (504e7)
(e4.3.5.2.4.2.3.1.1) 짜임새 있는 배열과 질서를 갖춘 집은 쓸모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집은 나쁜 것이다. 배도 마찬가지고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
다. 그리고 혼도 그렇다. 몸 안의 짜임새 있는 배열과 질서로부터는 건강
과 몸의 다른 모든 덕이 생긴다. 혼의 짜임새 있는 배열들과 질서들에서
는 정의와 절제가 생긴다.
(q4.3.5.2.4.3.2.3.1.2) […] 나는 몸의 짜임새 있는 배열들에는 ‘건강
9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한’(hy- gieinon)이란 이름이 주어지며, 그것으로부터 건강(hygieia)과
몸의 다른 모든 덕(aretē)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가 하면 혼의
짜임새 있는 배열들과 질서들에는 ‘법을 지키는’과 ‘법’이라는 이름이 주어
지는데, 이로부터 [사람들은] 법을 지키는 자들이 되고 질서 있는 자들이
됩니다. 이것들은 정의와 절제입니다.(504c7-d3)
4.3.5.2.4.2.3.2 훌륭한 수사가의 활동: 혼의 덕을 위한 활동 (504c5)
(e4.3.5.2.4.2.3.2.1) 훌륭한 수사가[연설가]는 기술을 가진 자로서 정
의와 절제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하는 말과 모든 행동을 혼에 적용한다. 어
떻게 하면 시민들의 혼에 정의는 생기고 불의는 제거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절제는 생기고 무절제는 제거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밖의 다른 덕은 생기
고 나쁜 것들(악덕)은 없어질 수 있는지를 늘 염두에 두면서 행동을 한다.
4.3.5.2.4.2.3.3 쾌락[욕구]의 통제와 교정
(e4.3.5.2.4.2.3.3.1) ①아프고 나쁜 상태에 있는 몸에 가장 맛있는 먹거리
를 주는 것은 아무 유익이 안 된다. 나쁜 상태의 몸을 가지고서는 나쁜
삶을 살 수 밖에 없어서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건
강한 사람에게는 욕구를 채우는 것 [마음껏 먹고 마시는 것]을 허용하지
만 환자에게는 허용하지 않는다. 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혼이 어리석
고 무절제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불경건한 한에서는 욕구들을 금해야한다.
②혼을 더 좋게 만드는 것 외에 다른 것은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 ③혼
이 욕구하는 대상들을 멀리하게 하는 것은 혼을 바로잡는 것이다. ④바
로잡는 것이 혼에게는 무절제(akolkasia)보다 더 좋은 것이다.
4.4 소크라테스의 마무리 논의 (505c5)
(e4.4.1) 칼리클레스가 동의하기를 거부하자 소크라테스는 교정 받는 것
플라톤 ?고르기아스? 93
을 견디지 못한다고 질책한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전혀 관심이 없지
만 고르기아스를 위해서 대답했을 뿐이라고 맞선다. 소크라테스는 논의를
중간에서 그만두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니 끝까지 마무리 지을 것을 촉구
하고, 칼리클레스는 논의를 그만두든가 아니면 혼자서 묻고 답하면서 진
행하라고 대답한다. 할 수 없이 소크라테스는 혼자서 자문자답하기로 하
고 한 가지 당부를 해 둔다. 지금 논의 중인 문제에 대해서 무엇이 참이
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한다. 논의의 궁극적
인 문제는 어떤 삶이 행복한가이므로 이 문제가 분명해지면 모두에게 좋
은 일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논의를 통해서
살펴보는 과정에서 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논박해 달라고 주문한다. 언
제나 그렇듯이 소크라테스 자신은 알고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대화자들
과 공동 탐구를 하고 있는 입장이며 그래서 의미 있는 반박임이 분명하
다면 받아들이겠다는 말과 함께 논의를 끝까지 마무리한다는 조건을 덧
붙이며 그렇지 않으면 논의를 그만 두겠다고 하자, 고르기아스가 나서며
논의를 계속하기를 권한다.
4.4.1 이전 논의의 개괄
(e4.4.1.1) 소크라테스는 지금까지 논의에서 자신이 주장하고 자했던 바
를 개괄한다.
4.4.1.1 좋음(훌륭함)과 탁월함(덕) (506c4)
(e4.4.1.1.1) ①즐거운 것(쾌락)과 좋은 것(훌륭한 것)은 같지 않으며, 즐거
운 것은 좋은 것을 위하여 행해져야 한다. ②즐거운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있을 때 우리가 즐거워지는 그런 것이고, 좋은 것(훌륭한 것)은 그것이 우
리에게 있을 때 우리가 훌륭하게 되는 그런 것이다. ④우리가 훌륭한 것도
다른 모든 좋은 것들이 좋은 것도 탁월함(aretē)이 같이 있을 때이다.
9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4.4.1.2 탁월함(덕)과 질서 (506d4)
(e4.4.1.2.1) ⑤도구든 육체든 혼이든 살아있는 어떤 것이든 각각의 탁월
함은 아무렇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각각에게 할당되는 짜임
새 있는 배열(taxis)과 올바름(orthotēs)과 기술(technē)을 통해서 그렇게
된다. ⑥각 사물의 탁월함은 짜임새 있는 배열에 따라 배치되고 질서를
갖춤으로서 성립하는 것이다. ⑦따라서 있는 것들 각각을 훌륭하게 만드
는 것은 각자 안에 생기는 각자의 고유한 어떤 질서(kosmos)이다. ⑧따
라서 자신의 질서를 갖고 있는 혼이 무질서한 혼보다 더 훌륭하다. ⑧질
서 있는 혼은 절제가 있다. ⑨절제 있는 혼은 훌륭한 혼이다.
4.4.1.3 절제-정의-경건-용기 (507a5)
(e4.4.1.3.1) ①절제 있는 혼과 반대되는 것을 겪은 혼은 무절제한 혼이
며 나쁜 혼이다. ②절제 있는 자는 신들과 사람들에 대해서 합당한 것들
을 실천한다. ③그렇다면 그는 인간들에 대해서 정의로운 것들을 실천하
는 것이고 신들에 대해서는 경건한 것들을 실천하는 것이다. ④정의로운
것들과 경건한 것들을 실천하는 자는 정의롭고 경건할 수밖에 없다. ⑤나
아가 그는 용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물이든 사람이든 즐거움이든
고통이든 마땅히 피하거나 좇아가야 할 것들을 피하거나 좇아가며 마땅
히 그렇게 해야 하는 곳에 남아서 버티는[견디는] 것이 절제 있는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4.4.1.4 절제와 행복 (507c1)
(e4.4.1.4.1) ⑥절제 있는 사람은 정의롭고 용감하며 경건하기 때문에 완
벽하게 훌륭한 사람이다. ⑦훌륭한 사람은 무엇을 행하든 훌륭하게 잘 행
한다. ⑧잘 행하는 사람은 복되고 행복한 자이다. ⑨그러나 악하고 못된
행위를 하는 자는 무절제한 자이며 불행한 자이다. 이것이 참이라면, 행
복하기를 원하는 자는 절제를 추구하고 무절제는 피해야 하며 벌 받을
플라톤 ?고르기아스? 95
일이 없도록 최대한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벌을 받을 필요가 있
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루고 벌을 받아야 한다. 개인이든 나라든 복된 자
가 되려는 사람에게 정의와 절제가 함께 있게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렇게 되도록 실천해야 한다.
4.4.1.5 절제-질서, 방종-무질서
(e4.4.1.5.1) ①방종한 자는 사람에게든 신에게든 호감을 사지 못한다.
방종한 자에게는 함께 함(koinōnia)이 속에 없고 그래서 우정(philia)이 없
다. ②현자들의 말에 따르면 하늘과 땅과 신들과 인간들을 결속하는 것은
함께 함, 우정, 질서 있음, 절제, 정의로움이다. ③그들이 이 우주 전체를
질서(kosmos)라고 부르고 무질서나 방종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바로
이것들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가 이것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칼리클레스는 현명함에도 불구하고 기하학의 균등이
신들 사이에서나 인간들 사이에서나 대단한 능력을 갖는다는 것을 간과
하고 탐욕(pleonexia)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하학에 무관심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4.4.1.6 논의의 귀결 (508b1)
(e4.4.1.6.1) 행복한 사람들의 행복은 정의와 절제의 소유에 기인하는 것
이며, 불행한 사람들의 불행은 나쁨(악덕)의 소유에 기인한다는 자신의
주장이 참이라면 폴로스, 고르기아스, 칼리클레스와의 논의에서 이끌어
냈던 귀결들은 참이었음이 분명해진다. 불의를 행한 자는 누구든 고발해
야 하며 수사술은 이를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딸린 귀결들, 그
리고 폴로스가 부끄러워서 동의했다고 칼리클레스가 생각했던 것, 즉 불
의를 저지르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그만큼 더 나쁘
다는 것도 참이다. 그리고 고르기아스가 부끄러움 때문에 동의했다고 폴
로스가 주장했던, 장차 올바르게 수사술에 능한 자가 되려 하는 사람은
9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정의로워야 하며 정의로운 것들에 정통해야 한다는 것도 참이다.
4.4.2 칼리클레스의 충고에 대한 대답 (508c4)
(e4.4.2.1) 소크라테스는 앞서 칼리클레스가 했던 충고(485e3)를 상기시
킨다. 칼리클레스는 철학을 하게 되면 세상 물정에 어두워져서 자신은 물
론이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없을뿐더러 극단적인 경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게 되어도 자신을 구제할 능력이 없게 된다고 비난하며 그런 철
학에 종사하기 보다는 입신양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라고 충고했다.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의 그런 비난이 과연 옳은지를 살펴보자고 하면
서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주장을 다시 내 놓는다. 가장 부끄러운 일은
얼굴을 얻어맞는 것도 몸이 잘리고 돈 주머니가 잘리는 것도 아니고 오
히려 그런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부끄럽고 더 나쁜 일이라는 것. 요컨대
더 나쁘고 더 부끄러운 것은 불의를 당하는 자에게가 아니라 불의를 행
하는 자에게 있다는 것. 소크라테스는 이 주장은 이미 앞에서 무쇠와 금
강석 같이 탄탄한 논변을 통해서 확립되고 매듭지어졌기에 누군가가 이
것을 와해시키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하면서, 사정이 이러하다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인가를 묻고 칼리클
레스가 생각하는 도움의 방법을 비판한다.
4.4.2.1 불의에 대한 대책 (509c7)
(e4.4.2.1.1)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면 사
람은 무엇을 갖추어야 자신을 도울 수가 있으며, 그리하여 불의를 행하지
않는 데서 얻는 이득과 불의를 당하지 않는 데서 얻는 이득을 모두 가질
수 있을까? 불의를 당하지 않으려면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야 한다. 그런데 불의를 행하지 않으려면 원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그럴 수 있는 어떤 능력과 기술을 갖추어야 하는 것인가? [여기
서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에게 아무도 불의를 행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플라톤 ?고르기아스? 97
불의를 행하는 사람은 모두 본의 아니게 불의를 행한다는 데 폴로스와
함께 동의했던 것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는지 아닌지 왜 대답하지 않았느
냐고 다그친다. 칼리클레스는 논의를 끝까지 마무리 짓기 위해서 그렇다
고 해 두자고 한다.] 그렇다면 불의를 행하지 않기 위해서 역시 그렇게
할 수 있는 힘과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칼리클레스의 주장대로라면 불
의를 당하지 않는 방책은 무소불위의 힘(권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권력을 가지려면 나라에서 통치자 노릇이나 참주노릇을 하거나 그런 정
치권력에 협조하는 자[동료]이거나 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 것이 불의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q4.4.2.1.2) 부정한 짓을 하는 것의 경우는 어떨까요? 부정한 짓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한가요? 그가 부정한 짓을 하지 않
을 테니까요. 아니면 그것에 반해서 모종의 능력과 기술을 준비해야 합니
까? 그것들을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그가 부정한 짓을 할 테니까 말입니
다. 칼리클레스, 왜 당신은 나와 폴로스가 앞의 논의들에서 동의할 수밖
에 없었던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아닌지, 바로 그 점을 내게 대답해 주
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부정한 짓을 하기를 원하지 않고 부정한 짓을 하
는 사람들은 모두 본의 아니게 부정한 짓을 한다고 우리가 동의했을 때
말입니다.(508d6-e7)
4.4.2.1.1 참주를 닮아 권력을 얻는 방법 (510b2)
(e4.4.2.1.1.1) 소크라테스는 정치권력의 협조자(참주의 친구)가 되는 길
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가능한 가
장 가까운 친구 관계는 옛 현인들이 ‘비슷한 자는 비슷한 자끼리’라고 말
할 때의 그것이다. 난폭하고 배우지 못한 참주가 통치하는 나라에서 참주
는 자신보다 훨씬 더 훌륭하거나 열등한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참
주의 친구가 될 만한 사람은 같은 성품을 가지고 있고 같은 것을 비난하
거나 칭송하며 그에게 통치 받고 복종하기를 바라는 자 뿐이다. 이 사람
9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은 나라에서 큰 힘을 가질 것이고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그에게 불의를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참주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큰 영향력을 갖
고 누구에게서도 불의를 당하지 않는 길은 젊어서부터 바로 주인인 참주
와 같은 것들을 즐거워하거나 슬퍼하는 데 익숙하도록 자신을 습관화시
키고 될 수 있는 대로 참주와 닮도록 자신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은 불의를 당하지는 않을 지라도 정반대로 불의를 가능한 가장 많이
행할뿐더러 불의를 행하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득
이 아니라 가장 나쁜 것을 가져다준다고 소크라테스는 지적한다.
(q.4.4.2.1.1.2) 그렇다면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도 성취하게 되나요?
아니면 부정의한 통치자와 닮은 자가 되어 이 사람 곁에서 큰 힘을 갖게 된
다면, 그런 성취는 거리가 먼 일인가요? 오히려 정반대로 그런 식의 갖춤은
가능한 한 많은 불의를 저지를 수 있으며 불의를 저지르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있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므로 가장 크게 나쁜 것
이 그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주인을 닮음으로 인해서 그리고 그의 힘으로
인해서 그의 혼이 사악해지고 불구가 된 자에게 말입니다.(510e4-511a3)
4.4.2.1.2 목숨을 보존해주는 기술의 습득 (511a4)
(e4.4.2.1.2.1) 부정의한 참주를 닮아 권력을 갖는 것이 불의에 대한 최
악의 대처 방법이라는 귀결에 대해서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가 논의를
매번 뒤집어 놓는다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참주를 닮아 권력을 갖는 자는
그렇지 못한 자를 마음대로 죽이거나 재산을 빼앗을 수 있다는, 그래서
그것이 이득이라는 입장을 고집한다. 칼리클레스와 폴로스가 줄곧 내세우
는 이런 입장이 일반 대중들 사이에 널리 지지를 받는 것이기는 하나 소
크라테스는 자신의 입장에서 그것은 악한 자가 훌륭한 자를 죽이는 행위
라고 비판한다. 이에 칼리클레스는 불의를 당한다는 관점에서 ‘분통터지
는 일’이라고 맞장구치고, 소크라테스는 불의를 행하게 된다는 관점에 참
주적인 권력을 갖는 것(그래서 사람을 마음대로 죽이는 것)이 지각 있는
사람이 할 일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불의에 대한 대책이 죽임을
플라톤 ?고르기아스? 99
당하지 않고 오래 살기 위한 방책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래서 위험에서
구해주는 기술들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수사술이 그런 기술인지를 묻
고 칼리클레스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q.4.4.2.1.2.2) 그게 아니면 사람은 최대한 오래 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며 그래서 언제나 우리를 위험들로부터 구해내는 이 기술들 ― 당신이
내게 익히라고 명했던 것과 같은 기술. 즉 재판정에서 [우리를] 구해내 주
는 수사술 ― 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511b7-c3)
4.4.2.1.2.1 단순한 목숨의 보존은 별 의미가 없다 (511c8)
(e4.4.2.1.2.1.1) 소크라테스는 목숨의 보존과 관련은 있으나 그런 이유로
큰 가치를 지니지는 않는 기술들을 예로 들며 칼리클레스의 주장을 비판
한다. 수영에 대한 지식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는 마찬가지만 경건
한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사소하지 않은 예를 들어보자. 조타술은
수사술처럼 사람들의 혼만이 아니라 몸과 재산도 구해 준다. 이 기술은
법정 변론술과 같은 일을 해내는 데도 굉장한 것을 해내는 양 폼을 잡거
나 티를 내지 않는다.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준 대가치고는 별로 많은 삯
[뱃삯]을 받지도 않고, 그 일을 해낸 선장은 배에서 내려서 유별나게 행
동하지도 않는다. 그는 승객들이 바다에 빠져 익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어떤 이득을 보았거나 해를 입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을 헤아릴 줄
알기 때문이다. 승객들의 몸이나 혼이 배를 타고 항해하는 동안 더 나아
지거나 나빠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승객이 몸에 불치
의 위중한 지병을 앓고 있고 [안전한 항해로 인해서] 익사하지 않았다면,
그는 죽지 않았기 때문에 병든 몸으로 계속 살아야 하므로 비참한 것이
고 따라서 안전한 항해로 인해 아무런 득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
다. 또 혼에 불치의 질병을 많이 지닌 승객이 있어서 그런 자는 살아서
는 안 된다고 볼 때, 안전한 항해로 인해 그의 삶이 보존된다는 것은 그
에게 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혼이 악한 사람은 악하게 살 수밖에 없으
므로 죽는 것만 못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선장이 우리를 안전하게 바다
10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를 건너게 해주어서 생명을 보존해 주었다고 해서 티를 내어서는 안 되
는 것이다.
(q.4.4.2.1.2.1.2) 왜냐하면 육체들과 혼들이 배에 탔을 상태보다 더 나은
상태로 그들이 배를 내린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바다에 던져지
지 않게 함으로써 같이 배를 탔던 사람들 중 어떤 이들에게 이익을 주었고
어떤 이들에게 해를 주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헤아리는 법을 알
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는 만약에 육신이 불치의 위
중한 지병에 걸려 있는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 숨 막혀 죽지 않는다면,
그는 죽지 않아서 불행할 것이고 그에게서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했다고
할 것이고, 반면에 어떤 사람이 육신보다 더 값있는 것, 즉 혼에 불치의 많
은 질병을 갖고 있다면, 이 사람은 살아야 하고 그는 바다에서든 재판정에
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든 구해 주어서 이 사람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고 헤
아리는 것이 아니라, 못 쓸 사람은 사는 것이 더 낫지 않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잘못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511e6-512b1)
4.4.2.1.2.2 생존만을 위한 노력은 탁월함이 아니다 (512c1)
(e4.4.2.1.2.2.1) 병기 제작자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선장이나 장군 등
다른 누구 못지않게 사람들을 구해 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나라 전
체를 구할 수도 있다. 칼리클레스는 그를 법정 변론가보다 못하다고 생각
하겠지만, 그 사람 자신은 칼리클레스가 폈던 논리로 자신의 기술이 다른
어떤 기술들보다 가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칼리클레스가 자신의 일을
칭송하는 논리로는 그를 깔보고 업신여기길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칼리
클레스가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란 자신과 자신의 재산을 구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탁월함이다. 그렇다면 병기제작자든 의사든 삶의 보존을 위해
산출된 어떤 기술도 칼리클레스가 비난하거나 얕잡아 볼 이유가 없고 그
렇게 하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리클레스가 자
신의 기술에 비해 병기제작 같은 기술을 하찮게 여겼던 것처럼 어떤 기
술이 다른 기술보다 더 가치 있고 훌륭하다면 그 훌륭함은 단순한 삶의
보존에 있는 것이 아니다.
플라톤 ?고르기아스? 101
(q4.4.2.1.2.2.2) 하지만, 복된 이여, 구해 주고 구함을 받는 것 말고 고귀
하고 훌륭한 다른 어떤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보십시오. 적어도 참된 사
람은 [얼마가 됐든]일정 정도의 시간을 사는 것은 무시해야하고 삶에 애
착을 가져서는 안 되니까요. 오히려 그는 이것에 관해서는 신에게 맡기고
정해진 운명은 어느 한 사람도 벗어날 수 없다는 여자들의 말을 믿고, 그
다음 것, 어떻게 해야 그에게 주어진 삶의 기간 동안 가능한 가장 훌륭하
게 살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512d7-e5)
4.4.2.1.3 민중으로부터 권력을 얻는 방법 (513a1)
(e4.4.2.1.3.1) 소크라테스는 단순한 삶의 보존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최
대한 훌륭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방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치에
입문한 칼리클레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 칼리클레스가 민중의 호감을
사서 나라에서 큰 힘을 가지려면 정치 체제에 자신을 동화시키고 그렇게
해서 민중과 최대한 동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칼리클레스가 정말로 아테네
의 민중과 친해지려면 흉내꾼이 아니라 본성에서 우러나는 방식으로 자연
스럽게 그들과 닮아야 한다. 그래서 칼리클레스의 선생은 정치가를 지망하
는 칼리클레스를 민중이 즐거워하는 연설을 해 줄 수 있게끔 수사가로 만
들어 줄 것이다. 민중은 자신들의 품성에 맞는 연설을 하면 즐거워하지만
그렇지 않은 연설을 하면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
의 말이 훌륭해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민중에 대한 사랑이 칼리클레스의 혼 안에 있어서 저항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문제를 더 살펴보면 믿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q4.4.2.1.3.2) 그러므로 누구든 당신을 이들[민중]과 가장 닮게 만들어
주는 그 사람은 당신이 정치가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당신을 정치가이자 수
사가로 만들 겁니다. 왜냐하면 [청중들] 각자는 연설이 자신들의 성품
(ēthos)에 맞게 행해지면 즐거워하지만, 다른 성품에 맞게 행해지면 괴로
워하기 때문입니다. […] (513b7-c5)
10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4.4.2.2 참된 정치가의 모습
4.4.2.2.1 정치활동의 목적: 나라와 시민들의 개선 (513d1)
(e4.4.2.2.1.1) 소크라테스는 앞서 육체와 혼을 구별하고 각각을 돌
보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이 둘이라고 말했던 것을(501b2-c7) 상기시킨
다. 하나는 쾌락을 위해 몸과 교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훌륭한
[좋은 것] 것을 위해 쾌락과 싸우면 혼과 교제하는 것이다. 쾌락을 위한
것은 출생이 천하고 아첨에 불과하지만, 다른 편의 것은 육체든 혼이든
가장 훌륭하게 되도록 돌본다. 따라서 우리가 나라와 시민들을 돌보는
방식은 후자의 방식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물을 추구하는 자든
사람들의 지배자가 되려고 권력을 추구하는 자든 아름답고 훌륭한 생각
을 가져야한다.
(q4.4.2.2.1.2) 그렇다면 우리는 시민들 자신을 가장 훌륭하게 만드는 방
식으로 나라와 시민들을 돌보려는 시도를 해야겠지요? 우리가 이전의 논
의에서 알게 되었듯이 그렇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훌륭한 일을 해주더라
도 전혀 소용이 없으니까요. 많은 재물이나 어떤 사람들을 다스리는 권리
나 또는 다른 어떤 권력이든 잡으려는 사람들의 생각(dianoia)이 아름답고
훌륭하지 않다면 말입니다. 사실이 그렇다고 말해야겠지요?(513e5-514a3)
4.4.2.2.2 정치가의 자격 (514a5)
(e4.4.2.2.2.1) 공무를 맡고자 한자면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 검증해
봐야 한다. 이를테면 공공 건축물의 건축을 맡으려 할 때는 건축술에 정
통한지 그리고 그 기술을 가르친 선생이 누구인지를 살펴야 하고, 어떤
건축물이든 사적으로 지어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이 아름다웠
는지 흉했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그 결과 가르친 선생들이 훌륭하고 명
성이 높았으며, 선생과 함께 짓거나 단독으로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
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면 공적인 일을 맡아도 된다. 다른 일들도 마찬
가지다. 의사 일을 하라고 권할 때, 먼저 자기 몸의 건강 상태가 어떤가
를 점검하고, 누구든 병을 고친 경력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요컨대 공적
플라톤 ?고르기아스? 103
인 어떤 일을 맡으려면, 개인적으로 해당 기술에 관련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한 경험이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잘못된 점을 시정해 나
가면서 해당 기술을 충분히 훈련한 상태여야 한다. 그러기도 전에 공적인
일을 맡는 것은 어리석고 몰지각한 일이다. 그것은 속담처럼 술항아리에
서 도자기 기술을 배우려고 덤벼드는 격이다. 이렇듯 칼리클레스도 검증
을 받아야 한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칼리클레스는 이제 막 공적인 활
동을 시작했고 앞서 소크라테스에게 공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
했기 때문이다.
(q4.4.2.2.2.2) 그렇다면 칼리클레스, 우리가 공무를 맡아 보고자 할 때 서
로에게 공적인 일들 가운데 건축 ― 가장 큰 건축물인 성벽, 조선소, 신전
들의 건축 ― 을 맡으라고 권할 경우에, 앞서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살펴
봐야 하며 우리가 그 기술, 즉 건축술에 정통한지 아닌지, 그리고 누구에
게서 그것을 배웠는지를 먼저 검토해야겠지요? […] 다시 두 번째로 우리
가 이전에 언젠가 어떤 건축물을 사적으로 친구들 가운데 누군가를 위해서
든 우리 자신의 것이든 지었는지, 그리고 이 건축물이 아름다웠는지 흉했
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생들은 훌륭하고 명성이 높았
으며, 우리는 아름다운 많은 건축물들을 선생님들과 함께 짓기도 했고, 우
리가 선생들을 떠난 후에 사적인 많은 건물들을 짓기도 했다는 것을 우리
가 살펴보고 알았다면 ― 우리가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고 있다면, 공적인
일에 뛰어드는 것은 지각 있는 우리들의 일이 될 것입니다.(514a5-c3)
4.4.2.2.2.1 예전 아테네 정치가들에 대한 검증 (515a1)
(e4.4.2.2.2.1.1) 정치 활동에 막 입문한 칼리클레스도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 검증받아야 한다면서 소크라테스는 그가 시민들 중 누구를 더 훌
륭하게 만든 이력이 있는지를 묻자 칼리클레스는 호전적인 질문이라고
받는다. 소크라테스는 단순한 호승심에서가 묻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정
치활동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정치활
동을 하는 목적이 시민들을 훌륭하게 되도록 만드는 데 있음을 강조하며
칼리클레스가 지목했던 사람들[페리클레스, 키몬, 밀티아데스, 테미스토
10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클레스]이 그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훌륭한 정
치가였다면 그들 각자는 시민들을 더 못한 자가 아닌 더 훌륭한 자로 만
들었을 텐데 과연 그런가? 소크라테스는 페리클레스가 아테네인들을 더
훌륭하게 만들었는지를 묻고 칼리클레스는 ‘아마도’라고 자신 없는 대답
을 하자 논의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그가 훌륭한 시민이었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단언한다.
4.4.2.2.2.1.1 페리클레스 (515e1)
(e4.4.2.2.2.1.1.1) 소크라테스는 페리클레스의 업적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하나는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인데, 페리클레스가 처
음으로 아테네인들에게 임금 고용제를 시행해서 그들을 게으르고 겁 많
고 수다스럽고 돈을 좋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인이
분명히 알고 있는 이야기로, 처음에 페리클레스는 명성을 얻었고 아테네
인들도 자신들이 더 나쁜 상태에 있었음에도 투표로 그에게 수치스러운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페리클레스의 생애 만년에 그들이 그로
인해서 훌륭해졌을 때 그에게 절도죄를 투표로 결정했고 사형을 선고하
기에 이르렀다. 그가 교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칼리클레스는 페
리클레스가 나쁜 사람이어서 그렇게 된 것인지 반문하자 소크라테스는
가축을 돌보는 자의 비유를 설어서 설명한다. 비유에 따르자면 페리클레
스가 나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아테네인들의 나쁜 성격이 처음에는 잠재
해 있다가 그의 만년에 표출된 것이다. 어쨌든 페리클레스가 훌륭한 정
치가라면 그로 인해서 아테네인들의 나쁜 성격이 교정되어서 더 정의로
워졌어야 했다. 성격을 교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아테네인들이 처
음보다 더 정의롭지 못한 모습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훌륭
한 정치가가 아니다.
(q4.4.2.2.2.1.1.2) 당나귀나 말, 황소를 돌보는 자가 그것들을 넘겨받을 때
는 자신을 걷어차지도 들이받지도 물지도 않았는데 그것들의 야생성으로
인해 그런 모든 짓을 하게 했다면, 그는, [가축을 돌보는] 그런 자에 불과
플라톤 ?고르기아스? 105
한데도, 어쨌든 나쁜 자로 여겨졌을 테지요. 아니면 당신은 어떤 동물이
든 더 온순한 것들을 넘겨받아서 넘겨받았을 때보다 야생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사육자는 누구든 나쁜 자라고 생각하나요?(516a5-b2)
4.4.2.2.2.1.2 키몬과 테미스토클레스 (516d5)
(e4.4.2.2.2.1.2.1) 키몬과 테미스토클레스도 아테네인들로부터 똑같은 수
난을 겪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훌륭한 정치가가 아니다. 따라서 아테
네에서 현재도 그렇고 이전에도 훌륭한 정치가는 없었다. 따라서 만약 이
들이 수사가라면, 참된 수사술을 사용하지도 못한 것이고 아첨술도 사용
하지 못한 것이라고 소크라테스는 결론짓는다. 칼리클레스는 그래도 그들
이 요즘 사람들보다 더 뛰어났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그들
이 더 뛰어났다는 것은 결국 나라가 욕구하는 것들을 제공할 능력이 더
컸다는 것일 뿐 그 욕구들을 잘 다스려서 시민들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고 그것들에 굴복했다는 점에서는 요즘 사람들과
차이가 없다고 진단한다.
(q4.4.2.2.2.1.2.2) 다시 키몬에 대해서 내게 말해 주시죠. 그가 보살폈던
이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를 10년 동안 듣지 않기 위해서 그를 도편추방하
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테미스토클레스에게도 이와 똑같은 짓을 해서 가
중 처벌로 추방하기까지 했지요? 그들은 마라톤에 살던 밀티아데스를 구
덩이에 처넣도록 표결했지요? 평의회 운영위원직(prytanis) 때문이 아니라
면 그가 구덩이에 빠졌겠습니까? 그렇지만 당신 주장대로 이들이 훌륭한
사람들이었다면 그런 일들은 결코 겪지 않았을 테지요.(516d5-e3)
4.4.2.2.2.2 소크라테스적인 원칙에 따른 평가 (517c7)
(e4.4.2.2.2.2.1) 소크라테스는 이전 정치가들을 평가하는 데서도 칼리클
레스가 다른 입장에서 대답하고 있으며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채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 칼리클레스는 선박이나 조선소,
성벽 같은 것들을 많이 공급하고 지어주는 것을 훌륭한 정치활동으로 보
106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지만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그것은 욕구를 더 많이 충족시켜주는 일에 불
과한 것이다. 그 보다는 오히려 욕구를 다스려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어 가야 한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일관된 생각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입장을 논의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려
는 의도로 혼과 몸을 구별하고 각각에 관여하는 활동들이 어떻게 다른가
를 설명했는데, 여기서 다시 그것을 재확인하며 정리한다.
4.4.2.2.2.2.1 욕구를 위한 기술과 덕을 위한 기술 (516c8)
(e4.4.2.2.2.2.1.1) 몸과 관련 있는 활동은 봉사술(diaknoiē)로 몸이 필요
한 것들(먹을 것, 마실 것, 옷, 신발 등)을 공급한다. 이 활동에 관여하
는 자는 상인(소매, 도매[무역])이거나 장인(곡물 생산자, 요리사, 직조
공, 제화공, 제혁공)이다. 이들이 참으로 몸을 돌보는 자는 아니다. 체육
술과 의술이 참된 의미에서 몸을 돌보는 기술이다. 몸이 필요로 하는 것
(먹을 것, 마실 것) 중에서 몸의 탁월함(aretē)에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지만 다른 기술들은 모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이 기술들만이 다른 기술들을 다스리고 그들의 성과를 이용할 자
격이 있다. 이 기술들은 다른 기술들의 주인이고 다른 기술들은 예속적
인 것이다. 혼과 관련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4.2.2.2.2.2 욕구에 봉사하는 정치가의 활동 (518a7)
(e4.4.2.2.2.2.2.1) 칼리클레스는 욕구에 봉사하는 기술과 덕을 위한
기술의 구별을 이해하고 있기라도 한 듯 동의를 하면서도 나라의 훌륭한
시민들로서 선박, 성벽, 조선소 등을 시민들에게 더 많이 만들어 준 정치
가들을 지명하는데, 이것은 상인이나 장인을 몸을 참으로 돌보는 사람으
로 여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상인이나 장인들은 몸의 욕구들을 충족
시켜주는 활동을 하는 자들이며 몸을 제대로 돌보는 자들이 아니다. 그
렇듯 칼리클레스가 지목하는 정치가들도 욕구에 봉사하며 욕구를 충족시
켜주는 일을 했을 뿐 욕구와 관련해서 훌륭하고 좋은 것을 전혀 이해하
플라톤 ?고르기아스? 107
지 못하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공적인 일을 맡게 되면 사람들의 배를
채우고 몸을 살지게 해서 칭송을 받겠지만 사실은 원래의 몸마저 망쳐
놓는 것이다.
(q4.4.2.2.2.2.2.2) 그렇다면 동일한 이것들이 혼에도 적용된다고 내가 말
할 때 당신은 이해하는 듯이 보이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듯 동
의합니다. 그러나 잠시 후에 당신은 나라에 아름답고 훌륭한 시민인 사람
들이 있었다고 말하기에 이르고, 내가 어떤 이들이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마치 체육적인 것들에 관해서 어떤 이들이 몸의 훌륭한
돌봄이었는지 또는 훌륭한 돌봄이 인지 내가 물었을 때 당신이 내게 아주
진지하게 제빵사 테아리온과 시실리의 요리법에 관한 책을 쓴 미타아코스
와 소매상인 사람보스를 말한 것처럼, 정치적인 일과 관련해서 이와 비슷
한 사람들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이들이 몸의 놀라운 돌봄이었
다고, 한 사람은 놀라운 빵들을 마련하고 다른 한 사람은 고기 요리를 나
머지 한 사람은 포도주를 마련했다고 말했지요.(158a7-158c1)
4.4.2.2.2.2.3 시민들의 잘못된 칭찬과 비난 (518d2)
(e4.4.2.2.2.2.3.1) 봉사를 받는 사람들은 그런 사정을 잘 몰라서 그들을
질책하지 못한다. 그들은 포식(飽食)이 당장은 만족을 주기 때문에 배를
채워 주었던 자들을 칭찬하지만 시간이 지나 병이 났을 때는 우연찮게
곁에 있다가 충고 해 주는 사람들을 탓하고 비난한다. 소크라테스는 칼리
클레스가 꼭 이와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칼리클레스는 아테네
인들에게 성찬을 베풀어서 즐기게 해주는 사람들을 칭송한다. 이들은 나
라를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자처하나 실은 자신들이 나라를 병들게 했다
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들은 절제와 정의에 대한 고려 없이 나라를 항
구, 조선소, 성벽, 공물(供物) 등의 하찮은 것들로 채웠다. 병적인 상태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곁에 있는 조언자들은 탓하고 질병의 장본인이었던
자들(테미스토클레스, 키몬, 페리클레스)은 칭찬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에게도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q4.4.2.2.2.2.3.2) 이번에는 이들이 미숙함으로 인해서 질병들과 원래 살
108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을 잃게 된 원인이라고 성찬을 베푸는 자들을 탓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
히려 그들은, 이전의 포만이 건강과 상관없이 주어졌던 까닭에 한참 후에
그것이 자신들에게 질병을 가져오기에 이르렀을 때, 때마침 곁에 있다가
자신들에게 뭔가 충고를 하는 사람들을 탓하고 비난하면서 할 수만 있다
면 그들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 것입니다. 반면에 나쁜 것들의 원인이었던
이전의 저 사람들을 칭찬할 것이고요.(518d2-9)
4.4.2.2.2.2.3.1 소피스트와 정치가들의 항변 (519b3)
(e4.4.2.2.2.2.3.1.1) 정치가들이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불의를 저지른
자로 취급하게 되면 그들은 불평을 하고 화를 낸다. 나라에 좋은 일을 많
이 했는데도 부당하게 나라가 자신을 파멸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항변은
거짓이다. 나라의 어떤 지도자도 자신이 지도하는 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
할 수는 없다. 정치가로 자처하는 자들 뿐 아니라 지혜로운 자로 자처하
는 소피스트들도 마찬가지다. 소피스트들은 자신들이 덕[탁월함]의 선생
이라고 공언하면서도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부당한 짓을 한다고 학생들을
종종 고발한다. 학생들이 자신들에게서 은혜를 입었는데도 보수를 떼먹
고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말이 안 된다.
(q4.4.2.2.2.2.3.1.2) 소피스트들도 그 밖의 것들에는 지혜로우면서
터무니없는 이런 짓을 하거든요. 그들은 자신들이 덕[탁월함]의 선생이라
고 공언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부당한 짓을 한다고 해서 학생들을 종종 고
발합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에게서 은혜를 입었는데도 보수를 떼먹고 다른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선생으로 말미암아 부정의
는 멀리하게 되고 정의는 갖게 되어 훌륭하고 정의로워진 사람들이 자신
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불의를 저지른다는 이 주장보다 더 말이
안 되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519c4-d4)
4.4.2.2.2.2.3.1.1 항변의 모순성
(e4.4.2.2.2.2.3.1.1.1) 소크라테스는 이들의 항변이 담고 있는 모순
성을 딜레마 형식으로 드러낸다. 만약 그들의 비난이 옳다면 학생들을
플라톤 ?고르기아스? 109
잘못 가르친 것이 되고(정치가의 경우는 시민들을 훌륭하게 만들어 주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만약 제대로 가르쳤다면 수업료(보답)를 받을 필
요가 없고 그러므로 수업료를 떼어먹는다는(정치가의 경우 나라에 의해
파멸 당한다는) 비난은 터무니없는 말이다. 소피스트들은 학생들에게 덕
을 가르친다고 주장하는데, 그들의 주장이 옳다면 학생들은 그들로 말미
암아 불의는 제거되고 대신 정의를 갖게 되어서 정의로워졌을 것이므로
불의를 저지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치가들은 나라를 가능
한 훌륭하게 만들려고 애쓴다고 공언하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너무나
악하다고 다시 나라를 비난한다. 그들의 이런 행태는 소피스트들의 그것
과 다를 바가 없다. 대중 연설가들과 소피스트들만은 자신들이 교육한
대중이 자신들에게 악한 짓을 한다고 해서 비난할 처지가 못 된다. 비난
을 하는 것은 자신을 비난하는 꼴이 된다. 대중이 악한 짓을 한다는 것
은 그들의 가르침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것 내지는 잘못 가르쳤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4.4.2.2.2.2.3.1.2 궤변술과 수사술의 유사함 (520b2)
(e4.4.2.2.2.2.3.1.2.1)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와 수사가인 정치가가 같거
나 거의 흡사하다고 말한다. 칼리클레스가 수사술을 훌륭한 것으로 여기
면서 궤변술을 깔보는 것은 무지한 탓이다. 그러나 사실은 입법술이 재판
술(dikastikē)보다 더 훌륭하고 체육술이 의술보다 더 훌륭하다. 그런 만
큼 궤변술이 수사술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4.4.2.2.2.2.3.1.3 덕의 가르침과 자발적인 보답
(e4.4.2.2.2.2.3.1.3.1) 대중을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이 그들에게 덕
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면 이들만 보수 없이 훌륭한 행위(euergesia)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보수를 받지 않더라도 그들이 자발적으로 사례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을 훌륭하게 만든다는 것은 그에게서
불의를 제거하는 것이므로 학생에게서 불의를 제거하면 그에게서 불의를
110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당할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학생을 훌륭하게 만들 능력
이 정말로 있다면 불의를 제거하는 행위(훌륭한 행위)만은 무료로 해 주
어도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이들 외에 다른 기술을 가진 자들이 훈련을
시켜주면서 보수에 대한 계약을 하지 않고 학생의 인격에 맡겨둔다면 아
마도 학생은 보수를 떼먹을 것이다. 사람이 불의를 행하는 것은 그들 속
에 있는 불의 때문이지 다른 기술들 때문이 아니다. 덕의 교사가 아닌
다른 교사들도 부정적인 면을 제거하고 긍정적인 면을 키우지만, 부정의
한 짓을 할 수 있게 하는 부정함의 제거는 다른 교사의 몫이 아니다. 그
렇게 보면 그 밖의 다른 조언들, 예컨대 건축이거나 그 밖의 다른 기술
들에 관한 조언들을 돈을 받고 해 주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반면에 자신의 가정이나 나라를 훌륭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
인가[를 살피는] 이 행위에 관해서 돈을 받고서야 조언을 해주는 것은 부
끄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훌륭한 행위들 중에 이것만이 혜택을 입은 사
람으로 하여금 보답을 잘 하고자 원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훌륭한 행위를 잘 했는지 못했는지는 돌아오는 보답을 보면 알 수 있다.
좋은 보답이 오면 잘 해 주었다는 표시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못
했다는 표시가 된다.
4.4.2.3 참된 정치가인 소크라테스 (521a2)
(e4.4.2.3.1) 소크라테스는 나라를 돌보는 두 가지 방식 중에 어떤
것을 권할 것인지를 구별해 달라고 칼리클레스에게 요구한다. 의사가 몸
을 건강하게 하는 데 노력하듯이 아테네인들을 훌륭하게 만드는 데 그들
과 함께 노력하며 돌보는 쪽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봉사하고 쾌락을 위
해서 그들과 사귀려는 자의 그것인가? 칼리클레스는 여전히 두 번째 것
이라고 대답한다. 소크라테스는 그것은 아첨을 권하는 것이라고 하자 칼
리클레스는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하고 싶다면 맘대로 말하라고 하고, 소
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대로 자신의 말을 되풀이 한다. 칼리클레스의 말
대로 악하고 하찮은 자가 세상물정에 어두운 소크라테스 자신을 죽일지
플라톤 ?고르기아스? 111
라도 어쨌든 죽이는 자는 악한 자이고 죽는 자는 훌륭한 자이다. 또 가
진 것을 빼앗아간다고 해도 올바르게 사용할 줄 모를 것이고, 부당하게
빼앗아간 만큼 부당하게 사용할 것이다. 부당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고
부끄러운 것은 나쁜 것이다.
(q4.4..2.3.2) 당신이 여러 차례 했던 말, “원하는 자가 나를 죽일 것이다”
는 말은 하지 마시지요. 이번에는 내가 “아무튼 죽이는 자는 악한 자이고
죽는 자는 훌륭한 자”라고 말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내가 무엇이든 가지
고 있다면 그가 빼앗아 가리라는 말도 하지 마세요. “그러나 빼앗아가더
라도 그것들을 어디에 사용할지 모를 것이고, 나에게서 부당하게 빼앗아
갔던 것처럼, 가지더라도 그런 식으로 부당하게 사용할 것이다. 부당하게
라면, 부끄럽게이고, 부끄럽게라면, 나쁘게 사용할 것이다”라고 내가 다시
말하지 않도록 말입니다.(521b5-c3)
4.4.2.3.1 소크라테스의 예견 (521c4)
(e4.4.2.3.1.1)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가, 속세를 떠나 있기라도 하듯,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과 같은 일을 전혀 겪지 않을 것처럼 말한다
고 빈정거리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런 것을 모를 만큼 어리석지 않으며,
그런 위험이 닥쳐서 법정에 서게 되더라도 자신을 법정에 세운 자는 악
한 자일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면서 그런 예상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소크라테스는 요즘 사람
들 가운데 참된 정치술에 손을 대고 그것을 실천하는 자는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가장 훌륭한 것을 목적으로 말하며 쾌락을 목적으로 말하
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칼리클레스의 말대로 입신양명을 위한 활동을 하
지 않기 때문에 재판정에서 변론을 할 줄도 몰라서 폴로스에게 했던 말
이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그래서 마치 의사가 요리사의 고발로
아이들과도 같은 배심원들 앞에서 재판을 받듯이 재판을 받을 것이다. 그
런 상황에서는 진실을 말하더라도 통할 리가 없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해
야 할지 아주 난감한 지경에 놓일 것이다. 그 까닭은 소크라테스 자신은
이들(아이들, 대중들)이 이익이라고 여기는 쾌락을 그들에게 제공하지 않
112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았고, 또 그런 것을 제공하고 제공 받는 것을 부러워하지도 않았기 때문
이라는 것. 그러면서 ?변론?에서의 재판을 연상시키듯, 젊은이들을 망쳐
놓고 나이든 사람들에게 쓴 소리를 한다고 고소를 당하더라도 아무런 변
론도 못하고 나쁜 일을 고스란히 겪게 될 것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q.4.4.2.3.1.2) 하지만 나 역시 내가 법정에 선다면 그와 같은 상태를
겪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들[아이들, 대중들]이
훌륭한 행위이며 이익이라고 여기는 즐거움을 그들에게 내가 제공했노라
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며, 나는 제공하는 자들도 제공받은 자들도 부러
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가 더 젊은이들을 당황하게
만들어서 그들을 망쳐버린다고 말하거나, 또는 더 나이든 사람들에게 공
적으로거나 사적으로 쓴 소리를 해서 헐뜯는다고 말한다면, 나는 “이 모
든 것을 나는 정당하게 말하고 행하고 있습니다, ― 당신들의 전문용어로
― 배심원 분들이여”라고 진실을 말할 수도 없을 것이며, 달리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나는 내게 무슨 일이 닥치든 그것을
겪게 될 것입니다.(522b3-c3)
4.4.2.3.2 자신을 위한 최상의 도움: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 (522c4)
(e4.4.2.3.2.1) 소크라테스로부터 불의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예견의 말
을 듣고 칼리클레스는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도울 능력이 없는
없다면 좋은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 소크라테스는 그런
곤경에 처하여 자신을 도울 능력이 없다고 해도 불의를 행하지 않는다면
나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이 자
신을 돕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이 도움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칼리클레스의 말대로 무능함 때문에 죽임을 당
하는 것이 부끄럽고 괴로운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설사 아첨하는 수
사술이 없어서 죽더라도 기꺼이 감당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죽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두려운 젓이다. 혼이
부정의한 행위로 가득차서 하데스로 가는 것은 가장 큰 악이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을 칼리클레스가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 위해 소크라테스는 저
플라톤 ?고르기아스? 113
승에 관한 신화를 이야기해 준다.
4.4.2.3.3 저승에 관한 이야기[신화]
4.4.2.3.3.1 죽은 후에 심판을 받게 된 사정 (523a1)
(e4.4.2.3.3.1.1) 정의로운 삶을 산 사람은 죽은 후에 축복받은 자의
섬으로 가서 행복한 삶을 살지만 부정의한 삶을 산 사람은 타르타로스라는
심판의 감옥으로 가야 한다는 오래된 법이 신들 사이에 있었다. 그런데 옛
날에는 사람들이 죽는 날에 아직 살아있을 때, 그리고 살아있는 심판관들
에게 심판을 받았다. 그래서 잘못된 판결이 내려졌다. 왜냐하면 심판받는
자들이 살아 있어서 옷 입은 채로 심판받기 때문에 사악한 혼들이 아름다
운 육체와 혈통, 부를 가진 상태로 많은 증인들을 불려 들이게 되어 심판
관들이 영향을 받게 되었고, 심판관들도 육체를 입고 있어서 혼이 육체로
가려졌던 것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이후부터 심판하는 자나 심판받는 자
모두 혼들은 육체를 벗은 채로 심판받고 심판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리
고 그는 자신의 아들들인 미노스, 라다만튀스, 아이아코스에게 명하여 세
갈래 길이 만나는 들판에서 심판하게 했다. 라다만튀스는 아시아 사람들은
심판하고 아이아코스는 유럽 사람들을 심판하며. 미노스는 라디만튀스와
아이아코스가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4.4.2.3.3.2 죽은 후 혼의 상태 (524a10)
(e4.4.2.3.3.2.1) 죽음이라는 것은 혼과 육체의 분리에 불과하다. 분리된
후에도 각각은 살아있을 때의 습성이나 상태를 그대로 지닌다. 살아있을
때 키가 컸거나 뚱뚱하거나 머리를 길렀다거나 등등 이러저러 했다면 죽
고 나서도 그런 상태를 얼마 동안 전부 또는 대부분 드러낸다. 혼도 마찬
가지다. 육체를 벗어난 후에는 혼 안의 모든 것들, 타고난 것들은 물론
습득한 것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래서 심판관 앞에 당도하면 심판관이
멈춰 세우고 혼을 살핀다. 심판관은 누구의 혼인지는 모르지만 종종 왕이
나 권력자들의 혼이 당도하면 거짓과 허세로 뒤틀렸고 전횡과 사치와 오
114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만으로 추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를 본 즉시 합당한
벌을 받게 될 감옥으로 보낸다.
4.4.2.3.3.3 처벌: 개선과 예방의 수단 (525a7)
(e4.4.2.3.3.3.1) 거기서 벌을 받고 더 좋아지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다
른 이들의 표본이 되는 자들이 있다. 더 좋아지는 자들은 치유 가능한 잘못
을 저지른 자들이며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서야 불의에서 벗어나게 된다. 표
본이 되는 자들은 치유 불가능한 최악의 불의를 저지른 자들이다. 이들은
가장 큰 고통을 영원히 겪게 되는데, 자신들은 개선의 여지가 없어 이득을
얻지 못하지만, 그것을 보는 다른 이들이 이익을 얻게 된다. 폴로스의 말대
로라면 이 표본들의 대다수는 참주나 왕, 권력자들 가운데서 나온다고 생각
된다. 이들이 가지는 권력이 큰 만큼 저지르는 잘못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
다. 가장 나쁜 자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 가운데서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훌륭한 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것은 대단히 찬탄
할 만한 일이다. 불의를 저지를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서 평생을
정의롭게 산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그래서 그런 자들은 아주 드문
것이다. 심판관은 누구의 혼인지는 몰라도 나쁜 자인지 아닌지는 알아보고
치유 가능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표시해서 타르타로스로 보낸다. 가끔
진리와 함께 산 철학자의 혼을 알아보고는 감탄하며 축복받은 자의 섬으로
보낸다. 아이아코스도 이와 똑같은 일을 한다. 둘은 지팡이를 가지고 판결
을 내리지만 미노스만은 황금 홀을 가지고 앉아서 지켜본다.
4.4.2.3.3.4 삶의 선택을 위한 권고 (526d3)
(e4.4.2.3.3.4.1) 소크라테스는 이 이야기를 참이라고 믿으며 그래서 사후
에 심판관에게 최대한 건강한 상태의 혼을 보여주려고 궁리하며 세속적
인 명예는 멀리하고 진리를 탐구하면서 진실한 자로 살고 또 그렇게 죽
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삶을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칼리클레스에게 권하면서 칼리클레스가 소크라테스에게 했던 비난의 말
플라톤 ?고르기아스? 115
을 다시 되돌려 준다. 재판정에서 자신을 도울 수 없을 것이라고 칼리클
레스가 소크라테스에게 경고했듯이 이번에는 사후의 심판을 받는 자리에
서 자신을 도울 수 없을 것이라고 칼리클레스에게 경고한다.
4.4.3 마무리 (527a4)
(e4.4.3.1)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다른 주장들은 모
두 논박되었고 자신의 주장만이 확립되었음을 선언하며 주장의 요점을
정리한다. ①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불의를 저지르는 않도록 더 경계해야
하고, 훌륭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훌륭한 것에 마음을 써야 한
다. ②불의를 행해서 나빠졌을 때는 벌을 받아야한다. ③아첨은 어떤 경
우든 피해야하고, 수사술을 비롯한 모든 기술은 정의로운 것을 위해 사용
해야 한다. 끝으로 소크라테스는 훌륭함과 덕을 지양하는 삶을 칼리클레
스에게 다시 권고한다.
(q4.4.3.2) […] 누군가가 당신을 어리석다고 깔보고 욕을 보이고자 한
다면 그렇게 하라고 내 버려두십시오. 제우스께 맹세컨대 불명예스러운 이
매를 당신에게 치라고 자신 있게 내버려두십시오. 만약 당신이 덕을 단련해
서 정말로 훌륭하디 훌륭한 상태에 있다면 당신은 전혀 두려운 일을 겪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가 함께 그것[덕]을 그렇게 단련하고 난 다음에 필요하
다고 생각이 되면 그때 비로소 정치적인 일들에 종사하거나, 우리가 어떤
것을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언하도록 합시다.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조언
을 잘 할 수 있을 그 때에 말입니다. 지금 우리의 처지로 보이는 이런 상
태에서 우리가 뭐라도 되는 양 치기어린 짓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니
까요. 우리는 같은 문제에 대해서, 그것도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전혀 생각
이 다른 상태에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그 정도로 배움이 부족한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방금 밝혀진 이 주장을 인도자로 사용합니다. 살아
서나 죽어서나 정의뿐만 아니라 그 밖의 덕도 단련하는 것 그것이 삶의 가
장 좋은 방식임을 우리에게 지시해 주는 주장을 말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믿고 나에게 권하고 있는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따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유합시다. 저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요, 칼리클레스.(527d1-e8)

참 고 문 헌
1. 원전
Platon, Gorgias in John BURNET (ed.), Platonis Opera,
vol. III, (Oxford Classical Texts), Oxford:
Clarendon Press, 1991 (rep. of 1901 ed.).
2. 주석서
Dodds, E. R., Plato: Gorgias, Oxford Univ Pr, 1959
(Reissue edition 1990).
3. 번역서
Hamilton, Walter (tr.) & Chris Emlyn-Jones(tr. with
int.), Plato: Gorgias, Penguin Books, 2004.
Nichols Jr., James H., Plato: Gorgias, Cornell Univ Pr, 1998.
Waterfield, Robin, Plato: Gorgias, Oxford Univ Pr, 1998.
Irwin, Terence, Plato: Gorgias, Oxford Univ Pr, 1979.
Allen, R. E., Euthyporo, Apology, Crito, Meno, Gorgias,
Menexenus: The Dialogues of Plato vol.1, Yale
Univ pr., 1984.
Cope, E. M., Plato's Gorgias, Cambridge, 1864.

?철학사상? 별책 2권
제1a호 철학의 주요 개념 1․2 / 백종현
제2호 ?밀린다팡하? / 서정형
제3호 데카르트 ?방법서설? / 윤선구
제4호 로크 ?통치론? / 정윤석
제5호 루소 ?사회계약론? / 진병운
제6호 칸트 ?실천이성비판? / 박정하
제7호 헤겔 ?법철학? / 강성화
제8호 벤담 ?도덕 및 입법의 원리 서설 / 정원규
제9호 밀 ?공리주의? / 김영정 ․ 정원규
제10호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백승영
제11호 마르크스 ?독일이데올로기? / 손철성
제12호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 이선일
제13호 프레게 ?산수의 기초? / 최 훈
제14호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 논고? / 박정일
?철학사상? 별책 3권
제1a호 ?대학? / 박성규
제2호 맹자 ?맹자? / 이혜경
제3호 나가르주나 ?중론? / 서정형
제4호 조선전기 이기론 / 허남진
제5호 조선전기 수양론 / 정원재
제6호 조선전기 심성론 / 김영우
제7호 조선전기 경세론과 불교비판 / 강중기
제8호 플라톤 ?국가? / 김인곤
제9호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나코스 윤리학? / 김남두 ․ 김재홍 ․ 강상진 ․ 이창우
제10호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 박경숙
제11호 데카르트 ?성찰? / 윤선구
제12호 로크 ?인간지성론? / 김상현
제13호 라이프니츠 ?단자론? / 윤선구
제14호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 진병운
제15호 흄 ?인설론? / 장동익
제16호 칸트 ?순수이성비판? / 김재호
제17호 헤겔 ?정신현상학? / 강성화
제18호 마르크스 ?자본론? / 손철성
제19호 제임스 ?실용주의? / 정원규
제20호 니체 ?유고(1885년 가을-1887년 가을)?
․ ?유고(1887년 가을-1888년 3월)?
․ ?유고(1888년 초-1889년 1월 초)? / 백승영
제21호 후설 ?유럽학문의 위기? / 정은해
제22호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 신상규
제23호 하이데거 ?언어로의 도상? / 이선일
제24호 쿤 ?과학혁명의 구조? / 박은진
제25호 토픽맵에 기초한 철학 디지털 지식 자원 구축 /
최병일 ․ 이태수 ․ 심재룡 ․ 김영정
?철학사상? 별책 5권
제1호 공자 ?논어? / 박성규
제2호 마명 ?대승기신론? / 서정형
제3호 황종희 ?명이대방록? / 강중기
제4호 플라톤 ?항연? / 김인곤
제5호 흄 ?인간지성에 관한 탐구? / 윤선구
제6호 칸트 ?판단력비판? / 김상현
제7호 피히테 ?전체 지식학의 기초? / 김재호
제8호 마르크스 ?경제학-철학 수고? / 강성화
제9호 니체 ?도덕의 계보? / 백승영
제10호 하이데거 ?이정표? / 이선일
제11호 가다머 ?진리와 방법? 1 / 정은해
제12호 굳맨 ?사실, 허구 그리고 예측? / 김희정
제13호 굳맨 ?세계제작의 방법들? / 김희정
제14호 롤즈 ?정의론? / 장동익
?철학사상? 별책 제7권 제8호
발행인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우) 151-742,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산56-1
http://philinst.snu.ac.kr
전 화 02) 880-6223
팩 스 02) 874-0126
인쇄일 2006년 5월 31일
발행일 2006년 6월 5일
출 판 도서출판 관악 02) 871-2118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 스튜어트 밀  (0) 2022.01.01
니체. 도덕의 계보(Zur Genealogie der Moral)  (0) 2021.10.31
플라톤의 고르기아스  (0) 2021.10.24
포스트 모던 철학  (0) 2021.10.04
민주주의와 교육 -교육철학입문 . 존 듀이  (0) 2021.09.09